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아동문학》 주체97(2008)년 제5호에 실린 글

 

   □ 우 화 □

 

눈통이 터진 메돼지

 

                                    정  춘  식

 

분지골이라 부르는 짐승동산에 제노라 우쭐대는 메돼지가 있었습니다.

어느 가을날 메돼지는 오소리가 승냥이를 잡았다가 놓쳐버렸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승냥이를 놓치다니 원, 하기야 약골인 오소리가 사나운 승냥이의 힘을 당해낼수가 없지. 그저 나처럼 힘이 세야 한다니까.》

이렇게 중얼거린 메돼지는 너무 아수하여 오소리를 찾아갔습니다.

《그래, 승냥이를 놓쳐버렸다는게 사실인가?》

《글쎄 승냥이놈이 덫에 걸려 쭈욱 늘어졌기에 죽은줄 알고 풀어놨더니 와닥닥 일어나서 달아나질 않겠나.…》

《쯔쯔, 자네가 바보짓을 했구만. 승냥이놈의 숨통을 끊어놓고 풀었어야지. 그놈한테 눈통이 터지지 않은게 다행일세.》

《글쎄말이우다. 승냥이놈이 메돼지형님의 손에 걸렸어야 하는건데…》

《아무렴. 내 손에 잡히면야 단숨에 숨통을 끊어놓지 않으리.》

그후 며칠이 지난 어느날이였습니다.

메돼지가 밤을 따가지고 산을 내려오는데 갑자기 마을쪽에서 《승냥이 잡아라ㅡ》하는 고함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바보같은것들, 또 승냥이를 놓친 모양이군.》

메돼지가 이렇게 중얼거리며 언뜻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승냥이가 자기쪽으로 냅다 뛰여오는게 아니겠습니까.

《옳지. 네놈이 오늘은 내 손에서 빠져나가지 못한다.》

메돼지는 얼른 옆에 있는 바위굴에 몸을 숨겼습니다.

승냥이는 그런줄도 모르고 바위굴안으로 들어오며 중얼거렸습니다.

《에이 분하다. 사슴과 오소리놈때문에 다 잡았던 메돼지새끼를 놓쳤군.》

메돼지는 피가 거꾸로 솟았습니다.

《이놈아, 뭣이 어째? 네놈이 내 새끼를?》

메돼지는 억센 손으로 승냥이의 목을 꽉 틀어쥐였습니다.

《캑…캑… 아이구, 나 죽는다. 아이구…》

메돼지는 승냥이의 목을 틀어잡은채 바위굴밖으로 끌어냈습니다.

《캑ㅡ캑… 옳수다. 난 백번 죽어 싼 놈이우다. 내 마지막으로 한가지 비밀만 말하고 죽겠수다.》

《누구를 속여보려구? 전번에는 오소리를 속였지만 이번엔 어림도 없어.》

메돼지는 승냥이의 목을 더 바싹 조였습니다.

《아이구, 캑… 사실은 형님의 새끼가 꽁꽁 묶이워 정신을 잃고… 캑ㅡ》

《거짓말 말아.》

그러면서도 너무도 뜻밖의 말을 들은 메돼지는 고개를 기웃거렸습니다.

메돼지는 저도 모르게 꽉 틀어잡았던 손아귀를 조금 늦추었습니다.

《네놈의 말이 사실이냐?》

《뉘앞이라고 감히… 그런데 숨이 막혀 어디 말을 할수가 있…캑 캑…》

메돼지는 손아귀를 조금 더 풀어놓았습니다.

그때 사슴, 오소리, 너구리가 몽둥이를 들고 메돼지가 있는 곳으로 달려왔습니다.

승냥이는 눈알을 희번뜩거리며 사방을 살폈습니다.

메돼지는 사슴과 오소리에게 《여보게들, 내가 잡았네.》하고 소리쳤습니다.

그때 갑자기 승냥이가 《으악ㅡ》하는 소리를 지르며 뒤발로 메돼지의 얼굴을 걷어차고 도망을 쳤습니다.

《어이쿠ㅡ》

메돼지는 눈통을 싸쥐고 뒤로 벌렁 나자빠졌습니다.

잠시후 사슴이 눈통을 싸쥐고 불그락푸르락하는 메돼지한테서 자총지종 이야기를 듣고 어이가 없어 피식 웃었습니다.

승냥이한테 속은것이 분해서 풀풀거리는 메돼지에게 사슴이 말했습니다.

《원참, 힘장수가 승냥이한테 눈통이 터지다니. 원쑤놈에게 잠시라도 틈을 주었다가는 도리여 제 목숨이 위태롭다는걸 알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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