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주체103(2014)년 제4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김 응 평

(제 2 회)

3

 

5분, 10분

령님께서는 얼어드는 새벽추위속에 진눈까비를 한몸에 맞으시며 한자리에서 조용히 거닐고계시였다.

길옆에 세워둔 그이의 승용차곁에서는 부부장과 만복이 말없이 서있었다.

수령님께서는 오늘새벽 어느 한 협동농장에 대한 현지지도를 떠나시기에 앞서 이들과 함께 전차들의 운행간격시간을 확정해보기 위해 몸소 정류소로 나오시였던것이다.

수령님께서는 정류소에 가면 사람들이 더 당황해하고 불편해할것 같아 몇십메터 잘 떨어진 곳에 차를 세우게 하시고는 다음전차가 오기를 기다리고계시였다.

그이께서 즐겨입으시는 색바랜 모직외투의 어깨며 소매자락은 축축히 젖어들었고 짚으시는 눈판우에는 또렷한 발자욱들이 찍혀지였다.

수령님께서는 마치도 그 발자욱들을 눈판우가 아니라 자신의 심장속에라도 아프게 찍으시는듯 한 심경에 잠겨계시였다.

또다시 정류소쪽에 눈길을 보내시였다. 이따금씩 두런두런 울리는 말소리와 기침소리가 들려오는가 하면 여라문개의 담배불꽃들도 보여왔다.

쿨쩍대는 애기의 울음소리도 도간도간 들려온다.

《수령님, 날씨가 아직도 춥습니다. 차안에라도 들어가시여

부부장이 올리는 말씀이였다.

《아니, 괜찮소. 어쩐지 차를 타고다니는것도 인민들에게 미안하게 느껴지는구만.》

이때였다. 멀리에서 전차 2대가 달려왔다.

수령님께서는 반가움부터 앞서시였다.

《아, 저기 전차가 오누만.》

정류소에 줄지어서있던 사람들도 술렁거렸다.

그이께서는 안색을 흐리시였다.

《전차 2대가 함께 오누만. 저렇게 몰켜다니고서야 어떻게 정상운행을 할수 있겠소?》

전차들은 정류소에 와멎었다.

가지각색의 청높은 목소리들과 잡다한 소음들이 새벽고요를 깨뜨리였다.

아마도 정류소는 퍽 혼잡을 이룬것 같았다.

문득 이 모든 소리들을 누르며 가냘픈 소녀애의 다급한 목소리가 끊기며 흘러나왔다.

《엄마, 내 고깔모자 떨어져

뒤이어 긴 고동소리처럼 끝이 없을상싶은 앙- 하는 울음소리

《내거 모자 내거 빨리

사람들이 모자! 모자! 하며 떠들어대는것으로 보아 그 애의 고깔모자를 주어드는것 같았다. 그러나 울음소리는 그칠줄 몰랐다.

애의 어머니가 그를 달랜다. 여기에 무척 미안해하는듯 한 웬 처녀의 목소리가 보태여졌다.

《얘, 이거 안됐구나 자, 이거 내 머리빈침 줄가? 고운 빈침이야.

《됐어요. 차장동무, 올라가세요. 전차가 떠나야겠는데 동무에게 무슨 잘못이 있다고

어슴푸레한 새벽이였지만 수령님께서는 고깔모자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그들모두의 모습이 눈앞에 금시 안겨오는듯 하시였다.

그래, 저 녀인은 지금 자기 애를 꾸짖고있다. 그러나 진짜 누구를 질책하고있는것인가? 녀인의 말처럼 처녀차장에게도 잘못이 없다.

그렇다면 과연 누구에게 이 잘못, 이 책임이 있는것인가?

차에서 내린 사람들은 다 흩어져가고 칭얼대며 어머니에게 이끌려가는 그 애의 울음소리도 간간이 사라져갔다.

《엄마, 모자 달라.

