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지 《아동문학》 주체97(2008)년 제2호에 실린 글
□ 동 화 □
리 순 기
남이는 하루도 어머니한테서 꾸지람을 듣지 않는 날이 없었습니다. 왜냐구요? 그것은 딱 한가지 나쁜 버릇때문이랍니다. 그 애는 무엇이 그리도 바쁜지 학교에서 돌아오기만 하면 집문을 벌컥 열어 방바닥에 가방을 던져놓고 다음은 옷을 훌렁 벗어던지군 하였습니다. 방바닥엔 항상 그 애의 물건이 여기저기 널려있군 하였습니다. 그래서 어머니한테 늘 꾸지람을 듣는것이지요. 아무리 욕을 하고 타일러도 그때뿐이였습니다. 그러던 어느날이였습니다. 이날도 남이는 욕먹을 생각은 까맣게 잊고 집으로 들어서자마자 가방이랑 옷이랑 훌훌 던져버렸습니다. 그리고 작은 톱을 찾아쥐고 뒤산으로 올라갔습니다. 공작시간에 쓸 솔방울과 나무가지, 잎사귀들을 마련하려고 말이예요. 남이는 여기저기 다니며 솔방울도 줏고 바늘잎, 넓은잎, 둥근잎, 길쭉한 잎 등 갖가지 잎사귀들을 뜯어모았습니다. 그런데 어찌나 무더운지 땀이 철철 흘렀습니다. (에이, 덥다.) 남이는 입고있던 짧은 운동복을 벗어던졌습니다. 이젠 멋진 나무가지를 골라야 했습니다. 이리저리 한참 찾아다니던 남이는 깜짝 놀랐습니다. 글쎄 벗어놓은 운동복이 없어진게 아니겠어요. 풀숲을 아무리 헤쳐보아도 천쪼각 하나 얼른거리지 않았습니다. (아니? 참 별일인데…) 남이는 어리둥절하여 또다시 바위밑에랑 나무뒤에랑 샅샅이 훑어보았습니다. 그래도 옷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누가 가져갈 사람도, 물고갈 짐승도 없는데 말입니다. 남이는 맥이 빠져 풀숲에 벌렁 드러누웠습니다. 아, 그런데 이게 웬일이겠어요. 글쎄 그의 옆에 높이 솟은 나무꼭대기에 운동복이 펄럭거리며 매달려있는게 아니겠어요. 제법 바람에 흔들흔들 춤까지 추면서 말이예요. (챠, 누가 걸어놨을가?) 고개를 기웃거리던 남이는 벌떡 일어나 나무를 부둥켜안았습니다. 나무에 오르자니 너무 미끄러워 오를수가 없었습니다. 몇번이나 미끄러져 떨어진 남이는 은근히 화가 났습니다. (에익, 베여버리고말아야지.) 남이는 나무밑둥에 톱을 가져다댔습니다. 남이가 막 톱질을 하려 할 때였습니다. 《아, 아 그러지 말어.》 문득 어디선가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엉?) 남이는 깜짝 놀라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아무도 없었습니다. 솨ㅡ 하는 숲의 설레임소리뿐이였습니다. (내가 잘못들었나?) 새끼손가락으로 귀구멍을 후벼대던 남이는 다시 톱을 쳐들었습니다. 《아, 가만. 왜 날 못살게 구는거야?》 머리우에서 또다시 들리는 말소리였습니다. 《누가 말했니?》 《내가 말했어.》 설레설레 몸을 흔들던 나무는 운동복이 걸린 가지를 축 늘어뜨려주었습니다. 《네가 내 옷을 어떻게?…》 엉겁결에 운동복을 벗겨쥔 남이는 희한해서 나무를 찬찬히 살펴보았습니다. 《네 옷이 어지러워질가봐 내가 건사해주었지 뭐.》 《그래?!》 남이는 놀란 눈으로 나무를 다시 올려다보았습니다. 곧추 뻗어오른 줄기에 작은 가지들이 사방으로 삐죽삐죽 나와있었는데 꼭 맵시있는 고리모양이였습니다. 《야, 너 우리 집 옷걸이가 돼주렴.》 《옷걸이? 