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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아동문학》 주체97(2008)년 제2호에 실린 글
□ 우 화 □
리 완 기
험준한 벼랑산에 승냥이가 두목자리를 차지하고 살았습니다. 이놈은 제 마음대로 호령하고 뺏아먹을수 있는 자기 자리를 다른 놈들이 넘볼가봐 무척 경계를 했습니다. 승냥이와 엇설 힘이 약한 늑대가 드문히 큼직한 고기덩이를 들고와 바쳤습니다. 《아무래도 요즘 여우가 수상해요. 밤낮 우는소리를 하면서도 제집에선 꿩을 잡아 풍청대니깐요. 두목자리는 맡아놓은 자리인가고 뒤소리도 한대요.》 뒤따라 여우도 찾아와 《늑대가 눈치가 달라요. 자기는 통노루를 뜯어먹으면서도 승냥이님에게는 돼지발쪽만 내미는 고약한 놈이지요. 승냥이님이 없어지면 그 자리를 차지한다고 고아댔대요.》하고 늑대를 한참 헐뜯고 돌아갔습니다. 새끼승냥이가 화가 나서 두놈 다 잡아다 족치자고 승냥이에게 졸랐습니다. 《바보같은 소리, 이건 내가 처음부터 바라던거야. 저놈들이 서로 싸우게 하고는 이리 흔들고 저리 흔들어 먹을것을 많이 바치게 해야 돼. 제깐놈들이 내 자리를 차지해, 흥.》 이렇게 늑대와 여우가 제가끔 잡아먹을 내기를 하며 잘 보이려 하면 승냥이는 흡족해서 까치다리를 하고 흥타령을 불렀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늑대가 참새고기를 들고 승냥이를 찾아왔습니다. 《확실히 내가 여우를 잘못보았어요. 글쎄 저는 어제 먹다 남은 뼈다귀를 핥으면서도 요 참새고기 한점이 소고기 열점보다 얼싸하다면서 승냥이님에게 갖다주라니 정말 생각이 깊은 여우예요.》 그러자 승냥이는 만족한체 고개를 주억거렸습니다. 하루는 여우가 손바닥만한 잉어 한마리를 들고와서 말했습니다. 《참, 늑대가 마음이 지극하지요. 이 추운 때 잉어탕이 제일이라며 며칠동안이나 강가에 나가 겨우 잡은 이것을 보내니 말이예요.》 승냥이는 대견한척 하며 여우의 잔등을 쓸어주었습니다. 이런 일에 닥칠 때마다 새끼승냥이는 그저 좋아라고 뛰여다녔습니다. 그러나 낯색이 꺼멓게 죽은 승냥이는 이를 앙다물었습니다. 《개와 고양이가 서로 맞붙어 칭찬할 때는 무슨 꿍꿍이를 같이 한다는 소리야.》 어느날 늑대와 여우가 커다란 사슴을 잡아들고 승냥이를 찾아왔습니다. 《요즘 사냥이 시원치 않아 승냥이님 볼 면목이 없었는데 마침 이놈이 잡혔군요. 우리가 같이 잡아온 사슴이니 오늘은 마음놓고 즐겨봅시다.》 그러자 승냥이는 이발을 마주 쪼으며 다가들었습니다. 《이게 내 대답이다.》 승냥이는 단매에 늑대를 쓸어눕혔습니다. 뜻밖의 일에 부들부들 떨고있는 여우에게 승냥이가 뇌까렸습니다. 《이 승냥이님을 어째보려고? 흥, 둘이 물고 뜯을 때는 마음을 놓았지만 네놈들이 싸고돌 때 난 알아차렸어. 오늘 네놈들이 작당을 해서 이 자리를 빼앗고 통사슴으로 잔치를 차리자고 했으니 손을 쓰는거다.》 저희들이 한짓을 꼭 본것처럼 내뱉는 승냥이의 말에 여우는 두손을 싹싹 빌었습니다. 이때 너부러져있던 늑대가 안깐힘을 다해 승냥이의 다리를 잡아챘습니다. 승냥이가 중심을 잃고 쓰러지는 찰나에 여우가 품에 감췄던 칼을 뽑아 가슴에 푹 박았습니다. 째지는 비명을 지르며 승냥이가 몸통을 비틀었습니다. 벙벙해있던 새끼승냥이가 와락 달려들어 여우의 목덜미를 물었습니다. 여우도 필사적으로 새끼승냥이의 숨통을 눌렀습니다. 네놈이 피투성이가 되여 너부러져서야 싸움이 끝났습니다. 칼바람이 윙 몰아치는 벼랑산에 피비린내를 맡은 까마귀들이 무리지어 날아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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