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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아동문학》 주체97(2008)년 제9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장 의 복
철의 도시의 하루는 시작부터 장쾌했습니다. 한아름되는 나팔통을 네개씩이나 올려놓고 거리를 누비는 방송차소리에 잠자던 거리는 눈을 번쩍 떴습니다. 콜콜 단잠에 들었던 예경이도 그 소리에 두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는 잠기섞인 목소리로 부엌에서 아침밥을 짓고있는 어머니에게 물었어요. 《아버진 안 들어오셨나요?》 어머니가 미처 대답하기 전에 세면장에서 아버지의 우렁우렁한 목소리가 울려나왔습니다. 《아버진 여기 있다.》 순간 예경의 두눈이 반짝 빛났습니다. 그는 수건으로 얼굴을 문지르며 나오는 아버지에게 담쑥 안겼습니다. 《방송차가 우리 예경이 늦잠버릇을 뚝 떼주었구나, 하하.》 《아니예요. 나 혼자 깨여났는데요 뭐.》 예경인 어리광부리듯 몸을 흔들어댔습니다. 《어이쿠, 무겁다. 그만해라.》 아버지가 바쁜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예경이도 부엌에서 일하던 어머니도 호호 웃었습니다. 예경이는 해볕에 타서 검실검실한 아버지의 얼굴을 쳐다보았습니다. 사실 엊저녁부터 그는 아버질 몹시 기다렸어요. 무엇때문인가구요. 예경인 선생님에게서 아주 중요한 숙제를 받았거던요. 특별숙제를 말이예요. …어제 도화공작시간이였어요. 크고 시원한 두눈에 웃음을 담고 선생님이 전시간에 내준 숙제를 검열하기 시작했습니다. 소곤대는 소리, 킥킥 웃는 소리로 하여 교실안은 술렁거렸어요. 책상안에 옹크리고있던 수수대《꼬끼요》들이 까만 책상우에 홀깍홀깍 뛰여오른것입니다. 예경이도 《수닭》을 올려놓았습니다. 교실안이라는것도 잊고 금시 《꼬끼요―》하고 우렁차게 울어댈것 같이 아주 멋진 《수닭》이였습니다. 아무리 둘러봐야 이렇게 깜찍하고 신통하게 만든것은 없었어요. 곁에 앉은 송미가 어느새 보고 손벽을 마주쳤습니다. 《야, 예경이건 진짜 꼬끼요같애.》 그 소리에 앞에 앉아있던 애들이 머리를 돌렸습니다. 모두 눈이 둥그래지며 환성을 질렀어요. 수철이란 애는 《수닭》을 만져보려고 손까지 내뻗치는것이였어요. 예경인 얼른 팔굽《담》을 쌓았어요. 《수닭》은 아주 기세있게 《울담》밖을 내다보며 서있었어요. 어느덧 선생님은 수철이가 만든것도 보시고 송미가 만든것도 보신 다음 예경이의 《꼬끼요》를 집어드셨습니다. 예경의 가슴엔 기쁨이 찰랑 고이기 시작했어요. 이제 선생님은 자기의 《꼬끼요》를 교탁에 가져가서 동무들앞에서 자랑할것입니다. 숙제를 제일 잘해왔다고 박수도 쳐주실것입니다. 집에 가면 아버지와 어머닌 또 얼마나 기뻐할가요. 그런데 왜서인지 선생님은 아무 말씀도 없이 《꼬끼요》를 이리저리 살펴보기만 하셨어요. 송미에게는 선뜻 4점을 주시더니 웬일일가요. 《꼬끼요》를 손에 든채 선생님은 예경이의 머루알같이 까만눈을 들여다보셨습니다. 곱게 생긴 두눈으로 웃음지으시며 말씀하셨어요. 《참, 잘 만들었군요. 그런데 이걸 정말 예경이가 만들었나요?》 《네?!》 예경이는 고개를 쳐들었습니다. 선생님을 마주보던 눈길은 차츰 아래로 미끄러져내려갔습니다. 