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아동문학》 주체97(2008)년 제10호에 실린 글

 

  동 화

 

                                          리 희 건

 

옛날 어느 마을에 시어머니공대를 잘하는 한 며느리가 있었습니다. 옥분이라는 배나무집 며느리였습니다.

그는 시집온 첫날부터 하루라도 시어머니의 얼굴에 그늘이 질세라 온갖 정성을 다했습니다.

어쩌다가 좋은 옷감이 하나 생겨도 시어머니를 먼저 생각하였고 색다른 음식이 생겨도 시어머니밥상에 올려놓군 하였습니다.

외적들이 쳐들어오자 남편은 전장으로 나갔습니다.

하지만 인물곱고 마음씨 고운 옥분이는 남편이 있을 때보다 시어머니를 위해 더 마음을 썼습니다.

그러던 어느날이였습니다.

옥분이는 마당에 앉아 가루치는 채를 들여다보며 근심에 잠겨있었습니다. 채 한가운데는 주먹이 들어갈만 한 구멍이 나있었습니다.

옥분이는 저도 모르게 호―하는 한숨소리를 내였습니다.

이때 등뒤에서 《새각신 왜 한숨을 쉬나? 무슨 걱정거리가 생겼나?》 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고개를 들고 돌아보니 처음 보는 할머니가 서있었습니다.

옥분이는 할머니에게 사연을 말하기가 점직했지만 왜서인지 친할머니처럼 생각되였습니다.

《저, 사실은 아궁앞에서 젖은 채를 말리우다가 깜박 조는 바람에…》

옥분이는 더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어디 좀 보자구.》

채를 받아든 할머니는 혀를 쯧쯧 찼습니다.

《불찌에 구멍이 생겼구나. 이젠 쓸모가 없겠어. 그래 채를 쓰는 날이 많은가?》

옥분이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습니다.

《우리 시어머니는 가루음식을 좋아해요.》

그는 시어머니가 오래동안 새것처럼 써오던 채를 못쓰게 만들어 몹시 안타까운 자기의 딱한 심정을 터놓았습니다.

《임자가 이 집 며느린가?》

《예.》

옥분이의 대답을 들은 할머니는 친손녀를 만난듯 몹시 반가와하였습니다.

《배나무집며느리가 누군가 했더니 임자였구만!》

《아니 절 어떻게?》

옥분이는 의아해서 할머니를 쳐다보았습니다.

《왜 모르겠나. 시어머니공대를 잘한다구 동네방네 소문이 자자하던데.》

할머니는 옥분이의 두손을 쓸어만지며 감동을 금치 못했습니다.

《어려운 살림에 시어머니를 모시느라 힘들겠구나.》

《괜찮아요, 할머니. 응당 해야 할 일인데요 뭐.》

《그렇긴 하네만 며느리도리를 다하기란 쉽지 않아. 내 이제 멋진 채를 줄테니 너무 속이 상해서 그러지 말라구.》

할머니는 등에 지고있던 괴나리보짐을 풀어헤쳤습니다. 그속에는 빨간색, 파란색, 하얀색 등 여러가지 색갈과 모양의 구슬알들이 들어있었습니다.

할머니는 그중에서 령롱하게 빛을 뿌리는 앵두알만 한 흰 구슬알을 집어들었습니다. 한동안 손을 오무작거리자 줌안에서는 흰 연기가 자오록이 피여오르더니 눈깜빡할 사이에 가루치는 둥근채가 생겨났습니다. 그 채는 별스레 윤택이 돌고 탐탐해보였습니다.

《자, 받게. 이 채는 어떤 소원이든 다 들어주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신비한 채라네.》

할머니는 채를 옥분이에게 넘겨주었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꼭 조심해야 할것이 있는데 사람이 먹지 못할것은 절대로 이 채안에 넣고 치지 말게. 그땐 채의 신비함이 사라질뿐아니라 자네가 소경이 될수 있네. 알겠나.》

할머니는 마음이 놓이지 않는지 재삼 당부하였습니다.

뜻밖에 채가 생기자 옥분이는 기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할머닌 어디서 사시나요? 이 신세를 무엇으로 갚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할머니는 허허 웃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습니다.

