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아동문학》 주체97(2008)년 제10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민 경 숙

 

한낮의 해빛이 쨍글쨍글 내리비치는 방직공장구내길로 한 소년이 걸어가고있었다.

이름은 남영이, 나이는 이제 일여덟살 되였을가?

흰 반소매샤쯔에 진곤색교복바지를 입은 그애는 잠시도 가만히 걷지 못했다. 신나게 깨꾸막질을 쌩쌩 해대는가 하면 가던 걸음을 뚝 멈추고 구내길 량옆과 앞뒤를 몸까지 돌려가며 한참씩 바라보군 한다.

혁신자 어머니가 일하는 공장이였다. 여기서 남영이의 탁아소, 유치원생활이 재미나게 흘러갔다.

오랜만에 찾아오는 어린 꼬마주인을 반기듯 초여름의 달크무레하면서도 싱그러운 꽃향기가 코밑을 못 견디게 간지럽힌다. 출출 내리드리운 푸른 버드나무가지들도 그 애의 머리우에서 《날 잡아봐! 날 잡아봐!》 하고 꼬드기듯 살래살래 몸을 하느적인다.

남영이는 그중 길게 드리운 실버들가지를 겨냥했다. 높이가 자기의 팔기장 두배쯤은 될가?

고개를 젖히고 선 그 애의 도도록한 이마밑에서 오목한 두눈이 장난스럽게 재글거렸다.

《헹, 내가 못 잡을것 같애? 내가 아직 유치원코흘리갠줄 알아?》

남영이는 손등으로 코밑을 쓱 문대며 몇걸음 뒤로 물러났다.

출발선에 나선 달리기선수마냥 긴장한 자세로 하나 둘 셈을 세던 그 애는 《셋!》 하는 순간에 힘껏 내달리며 몸과 팔을 우로 솟구었다.

순간 녹신녹신한 가지가 그 애의 손아귀를 스치며 빠져나갔다. 잡혔던 버들가지가 그네타듯 마구 몸을 휘저어댔다.

《만세!》

남영이는 환성을 내질렀다. 그리고 또 무슨 재미난 놀음거리가 없는가 해서 사방을 두릿거렸다.

그러자 이번에는 곳곳에 나붙은 대형구호판의 《베개통》글자들이 심심치 않게 그 애의 눈길을 잡아끌었다.

남영이는 교과서를 읽을 때처럼 목청을 돋구었다.

《증산》, 《절약》, 《7개년계획의 천생산고지를 기어이 점령하자!》

별안간 어디선가 종소리가 들려왔다.

《따르릉― 따르릉―》

마치 진짜 재미난 곳을 알려주기라도 하는듯 경쾌하게 울려오는 종소리에 남영이는 귀가 솔깃해졌다.

그 애의 얼굴에 금시 웃음꽃이 확 피였다.

길건너 저쪽 유치원에서 나는 종소리였다. 남영이를 키워준 선생님이 계시고 노래춤 펼쳐가던 교양실이랑 재미나는 놀이터가 있는 정다운 그곳…

남영이는 이 순간 어머니를 찾아오던 길이라는것도 다 잊었다. 어느샌가 그 애의 두발은 그쪽으로 종달음을 놓기 시작했다.

유치원을 가까이 하자 때마침 《야―》하며 꼬마들이 마당으로 쏟아져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휴식시간인 모양이였다.

남영이는 얼른 키낮은 울타리에 담쟁이처럼 착 달라붙었다. 두팔을 벌려잡고 몸을 씽 솟구었다.

마당이 좁다하게 뛰노는 애들이 한눈에 안겨왔다. 철봉이며 배그네, 미끄럼대 등 유희기재들에도 애들이 다람다람 매달려있었다.

그속에서 낯익은 얼굴들을 발견한 남영이는 담장우에 훌쩍 올라앉으며 사기나서 연방 불러댔다.

《야, 광철!… 옥이!… 경호!…》

방직공아빠트에서 함께 사는 애들이다.

애들이 반기며 쪼르르 몰려왔다. 저마다 남영이를 올려다보며 입을 방싯거렸다.

《형, 어떻게 왔나? 우리 유치원 오구팠나?》

《오빠, 나랑 같이 배그네 타자!》

《아니야, 미끄럼대가 더 좋아. 형! 맞지?》

남영이는 으쓱해서 손을 척 내들었다.

《좋아좋아, 배그네면 배그네! 미끄럼대면 미끄럼대!》 하고는 보란듯이 담우에 곧바로 섰다.

인민군대정찰병처럼 멋지게 떨어져내릴 생각이였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에 휘익 《돌개바람》이 일줄이야.

아래층에 사는 뚱뚱보 광철이가 큰일이나 난듯이 목청을 뽑아댔던것이다.

《데거, 형 보라야―》

그 소리에 가까이에 있던 다른 애들까지도 웬일인가 해서 모여들었다.

광철이는 애들을 향해 떠들썩 소리쳤다.

《얘들아! 형 교복샤쯔 보라, 단추 떨어진거…》

남영이는 얼결에 두손으로 옷섶을 부여잡았다.

했으나 애들은 겨끔내기로 옥작거리기 시작했다.

《저거, 한알도 아니구 두알씩이나 떨어졌어.》

《오빠! 동무하고 쌈했지? 쌈하다 단추 떨궈먹었지?》

《선생님이 쌈하면 나쁜 사람 된다 했어.》

《맞아! 우리 선생님한테 대주자!》

(뭐?… 내가… 내가 쌈했다구?…)

남영이는 얼친 붕어마냥 입만 하 벌렸다. 그러다 애들이 돌개바람에 말려가듯 승벽내기로 선생님한테 달려가는것을 보고서야 후닥닥 담장에서 뛰여내렸다.

