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아동문학》 주체97(2008)년 제1호에 실린 글  

          

     ◇동 화◇

        

《희망의 렬차》

 

                                                                                                                리 완 기

 

소학교 3학년생인 영범이의 포부는 정말 컸습니다. 금테두른 장령모를 쓰고 어깨에 주먹같은 왕별을 척 단 영웅을 꿈꾸었으니깐요.

그런데 착실히 공부를 하지 않고 영웅이 되겠다고 늘 으시대기만 했습니다.

오늘 국어시간이였습니다.

단위명사를 배우는데 빨리 집에 가서 콤퓨터오락으로 땅크까부시기를 할 생각만 하다가 깨깨 망신만 당했으니 말입니다.

선생님이 창밖에서 재잘대는 참새들을 보고 단위명사를 붙여 수자를 대답하라고 일으켜세웠습니다.

하나, 둘, 셋... 제꺽 눈으로 세여본 영범이는 《예! 참새 7개입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온 교실이 떠나갈듯 웃음판이 터졌습니다.

(아차, 참새는 한마리, 두마리라고 해야 하는데...)

얼굴이 확 달아올랐지만 엎지른 물이라 어찌할수 없었습니다.

《영범학생은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면서 우리 글 공부를 그렇게 하면 되겠나요. 더우기 학생은 할아버지처럼 늘 영웅이 되겠다고 한다는데...

영범이의 가슴을 콕콕 찌르는 선생님의 말씀이였습니다.

영범이는 머리를 푹 숙이였습니다.

(고거, 내가 다 알고있던건데...)

그날 시들해서 집으로 돌아온 영범이는 숙제로 내준 단위명사들을 소리내여 외우기 시작했습니다.

...학습장은 한권, 두권, 세권, 짐승은 한마리, 두마리, 세마리, 과일은 한개, 두개, 세개, 아니아니, 과일은 한알, 두알, 세알, 기계는 한대, 두대, 석대, 에- 목이 타는구나.》

시원한 사이다를 고뿌에 따라 마시며 흔들거리던 영범이는 또다시 외우기 시작했습니다.

《사이다는 한병, 두병... 산에 있는 나무는 한그루, 두그루, 벌판의 곡식은 한포기, 두포기...

이것도 저것도 싫증이 난 영범이는 시계를 쳐다보며 중얼거렸습니다.

(에이, 딱 이렇게 외워야 하나. 다 아는걸 가지고... 우리 할아버지는 학교문앞에도 못가보고 겨우 이름자나 썼대도 전쟁영웅이 되였다는데......)

생각이 이쯤되니 숙제할 생각이 가뭇없이 사라져버리고 자꾸 시계만 보게 되였습니다.

(단꺼번에 어른이 되였으면... 그리고 모든 단위가 《개》나 《대》로 되였으면 얼마나 외우기 쉬울가....)

허튼 생각만 굴려대며 시계를 올려다보던 영범이는 별안간 부리나케 일어나 텔레비죤을 켰습니다. 조금 있으면 아동영화 《다람이와 고슴도치》를 방영할 시간이였기때문입니다.

이때 창밖에서 《짹짹짹...》 참새들의 재잘대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고놈의 참새때문에 망신당한 생각에 영범이는 창문을 열고 휘여휘여 쫓았습니다.

그러던 영범이는 집 가까이에 있는 역방송에서 울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였습니다.

...거듭 말씀드리겠습니다. 한시간후에 <희망의 렬차>가 역에 도착하게 됩니다. 타실 손님들은 대기하여주십시오. 거듭 말씀드리겠습니다....

(아차, 오늘 래일 하더니 이제야 오는구나.)

영범이는 서둘러 집을 나섰습니다.

이런 판에 아동영화가 다 뭡니까.

그 신기한 《희망의 렬차》를 얼마나 기다렸다고요. 얼마전부터 영범이네 도시에는 《희망의 렬차》에 대한 소문이 쫙 퍼졌습니다.

신기한 《희망의 렬차》가 어떻게 생겼을가?

비행기보다 빠를가?

우리들의 희망이 그 렬차에서 어떻게 꽃필가?

정말 우리모두 탈수 있을가?

