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지 《아동문학》 주체97(2008)년 제7호에 실린 글
◇우 화◇
리 희 건
《아이구 배야, 아이구.》 재빛토끼는 얼마전부터 속탈을 만나 끙끙 앓고있었습니다. 두루 병치료를 해보았지만 별로 차도는 없었습니다. 되게 앓다나니 몸도 몹시 약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재빛토끼는 원기를 돋구는데는 산삼이 제일이라는 말을 듣게 되였습니다. (그 귀한 산삼을 어떻게 구한담. 옳지, 마음후한 다래골 메돼지형님을 찾아가봐야지. 사정사정하면 모른다고야 안하겠지.) 그 다음날 메돼지를 찾아간 재빛토끼는 자기의 병상태를 절절하게 하소연하였습니다. 《거참 안됐구나. 뭐니뭐니해도 속탈을 앓을 때는 보약을 써야 해.》 메돼지는 재빛토끼의 모습을 보다못해 소중히 건사했던 산삼을 꺼내놓았습니다. 푸른 이끼에 정히 싸여있는 산삼의 줄기끝에는 진자주빛꽃잎들이 그대로 붙어있었습니다. 급한 일이 생기면 요긴하게 쓰려고 보관하고있었다는것이 헨둥하게 알렸습니다. 《형님, 정말 고마와요. 후에 이 신세를 톡톡히 갚겠어요.》 재빛토끼는 너무도 고마와 몇번씩이나 인사를 하였습니다. 재빛토끼는 산삼을 보자기에 싸들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재빛토끼가 닭아주머니네 집앞을 지나려고하는데 마당에서 《이 자석목걸이가 누구거나요? 여기 주인이 없어요?》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런데 곱슬양이며 게사니랑 모두들 있으면서 누구 하나 나서지 않는것이였습니다. (이게 뭐야. 그저 내것이다 하면 그만인걸. 자석목걸이만 있으면 그 어떤 잡병도 안 걸린다는데…) 재빛토끼는 황급히 마당으로 뛰여들어가며 소리쳤습니다. 《누가 내 자석목걸이를 얻지 않았소?》 닭아주머니가 자석목걸이를 들고 한발 나섰습니다. 《그건 내것일세.》 재빛토끼는 자석목걸이를 빼앗다싶이 받아쥐여 산삼보자기안에 쑤셔넣었습니다.그러자 닭아주머니는 머리를 기웃거렸습니다. 《저, 어디서 잃으셨나요?》 거기까진 미처 생각을 못했던 재빛토끼는 《어디긴 어디겠소. 이 집 마당이지. 그래서 지금 헐레벌떡 달려오는 길일세.》하고 얼결에 대답했습니다. 《그게 정말이나요?》 《내가 뭐 코흘리개라구 제 물건 잃은 장소도 모르겠나.》 그러자 닭아주머니는 머리를 기웃거리며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참 이상하군요. 그 자석목걸이는 마당에서가 아니라 우리 집 지붕우에서 얻었는데요. 이른새벽에 우리 집 지붕우에 올라가진 않았을테지요.》 《아니, 뭐라구?》 제 속이 빤히 드러난 재빛토끼는 얼굴이 시뻘개져서 슬금슬금 뒤걸음을 쳤습니다. 그 꼴을 지켜보던 곱슬양이 《이 뻔뻔스러운 도적놈. 남의 물건을 제것이라고 해?》하며 재빛토끼의 보따리를 와락 나꿔챘습니다. 《아, 아, 그안엔 메돼지형님에게서 얻어온 내 산삼이…》 재빛토끼가 기여들어가는 소리로 대꾸하자 둘러섰던 짐승들이 한마디씩 따지고들었습니다. 《산삼? 그것도 훔쳐온거겠지.》 《그럼. 청청대낮에 남의 물건을 제것이라고 우기는 놈이니 그 귀한 산삼도 분명 훔쳐왔을거요.》 《아니예요. 그건 정말…》 재빛토끼가 변명했지만 곱슬양이며 게사니들은 믿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재빛토끼를 앞세우고 메돼지네 집으로 가자고 윽윽했습니다. 재빛토끼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주먹같은 눈물만 뚝뚝 떨구었습니다. (아이쿠, 공짜에 눈이 어두워 남의 물건을 가로채려다가 도적놈으로 몰리였으니 이젠 제 물건도 훔친 물건으로 되고말았구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