쫓기듯 유치원을 벗어나는 남영이의 귀전에 지금껏 잊고있던 목소리가 되살아났다.

《데거, 남영이 녀자된거 보라야―》

오늘 아침 학교운동장에서 자기의 샤쯔단추를 보고 놀려대던 한학급의 경복이.

그런데 이젠 유치원꼬마들까지…

(헹!)

남영이는 분김에 코바람을 세게 내불었다.

(이건 다 형때문이야. 씨, 형이 단추깍쟁이만 부리지 않았어도 이딴 놀림을 안받는건데…)

 

×

 

넓다란 구내길을 사이두고 한켠으로는 생산현장들이, 그 건너켠에는 탁아소와 유치원, 공원, 상점을 비롯한 후생건물들이 그쯘히 들어앉았다.

남영이가 쌕쌕대며 유치원을 벗어나던 그 시각, 공장에 현지지도를 나오신 아버지 김일성대원수님께서 공장상점을 돌아보고계시였다. 새로 꾸린 구내공원 한옆에 보기좋게 서있는 2층건물이였다.

1층은 가정주부들을 위한 부식물매대, 2층은 섬유일용잡화매대, 옷주문매대로 되여있었다.

생산현장에 들리셨다가 이곳에 오신 대원수님께서는 매대 하나하나를 세심히 돌아보시였다.

마지막 주문매대까지 다 보아주신 대원수님의 얼굴에 밝은 미소가 어리시였다.

《이제는 다른 상점에 결코 짝지지 않겠소. 지배인동무! 어떻습니까?》

뒤따르던 지배인어머니가 자랑삼아 말씀드렸다.

《방직공들이 얼마나 기뻐하는지 모릅니다. 이제는 우리 상점을 〈구내백화점〉이라고 부릅니다.》

《〈구내백화점〉이라 한단 말이지.… 정말 일들을 많이 했소.》

《수령님께서 공장에 오실 때마다 하나하나 깨우쳐주신 덕입니다.》

정말이지 공장상점은 대원수님의 사려깊은 은정과 떼여놓고 생각할수 없는 곳이다. 처음에는 자그마한 단층건물에 부식물매대라는 간판을 내걸고있었는데 로동자의 절반이상이 어머니들인 공장의 특성에 맞게 상품의 가지수를 다양하게 늘이도록 가르쳐주시여 오늘은 이렇게 《구내백화점》이라는 호평까지 받게 되였던것이다.

《방직공들이 좋아한다니 됐습니다.》

이렇게 뇌이시는 대원수님의 귀전에 불쑥 정답게 메아리쳐오는 경쾌한 직기소리.

《잘칵 잘칵…》

그 직기사이를 제비처럼 날듯이 오가던 영순직포공의 열정에 넘친 얼굴도 우렷이 안겨왔다.

공장을 여러차례 다녀가시는 과정에 알게 되신 다기대운동의 선구자, 그는 지금 두 아이의 어머니이다. 벌써 상반년계획을 끝내고 년간계획완수에로 치닫고있다.

오늘도 남의 세곱이나 되는 기대를 맡아 긴장한 전투를 벌리고있는 그가 더없이 기특하시여 날렵한 작업솜씨를 한참이나 보아주시고 가정형편과 두 아들애에 대해서도 어버이의 심정으로 물어주시였다.

다심한 그 물으심에 얼굴을 살짝 붉히던 영순직포공, 가책에 젖은 얼굴빛이였다. 큰애와 달리 장난이 심하고 옷차림도 단정치 못하다는 소학교 2학년생 막내아들에 대한 걱정이 슬며시 살아오른때문이였는지.…

《어버이수령님, 여긴 좀전에 들리셨던 매대입니다.》

한 일군의 조심스런 목소리에 대원수님께서는 생각에서 깨여나시였다.

일용잡화매대의 두 판매원처녀가 다시금 다가오시는 대원수님을 향해 정중히 인사를 드렸다.

대원수님께서는 일군들과 두 판매원을 번갈아보시며 소탈하신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구내백화점〉이라고 한다기에 다시 들렸소. 진짜 그렇게 부를만 한가 보자구 말이요. 허허…》

웃으시며 걸음을 옮기시는 그이를 지배인어머니와 일군들은 다소 의아한 심정으로 뒤따랐다.

 

2

 

(아니? 웬 애가 저렇게…)

지배인어머니는 불시에 눈이 휘둥그래졌다.

공원 한가운데 둥그렇게 원형을 이룬 잉어못턱우에 글쎄 한 아이가 납죽 엎드려있는것이 아닌가.

대원수님을 모시고 공장상점에 이어 새로 꾸린 공원을 돌아보던 참이라 지배인어머니는 저으기 당황해서 그쪽으로 가려 했다.

그런데 어느새 띄여보신 대원수님께서 가벼운 손짓으로 그를 만류하시며 자신께서 먼저 그 애곁으로 조용히 다가가시였다.

그 애는 인기척소리를 못 들은양 줄곧 긴장해서 물속만 들여다보고있었다. 까만 머리칼사이에 버드나무잎사귀 하나가 반나마 묻혀있었다.

대원수님께서는 빙그레 웃음을 머금으시고 그 애의 거동을 지켜보시다가 나직이 호기심을 나타내시였다.

《뭘 그리 재미있게 보고있느냐?》

그제서야 소년의 고개가 들리워졌다. 얼굴을 돌리던 소년이 떡 굳어졌다.

