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아동문학》 주체97(2008)년 제4호에 실린 글

 

   

  ◇우화

 

꿀꿀이의 《무거운》 수레

박화준

 

                                           

새집짓기에 떨쳐나선 능금골 짐승들

강변에 쌓인 기초돌무지를

너도나도 마을로 실어나르는데

꿀꿀이도 한짐 싣고 고개길에 나섰네

 

절반도 못 찬 제 수레 누가 볼세라

꿀꿀이 앞뒤길 살펴가며

허위허위 한굽이를 돌아섰는데

멀찌감치 앞서가던 매매가 재촉했네

 

《여보게- 꿀꿀이-

  어서 날 따라잡게

  벌써 어둑어둑해지는데

  그러다 고개길에서 해를 지우겠네》

 

《자네 먼저 가게나-

  남에게 뒤지기가 싫어

  제일 큰 무지를 골라 실었더니

  수레가 여간 무겁지 않구려》

 

제법 땀씻는 시늉 해보이며

슬쩍 둘러친 꿀꿀이

또 한굽이 돌아섰는데

이번에는 멍멍이가 뒤돌아봤네

 

《여보게, 꿀꿀이-

  빨리 오라구

  벌써 고개길이 컴컴해졌는데

  우리 함께 가세》

 

《자... 자네 그냥 앞서가게

  가뜩이나 큰 수레에

  욕심스레 꼴딱 실었더니

  두다리가 후들거려 못 가겠네》

 

꿀꿀이의 《무거운》 수레

가다가는 멈춰서고 섰다가는 또 가며

어느덧 고개길을 벗어났네

 

(후유, 공연히 성가시게들 굴더니

이제야 쥐죽은듯 잠잠해졌군

이젠 아주 저물었으니

냅다 달려가 슬쩍 부리워야지)

 

꿀꿀이 잰걸음 떼려는데

이때 갑자기 어둠속에서

두말없이 앞서갔던 이웃들의 목소리 울려왔네

 

《여보게, 꿀꿀이-

  수레 세우고 숨 좀 돌리게

  마을을 위해 누구보다 수고하는 자넬 돕자고

  우리 제꺽 짐을 부리고 돌아선 길일세》

 

《뭐?!》

꿀꿀이 너무도 급해맞아 마른침 꿀꺽 삼키며

그 자리에 우뚝 멈춰섰는데

숨가삐 달려와 수레채를 잡은 멍멍이와 매매

《어엿싸-》 힘을 합쳐 수레를 끌었네

 

그러자 꿀꿀이의 《무거운》 수레

앞으로 콱 쏠리는 바람에

마음 고운 이웃들 하마트면 무릎들이 깨질번 했다네

 

눈이 둥그래서 수레안을 들여다본 멍멍이와 매매

그제야 《무거운》 수레의 내막을 알고

기가 막혀 따끔히 하는 말

 

《허허 참, 눈 감고 아웅 한다더니

  그래서 자네의 이 가벼운 수레가

  엉금엉금 거부기걸음을 했댔군》

 

《자기의 편안만을 생각하는

  그 속심 누가 들여다볼가봐

  이리저리 둘러치며 이웃들까지 속였구만

  그 떳떳치 못한 마음이

  뻐근한 짐으로 실리여 이제 겨우 여기까지 왔으니

  자네의 수레는 정말 무겁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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