《아버지가…》 그는 손으로 괜히 귀방울만 만졌습니다. 《그랬군요. 제손으로 만들어올걸 그랬어요.》 《…》 예경인 앵두알처럼 도톰한 아래입술을 쏙 빨아물었어요. 사실 처음엔 제손으로 만들어보았어요. 그런데 참… 아무리 멋있게 하려고 해도 그림책에서 나오는 《치마두른 괴물》같이 되는 바람에 쓰레기통에 구겨박고말았어요. 예경인 저녁에 집에 돌아온 아버지에게 졸랐어요. 아버진 수수대로 순식간에 《꼬끼요》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는 그걸 찬찬히 보며 다시 만들어보라고 예경에게 말했어요. 다시 만들어봤지만 잘되지 않았어요. 아버지가 만든것보다 훨씬 못했어요. 그래서 학교에 올 때 그걸 훌 들고 온거예요. 예경이의 어깨를 조용히 다독여주던 선생님은 《꼬끼요》를 그의 손에 쥐여주더니 나직한 목소리로 물으셨습니다. 《예경인 아버지가 다니는 공장엘 가본적 있나요?》 《네.》 예경인 얼른 대답했어요. 유치원때 송미와 손목잡고 함께 간적이 있었거던요. 그러나 그후엔 별로 가보지 못하였습니다. 하긴 코흘릴 때나 아버지뒤를 쫓아다니지 학생이 돼서두 그렇게 하겠나요. 그런데 그건 왜 물어보셨을가요. 《공장에서 아버지네들이 뭘 만드는지 알아요?》 《그건…》 아마 기중기일것입니다. 어떤 땐 설계도면 같은것을 가지고 들어오군 하셨는데 그게 기중기그림이였거던요. 언젠가 바다가에서 아버지들이 모여 야유회를 한적이 있었는데 거기서 기중기를 본적이 있었습니다. 굴러다니는 나무막대기로 기중기모형을 만들고 서로 옥신각신했는데 예경인 어른들이 다투는걸 처음 보았습니다. 그러구보니 명절도 아닌데 훈장이랑 달고 기중기시운전을 하는 날이라며 어뜩새벽에 공장에 나가던 아버지의 모습이 눈에 삼삼했어요. 《선생님, 아버지네 공장에서 기중길 만들었을겁니다.》 예경이는 자신있게 말했습니다. 《옳아요. 참 잘 아는구만요. 선생님이 특별숙젤 하나 내주겠어요.》 (특별숙제?!) 두눈에 의문을 가득 담은채 예경인 선생님을 바라보았습니다. 《다음시간엔 수수대로 기중길 한번 멋있게 만들어오세요. 아버지네 공장 기중길 보고 말이예요.》 《수수대기중기를 말입니까?》 《그래요. 예경의 수수대공작점수는 그때 매겨주겠어요.… 그래 할수 있나요?》 《예.》 예경이는 아주 으쓱해서 대답했습니다. 그는 특별숙제란 말이 마음에 쏙 들었어요. 그건 누구에게나 골고루 차례지는게 아니거던요. 그리고 《꼬끼요》같은건 대비도 못할 멋진것이였어요. 선생님이 다음책상으로 넘어가자 송미가 예경의 팔굽을 툭 건드렸습니다. 《넌 몇점이래?》 《난 특별숙제 받았거던.》 예경이는 뻐기듯 하얀 조개턱을 쳐들었습니다.… 머리를 끄덕이며 예경의 이야기를 마감까지 듣고나신 아버지는 빙그레 웃으셨습니다. 《그럼 기중기구경부터 해야지. 한번 공장에 오려무나.》 《야, 좋네. 난 기중기두 타볼래요. 예?》 예경이는 아버지손목을 잡은채 콩콩 뛰였습니다. 아버지가 일하는 공장에 간다는게 얼마나 기쁜 일인지 몰랐어요. 그전엔 때없이 자주 가서 나무람하던 아버지가 오늘은 선뜻 응하셨으니 이보다 더 기쁜게 어디 있겠나요. 예경의 마음은 불면 포르르― 날아가는 새털마냥 동동 떠오르기만 했습니다. 《유치원때처럼 가서 철없이 놀지 말아. 알겠니?》