《신세라니. 난 새각시처럼 마음고운 사람들을 도와주러 다니는 늙은이야.》

《할머니, 채를 잘 쓰겠어요. 정말 고마워요.》

옥분이는 할머니에게 머리숙여 인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고개를 들고보니 할머니는 온데간데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사방을 휘둘러보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느때든 꼭 만나뵈올 날이 있겠지.)

그는 시어머니를 더 잘 모셔야겠다고 속다짐하며 채를 들고 부엌으로 들어갔습니다.

절구질해놓았던 보리를 채안에 넣은 옥분이는 슬슬 가루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이 채는 소원을 풀어주는 신기한 채라고 했지.)

그는 보리가루를 치면서 말했습니다.

《이 보리가루가 흰쌀가루로 되였으면 얼마나 좋을가!》

그랬더니 이게 웬일이겠어요.

가루를 다 치고 함지안을 들여다보니 아니글쎄 눈처럼 하얀 쌀가루가 함지안에 수북이 쌓여있는것이 아니겠어요. 꼭 꿈을 꾸는것만 같았습니다.

쌀가루가 옳긴 옳은가 해서 한줌 집어 다시 눈여겨보니 틀림없는 흰쌀가루였습니다.

《야!》

옥분이는 너무 기뻐 어쩔줄 몰랐습니다.

(전장에 나간 남편이 이 사실을 안다면 얼마나 좋아할가! 시어머니도 깜짝 놀라시겠지!)

그날 저녁 옥분이는 동실하면서도 납작납작한 떡을 빚었습니다.

말큰말큰하고 반질반질 윤기가 도는게 보기만 해도 먹음직했습니다.

오래간만에 시어머니에게 흰쌀떡을 대접하게 된 옥분이는 얼마나 기쁜지 몰랐습니다.

옥분이는 따끈따끈한 떡을 한개 두개 정성껏 그릇에 담았습니다. 다 담고보니 한그릇이 잘 되였습니다.

비록 한그릇밖에는 되지 않았지만 옥분이의 얼굴에는 밝은 웃음이 넘쳐흘렀습니다.

어느덧 저녁때가 되자 이웃집에 갔던 시어머니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옥분이는 김이 몰몰 피여오르는 진지상을 시어머니앞에 가져다놓았습니다.

《어머니, 저녁 드세요.》

밥상에 나앉던 시어머니는 두눈을 크게 뜨며 물었습니다.

《아니 이게 웬 떡이냐? 쌀은 어디서 났니?》

옥분이는 채를 얻은 사연을 자초지종 이야기했습니다.

《이제 만나게 되면 은혜를 후하게 갚아야겠구나! 그런데 나 혼자야 어떻게 먹겠니. 함께 들자꾸나.》

《전 떡을 하면서 맛보았어요.》

《웬걸 그랬겠냐. 어서 함께 들자꾸나.》

시어머니는 저가락으로 떡 하나를 집어 며느리의 손에 쥐여주고는 자기도 하나 들었습니다.

《떡을 참 맛있게 잘했구나!》

그러더니 웬일인지 수저를 놓았습니다.

《어머니, 어서 드세요. 떡이 다 굳어지겠어요.》

《떡을 보니 뒤집아이 생각이 나는구나. 엄마없이 사는 순돌이가 언제 떡을 먹어보았겠니.》

시어머니가 저녁상을 보기만 하자 옥분이는 얼마간의 떡을 뒤집에 가져다주었습니다.

(시어머니에게 푸짐하게 대접하려고 하였는데 량이 모자라는구나.)

그러나 시어머니는 아주 실컷 먹었다고 말하는것이였습니다.

다음날이였습니다.

그날도 옥분이는 절구질한 보리를 채안에 담았습니다. 다해서 한되박 되나마나하였습니다.

그는 채를 치며 말했습니다.

《이것이 한말쯤 되였으면 좋겠구나!》

어제 저녁에 있었던 일이 마음에 걸려 내려가지 않았던것입니다.

그런데 이상도 하지요.

아무리 채질을 해도 채안의 보리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채구멍이 막혔을가?)

옥분이는 머리를 기웃거리며 함지안을 슬며시 내려다보았습니다.

순간 그는 깜짝 놀랐습니다.

