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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96(2007)년 제3호 잡지 《청년문학》에 실린 글
시 초
통일마중 ㅡ 승리의 길 ㅡ 고향방문으로 서울을 다녀온 한 전쟁 로병의 수기중에서 ㅡ 조 천 일
비 내리는 한강
서울가는 뻐스에 탄 사람들 고향생각으로 깊어진 그 마음 두드리며 비가 내릴 때 아, 어제날 이 로병 고향집 생각보다 앞서 떠오르는 모습은 준엄한 싸움길에 운명을 함께 한 전우들 생각!…
혹시 저 둔덕이 아닐가 아니면… 저쯤… 비에 젖은 저 둔덕 상등병 박동무 시체로 굳어졌던 그 자리 적을 찾아 비수같던 전우 마지막숨결 거두었던 아, 그 언덕이 아닐가
그날도 비가 내렸지… 나를 향해 날아오는 흉탄을 제몸에 막아 장렬한 최후를 마친 전우 최고사령관동지께 승리의 보고 드려달라고 북두칠성 우러르며 숨진 전우의 낯에도 보슬비 흘렀지!…
그날에 내리던 비 옛 전장 추억깊은 한강의 물결우에 비가 내린다 잊지 못할 고향의 모습에 앞서 전우들 모습싣고 비가 내린다
왜 이렇게 늙으셨소!
헤여져 반백년 기나긴 그 세월에 할 말은 얼마나 많았으랴 상봉의 이 순간 백발 할머니가 된 나의 누님앞에서 내 처음 하는 말은 ㅡ 왜 이렇게 늙으셨소!
아, 이 가슴에 안겨 흐느껴우는 백발의 누님 알아보기조차 힘든 누님을 껴안고 내 눈물속에 하는 말은 ㅡ 왜 이렇게 늙으셨소!
잊은적 있었으랴 포연속을 헤칠 때나 전후의 나날거쳐 어깨에 별달고 산 복무의 나날들에 남녘땅 내 누님의 모습을
그 모습은 어머니를 대신하여 드리웠던 드레박소리 정답던 소녀의 모습 의용군에 입대하는 나를 바래워 볼우물 고웁던 처녀의 모습 그 모습은 고향떠나 한생을 살아온 이 로병에겐 더더구나 못잊을 추억이였나니
그렇더라 누님의 모습은 화선천리 군용밥통 열 때에도 저도 몰래 떠올랐더라 돌격전의 언덕에선 마음속 이런 말로 나를 떠밀었더라 고향을 잊지 말라고! 원쑤치고 돌아오라고!
아, 꿈결에도 잊지 못할 누님은 내 고향 전주천의 강물처럼 바다가기슭의 한떨기 동백꽃처럼 마음속에 자리잡은 모습이였더라 고향처럼 새겨진 모습이였더라 그날의 그 소녀 그날의 그 누님이 백발의 할머니되여 내 앞에 나타났나니 그날의 그 모색 찾아보기 힘든
아픈 이 마음 무엇으로 달래이랴 나를 기다리며 한오리 한오리 검은 머리 하얗게 짙어갔을 누님 우리 상봉 이렇듯 더디게 만든 분렬의 원흉인 미제에 대한 증오를 모아 이 동생은 울분을 터쳤노라 ㅡ 누님! 왜 이렇게 늙으셨소!
마셔보오. 《평양술》을!
삼삼오오 나를 붙잡고 물어보는 말이라오 형제친척 남에 두고 혼자몸으로 어떻게 살아왔을가 외로운 그 마음 어떻게 지탱하여왔을가
대답대신 조용히 나는 한장의 사진을 꺼내보였네 련대근위병들과 함께 찍은 어깨에 별을 단 그 사진앞에 형제친척 웃음방긋 ㅡ 야ㅡ하! 우리 오빠가 대령님이 되였서어…
저마끔의 전주사투리에 평양말로 나는 응답했네 ㅡ 대령이 아니라 조선인민군 대좌라오
일렁이는 박수소리 빛나는 내 모습 고향에선 머슴신세 면할길 없었건만 인민군군관의 어엿한 모습앞에 형제친척 웃음절반 눈물절반 ㅡ에그 전주촌에 룡이 났수!
가슴 뭉클 젖어드는 격정 수령님과 장군님 아니시라면 내 모습 어찌 이리도 떳떳할가 그분들의 사랑속에 마음속 그늘없이 혁명군대의 지휘관으로 자라난 축복받은 내 삶을 무슨 말로 다 전하랴
정히 안고온 《평양술》을 형제친척들에게 나는 붓기 시작했네 한두마디로 다 할수 없는 후더운 이 격정을 행복한 이 마음을 잔마다 가득가득 부어주었네 ㅡ 마셔보오, 《평양술》을!
통일마중 ㅡ 승리의 길
서울! 유년시절의 애달픔이 깃들어있고 옛 전장의 싸움터가 어제일인듯 추억도 새로운 서울이여
그 어디메냐 베잠뱅이 설한풍 막지 못해 아리랑고개 넘으며 지게군 참대팔이 전라도태생 젊음을 값없이 팔며 헤매던 종로네거리는
그 어디메냐 서울해방의 그날 박격포가에 걸터앉아 하모니카로 《김일성장군의 노래》 신이 나게 불던 광화문의 드넓은 광장은
서울이여! 내 혼자 온것 같질 않구나 전화의 그날 운명을 함께 했던 전우들의 마음과 나란히 이 로병이 들어서는 서울길이여
내가 살던 집뜨락의 한그루 꽃 전라도 그곳은 예서 또 어디메냐 내가 살던 고향이 눈에 삼삼 떠오르고 먼저 간 전우들 생각이 절로 나 류다른 추억속에 걷고걷는 서울길
어느분이 이 길을 열어주시였더냐 6.15시대가 삼천리에 펼쳐진 통일에로 향한 우리 환희의 이 길을… 남녘의 인민들도 우러러 따르는 통일의 태양이신 장군님 계시여 애국의 마음 합쳐가는 이 길이 아니랴
고향의 형제친척 언제인가는 만나리라며 그리움속에 기다리던 서울길 그렇다오 하나될 조국을 눈앞에 그려보며 내 오늘 걷는 서울길은 장군님 열어주신 승리의 길, 통일마중의 길이라오
(평양시 순안구역 순안제1중학교 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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