하는 어머니의 꾸지람도 사뭇 기분좋게만 들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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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경이는 숨소리마저 죽이고 대형속보판에 씌워진 글을 한자한자 읽어보았습니다. 《공화국창건 60돐에 드릴 더 큰 선물을 마련하기 위해 조립반장 김철민동무는 수평팔기중기의 가동률을 한계단 더 높이기 위한 새로운 기술혁신안을 창안!》 아버지이름앞에서 예경인 기뻐 어쩔바를 몰라했습니다. 그는 주위를 빙― 둘러보았어요. 혹시 공장구내에 아는 애라도 있으면 자랑하고싶었던거예요. 낯모를 애라도 눈에 띄우면 손목을 잡고와서 《이게 바로 우리 아버지야!》하며 뻐기고싶었습니다. 그러나 애들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작업복을 입은 어른들만 분주히 오갈뿐이였습니다. 예경이는 외태머리를 팔랑거리며 기중기가 서있는쪽으로 외발뜀해갔어요. 파아란 하늘가에 동동 떠있는 구름송이에 홀짝 뛰여올라가고싶은 심정이였습니다. 코노래까지 흥흥거리며 걸어가던 예경이는 그 자리에 오똑 멈춰섰습니다. 《아버지―》 기중기곁에 무선전화기를 손에 든 아버지가 눈에 띄우자 그는 거기로 막 달려갔습니다. 《용케 찾아왔구나.》 아버지는 예경이를 담쑥 안아주며 말했어요. 《혼자 올만 하더냐?》 《기중기를 쳐다보며 왔어요.》 《방위판정을 아주 잘했구나. 예경이가 괜찮아, 응, 허허.》 아버지는 예경이를 내려놓으며 웃었어요. 《아버지, 비밀.》 예경이는 눈을 재롱스럽게 굴리며 아버지를 빤히 쳐다보았습니다. 《비밀?》 아버지는 예경이쪽으로 허리를 굽히셨어요. 《5점 맞았냐?》 《그게 뭐 비밀이나요.》 《그럼, 엄마가 맛있는걸 사왔던?》 《아니―》 예경이는 고개를 살래살래 저으며 몸을 틀었습니다. 그러다가 아버지의 귀에 대고 속살거렸습니다. 《아버지이름이 속보에 났어요.》 《뭐어? 하하.》 아버지는 웃몸을 제끼고 호탕하게 웃으셨어요. 《정말이예요. 이만큼 크게…》 예경이는 두팔을 힘껏 펼쳐보였습니다. 그러다가 《야―》하고 환성을 질렀습니다. 우뚝 서있는 기중기가 눈동자에 비껴온것입니다. 가까이에서 보니 정말 우람차고 멋지게 생긴 기중기였습니다. 얼마나 높은지 기중기 꼭대기에서 하얀 구름송이들이 숨박곡질을 하고있었어요. 신호공아저씨의 기발신호에 따라 기중기는 아주 육중한 기계도 《손》으로 닁큼 든채 빙― 돌기도 하고 또 요술사처럼 《손》에 쥔걸 《겨드랑》쪽으로 슬몃슬몃 옮겨오기도 했습니다. 우람한 기중기가 《손》에 쥔 기계를 줄지어 서있는 화차빵통에 슬쩍 담아주고 날씬한 팔을 빙― 돌릴 땐 마치 무용수가 춤을 추는것 같았어요. 턱을 한껏 쳐들고 조촘조촘 발을 옮기던 예경이는 그만 레루에 발이 걸채였습니다. 《넘어지겠다. 조심해라.》 아버지는 얼른 예경의 어깨를 붙잡아주었습니다. 그리고는 노란색안전모를 벗어 예경이머리에 척 씌워주었습니다. 《아버지, 이 기중길 어디서 가져왔나요?》 예경이는 안전모를 밀어올리며 눈이 올롱해 아버지를 쳐다보았습니다. 《가져오다니, 헛 참.》 《그럼?!》 눈 한번 깜박하지 않고 예경인 아버지를 쳐다보았습니다. 이때 아버지의 앞가슴에 쌍안경처럼 척 걸려있는 무선전화기에서 삑―삑― 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단추를 제꺽 누른 아버지는 그걸 입에 가져다댔습니다. 