정 소원이라면야.》 나무는 대뜸 응했습니다. 남이는 너무 기뻐 나무를 부둥켜안고 빙빙 돌았습니다. 《얘 얘, 너무 그러지 말고 제일 아래가지를 손가락만큼 잘라가. 그게 멋진 옷걸이로 돼줄게다.》 나무는 맨아래가지를 축 늘어뜨려주었습니다. 《체, 요게다 어떻게 옷을 건단 말이야?》 남이가 볼부은 소리를 하자 나무는 잎사귀들을 살랑살랑 흔들며 말했습니다. 《이 가지는 얼마든지 늘었다줄었다 할수 있어. 집에 가져가보면 알게 아니냐? 내 선물인줄 알고 가져가.》 《그ㅡ으래?》 좀 미타했지만 남이는 호기심을 가지고 집으로 갔습니다. 나무가 대준대로 방 한쪽구석에 손가락만한 나무가지를 세워놓자마자 정말 신기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글쎄 손가락만 한 나무가지가 으쓱으쓱 키솟음을 하는게 아니겠어요. 어느새 남이의 키보다 더 높이 솟아올랐습니다. 나무뿌리모양의 받침대, 그우로 쭉 뻗어올라간 통통하고 미끈한 줄기 그리고 알맞춤한 자리마다에 말코지모양의 가지가 나와있는게 참 보기도 좋고 꽤 쓸모있을것 같았습니다. (야, 멋있구나.) 남이는 너무 기뻐 어쩔줄을 몰랐습니다. 남이는 얼른 칠감을 찾아 새 옷걸이에 칠하기 시작했습니다. 받침대며 줄기, 가지에 윤기나는 밤색을 칠하니 아주 멋쟁이옷걸이가 되였습니다. (히야, 아버지, 어머니가 깜짝 놀라실거야.) 남이는 사기나서 새 옷걸이를 이리보고 저리보며 어쩔줄을 몰라했습니다. 그러던 남이가 갑자기 이마를 쳤습니다. (아차, 솔방울.) 신기한 옷걸이생각에 공작시간에 쓸 솔방울과 나무잎을 모아넣은 주머니를 그만 산에다 떨구고 왔던것입니다. 남이는 다시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마침 너럭바위우에 솔방울주머니가 놓여있었습니다. 남이는 주머니를 찾아쥐고 알맞춤한 나무가지까지 찾아들고서야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앞에 다달은 남이는 주춤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벌써 어머니가 오셨던것입니다. (아이쿠, 갈데없이 또 욕벌이를 했구나. 어떡한다?) 옷이랑 가방이랑 되는대로 방안에 팽개쳤던 생각이 피끗 떠올랐던것입니다. (새 옷걸이에다 걸어놓고 나올걸.…) 남이가 시무룩해서 집에 들어서는데 아니 글쎄 어머니가 밝게 웃는 얼굴로 맞아주는게 아니겠습니까. 《용쿠나. 이젠 옷이랑 제 손으로 걸어놓구… 그런데 저 옷걸이는 웬거냐?》 남이는 어리둥절해서 옷걸이를 쳐다보았습니다. 옷걸이에는 남이의 옷과 모자, 책가방까지 척 걸려있는게 아니겠습니까. 혹시 어머니가 골려주느라 그러는게 아닌가 해서 바라보니 그런것 같지도 않았습니다. 어머니는 무척 기뻐하고계셨으니까요. 남이는 사기가 나서 자기가 만든 옷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래? 거참, 멋지게 만들었구나. 우리 남이에게 그런 재간도 다 있었나?》 어머닌 정말 기뻐하고있었습니다. 하지만 남이는 머리를 기우뚱거렸습니다. 옷이랑 누가 다 걸어놓았단 말입니까. 아버지도 출장가고 계시지 않으니 참 모를 일이였습니다. (혹시 저 옷걸이의 작간이 아닐가?) 남이는 어머니가 잠간 밖으로 나간 사이 옷걸이에서 모자를 벗겨 방안에 훌 던져보았습니다.