한순간이 지나서야 오목눈을 재게 삼박이더니 꿈속에서 깨여나듯 몸을 발딱 일으켰다.

남영이였다. 뜻밖의 행복에 가슴들먹이며 대원수님을 우러르던 남영이는 달아오른 목청을 한껏 터쳤다.

《아버지원수님, 안녕하십니까!》

대원수님께서는 허리굽혀 인사드리는 그 애를 자애로운 시선으로 굽어보시였다.

《허, 오달지게 생겼는걸. 사내답게 씩씩하고… 이름이 뭐냐?》

《김남영입니다.》

《음, 남영이란 말이지. 헌데…》 하시며 대원수님께서는 남영이가 정신없이 들여다보던 잉어못에 눈길을 주시였다. 거울같이 맑은 물속 한가운데 보기 좋게 《숲》을 이룬 풀덤불이 이따금 알릴듯말듯 흐느적거릴뿐 떠다니는 고기는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대원수님의 시선을 따르던 남영이가 제꺽 풀덤불을 가리켜드렸다.

《고기들은 저안에 몽땅 숨어버렸습니다.》

《그래? 왜 다 숨어버렸을가?》

《대장놈이 무슨 신호를 한것 같습니다. 처음 볼 땐 새빨간 금잉어새끼들이 쫙 깔렸댔습니다. 근데 갑자기 약속이나 한것처럼 들어가배겼습니다.》

《고기들이 무엇에 놀랐던게구나. 물속에 돌멩이가 날아들었다던가…》

남영이는 무엇이 찔끔한양 목을 움츠리였다.

《난 그저 요만한 돌망구밖엔…》 하며 얼결에 손가락마디를 내보이였다.

이때 《아니? 네가…》 하는 소리와 함께 한발 앞에 나서는 사람이 있었다.

눈매가 서글서글한 지배인어머니였다.

남영이도 대뜸 알아보았다. 그런데 지배인어머니의 얼굴에는 어째선지 반가움보다도 당황해하는 기색이 더 짙어갔다.

지배인어머니가 가까이 다가와 《너 옷차림이 이게 뭐냐?》 하고 입속말로 나무람을 해서야 남영이는 정신이 펀뜩 들어 황황히 고개를 떨구었다. 안의 런닝그가 휑하니 들여다보이는 앞섶을 두손으로 그러잡는 남영이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싶은 심정이였다.

지배인어머니는 얼른 남영이의 머리에서 나무잎을 털어주고 혁띠우에 삐죽이 내밀린 샤쯔자락을 바로 여며주었다. 그러고나서도 조금 주저하다 대원수님께 영순직포공의 막내아들이라고 알려드렸다.

《그렇소?》

대원수님께서 무척 반가와하시였다.

《내 좀전에 그 동무한테서 막내소리를 들었는데 신통히 제소리를 들은듯이 나타났구만.》

대원수님께서 기뻐하실수록 남영이의 고개는 더 깊이 숙여졌다. 방금전의 씩씩하던 자세는 가뭇없이 사라졌다.

대원수님께서는 앞섶을 쥐고 놓을줄 모르는 그 애의 손을 일별하시며 빙그레 웃으시였다.

그러시다 같이 온 일군들을 즐거운 시선으로 돌아보시며 스스럼없이 말머리를 돌리시였다.

《유치원때 이 애 별명이 뭔지 아오? 〈맵시쟁이〉였소. 동화극에 출연했는데 무대에 나설 때마다 처녀애들보다 더 곱게 화장시켜달라고 떼질써서 선생들을 딱하게 만들군 했지, 허허…》

가벼운 웃음소리가 일렁이였다.

남영이도 얼결에 따라웃으며 멋적은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하면서도 놀람과 행복으로 가슴부풀리였다.

(히야, 그걸 어떻게 다 아실가? 난 유치원축전에서 원수님을 모시고 공연한것뿐인데…)

어머니를 만나주실 때마다 집생활에 대해서도 물어주신다는것을 알고있었다. 그렇지만 한학급애들도 모르는 별명까지 다 알고계실줄이야.

대원수님께서는 남영이의 어깨에 한손을 얹으시며 다정히 말씀을 건네시였다.

《한데 벌써 소학교학생이 되였다지… 가만, 2학년생이라는 말을 들은것 같은데…》

《네, 2학년…》

남영이는 고개를 들지 못한채 말끝을 삼켜버렸다.

《그래 공장에 오면 널 키워준 유치원선생님들을 더러 만나군 하느냐? 만나면 무척 반가와하겠구나.》

《네…》 여전히 주눅든 목소리였다.

하얀 찔레꽃덤불너머 유치원쪽에서 애들의 노래소리가 챙챙히 울려나오기 시작했다.

대원수님께서는 마침이신듯 잠시 귀기울여 들으시다가 살틀히 의향을 물으시였다.

《남영아, 오늘은 우리 함께 유치원에 들려보는게 어떠냐? 나도 그리로 가려던 참인데…》

《?》

남영이의 고개가 반듯이 쳐들리였다.

(원수님께서 나와 함께 가시다니!…)

가슴은 날새라도 품은듯 후둑― 후드득 높뛰였다.

하지만 그것도 한순간이였다. 다시금 귀따갑게 매달리는 꼬마들의 놀림소리…

남영이의 두손이 그만에야 앞섶에서 스르시 미끄러져내렸다.

《원수님, 난… 난…》

그 애의 뒤말을 대신하듯 앞섶에 나란히 드러난 두개의 빈 단추구멍.

남영이는 금시라도 눈물이 내밸듯싶어 눈시울을 재게 삼박이였다.

