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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아동문학》 주체97(2008)년 제7호에 실린 글
◇우 화◇
김 명 철
어느날 어미승냥이가 여우를 물고왔습니다. 《아니? 엄마와 딱친구인 여우는 왜 잡아왔나요?》 며칠전 일이 떠올라 새끼승냥이는 눈이 둥그래졌습니다. 그날 포동포동 살진 토끼 한마리를 잡아가지고 여우가 찾아왔었습니다. 《귀여운 새끼에게 먹이세요. 마음뿐이예요.》 《무슨 소릴? 딱친구인 자네 마음을 내 모를라구. 앞으로도 우리 서로 의지해서 살아가자구. 누가 자네를 건드리면 이 목숨을 내대서라도 지켜줄테니…》 어미승냥이의 말에 여우는 감지덕지해서 똘랑똘랑 눈물을 떨구었었습니다. 그런 딱친구를 잡아왔으니 새끼승냥이가 머리를 기웃거릴만도 했습니다. 《네가 아직 세상물정을 모르는구나. 설사 오늘은 딱친구라 해도 필요하다면 래일은 잡아먹어야 한다. 내가 살기 위해서 말이다. 이 세상엔 오직 자기 하나뿐이야. 자기가 아니면 그건 남이야.》 어미승냥이가 이렇게 말하며 품고 다니던 칼을 꺼내보였습니다. 《자, 봐라. 난 항상 칼을 속에 품고 다닌단다. 〈남을 잡아먹어야 내가 산다〉, 언제나 이것을 명심해라.》 《알겠어요. 엄마 말을 언제나 명심하겠어요.》 어미승냥이와 새끼승냥이가 여우를 잡아먹은지 여러날이 지난 어느날. 어미승냥이가 새끼승냥이를 데리고 사냥을 떠났습니다. 온종일 숲속을 헤맸지만 어찌된 일인지 토끼 한마리 눈에 띄우지 않았습니다. 하루, 이틀, 사흘… 며칠째 눈이 빠지도록 먹이를 찾았으나 헛물만 켰습니다. 배안에서는 연방 쪼르륵소리가 났습니다. 배가죽은 등에 붙었고 하늘땅이 맞붙어 빙글빙글 돌아갔습니다. 《더는 못 참겠어요.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이예요.》 새끼승냥이가 겨우 말했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꾸나.》 어미승냥이도 맥빠진 소리로 말했습니다. (이러다가 정말 죽을게 아니야? 죽지 말고 살아야겠는데…) 이렇게 생각하며 무심결에 제 어미를 힐끔 쳐다보던 새끼승냥이의 눈알이 희번뜩거렸습니다. (가만, 내가 살기 위해서는 남을 잡아먹어야 한다고 했지.) 새끼승냥이는 더 다른 생각할 사이없이 어미승냥이를 와락 덮쳤습니다. 《배가 고파 난 더 못 참겠어요.》 새끼승냥이는 어미승냥이의 숨통을 물었습니다. 《뭐? 그럼 이 에미를?… 얘야, 제발 그러지 말아. 나야 네 엄마가 아니냐.…》 어미승냥이가 발버둥치며 애원했습니다. 그러나 늙은 어미승냥이가 다 자란 새끼승냥이의 힘을 당해낼수 없었습니다. 《엄마가 늘 말하지 않았나요.〈남을 잡아먹어야 내가 산다.〉고…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내가 죽을거야요.》 《아, 원통하구나. 제 새끼한테 먹히우다니…》 가물가물 흐려지는 의식속에서도 어미승냥이는 품에 건사했던 칼을 꺼내여 새끼승냥이의 목을 푹 찔렀습니다. 《악, 엄마가…》 새끼승냥이가 땅에 푹 꼬꾸라졌습니다. 어미승냥이도 마지막숨을 몰아쉬며 씨벌였습니다. 《나쁜―놈》 어미승냥이와 새끼승냥이가 죽어자빠진 숲속으로 까마귀떼가 날아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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