의문에 의문은 끝없이 불어나는데 이제는 제법 쉬쉬하며 이런 말까지 돌아갔습니다.

《희망의 렬차》는 비행기처럼 생겼다느니, 번개처럼 빠르다느니, 최우등생만 탈수 있다느니 등등... 어데서 나온 말인지 온통 《희망의 렬차》에 대한 소리였습니다. 그 렬차에 타면 희망이 꽃피는 도시까지 거침없이 간다는 소문까지 굉장히 돌아갔습니다.

역이 가까와오자 영범이의 가슴은 두근거렸습니다. 우등생이라고 《희망의 렬차》에 태우지 않으면 그야말로 큰 야단입니다.

떼를 써서라도 렬차에 오를 결심을 다지며 영범이는 역안내원누나에게 다가갔습니다.

《<희망의 렬차>를 타려면 어디로 가야 하나요?》

《학생도 렬차를 타러 왔군요. <희망의 렬차>를 타려면 세번째 홈으로 가야 해요.》

안내원누나가 생글생글 웃으며 세번째 홈으로 가는 길을 가리켜주었습니다.

성적증을 보자는 소리가 없는걸 보아 최우등생만 탈수 있다는 소문은 헛소문 같았습니다.

영범이의 생각을 증명하듯 자동문이 스르륵 열렸습니다.

(헹, 괜히 떨었구나.)

빨갛고 노랗고 파란 일곱가지 색갈로 번쩍이는 미끄럼승강기에 올라선 영범이의 기분은 둥 떴습니다. 천정에서는 하늘나라 별무리같은 보석등이 현란하게 빛을 뿌려 마치 은하수 비낀 하늘나라로 무지개다리를 타고 오르는듯 하였습니다.

《희망의 렬차》를 타러 가는 여러 동무들과 형님, 누나들도 야! 야! 환성을 올렸습니다.

무지개빛승강기를 타고 세번째 홈에 올라선 영범이는 입을 딱 벌렸습니다.

역구내에는 벌써 《희망의 렬차》가 들어와있었습니다.

울긋불긋 꽃송이로 장식한 기관차는 날아가는 학처럼 보이기도 했고 비행기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로케트같기도 하였습니다.

《희망의 렬차》라는 커다란 글이 금문자로 칸칸마다에서 번쩍이였습니다.

안내판에는 《시간의 레루길》이라는 글자와 화살표식이 파랗고 빨간 보석들로 곱게 장식되여있었습니다.

어쨌든 영범이는 무엇부터 보고 무엇부터 말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보는것마다 황홀하고 보는것마다 놀랄 지경이였으니 말입니다.

하- 입만 벌리고있던 영범이는 정신을 차리고 《희망의 렬차》를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첫칸에는 아름다운 은빛서리꽃장식에 《소학교 1학년》이라는 글자가 붙어있었습니다.

(옳지, 여기는 1학년생칸인 모양이야.)

벌써 렬차에 올라 까르륵대는 꼬마들을 띄워보며 영범이는 다음칸으로 갔습니다.

두번째 칸에는 해바라기꽃속에 《소학교 2학년》 글자가 방긋이 웃고있었습니다.

그러니 보기 좋게 펼쳐진 학습장속에 《소학교 3학년》이라고 쓴 칸이 영범이가 탈 칸이였습니다. 같은 반 동무들과 옆반 동무들이 영범이에게 어서 오라고 손짓했습니다.

승강기에 오르려던 영범이는 발을 움츠렸습니다.

(신기하다는 《희망의 렬차》를 한번 쭈욱 돌아보자.)

영범이는 한칸한칸 계속 지나갔습니다.

중학교칸들이 끝나자 대학생칸이 있었습니다.

거기에는 콤퓨터모양의 표식이 뽐을 내듯 붙어있었습니다.

다음칸에 간 영범이의 눈이 반짝거렸습니다.

작은아버지의 가슴에 번쩍거리던 박사메달이 큼직하게 붙어있었으니 말입니다.

(이 칸은 박사칸이구나.)

혹시 작은아버지가 타고있지 않을가 하는 생각에 영범이는 차창을 눈여겨보며 걸음을 옮겼습니다.