(형, 이걸 어쩜 좋아. 그까짓 단추가 뭐라구… 깍쟁이 부렸나 말야.…)

부끄럽고 야속한 마음을 누를길 없어 남영이는 대원수님앞에 오늘 아침 사연을 띠염띠염 터놓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자 남영이의 눈에 먼저 띄운것은 아래목에 챙겨놓은 밥상이였다.

(아니? 어머닌 벌써… 이거 야단났구나!)

어제밤 늦도록 어머니를 기다리다 저도 모르는새 꿈나라에 실려갔던 남영이였다.

남영이는 근심이 뽀얘서 아침밥을 먹는둥 마는둥 했다. 오늘따라 우물우물한다고 형이 재우쳐대서야 옷장 한구석에 감춰두었던 교복샤쯔를 꺼냈다.

했으나 선뜻 입지 못하고 책상앞에 주저앉아 가방안의 책을 꺼냈다넣었다 했다.

(오늘은 선생님도 가만두지 않을거야. 몇번 말해야 알겠는가고 막 성을 내실거야.)

하늘색달린옷차림을 한 녀선생의 모습이 눈앞에서 떠나지 않았다.

《단추가 떨어졌군요. 이름이 뭐예요?》

이틀전 아침모임때 새로 학급을 맡은 녀선생이 남영이앞에 이르러 하신 첫 물음이였다.

갸름한 얼굴에 고운 웃음이 어려있었으나 남영이는 부끄러움에 입술만 실룩거렸다. 그런데 어제 아침 선생님앞에서 또 창피를 당했다.

고운 웃음이 어렸던 녀선생의 얼굴이 정색해졌다.

《어머니가 어디 가셨는가요?》

《아닙니다.》

《그럼 어머니한테 보이지 않았나요?》

《까먹고 그만…》

《아침마다 어머니가 몸차림을 봐주지 않는거군요.》

《우리 엄만 바쁩니다. 그래서…》

《어머니가 미처 관심 못하면 학생이 제때에 이야기했어야지.… 단추 한알은 작지만 소홀히 해선 안된다는걸 학생도 잘 알겠지요?자, 래일 다시 보겠어요.》

선생님은 믿겠다는듯 남영이의 어깨를 가볍게 잡았다놓았었다.

일이 안될 때라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단추 한알이 또 떨어져나갔다. 강안도로 한켠의 경사진 뚝우에서 목마타기를 하는 애들을 보자 참지 못하고 교복차림 그대로 뛰여들었던것이다.

《아니 너 엊저녁에 시간표를 갈지 않았댔니?》

교복차림을 한 형이 넥타이를 매다말고 다가왔다.

《시간표를… 틀리게 넣어서 그래.》

어물쩍 둘러대며 형을 올려다보던 남영이의 입에서 대바람 《히야!》하는 감탄이 흘러나왔다.

반들반들 윤이 도는 흰샤쯔의 우유빛단추들이 그 애의 부러움을 자아냈던것이다. 해바라기장식의 혁띠고리가 번쩍이는 바지단에 가리워 이마빡만 살짝 내민 단추를 보자 남영이는 속이 간질거렸다.

(저 단추 한알만 떼달라 할가?)

동생의 마음을 알리 없는 금영이는 흡족해서 넥타이를 매며 한마디 했다.

《형을 부러워만 하지 말구 좀 따라배우란 말이야. 공부하는거랑 옷차림이랑…》

헤 해서 지켜보던 남영이의 오목눈이 다시 버쩍 떠졌다.

한알이 아니라 두알이래도 일없을것 같았다.

자신있게 손을 내밀었다.

《형, 나 단추 두알만!》

《뭐야?》

《두알만 떼달라. 넥타이에 가리운것 하나하구 바지안에 들어간 단추 한알 말이야.》

금영이는 대번에 눈살이 꼿꼿해졌다.

《너 또 단추 떨궜지?》 하고는 동생의 손을 쳐던지며 방바닥의 샤쯔부터 집어들었다.

《흥, 내 이럴줄 알았어. 너야 단추 떨구지 않으면 정상이 아니니까… 근데 어제 밤엔 왜 말 안했어? 형만 속이면 다야?》

남영이는 형의 활촉같은 눈초리에 어물어물 둘러댔다.

《형은 잘… 못 달지 않니. 그래서 엄마한테…》

《뭐야? 밤늦게 들어오시는 어머니한테 이런것까지… 너 아버지의 당부를 벌써 잊었어?》

남영이는 침만 꿀떡 삼켰다. 사실 아버지만 계셨어도 옷 감추는 놀음은 하지 않았을것이다.

어머니의 드바쁜 일손을 도와 집살림과 두 자식의 시중을 군말없이 맡아하시는 아버지였다.

그런데 며칠전 출장을 떠나셨다.

아버지는 집을 나서며 두 아들에게 당부했다. 동생은 형의 말을 잘 듣고 형은 동생을 잘 도와주는것이 년간계획완수의 순회로를 앞장에서 달리는 어머니한테 날개 하나를 더 달아주는것으로 된다고, 아버지는 맏이를 믿는다고 했다.

남영이가 아버지의 당부를 잊을리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형이 아버지처럼 차근차근 타이르고 바로잡아줄대신 쩍하면 큰소리로 호령하고 시켜먹는것이다.

그런 닥달질이 시끄러워 남영이는 형몰래 어머니한테 달아달랠 생각을 했던것이다.

