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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아동문학》 주체97(2008)년 제7호에 실린 글
□ 단편소설 □
박 우 성 쌀쌀하지만 어딘가 부드러운 봄바람이 나무가지들을 살며시 어루만져주며 살랑살랑 불어오고있습니다. 나무모를 가지러 가는 명일의 마음도 봄바람처럼 가볍고 즐거웠습니다. 그것은 나무심기철을 맞으며 분단에서는 매 학생이 나무모를 다섯그루씩 날라올데 대한 분공을 주었던것입니다. 그래서 명일이는 학교에서 멀리 떨어져있는 양묘장이 아니라 학교가까이에 있는 산에서 나무모를 제꺽 떠다가 1등을 하자고 생각하였습니다. 지금 명일이가 사기가 등등하여 산으로 가는것은 할아버지가 산림감독원으로 있기때문이였습니다. 나무마다에도 봄기운이 돌아 파란 봄물이 들기 시작하였습니다. 따뜻한 봄은 나무들뿐아니라 명일이의 마음에도 새 기운을 함뿍 안겨줍니다. 명일이가 신나는 걸음으로 산에 다달았을 때 마침 할아버지가 나무모를 구뎅이에 심고 꽁꽁 밟아주고있었습니다. 《할아버지.》 명일이는 할아버지를 부르며 달려갔습니다. 《오, 우리 명일이로구나. 네가 어떻게 여길 다 왔니?》 할아버지는 서글서글한 얼굴에 웃음을 담고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저, 나무모를 가지러 왔어요.》 명일이는 고운 두눈을 깜빡이며 산에 오게 된 사연을 다 말하였습니다. 그러면서 《할아버지, 아―》하고 할아버지의 입에 빨간 딸기사탕을 넣어주었습니다. 《원 녀석두, 저나 먹을게지.》 할아버지는 명일이의 등을 두드려주었습니다. 그러자 명일이는 생긋 웃으며 할아버지가 자기의 부탁을 들어주려는가 하여 응석을 부리며 다시 말했습니다. 《할아버지, 나무모 나 이렇게.》 명일이는 다섯손가락을 활짝 펴보였습니다. 《나무모? 나무모야 양묘장에 가서 가져와야지. 좀 멀어두 제힘으로 날라다가 심어야 보람도 큰거다.》 《야 참, 할아버지두. 이 많은 나무모중에 나한테 몇그루 준다고 산에 빈자리가 나나요? 어서 좀 주세요.》 《그러지 말고 어서 가봐라.》 명일이가 입에 넣어준 딸기사탕은 녹아갔으나 할아버지의 마음은 좀처럼 녹지 않았습니다. 터벅터벅 산을 내리는 명일이의 눈앞에는 잊을수 없는 지난날에 있었던 이야기가 금방 있은 일인듯 떠올랐습니다. … 어느 겨울날이였습니다. 명일이는 그날도 저녁까지 동무들이 썰매를 타며 노는것을 부럽게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이때 성철이가 씽씽 썰매를 몰아가며 까불대듯 물었습니다. 《명일아, 넌 왜 썰매를 타지 않니?》 그러자 명일이는 볼부은 소리로 말했습니다. 《흥, 썰매가 어디 있어야지―》 퉁을 주는듯 한 이 말에 성철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왜? 할아버지에게 만들어 달라구 하려무나. 난 우리 할아버지가 이렇게 멋지게 만들어주었다. 정말 멋있지.》하며 매끈한 얼음판으로 썰매를 몰아 씽씽 달리는것이였습니다. 명일이는 그 말을 듣자 대뜸 얼굴이 찌푸둥해졌습니다. 《뭐, 할아버지? 우리 할아버진 늘 산에만 있는데 뭐.》 명일이는 할아버지에 대한 섭섭한 마음을 안고 산으로 올랐습니다. (나도 할아버지한테 썰매를 만들어 달래야지.) 그러나 산에 다달은 명일이의 발걸음은 우뚝 멈춰서게 되였습니다. 할아버지가 이 추운 날에도 땀을 흘리며 일하고있는것이였습니다. 땀방울들은 할아버지의 고랑깊은 주름살들을 타고 비방울처럼 쉴새없이 떨어지고있었습니다. 《할아버지!》 명일이는 할아버지에게로 뛰여가 안기며 물었습니다. 《할아버진 이 겨울날에 왜 이렇게 혼자 힘들게 일하나요? 다른 할아버지들은 다 쉬면서 썰매를 만들어주는데…》 《이제부터 나무심을 준비를 해야지.》 할아버지는 더 다른 긴말을 하지 않고 조용히 미소를 지으셨습니다. 할아버지의 얼굴은 아직도 땀으로 범벅이 되여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이윽고 이마주름을 펴며 마라초를 한대 말기 시작했습니다. 