영범이는 커다란 영웅메달이 위엄있게 붙어있는 칸에서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자기의 희망이 들어있는 이 칸에 한번 타볼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한번만이라도 타보고싶은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기차는 떠날 시간이 되였는지 붕붕거립니다.

(까짓것, 나라고 왜 못탈가. 군사놀이때 난 늘 대장이 되였는데... 우리 할아버지도 영웅인데 뭐. ...)

일이 이쯤되고보니 어벌이 커졌습니다.

승강기에 올라서 조심조심 영웅메달칸을 엿보던 영범이는 흠칫 놀랐습니다.

렬차원누나와 눈이 마주쳤던것입니다.

이제 당장 자기를 잡아 혼쌀낼것이였습니다.

조금조금 뒤걸음치는데 렬차원누나가 반가운 기색을 짓고 말했습니다.

《장령동지! 이 문으로 들어가십시오.》

아무리 둘러봐도 자기밖에는 누구도 없었습니다.

두릿두릿대다가 거울에 비낀 제모습을 본 영범이는 눈이 둥그래지고 숨이 다 멎을 정도로 놀랐습니다.

거울에는 왕별을 달고 장령모자를 쓴 자기가 비쳐졌던것입니다.

너무도 믿어지지 않아 영범이는 거울로 다가갔습니다. 코옆의 기미도 그대로이고 눈을 찡긋거리며 웃어보아도 장령복을 입은 자기가 틀림없었습니다. 그제야 영범이는 신기한 《희망의 렬차》의 영웅칸에 들어온것을 생각했습니다.

(그러니 내가 진짜 장령이 되였구나. 정말 신기한 렬차로구나.)

제 차림새를 쓸어보고 만져보며 영범이는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소학교 3학년칸에 들어갔으면 어쩔번 했겠습니까. 단위명사를 외우느라고 땀깨나 뽑았을 영범이가 진짜 장령이 되였습니다.

영범이는 영화에서 본것처럼 한손을 들어 점잖게 경례를 해보았습니다.

이때 렬차가 둥둥 뿜빠뿜빠, 쿵짝쿵짝, 환영곡속에 출발했습니다.

장령복을 입고 《시간의 레루길》을 따라 《희망의 렬차》를 타고가는 영범이의 기쁨은 하늘끝에라도 닿은듯 했습니다.

장령칸에는 여러명의 장령아저씨들이 있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장령아저씨들!》하며 매여달리려던 영범이는 뚝 굳어졌습니다.

여러 장령들이 《아, 새로 온 장령동무구만. 어서 오십시오. 같이 일해봅시다.》하고 마주나오니 말입니다.

그제야 영범이는 자기도 당당한 장령이라는 생각에 일부러 목을 누르며 《안녕하십니까?》하고 마주 경례를 했습니다.

하나같이 엄엄한 몸가짐들에 영범이는 가슴이 졸아들어 자리에 앉아서도 여기저기를 흘끔흘끔 살폈습니다.

안경을 걸고 콤퓨터와 마주앉아서 무슨 계산을 열심히 하는 장령!

대형지도에 여기저기 점과 표식을 하는 장령!

모두 자기 일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영범이의 앞에도 대형콤퓨터며 소형콤퓨터들, 커다란 지도가 걸려있었고 책상우에는 무슨 계산용지들이 두툼히 쌓여있었습니다.

콤퓨터오락을 하고싶은 마음을 애써 누르며 영범이는 무심결에 창밖을 내다보았습니다.

렬차에 오를 때는 꽃피는 봄날이였는데 어느새 온갖 열매 무르익는 풍요한 가을전경이 창밖에 펼쳐졌습니다.

정말 《희망의 렬차》에서는 하루가 몇백날 맞잡이였습니다. 그러니 소학교 3학년칸에 탔던 동무들은 4학년생이 되였을것입니다.

(허… 나는 장령이 되였는데 뭐.… 이젠 날 몰라볼걸…)

영범이가 코노래를 부르며 흥얼대는데 맞은켠문이 열리며 나이 지숙한 장령이 들어왔습니다.

모두 벌떡 일어나 차렷하고 섰습니다.