《너의 선생님이 아시니?》

《응.》

《뭐라시던?》

《어머니한테 보였는가고… 그리구 오늘 다시 보겠댔어.》

《야, 뭘 꾸물거리고 섰어? 빨리 바느실!》

금영이는 벽시계를 흘끔 보고나서 부랴부랴 단추통을 꺼냈다. 수지분곽만 한 통안에 단추가 한줌정도되게 들어있었다.

좌르르― 방바닥에 쏟아놓고 찾아보았다. 크기와 모양, 색갈이 저마끔인 그속에 유독 교복샤쯔단추는 한알도 없었다.

금영이는 두루 다시 헤쳐보다가 그중 크기가 비슷한 두알을 골라냈다.

《이거라두 달자.》

《헹, 흰 샤쯔에 빨간 단추? 싫어. 녀자들거야.》

《이게 어디 빨간색이야? 붉은 밤색이지.》

《됐어, 형거 단추 떼달라. 형은 넥타이로 가리면 되잖니?》

금영이는 센치자로 금을 긋듯 딱 잘라맸다.

《안돼! 소년단넥타이가 그런거나 가리우는 위장물인줄 알아? 실 가져와!》

급해맞은 금영이는 바늘에 실을 꿰다말고 얇은 구리줄로 제꺽 두알의 단추를 꿰달았다.

그래도 남영이가 그냥 힝힝대자 금영이는 동생의 어깨를 안타까이 잡아흔들었다.

《너 그럼 단추 안 달고 그냥 갈래? 엄마망신 또 시킬테야?》

《엄마망신》이라는 말에 남영이는 마지못해 입을 다물었다.

금영이는 동생의 옷차림을 거들어주며 달래였다.

《똑같은 단추가 없는걸 어떻게 해. 새 교복을 타입자마자 단추부터 잡아잡순 네가 잘못이지. …열성이라도 보이면 돼. 참, 우리 공부 끝난담에 어머니네 공장에 가보자. 공장상점에 없는것이 없다 했어.》

공장상점에 같이 가보자는 형의 약속에 남영이는 어느 정도 속이 가라앉아 학교길에 올랐다.…

대원수님께서는 남영이의 이야기에 머리를 끄덕이시며 빈 단추구멍을 유심히 보시였다.

《네가 그래서 공장엘 왔었구나.… 헌데 형이 달아주었다는 그 단추는… 떼버린게지?》

《네, 경복이랑 애들이 자꾸 놀려주었습니다. 녀자애들처럼 빨간 단추 달았다구, 녀자애가 됐다구. 그래서…》

남영이는 속눈섭을 슴벅이며 또 고개를 떨구었다. 눈물이 나도록 아쉬웠다. 못 견디게 후회되였다.

이처럼 행복한 날, 가장 뜻깊은 이 순간에 글쎄 세상 한심한 애가 되여 대원수님앞에 나서다니…

 

3

 

바로 그때, 더운 땀을 훔치며 공원으로 들어서는 두사람이 있었다. 하늘색달린옷차림의 남영이네 담임선생과 금영이였다.

대원수님을 뵙게 된 감격과 흥분으로 하여 그들은 처음 남영이를 알아보지 못하였다. 한순간이 지나서야 대원수님뒤에 서있는 그 애를 띄여보고 놀라움에 눈이 둥그래졌다.

남영이도 눈길을 허둥대며 쭈밋쭈밋 선생님앞에 나섰다.

그 모습이 대원수님의 안광에 서늘한 그늘이 비끼게 했다.

《나도 다 들었습니다. 우리 남영이가 단추때문에 학교에서 놀림을 당하고 과외모임에 빠진 사연이랑… 선생님이 애들때문에 정말 수고가 많겠습니다.》

대원수님께서는 발그레 상기된 녀선생의 얼굴을 그윽히 지켜보시며 언제부터 교단에 섰는가고 물으시였다.

《2년전에 대학을 졸업하고 이웃 소학교에서 교원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학교를 옮겨 며칠전부터 남영이네를 담임하게 되였습니다.》

《허, 그러니 우리 남영이가 선생님의 눈에 처음부터 바로들지 못하게 되였구만.》

만나자바람에 터놓고 말은 못하고 서로 온곱지 않은 눈길을 주고받던 두 형제는 대원수님의 그 말씀에 동시에 얼굴들을 붉히였다.

녀선생도 연연한 목소리에 자책을 담으며 고개를 소곳했다.

《첫날부터 제가 애들에게 좀 더 진정을 기울였더라면… 오늘에야 전 남영이의 어머니에 대해 알게 되였습니다. 그리고 바쁜 어머니를 도와 이 애들이 서로 위해주며 웬간한 일은 저들끼리 해나간다는것도 금영이를 통해 알았습니다.》

남영이가 과외모임에 빠진 사실을 뒤늦게야 알게 된 그는 4학년에 있는 형 금영이를 만났었다. 그리고 그길로 금영이와 함께 집에 들렸다가 남영이의 쪽지편지를 보고 공장으로 찾아오던 길이였다.

대원수님께서는 쪽지편지소리에 호기심을 나타내시였다.

《쪽지편지에 뭐라고 썼게?》

금영이는 멋적은 눈빛으로 동생을 슬쩍 곁눈질하고나서 입을 열었다.

《〈동생을 망신시킨 깍쟁이형! 다신 같이 안다닐래. 나 혼자 공장상점에 갈테다!〉 이렇게 썼습니다.》

《하하…》

대원수님께서는 소리내여 웃으시며 일군들을 돌아보시였다.

《작아도 고추알이라고 우리 남영이가 보통이 아닌걸. 형한테 깍쟁이라는 감투를 씌우고 나중엔 결별편지까지 써놓고…》

화기로운 웃음속에 남영이는 그제서야 조금 활기를 되찾은듯싶었다. 얼굴이 불깃해가지고 형을 향해 장한듯이 입을 삐죽 해보였다.

