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아동문학》 주체97(2008)년 제1호에 실린 글  

          

      ᆷ동  홤

        

지 우 개 이 야 기

 

나는 지우개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별로 큰일도 못하는 자그마한 고무지우개라고 하찮게 여기군 하지만 나에게도 내나름의 자랑과 기쁨이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노래도 지었답니다.

노래는 4분의 2박자로 되였는데 쏠로 시작됩니다.

 

나는나는 지우개 옳은 지우개

틀린것을 깨끗이 지워줍니다

공부하는 착한 동무 틀리면 되나요

한자라도 틀릴세라 지워줍니다

랄랄랄랄 나는요 옳은 지우개

 

나는나는 지우개 고운 지우개

미운것 모두다 지워줍니다

착한 동무 밉게 쓰면 정말 안돼요

곱게 쓰라 깨끗이 지워줍니다

랄랄랄랄 나는요 고운 지우개

 

어떻습니까. 이만하면 나에게도 자랑과 기쁨이 있지요?

하지만 철이의 지우개가 된 때부터 나에게는 속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하였습니다.

글쎄 건달뱅이가 되였으니까요. 세상에 건달뱅이보다 더 미운게 어디 있습니까.

소학교 4학년생인 철이는 공부를 잘한답니다.

또박또박 글씨도 곱게 씁니다. 그러니 나는 공부시간에도 별로 할 일이 없었습니다.

나는 곁눈을 팔며 옆에 앉은 학생의 지우개에게 도울 일이 없는가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러자 그 지우개는 네 할 일이나 찾아서 하라고 핀잔을 주었습니다. 그도 할 일이 별로 없는 모양이였습니다.

연필은 부지런히 일합니다.

나는 필갑안에서 빈둥거리며 하품만 합니다. 그러니 내가 건달뱅이가 아닙니까.

나는 건달뱅이가 되고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연필을 바지런히 따라다니며 일감을 찾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연필도 좋아했습니다.

글을 쓰던 철이가 머뭇거렸습니다. 내가 제꺽 연필의 귀에 대고 물어보았습니다.

《뭐가 틀렸니?》

《아니, 어떻게 쓸가 하고 생각하는중이야.》

나는 또 메사해졌습니다. 그러다가 혹시 철이가 《아차》하는 때면 난 사기가 났습니다. 뭔가 잘못된것이거든요.

연필이 기분나빠하며 말하였습니다.

《이걸 지워.》

나는 사기나서 지워주었습니다.

연필은 욕심쟁이입니다. 저만 일하겠다고 하면서 내게 일감이 생기면 기분나빠했습니다.

그럴 때면 친한 동무이긴 하지만 난 연필이 미웠습니다. 나는 시쁘둥해집니다.

그러면 연필이 다정히 말해주었습니다. 건달뱅이라고 하지 않을테니 걱정하지 말라는것이였습니다. 그리고는 덧붙이였습니다. 내가 할 일이 없을수록 철이에게는 좋다는것입니다. 정말 무슨 소린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던 어느날이였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온 철이는 급하게 책상에 마주 앉으며  시계를 힐끗 쳐다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불이 나게 숙제를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무슨 급한 일이 있는 모양이였습니다.

또박또박 곱게 써나가던 글씨들에 바람을 일쿠었습니다. 연필이 아찔해서 눈을 딱 감았습니다.

어느 사이에 숙제를 끝냈습니다.

철이는 다시 훑어볼새도 없이 화살처럼 밖으로 뛰여나갔습니다.

그 자리에 얼떨떨해 앉아있던 연필이 머리를 흔들더니 나더러 물어보았습니다.

《철이가 오늘은 웬일이냐?》

《글쎄…》

난들 어떻게 압니까.

연필이 자기가 쓴것을 한번 살펴보았습니다. 숙제 절반쯤부터는 말이 아니였습니다.

《무슨 일에 이리도 바빴담.》

연필이 기분나빠 두덜거렸습니다.

《연필아, 이걸 지워버리자!》

내가 말했습니다.

《지워버리다니?》

연필이 놀라며 되물었습니다.

《나는 밉게 쓴 글시나 밉게 그린 그림들은 지워버려야 한다는 공장누나들의 부탁을 받았어. 난 지울테야!》

《너 정신있니? 급한 일이 있어서 별수없이 이렇게 한 숙제인데…》

《아니야, 그래도 지워야 해.》

연필이 말렸지만 나는 일감이 생겼다고 사기가 나서 지워버렸습니다.

