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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아동문학》 주체97(2008)년 제5호에 실린 글
◇ 동 화 ◇
나비와 수닭
이 동화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대원수님께서 들려주신 이야기를 그대로 옮긴것이다.
어느 경치좋은 푸른 산기슭에 나비네 마을이 있었습니다. 바람에 너울거리는 푸른 잎새들사이에 자리잡은 마을이였습니다. 이 마을에 노랑나비와 알락나비, 범나비네가 살았습니다. 그들이 사는 집은 푸른 나무잎으로 지붕을 덮고 꽃잎으로 벽을 두른 훌륭한 집이였습니다. 창문을 열고 올려다보면 푸른 지붕우에선 아름다운 꽃들이 반겨웃고 그우엔 해볕이 쏟아져내리는 푸른 하늘이 펼쳐져있었습니다. 그들은 곱게 핀 꽃들과 설레이는 푸른 숲을 몹시 사랑했습니다. 그들은 날마다 꽃밭으로 날아다니며 부지런히 일하였습니다. 이 꽃송이, 저 꽃송이 바쁘게 찾아다니며 꽃가루도 솔솔 뿌려주고 꿀떡도 땄습니다. 꿀떡을 따면서 팔랑팔랑 춤도 추고 랄랄랄 노래도 불렀습니다.
아름다운 꽃밭은요 우리네 일터 철따라 피는 꽃들 방긋 웃지요 팔랑팔랑 춤을 추며 꿀떡을 따는 우리 사는 꽃마을 참말 좋아요
나비네들이 노래부르고 춤을 추면 꽃송이들과 푸른 잎들도 흥에 겨워 함께 춤을 추었습니다. 이렇게 즐겁게 살던 나비네 마을에 뜻하지 않은 큰 불행이 생겼습니다. 어느 바람 한점 없는 잔잔한 날이였습니다. 별안간 푸른 잎 하나가 흔들렸습니다. 꿀떡을 따던 노랑나비가 웬일인가 하여 돌아다보니 조그만 메뚜기가 할딱거리고있었습니다. 《무슨 일이 생겼니?》 《저걸 좀 봐!》 노랑나비가 바라보니 톱날같은 붉은 볏을 머리에 인 놈이 목을 길게 빼들고 성큼성큼 걸어오고있었습니다. 갈구리같은 발톱과 사나운 부리와 큰 날개를 가진 무서운 수닭놈이였습니다. 《아유, 저걸 좀 봐.》 노랑나비가 놀란 소리를 치는 바람에 곁에서 꿀떡을 따던 두 나비동무들도 그놈을 보게 되였습니다. 키가 껑충한 수닭놈이 꽃나무를 마구 헤치며 나비들한테로 쏜살같이 달려왔습니다. 나비네 세 동무는 꽃송이에서 재빨리 날아올랐습니다. 수닭놈은 나비들을 놓친것이 화가 나서 온 몸뚱이의 깃털을 일으켜세우고 날개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세찬 날개바람이 일어나며 꽃나무들이 이리 눕고 저리 누웠습니다. 그놈은 부리를 높이 쳐들고 두리번거리다가 꽃 한송이를 툭 쪼았습니다. 가엾게도 그 꽃송이는 목이 부러져 땅에 떨어지고말았습니다. 《저런 저걸 어쩌나?》 《아니 저놈이 왜 남의 꽃밭에 뛰여들어 저 지랄일가?》 세 동무는 너무 분해 온몸을 부르르 떨었습니다. 수닭놈은 땅에 떨어진 그 꽃송이를 훌떡 집어삼켰습니다. 《야, 저 죽일놈 좀 봐.》 밤나비가 소리치며 발딱 일어섰습니다. 나비들을 놓쳐버린 수닭놈은 꽃송이를 삼킨것만으로는 화풀이가 되지 않았던지 이번에는 꽃밭을 마구 짓이겨대기 시작했습니다. 사나운 부리로 꽃송이들을 닥치는대로 쫓고 갈구리같은 발톱으로 꽃나무뿌리를 파헤치자 꽃나무들이 이리저리 넘어졌습니다. 