다음정류소를 향하여 전차는 떠나갔다.

수령님의 가슴은 몹시 타는듯 하시였다.

그이께서는 저려드는 마음을 애써 눅잦히시며 조용히 눈을 감으시였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귀전에서 길게 메아리치고있었다.

수령님께서는 이윽해서야 부부장과 만복이쪽으로 말없이 돌아서시였다.

《수령님, 아무래도 전차, 뻐스의 대수가 모자라는것 같습니다.》

《그럴가?》

수령님께서는 나직이 되뇌이시였다.

《그런데 그렇게 대수를 늘인다고 정말 이 문제가 풀릴수 있을가? 다른 의견들이 제기된것은 없소?》

《출퇴근시간을 조절하자는 의견도 있고 또 정류소들을 더 많이 만들면 되지 않는가고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별로 신통치 않은것 같습니다.》

《출퇴근시간이라 정류소

그이께서는 가볍게 긍정하시며 깊은 생각에 잠기시였다.

《수령님, 너무 마음쓰지 마십시오. 지금 평양시 인구가 전쟁직후보다 몇배로 많이 늘어났습니다.

그러니 이것은 기필코 피할수 없는…》

순간 수령님께서는 몹시도 격해지는 감정을 느끼시였다.

웬일인지 인민을 외면하고 등한시하는 그런 일들을 당하게 되는 때이면 자신도 모르게 격분해지는것을 어쩔수 없으신 수령님이시였다.

그이의 안광엔 엄한 질책의 빛이 비껴흘렀다.
 《부국장동무가 그렇게 생각하다니?… 섭섭하구만. 섭섭해.… 천이면 천, 만이면 만 모두를 안아주고 보살펴야 하는게 우리 일군들이 아닌가?… 언제인가 새벽에 시내를 돌아보니 인민들이 교통문제때문에 몹시 불편을 느끼고있었소. 그때 출근시간이 늦어진다며 안타까워하던 애기어머니랑, 울먹이던 그 녀학생이랑 아직도 잊혀지지 않누만.》

만복은 머리를 푹 수그리였다.

목이 꽉 메여 꺼져들어가는 목소리로 그가 올리는 말씀에 수령님께서는 더욱 놀라지 않으실수 없으시였다.

《수령님, 언제인가 새벽에 승용차로 태워다주신 그 애기어머니가 바로 저의 딸…》

수령님께서는 가슴이 답답해나시여 외투웃단추 몇개를 끄르시였다.

좀처럼 마음이 진정되지 않으시였다.

그러니 그때의 그 녀인이 바로?!…

친자식의 아픔이나 고통조차도 자기의것으로 느낄줄 모르는 일군들이 어떻게 인민의 아픔을?…

인민, 인민!…

수령님께서는 만복의 모습을 찬찬히 들여다보시였다.

지금은 저렇게 죄를 지은 사람모양으로 머리를 숙인채 말없이 서있지만 십여년만에 집무실에서 그를 다시 만나게 되였을 때에는 얼마나 기뻤던가.

그 어떤 가식이나 허위도 없이 성근하고 인심후한 실농군처럼 사람좋아보이던 얼굴, 기사장으로부터 부국장으로 발전한 그의 성장, 이 모든것이 다 대견스러웠고 미더웁기만 하시였다.

이름그대로 인민에게 만가지 복을 안겨주기를 바라시였었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우리 일군들은 누구나 할것없이 인민속에서 나왔다. 그들의 아들딸들이다.

그런데 어째서 조그마한 직급이 하나라도 차례지면 그들은 그것에 만족하여 인민을 외면하고 강건너 불보듯 하는것인가?!…

그것은 다른데 있지 않다. 바로 자기의 본분, 자기의 옛 처지를 망각한데 있다.

키워주고 내세워준 인민의 믿음과 기대를 자신도 모르게 줴버린데 있다!…

죄책감에 잠겨 맥없이 울리는 만복의 다음말이 수령님의 가슴을 아프게 찔렀다.

