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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아동문학》 주체97(2008)년 제7호에 실린 글
□ 단편소설 □
리 원 우
(제1회)
1. 약속을 지킨 아이
동수는 지금 막 마식령고개를 넘어오는중일겝니다. 우리들이 기다릴것을 생각하고는 주먹을 쥐고 뛰여올지도 모르지요. 사흘만엔 저녁전으로 꼭 오마하고 떠났으니까요. 인민유격대 지휘처로 갔던것입니다. 미군놈들이 우리 마을에도 기여들었던 위대한 조국해방전쟁의 전략적인 일시적후퇴시기의 일입니다. 그놈들이 들어오자 우리 마을엔 험악한 공기가 떠돌기 시작했지요. 그놈들은 마을사람들을 닥치는대로 끌어다가 죽였습니다. 동수 아버지도 락일이 형님도 애순이 어머니도 모두 놈들에게 무참히 학살당했습니다. 이런 일들이 날마다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바람에 우리들은 처음 얼마동안은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방구석에만 박혀있었지요. 그렇지만 치떨리는 만행이 연방 일어나고있는데 우리가 어떻게 그냥 보고만 있을수 있었겠어요. 아니 글쎄 보고만 있는 동안 우리가 잘 아는 사람들이 이렇게 자꾸만 끌려가 죽고있는데 말이지요. 그러던 어느날이였습니다. 단위원장 동수가 헐레벌떡 우리 집에 뛰여들더니 바위굴로 좀 모이자고 하는것이였습니다. 나는 어째서인지 가슴이 뛰기 시작하는것을 느끼며 뒤산 바위굴로 찾아갔습니다. 동수랑, 락일이, 종태, 성희들이 아주까리등불을 가운데 놓고 앉아 나를 기다리고있었습니다. 동수가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얘들아, 우리가 어떻게 나이 어리다고 가만 앉아만 있겠니. 경애하는 김일성장군님께서 세워주신 공화국의 소년단원답게 우리도 싸워야 하지 않겠니.》 그러자 모두 약속이나 한듯 얼굴들을 번쩍 들었습니다. 그 얼굴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말하고있었지요. 《그래, 앉아만 있을수는 없어. 보고만 있을수는 없어. 그런데 어떻게 싸워야 하니?》 동무들의 얼굴을 쭉 둘러보고난 동수는 인민유격대로 찾아간 최선생님이 들려준 경애하는 김일성장군님의 방송연설내용을 차근차근 이야기하였습니다. 《모두들 이 방송연설을 받들구 싸운단다. 고향마을에 기여든 승냥이무리들과 싸우기 위하여 산에 들어가 유격대를 무었어. 우리도 유격대와 손잡고 우리가 할수 있는 싸움을 하나하나 해나가야겠어.》 《그러자!》 《우리도 소년투쟁대를 뭇자!》 동수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우리들은 그의 주먹에 자기의 손을 덧싸쥐였습니다. 우리들의 손은 모두 하나의 큰 주먹으로 변했어요. 동수는 말을 이었습니다. 《얘들아, 우리의 이름은 이제부터 소년투쟁대다. 나는 이제 떠나야겠어. 마식령인민유격대 지휘처에 가서 어떻게 싸우라는 지시를 받아와야 되겠어.》 그래서 동수는 떠났던것입니다. 동수가 떠날 때 우리들은 서로들 그동안 할 일들에 대하여 약속하였댔지요. 《나는 그동안 적들이 내다붙인 선동문을 다 찢어놓을테야.》하고 나는 말했지요. 주먹으로 전보대 같은것을 텅하고 잘 후려갈기군 하는 락일이는 자기는 원쑤놈들의 형편을 살펴보겠다고 약속하였고 온순한 처녀아이 성희도 《두고 봐, 나도 나 할일을 찾아서 해놓을테니까.》하고 말했지요. 