나비네 집 몇채가 무너져 많은 나비들이 죽고 몇마리의 나비들만이 겨우 살아났습니다. 범나비는 《이건 정말 보고만 있을수 없어.》하고 두날개를 부르르 떨었습니다. 그러나 몸집이 엄청나게 큰 수닭놈을 당해내기엔 너무도 작고 약한 나비였습니다. 그렇지만 나쁜것을 보고는 참지 못하는 불같은 성미를 가진 범나비는 《내 당장 저놈을 물리치고올테다.》하고 수닭놈을 맞받아 날아갔습니다. 범나비는 수닭놈의 긴 목을 감돌며 날개밑에 차고다니는 주머니에서 가루를 한줌씩 꺼내여 그놈의 눈에 뿌리며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노랑나비와 알락나비는 너무도 아슬아슬하고 소름이 끼쳐 두눈을 딱 감았습니다. 푸드득 날개치는 소리에 깜짝 놀란 알락나비가 눈을 뜨고 바라보니 먼지가 자욱하게 떠올랐습니다. 범나비는 어디에 갔는지 보이지도 않고 수닭놈만 먼지속에 휩싸여 선자리에서 빙빙 돌고있었습니다. 차츰 먼지가 사라지자 풀밭에서 범나비가 퍼득거리는게 보였습니다. 수닭놈의 날개에 얻어맞고 떨어진게 분명했습니다. 수닭놈이 목을 돌리기만 하면 범나비가 눈에 뜨일 위험한 순간이였습니다. 노랑나비가 쏜살같이 날아내려가서 범나비의 손목을 이끌고 부리나케 씽 날아올랐습니다. 그런 일이 있은 뒤부터 나비네들은 정신을 바싹 차리고 살아야 했습니다. 수닭놈이 매일같이 달려들기때문이였습니다. 꽃마을엔 날마다 소름이 끼치는 소문이 그치지 않고 떠돌았습니다. 나비네들은 불안과 슬픔에 잠겨 한시도 기를 펴고 살수 없었습니다. 꽃송이마다 꿀이 넘쳐나는줄 알면서도 그전처럼 마음놓고 나다니지 못했습니다. 틈만 보고있다가 살금살금 나다니며 꿀떡을 따다가 간신히 끼니를 에워나갔습니다. 꿀떡을 따는 나비들로 흥성거리던 꽃밭은 텅 빈것 같았습니다. 나비들이 팔랑거리며 날아오면 어서 오라고 반겨맞으며 방실방실 웃던 꽃송이들도 웃음을 거두고 슬픔에 잠겨있었습니다. 노래와 춤으로 가득찼던 나비네 마을에 근심걱정으로 가득찬 나날이 흘러갔습니다. 그러던 어느날이였습니다. 범나비의 상처를 돌봐주고난 노랑나비가 《에이, 속상해. 수닭놈을 빨리 물리쳐야 하루를 살아도 마음놓고 살겠는데… 정말 어떻게 하면 좋겠니?》하고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시름에 잠겨 앉아있던 알락나비는 《나도 늘 그 생각이다. 그런데 무슨 뾰족한 수가 있어야지. 그놈은 너무도 크고 힘이 세니 말이야.》하고 긴 한숨을 쉬였습니다. 노랑나비는 잠자코 있다가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있겠니? 그러다간 다 죽어. 어떻게 해서라도 무슨 수를 찾아내야 해.》하고 말했습니다. 그 말에 누워있던 범나비가 머리를 들고 반쯤 일어나 《옳아, 네 말이 옳아. 날 좀 보렴. 참을수 없어 욱 하고 맞받아나갔다가 이 지경이 된걸. 나처럼 싸워선 안되겠어. 무슨 수든 꼭 찾아가지고 싸워야지.》하고 말하고는 다시 자리에 누웠습니다. 《야! 정말 무슨 묘한 수가 없나! 그놈을 훅 불어 산너머 저 멀리 날려보내는 그런 수말이야. 