《수령님, 아무래도 전…》

수령님께서는 가슴이 미여지는듯 하시였다.

사람이 나이를 먹어가느라면 이렇게 마음도 약해지는것일가?…

그이께서는 자신을 다잡으시며 안타까우신 어조로 준절히 말씀하시였다.

《만복동무, 오늘날에 제기된 이 문제는 결코 전차의 대수나 나이가 다되고 능력이 모자라서가 아니요. 인민을 위한 마음이 부족해. 인민을 안고 뜨겁게 덥혀주어야 할 동무의 심장이 식어가고있단말이야.》

만복은 더 깊이 머리를 떨구고말았다.

수령님께서는 만복과 부부장에게로 한걸음 다가가시여 그들의 손을 힘껏 잡아주시였다.

《이렇게 맥을 놓고있겠는가? 인민들이 지켜보고있소, 인민들이!… 일군이라면 응당 사람들속에 들어가야 해. 부부장동무, 만복동무, 힘을 내자구. 한가정의 세대주구실을 한다는게 정말 헐치 않아.…》

만복은 번쩍 머리를 쳐들었다.

수령님께서는 그의 눈빛에서 뜨겁고도 열렬한 그 무엇이 넘쳐흐르는것을 느끼시였다. 하여 그들의 손을 더욱 꽉 잡아주시였다.

금시 놓치면 잃을듯…

 

4

 

수령님께서는 종일토록 포전에 계시였다.

거름이며 소농기구며 한해농사차비를 일일이 돌보아주시느라 몹시도 바쁘시였다.

오후에는 이 농장의 청년분조를 돌아보고 도내농업일군협의회를 조직하며 저녁무렵에는 또 린접군에 있는 어느 한 광산에 가보실 예정이시였다.

평양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이곳에도 새벽에 진눈까비가 많이 내렸다.

논밭은 무던히도 질쩍거렸다. 수령님의 신발에는 무겁게 진흙덩이들이 달라붙어 떨어질줄 몰랐다.

하건만 그이께서는 신발보다도 마음이 더 무거우시였다.

현지지도를 떠나시기 바로 며칠전 새벽에 있었던 일이 아직도 가슴에 맺혀 내려가지 않으시였던것이다.

새 고깔모자가 떨어졌다고 투정질하며 떼를 쓰던 어린애의 울음소리가 귀전에서 지금도 들려오는듯하였고 만복의 딸 정임이며 답사를 떠난다던 그 녀학생의 모습도 눈앞에 우렷이 떠오르시였다.

그리고 뒤이어 차에까지 싣고 떠나신 그 장기판도 크게 확대되여 안겨왔다.

가지런히 놓여있던 졸이며 상이며 차들까지도…

마음속으로 쪽들을 이쪽저쪽으로 옮겨도 보시였다.…

수령님께서는 잠시 사색을 멈추시고 머리를 드시여 거름더미들을 정겹게 바라보시였다.

가로세로 줄을 맞춰 모나게 무져있는것이 깐진 일본새를 잘 보여주고있다.

그러나 이 일본새와는 대조되게 거름반출이 훨씬 늦어진것 같다는 느낌이 드시였다.

밭 한가운데는 《제4작업반》이라고 큼직하게 쓴 표말이 서있었다.

수령님께서는 뒤따르는 녀성관리위원장에게 다정히 말씀하시였다.

《관리위원장동무, 여기 4작업반이 제일 뒤떨어졌구만. 거름들을 빨리 논밭에 다 내야겠소.》

중년나이의 관리위원장은 배심든든히 대답 올렸다.