종태도 《난 나무권총 한자루를 뚝떼꺽 깎아놓고 기다리지.》하고 약속하였지요. 애들은 그 약속을 벌써 다들 지켰습니다. 거리를 세번씩이나 정찰한 락일이는 어제 지게를 지고 나무하러 가는체 하고 산에 올라갔다가 놈들의 무기창고위치와 전화선 늘인 곳을 봐두었습니다. 그림종이 서른장을 모아논 성희는 빨간 물감과 파란 잉크 그리고 붓과 펜까지 얻어다놓았지요. 별명이 뚝떼꺽인 종태도 박달나무를 깎아서 나무권총 하나를 만들어 껌정칠까지 해놓았지요. 그런데 오직 나만 약속을 못 지켰습니다. 정말 말만 잴잴 한셈이 되였어요. 선동문을 찢기 위하여 거리로 나가보기는 하였습니다. 그러나 정작 총을 메고다니는 원쑤놈들을 보니까 슬그머니 겁부터 났습니다. (아니, 내가 원쑤를 겁내다니. 대관절 어떻게 된셈이야. 이래뵈도 내가 운동선수인데…) 나는 일부러 대담한척 하고 발자국소리까지 터벅터벅 크게 내며 걸어보았습니다. 땀이 다 났습니다. 한번 싸워볼 마음으로 어느 게시판앞으로 다가가서 마주 서보았지요. 그랬더니 그놈의 선동문은 나와 마주서며 《괜히 선동문만 찢었단 봐라.》 하고 쏘아보는것 같았습니다. 그런데다 마침 와르릉드르릉 하고 화물자동차 두대까지 등뒤로 땅을 울리며 지나갔습니다. 그뒤로 미군보병놈들까지 왁작 떠들며 지나갔습니다. 《야, 이거 서투르게 덤벼치다간 괜히 경만 치겠는데… 안되겠어.…》 나는 밤에 찢기로 결심하고 슬그머니 게시판앞에서 물러섰지요. 그러나 밤이 되니까 오히려 더 무서운것만 같았습니다. (괜히 밤에 어물어물하다간 덜미를 붙잡히고말거야. 내가 어둠속에 숨어서 사방을 살펴보는듯이 원쑤놈들도 어둠속에 숨어서 두눈을 반짝거리고있을거야. 차라리 밝은 낮에 찢는게 훨씬 나을거야.…) 나는 그만 밤거리로 나가지도 못하고말았습니다. 이럭저럭 이틀이 지났습니다. 글쎄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비겁해졌을가요? 정말 안될 말입니다. 글쎄 이제 동수가 돌아오면 나는 그동안 무엇을 하였다고 말하나요? 참, 큰일났습니다. 나는 슬그머니 옳지 못한 생각까지도 하여보았습니다. 《동수야, 난 그만 다른 일이 있어서 선동문을 찢지 못했구나. 그렇다고 너 나를 비겁하다고는 알지 말아.》 하고 입속으로 외워까지 보았습니다. 그리고는 우두커니 굴속에 앉아있다가 비를 들고 성큼 일어났습니다. 우리들이 자는 곳이며 모이는 곳인 굴안을 쓸기 시작하였지요. 얼마뒤엔 널판지에다 오림대 나무발을 대고 떵떵 못을 박아서 책상 하나까지 만들어 세워놓았습니다. 그러나 그까짓 굴속이나 깨끗이 쓸어놓으면 무엇합니까? 그까짓 책상이나 하나 만들어놓았으면 무엇합니까? 나는 역시 선동문을 찢지 못한 아이 그대로니까요. 나는 참을수 없어 굴밖으로 뛰여나왔습니다. 골짜기를 내리부는 바람까지도 《비겁한 아이.》 《자기가 자기를 속인 아이.》 하고 나를 비웃는것 같았습니다. 나는 골짝길을 나와 마을로 들어가는 길로 들어섰습니다. 그때 웬 꼬마아이 하나가 굴렁쇠를 디굴디굴 굴리면서 뛰여지나갔습니다. 나는 그 애를 힐끔 쏘아보면서 쳇 하고 비웃어주었습니다. 《뉘집 앤지는 모르겠지만 참, 한심한 애두 다 있구나. 글쎄 지금이 어느때라구 저 지랄이야. 미군놈들이 들어와 우리 사람들을 막 죽이는 땐데 뭐가 저리도 기뻐 껑충거리며 굴렁쇠를 굴린단 말이야.…》 나는 뺨이라도 한개 철썩 갈겨주고싶은 충동을 느끼며 멀어져가는 그 아이의 뒤모습을 바라보고있었습니다. 그런줄도 모르고 그 아이는 코노래까지 뭐라고 흥얼거리면서 한바탕 굴렁쇠를 앞세우고 저쪽 행길로 달려가더니 길가에 우뚝 서있는 전보대앞에 멈칫하고 섰습니다. 《흥! 굴렁쇠를 굴리기도 힘이 드는 모양이지.