에이참…》하고 알락나비가 안타까운듯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그 말에 노랑나비는 실눈을 지으며 《찾아보면 있겠지. 어쨌든 무슨 묘한 수를 꼭 찾아보자꾸나.》하고 말했습니다. 그날부터 나비네 세 동무는 꽃마을을 지켜내기 위하여 머리를 짜내기 시작했습니다. 범나비는 앓으면서 생각하고 알락나비는 범나비의 상처를 돌봐주면서 생각하고 노랑나비는 들메나무 푸른 잎우에 앉아 망을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며칠이 지난 어느날이였습니다. 알락나비가 오늘은 무슨 수든지 꼭 찾아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범나비의 상처에 약을 발라주고있었습니다. 그러나 묘한 수가 잘 떠오르지 않아 한숨만 지었습니다. 《아니, 왜 그러니?》 범나비는 근심이 되여 물었습니다. 《신통한 생각이 나지 않아 그래.》 두 동무가 이런 말을 주고받을 때였습니다. 노랑나비가 망을 보고있는 들메나무밑으로 수닭놈이 겁석겁석 걸어왔습니다. 그놈은 무엇을 보았는지 갑자기 날개를 치면서 날아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저놈이 오늘은 어떻게 된 일이야. 자기도 날아다닌다는걸 보여주려나? 한번 구름만큼 날아오를셈인가?》 노랑나비는 이렇게 생각하며 날아오르는 수닭놈의 모양을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그 기세 아닌게아니라 대단했습니다. 날개치는 소리가 어찌도 요란한지 백리밖에까지도 들릴것 같았습니다. 우수수 설레이던 꽃나무들이 뽀얀 먼지를 뒤집어썼습니다. 그런데 날개치는 소리만 요란했지 얼마 날아오르지는 못했습니다. 몸뚱이가 무거워 그러는지 들메나무에 앉아있는 노랑나비의 발밑에도 닿지 못하고 푸드득거리다가 떨어지고말았습니다. 그 꼴을 내려다보던 노랑나비는 《아니, 어떻게 된 일이야. 이제 보니 저놈은 들메나무 절반도 날아오르지 못하는 놈이였구나.》하고 속삭이며 수닭놈을 내려다보았습니다. 그놈은 다시한번 날개를 쳐보았지만 이번에도 역시 푸드득거리다가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옳지, 틀림없어! 저놈의 날개는 괜히 크기만 했지 아무 쓸모없는 날개였구나. 그래서 날개를 가지고있으면서도 늘 걸어다니댔구나!》 노랑나비는 몸뚱이에서 두 날개를 뚝 떼여던진 수닭놈의 모양을 그려보았습니다. 알몸뚱이만 남은 수닭놈이 괜히 위엄을 뽐내며 꺽두룩꺽두룩 걸어가고있는것 같아 웃음이 나왔습니다. 《보았다, 보았어! 나는 오늘 수닭놈의 큰 약점을 보았다. 우리 날개는 수닭놈의 날개에 비하면 비록 작은 날개지만 얼마나 훌륭한 날개냐! 흥, 네놈이 우리를 잡아먹겠다구?》 이렇게 속으로 소리치며 팔랑팔랑 날아오르는 노랑나비의 머리에는 그놈을 쳐없앨 묘한 수가 번쩍 떠올랐습니다. 노랑나비는 너무 기뻐 넓은 하늘을 한바퀴 돌고나서 동무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날아왔습니다. 