《동무들! 렬차행군시간을 리용하여 우리는 동서남북련합모의훈련을 하게 됩니다. 짧은 시간에 진행되는 모의훈련인것만큼 시간을 쟁취해야 합니다. 장령동무들은 한 지역씩 맡고 모든 륙해공군이 출발진지를 차지하게 하고 다음명령을 기다리시오.…》

영범이에게도 큼직한 지역이 맡겨졌습니다.

콤퓨터화면에는 넓은 공지와 하늘길, 배길도 다 있는 출발진지가 나타났습니다.

영범이는 어깨를 들썩거렸습니다.

(우선 멋진 차가 있어야지.)

영범이는 콤퓨터조종판의 《차》자를 꾹 눌렀습니다.

그랬더니 윙윙ㅡ 소리를 내며 쌩한 차가 출발진지에 척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그밑에는 《요구되는 수만큼 누를것》이라는 글자가 나타나며 삑삑거렸습니다.

영범이는 얼른 조종판의 《100》수자를 누르고 《대》자를 눌렀습니다.

보기에도 어마어마하고 우람찬 차 100대가 부릉부릉 달려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야! 정말 해볼만 한데…)

영범이는 100대, 100대 또 100대 연방 눌러댔습니다.

그때마다 차들은 부릉부릉거리며 척척 출발진지를 차지하였습니다.

(이젠 저 차우에 멋진 미싸일을 하나씩 올려놓자.)

영범이는 《미》자를 누르고 《싸》자를 찾아 눌렀습니다.

《일》자까지 척 누르니 번쩍번쩍 빛나는 미싸일이 기수를 화면쪽으로 돌리며 나타났습니다.

영범이는 요구되는 수자를 눌렀습니다.

100대, 100대 또 100대.

그러나 미싸일은 더 불어나지 않았습니다.

드디여 빨간 신호등이 징징대며 경보신호만 울려나왔습니다.

겁이 더럭 난 영범이는 머리를 쥐여짰습니다.

(미싸일은 단위가 뭐라 했더라. 개, 대, 알… 이게 아닌데…)

한참이 지나서야 미싸일의 단위명사를 차근차근 배워주던 선생님의 말씀이 가까스레 떠올랐습니다.

《미싸일은 한대, 두대 하는것이 아니라 한기, 두기라고 해야 합니다.…》

영범이는 뒤머리를 빠악빠악 긁으며 조종판을 눌렀습니다.

드디여 차우에는 멋진 미싸일들이 틀지게 올라가 앉았습니다.

(그렇지, 이번에는 비행기다.)

영범이는 그닥 어렵지 않게 비행기들을 줄세웠습니다.

비행기를 세우면서도 영범이의 마음속에서는 떨떨하게 배운 단위명사때문에 은근히 걱정이 쌓였습니다.

어제 그제 단위명사를 배울 때 콤퓨터오락으로 땅크잡이할 생각을 하면서 한눈을 팔았더니 이렇게 애를 먹는것이였습니다.

(그때 귀담아들었으면 본때를 보이는건데.)

영범이는 이번에는 군함을 불러내리라 결심했습니다. 군함의 단위가 뭐든가 생각하며 조종판을 누르다나니 《군함》을 《군하》로 잘못 눌러 그만 배를 뒤집을번 했습니다.

제꺽 《ㅁ》받침을 찾아넣어 등골이 오싹한 위기를 모면한 영범이는 《100개》를 눌렀습니다.

아니 글쎄 이번에도 콤퓨터가 징징ㅡ 비상경보를 울리며 동작이 안되였습니다.

바빠난 영범이는 이것저것 눌러보다가 다행으로 《척》자를 찾아냈습니다.

(그렇지, 군함은 《대》나 《기》가 아니라 《척》이라고 했지.)

100척, 100척 또 100척…

끝없이 눌러대야 출발진지인 배길에는 절반밖에 차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다 되여오는데 야단났구나.)

영범이는 이번에는 신형포를 찾으려고 조종판을 눌렀습니다.

포를 세워놓고 대, 기, 개, 척 등 아무리 눌러대도 포는 늘어나지 않았습니다.

(포는 단위가 무엇이라고 했더라?)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딸깍딸깍 시간은 사정없이 흘러갔습니다.

이미전에 진지를 차지한 다른 장령아저씨들은 모두 영범이만 쳐다보며 다음명령을 기다렸습니다.

