잡지 《아동문학》 주체97(2008)년 제10호에 실린 글

 

  우 화

 

 

                                          박 화 준

 

누구라없이 넘나드는 마을앞 범고개를

바라만 봐도 섬찍한 생각 들어

늘 피해다니던 멍멍이

하루는 주인의 급한 심부름을 맡아 가는 길에

범고개를 넘게 됐네

 

(옛적부터 저 고개에

 범이 가끔 나타난댔지

 그런데 오늘은 왜 이리

 조용할가?…)

 

범고개를 쳐다보며

고개길 오르는 멍멍이 가슴 두근두근

바위도 불쑥 범처럼 보여왔네

(이러다 진짜범이 나타나면…)

 

이때 고개마루에서 갑자기

메돼지가 헐떡헐떡

두주먹 부르쥐고 달려오고있었네

(엉? 혹시…)

 

멍멍이 걸음 멈추고

마주 달려오는 메돼지더러

슬쩍 딴전부리며 물었네

《샘골이 멀었나요?》

 

그러자 메돼지 금시

숨이 뚝 끊길듯 헉헉거리며

《저기, 저 범… 범…》

(이크, 큰일났군)

급기야 돌따선 멍멍이

꽁무니에 불이라도 달린듯

고개길 드달려내리며 고함쳤네

마주 오는 길손들을 향해

《범, 범이라네, 범… 어서 피하게…》

 

《범이라니?!…》

의아해 멈춰선 길손들 지켜보느라니

날마다 범고개를 넘나들며 맹훈련하는

마라손선수 메돼지

 

자기를 허양 앞지른 멍멍이를

어느새 따라잡으며 숨가삐 곱씹는 말

《저기, 저 범… 범고개너머가…

샘골이라는데… 어딜 들구뛰나?》

 

《뭐, 범고개?!…》

그제야 우뚝 멈춰선 멍멍이

온몸이 땀에 젖어 씽씽 내닫는

선수복입은 메돼지와

쥐죽은듯 잠잠한 범고개를 번갈아보며

두눈 끔뻑거리는데

고개길에 와하하 폭소가 터졌네

 

《여보게, 멍멍이

 겁많은 눈에 티가 든다더니

 저 범고개의 〈범〉이 유독

 제 이름만 들어도 와뜰 놀라 내빼는

 자네한테만 접어들었구려 하하하》

 

 

                              

 

Twitter로 보내기 Facebook으로 보내기 Google로 보내기 네이버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Google+로 보내기 Evernote로 보내기 Reddit로 보내기
우리민족끼리
홈페지봉사에 관한 문의(E-mail) : urimanager@silibank.com 홈페지내용에 관한 문의(E-mail) : uriminzok@silibank.com
Copyright © 2003 - 2013 《조선륙일오편집사》 All Rights Reserved
gotop
기사종합
 
도서, 잡지
 
영화, 음악
 
독자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