노랑나비의 이야기를 듣고난 두 동무는 눈들을 반짝거리며 《그래, 그거 참 그럴듯한 수야.》 《그거 참 좋아, 정말 그놈을 쳐부실수 있는 훌륭한 생각이야.》하고들 기뻐했습니다. 알락나비는 너무 기뻐 요리조리 날아돌면서 이렇게 물었습니다. 《그런 수를 어떻게 찾아냈니?》 《어떻게 찾아내긴, 온 꽃마을이 노래부르며 살기 위해 기어이 그놈을 쳐없애야 되겠다고 가슴을 불태우며 찾고찾았지. 수닭놈이 나는것을 보다가 우리가 그놈보다 더 훌륭한 날개를 가지고있다는걸 깨달은 순간 글쎄 그 묘한 수가 떠오르더구나.》 《야!》 이튿날 아침이였습니다. 노랑나비는 수닭놈과 싸울 차비를 하고 길을 나섰습니다. 앓는 범나비도 알락나비도 싸우러 떠나는 노랑나비를 바래워주었습니다. 노랑나비는 팔랑팔랑 부지런히 날고날아 푸른 가지들을 길게 드리우고 서있는 버드나무앞에 이르렀습니다. 노랑나비는 버드나무잎새우에 가볍게 내려앉아 수닭놈이 나타나기를 기다렸습니다. 마침 멀리 수닭놈이 걸어오는게 보였습니다. 노랑나비는 수닭놈을 바라보며 《이젠 저놈을 족쳐대야지.》하고 굳게 다짐했습니다. 이때 누구인지 《아니, 너 누굴 족쳐댄다고 그러니?》하고 물었습니다. 《누구냐?》 《나야, 나.》 《음, 청개구리로구나. 저기 오는 저놈 말이야.》 《뭐? 저 수닭을? 난 너희편이지만 그래 저놈과 싸워 이길수 있니?》 청개구리는 무척 걱정되는 모양이였습니다. 《고마와, 그렇지만 난 벌써 그놈과 싸울 결심을 다졌어.》 노랑나비는 나풀나풀 날아다니며 사방을 둘러보았습니다. 또 누구인지 《너 무슨 일이 생겼니? 왜 자꾸 왔다갔다하니?》하고 물었습니다. 《누구냐?》 《목소리를 듣고도 모르겠니?》 《음, 베짱이로구나. 수닭놈과 싸우려고 여기저기 좀 살펴보는중이야.》 《저런, 네가 그 큰놈을 족쳐댄다고? 난 너희편이지만 어쩐지 마음이 안 놓이누나.》 베짱이는 근심되는 모양이였습니다. 《목숨을 내대고 한번 해보련다. 쉬, 저놈이 거의다 왔다.》 어느새 수닭놈이 버드나무밑을 지나서 우뚝 멈춰섰습니다. 노랑나비는 숨소리를 죽이고 수닭놈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때 수닭놈이 목을 한발 빼들고 《어떻게 된셈이야. 오늘은 나비 한마리 얼씬하지 않는구나. 요놈들이 다 어디 가서 숨어있는 모양이지.》하고 혼자 중얼댔습니다. 바람이 솔솔 불어왔습니다. 버드나무잎들이 살랑거렸습니다. 노랑나비가 나무잎처럼 뱅글뱅글 돌며 풀밭우에 내려앉았습니다. 무엇인가 쪼아먹던 수닭놈이 고개를 쳐들고 물끄러미 쳐다보았습니다. 버드나무잎새우에 앉아서 내려다보던 베짱이는 《저걸 어쩌나. 수닭놈의 눈에 띄였구나.》하고 어쩔줄을 몰라하는데 청개구리는 울상이 되여 《큰일났구나! 하필 수닭놈 가까이에 내려앉을게 뭐야?》하고 중얼거렸습니다. 수닭놈이 성큼 한발자국 발을 옮겨짚었습니다. 《어마나, 저걸 어쩌나?》 베짱이도 청개구리도 놀란 눈으로 내려다보았습니다. 수닭놈은 아무리 보아도 나무잎같지 않던지 한발자국 또 한발자국 다가갔습니다. 그러다가 화닥닥 달려들어 툭 쪼았습니다. 순간 베짱이와 청개구리는 《앗!》