《수리개, 수리개. 방금 든 기계는 한정수치에서 400㎏가 초과된 무게이다. 2번이 이상없는가?》 송송 뚫린 구멍으로 아버지의 말이 새들어가기 바쁘게 다른 목소리가 튀여나왔습니다. 《나 수리개. 2번 활차 정상이다. 성공이다. 800㎏도 문제 없다.》 《좋다, 활차를 계속 감시하라.》 아버지는 아찔하게 높은 곳에 있는 운전칸을 쳐다보며 벙싯 웃음을 지었어요. 《저 운전공아저씨가 누군지 아니? 고수머리아저씨다.》 《야, 그래요?》 예경인 운전칸을 쳐다보았습니다. 집에 드문히 올 때마다 우스개소리를 잘하는 아저씨, 언젠가 야유회때에는 기중기모형앞에서 얼굴이 벌겋게 되여 소리치던 아저씨였어요. 그땐 막 무서웠어요. 그러나 여느땐 얼마나 좋은 아저씨였게요. 예경이는 아버지의 무선전화기에 대고 소리쳤습니다. 《수리개아저씨, 나 예경이예요. 김예경.》 《오, 예경이구나. 그래, 기중기구경 왔니?》 《네.》 예경이는 아저씨가 자기 마음속까지 꼭대기에서 빤히 내려다보는것 같아 기분이 즐거워졌어요. 《기중기가 마음에 드냐?》 《네, 정말 멋있어요. 그리구 굉…굉…》 《굉장하다는거지, 허허.》 예경이는 말마디가 인차 떠오르지 않아 머뭇거렸습니다. 《그런데 이 기중긴 어디서 가져온거나요?》 《하하. 예경아, 이 기중긴 어디서 얻어오거나 사온게 아니다. 너희 아버지랑 로동자아저씨들이 자기 힘으로, 제손으로 만든거다.》 《로동자아저씨들이?…》 《그래, 수십번 실패도 했단다. 시험을 하다가 기중기가 통채로 쿵― 넘어질번 하기도 했단다. 그렇지만 끝내 제힘으로 해내고야말았단다. 이젠 알만 하냐?》 《알았어요.》 예경이는 아버지를 돌아보며 샐쭉 웃었습니다. 《참, 예경인 특별숙제를 받았다지?》 예경이는 흠칠 놀라 운전칸을 쳐다보았어요. 어떻게 알가, 아버지가 알려줬을가. 참, 아버지두… 예경인 아버지쪽에 대고 눈을 곱게 흘겼습니다. 《예경아, 꼭 네 힘으로 그 수수대기중길 만들거라. 이 수리개아저씬 예경이를 꼭 믿고싶다. 그래, 할수 있겠냐?》 예경이는 두눈을 살풋이 내리감았습니다. 선뜻 대답할수 없었어요. 그는 조갑지만 한 자기 손을 펴보았습니다. 아직 연필밖에 쥐여본게 없는 아주 작은 손이였습니다. 기타를 배워주던 사촌언니도 손이 작아서 안되겠다고 머리젓던 그 손이였습니다. 이 손으로 수리개아저씨는 이런 큰 기중길, 아니 수수대기중기를 만들어보라는것입니다. 《꼬끼요》보다 만들기 더 힘든 《기중기》를 말입니다. 예경이는 손을 이마에 붙이고 기중기를 다시 쳐다보았습니다. 정말 아버지랑 로동자아저씨들이 만든것이여선지 더 멋지고 훌륭해보이는 기중기였습니다. 볼수록 더 보고싶은 기중기였습니다. 예경이는 제손으로 만들어보고싶었습니다. 수수대로야 왜 못 만들겠습니까. 그는 아래입술을 살며시 깨물었어요. 까만 두눈을 반짝이던 예경이는 손오가리를 만들어 입에 가져다댔습니다. 그리곤 가슴이 부풀도록 숨을 한껏 들이키고나서 쨍쨍한 목소리로 웨쳤습니다. 《수리개아저씨― 내 손으로 만들겠어요.》 예경의 목소리는 온 공장에 울려가는것만 같았습니다. 수리개아저씨와 아버지의 호탕한 웃음소리도 함께 울려가는것 같았어요. 아버지의 바래움을 받으며 예경이는 공장정문을 벗어났습니다. 거리도 북적북적 끓고있었습니다.