(엉?) 남이는 눈이 둥그래졌습니다. 이번에는 가방을 훌쩍 던져보았습니다. 그러자 또다시 휘파람소리와 함께 책가방을 휙 날라다 걸어놓았습니다. (야, 대단한데…) 남이는 이번에는 멀찌감치 부엌널마루우에 웃옷을 훌쩍 던져놓았습니다. 하, 글쎄 그것도 슬쩍 날라가는게 아니겠어요. 어느 사이 날쌔게 걷어가는지 볼새도 없이 말입니다. (좋구나, 이젠 욕을 먹지 않게 됐구나.) 남이는 막 날듯이 기뻤습니다. 그때부터 남이는 날마다 꾸지람은커녕 칭찬만 받았습니다. 신기한 옷걸이의 덕이였습니다. 그러던 어느날이였습니다. 오후내껏 뽈을 차며 땀을 흘린 남이는 집에 들어서기 바쁘게 목욕탕으로 들어갔습니다. 목욕탕 수도꼭지에랑 세면대우에랑 아무렇게나 옷을 벗어던진 남이는 물속에 몸을 잠그고 물장구를 쳐댔습니다. 《야, 시원하다.…》 이때 문득 《똑똑똑…》하고 문두드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아니, 선생님이 어떻게?》 어머니가 반갑게 맞이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남이는 선생님이 맞는가 해서 문을 빠끔히 열고 보았습니다. 그때 그 틈사이로 옷들이 척척 날아갔습니다. (아니…) 옷들은 옷걸이에 날아가 척 걸렸습니다. (이거 어쩌나…) 남이는 다시 물속에 쑥 들어갔습니다. 방안에서는 선생님과 어머니가 이야기를 나누고있었습니다. 목욕탕 문짬으로 그 말소리가 도간도간 새여들어왔습니다. 《남이학생은 공부도 잘하고 례절도 밝은데 물건건사를 제대로 못하는게 탈이랍니다. 교실청소를 하고도 비자루랑 아무데나 놓군 해서 말을 듣군 하는데 그 버릇만 고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남이가요? 집에서는 옷이랑 마구 널어놓던 습관이 싹 없어졌는데요. 그렇지 않아도 선생님을 찾아가 교양을 잘해주셔서 고맙다고 인사를 드리려고 했는데…》 어머니의 그 말에 선생님은 무척 기뻐하시는것이였습니다. 《그래요? 그럼 됐군요. 학교에서도 집에서처럼 하면 더 고칠것이 없답니다. 참, 저 옷걸이에 남이의 옷이랑 다 걸려있군요.》 어머니가 남이를 불렀습니다. 정말 야단났습니다. 몸에 걸칠 옷이 없으니 어떻게 《나 여기 있어요.》하며 나갈수가 있겠습니까. 남이는 머리만 빠끔히 물밖으로 내밀고 울먹울먹해있었습니다. (에이, 고놈의 옷걸이…) 남이는 옷걸이가 막 미워났습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옷을 도로 가져다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그 옷걸이는 남이의 옷을 걷어갈줄밖에 모르거든요. 남이는 쿨쩍쿨쩍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 울음소리를 듣고 어머니가 목욕탕으로 들어왔습니다. 《아니, 네가 웬일이니? 왜 여기서 울고있니?》 《흑흑, 어머니 내 옷…》 어머니는 방안으로 들어가 옷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이냐? 옷은 방안에 걸구 몸은 목욕탕에 있구. 응?》 《저 옷걸이가 내 옷을 채가는 바람에…》 남이는 눈물을 똘랑똘랑 떨구었습니다. 《옷걸이가 옷을 채가다니?》 어머니가 의아해서 물었습니다. 남이는 자기가 얻은 옷걸이에 대해 솔직하게 다 이야기했습니다. 선생님도 그 이야기를 듣고 놀라와했습니다. 《어이구, 이 옷걸이때문에 나도 선생님한테 거짓말을 했구나.》 미안해하는 어머니의 말이였습니다. 선생님은 남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씀하시였습니다. 《남이학생을 잘 도와주던 신기한 옷걸이가 오늘은 공부잘하는 남이를 깨깨 망신시켰군요. 저런 신기한 옷걸이를 남이가 가는 곳마다 세워두면 얼마나 좋겠나요. 그럼 남이는 남의 말밥에 오르지 않을수 있지만 10년이나 20년후에도 초보적인 생활질서조차 모르는 철부지로 남아있을거예요. 사람은 어려서부터 좋은것만 배우고 좋은 습관을 붙여야 훌륭한 사람이 될수 있는거예요.》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며 눈물을 뚝뚝 떨구던 남이는 번쩍 머리를 들었습니다. 《옷걸이를 앞집 할아버지에게 드리겠습니다.》 《아니? 그건 왜?》 어머니가 남이의 손을 잡으며 물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나이가 많으시니까 이 옷걸이가 좋을거야요. 난 이젠 이게 없어도 돼요.》 남이는 옷걸이를 손에 들고 집을 나섰습니다. 집안에서는 어머니와 선생님의 웃음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남이는 그 웃음소리를 들으며 앞집으로 달려갔습니다. 방금 떠오른 둥근달님도 무척 우스운지 하늘에서 벙글거리고있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