하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러나 팔랑거리며 날아오르는 노랑나비를 본 그들은 일시에 《살았구나!》하고 손벽을 쳤습니다. 노랑나비는 두눈을 데룩거리며 서있는 수닭놈의 두리를 한바퀴 날아돌고나서 저만치 피여있는 하얀 딸기꽃우에 살짝 내려앉았습니다. 수닭놈은 닭알침을 꿀꺽 삼키며 껑충껑충 달려가 또 툭 쪼았습니다. 《어마나!》 베짱이와 청개구리는 또 깜짝 놀라 소리쳤습니다. 그러나 노랑나비는 다시 날아올랐습니다. 노랑나비는 팔랑거리며 날아가다가 찔레꽃우에 내려앉았습니다. 수닭은 멍청하니 서서 두눈을 스르르 감고 머리를 이리 기웃 저리 기웃하며 무엇인가 생각하는 모양이더니 날개를 쩍 벌려들고 가만가만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저놈이 어쩌자는걸가?》 하고 베짱이가 바싹 다가앉으며 이상하다는듯 청개구리에게 물었습니다. 《글쎄 말이야.》 두 날개를 잔뜩 펼쳐든 수닭놈은 노랑나비가 앉아있는 찔레꽃앞으로 다가가더니 별안간 탁탁 하고 날개를 냅다 치기 시작했습니다. 《아유, 저걸 어쩌나?》 베짱이도 청개구리도 하마트면 뒤로 벌렁 나가넘어질번 하였습니다. 한참 날개를 치고난 수닭놈은 노랑나비가 자기 날개에 얻어맞고 땅바닥에 떨어졌으려니 생각하고 빙빙 돌아가면서 찾았습니다. 노랑나비는 수닭놈의 잔등우에 올라앉아 날개쉼을 하고있었던것입니다. 《야, 저 노랑나비 봐라. 수닭놈을 막 말처럼 올라탔구나.》 《노랑나빈 정말 용감해.》 수닭놈이 날개로 탁탁 후려치려고 할 때 노랑나비는 날개밑으로 살짝 빠져나와 그놈의 잔등우에 내려앉았던것입니다. 《아니, 어떻게 된 영문이야. 내 날개에 구멍이 뚫어졌나. 고놈이 어디로 빠져나갔어? 고놈을 잡으면 발기발기 찢어놓을테다.》 노랑나비는 수닭이 약이 오를대로 올랐으니 이제부터 얼마든지 끌고다닐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랑나비는 드디여 그놈의 잔등을 떠나 쐐기넝쿨이 있는 언덕으로 날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수닭놈은 목을 길게 뽑아들고 쐐기넝쿨이고 뭐고 마구 짓밟아헤치며 노랑나비를 쫓아갔습니다. 노랑나비는 언덕우에 피여있는 빨간 나리꽃우에 살짝 내려앉았습니다. 수닭은 날개를 치며 언덕으로 뛰여올라갔습니다. 수닭이 나리꽃을 덮쳤을 때에는 이미 노랑나비가 거기 없었습니다. 노랑나비는 또 어느새 푸른 하늘을 날고있었습니다. 노랑나비를 잃어버린 수닭놈은 입을 쩍 벌리고 씨근거렸습니다. 어디선지 노래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름다운 꽃밭은요 우리네 일터 철따라 피는 꽃들 방긋 웃지요
그것은 어디론가 사라졌던 노랑나비가 산들바람에 너울거리는 길다란 잎새들 한가운데 곱게 피여있는 붓꽃우에 올라앉아 부르는 노래소리였습니다. 《아니 조놈이, 언제 또 저기 날아가 앉았나?》 수닭은 붓꽃이 피여있는 못가로 살금살금 다가갔습니다. 노랑나비는 수닭놈이 다가오고있는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신이 나서 노래를 부르고있었습니다.