예경이는 길가녁에 나서서 아버지네 공장을 다시 바라보았습니다. 아직도 기중기가 보였어요. 잘 가라고 손저어주듯 기중기는 긴팔을 이쪽으로 빙― 돌리고있었어요. 아니 기중기는 공장안에 있지 않고 예경이를 그냥그냥 따라오고있는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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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중기》를 만드는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어요. 《기중기》몸체를 만들자고 해도 《기둥》이 네개가 있어야 하는데 그 《기둥》들을 서로 묶어주는 일이 여간 힘들지 않았습니다. 이런 땐 손이 두개가 아니라 서너개 있어도 모자랄것 같았어요. 일하는 손과 수수대를 붙잡아주는 손이 있으면 얼마나 쉽겠습니까. 예경이는 손에서 수수대가 자주 빠져달아나자 이번엔 묘한 생각을 해냈습니다. 발로 수수대들을 움직이지 않게 하고 손으로 《칸살》을 박아주는것이였습니다. 간신히 아귀를 맞추어나가는데 이번엔 네《기둥》이 제각기 삐여져나갔어요. 그런데다 팔굽으로 눌러놓아 그중 한대는 뚝 부러지기까지 했습니다. 안타까왔어요. 오똑한 코등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습니다. 다시 수수대를 집어들려는데 부엌에서 일하던 어머니가 행주치마에 손을 문지르며 올라오셨어요. 《예경아, 이젠 그만하고 저녁을 먹으려무나. 저런 손까지 벴구나.》 어머니는 가뜩이나 큰눈을 더 크게 떴어요. 예경이한테서 수수대를 뺏은 어머니는 천쪼각을 대충 감은 손을 뒤집어보았어요. 《일없어요. 하나두 아프지 않는데요 뭐.》 어머니에게 손을 맡긴 그는 얼굴 하나 찡그리지 않았습니다. 아주 용감하게 참았어요. 배에서도 쪼륵― 소리가 났지만 그것도 참았어요. 밥만 먹으면 인차 졸음이 오거든요. 그럼 래일에 바쳐야 할 특별숙제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밖에 나가선 아버지가 기중기하고 씨름질하더니 집안에선 네가 기중기와 씨름질이구나.》 어머니가 허거픈 웃음을 지으며 말씀하시자 예경이는 킥― 웃음이 나갔습니다. 듣고보니 아주 그럴듯한 말이였습니다. 예경이는 자기도 수평팔기중기를 만드는 로동자처럼 생각되여 어깨가 으쓱거려졌어요. 《어머니, 로동자아저씨들은 아무리 힘들어도 끝내 제힘으로 기중길 만들었대요.》 예경이가 수수대를 다시 집으며 말하자 어머니의 두눈은 휘둥그래졌어요. 《호호. 우리 예경이가 공장에 갔다오더니 훌쩍 어른이 됐구나. 용타 빨리 〈기중기〉를 만들거라. 저녁은 아버지랑 같이 먹자꾸나.》 예경이는 머리를 까딱거리며 생긋 웃었어요. 예경인 이번엔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았어요. 사다리형태를 4개 만들고 그걸 조립하면 아주 쉬울것 같았어요. 코노래까지 부르며 몸체를 조립하던 그는 앵두입술을 입안으로 쏙 빨아물었어요. 수수대가 한대밖에 남지 않았던거예요. 아직 팔과 밑판을 만들지도 못했는데 어쩌면 좋습니까. 예경인 속상해났어요. 이 밤중에 어디 가서 가져올데도 없었습니다. 전번엔 외삼촌네 집에 가서 수수대를 얻어왔는데 거긴 멀리 떨어진 농촌마을이였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멀어도 갔다와야 했습니다. 