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주체103(2014)년 제4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김 응 평
(제 1 회)
1
새날이 밝아오고있다.
창가로는 어슴푸레한 새벽빛이 흘러들기 시작했다.
수령님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시여 조용히 집무실안을 거니시였다.
책상우의 탁상등은 희미한 불빛을 던지고있었고 그아래엔 장기판이 놓여있었다.
그이께서는 창문쪽에 있는 쏘파에 잠시 기대여앉으신채 지그시 눈을 감으시였다.
푹신한 감각이 파고들었다. 하지만 무거운 마음속 시름이 심장을 아프게 옥죄여주는것만 같으시였다.
그이께서는 안경을 벗어드시고 두눈을 가볍게 천천히 비비시였다.
책상우의 탁상등과 장기판을 이윽토록 지켜보시느라니 은연중 며칠전 새벽에 있었던 일이 떠오르시였다.
그때도 거리의 가로등들은 저 탁상등처럼 밝아오는 새아침의 기운에 못이겨 마지막빛을 맥없이 뿜고있었지.…
그날 첫새벽 승용차를 타시고 시내를 돌아보시던 수령님께서는 어느 한 전차정류소앞을 지나치시다가 애기를 업은 한 녀인과 중학생쯤 돼보이는 소녀애가 울상이 된채 안타까와 어쩔줄 몰라하는 모습을 우연히 차창가로 띄여보게 되시였다.
배낭을 진 소녀애는 흰 털모자를 쓴 류다른 차림새였다.
저만치 멀어져가는 전차와 텅 빈 정류소에 두사람만이 남은것으로 보아 금방 전차를 놓쳐버린것 같았다.
그이께서는 어쩐지 그들을 뒤에 남겨두신것이 마음에 걸려 내려가지 않으시였다.
곧 운전사에게 차를 세우도록 하시였다.
《운전사동무, 내가 여기에서 기다릴테니 그들이 어디까지 가는지 알아보고 좀 태워다주고 오시오.》
그리하여 승용차는 오던 길을 되돌아 정류소쪽으로 달려갔고 그이께서는 한참동안이나 수행성원들과 함께 기다리게 되시였다.
후에 운전사의 말을 들어보니 녀인은 출근거리가 멀어 일찌기 집을 떠났다는것이였고 녀학생은 백두산답사를 가는 길인데 렬차를 놓치게 되였다는것이였다. 다음뻐스를 타려면 더 기다려야 했다.
그래서 그들을 평양역까지 태워다주었다고 한다.…
수령님께서는 움쭉 자리에서 일어나시여 책상우에 무드기 쌓여있는 문건들가운데서 몇개를 손에 드시였다.
외교단사업국(당시)과 농업위원회(당시)에서 올린 문건들이였다.
그이께서는 먼저 올해농사차비정형과 관련한 문건부터 펼쳐드시고 한장한장 번져보시였다.
그러나 얼마 안 있어 눈앞엔 이름모를 그 녀인과 학생의 모습이 삼삼히 어려오시였다.
그들이 하였다는 말도 귀가에서 맴돌이치시였다.
지금 전차나 뻐스타기가 힘들어 아침출근을 하는 사람들은 새벽부터 서두르지 않으면 제시간을 보장하기 힘들뿐더러 어떤 때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늙은이나 녀자들은 탈 엄두도 못 내고 힘겹게 걸어다닌다는것이였다.
수령님께서는 몹시 가슴이 저려드는것을 느끼시며 문건들을 덮으시였다.
탁상등을 끄신 그이께서는 장기판의 쪽을 다독이시며 깊은 생각에 잠기시였다.
그래, 전차, 뻐스… 이 문제부터 결정적으로 풀어야 한다.
하다면 어떻게?…
퍼그나 오래동안 깊은 사색에 잠겨계시던 수령님께서는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시였다.
벌써 8시가 다되여온다.
어제 과업을 주신대로 려객운수부문을 맡아보는 일군이 부부장과 함께 여기에 도착할것이다.
이때였다. 시간을 증명이라도 해주듯 시계의 종소리마냥 문기척소리가 나더니 당중앙위원회 부부장이 한 일군을 데리고 집무실에 들어섰다.
수령님께서는 그들이 올리는 인사를 받아주시고나서 손들을 따뜻이 잡아 의자쪽으로 이끄시였다.
부부장은 수령님께 함께 온 부국장을 소개해드렸다.
《김만복이라…》
수령님께서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시며 이름을 되불러보시였다.
어쩐지 귀에 익으시였다.
그래서 그이께서는 부국장의 얼굴을 세세히 들여다보시였다.
철색의 갸름한 얼굴, 유순한 눈매, 느긋느긋하고 푸수한 실농군같은 인상이 대번에 확 안겨든다.
그런데 엷은 주름살들엔 피로와 고민의 흔적이 어려있었다.
어디선가 그를 꼭 본듯 하시였다.
《수령님, 이 동무가 바로 첫 무궤도전차를 만들 때 기사장으로 일하던…》
부부장의 설명에 수령님께서는 무릎을 치시였다.
《글쎄 어쩐지 낯이 익다 했소. 그런데 나이보다 퍽 늙어보이니 웬일이요?》
그이께서는 반가움이 앞서시여 또다시 손을 잡아주시였다.