바라던대로 하얀 가루가 함지안에 하나가득 차있었기때문이였습니다.

다시 채질을 해보았더니 글쎄 쌀가루가 그칠새없이 쏟아져내렸습니다.

(야,정말 신기한 보물채로구나!)

옥분이의 기쁨은 하늘에 닿을듯 했습니다.

그는 쌀가루를 다른 그릇에 옮겨담으면서 생각하였습니다.

(오늘은 어떤 음식을 만들가? 참 우리 시어머니가 제일 좋아하는 설기떡을 해드려야지. 설기떡을 맛있게 하자면 찹쌀가루를 좀 섞어야겠는데.)

옥분이는 또다시 채질을 하면서 《찹쌀가루가 되였으면 좋겠구나!》 하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찹쌀가루가 함지안에 소복이 쌓아졌습니다.

이날 저녁 흰눈같이 하얀 설기떡을 한시루 쪄낸 옥분이는 시어머니에게도 잘 대접하고 집집마다 골고루 나누어주기도 하였습니다.

배나무집에 신기한 채가 생겼다는 소문이 한입건너 두입건너 온 마을에 쫙― 퍼졌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칭찬을 하였습니다.

《시어머니를 위해 온갖 지성을 다 하더니 복이 차례졌구나.》

《며느리를 맞기 전엔 잘 보지도 듣지도 못하던 시어머니가 이제는 바늘귀도 꿰고 새소리도 가려듣는대요. 친딸인들 이보다 더 살뜰하겠어요.》

《글쎄 말이웨다. 정말 쉽지 않은 며느리지요.》

옥분이는 자기 집뿐만이 아니라 마을사람들을 위해서도 가루를 치는 날이 많았습니다.

잔치집떡감도 쳐주고 아이들의 첫돌생일을 위해서도 가루를 쳤습니다.

어느날 옥분이를 불러앉힌 시어머니는 대견한 눈길로 며느리를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요새는 정말 사는것 같구나. 그저 만나는 사람마다 배나무집, 배나무집 하니 말이다. 예로부터 집안이 잘되려면 남의 사람이 잘 들어와야 한다고들 했는데 그 말이 맞는것 같구나.》

옥분이는 수집은듯 얼굴을 붉히며 말했습니다.

《전 그저 어머님이 몸성히 오래 앉아계시기를 바랄뿐이예요.》

《네 정성이 지극한데 왜 오래 살지 못하겠느냐. 이젠 우리 배나무집에 대를 물릴 가보까지 생기질 않았니.》

시어머니가 웃으시는 모습을 보니 옥분이의 마음도 즐거웠습니다.

그때부터 옥분이는 보물채를 자기의 눈동자처럼 아끼고 소중히 여겼습니다. 보물채안에 먼지나 티검불이 들어갈세라 한번 쓰고는 깨끗이 손질해서 벽에 정히 걸어두군 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날이였습니다.

마을의 좌상할아버지가 동네사람들앞에서 걱정을 하였습니다. 전장에서 기별이 왔는데 싸움이 오래 가다보니 군량이 다 떨어졌다는것이였습니다.

이때 누군가가 호소했습니다.

《우리 자기 집에 있는 낟알들을 모아서 전장에 보내자요.》

마을사람들은 제집에 있는 낟알들을 전장에 서슴없이 보냈습니다. 좁쌀 한말을 보내는 집도 있었고 또 어떤 집에서는 수수쌀 서말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난 어떻게 도와드릴가?)

한동안 생각에 잠겨있던 옥분이는 벽에 걸어두었던 채를 내리워들고 마당으로 나왔습니다.

멍석우에 큰 나무함지를 가져다놓은 옥분이는 그전날에 남겨놓았던 쌀가루 한줌을 채안에 담았습니다.

그는 채질을 하면서 말했습니다.

《이것이 열자루, 백자루가 되였으면 좋겠구나.》

그랬더니 눈이 내리듯 흰쌀가루가 함지안에 소복소복 쌓여졌습니다. 한함지가 다 차면 시어머니가 가루를 자루에 퍼담았습니다.

그래도 일손이 바쁘게 되자 마을녀인들이 하나둘 모여와서 시어머니대신 가루를 담아놓군 하였습니다.