주섬주섬 옷을 입는 예경이를 본 어머니는 펄쩍 뛰였어요. 《예경아, 엄마가 래일 새벽에 갔다 오마, 응. 거기가 어디라구 쯧.》 어머니의 말에 예경이는 눈물을 떨구었어요. 지금처럼 안타까와보긴 처음이였습니다. 오늘 저녁중으로 완성해야 하는데 참 야단이였습니다. 옷을 도로 벗자니 눈물이 샘솟듯 했습니다. 예경이는 종시 어머니가 펴준 잠자리에 누웠습니다. 눕자마자 곯아떨어지고말았어요. 이튿날 아침 방송차소리에 예경이는 눈을 번쩍 떴습니다. 웃몸을 일으키던 그는 환성을 질렀습니다. 그의 머리맡에 매끈하게 다듬은 수수대묶음이 놓여있은것입니다. 얼른 가슴에 부둥켜안고 부엌에 내려가니 어머니가 밥을 짓고있었습니다. 아버진 세면장에서 나오고있었습니다. 《예경이 늦잠버릇이 아예 뚝 떨어진것 같구나.》 아버지한테서 수수대묶음에 대한 이야기를 듣던 예경이는 코마루가 시큰해왔습니다. 엊저녁 담임선생님이 예경이가 잠든 후에 집에 찾아오셨다는것입니다. 방구석에서 딩구는 《기중기》몸체도 만져보고 예경의 피진 손가락도 입으로 호호 부시던 선생님은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인차 자리를 뜨시였습니다. 선생님은 밤길을 걸어 농촌마을에 가서 예경이가 지금 안고있는 수수대를 얻어오셨습니다. 《예경아, 너희들을 위해 마음 쓰시는 선생님을 잊으면 안된다. 빨리 〈기중기〉를 만들거라.》 《알겠어요, 아버지.》 예경이는 머루알같은 두눈을 반짝였어요. 《기중기》를 하나하나 조립해나가는 예경이의 코등에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혔습니다. 곁에서 설계도면을 들여다보시던 아버지가 목에 걸쳤던 수건으로 얼른 예경이의 땀을 훔쳐주었습니다. 동산에 아침해가 불쑥 솟을무렵 《기중기》도 방 한가운데 우뚝 솟았어요. 그런데 아주 볼품은 없었어요. 몸체도 약간 뒤틀려있었고 팔도 아래로 처져있었습니다. 그런데다 《기중기》가 한쪽으로 제빠듬히 기울어지기까지 했습니다. 이걸 아버지네 공장기중기라고 하면 모두 웃을것입니다. 하지만 예경이 재간으론 어쩔수 없었습니다. 《힝, 이런 병신기중기가 일할수 있니?》 수철이가 빨간 혀를 쑥 내밀고 비쭉거릴것입니다. 《호호. 넌 어느 기중길 보고 만들었니. 너희 아버지네 공장기중긴 이렇게 생기지 않았는데…》 송미는 입을 가리고 웃을것입니다. 예경이는 어깨가 처져내렸어요. 그는 공장에 나가시는 아버지의 팔에 매달렸어요. 《아버지, 공장기중기처럼 멋있게 하나 만들어달라요. 네, 이건 너무…》 《허… 아버지눈엔 공장기중기처럼 멋있어보이는데… 조갑지만 한 손으로 만들어서 그런지 오히려 더 훌륭해보이는구나.》 《네?!》 아버지의 말에 예경인 쳐들었던 머리를 숙이고말았습니다. 실패를 거듭하며 끝끝내 수평팔기중기를 만들어냈다던 수리개아저씨의 목소리가 귀가에 쟁쟁히 울려왔습니다. (아버지, 나 잘못했어요. 다신 안 그럴래요.) 아버지는 나가려다말고 돌아서더니 《기중기》앞에 주저앉는것이였습니다. 아마 고쳐주고 떠나려는가 봅니다. 시계를 쳐다보는 아버지의 눈에 초조한 빛이 스쳤습니다. 예경이는 냉큼 아버지의 손을 잡고 응석부리듯 흔들어댔어요. 《아버지, 내 손으로 고칠래요.》 《그으래? 허허.》 아버지는 할수 없다는듯 손을 털더니 여긴 어떻게 하고 저긴 어떻게 하라고 알기 쉽게 말씀해주었습니다. 