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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아동문학》 주체97(2008)년 제6호에 실린 글
◊ 우 화 ◊
손광제
《땡―땡―땡―》 왕가물이 든 밭에 물을 주러 나가자고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였습니다. 그늘진 다락에 누워있던 너구리는 이마살을 찌프렸습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좀 있다 나가야지. 일찍 나가 고생할거야 없지.》 한참이나 딩굴던 너구리는 마지못해 물지게와 초롱을 들고 밖으로 나가려다가 그 자리에 우뚝 서버렸습니다. 《이렇게 무더운 날 큰 그릇을 들고 나가면 더 고생을 하겠지. 에라, 힘들지 않게 작은걸 들고 나가야지.》 너구리는 작은 초롱을 냉큼 들었습니다. 문을 나서던 너구리는 또 생각을 달리했습니다. 《같은 값이면 아구리가 작은 저 통을 들고 나가야지. 남들이 순간에 물을 퍼담아가지구 다닐 때 난 척 앉아 저 작은 아구리로 물을 담느라면 남들보다 적게 나를테지.》 너구리는 아구리가 작은 물통 두개를 물지게에 대롱대롱 매달고 일터로 나갔습니다. 벌써 많은 짐승들이 자그마한 웅뎅이의 물을 퍼서 밭에 주고있었습니다. 뒤늦게야 나온 너구리를 본 오소리가 말하였습니다. 《아니, 자네 뭘하다 이제야 나오나? 남들은 벌써 몇번째 물을 나르는데… 그리고 이왕 나왔으면 큰 그릇을 들고 나올게지 그게 뭔가.》 《큰 그릇이 어디 있어야지. 있다는건 다 물이 새지. 그래 할수 없이 이것이라도 들고 나왔네. 남들이 한번 나를 때 난 두번씩 나르지 않으리. 아구리가 작으니 물을 쏟뜨리지두 않으니 그것대루 괜찮지 뭐.》 너구리는 이렇게 둘러치며 큰 초롱에 물을 담아 나르는 이웃들을 비웃었습니다. (저렇게 주먹같은 땀을 뚝뚝 떨구면서두 원… 나처럼 이렇게 머리를 써야 한단말이야.) 너구리는 제김에 어깨가 으쓱해졌습니다. 어느덧 넓은 밭에 물도 다 주고 웅뎅이의 물도 바닥이 났습니다. 이때 누군가가 《물고기다―》하고 소리쳤습니다. 《뭐, 물고기?》 《야―》 모두가 환성을 올리며 물을 긷던 초롱들에 물고기들을 잡아넣었습니다. 너구리도 팔뚝같은 물고기를 잡아 자기 물통에 넣어보려고 애를 써보았지만 헛수고였습니다. 작은 아구리로 물고기가 들어갈수 없었던것이였습니다. 《하하하… 여보게, 큰 고기는 놓아주구 새끼고기만 잡아넣게나. 하하하…》 오소리며 멍멍이들이 너구리를 보고 폭소를 터뜨렸습니다. 너구리는 팔뚝같은 물고기들로 가득찬 이웃들의 큰 초롱을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며 입만 쩝쩝 다시였습니다. (큰 초롱을 들고 나왔으면 이런 랑패를 보지 않는걸. 이게 다 제한몸 편하자고 약은 꾀를 쓴 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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