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아동문학》 주체97(2008)년 제6호에 실린 글

 

  ◊  동 화 ◊

 

        

                                김신복

 

약한 짐승들을 해치는 사나운 짐승들가운데서도 승냥이들은 가장 흉악한 놈들이랍니다.

그러나 깎아지른듯 한 높은 벼랑우에서 사는 산양들만은 승냥이놈들도 감히 해칠 엄두도 못냈습니다.

《세상에 산양고기맛이 으뜸이라는데…》

승냥이놈은 이렇게 중얼거리며 산양들이 무슨 재간으로 그처럼 벼랑을 잘 오르내리는지 알고싶었습니다. 그 비밀을 알아내면 산양도 잡아먹을수 있을것 같았습니다.

그래 이놈은 어떻게든 산양을 한마리 사로잡으려고 그들이 물을 마시려 내려온다는 샘물을 찾아 헤맸습니다.

이놈은 샘물가 숲속에 감쪽같이 숨어서 산양들이 나타나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러던 어느날이였습니다.

바위산 꼭대기에 살고있는 어린 산양이 목이 말라 엄마산양에게 물을 마시러 가겠다고 했습니다.

《좀 참아라. 이제 모두다 물을 마시러 갈 때 함께 가자꾸나.》

엄마산양은 혹시 사나운 짐승과 맞다들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말리였습니다.

그러나 어린 산양은 목이 타들어 참을수 없었습니다.

그는 엄마산양이 위험하다, 안된다 하며 무턱대고 혼자 나다니지 못하게 하는것이 못마땅했습니다.

더구나 샘터가 별로 멀지도 않았습니다. 위험하면 재빨리 벼랑을 타면 될텐데 괜히 걱정하며 자기들을 겁쟁이로 만드는것 같았습니다.

그래 어린 산양은 슬그머니 혼자 샘물터로 내려왔습니다.

(제기랄, 걸릴바에는 큼직한 놈이 걸리지 않고…)

비밀을 알아내고는 곧 잡아먹을 생각을 한 승냥이놈은 꼬마가 오는것을 보고 이렇게 두덜거리였습니다.

승냥이가 숨어서 노리고있는것을 알리없는 어린 산양은 샘물을 달게 마시다가 그만 그놈한테 덮치우고말았습니다.

아무리 담차고 용감한 어린 산양이라 해도 너무도 갑자기 옴짝달싹할수 없게 붙잡히고보니 그만 겁이 나서 바들바들 떨기만 했습니다.

정신을 잃을 정도였습니다.

《꼬마야, 무서워 말아라. 너희들이 무슨 재간으로 깎아지른 벼랑바위를 잘 타는지 그 비밀만 대주면 고이 살려보내겠다.》

승냥이놈은 슬슬 얼림수를 쓰는것이였습니다.

어린 산양은 차츰 시간이 흐르자 정신을 가다듬을수 있었습니다.

(바로 이런 때에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어린 산양은 주위를 둘러보다가 승냥이놈에게 물었습니다.

《비밀을 대주면 정말 살려주겠어요?》

정말 정신을 바짝 차리니 무서움이 가셔지며 꾀가 피뜩 떠오르는것이였습니다.

《이 점잖은 승냥이님이 한입으로 두말을 할가? 어서 비밀만 대라.》

어린 산양은 제 발통을 내보이며 말했습니다.

《자, 보세요. 우리는 이렇게 풀기가 센 껍진껍진한 진을 발통바닥에 바르고 다니기때문에 가파롭고 매끄러운 벼랑에서도 떨어지지 않아요.》

《응, 그래? 그럼 네 발바닥의 그 진을 긁어내라.》

승냥이놈은 어린 산양의 말이 정말인지 아닌지 알고싶어 그 진을 제 발바닥에 바르고 벼랑을 타볼 생각이였습니다.

《승냥이님도 참, 내 요 작은 발바닥에 바른 진이 뭐 얼마나 되겠나요.》

어린 산양은 더욱 답답해져서 생각을 굴리며 말했습니다.

《요걸 긁어내여 승냥이님의 그 큰발에 바른다고 해도 저 벼랑의 절반쯤도 못 올라갈거예요.》

어린 산양은 이렇게 말하며 자기 집에 진이 많은데 승냥이가 한해쯤 넉근히 쓸수 있도록 가져다주겠다고 했습니다.

《요 좀스러운놈, 그따위 어리석은 수작에 내가 속을줄 알아? 네놈을 당장 잡아먹고말테다.》

승냥이놈은 어린 산양이 진을 가져다주겠다고 하며 기회를 봐서 도망치려 한다고 벌컥 성을 냈습니다. 이발을 사려물며 당장 잡아먹을듯이 으르렁거렸습니다.

어린 산양은 《아차!》하는 생각이 들어 그만 당황해났습니다. 목숨이 위태롭게 되였다고 생각하니 겁이 더럭 났습니다.