《예. 이틀동안에 와닥닥 해제끼겠습니다.》

수령님께서는 놀라시였다. 이틀동안에?!…

《허, 그런데 시간이 그렇게 될가?》

《농장의 모든 뜨락또르들을 다 동원하여 1, 2, 3… 이렇게 분조별로 조를 무어서 섬멸전을 들이대고있습니다. 여기 4작업반에서 마감전투를 벌리고있는데 그러면 우리 농장은 전부 끝날수 있습니다.》

이때였다. 련결차를 단 꼭같이 생긴 몇대의 뜨락또르가 퉁탕퉁탕 소리를 내며 포전으로 달려오고있었다.

수령님께서는 허리를 두손에 얹으시고 전야를 달리는 뜨락또르들의 모양을 점도록 바라보시였다.

관리위원장의 말을 증명이라도 해주는듯 뜨락또르들은 자기가 맡은 분조의 논밭들을 찾아 제가끔 흩어져갔다.

수령님께서 다른 밭들을 돌아보시는데 또 몇대의 뜨락또르가 동시에 나타나 포전들로 갈라져갔다.

《조를 뭇는다!…》

혼자말씀처럼 조용히 되뇌이시였다.

사색의 파도를 헤가르며 눈부신 그 무엇인가가 움쭉 자기의 자태를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한순간 그이의 안광에는 예지의 빛발이 번쩍이였다.

《이거요, 바로 이거요!》

그러시고는 기쁘신김에 온 들판에 차고넘치도록 즐겁게 웃으시였다.

부부장과 관리위원장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하였다.

수령님께서는 부부장에게 이르시였다.

《부부장동무, 빨리 만복동무를 찾으시오!》

 

5

 

만복이 탄 승용차는 이 저녁 수령님께서 계시는 숙소를 향하여 달리고있었다.

무릎우에는 그이께 올릴 문건이 들어있는 가방이 놓여있었다.

승용차는 시내를 벗어나 내처 어둠에 잠긴 협동벌을 옆에 끼고 달리고있었다.

지금 만복의 마음은 여러가지 감정에 빠져 착잡하기 이를데 없었다.

수령님으로부터 비판의 말씀을 받고서 그는 자신을 심각히 돌이켜보았다.

고수머리청년이며 딸의 말 같은것은 아무것도 모르는 젊은이들의 짧은 생각이라고만 속단하고 스쳐버리였고 벌써 로쇠에 빠져 능력이 모자란다고 한탄만 하고있었으니 결국 오늘날 긴장해진 려객운수문제는 그 어떤 다른 원인에 있는것이 아니라 자신이 일군이라면 응당 경계해야 할 그런 《병》에 빠져든 결과가 아니겠는가. 부부장이 내려와 수령님의 의도를 일군들에게 전달하였고 만복은 국의 아래일군들앞에서 자기반성을 하였다.

그리고 전차사업소에 나가 고수머리청년도 다시 만나보았다.

자기뿐만이 아니라 일군들모두를 여러 전차, 뻐스사업소들과 주민지대, 정류소들에도 내보내여 방도를 모색하도록 하였다.

결과 그동안에만도 좋은 의견들이 많이 제기되였다.

그때 운전사청년이 제기했던 문제는 여러 주민들속에서도 한결같이 상정되였다.

정말로 사람들속에 들어가니 막연하게만 느껴지던 문제들도 하나하나 실머리를 찾아낼수 있었다.

그는 수령님께서 부르신다는 련락을 받고 시급히 현재까지 올라온 안들을 종합하여 만든 문건을 가지고 곧 평양을 떠났다.

수령님께 다문 조금이라도 기쁨을 드릴수 있게 되였다는 생각에 마음이 좀 놓이는것 같았다. 하지만 웬일인지 가슴 한구석은 늘 초조하고 무거워지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늦저녁이 되여서야 승용차는 숙소에 다달았다.

숙소래야 어느 한 협동농장의 수수한 리합숙이였다.

큰길에서 내려선 만복은 잠시 옷매무시를 바로잡고 걸음을 옮겼다.

무엇인가 머리를 스치는 느낌에 머리를 들어보았다.