연필이 걱정하며 살폈습니다.

《넌 철이가 성을 내면 어쩌겠니?》

《흥, 성을 내겠으면 내라지. 난 밉게 쓴걸보군 못참아.》

나는 제법 큰소리까지 쳤습니다. 하지만 은근히 걱정스러워지기도 했습니다.

연필의 말이 옳은것 같기도 했습니다. 급한 일이 있어서 할수없이 그렇게 한 숙제인데 내가 지워버렸으니 철이가 성내지 않을수 있겠습니까.

시간이 갈수록 마음은 조마조마해졌습니다.

저녁 7시가 되여서야 집으로 돌아온 철이의 온몸은 땀으로 미역을 감은듯 했습니다. 하지만 여간 사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철이 할아버지가 물었습니다.

《왜 이리 늦었니?》

《글쎄 우리 학급과 늘 승벽내기를 하는 3반동무들이 축구시합을 걸어오지 않았겠어요. 이번엔 자기네가 꼭 이긴다는거예요. 그래서 붙었지요 뭐.》

《그래 어떻게 됐니?》

《어떻게 될게 있나요? 우리가 이겼지요. 하긴 좀 힘들게 이겼어요. 어디 꼴이 나야지요. 연장전에서 겨우 한알 넣었어요!》

《허허, 우리 녀자축구선수들처럼 세상을 놀래워보겠다더니...

할아버지가 웃으시였습니다.

저녁을 마친 철이가 책상에 마주앉았습니다. 하품을 하면서도 급하게 한 숙제가 걱정되는 모양이였습니다.

나는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연필도 걱정스러운 눈길로 나를 바라보았습니다.

《응? 이게 뭐야?》 내 가슴이 콩당콩당 뛰였습니다. 철이가 나를 돌아다보았습니다.

(이 일을 어쩌면 좋을가?) 어디 숨을데도 없었습니다.

나는 숨도 크게 못쉬며 철이의 손이 내 목덜미를 잡을 순간을 기다렸습니다.

(이제 나를 잡아 방바닥에 내동댕이칠테지. ...)

피곤한데 숙제를 다시 해야 하니 화가 날게 아니겠습니까.

겁나하는 내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철이가 나를 보다가 《괜찮아.》하더니 말없이 다시 숙제를 했습니다. 그리고는 나에게 말했습니다.

《지우개야, 고맙다.》

나는 큰소리로 만세를 부르고싶었습니다. 욕대신 고맙다는 인사까지 받았으니 왜 그렇지 않겠습니까.

나는 연필에게 으시댔습니다.

《하하, 내가 옳았지.》 연필이 곱게 머리를 끄덕입니다.

이런 일이 있은 후 어느날 또 일이 났습니다. 땅땅 5점만 맞던 철이가 수학시험에서 3점을 맞는 일이 벌어졌던것입니다.

선생님이 점수를 매겨준 시험지를 받아든 철이얼굴이 빨개졌습니다.

내가 연필에게 물었습니다.

《넌 철이가 응용문제를 틀리게 푼것을 몰랐니?》

《그걸 내가 어떻게 아니?》

(5점만 맞던 철이가 어떻게 해서 3점을 맞게 되였을가?) 나는 생각하였습니다.

《이건 다 그 축구시합때문이야.》

연필이 말했습니다.

《뭐 축구시합?》

며칠전 철이한테서 한꼴을 먹고 진 3반동무들이 철이네가 시험을 치는 오늘 또 시합을 걸어왔습니다. 왼쪽공격수가 약해서 애를 먹던 3반인데 새로 전학해온 학생이 기막힌 왼쪽공격수여서 이번에는 꼭 이긴다는것이였습니다.

학급축구주장인 철이는 3반을 이길 전술을 세워야 하였습니다.

철이는 시험을 치면서도 오후 3시부터 있게 될 축구시합에 대한 생각으로 한껏 들떠있었습니다.

철이는 시험지를 먼저 내고 3반에 전학해온 그 왼쪽날개에 대하여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시험문제는 그리 힘든 문제가 아니였습니다. 철이는 냅다 풀어나갔습니다. 그렇게 덤비다나니 응용문제풀이에서 아차 실수로 그만 3점을 맞게 되였던것입니다.

