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아동문학》 주체97(2008)년 제3호에 실린 글

 

    □ 단편소설 □

(위대한 조국해방전쟁시기에 창작된 작품)

                                                     황    민

 

물이 좀 깊다고 우물쭈물하는줄 압니까? 첨벙 온 몸뚱아리채로 뛰여들어 커다란 물매미처럼 건너갑니다.

언덕이 좀 높다고 한번이나 그래 주저거린적이 있나요? 량쪽 무한궤도로 땅을 후비며 당기며 숨도 돌리지 않고 단숨에 기여오릅니다.

담벽이고 《화점》이고 와르르 밀고나가 미군꺽다리들을 깔아눕힙니다.

이것이 바로 령남의 형님이 몰고나가는 땅크랍니다.

령남의 형님은 땅크병이지요.

그러기에 령남이는 쩍하면 제가 땅크병이나 된것처럼 뻐깁니다.

또 제가 바로 땅크를 한번 운전이라도 해보기나 한것처럼 땅바닥에 땅크를 그려놓고는 이건 이렇구 저건 저렇구 하며 동네애들에게 설명합니다.

그러기때문에 동네애들과 땅크놀음을 할 때며는 언제나 제가 앞장에 서서 운전수가 되려고 말썽을 부립니다.

《형님이 땅크병이니깐 난 운전수지 뭐야.…》

《피, 너의 형님이 땅크병일게 뭐야.…》

이렇게 쌈 싸우듯 하는 까닭에 좀처럼 령남이에게는 땅크운전수차례가 돌아와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던차에 전선에 계신 형님으로부터 사진 한장이 왔습니다.

땅크꼭대기에 덮인 륙크라고 부르는 쇠뚜껑문을 열어젖히고 찍은 형님의 사진입니다. 름름한 형님이 웃는 얼굴로 상반신만 우뚝 내여밀고 찍은 사진은 령남이의 가슴을 두근두근 뛰놀게 하였습니다.

《이런 땅크를 타고 어머니의 원쑤를 갚누나!》

이렇게 생각하며 령남이는 누나와 함께 형님의 사진을 보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싸우는 형님의 모습을 동네애들에게 자랑하고싶어 그 사진을 들고 아이들을 찾아 뛰여나갔던것입니다.

그날부터 동네애들도 령남이가 바로 땅크병이나 된것처럼 부러워하였고 땅크놀음이 있을 때면 의례히 령남이가 운전수로 되였습니다.

《이래뵈도 난 땅크병이야.》

《흥, 땅크도 없는게 뭐가 땅크병이냐?》

《볼테야, 그래!》

령남이는 오늘도 동네애들을 몰아세웠습니다.

땅크놀음이 시작되는줄 알자 동네애들은 한줄로 나란히 서서 모두들 량손에 새끼줄을 늘이여 쥡니다.

형님이 땅크병인 령남이는 의례히 맨 앞장에 서서 운전수가 됩니다.

나란히 선 아이들이 일시에 《우르릉, 우르릉…》 이렇게 소리치자 제법 무서운 《땅크》소리가 납니다. 그러자 《땅크》는 움직움직하며 나가기 시작합니다. 령남이가 운전하는대로 언덕으로 기여올라갑니다.

원쑤들이 파놓은 전호구뎅이를 뛰여넘기나 하듯이 개울창을 철버덕거리며 마구 뜁니다. 마른 땅으로 운전하여 가도 좋겠는데 령남이네 패는 모두 《땅크》니까 일부러 개울창을 마구 짓밟고나갑니다.

바지가랭이마다 흙투성이들이 됩니다.

《야, 굉장한 땅크다!》

《야, 용감한 땅크다!》

구경하던 애들이 손벽을 치며 모두 한마디씩 하는 바람에 령남이는 으쓱 신바람이 났습니다.

새끼를 늘이여 쥔 아이들과 함께 두팔을 제법 바퀴처럼 돌리며 《우르릉, 우르릉, 우르릉…》

기세도 드높이 령남이는 《땅크》를 몰아 저의 집마당으로 덤벼들었습니다. 그만 누나가 곱게 엮어 세운 꽃밭울타리를 마구 걷어차고 나갑니다.

《야, 용감한 땅크다!》

《야, 굉장한 땅크다!》

많은 애들이 이처럼 법석을 대는 바람에 안방에서 누나가 뛰여나왔습니다.

《령남아, 너 어쩌자구 꽃밭울타리를 온통 죄겨놨니?…》

《누나, 난 땅크야!》

《땅크면 땅크지 누가 남의 꽃밭을 짓밟으라던? 그래 땅크면 인민군대땅크겠지?》

누나는 아까운듯 꽃밭을 흘깃 쳐다보며 소리질렀습니다. 령남이는 잘못했으니까 그만 할 말이 없었습니다.

그래 간신히 《누나, 난 인민군대땅크야.》하고 말했습니다.

《네 말대로 그래, 인민군대땅크라면서 왜 꽃밭을 짓밟느냐.》

새끼를 늘이여 량손에 한가리씩 쥔 애들과 함께 령남이는 누나앞에 우두커니 서서 어떻게 대답해야 될는지 몰랐습니다.

본시는 어머니를 죽인 미군놈들을 쳐부시러 자기도 형님처럼 용감히 나간다는게 그만 이런 일을 저질러놓은 령남입니다.

마을로 쳐왔던 미군놈들은 마을녀맹일을 보고계시던 령남의 어머니를 앞산골짜기에서 총살했던것입니다.

그후 마을은 다시 해방되였습니다. 그러나 령남이는 어머니없는 아이가 되였습니다.

그렇지만 누나가 있어 참 좋았습니다. 령남이는 누나의 말이라면 무슨 말이든지 고분고분 잘 들었습니다. 누나이기도 하지만 령남이에게는 무슨 일이나 돌보아주시는 어머니와 같기도 한 까닭입니다.

그런데 그만 그 누나를 성나게 만든 령남입니다. 눈시울이 뜨끈해지며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아니, 너 우니? 내가 그렇게 말한건 땅크놀음을 그만두란건 아니다. 너도 어서 땅크병이 되여 형님처럼 원쑤를 쳐부셔야 될것 아니냐? 울지 마, 울면 어머니원쑤는 누가 갚겠니?》

누나는 어깨까지 어루만져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령남이는 빙그레 소리 안나게 웃었습니다. 무슨 결심을 다지는 얼굴입니다.

령남이는 갑자기 다른 애들을 돌아보며 웨쳤습니다.

《얘들아! 우린 인민군대땅크다. 자, 원쑤를 갚으러 가자!》

아이들도 또다시 새끼줄을 힘있게 틀어쥐였습니다. 새끼줄을 쥔 손들이 다시 무한궤도처럼 돌아갑니다. 《땅크》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우르릉 우르릉 우르릉…》

미군꺽다리들을 쳐부시며 나가는 진짜 령남이의 형님이 탄 땅크와도 같이 령남이네 《땅크》대렬은 힘차게 땅을 구르며 언덕을 넘어 개울창을 건너뛰며, 그러나 꽃밭과 남새밭은 아예 다치지도 않으며 쏜살같이 앞으로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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