…》 나는 입속말로 이렇게 중얼거리며 에라 이제는 내가 갈 길이나 가자고 생각하며 한발을 쳐들어 앞으로 내짚으려고 했지요. 그런데 그때 그 애가 갑자기 손바닥으로 전보대를 탁탁 쳤습니다. 그러더니 어느새 길로 달려나와 아까 모양으로 디굴디굴 굴렁쇠를 굴리며 저쪽으로 껑충껑충 달려갔습니다. 《별난 아이 다 보았네. 전보대는 왜 탁탁 치는걸가?》 나는 잽싸게 걸어 전보대앞으로 가보았습니다. 거기서 나는 《우리 인민군대는 곧 돌아온다》라고 쓴 선동문 한장을 보았습니다. 《아니?!… 삐라를!…》 나는 놀란 눈으로 그 꼬마가 달려간 쪽을 바라보았습니다. (용감한 애구나.) 그러자 키는 껑충해가지고 그 꼬마만도 못한 내가 한없이 얄미워졌습니다. 그러다가 곧 머리를 저었습니다. (아니야, 아무렴 내가 꼬마만이야 못할라구. 나도 할수 있어. 할수 있지 않구!) 나는 마을을 굽이돌아흐르는 개울가 언덕우에 서있는 우리 집을 향하여 냅다뛰였습니다. 이윽고 우리 집 외양간으로 들어선 나는 어둑컴컴한 한편구석을 바라보았습니다. 작년까지 굴리다가 팽개쳐둔채 잊어버렸던 굴렁쇠 하나가 넌떡 말코지에 걸려있었습니다. 그놈을 벗겨들고 마당으로 나섰지요. 나는 갑자기 철부지아이로 변해가지고 굴렁쇠를 딜딜 굴리며 거리를 향하여 냅다뛰였습니다. 바람이 윙윙 나의 뺨을 스치며 지나갔습니다. 어느덧 나무다리도 건느고 달구지길도 지나 내가 멈춰선 곳은 우리 학교 앞길입니다. 서너명 꼬마아이들이 가시줄밖에 우두커니들 서서 며칠전까지만 해도 자기들의 세상이였던 운동장을 바라보고있었습니다. 나는 굴렁쇠바퀴를 한손에 든채 그 아이들속에 슬쩍 끼였지요. 게시판부터 바라봐야 할것을 우정 운동장부터 먼저 바라보았지요. 전보대만큼 굵은 미군놈대포들이 아가리를 쩍 벌리고 서있겠지요. 그 왼편, 오른편엔 온통 미군놈들입니다. 앉아있는 놈, 서있는 놈, 왔다갔다하는 놈, 담배를 피우는 놈, 껌을 질근질근 씹는 놈… 나는 그 승냥이떼같은 놈들을 뚫어지도록 쏘아보다가 슬그머니 고개를 쳐들고 학교교실들을 쭈욱 바라보았습니다. 차츰차츰 내가 공부하던 교실쪽으로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나는 그만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를번 했습니다. 유리창문이고 뭐고 다 떨어져나간 교실문으로 말대가리들이 기울기울하며 밖을 내다보고있지 않겠습니까. (야 이거, 내가 공부하던 교실이 마방간이 되다니…) 나는 그만 너무도 억이 막혀 몸도 움직이지못하고 한참동안 한자리에 서있었습니다. 나는 이글이글 불타는 눈을 게시판쪽으로 돌렸습니다. 우리 마을을 불지르고 우리 학교를 빼앗은 미군놈 우두머리의 얼굴을 찍은 사진 하나가 건방지게 붙어있었습니다. 그리고 미군놈들의 대포와 비행기, 땅크를 찍은 사진들도 붙어있었습니다. 나는 슬금슬금 게시판앞으로 다가갔습니다. 그림장들을 재미가 나서 보는체 하면서 슬슬 사방을 살펴보았습니다. 미군놈들은 제놈들끼리 왁작꿍 떠드는데 정신이 팔려 이쪽은 바라보지도 않고있었습니다. 나는 한걸음 더 가까이 그림장앞으로 다가서면서 미군놈의 낯짝을 마주 쳐다보았습니다. 그러자 그놈도 나의 태도가 좀 이상해보이던지 흠칫 뒤로 물러서면서 나를 내려다보는듯 합니다. 《어디 실컷 내려다봐라.…》 나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굴렁쇠를 굴리던 나무채끝으로 미군놈의 눈알을 쿡 찔렀습니다. 그랬더니 그놈의 눈에 구멍이 뻥 뚫어졌습니다. 나는 슬며시 사방을 또 한번 살펴보았습니다.