팔랑팔랑 춤을 추며 꿀떡을 따는 우리 사는 꽃마을 참말 좋아요
《흥, 꿀떡따는 마을이 좋다구? 어디 실컷 좋아해보아라. 이번엔 나한테서 빠져나가지 못한다.》 수닭놈은 이렇게 코웃음치며 후닥닥 뛰여올라 나비를 콱 덮쳤습니다. 그러나 나비는 또 온데간데 없고 날개를 펼쳐든 수닭은 너울거리는 붓꽃잎들을 한아름 그러안은채 못에 첨벙 곤두박혔습니다. 물속에 빠져들어간 수닭놈은 물만 꼴깍꼴깍 들이키며 푸푸 하다가 겨우 언덕으로 기여나왔습니다. 수닭놈의 꼴은 정말 망측했습니다. 감탕물로 뒤범벅이 된 두 날개는 축 늘어지고 붉은 볏도 볼꼴사납게 되였습니다. 수닭은 지쳤는지 풀밭에 주저앉아 젖은 몸뚱이와 감탕물로 뒤범벅이 된 날개를 해볕에 말리려고 하였습니다. 수닭이 날개를 말릴 짬을 주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 노랑나비는 그놈 가까이로 날아갔습니다. 그래도 수닭놈은 심드렁해서 멍하니 쳐다볼뿐이였습니다. 노랑나비는 수닭놈의 코앞에 핀 초롱꽃둘레를 뱅글뱅글 돌았습니다. 수닭놈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뒤로 조금 물러앉으며 상냥한 목소리로 《넌 어쩌면 그렇게도 춤을 잘 추니. 내 어깨가 막 들먹거리누나. 그런데 좀 가까이 와서 추려무나.》하고 말을 걸었습니다. 《그렇게 춤을 좋아하는줄 알았더면 진작 가까이 와서 추어드릴걸 그랬어요.》 노랑나비는 수닭의 머리우를 감돌며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수닭은 껑충 뛰여올라 툭 쪼아먹을 틈만 노리면서 춤을 추며 도는 노랑나비를 따라 빙글빙글 돌아갔습니다. 그러다가 그만 어지럼증이 나서 엉덩방아를 찧으며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하, 이거 춤구경이 좋긴 한데 하늘땅이 빙빙 돌아 못 보겠구나. 얘, 인젠 춤일랑 그만두고 어디 노래나 한마디 불러주렴.》 《멀리서 부를가요, 가까이에서 부를가요?》 수닭의 머리우를 감돌며 춤을 추던 노랑나비는 엉겅퀴잎우에 내려앉아 날개쉼을 하면서 비위를 돋구어주었습니다. 《그거야 물어보나마나지. 가까이 와서 불러주렴. 땀을 빼고나니 귀가 멍멍해서 그런다. 가만, 그럴것 있니, 아예 내 부리에 앉아서 불러주렴.》하고 수닭은 수선을 떨었습니다. 노랑나비는 잠시 생각하다가 《그럼 가까운 곳에서 불러드리겠어요.》하고 말하며 엉겅퀴잎에서 팔랑 날아올라 톱날처럼 삐죽삐죽 날이 선 수닭놈의 볏우에 살짝 내려앉아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습니다. 나비의 몸에서는 꿀냄새가 물씬 풍겼습니다. 수닭은 그 달콤한 꿀냄새에 밸이 뒤집혀 죽을 지경이였습니다. 그러나 수닭놈은 점잔을 빼며 《이 철딱서니 없는것아, 례절이야 지켜야지. 남의 볏을 밟고 올라서서 노래를 부르는 법이 어디 있니. 그건 모자나 같은거야. 어서 내 부리로 내려오라는데두…》하고 말했습니다. 《여기가 제일 가까운 곳인데 왜 자꾸 내려오라고 그래요. 난 여기서 부르겠어요. 그까짓 부리가 여기만 할라구요.》하고 노랑나비가 깔깔 웃었습니다. 수닭은 약이 올라 씨근거리며 《내려오라면 내려올게지 무슨 잔말이 그렇게 많니?》하고 버럭 성을 내며 껑충 뛰여올랐습니다. 노랑나비는 수닭이 성을 내건말건 아랑곳하지 않고 그놈의 볏우에 그냥 오똑 서있었습니다. 수닭은 별안간 노랑나비가 서있는 자기 볏을 이리저리 흔들며 땅에 털썩 모로 눕더기 디굴디굴 굴기 시작했습니다. 어느새 수닭놈의 볏우에서 날아오른 노랑나비는 딩굴고있는 그놈의 두리를 날아돌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수닭놈이 벌떡 일어서는 바람에 《에그머니, 혼났다. 노래구 뭐구 간떨어지겠다.》하고 소리치며 그놈의 키만큼 날아올랐습니다. 