큰 살구나무 한그루가 닿을듯말듯 가지를 아래로 드리우고있었다.

그는 손을 뻗쳐 가지끝을 조심히 매만졌다.

아직도 망울이 지지 않았다.

평양에는 봄기운이 떠돌아 꽃나무마다 망울이 조금씩 부풀었지만 여기는 아직도 철이 이른가?… 아니면 혹시 그 무엇을 주저하는것이나 아닌지?…

다시 걸음을 옮기던 만복은 웃고 떠드는 청년들의 목소리에 집앞에서 주춤거렸다.

아마도 수령님께서 오후에 청년분조를 돌아보시였다고 하니 그들인것 같았다.

《수령님, 이젠 농사이야긴 그만하시고 좀 쉬십시오.》

그이의 우렁우렁한 음성이 들려왔다.

《하고싶어서 하는 일은 힘든줄 모르는 법이지.… 자, 이젠 머리쉼도 할겸 내가 동무들에게 하모니카를 불어줄가?》

환성이 터져오르는 짝자그르르 박수치는 소리가 났다.

이윽고 울리는 하모니카소리, 《내 고향》의 선률이였다.

만복은 잠시 은근한 서정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하모니카소리에 심취되여 귀를 강구었다.

만복은 수령님께서 풍금을 잘 타시는데 대하여서도 들은바 있었지만 이처럼 하모니카를 잘 부시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하였다.

어둠이 찾아든 합숙의 토방가엔 단란한 한가정의 따뜻한 분위기가 넘쳐흘렀다.

이때 수령님께서는 인기척을 느끼시고 대문쪽을 바라다보시였다.

먼발치에 서있는 만복을 알아보시고 청년들에게 웃으며 말씀하시였다.

《자, 저길 좀 보오. 지금 내가 여기 앉아 하모니카를 또 불 겨를이 있겠는가? 저렇게 일감을 가지고 찾아오지 않았소?》

만복은 그이께 정중히 인사를 올리였다.

《만복동무, 오느라 수고했소. 여기 와앉기요. 방안보다도 바깥이 더 좋구만.》

수령님께서는 만복을 자신께서 앉아계시던 토방으로 불러주시였다.

그때까지도 그이의 손에 쥐여져있던 하모니카가 창가의 불빛을 받아 번쩍거렸다.

그 빛이 만복의 마음을 야릇하게 휘저어놓았다.

그이께 또 걱정만을 얹어드리게 되지 않을는지.…

《동무를 부른것은 다름이 아니라 전번에 말했던 려객운수문제때문이요.》

만복은 가방에서 문건을 꺼내 수령님께 올리였다.

그이께서는 창가밑으로 자리를 바싹 옮겨앉으시며 한장한장 주의깊게 보아주시였다. 그러시고는 인차 긍정해주시였다.

《옳소 전차와 뻐스들의 대수를 늘이는 문제에 대해선 나도 동의하오. 그래야 충분히 운행을 보장할수 있거던. 다 풀어주겠소. 무엇이 아까울것이 있겠소? 그러니 마음놓고 전차와 뻐스를 꽝꽝 만들어내오. 정임이가 이번에 새로 설계한 대형무궤도전차도 함께 말이요. 이젠 우리 나라 어느 도시에나 다 무궤도전차를 놓았으니 생산을 부쩍 늘여야 해. 농촌에 뻐스도 많이 보내주고.…》

《알았습니다!》

수령님께서는 계속 문건을 읽어내려가시며 고개를 끄덕여주시였다.

《생각을 아주 잘하였소.… 음… 깊이 연구했구만. 특히 기관, 기업소별 특성에 따라 근로자들의 출퇴근시간을 조절하는것도 중요한 문제요. 좋소. 인민을 위한 일이라면야 응당 국가의 법도 고쳐야지.》

만복은 가슴이 벅차올랐다.