나는 내 손아귀에 든 그놈의 얼굴을 꾸기적거려 땅바닥에 내동댕이친 다음 발로 쾅쾅 밟아주었습니다. 그랬더니 나의 발밑에서 그놈이 아이구 아이구 하고 비명을 지르는것 같아 정말 통쾌했습니다. 나는 거리쪽으로 획 돌아서서 굴렁쇠를 데구루루 앞으로 굴린 다음 그놈을 따라잡는체 하고 뛰기 시작하였습니다. 학교운동장 앞길을 지나 달구지길과 나무다리를 지나 어느 기와집을 끼고 돌아설 때까지 아무놈도 따라오지 않았습니다. (몰랐더니 이렇게 하는걸 용감하다고 하누나.) 나는 또 딴곳을 향하여 뛰여갔습니다. 나는 아마 여기저기서 놈들의 선전문을 열댓장은 찢어놓았을것입니다. 어느덧 꼴깍 해가 넘어가며 문득 동수생각이 났습니다. (지금쯤 돌아와서 나를 기다리고있을거야.) 나는 돌바위굴을 향하여 달렸습니다. 어쩐지 노래라도 부르고싶은 심정입니다. 이제는 동수의 손을 덥석 쥐며 할 말이 생겼으니까요. 《동수야! 난 약속을 지킨다는게 뭔지 알았어.》
2. 그날 밤 굴안으로 들어서자 아주까리등불을 켜놓은 책상을 가운데 놓고 세 아이가 빙 둘러앉아 무슨 이야기들인지 하고있었습니다. 《얘들아, 아직 동수가 안 왔니?》 내가 락일이곁에 가서 앉으며 이렇게 묻자 그애는 그렇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거렸습니다. 모두들 말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도 동수에게 무슨 사고라도 생긴게 아닌가 하고 생각하며 바람에 흐느적거리는 기름불을 물끄러미 바라보고있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밖에서 신발소리가 들리더니 뭔지 커다란것을 거적잎에 둘둘 말아 어깨에 멘 동수가 불쑥 나타났습니다. 모두들 《야.》하고 일어났습니다. 그가 메고온것은 총이였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보초앞을 지나다가 보초놈이 총을 기대놓은채 자는것을 보고 살그머니 총을 들어왔다는것입니다. 동수는 주전자에 길어다놓은 샘물을 유리고뿌에 한가득 부어 꿀꺽꿀꺽 단숨에 마시고나더니 기쁜 소식이라고 하면서 다들 앉으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모두들 아주까리등불을 켜놓은 책상을 한가운데 놓고 빙 둘러앉았습니다. 《얘들아, 최선생님을 산에서 만났어. 앞으로 최선생님이 우리를 지도할 임무를 맡았어.》 《그래?!…》 《야, 최선생님이 산에 갔었구나.》 모두들 입을 벌린채 너무 기뻐서 서로서로들 손을 마주 잡고 돌아갔습니다. 이윽고 동수는 품속에서 웬 쪽지를 꺼내여 우리앞에 내밀었습니다. 《뭐니?》 우리들은 기름불앞에 오구구 모여들어 쪽지를 펼쳤습니다. 낯익은 최선생의 글체가 우리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였습니다. 거기에는 이렇게 씌여있었습니다. 《그리운 소년단원동무들! 경애하는 김일성장군님의 방송연설을 높이 받들고 원쑤와의 싸움에 용감히 나선 동무들에게 전투적인사를 보낸다.》 이렇게 시작된 편지에서 선생님은 우리의 결심을 높이 평가하면서 앞으로의 투쟁에서 지켜야 할 점과 주의할 점들을 세세히 이야기하였습니다. 우리는 이날 밤 아주까리기름이 세종지나 졸도록 경애하는 장군님의 방송연설을 높이 받들고 앞으로 소년투쟁대가 어떤 투쟁을 벌려나갈것인가를 의논하였습니다. 별별 이야기가 다 나왔습니다. 뚝떼꺽이 종태가 한마디 하였습니다. 《대포를 꽝꽝 쏘면서 싸우는건 인민군대가 싸우는 방법일거구 우리 아이들의 전투방법으로는 될수 없을테지.》 그 말에 모두들 웃었습니다. 그러자 뚝떼꺽이 종태는 웃으라고 한 말이 아니라고 손을 저으며 또 한마디 했습니다. 《내가 하고싶은 말은 우리들은 아이들이니까 아이들인체 하고 싸우자는거야. 놈들이 감쪽같이 속아넘어가게 말이야. 방송연설내용에 전화줄과 전기줄을 끊는것도 전투라고 하셨어. 