그러나 너무도 속절없이 이 흉악한 놈의 요기거리가 될수는 없었습니다.

(이럴수록 더욱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해!)

어린 산양은 다른 묘한 수를 생각해내기 위해 승냥이놈을 슬슬 구슬리기 시작했습니다.

《살려주겠다고 하는데 도망은 왜 치겠나요.

하도 고마와 한해나 쓸수 있는 진을 듬뿍 가져다주겠다잖아요.》

어린 산양은 한입으로 두말하지 않는다는 《점잖》고 《인자》한 승냥이를 푹 믿는다고 거듭거듭 말했습니다.

그러나 승냥이놈은 도리머리만 쳤습니다.

그러면서도 어린 산양을 당장 물어메치지는 않았습니다. 이 꼬마를 미끼로 더 큰놈을 잡을수 없을가 하고 생각하는것이였습니다.

바로 이때 큰 엄마산양이 새끼를 소리쳐 부르며 벼랑에서 내려오고있었습니다.

어린 산양이 슬그머니 없어진것을 알고 걱정이 되여 내려오는것이였습니다.

엄마산양이 자기를 찾는 소리를 들은 어린 산양은 정신이 펄쩍 들었습니다.

좋은 생각이 머리에 피뜩 떠오르는것이였습니다.

《야, 됐어요. 우리 엄마가 와요. 우리 엄마의 진까지 합쳐서 발에 바르면 승냥이님이 우리 집에까지 올라갈수 있어요.》

어린 산양은 이렇게 말하며 벼랑중턱에서도 쑥 더 올라가 한그루의 소나무가 서있는 곳을 가리켰습니다. 거기에 자기네 집이 있다는것이였습니다.

(헤, 이거 참 호박이 넝쿨채 굴러드는걸.)

승냥이는 너무 좋아 그 흉측한 낯짝에 실눈웃음을 지었습니다.

이놈은 어미와 새끼의 발에서 진을 몽땅 빼앗아 바르고는 우선 두 산양을 잡아 배를 불릴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나서 산양의 집에 있는 껍진이를 죄다 차지한다면 이 벼랑산의 산양들은 모두 제 먹이로 될것 같았습니다.

《엄마, 나 여기 있어요!》

어린 산양은 엄마산양을 향해 크게 소리쳤습니다.

이 소리에 두리번거리던 엄마산양은 새끼가 승냥이한테 잡혀있는것을 보고 그만 까무라칠듯 놀랐습니다.

《엄마, 어서 와요.… 어진 승냥이님이예요. 껍진이만 조금 달라고 해요.》

어린 산양은 더 큰소리로 엄마를 불렀습니다.

《그래그래. 그렇구말구. 너 참 똑똑하구나.》

승냥이놈은 기뻐서 어린 산양의 등까지 두드려주었습니다.

(뭐 어진 승냥이라구… 아이구 내 귀염둥아,

그놈이 나까지 잡자고 그러는걸 네가 모르고있구나!)

엄마산양은 속으로 통곡하면서도 새끼에게로 급히 다가왔습니다.

(내 너를 잃고 살아서 무엇하겠니. 차라리 함께 죽자.)

엄마산양은 이런 비장한 결심을 품었던것입니다.

《너 참 잘 왔다. 난 너희들을 해칠 생각은 조금도 없다. 그저 너희들의 발에 바른 껍진이만 받아가련다.》

승냥이놈은 아주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엄마, 어서 발의 진을 긁어내자요. 참으로 고마운 승냥이님이예요.》

어린 산양은 엄마에게 슬쩍 눈짓을 하고나서 먼저 제 발의 진을 긁어내기 시작했습니다.

(이 철없는것아, 우린 이젠 죽은 몸이야.)

아직 새끼산양의 눈짓을 알아차리지 못한 엄마산양은 통곡이 터져오르는것을 가까스로 참으며 어떻게든 새끼만이라도 구원할 생각으로 어린 산양의 옆에 앉았습니다.

《빨랑빨랑, 몽땅 깡그리.》

승냥이놈은 어서 산양고기맛을 보고싶어 늦장을 부리는 엄마산양에게 독촉했습니다.

엄마산양은 아무리 생각하고 또 해도 새끼를 구원할 좋은 방도가 떠오르지 않아 가슴이 바질바질 탔습니다. 그러면서도 시간을 얻기 위해 발바닥에서 진을 긁어냈습니다.

이러는 사이에 승냥이놈은 두 산양이 발바닥에서 긁은 진을 받아 제 발바닥에 듬뿍 발랐습니다.

승냥이놈은 바위에 발을 붙여보았습니다. 정말 끈적끈적한게 수월하게 벼랑을 오를것 같았습니다.

바로 이럴 때였습니다.

동산의 산양들은 물을 마시러 갔다는 어린 산양과 그를 찾아 떠난 엄마산양이 돌아오지 않는것이 걱정되여 그들을 찾아 산을 내려왔습니다.

이것을 알아차린 승냥이는 군침을 꿀꺽 삼켰습니다.