모든것을 인민을 위하여 복무하여야 한다는 그이의 높으신 뜻을 헤아리기엔 자기의 심장이 너무도 작았다.

그이께서는 출퇴근시간을 조금씩 다르게 조직하기 위한 방도를 하나하나 가르쳐주시면서 마지막장을 덮으시였다.

만복은 그이를 우러러 자신의 심장속 결의를 삼가 아뢰이였다.

《수령님! 수령님께서 가르쳐주신대로 려객운수사업을 더 잘 짜고들어 당의 사랑이 인민들에게 언제나 빨리 가닿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소, 만복동무. 그런데 이 방법만 가지고 인민들에게 편의를 보장해줄수 있을가? 최대로 그리고 원만히 말이요.》

《이것만으로도 훨씬 문제가 풀릴것 같습니다. 좀더 연구하여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합시다. 나도 한가지 생각한것이 있는데 들어보겠소?》

그이께서는 부부장에게 평양에서부터 차에 싣고온 장기판을 가져오도록 이르시였다.

수령님과 만복이사이엔 어느덧 장기판이 놓여졌다.

그이께서는 빨간 쪽과 검은 쪽들을 색갈별로 3개씩 조를 무어가며 장기판둘레의 금을 따라 일정한 간격으로 차례차례 놓으시였다.

만복은 의문이 가득 실린 눈길로 수령님을 우러렀다.

그이를 만나뵈옵던 그날 아침 집무실책상우에서 본 낯익은 장기판이였다.

수령님께서는 이어 장기쪽들의 놓임새를 가리키시며 말씀하시였다.

《자, 우리 이 바깥테두리금을 전차로선이라고 생각합시다. 그리고 이렇게 세개씩 무어진 개개의 쪽들을 전차들이라고 가상해보기요.》

만복은 흠칫 몸을 떨었다. 짜릿한 흥분같은것이 가슴에 스며들었다.

딱히는 알수 없어도 어떤 가슴 벅차고 새롭고도 크나큰 그 무엇인가가 눈앞에 펼쳐지게 되리라는것을 그는 온몸으로 느끼였다.

《만복동무, 이게 무언가 하면…》

수령님께서는 하나하나 설명해나가시였다.

그이의 가르치심에 만복의 머리속엔 어느덧 뚜렷한 표상들이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지난 시기에는 한개의 고정정류소에서 첫 차가 려객들을 다 태우고 떠나야 두번째 차가 또 나와서 손님들을 태우는것이 보편적이였다.

그래서 시간도 오래 걸리고 사람들이 불편을 느끼였다.

그러나 이 장기쪽들처럼 뻐스마다 1, 2, 3번 번호를 붙이고 정류소도 1, 2. 3순서로 배치하여놓는다면 몇개의 정류소에 사람들을 분산시켜놓아 혼잡을 없앨수 있다. 또한 사람들이 자기가 목적한 곳의 가장 가까운 번호를 가진 정류소들을 택해 리용하니 더 편리하고 유리할것이다.…

수령님께서는 가볍게 미소를 보내며 말씀하시였다.

《그러니 말하자면 이것이 시내전차, 뻐스들의 번호별운행방법이라고 할가?》

만복은 속으로 무릎을 쳤다. 참으로 신통하기만 하였다.

그는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기까지 하였다.

알지도 못하였고 듣기도 처음인 말씀이였다.

(번호별운행방법!…)

만복은 시름졌던 주름살들이 펴이고 금시 젊음의 새힘이 온몸에 넘쳐나는듯 하였다.

《수령님, 어쩌면 이런 고견을?…》

수령님께서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서시였다.

《이것이 어찌 나 혼자만의 생각이겠소? 인민이 나에게 가르쳐준것이지. 인민은 언제나 나의 훌륭한 선생이요. 난 로동자, 농민들속에 들어가면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듣게 되고 밥도 잘 당기며 잠도 잘 오오. 언제나 기분이 좋거던.》

만복은 크나큰 충격을 억제할수 없어 부부장의 두손을 억세게 모두어잡았다.