팔이 아프고 어깨가 막 쑤시기도 했지만 옥분이는 채질을 순간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보물채는 옥분이가 쳐야만 조화를 부리는것이여서 다른 사람은 대신할수가 없었습니다.

까맣던 그의 머리에 가루가 하얗게 내려앉아 마치 할머니처럼 보였습니다. 늘 보아오던 시어머니까지도 자기 며느리가 맞긴 맞는가 하고 눈을 끔뻑거리며 바라보군 했습니다.

쌀가루자루는 마을사람들이 하루길 되는 전장에 등짐으로 져날랐습니다.

전장에 갔다온 사람들은 우리 군사들이 힘을 내여 외적들을 족치고있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주군 하였습니다.

옥분이는 성수가 나서 일손을 더욱 빨리 놀리였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저녁이였습니다.

옆집에 사는 억쇠 엄마가 헐레벌떡 달려오더니 불길한 소식을 알려주었습니다. 요즘 가루음식을 먹은 몇명의 우리 군사들이 배를 그러쥐고 쓰러졌는데 날이 갈수록 그 수가 점점 늘어난다는것이였습니다. 그 바람에 그 어떤 가루음식도 입에 대지 말라는 엄명이 떨어졌다는것이였습니다.

옥분이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것만 같았습니다.

(왜 그럴가?)

그전에는 아무 일도 없었는데 그 까닭을 알수가 없었습니다. 마치 자기가 죄를 지은것만 같았습니다.

어쨌든 자기가 친 가루에 먹지 못할것이 섞여들어간것이 틀림없었습니다.

(어떻게 할가?)

그날 밤 옥분이는 도무지 잠을 이룰수가 없었습니다.

(보물채를 가지고 전장에 나가 가루를 다시 쳐보면 알수 있겠는데.)

순간 그는 머리를 저었습니다.

먹을수 없는것이 보물채안에 들어가는 날에는 채의 신비함은 사라지고 가루친 자기도 소경이 된다고 절절하게 당부하던 할머니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그러면 시어머니에게 효성을 다할수가 없어.)

옥분이는 신음소리를 내며 돌아누웠습니다.

이때 시어머니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얘야, 어디 아프냐? 하루종일 채를 치더니…》

《아, 아니예요. 어머니, 난 아픈데 없어요.》

그러면서도 그의 머리속에는 집에서 보낸 가루로 음식을 해먹은 군사들이 배를 그러안고있는 모습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채를 가지고 전장으로 가야 해. 내가 소경이 되고 시어머니한테 불효자식이라고 엄한 꾸중을 들어도 할수 없어.)

순간 옥분이의 눈앞에는 동네사람들한테 늘 며느리자랑과 함께 배나무집에 가보가 생겼다고 좋아하던 시어머니얼굴이 떠올랐습니다.

가루치는 보물채!

그것은 배나무집이 대대손손 물려줄수 있는 귀중한 가보였습니다.

옥분이는 자기의 결심을 시어머니한테 어떻게 말할지 갈피를 잡을수가 없었습니다.

만약 자기가 소경까지 될수 있다고 하면 시어머니가 승인을 하겠는지 알수 없는 일이였습니다. 말없이 훌쩍 떠날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는 끙― 하며 저도 모르게 몸을 뒤척거렸습니다.

그러자 이번엔 시어머니가 잠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앉으면서 좀 언짢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얘야, 지금까지 함께 살면서 서로 속인적도 성낸 일도 한번 없었는데 오늘은 왜 그러느냐?

온밤 벙어리 랭가슴 앓듯 하면서 궁싯거리니말이다.

거 혹시 전장에 간 네 남편한테서 좋지 못한 기별을 받은게 아니냐?》

어딘가 모르게 떨리는듯 한 시어머니의 말을 듣고보니 옥분이는 눈물이 왈칵 쏟아져나왔습니다.

《어머니, 그런게 아니예요.》

옥분이는 하는수없이 자기의 속마음을 털어놓았습니다.

《어머니, 우리 보물채를 가지고 전장에 가면 군사들이 왜 쓰러졌는지 알수 있을것 같아요. 그런데 그렇게 했다가는…》

옥분이는 말을 하다말고 한동안 시어머니를 쳐다보다가 다시 말을 이었습니다.