아이들인체 하고 슬슬 돌아다니다가 전화줄이라도 썩뚝 잘라봐. 놈들속에서 큰 소동이 일어날거야.》 그 말에 모두들 박수까지 쳐주었습니다. 그때 온순한 처녀아이 성희가 우리는 모두 원쑤와 싸우자고 투쟁대를 무었지만 총을 쏠줄 모르는게 큰 결함이라고 하면서 동수가 메고온 총도 있으니 우선 총쏘는 련습을 해야겠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동수가 나서며 이번에 마식령인민유격대지휘처에 갔을 때 최선생님의 카빙총을 뜯어도 보고 맞춰도 보고 쏴도 봤다고 하면서 총쏘는 법은 자기가 배워주겠다고 했습니다. 좋은 토론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솔직히 말하여 이 순간 나는 자신을 용감한 인민군대아저씨처럼 상상하여보았습니다. 어떤 어려운 일을 맡겨주어도 이번에는 겁을 모르고 해낼것 같은 자신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나도 한마디 하였지요. 《성희가 말한 총은 이를테면 소리나는 총이야. 우린 원쑤놈들을 소리 안나는 총을 가지고도 꺼꾸러쳐야 되겠어! 이 총은 우리가 당장 래일부터라도 쏠수 있는 총이야.》 그 말에 모두들 눈이 둥그래서 《소리 안나는 총》은 도대체 무슨 총이냐고 물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우리가 미제침략자들을 골탕먹이는 삐라를 써서 거리나 경찰서나 병영 같은데 가져다 붙인다면 놈들은 깜짝 놀라 뒤로 벌렁 자빠질게 아니야. 이게 바로 소리 안나는 총이지 뭐냐!》하고 말해주었습니다. 내 말을 듣더니 모두들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때 락일이가 종이에 무슨 그림인지 그리더니 우리들앞에 내놓으면서 말했습니다. 《이건 내가 그동안 알아낸 자료들이야. 이건 무기창고구 이건 놈들이 뒤산 솔밭에 늘인 전화줄이야. 난 지금 이 무기창고에 대하여 생각해. 우리가 만일 이 무기창고에 불을 질러 폭발시킨다면 그게 바로 아버지장군님께서 말씀하신대로 그놈들의 발밑에서 불길이 일어나게 하는게 아닐가?》 그 순간 내 가슴이 어떠했겠는지 생각해보십시오. 나는 불길이 이글거리는 락일이의 얼굴만 지켜보았을뿐 아무말도 못했습니다. 역시 용감한 아이거든요. 나와는 영 생각하는 품이 다르지요. 나보다 키도 작고 또 운동선수도 아니였는데 언제부터 그렇게 담이 커졌는지 모를 일입니다. 어느덧 새벽이 가까와오는 모양인지 굴구멍이 환해왔습니다. 동수가 움쭉 일어서면서 마식령인민유격대지휘처에서 받아온 지시문을 읽겠다고 하는 바람에 모두들 일어섰습니다. 《소년투쟁대동무들, 동무들은 사흘전에 경애하는 수령 김일성장군님의 참된 아들딸답게 우리 공화국을 지켜싸울 결의를 다지고 소년투쟁대를 무을것을 제기하여왔다. 조직에서는 동무들의 제기를 기꺼이 받아들이기로 결정하고 다음과 같이 지시한다. 첫째, 소년투쟁대 대장으로 오동수동무를 임명한다. 둘째, 김만길동무는 선전활동과 파괴공작을 맡아한다.…》 동수가 《김만길…》하고 내 이름을 부를 때, 선전활동과 파괴공작을 맡아한다고 읽을 때 내 가슴은 쿵당쿵당 뛰였습니다. (이건 조국이 주는 명령이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동수는 정찰활동은 락일이가 맡고 무기를 빼앗는 일은 종태가 책임지며 새 동무들을 투쟁대오에 받아들이는 일은 성희가 책임진다는것을 읽어내려갔습니다. 그런 다음 동수는 오른팔을 높이 들며 우렁찬 목소리로 《맹세한다!》하고 웨쳤습니다. 그러자 모두들 동수처럼 오른팔을 번쩍 쳐들며 《맹세한다! 경애하는 수령 김일성장군님을 위하여, 조국과 인민을 위하여 원쑤들을 반대하여 끝까지 싸울것을…》하고 웨쳤습니다. 우리들의 맹세를 축복해주려는듯 동녘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아침해가 솟아오르고있었습니다.