선생님은 선참으로 낸 철이의 시험지를 받아보시더니 3점을 크게 매겨 철이에게 주며 아버지의 수표를 받아오라고 하시였습니다. 이런 야단이 어디 있겠습니까.

정말 문제는 그 축구시합이였습니다.

철이가 수학시험에서 3점을 맞은걸 알면 집에서는 큰일이 났다고 할것입니다. 더우기 수학박사인 철이 할아버지가 여간 섭섭해하지 않을것입니다. 철이를 수학박사로 키우려는 할아버지니까요.

집에 온 철이는 책가방을 벗어놓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축구시합장으로 나갔습니다. 약속한 일이니 나가지 않을수 없었던것입니다.

철이가 나가자 우리는 3점시험지를 가운데 놓고 모여앉았습니다. 저녁에 있게 될 일을 의논하기 위해서였습니다. 3점을 맞은 시험지를 철이 할아버지나 아버지, 어머니에게 그대로 보일수는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시험지를 감출수도 없습니다. 선생님이 수표를 받아오라고 했으니까요.

모두들 말없이 앉아있었습니다. 이때 내가 무릎을 쳤습니다.

《됐다. 내가 3점을 깨끗이 지워버릴테니 빨간 연필아, 네가 5점을 크게 쓰려무나.》

《뭐라구?》 모두 놀랐습니다. 내가 말했습니다.

《3점을 지우고 5점을 쓰는것밖에 다른 수는 없다. 이렇게 하는것이 철이를 돕고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를 기쁘게 하는것이야.》

나는 3점을 지우기 시작했습니다. 모두들 의아한 눈길로 나를 지켜보았습니다.

나는 좋은 생각을 했다고 사기나서 지웠습니다.

이때 계산기가 퉁을 주듯 나에게 말했습니다.

《잘한다. 3점을 지우고 5점을 써넣는다고 될것 같니? 수학박사인 철이 할아버지가 훑어보시면 응용문제풀이가 틀렸다는것을 제꺽 알아보시겠는데…》

내가 발끈해서 대꾸했습니다.

《야, 허튼소리 하지 말고 왜 틀리게 푼걸 바로 풀어놓을 생각을 못하니. 너야 눈깜박할사이에 할수 있지 않니.》

연필이 말했습니다.

《시작한 일이니 어찌겠니. 전자계산기가 문제를 풀어놓으면 내가 제꺽 써놓겠어.》

이렇게 되여 모두는 달라붙어 일들을 했습니다.

전자계산기가 문제를 옳게 풀어놓자 연필이 그것을 곱게 써넣었습니다. 빨간 연필도 사기가 나서 5점을 크게 매겼습니다. 아무리 훑어봐도 틀림없는 5점시험지였습니다.

우리모두는 좋은 일을 했다고 기뻐하며 박수까지 요란하게 쳤습니다.

기뻐할 철이, 5점시험지를 보시며 만족해하실 할아버지의 웃는 얼굴, 정말 우리들은 좋은 일을 했습니다.

3점을 맞고 내키지 않는 축구시합을 한 철이가 기분없이 집에 들어섰습니다. 축구시합에서라도 이겼으면 마음이 좀 풀리겠으나 비기고 돌아온 철이였습니다.

저녁식사가 끝나자 철이는 텔레비죤도 보지 않고 자기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철이의 기분을 눈치챈 할아버지가 무슨 일이 있었는가 물어도 머리만 가로저었습니다.

철이는 시험지를 찾아 손에 들었습니다.

《엉?!》

깜짝 놀란 철이가 사발만 해진 눈으로 우리들을 둘러보았습니다.

우리모두는 웃음을 짓고 철이를 바라보았습니다.

이제 철이가 우리들더러 고맙다고 인사를 할것입니다.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에게 3점을 맞은 시험지를 보일 일을 무척 걱정했을 철이가 아닙니까.

시험지를 들여다보던 철이의 눈길이 먼저 나한테로, 다음은 빨간 연필한테로 돌려졌습니다.

철이가 입을 열었습니다.

《누가, 누가 이런짓을 하라고 했니. 응?!》

높지는 않았으나 울음섞인 목소리였습니다.