그리고는 수닭놈의 눈을 살짝살짝 건드리며 부리앞으로 팔랑팔랑 날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뒤쫓아오는 수닭놈의 뜨거운 입김이 나비의 날개에 풍겨왔습니다. 그때마다 이크 하고 더 빨리 날아갔습니다. 그러면 수닭놈의 거치른 숨소리가 좀 멀어지군 하였습니다. 노랑나비의 얼굴도 잔등도 온통 땀에 젖었습니다. 그러나 앞뒤를 돌아보며 날고 또 날아야 했습니다. 지칠대로 지친 노랑나비는 날개죽지가 나른해져서 더는 날아갈 힘이 없었습니다. 자기를 바래주던 동무들의 얼굴도 떠오르고 그들과 함께 꿀떡을 따던 꽃밭이 눈앞에 얼른거렸습니다. (이대로 수닭놈을 돌려보내면 사랑하는 동무들과 아름다운 꽃동산이 또 화를 입는다. 어떤 일이 있어도 저놈을 돌려보낼수 없다.) 노랑나비는 있는 힘을 다하여 날기 시작하였습니다. 몇번이나 노랑나비를 쪼을번쪼을번 하다가 놓쳐버린 수닭놈은 어찌도 분하고 악이 났던지 칼날바위에 부딪쳐 발가락에서 피가 줄줄 흐르는줄도 모르고 기를 쓰고 따라갔습니다. 노랑나비는 땀을 훔치고 이를 악물며 가시밭을 지나고 바위길을 지나 높이 솟은 벼랑턱으로 날아갔습니다. 수닭은 방금 숨이 넘어갈듯 헐떡거리면서도 눈앞에서 나풀대는 노랑나비를 꼭 잡을것만 같아 눈이 빨개가지고 쫓아갔습니다. 노랑나비의 한쪽날개에 수닭놈의 사나운 부리끝이 닿았습니다. 수닭놈은 발밑에 땅이 있는지 물이 있는지 미처 내려다볼 사이가 없었습니다. 나비를 덮치려고 있는 힘을 다하여 훌쩍 뛰여올랐습니다. 온몸이 허공에 뜨는것 같더니 몸뚱이가 거꾸로 처박히며 거침없이 떨어져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하늘과 땅이 금시 뒤집히는것 같기도 하고 무엇이 와르르ㅡ 무너져내리는것 같기도 했습니다. 수닭놈은 두날개를 퍼득거리며 용을 써보았습니다. 그러나 찔레가시에 긁히고 흙탕물에 범벅이 되여 천근무게로 무거워진 날개는 오히려 거치장스러운 짐이 될뿐이였습니다. 수닭은 그만 정신을 잃고 어디엔지 나가떨어졌습니다. 우지끈 하고 대가리가 무엇에 부딪치는 순간 눈에서 불이 번쩍 일어났습니다. 굳은 바위에 대가리를 짓찧은 수닭은 《꼬끼요》소리 한마디 지르지 못하고 너부러진채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꽃마을을 사랑하는 마음과 원쑤를 미워하는 마음으로 가슴을 불태워온 노랑나비는 드디여 그 나쁜 수닭놈을 천길벼랑아래로 떨어뜨리고야말았습니다. 수닭놈은 나비를 삼키려다가 결국 나비에게 먹힌셈이 되였습니다. 몸은 비록 작지만 수닭놈과 같이 큰 놈을 쳐없앴다고 생각하니 온몸에 새힘이 솟아올라 노랑나비는 춤을 추며 하늘높이 날아올랐습니다. 꿀떡을 따며 노래부르던 아름다운 꽃마을이 그지없이 정답게 한가슴에 안겨왔습니다. 알락나비는 너무도 기뻐 야ㅡ 하고 환성을 지르며 달려나왔습니다. 앓고있던 범나비는 자리를 차고 일어나 노랑나비를 축하하려고 달려나왔습니다. 버드나무에서 만났던 베짱이와 청개구리와 메뚜기도 달려나왔습니다. 그들은 솟구쳐오르는 감격을 쏟을길 없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습니다.
노래하자 동무야 착한 동무야 우리는 꽃마을 지켜냈다네 팔랑팔랑 날개는 작고작지만 큰 날개 가진 놈 물리쳤다네
해님도 기뻐 웃으며 따스한 볕을 뿌려 축하해주고 시내물도 기뻐 졸졸 노래하며 흘러갔습니다. 통쾌하고도 기쁜 이날의 소식은 삽시간에 멀리멀리 퍼져갔습니다. 그뒤부터 나비네 꽃마을에는 그 어떤 놈도 덤벼들지 못했습니다.
나비네들은 부지런히 일하면서 더욱 즐겁고 보람찬 살림을 꾸려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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