할아버지는 마라초를 뻐금 빨아들이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녁노을이 참 아름답기두 하구나. 명일아, 할아버지도 저 노을처럼 살고싶구나.》 《예? 저 노을처럼?》 명일이의 고운 두눈은 저도 모르게 깜빡거렸습니다. 노을처럼 살고싶다는 할아버지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아직은 알수 없었습니다. 할아버지는 그날 명일이와 손가락을 걸고 약속했습니다. 명일이가 저 아름다운 노을처럼 붉은넥타이를 휘날릴 때면 할아버지가 아무 부탁이건 다 들어주겠다는 참말 기쁜 약속이였습니다. … 어느덧 명일이가 소년단에 입단한지 두달이나 되여오는데도 할아버지는 자기 부탁을 들어주지 않는것이였습니다. 명일이는 하는수없이 무거운 걸음으로 양묘장으로 향하였습니다. 양묘장은 정말 생각보다 더 멀었습니다. 명일이의 얼굴에서 콩알같은 땀방울들이 송글송글 돋아나 똘랑똘랑 쉬임없이 떨어졌습니다. 명일이는 힘겹게 나무모들을 가지고 학교에 다달았습니다. 학교운동장에는 벌써 많은 아이들이 가져온 작은 나무모들이 있었습니다. (에잇… 할아버지가 제꺽 주기만 했어도 1등을 하는건데…) 《모엿!》 지도원선생님의 구령소리가 울리자 학생들이 다 모였습니다. 이럴 땐 꼬마군대와도 같은 규률이 서있었습니다. 《자, 그럼 산으로 오르겠습니다. 이 나무모들을 저 산에 심읍시다.》 지도원선생님의 구령소리에 아이들은 신나게 대답하고 산으로 오르기 시작하였습니다. (엉? 아무래도 저 산에 심을걸 할아버진 공연히…) 대렬이 산등성이에 다달았을 때였습니다. 《아니? 산림감독원할아버지가. 자! 동무들, 할아버지가 무거운 나무모를 들고오시는데 어서 가서 받들어줍시다.》하는 지도원선생님의 목소리와 함께 아이들이 할아버지에게로 와―하고 달려갔습니다. 할아버지는 많은 나무모들을 지고 힘겹게 걸어오고있었습니다. 할아버지의 몸은 나무가지에 모두 가리워 꼭 한그루의 큰나무같았습니다. 《할아버지.》 아이들은 달려가 저저마다 나무모를 받아쥐였습니다. 지도원선생님은 나무모가 담겨있는 배낭을 받아쥐며 《할아버지, 이젠 나이도 많으신데… 너무 무리하지 마십시오.》하고 웃으며 말했습니다.
할아버지의 이 말은 지도원선생님과 모든 아이들의 가슴에 뜨겁게 흘러들었습니다. 이윽고 지도원선생님이 말을 이었습니다. 《산림감독원할아버지는 동무들이 태여나기전부터 이 숲을 가꾸어왔습니다. 전화의 나날에는 이 숲을 지켜 용감히 싸웠고 지금은 비록 나이가 많으시지만 이렇게 숲을 가꾸고계십니다.》 《야!》 수많은 존경의 눈빛들이 할아버지를 향해 모아졌습니다. 《명일아, 넌 참 좋겠구나.》 《명일이 할아버진 정말 훌륭하구나.》 명일이에게 수많은 부러움의 목소리들이 날아왔습니다. 그러나 명일이는 동무들의 그 인사를 받기가 정말 멋적었습니다. 지금껏 할아버지의 그 마음을 모르고 자란것이 부끄러웠습니다. 《자! 동무들, 할아버지의 그 마음을 안고 우리 나무심기를 시작합시다.》 《예!》 할아버지의 가까이에서 흩어져나간 아이들이 마치 큰 나무에서 뻗어나간 무성한 가지런듯 여기저기서 나무모들을 심었습니다. 명일이도 자기가 떠온 나무모를 심었습니다. 아니, 마음속에 애국의 작은 싹을 심고있었습니다. 솨솨― 정겨운 저녁바람이 정성들여 심은 나무모의 가지들을 가볍게 흔들어줍니다. 나무들의 속삭임소리는 모두의 가슴속에 조용히 아름다운 땅에 대하여 속삭여주는듯 하였습니다. 저녁하늘가로 아름다운 노을이 피여오릅니다. 큰 나무로 자랄 나무모들사이를 지나 붉은 노을빛은 할아버지와 아이들의 가슴에 함뿍 뿌려졌습니다. 명일이는 저녁노을빛에 비낀 할아버지의 모습을 새로운 눈길로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습니다.
강반석제1중학교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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