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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아동문학》 주체97(2008)년 제2호에 실린 글
□ 우 화 □
리 희 건
어느날 꿀꿀이네 집에 청석골에서 사는 노루가 찾아왔습니다. 《여보게 꿀꿀이, 알고보니 이 마을에 망돌이 없는 집은 자네 혼자뿐이더구만. 그래서 망돌을 가져왔네.》 등에 지고온 망돌을 토방에 내려놓은 노루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쳤습니다. 《그게 정말인가?!》 노루의 뜻밖의 호의에 꿀꿀이는 얼떠름해졌습니다. 사실 꿀꿀이는 막내가 순두부를 몹시 좋아했지만 이웃에 망돌을 빌리러 가기도 싫었고 더구나 망질하기도 싫었던탓에 여적 해먹이지 못하고있었습니다. 《여보게, 후에라도 이 신세를 꼭 갚겠네.》 노루가 돌아가자 꿀꿀이는 몹시 흡족했습니다. 생각밖에 망돌이 생긴것입니다. (에라, 망돌이 어떤것인지 볼겸 막내가 좋아하는 순두부나 해보자.) 콩을 물에 담그어 불군 꿀꿀이는 망을 차려놓고 난생처음 망질을 시작했습니다. 망돌확에 콩 한숟가락을 넣은 꿀꿀이는 슬슬 망을 돌렸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돌리고돌려도 콩알들이 먹어내려가지 않았습니다. (이건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은근히 부아가 난 꿀꿀이는 한참동안이나 망돌을 휘휘 돌렸습니다. 그래도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노루 이놈, 날 속였구나. 그리구두 뭐 성의라구, 돌멩이도 갈린다구?) 꿀꿀이는 콩망질을 걷어치우고말았습니다. 생각할수록 괘씸하고 분했습니다. 그때부터 꿀꿀이는 이웃들을 만나기만 하면 노루야말로 세상 고약한 놈이라고 줄욕을 퍼부어대군 하였습니다. 노루가 준 꿀꿀이네 망돌은 쓰지 못한다는 소문이 한입두입 건너 노루의 귀에까지 들어갔습니다. 펄쩍 놀란 노루는 단숨에 꿀꿀이네 집으로 달려왔습니다. 《여보게, 망돌이 어떻다구?…》 《뭐 물어볼게 있소?》 꿀꿀이는 맞갖지 않게 두눈을 흘겼습니다. 방안에 들어간 노루는 망돌을 이리저리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망을 차려놓고 방구석에 있는 자루에서 통강냉이 한줌을 꺼내여 망돌확에 넣었습니다. (흥, 불군 콩도 안 걸리는데 딱딱한 통강냉이가 갈릴가?) 꿀꿀이는 코방귀를 뀌였습니다. 노루는 망을 슬슬 돌렸습니다. 그러자 망돌사이로 고르롭게 타개진 강냉이쌀알들이 살살 흘러내렸습니다. (엉? 망돌도 낯가림을 하는가?) 꿀꿀이는 어안이 벙벙해졌습니다. 《여보게, 자네가 한번 해보라구.》 노루는 꿀꿀이의 손에 망손잡이를 넘겨주고는 또다시 통강냉이 한줌을 확안에 주르르 넣었습니다. 꿀꿀이가 망질을 했습니다. 그 순간 모여왔던 이웃들은 하하 폭소를 터뜨렸습니다. 망을 오른쪽으로 돌리고있었던것입니다. 정말 그 모양은 꼴불견이였습니다. 《여보게 꿀꿀이, 망은 왼쪽으로 돌려야 한다네.》 《아니, 뭐 뭐라구?…》 이때 염소가 쓴입을 다시며 한마디 했습니다. 《가장 단순한 일도 할줄 모르는 자네같은 건달군들때문에 때로는 일 잘하고 마음 고운 이웃들이 억울한 일을 당하게 된다는걸 명심하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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