《그대신 우리 집의 가보인 보물채의 신비함은 사라지고 보통채가 되고말아요.》

《그게 정말이냐?》

《예. 보물채의 조화는 나 혼자 알고있지만 전장의 위급한 형편을 강건너 불보듯 할수가 없구만요. 그런데 보물채가 없어지면 어머니를 어떻게 잘…》

그의 말을 듣고난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두손을 덥석 잡으며 말했습니다.

《그 말을 왜 이제야 하느냐, 응? 나라가 있고야 우리 배나무집도 있을게 아니냐. 우리 집 보물채로 그 까닭을 밝혀낼수만 있다면 난 그보다 더 지극한 효성은 없다고 여기겠다.

장하다, 며늘애야. 네가 마음먹은대로 어서 떠나거라.》

이렇게 되여 옥분이는 채를 가지고 전장으로 나가게 되였습니다.

전장에 와보니 군막들은 여기저기에 자리잡고있었는데 연기가 피여오르는 곳은 몇군데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참으로 눈물겨운 광경이였습니다.

옥분이는 선봉장을 만나 우리 군사들이 어느 자루의 가루음식을 먹고 앓게 되였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선봉장은 한 군사를 조용히 불러 자루들을 은밀히 가져오게 하였습니다. 어느 자루에 이상이 있는지 알기만 하면 어느놈의 작간인지 어렵지 않게 알수 있다는것이였습니다.

옥분이는 곧 보물채안에 가루를 담았습니다.

그는 또다시 가루를 치면서 말했습니다.

《채야, 채야, 먹을것만 내리고 나쁜것은 우에 남게 해주렴.》

한자루, 두자루, 세번째 자루의것을 치고있을 때였습니다.

처음에는 가루가 슬슬 잘 내려가더니 웬일인지 나머지 한숟가락정도의 가루만은 채안에 그냥 남아있었습니다.

아무리 채질을 해도 역시 같았습니다. 채질을 그만두었더니 채안의 가루가 점점 검은빛으로 변하는게 아니겠습니까.

그것을 들여다보던 선봉장은 깜짝 놀라와했습니다.

《이게 독약이 아닐가? 그럼 그놈이…》

드디여 신비한 채의 덕에 농군으로 가장하고 기여들었던 렴탐군을 잡아내게 되였습니다.

우리 군사들은 다시 힘을 얻고 일어나 외적들을 호되게 족쳐댔습니다.

어느덧 싸움은 우리의 승리로 끝나게 되였습니다.

하지만 옥분이는 두눈을 싸쥐고 쓰러지고말았습니다.

그만에야 소경이 된것입니다.

선봉장도 군사들도 모두 달려왔습니다.

용한 의원을 불러 치료도 해보았지만 좀처럼 옥분이의 두눈을 뜨게 하지 못했습니다.

《이럴줄 알았더라면 내가 여기 와서 채를 치는건데…》

소식을 받고 허겁지겁 달려온 시어머니가 억이 막혀 가슴을 쳤습니다.

이때 보물채를 주었던 할머니가 옥분이가 누워있는 곳으로 달려왔습니다.

《쯧쯧, 자기가 소경이 되면서까지… 이렇게 마음이 고운 사람이 불행을 당해선 안되지. 아무렴 안되구말구.》

할머니는 군사들에게 배나무집 보물채에 대한 이야기들을 다 해주었습니다.

그러더니 머루알처럼 까만 구슬알을 옥분이의 입안에 살며시 넣어주었습니다.

아, 그리하여 옥분이는 다시 앞을 보게 되였습니다.

 

×

 

그후 전장에서 남정네들이 고향으로 돌아오자 모두가 떨쳐나 부지런히 농사를 지어 대풍이 들었습니다.

들에는 벼이삭들이 물결쳤고 기름진 밭에서는 탐스러운 조이삭들이 설레였습니다.

양지바른 산기슭에는 갖가지 과일들이 무르익어 그 향기가 온 마을에 넘쳐났습니다.

그리하여 옥분이는 신기한 보물채가 없이도 여전히 시어머니공대를 정성다해 잘할수 있게 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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