《너희들 마음은 알만해. 하지만 난 이렇게 할수 없어!》

우리모두는 놀랐습니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하겠다는건가, 3점을 맞은 시험지를 그대로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에게 보여드리겠다는건가? 정말 모를 일이였습니다. 스스로 욕을 먹을 일을 만들다니… 철이가 낮으나 엄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어서 제대로 해놓아, 어서!》

우리는 할수없이 5점을 지우고 다시 3점을 매겨놓았습니다.

3점을 맞은 시험지를 앞에 놓고 책상에 마주앉은 철이의 얼굴이 더없이 어두웠습니다.

이때 사이문을 여시고 할아버지가 방에 들어서시며 물었습니다.

《너 무슨 일이 있었구나.》

철이때문에 늘 걱정이 많으신 할아버지가 철이의 마음을 알아맞추었던것입니다.

철이는 할아버지앞에 두손으로 시험지를 내보였습니다. 그리고는 고개를 떨구었습니다.

《응?!》 할아버지가 놀라시였습니다. 지금까지 있어보지 못한 일이였기때문이였습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거냐? 문제풀이는 옳게 했는데 무슨 일이냐?》할아버지의 성난 물음이였습니다.

정말 야단났습니다. 이제 철이 아버지, 어머니가 이 일을 알면 더 큰 야단입니다. 그래서 내가 할수없이 나섰습니다.

《할아버지, 5점시험지던걸 철이가 3점시험지로 만들었습니다.》

《엉? 그건 또 무슨 소리냐?》

나는 3점을 맞게 된 까닭이랑 축구시합이야기까지 빼놓지 않고 철이 할아버지에게 다 말했습니다. 우리가 5점시험지로 만든 이야기도…

《그러니 정말 3점을 맞긴 맞았구나! 얘들아, 여기로 오너라.》

3점시험지를 손에 드신 할아버지가 철이 아버지, 어머니를 부르시였습니다.

《아니?!》 우리모두가 놀랐습니다. 이럴수도 있는가요. 철이를 그처럼 사랑하시는 할아버지가 혼자 아시고 수표해주시면 될 일인데 일이 크게 번져지게 만드시다니 정말 모를 일이였습니다.

철이 아버지, 어머니가 방으로 들어서시였습니다.

《오늘 우리 철이가 수학시험에서 3점을 맞았다.》

《예?!》

철이 아버지, 어머니도 놀랐습니다.

철이 아버지가 할아버지한테서 시험지를 받아들었습니다. 어머니도 3점을 들여다보며 혀를 찼습니다.

《야, 너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엉?》

더없이 성이 난 철이 아버지입니다.

《야- 할아버지도…》 안타까운 마음으로 우리 학용품들은 할아버지를 나무랐습니다. 뭣때문에 철이를 이렇게 욕먹게 만든단 말입니까.

철이 어머니가 머리를 떨구고 서있는 철이에게 다가가서 어깨를 잡아흔들며 따지려듭니다.

《어디 말해봐라. 3점이 뭐냐, 3점이…》

그러자 할아버지가 말씀하였습니다.

《그만둬라. 난 이 3점시험지가 5점시험지보다 더 귀중하다고 생각한다.》

《예?!》

철이 아버지, 어머니가 영문을 몰라서 할아버지를 바라보았습니다. 3점시험지가 5점시험지보다 더 귀중하다니 될말입니까.

우리들모두가 서로 얼굴을 쳐다보았습니다. 정말 모를 일이였습니다.

《거짓을 모르는 솔직한 마음이 귀중하다는거다. 오늘 3점을 맞은건 다시 공부를 해서 래일 5점을 맞을수 있지만 한번이라도 거짓말을 했거나 잘못을 감추었던 일은 다시 고칠수 없는거란다.

철이가 정말 착하다. 넌 다시 5점을 맞게 될게구 꼭 훌륭한 사람이 될게다. 난 정말 기쁘다!》

철이 할아버지가 철이를 안아드시고 자리에서 한바퀴 돌았습니다. 방안에 웃음이 피였습니다.

우리모두가 박수를 쳤습니다. 박수를 치면서도 우리는 서로 마주보며 어줍게 웃었습니다. 하마트면 우리들이 철이를 돕는것이 아니라 거짓말을 하게 할번 했으니까요.

철이는 그후 더 훌륭한 학생이 되였습니다.

물론 공부도 제일 잘하구요.

우리도 철이를 도와 부지런히 일하며 마음다졌습니다. 다시는 3점을 5점으로 고치는것과 같은 일은 하지 않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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