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ᆷ우 홤
가시를 뽑아준 승냥이
김 명 철
굶주린 승냥이가 숲속을 돌아치다가 울고있는 어린 토끼를 보았습니다. 《오늘은 먹을것이 생겼는데. 좀 작긴 해도 초기야 면할수 있겠지.》 이렇게 중얼거리던 승냥이는 눈알을 희번득거렸습니다. (그렇지, 저놈을 잘 구슬려 집까지 찾아낸다면… 꿩먹고 알먹기지. 으흐흐.) 승냥이는 낯짝에 징글맞은 웃음을 지었습니다. 《아니, 이게 깡충아주머니네 귀염둥이가 아니냐? 그런데 왜 울고있느냐?》 승냥이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어린 토끼는 승냥이를 보자 와뜰 놀랐습니다. 《무서워말아. 난 너의 엄마와 가까운 사이란다.》 《예?! 우리 엄마와 가까운 사이라구요?》 어린 토끼가 빨간 눈에 의문을 가득 싣고 물었습니다. 《그럼, 가까운 사이구말구. 아마 네가 태여나기전이였을게다. 내가 벼랑에서 떨어져 발을 다쳐 쓰러져있는데 글쎄 너의 엄마가 먼곳에 있는 약풀을 뜯어오지 않았겠니. 그걸 먹은 덕에 난 발이 나았지. 참 언젠가는 여우에게 죽을번한 너의 엄마를 내가 살려준 일도 있었단다.》 승냥이의 말을 들으며 어린 토끼는 생각했습니다. (그런 일도 있었구나. 승냥이라고 다 나쁜건 아닌게지…) 《승냥이아저씨, 이걸 어쩌면 좋아요. 독수리가 덮치는 바람에 가시나무속으로 뛰여들다가 가시가 박혔어요. 좀 뽑아주세요.》 어린 토끼가 등을 보였습니다. 승냥이가 보니 시커먼 가시가 어린 토끼의 등에 깊숙이 박혔는데 그 주위가 뻘겋게 부어오르고있었습니다. 《걱정말아. 내 제꺽 뽑아주지.》 승냥이가 한동안 애를 쓰더니 가시를 뽑았습니다. 그러자 아픔이 사라지고 부은것도 내렸습니다. 《고마워요.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군요.》 《그런 말을 하면 섭섭해. 남의 아픔을 같이 나누면서 서로 도와 사는게 의리가 아니겠느냐? 이젠 너의 엄마를 만나본지도 퍽 오래됐구나. 마음이 고운분이지. 가만 이렇게 된바엔 너를 집에까지 업고갈가? 엄마도 만나볼겸…》 《정말? 우리 엄마도 반가와할거예요.》 어린 토끼는 좋아했습니다. (이놈을 미끼로 어미까지 잡아먹으려면 좀 참아야지.) 며칠 굶은 승냥이는 두다리가 후들거리고 눈앞이 어지러워 쓰러질것만 같았으나 참았습니다. (세상엔 동정심도 있고 마음도 고운 승냥이도 있구나.) 어린 토끼는 집앞에 다달으자 소리쳤습니다. 《엄마-》 어린 토끼의 목소리에 문을 열고 나오던 엄마토끼가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승냥이를 집으로 끌어들이다니?…) 《엄마, 내 등에 박힌 가시를 뽑아준 고마운 승냥이아저씨예요. 그리구 엄마와 친한 사이래요.》 엄마토끼는 너무도 놀라 낯이 하얗게 질리였습니다. (저 철없는것이…) 순간 엄마토끼는 정신을 가다듬고 애써 태여한 어조로 말했습니다. 《어서 내려라. 승냥이아저씨가 힘들겠다.》 어린 토끼는 승냥이잔등에서 내려 울바자짬으로 뽀르르 뛰여들어갔습니다. 승냥이도 어린 토끼의 뒤를 따라 울바자를 헤짚고 들어가려 했습니다. 《원 참, 승냥이님두. 우리 꼬마가 드나드는 구멍으로야 승냥이님이 들어오나요? 저 대문으로 들어오세요. 내가 문을 활짝 열어놓을테니.》 《깡충이아주머닌 손님맞이가 정말 살뜰하군.》 승냥이는 벌씬거리며 대문으로 들어섰습니다. 《여기서 땀을 좀 들이세요. 제 뭘 좀…》 깡충이엄마가 돌아서서 부엌쪽으로 몇걸음 뛰여갔을 때였습니다. 《으악-》하는 다급한 비명소리가 울렸습니다. 더는 참지 못하고 엄마토끼에게 달려들던 승냥이가 만약을 생각하여 이미 파놓았던 함정에 빠졌던것입니다. 잘 위장된 함정은 작은 토끼들이 뛰여다니는데는 끄떡없었지만 승냥이놈이 발을 대자마자 허궁 무너져내렸습니다. 《아이구, 눈앞의 고기덩이를 놓치다니. 네놈이 날 유인했구나.》 승냥이놈은 함정바닥에 깔아놓은 가시에 눈통이 터져가지고도 이발을 부드득부드득 갈았습니다. 어린 토끼는 승냥이놈의 넉두리를 들으며 달콤한 말과 손톱만 한 동정에 환상을 가졌던 어리석은 자기의 행동을 깊이깊이 뉘우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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