그러는 남영이를 재미있게 굽어보시는 대원수님의 귀전에 그 애 어머니의 말이 다시금 상기되시였다.

《…〈맵시쟁이〉가 지금은 정 반대로 변했습니다. 어찌나 장난이 심하고 잠시도 가만 못 있는지… 유치원때 다람이역을 해서 그렇게 다람이 한가지라는 말도 듣군 합니다.》

오죽 안타까왔으면 그런 소리를 다 했을가?

은연중 가슴이 쩌릿해나시였다.

아이라면 누구나 한때 있기마련인 장난꾸러기시절, 이 시절에는 놀음에 온 정신이 팔려 옷이 째지고 무르팍이 벗겨지는줄도 모르고 뛰여다닌다.

그래서 사람들은 어릴적 추억을 더듬을 때면 저녁밥을 먹자고 아이들을 불러들이던 어머니의 정깊은 목소리와 먼지오른 몸을 시원히 씻어주던 살틀하고 다심한 그 손길을 먼저 떠올리군 하는것이 아닌가.

잠시 생각에 잠겨계시는 대원수님을 송구한 마음으로 우러르던 녀선생이 나직이 아뢰였다.

《제가 이제 곧 이 애들과 함께 공장상점에도 들려보고 시내상점들에도 나가보겠습니다.

그래서 이 애들이 단추때문에 마음쓰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그래야지. 헌데 공장상점에 이 애들의 교복단추가 있을가?》

대원수님께서는 빙그레 웃으시며 지배인어머니쪽을 넌지시 바라보시였다.

지배인어머니는 선뜻 입을 열지 못했다. 단추매대가 있긴 하지만 애들의 단추도 갖춰져있었던지…

아까 남영이의 입에서 공장상점소리가 나올 때부터 은근히 마음을 써오던 지배인어머니였다.

혹시 교복단추때문에 대원수님께서 2층잡화매대를 다시 돌아보신것은 아닐가 하고… 그러나 그것은 남영이를 만나기 전의 일이였다.

대원수님께서는 지배인어머니의 마음을 눙쳐주시듯 부드럽게 말씀을 이으시였다.

《애들에게 새 교복을 내준지 얼마 안되다보니 교복단추가 상점마다 다 있진 못할게요.…》하시고는 함께 오신 한 일군을 곁으로 부르시였다. 그에게 몇마디 이르시여 급히 큰정문쪽으로 보내시고나서 녀선생에게 학급인원이 몇이나 되는가고 물으시였다.

30명이 된다는 그의 대답에 대원수님께서는 처녀의 몸으로 장난세찬 남자애들을 맡아보기가 참 조련치 않겠다고 걱정해주시였다.

녀선생은 단추가 떨어져나가고 옷이 해지도록 장난쓰는 애들을 볼 때마다 안타까와 꾸중을 하고 모임에서 비판도 하고 그래도 채심 못하면 가정방문을 하기도 했다고 사실대로 말씀드렸다.

《그러면 애들이 좀 나아집니까?》

《얼마간 일없다가 다시 도루메기가 되는 애들이 더러 있습니다.》

《음, 그럴게요.… 같은 장난을 해도 별나게 단추를 잘 떨궈먹는 애들이 간혹 있더구만.》

그 말씀에 남영이는 속이 뜨끔한듯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형인 금영이가 동생의 심정은 아랑곳없이 중뿔나게 나서는게 아닌가.

《원수님, 우리 남영인 그런 애들중에서도 제일 1등… 아야―》

금영이는 동생에게 손등을 꼬집히고나서야 머쓱해서 입을 다물었다.

대원수님께서는 밤알 문 가을다람쥐마냥 볼이 부어 제 형에게 눈을 찔 흘기는 남영이를 인자하신 눈길로 굽어보시였다.

《허허… 형도 안타까와서 하는 소릴게다. 봐라, 자그마한 단추때문에 남영이가 오늘 얼마나 큰일을 당했냐. 학급애들과 유치원애들의 놀림을 받아… 또 과외활동에도 참가 못해…》

대원수님의 목소리는 부드럽게 울렸으나 남영이는 온몸에 모닥불을 뒤집어쓴듯 했다.

(정말 난 오늘 뭐가 됐담. 원수님께 걱정만 드린 아이… 에이, 내 옷 단추들은 왜 다 그 모양일가? 난 왜 놀음놀이만 보면 참지 못할가?)

방금전에 차있는 곳으로 보냈던 일군이 돌아왔다. 그의 손에 학습장크기의 하얀 종이봉투가 들려있었다.

그것을 받아드시는 대원수님의 얼굴에 느슨한 웃음발이 어리시였다.

《어디 맞춰봐라. 여기에 무엇이 들어있을가?》하시며 그이께서 남영이네를 향해 봉투를 내보이시였다.

남영이는 발그레한 기운을 가시며 얼굴에 호기심을 나타냈다.

(무얼가? 무슨 보물이여서 원수님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실가?)

대원수님께서 천천히 봉투에서 책뚜껑같은 마분지를 꺼내드시였다.

순간 남영이네 형제는 약속이나 한듯 환성을 터쳤다.

《히야, 단추!》

크고작은 여러가지 단추들이 마분지에 간격맞춰 주런이 붙어있었다.

《봐라, 여기에 남영이 교복단추도 있을게다.》하시며 대원수님께서 남영이에게 마분지를 넘겨주시였다.

