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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아동문학》 주체97(2008)년 제4호에 실린 글
◇우화◇
승냥이의 도적잡이 리완기
밤늦게 어미승냥이가 말린 물고기들을 한짐 지고 와서 새끼승냥이들에게 던져주었습니다. 체통이 거의 어미만 한 새끼들은 물고기들을 정신없이 먹어치우고는 성차지 않은듯 물었습니다. 《곰네 창고를 털었나요?》 《말짱 걷어왔나요?》 새끼들의 물음에 어미승냥이는 코김을 힝힝 내불며 한참 훈시질을 했습니다. 《그놈이 먹을것도 좀 남겨놓아야지 창고를 빡빡 쓸어오면 뭘 먹구 창고를 또 채워놓겠니. 모든 일은 서너수를 내다보며 해야 되느니라. 그전처럼 마구잡이로 해서는 모두매에 걸려 제명을 못사는 법이야. 약한자에게는 날강도가 되여야 하고 강한자에게는 웃음을 짓고 속을 뽑아야 해. 모든 일은 2중3중으로 흔적을 없애고 어떤 경우에도 만약을 타산해야 실수가 없는 법이야. 우린 빼앗고 훔치기만 할게 아니라 남을 도와주는척도 하고 <나쁜 놈>을 앞장서 징벌하기도 하는 승냥이로 둔갑할줄도 알아야 해.》 다음날 여기저기 싸다니며 먹이감을 엿보던 어미승냥이는 곰네 집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곰네 집 동정도 살피고 여차하면 자기가 의심을 받지 않게 둘러칠 궁리도 하면서 말입니다. 그러던 어미승냥이는 뜻밖의 일에 부딪쳤습니다. 창고를 반반하게 털리운 곰이 이웃들과 함께 주변의 발자국을 더듬어보며 떠들썩했으니까요. 크고작은 메돼지발자국들이 여기저기 찍혀져있는 모양이 그 족속들이 창고를 털어간게 분명했습니다. (뛰는 놈우에 나는 놈 있다더니. 내 생일날 먹으려던 토끼가 없어졌을 때에도 메돼지발자국이 있었지. 그때는 놓쳤지만 오늘은 어림도 없다.) 이 기회에 모든것을 메돼지들에게 뒤집어씌울 음흉한 계책이 떠오른 어미승냥이는 성수가 나서 떠들었습니다. 《이번엔 아예 목덜미를 잡히우게 됐지. 그 메돼지들이 앞에선 정직한체 하지만 뒤는 구린 놈들이요.》 곰과 이웃집의 멍멍이, 산양이 도적잡이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도적들이 어찌나 교묘하게 빠졌는지 그 종적을 찾기가 몹시 힘들었습니다. 냄새를 없애는 무슨 수를 썼는지 멍멍이도 코만 벌름거릴뿐 어쩌지를 못했습니다. (허, 메돼지놈들이 이렇게 교활한줄은 몰랐군.) 어미승냥이는 풀 한포기 놓치지 않고 깐깐히 살피며 중얼거렸습니다. 그러던 어미승냥이는 모두에게 빨리 오라고 손짓했습니다. 《정말 도적질에 인이 박힌 놈들이요. 밟히워 쓰러진 풀대를 착착 세워놓으면서 내뺐군요.》 잃었던 흔적을 찾은 일행은 개울가에 이르러 또다시 흔적을 잃었습니다. 아무리 올리훑고 내리훑어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도적이 도적을 잡는다고 갖은 수를 다 쓰며 도적질을 해온 어미승냥이의 눈은 속일수가 없었습니다. 《메돼지들이 개울물을 따라 다시 내려가다가 저 큼직한 돌들을 징검돌삼아 숲속으로 빠졌수다.》 어미승냥이의 도적잡이가 어찌나 신통한지 모두 고개를 끄덕이였습니다. 《이번에 메돼지놈들을 잡아 등허리를 분질러놓읍시다. 다시는 도적질을 하지 못하게...》 너스레를 떨며 숲속에 들어선 어미승냥이는 한곳에 이르러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여기에 뭘 묻어놓았군.》 와락와락 흙을 파헤치고 보따리를 꺼내든 어미승냥이는 그만에야 깜짝 놀랐습니다. 메돼지발쪽과 신통한 덧신을 보았으니 말입니다. 그제야 무엇인가 짚이는듯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주위에 새끼승냥이들의 발자국이 너저분한지라 도적은 뻔했습니다. 냄새를 맡은 멍멍이가 뒤따르기 시작했습니다. 급해맞은 어미승냥이는 골통을 치며 후닥닥 앞서 뛰여갔습니다. 새끼들을 부르며 얼빠진듯 달리던 어미승냥이는 《어이쿠-》하고 깊은 함정에 허궁 빠져들었습니다. 만약을 생각한 새끼승냥이들이 파놓은 함정이였던것입니다. 함정속에 박아놓은 말뚝에 꿰여 쿨럭쿨럭 피를 토하며 죽어가는 승냥이를 보고 곰이 말했습니다. 《세상 못된짓을 도맡아하며 설레발을 치더니 에미는 새끼를 잡고 새끼는 에미를 잡았군. 승냥이가 잡자고 떠들던 도적놈을 우리가 가서 요정내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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