(헤헤, 큰 먹이감들이 생기는군.)

승냥이놈은 큰 산양을 몇마리 더 잡을 욕심이 났습니다.

(이것들은 발바닥진을 깡그리 긁어냈으니 바위산으로 도망칠수는 없을게고, 그러나 혹시?…)

이런 생각이 든 승냥이놈은 다시 돌따서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이놈들아, 어디 걸어보아라.》

승냥이놈의 속마음을 알아챈 어린 산양은 엄마산양에게 다시 눈짓을 하고 일어서서 몇발자국 떼다가 비칠거리며 폭삭 꼬꾸라졌습니다.

그때에야 새끼산양의 눈치를 알아차린 엄마산양도 일어서서 두어발자국 떼다가 풀썩 꼬꾸라졌습니다.

《아이구, 진을 몽땅 긁어내서 평평한 땅에서도 걸을수 없네.》

어린 산양은 야단났다고 한숨을 내쉬였습니다.

(으흠, 이것들은 내 입에 넣은거나 다름없으니 죽이느라고 꾸물거릴 필요는 없군.)

승냥이놈은 몇발자국도 걷지 못하고 넘어지는것을 보고서야 마음을 푹 놓고 서둘러 바위에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놈이 얼마쯤 올라갈 때였습니다.

《엄마는 저쪽으로 뛰세요.》

어린 산양은 이렇게 속삭이며 자기는 반대쪽바위를 향해 냅다 뛰였습니다.

경사진 바위에 오르던 승냥이놈은 코동코동, 콰당콰당 달리는 발자국소리를 듣고 획 돌아보다가 너무나 깜짝 놀라 입을 항 벌리고말았습니다.

(아니, 평평한 땅도 걷지 못하겠다던 놈들이?… 그러나 발통진을 다 긁어냈으니 뛴대야 벼룩이지.)

승냥이놈은 속은것이 분해서 큰것부터 잡겠다고 엄마산양을 뒤쫓아 달리였습니다.

그러나 산양은 잡힐듯잡힐듯 하면서도 좀체로 잡히지 않았습니다.

엄마산양은 새끼가 될수록 더 멀리 피하도록 일부러 잡히울듯이 아슬아슬하게 승냥이놈을 바싹 제뒤에 달고 뛰는것이였습니다.

《야, 이놈. 게 섰거라.》

승냥이놈은 무섭게 으르렁거리며 계속 뒤쫓았습니다.

그러나 이놈은 차츰 몸을 가누지 못하게 되였습니다. 껍진껍진한 진이 떨어져나가는 바람에 바위에 발을 제대로 붙일수 없게 된것입니다.

그래도 다 잡아먹게 된거나 같다고 생각했던 산양을 잃는것이 아쉬워 비틀거리면서도 어리석게 엄마산양을 계속 쫓아갔습니다.

이놈은 높은 바위에서 비칠대다가 진은 다 없어지고 굳은 살가죽뿐인 발이 주르륵 미끄러져내리였습니다. 이놈은 벼랑 가장자리에 발톱을 박고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떨어지지 않으려고 아등바등 애썼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날카로운 발톱이라고 해도 굳은 바위에 어떻게 깊이 박을수 있겠습니까.

승냥이는 대롱대롱 매달려 죽을 힘을 다 내여 벼랑우에 톺아오르려다가 끝내 깊은 골짜기로 곤두박질해 떨어졌습니다.

《엄마, 이젠 됐어요!》

어린 산양의 웨치는 소리에 웬일인가 하여 엄마산양은 뒤돌아보았습니다.

뒤따르던 승냥이놈은 온데간데없고 어린 산양이 품에 안겼습니다.

승냥이놈이 엄마를 뒤쫓는데만 온 정신이 팔려있는것을 본 어린 산양은 되돌아서서 뒤따라왔던것입니다.

그들이 걱정되여 나섰던 산양들도 숨이 턱에 닿아 달려오다가 깊은 골짜기에 너부러진 승냥이놈을 보게 되였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승냥이놈이 어떻게 바위산을 뛰여다닐수 있었는가?》

영문을 모르는지라 모두들 이상하게 여기였습니다.

어린 산양과 엄마산양이 자초지종을 다 이야기해서야 모든것을 다 알수 있었습니다.

《야 참, 어떤 위험속에서도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살아날수 있을뿐아니라 원쑤를 요정낼수도 있어요.》

어린 산양은 이런 말로 이야기를 끝냈습니다.

《얘야, 네가 그것을 깨달은것은 참 좋은 일이다.

그러나 일부러 혼자 다니며 그런 위험에 빠져서는 안된다. 앞으로는 절대로 혼자 다니지 말아라.》

엄마산양은 어린 산양을 장하게 여기면서도 이렇게 타일렀습니다.

다른 산양들도 어린 산양이 담차고 슬기롭지만 엄마산양의 말도 옳다고 머리를 끄덕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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