남영이와 금영이는 어려움도 잊고 이마를 맞대다싶이 한채 마분지의 단추들을 들여다보았다.

남영이가 먼저 환성을 올리며 대원수님께 두번째줄 단추를 가리켜드렸다.

《있습니다, 원수님! 여기 두번째줄 단추들이 내 교복단춥니다.》

금영이도 기쁨에 넘쳐 《선생님!》하고 뒤를 돌아보았다.

애들곁에 다가와 함께 단추들을 들여다보는 녀선생의 얼굴에 깊은 감동이 물결쳤다. 하면서도 눈길에 의연 희한함과 놀라움을 가득 비껴담았다.

(어떤 사연이 깃든 단추이기에 현지지도의 길에도 가지고 다니실가?)

대원수님께서 사랑담아 애들을 재촉하시였다.

《얘들아, 어서 단추를 달아야지. 잘못은 빨리 고칠수록 좋은 법이야.》

두 애는 고마움을 이기지 못해 다시금 대원수님을 부르며 그이의 량팔에 마구 매달렸다.

 

×

 

녀선생이 애들과 함께 버드나무그늘밑의 긴의자에 가앉아 단추를 다는 동안 대원수님께서는 공원을 마저 돌아보시였다.

원래 여기는 버드나무 몇그루만 듬성듬성 서있던 한적한 곳이였다.

그런데 대원수님께서 이왕이면 시내공원 못지 않게 잘 꾸려놓는것이 좋겠다는 말씀이 계시여 몇달새에 새 공원이 생겨나게 되였던것이다.

금강산의 기묘한 《선녀바위》를 형상한 바위터며 꿩사, 씨름터, 각종 오락장들…

공원을 돌아보신 대원수님께서는 못내 만족해하시였다.

《이렇게 해놓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하루일을 끝낸 방직공들이 여기서 기분좋게 휴식을 하고 유치원애들도 이 넓은데 나와 체육이랑 오락을 할수 있으니 말이요.》

지배인어머니가 이번 국제아동절체육오락경기를 여기서 진행했다고 말씀드렸다.

《애들이 기뻐했겠구만.》

《네, 낮은반, 높은반 애들의 경기를 동시에 했는데 시간도 단축되고 또 구경하는 사람들도 많아 애들의 기분이 여간 아니였습니다.》

《어머니들만 아니라 숱한 로동자들까지 구경와서 응원해주는데 왜 사기가 나하지 않겠소. 이젠 마음이 놓입니다. 유치원마당이 좀 작은감이 들어 언제부터 걱정이였는데…》

후련하게 울리는 대원수님의 말씀이였다.

지배인어머니는 불시에 코허리가 찡해왔다. 오랜 기간 공장의 책임일군으로 일해오지만 언제한번 유치원마당이 작다고 생각해본적 있었던가.…

《아버지원수님!》

두 애의 합창소리에 대원수님께서는 몸을 돌리시였다.

가슴을 쭉 펴고 선 애들의 모습이 그이의 안광에 사랑스럽게 안겨들었다. 꼭 여민 남영이의 흰 샤쯔에서 단추알들이 하나같이 해빛에 반짝거렸다. 남영이는 언제 주눅이 들었더냐싶게 입을 벙싯거리고섰다.

대원수님께서 주신 단추를 달고 단정한 차림으로 나선 자기가 더없이 자랑스럽고 행복스러운 모양이였다.…

대원수님께서 따뜻이 이르시였다.

《남영아, 단추는 작다. 하지만 매우 중요한거다. 어려서부터 단추를 꼭꼭 채우고 옷차림을 단정히 하고다녀야 마음도 정신도 바르게 자라고 훌륭한 사람이 될수 있는거란다.》

《원수님, 이제부턴 장난질도 안하고 옷차림에서도 항상 모범이 되겠습니다.》

기운찬 그 애의 대답에 대원수님께서는 녀선생에게 눈을 끔쩍해보이시였다.

《허, 옷차림을 잘하겠다는 결심은 믿어지는데 놀음을 그만두겠다는 소리엔 믿음이 안 가는걸, 어떻소?…》

녀선생이 입을 가리며 살풋이 웃음을 머금었다.

그러자 금영이도 동생편역을 들어나섰다.

《진짭니다. 남영인 다신 단추 잡아먹는 놀음을 안하겠다고 했습니다.》

대원수님께서는 기특하신듯 두 아이들의 어깨를 량옆에 나란히 껴안으시였다.

《어쨌든 기쁘구나. 그러나 처음 만났을 땐 마음이 좋지 않았다. 글쎄 미래의 사내대장부가 단추 두알때문에 유치원꼬마들한테 〈싸움군〉이란 놀림까지 받다니… 어깨를 쭉 펴고 누구보다 긍지롭게 자라야 할 남영이가 주눅이 들어 고개도 못 들고 섰는데 내 마음이 편할수가 있겠니.》

대원수님의 나직한 음성이 녀선생과 주위에 둘러선 일군들의 가슴을 절절히 파고들었다.

《이 애뿐이 아니요. 이따금 차를 타고 거리를 지나거나 농촌에 나가면 애들의 옷차림에 절로 마음이 씌워지군 했소. 반갑다고 인사를 하는 아이들속에 옷단추가 떨어진 애들이 더러 있더란 말이요.… 그게 마음에 걸려 새교복전시회때 단추견본품을 보면서 좀 건사해두라고 했댔는데 마침 오늘 남영이를 위해 요긴하게 쓰게 됐구만.》

《원수님!》

남영이와 금영이는 뜨거움이 가득 고인 눈길로 대원수님을 우러렀다.

