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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아동문학》 주체97(2008)년 제9호에 실린 글
◇우화묶음◇
문 영 철
1. 하루도 못산 하루살이
하루살이가 세상에 태여났습니다. 하루살이는 생의 기쁨에 한껏 들떠 사방을 둘러보았습니다. 하늘은 높고 땅은 넓었습니다. (야, 실컷 춤춰볼 때가 왔구나.) 희망에 부푼 가슴을 열어젖히고 하루살이가 막 하늘공중으로 날아오르려 할 때였습니다. 멀지 않은 곳에서 《영차, 영차―》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것은 개미들의 목소리였습니다.
하루살이의 물음에 개미들은 친절하게 대답해주었습니다. 《하루살이아가씨군요. 우리들은 지금 집을 짓고있는중이라오. 하루살이아가씨는 집을 짓지 않으시나요?》 《집이요?!》 하루살이는 가볍게 웃고나서 고개를 저었습니다. 《하루살이인 내가 집은 해서 뭘하겠나요?》 《그래도 집은 있어야 한다오.》 여러 개미들의 충고에 하루살이는 풀잎들로 얼기설기 대충 방 같은것을 꾸려놓았습니다. 그것을 본 개미들이 다시 충고를 주었습니다. 《그렇게 날림식으로 집을 짓는 법이 어디 있소?》 《괜찮아요. 제가 이 집에서 백년을 살겠나요? 하루나 살 집인데…》 이렇게 말한 하루살이는 하늘공중 날아올라 춤을 추었습니다. (야, 정말 좋구나. 이렇게 좋은것을 하마트면 집짓는데 시간을 다 바칠번 했군.) 가로세로 솟구쳤다내리꽂혔다 하며 춤을 추던 하루살이는 선뜩한 바람결에 깜짝 놀랐습니다. 갑자기 서켠하늘에서 시꺼먼 먹장구름들이 뭉게뭉게 밀려오는것이였습니다. 후두둑 후두둑… 어느덧 비방울들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모두들 자기 집으로 찾아들어갔습니다. (참, 개미들의 말대로 집을 짓길 잘했군.) 부리나케 자기가 지은 《집》으로 날아든 하루살이는 밖을 내다보았습니다. 솨― 어느덧 비줄기가 창살처럼 굵어지더니 세찬 바람까지 몰아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너펄너펄거리던 하루살이네 《집》이 조금 있더니 흔들흔들거리고 마침내는 화르르― 흩어지고말았습니다. 《앗.》 하루살이는 그만 《집》을 잃고 흙탕물에 휘말려 떠내려가게 되였습니다. (아, 내가 개미들이 주는 충고를 들었더라면…) 하루살이는 깐지지 못한 제 일솜씨로 하여 자기의 짧은 한생이 더 짧아졌음을 그제야 통절히 깨달았습니다.
2.《외상》먹은 하루살이
하루살이와 풋잠자리가 기분좋게 날아예고있었습니다. 한참 날고나니 목이 말랐습니다. 사방을 살폈지만 물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야, 이거 목구멍에서 불이 일겠구나.》 하루살이가 마른 침을 삼키자 풋잠자리는 말했습니다. 《우리가 힘을 합쳐 샘구멍을 파자.》 《샘구멍을?》 하루살이는 입을 삐죽 내밀었습니다. 《우리같이 약한 몸으로 어떻게 샘구멍을 판다고 그래? 차라리 어디 가서 얻어먹는게 낫지.》 이렇게 말한 하루살이가 타는 목을 움켜쥐고 어느 풀덩굴옆을 지날 때였습니다. 《얘야, 왜 그러느냐?》
《목이 말라 그래요. 물이 좀 없는가요?》 하루살이의 청에 왕거미는 제꺽 대답했습니다. 《있지. 난〈차집〉주인이란다. 자, 봐라. 내 거미줄에 맺힌 저 이슬방울들을 따 마시면 목구멍이 단숨에 열린단다.》 《그래요?》 기뻐하던 하루살이는 갑자기 난처한 기색을 지었습니다. 《저… 그런데… 돈이 한푼도 없어서…》 《그럼 외상으로 마시렴. 값은 후에 물기로 하고…》 《외상으로요?》 왕거미의 《선심》에 하루살이는 속으로 환성을 올렸습니다. (그까짓, 나야 래일이면 세상에 없을 몸인데 외상에 무얼 주저한담. 마시고볼판이지.) 하루살이는 정신없이 이슬방울들을 빨아먹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지켜보고있던 왕거미가 거미줄을 세게 흔들었습니다. 순간 거미줄에 맺혀있던 물방울들이 튕겨오르며 하루살이의 온몸을 홈빡 적셔놓았습니다. (어마나.) 하루살이는 그만 날개가 젖어 더는 하늘공중 날아오르지 못하고 거미줄에 걸리고말았습니다. 《히히, 그래 물을 실컷 마셨나? 목욕까지 하고… 그럼 이젠 〈외상〉값을 물어야지.》 왕거미는 이렇게 씨벌이며 하루살이한테 덤벼들었습니다. 《아, 일하기 싫어 남의 〈덕〉만 바라다가는 얼마 살지도 못할 짧은 한생마저 바로 못다 산다는걸 난 왜 몰랐을가?》 하루살이는 거미줄에 묶이워 몸부림을 쳤지만 그것은 이미 《외상》먹은 물값으로 자기몸을 바친 뒤였습니다.
3. 하루살이가 남긴 《유언》
하루살이가 온갖 꽃이 만발한 꽃밭우를 날아가고있었습니다. 《야, 꽃들이 정말 아름답구나.》 《꽃향기에 막 취할것 같애.》 하루살이가 연방 감탄하는데 꽃밭을 가꾸던 나비가 말을 하였습니다. 《너도 꽃밭을 가꾸렴.》 《내가?》 하루살이는 그 말에 몹시 놀라와했습니다. 《자신없니? 하지만 누구나 배우면 꽃을 가꿀수 있어.》
하지만 하루살이는 그 책을 받지 않았습니다. 《아니, 내가 얼마나 살겠다고 이런것까지 읽겠니. 난 그저 이렇게 꽃구경이나 하며 향기를 맡는게 제일 좋아.》 그러자 꿀을 뜨러 왔던 꿀벌이 한마디 끼였습니다. 《그것도 꽃에 대해 알아야 할수 있는거야.》 《헹, 제 눈이 있고 코가 있으면 누구나 꽃을 구경하고 향기를 맡을수 있는것이지. 별 싱거운 소릴 다…》 하루살이는 이렇게 내뱉고나서 기분이 잡친듯 다른 꽃밭으로 날아갔습니다. 《별것들이 다 훈시질을 하네.》 볼이 잔뜩 부어 다른 꽃밭으로 멀찍이 날아간 하루살이는 날개도 쉴겸 어느 한 꽃우에 훌쩍 내려앉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하루살이가 내려앉은 꽃이 하루살이를 덥석 움켜쥐는것이였습니다. 그것은 곤충들을 잡아먹는 끈끈이주걱이라는 꽃이였습니다. (세상에 이런 꽃도 있담.) 기겁한 하루살이는 목청껏 소리쳤습니다. 《살려주세요, 날 살려주세요.》 하지만 하루살이의 목소리를 듣기엔 나비와 꿀벌이 너무 멀리 있었습니다. 하루살이는 그제야 나비가 주던 《꽃상식》책을 받아 읽지 않은것을 후회했습니다. 《아, 배워야 한다. 하루를 살건 한시간을 살건 누구나 착실히 배워야 이런 비참한 운명에 빠지지 않아.》 이 말은 하루살이가 남긴 《유언》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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