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아동문학》 주체97(2008)년 제8호에 실린 글

 

 

    ◇ 우 화 ◇

 

 

                               장  갑  철

 

개울을 건너가려던 재빛너구리가 무춤 서버렸습니다.

나무다리가 건너갔던 곳에 난데없이 징검돌들이 듬성듬성 놓여있었습니다. 나무다리가 지난 여름 장마비에 떠내려갔던것입니다.

재빛너구리는 잠시 망설이였습니다. 안전하게 건느려면 돌다리가 있는 멀리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에라, 남들도 건너다니는데 나라고 못 건늘가.)

재빛너구리는 마침내 징검돌 하나를 건너뛰고는 숨을 돌리고 또다시 훌쩍 건너뛰군 했습니다.

세번째 징검돌우에 뛰여올랐을 때였습니다.

짚고선 징검돌이 갑자기 뒤뚝했습니다. 몸중심을 잃은 재빛너구리는 하마트면 물속에 첨벙 빠질번 하고 겨우 몸을 바로 잡았습니다. 징검돌밑의 모래가 물살에 패웠던것입니다.

《제길할, 징검돌밑에 납작한 돌 하나만 고이면 뒤뚝거리지 않을텐데 모두들 모른척 그냥 건너가기만 했구나.》

먼저 건너다닌 짐승들을 탓하며 투덜거리던 재빛너구리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짚고선 징검돌 모양새를 찬찬히 여겨보았습니다.

웃면이 우둘투둘하게 생긴 돌이였습니다.

(돌아올 때 요놈의 돌만 주의하면 되겠는데 하필이면 내가 팔걷고 나서서 찬물에 손적실 필요야 없지.)

개울을 건는 재빛너구리는 발을 탁탁 털고나서 동생너구리네 집으로 향했습니다.

다음날 아침이였습니다.

집식구들에게 맛보이라고 동생이 넣어준 산열매며 산꿀통까지 한짐 걸머진 재빛너구리는 동생너구리네 집을 나섰습니다.

《멀리 돌아가더라도 돌다리로 건너가시우.》

밤새 내린 눈이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마당밖을 나서던 동생너구리가 념려해주었습니다.

《원, 별걱정을 다… 올 때 건는 징검다리를 갈 때라고 못 건늘가?》

재빛너구리는 따라나서는 동생너구리를 돌려보내고나서 징검다리가 있는 개울쪽으로 접어들었습니다.

마당에 들어서기 바쁘게 깡충거리며 매달릴 새끼들을 그려보니 한초가 새로왔습니다.

어느새 개울가에 이른 재빛너구리는 그만 우뚝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개울을 가로질러간 징검돌들을 소복이 내린 흰눈이 꼭같은 모양으로 만들어버렸던것입니다.

(눈이 올줄 알았으면 고놈의 징검돌이 몇번째 돌인지 세여두는걸.)

재빛너구리는 몹시 후회되였으나 이제 와서 먼길을 돌아가기는 싫었습니다. 재빛너구리는 보짐을 추슬러메고 다리에 힘을 모아 건너뛰기 시작했습니다.

징검돌 하나를 건너뛸 때마다 이마에 진땀이 빠질빠질 내돋았습니다.

마침내 징검돌 세개가 앞에 남았습니다. 재빛너구리는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며 이마의 땀을 씻었습니다. 이제는 다 건너온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재빛너구리는 긴장을 풀며 앞에 보이는 징검돌을 향해 껑충 건너뛰였습니다.

그 순간, 징검돌이 뒤뚝하는 바람에 무거운 짐까지 걸머진 재빛너구리는 허공을 그러잡다가 그만에야 풍덩 개울물속에 빠지고말았습니다.

《아이쿠, 남들이 건너다니는 징검다리라고 손적시기 싫어한 값을 톡톡히 치르는구나.》

나들이옷을 홈빡 적시고 개울물속에서 벌렁벌렁 기여나온 재빛너구리는 떠내려가는 산열매들을 바라보며 이마를 쳤으나 때늦은 후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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