녀선생도 감격과 흥분으로 높뛰는 가슴우에 단추봉투를 정히 품안았다.

우리 아이들의 떨어진 옷단추가 얼마나 마음에 걸렸으면 견본으로 올라온 단추마저도 스치지 않으시고 이렇게 중히 건사해두셨을가.

대원수님께서는 정찬 음성으로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허, 장난질이 없으면 아이가 아니지.… 그래서 우리 어머니들은 예로부터 아이들의 장난을 탓하고 때로 매를 들면서도 밤새워 무명을 짜고 옷을 짓군 했소. 그때에는 자식에 대한 어머니들의 사랑과 의무가 그게 전부였지.

… 그러나 오늘날 우리 어머니들의 사랑은 제 낳은 자식을 단순히 자식만으로가 아니라 조국의 미래로 키워간다는 높은 사회적자각과 의무감을 지닌것으로 하여 더욱더 열렬하고 뜨겁고 거대한것이 아니겠습니까.… 이 애들의 어머니가 공장에서 혁신의 맨앞장에 선것도 그래서입니다. 래일의 주인공들인 남영이에게 보다 더 많은것을, 더 아름다운것을 안겨주기 위해서… 얼마나 훌륭한 어머니요! 그런 어머니를 이 애들은 또 얼마나 자랑스레 여기고있소.》

대원수님께서는 말씀을 끊으시고 잠시 생각에 잠기시였다.

혁신자어머니를 위하는 애들의 마음, 이것은 벌써 훌륭한것에 대한 긍정이며 지향이다. 만약 이것을 보지 못하고 장난질한 측면만 보고 탓한다면 남영이는 오늘보다 더 주눅이 들어할것이다.

더 큰 잘못을 저지를수 있다. 나무에 비하면 병든 나무다. 어릴 때 병든 나무는 다 자라도 그 피해를 가시지 못하는 법이다.

대원수님께서는 두 아이의 어깨를 다시금 힘주어 잡으시며 숭엄한 격정속에 서있는 일군들을 둘러보시였다.

《미래… 우리의 미래라는 의미에서 볼 때 우리는 아이들을 키우는데서 결코 한 어머니의 사랑만으로 만족할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 애들의 어깨에 우리 조국의 래일이 얹혀져있기때문입니다. 때문에 우리는 래일의 주인공들을 어려서부터 가장 씩씩하고 대바르게, 억세게 키워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큰일 작은일을 가리지 말아야 합니다. 네일내일을 가리지 말아야 합니다. 미래를 키우는데서는 누구나가 어머니가 되여야 합니다.》

솨― 한줄금의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꽃향기가 진동하고 무수한 나무잎들이 마냥 설레였다.

녀선생은 세찬 마음속 흥분을 걷잡지 못하며 앞에 나섰다.

《저도 교원이기 전에 어머니가 되여 수령님의 높은 뜻을 받들어나가겠습니다.》

《고맙소! 동무가 내 마음을 알아주는구만.… 30명 애들을 맡아 키운다는것이 헐치 않을게요. 그 벌찬 애들을 말로만 타일러서는 안되오. 또 단추 한알때문에 늘 따라다니며 꾸중할수도 없는 일이고… 그래서 내 이런 생각을 해봤소. 도시의 큰 경공업공장들에 단추를 전문으로 하는 단추직장을 내오면 아이들의 교복단추를 비롯해서 부족한 단추들을 갖가지로 더 많이 생산할수 있지 않겠느냐고… 그리고 학교에서는 담임교원이나 소년단지도원선생들이 단추주머니를 만들어가지고있다가 제때제때 달아주면 좋지 않겠는가고 말이요. 그럼 아이들은 항상 옷차림이 단정하니 좋아, 또 선생들은 학생들이 어머니처럼 따라서 좋아… 어떻습니까? 그러면 온 나라가 어머니가 되는셈이 아니겠소!》

한량없는 어버이의 그 은정에 녀선생은 끝끝내 격정의 눈물을 보이고야말았다.

온 나라가 어머니! 미래를 키우는 일에 온 나라가 어머니되자!

그래서였다. 미래를 위한 일이여서 태양과도 같은 저 품에 작은 단추 한알이 그토록 크게, 그토록 소중히 자리잡은것 아니였던가.

지배인어머니도 격동된 심정을 목소리에 담았다.

《수령님, 저희들도 잘 알았습니다. 공장상점의 잡화매대에 아이들 단추도 갖춰놓겠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절실한 필수용품도 갖가지로 차려놓겠습니다.》

《그렇지, 바로 그거요. 이 공장의 상점은 가정의 주부이며 아이들의 어머니들을 위한 상점이 되여야 하오. 그래야 〈구내백화점〉이라고 자랑할수 있는거지.》

대원수님께서는 한시름 놓이시는듯 즐거우신 시선으로 동음소리가 간간이 들려오는 현장쪽을 바라보시였다.

《그렇게 되면 이 애들의 어머니가 한결 마음이 놓여할게요!》

사랑의 해빛이 끝없이 쏟아지는 순간이였다.

남영이는 형의 손을 땀이 나도록 꼭 잡았다.

가슴은 행복으로 터질듯 부풀었다.

(야, 모두가 우리들의 어머니란 말이지. 학교선생님도 지배인어머니도 그리고 간부선생님도…)

하지만 이 세상 모든 어머니들의 사랑을 합치고 합친대도 대원수님의 크나큰 사랑의 품을 따르지 못한다는것을 애들은 심장으로 느끼고있었다. 바로 이 세상 가장 뜨겁고 영원한 해님의 품에 자기들이 안겨 자란다는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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