명령을 수행하지 못한 영범이의 온몸에서는 땀이 비오듯 했습니다.

성이 난 대장아저씨가 영범이를 다불러세웠습니다.

《포는 한문, 두문이라고 해야 하는걸 모르는가. 또 〈100+100〉 이렇게 더하기만 하니 저 넓은 출발진지를 언제 채우겠는가?! 곱하기도 있고 제곱도 다 있는데 동문 전혀 쓸줄 모르는구만. 이게 실전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사실은… 저…》

《무슨 변명인가?! 군사행동에서는 사소한 실수도 허용되지 않는다는걸 모르는가? 소학교생이면 다 알수 있는 단위도 모르면서…》

다른 장령아저씨들이 원망에 찬 눈길로 영범이를 바라보았습니다.

대장아저씨가 렬차원누나를 불렀습니다.

《렬차원동무! 동무가 저 동무를 태웠소?… 한심하군, 빨리 이 렬차에서 내려놓소.》

렬차원누나가 머뭇거리며 영범이를 승강기로 이끌었습니다.

영범이는 목이 꽉 메여 아무 말도 할수 없었습니다.

어쩔수없이 영범이는 《희망의 렬차》에서 내려섰습니다. 내려서자마자 장령복이 간데없고 이전의 영범이가 그대로 서있었습니다.

방금전까지도 《장령동지!》라고 불렀던 렬차원누나가 너무 어이가 없어 《참, 별 손님 다 있군.》하며 문을 탁 닫아버렸습니다.

렬차는 떠나갔습니다.

동무들은 《희망의 렬차》를 타고 희망이 꽃피는 도시로 번개같이 가는데 영범이만 썰렁한 역구내에 홀로 서있었습니다.

이때 빨간 모자를 쓴 역사령이 다가왔습니다.

《학생은 왜 혼자 있나?!》

영범이는 떠뜸떠뜸 사실을 이야기했습니다.

역사령아저씨가 머리를 끄덕이며 《그럼 빨리 집으로 가야지.》하고 측은하게 바라보았습니다.

영범이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전 여기가 어디인지. 집이 어느쪽으로 얼마나 가야 하는지 깜깜이예요.》

《걱정말아, 이제 〈도루메기렬차〉가 온다. 그걸 타면 네가 떠난 곳으로 보내준단다.》

역사령아저씨의 말에 영범이는 깜짝 놀랐습니다.

《〈도루메기렬차〉라니요?!》

《그런 렬차가 있다. 〈희망의 렬차〉에서 제구실을 못하면 그 렬차에 오르게 되지.》

《예?!》

이윽해서 정말 도루메기처럼 색갈도 거무틱틱한 렬차가 역구내에 들어섰습니다.

영범이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도루메기렬차》에 올랐습니다.

넓은 칸에는 영범이와 한두명의 아이들이 더 있었습니다. 그들은 《희망의 렬차》에 탈 자격을 잃은 모양입니다.

어느새 렬차는 영범이가 올랐던 역에 도착했습니다. 《희망의 렬차》에서 내쫓긴 몸이 된 영범이가 나들문을 나설 때였습니다.

웃으며 홈을 대주던 렬차원누나가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학생은 왜 되돌아오나요?!》

영범이는 너무도 부끄럽고 얼굴이 확확 달아올라 가까스로 대답했습니다.

사연을 들은 렬차원누나가 저도 아쉬운지 호ㅡ 한숨을 내쉬며 영범이를 달랬습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어요. 하루를 열백날 맞잡이로 지식의 탑을 기초부터 튼튼히 다지면 앞으로 훌륭한 사람이 될수 있어요. 〈희망의 렬차〉는 이제 또 오게 돼요. 그때엔 영범학생이 당당히 그 렬차에 올라 희망이 꽃피는 도시로 가게 되리라고 믿어요.》

영범이는 새 결심을 굳게굳게 다지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후 영범이는 우리 글 공부는 물론 콤퓨터 프로그람까지 척척 짜는 꼬마수재가 되여 《희망의 렬차》에 다시 올랐답니다.

지금쯤 《희망의 렬차》를 타고 희망이 꽃피는 도시에 간 영범이는 무엇을 하고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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