3. 소리 안나는 총 우리는 하마트면 총 한자루도 없이 싸우게 될번 했는데 다행히 동수가 총 한자루를 얻어왔기때문에 총쏘는 련습부터 하면서 원쑤와의 싸움을 시작한셈이지요. 우선 내가 총쏘는 법을 제꺽 배우기 시작했지요. 그러는 한편 동수와 의논하고 나는 우선 소리 안나는 총을 만들기 시작했지요. 말하자면 삐라총을 말입니다. 이 《총》을 쏠 사람은 우리모두였지요. 거리가 좀 먼 장거리로 나갈 때 몇자루씩 메고가면, 아니 몇장씩 품에 넣고 가면 되는 《총》이지요. 나는 동수와 의논하고 아직 투쟁대대원이 아닌 아이들가운데서 사격수 한 아이를 찾아냈지요. 그 애가 경찰서안에서 심부름을 하는 순일입니다. 사실상 그 애는 벌써 우리 투쟁대 대원으로 된 아이입니다. 우리들은 소리 안나는 《총》으로 원쑤놈들을 쏘기 시작했습니다. 《총알》이 날아가기 시작하자 게시판과 담장과 바람벽에 진을 치고있던 미군놈삐라, 미군놈선전화들이 꺼꾸러지기 시작했습니다. 원쑤놈들의 삐라와 선전화들이 붙어있던 자리로 우리의 삐라들과 선전화들이 훨훨 날아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그 많은 삐라들중 조그마한 삐라 한장이 경찰서 서장실 바람벽에 살짝 날아들어가 철떡 붙었습니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안락의자에 앉아서 무슨 글인가 쓰고있던 서장놈이 담배 한가치를 꼬나물고 방안을 한바퀴 휘돌아보다가 벌떡 일어섰습니다. 《아니, 저게 뭐야.》 서장놈은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문이 열리며 놈들이 뛰여들어왔습니다. 삽시간에 소동이 일어났습니다. 《어디서 날아온 삐라야?》 서장놈은 소리치다 말고 《아니 보초는 세웠댔나?》 하고 구두발을 탕 굴렀습니다. 모두들 어떻게 대답해야 될지 몰라서 떨고만 섰는데 쟁반에 물주전자를 받쳐든 순일이가 서장실로 들어왔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옆방에서도 왁작 떠드는 소리가 나더니 서장실방문이 열리며 말대가리처럼 기다랗게 생긴 얼굴 하나가 들어와 우뚝 서더니 경례를 데꺽 붙였습니다. 《뭐냐?》 얼굴이 꼭 말대가리처럼 기다랗게 생긴 놈이그냥 경례를 붙인채 《옛! 저…제 방에도 웬 삐라 한장이…》 하고 우물쭈물했습니다. 서장놈은 성을 벌컥내며 《아니, 그래 저따위것 말이냐?》 하고 바람벽을 가리켰습니다. 경례를 붙인 놈은 경례를 붙인채, 서장놈은 그냥 성이 난채, 떨던 놈들은 그냥 떨던 모양으로, 쟁반에 물주전자를 받쳐든 순일이만 웃는 얼굴로 그 바람벽을 바라보았습니다. 거기엔 이런 삐라가 붙어있었습니다. 말하자면 그놈들의 가슴에 《총알》을 퍼붓고있었습니다. 《이놈들아! 여기는 공화국땅이다! 결코 네놈들의 땅이 아니다. 네놈들이 죽을 날은 눈앞에 다가왔다!》 나는 가슴이 흐뭇했습니다. 벌벌 떠는 놈들의 꼬락서니를 보니 통쾌하기도 했습니다. (저따위 놈들이 무섭긴 뭐가 무서워.) 나는 공연히 겁을 먹고 미군놈삐라를 찢어내는 일을 며칠씩이나 질질 끌었던 일이 생각할수록 부끄러웠습니다. (이젠 어떤 어려운 임무도 다 할수 있어.) 나는 자기의 가슴이 갑자기 쑥 넓어지는것을 느끼며 마치 자기가 영웅이 다 된듯 한 기분으로 한 일을 보고하려고 동수를 찾아갔습니다.
(다음호에 계속) 주체42(195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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