그의 머리속엔 수령님을 만나뵈옵던 그날의 첫아침이 뜨겁게 되새겨졌다.

탁상등아래 펼쳐져있던 장기판이며 렬을 지어 서있던 쪽들…

그러니 수령님께 있어서 나타나는 모든 현상과 흐르는 시간은 그 어느것이나 다 인민과 결부되여있었고 인민을 위하려는 오직 하나의 열망으로 끝없이 이어지고있는것이 아니였던가.

자신은 철없는 젊은이들의 의견이라 별치 않게 여겼건만 인민들의 소박한 말도 귀중히 여기며 귀담아들어주시고 휴식의 장기가 아니라 사색을 위한 장기를 두시고는 이 저녁 운행방법을 찾아내신것이 그리도 기쁘시여 하모니카까지 부시였을 우리 수령님!

만복에겐 궁은 필요없다고 하시던 그 말씀도 새로운 의미로 안겨왔다.

그 어떤 직위나 특전특혜도 바라심이 없이 오직 우리 인민 하나이면 그만이라는 그이의 심오한 뜻이 가슴에 뜨겁게 새겨졌다.

만복은 터져오르는 격정에 그만 흑- 흐느끼고 말았다.

그렇다, 오늘날 내가 더는 어쩔수 없다고 막연하게만 생각해온 전차문제는 결국 단순히 려객수송문제가 아니라 인민에 대한 관점문제였다. 수령님께서는 나에게 번호별운행방법만이 아니라 인민을 어떻게 보고 대하여야 하는가 하는 숭고한 인민관, 사랑관을 심어주시였다.

아, 어버이수령님! 어쩌면, 어쩌면…

만복은 격정으로 젖어드는 눈굽을 훔치며 그이를 우러렀다.

《밤도 퍼그나 깊었구만. 먼길을 달려온 동무에게 정말 미안하오. 오늘 밤은 여기서 푹 쉬고 래일아침 떠나도록 하시오.》

잠시후 수령님께서는 또다시 길떠날 차비를 하시였다. 부부장이 함께 동행해드리게 되였다.

저녁으로 예견하시였던 이웃광산으로 이제라도 떠나시려는것이였다.

승용차는 인차 떠났다.

긴 꼬리를 끌며 사라져가는 차의 빨간 뒤등의 불줄기가 마치도 피방울처럼 만복의 심장속으로 흘러들었다.

만복은 전차와 뻐스들의 정류소마다 새겨질 그 번호들을 마음속으로 불러보았다.

1, 2, 3, 1, 2, 3…

생각은 깊어만졌다.

전차나 뻐스의 로선들은 다 종점에서 끝난다.

하지만 우리 수령님 가시는 그 길엔 과연 끝이 있였던가?

그이 가시는 사랑의 길들마다에는 정류소들이 수없이 많다.

그것들은 다 인민이 있는 곳이였다. 그리고는 또다시 이밤처럼 인민을 마음속에 안으시고 그들을 찾아 떠나가신다. 그이에겐 정녕 종점이란 없었다. 만족이란 없었다. 인민을 생각하고 위하시는 그 사랑에는 끝이 없었다! 아!…

나는 사람이란 늙으면 다 생의 종점에 다달았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우리 일군들에게 있어서 늙어가는 나이보다도 인민을 잊고 인민과 동떨어져 그들의 아픔을 자기의 아픔으로 느끼지 못할 때 그 생은 벌써 종점에 다달은것이리라. 육체적생에는 종점이 있을수 있어도 인민을 위한 길에는 종점이 있을수 없다.

수령님! 오늘 수령님께서는 저의 심장속에 귀중한것을 심어주시였습니다.

저는 그것을 언제나 심장에 새겨안고 인민에게 만가지 복만을 안겨주는 참된 충복이 되겠습니다, 수령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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