아버지를 바래워주고 《기중기》앞에 마주앉은 예경이는 입술을 살풋이 깨물었어요. 그는 하나하나 다시 손질해나갔어요. 똑딱똑딱. 벽시계는 학교갈 시간을 재촉하며 쉬임없이 돌아갑니다. …예경인 정작 도화공작시간이 되자 《기중기》를 꺼내놓지 못하고 책상밑에서 손을 옴지락거렸습니다. 《예경이, 특별숙제를 못해왔나요?》 선생님이 다시 물으셨어요. 수십쌍의 눈길이 예경이에게 쏠렸습니다. 가슴은 콩콩 깨절구질했어요. 수수대기중기가 한쪽으로 기우뚱 기울어지는걸 끝내 바로잡지 못한채 학교에 들고나온것입니다. 아버지네 공장기중기에 비해볼 때 정말 한심한 《기중기》였어요. 한번만 더 손질해가지고 올걸 하는 후회가 들었습니다. 예경이는 물이 가득 담긴 바께쯔를 들어올리듯 힘들게 《기중기》를 책상우에 올려놓았습니다. 선생님이 그걸 조심히 들고가시자 그는 두눈을 꼭 감았어요. 이제 교탁우에 놓자마자 기우뚱하며 교탁아래로 굴러떨어질것 같았던것입니다. 그러면 웃음소리가 온 교실안에 차고넘칠것입니다. 예경이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싶었습니다. 예경이는 송미가 보조개를 옴폭 파며 자기 팔굽을 툭 치는 바람에 교탁부터 바라보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기중기가 조금도 기울지 않고 꿋꿋이 서있는것이 아니겠습니까. 예경인 두눈을 비비고 다시 바라보았습니다. 《기중기》밑판을 더듬던 그는 마른침을 급히 넘겼습니다. 약간 쳐들렸던 밑판모서리밑에 선생님의 손가락이 보였던것입니다. 선생님이 《기중기》가 넘어지지 않게 조용히 받치고계셨던것입니다. 선생님의 크고 시원한 눈을 쳐다보던 예경이는 눈물이 핑그르 돌았습니다. 아, 선생님. 제힘을, 제손을 믿지 못하는 나를 손잡아 이끌어주시는 선생님, 잘못을 저질러도 웃는 얼굴로 차근차근 일깨워주시는 우리 선생님… 기울어지려던 나의 마음도 다정한 손길로 곧추곧추 세워주시는 고마운 선생님… 예경이는 선생님에 대한 고마움이 가슴에 그들먹이 차고넘쳤습니다. 그는 눈굽을 훔치며 구슬알 구는듯 한 선생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어요. 《예경이는 끝내 자기 손으로 〈기중기〉를 만들어왔어요. 특별숙제를 아주 잘해왔습니다. 예경이처럼 제힘을 믿는 소중한 그 마음이 자라고자라면 어떻게 될가요. 이제 기중기뿐아니라 하늘을 나는 인공위성도 척척 만들어내는 크고큰 마음이 될거예요.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마음이 될거예요. 알겠나요?》 《네!》 아이들의 목소리는 창유리까지 드릉 울렸습니다. 《선생님은 예경이의 특별숙제에 특별5점을 주겠습니다.》 선생님은 고운 덧이를 드러낸채 빙그레 웃으셨어요. 박수소리가 터져올랐습니다. 4점을 맞고도 좋아라 해쭉거리던 송미가 제볼을 살살 긁더니 옴폭 보조개를 팠습니다. 수철이도 머리를 돌리고 부러워 바라보았습니다. 예경이는 조갑지만 한 자기 손을 내려다보았습니다. 쥐였다 펴보았습니다. 그래요. 제손이란 끝까지 제힘을 믿는 소중한 마음이였어요. 작아도 귀중한 큰 마음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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