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ᆷ우 홤
밤나무와 돌배나무
김 성 현
따뜻한 봄이 왔습니다. 밤나무와 돌배나무는 저마다 고운 꽃을 피웠습니다. 가지마다 열매가 맺혀 자라기 시작하자 돌배나무는 은근히 걱정을 했습니다. (이제 열매가 익으면 시끄러운 일이 많겠지. 열매많은 나무에 돌 던진다는데 그러다가 내 몸이 상하면…) 산들바람에 이리기웃 저리기웃 궁리를 하던 돌배나무는 후두둑후두둑 열매를 떨궈버리기 시작했습니다. 옆에서 자라는 밤나무가 깜짝 놀라 말했습니다. 《너 정신나가지 않았니? 열매도 없이 무슨 보람으로 살겠니?》 밤나무의 말에 돌배나무는 코웃음을 쳤습니다. 《넌 세상살이에 영 깜깜이구나. 열매를 많이 맺는건 고생을 사서 하는거야. 열매를 따다가 몸에 흠집이 생기면 남들의 손가락질을 받을텐데 거기에 무슨 사는 보람이 있겠니. 열매를 맺는척 흉내만 내면 욕도 보지 않고 편안하게 살텐데…》 돌배나무는 무거운 짐을 벗어버리듯 홀가분하게 열매들을 털어버리고말았습니다. 얼마후 열매가 익기 시작하자 정말 돌배나무의 말대로 되였습니다. 밤나무밑으로 사람들이 모여들더니 《야, 굉장히 열렸구나.》하며 열매를 따기 시작했습니다. 너무도 많이 열린 열매를 따다나니 가지가 부러지기도 했고 사다리에 긁혀 줄기가 벗겨지기도 했습니다. 밤을 가득 따담은 사람들은 돌배나무를 본척도 하지 않고 돌아갔습니다. 여기저기 상한 밤나무를 보며 돌배나무는 비웃음을 금치 못했습니다. 《글쎄 내가 뭐라던가. 보람있게 산다더니 흠집만 생겼지. 날 좀 봐. 이 미끈한 허리와 풍만한 잎새를… 열매가 없으니 누구도 건드리지 않아 참 편안하다네.》 이때 나무를 돌보는 할아버지가 다가오더니 밤나무의 줄기며 가지들을 처매주고 밑뿌리에 보약도 듬뿍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돌배나무를 쳐다보더니 허리에 찼던 도끼를 꺼내들며 말했습니다. 《이 돌배나무는 풍채나 좋았지 열매가 없으니 찍어버려야겠군. 다른 과일나무들이 크는데 지장을 주거던.》 그 말에 돌배나무는 깜짝 놀랐습니다. 돌배나무가 어쩔바를 모르는데 밤나무가 그 꼴을 보며 한마디 했습니다. 《편안히 살겠다고 열매도 안 맺더니 네 신세가 정말 가련하게 됐구나. 하긴 열매를 맺지 못하는 나무야 필요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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