《우린 구면이지. 벌써 십여년세월이 흘렀구만. 빠르긴 빨라… 참, 딸이 있다고 했던가?》
수령님께서는 가족들의 안부도 일일이 물어주시였다.
만복은 딸이 벌써 시집을 가서 애기어머니가 되였고 설계기사로 일하는데 얼마전에는 대형무궤도전차를 새로 설계해냈다고 말씀올렸다.
수령님께서는 못내 기쁘시였다.
《그러니 동무넨 모두가 다 인민의 봉사자들이로구만.》
만복은 그이의 치하의 말씀에 황송하여 몸들바를 몰라하였다.
문득 한옆에 내내 앉아있던 부부장이 수령님을 우러르다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씀올렸다.
《수령님, 또 밤을 새우시지 않았습니까?》
수령님께서는 안경을 벗어드시고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눈가로 가져가시였다.
《허, 장기판과 몇번 씨름질을 하였더니…》
부부장과 만복은 동시에 집무탁우에 펼쳐져있는 장기판을 건네다보았다.
그들의 얼굴마다에 놀라움이 언뜻 비껴들었다.
장기라면 누구한테 지지 않는다던 부부장은 의문이 가득 실린 표정으로 수령님께 말씀올렸다.
《… 그런데 왜 궁은 없습니까?》
수령님께서는 유쾌히 웃으시며 장기판으로 손을 가져가 쪽 몇개를 집어드시였다.
《왜? 꼭 궁이 있어야 장기를 둘수 있는건 아니지. 난 이런 차, 상, 포들만으로도 충분하다니까.…》
그들은 리해가 안된다는듯 서로 얼굴만 마주보았다.
수령님께서는 곧 사업이야기를 꺼내시였다.
《만복동무, 동무도 알겠지만 지금 평양시내 려객운수가 대단히 긴장해. 그 방도들을 좀 토론해보자는거요.》
《수령님, 저희들이 일을 쓰게 못하였습니다. 수령님께서는 해방후부터 지금까지 우리 려객운수부문에 그토록 많은 사랑과 배려를 돌려주시였는데…》
죄책감에 잠겨드는 목소리로 만복이 말씀올렸다.
수령님께서는 가볍게 고개를 저으시였다.
《그런 말을 하자는게 아니요. 난 인민들이 불편을 느끼는걸 볼 때면 정말 괴롭소.》
부부장과 만복은 이내 머리를 떨구고말았다.
수령님께서는 방안에 서려드는 무거운 분위기를 가셔주듯 너그러운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됐소. 우리 이제부터라도 바로잡자구. 꼭 합리적인 방도를 찾아 이 문제를 해결합시다.》
수령님께서는 뻐스, 전차의 로선수와 거리, 정류소의 개수, 륜전기재들의 대수와 수리정비 등 려객운수실태에 대하여 오랜 시간에 걸쳐 하나하나 세심히 료해하시였다.
그이께서는 재삼 만복에게 당부하시였다.
《만복동무, 동무의 보고를 기다리겠소. 꼭 부탁하오.》
2
전차는 거리를 달리고있었다.
시민들이 빼곡이 탄 차안은 몹시도 비좁았다.
만복은 전차의 의자에 앉은채 차창가만 내다보았다.
줄곧 깊은 생각에만 잠겨있었다.
어버이수령님께서 과업을 주신대로 려객운수문제를 추켜세우기 위한 방도를 찾아보려고 오늘 아침에는 일부러 시간을 내여 전차를 타고 시내를 돌고있는 그였던것이다.
늘쌍 려객운수가 긴장하다고 생각은 하였지만 정작 이렇게 시민들이 제일 바빠하는 아침시간에 전차를 직접 리용해보니 이 문제의 긴급성이 절실히 느껴지였다.
가름대를 잡고 옆에 서서 가고있던 두 녀성이 소곤소곤대는 말소리가 귀전에 흘러들었다.
《난 우리 직장장동지가 막 부러워죽겠어요.》
《그건 왜?》
《집이 공장과 가까우니까. 엎디면 코닿을데가 아니나.》
《나도 같애. 새벽에 일찌기 일어나서 화장두 할래 밥두 할래… 공장에 나갔다가 저녁에 들어오면 막 나른해죽겠어. 빨리 어디 가까운데로 이사를 가든 직장을 옮기든 해야지.…》
《그럼 나와 영영 헤여지게?》
《너야 그 잘생긴 미래의 새서방님이 있지 않니?》
《어마나…》
처녀가 언니벌 되는 녀성의 옆구리를 툭툭 건드리며 호호 웃어댔다.
만복은 금시 얼굴이 뜨거워났다.
딸에게서도 저들과 비슷한 말들을 들었댔지.…
나흘전 저녁시간에 집에 볼일이 있어 왔던 딸 정임이 안해를 대신하여 밥을 싸들고 사무실에 찾아왔었다.
딸은 들어서자바람으로 만복에게 물었다.
《아버지, 이자 웬 청년이 찾아왔댔지요? 고수머리청년! 누구예요? 괜히 헛걸음만 했다면서 몹시 불쾌해서 가더군요.》
만복은 어처구니가 없어 허구픈 웃음을 지었다.
《허, 내 참… 뭐, 출퇴근시간을 조절한다나? 그렇게 하면 려객운수문제가 순간에 쫙 풀린대?》
《그 청년이 어디서 일한대요?》
《전차사업소 운전사라누나. 아직 젊었으니 철이 없지.… 출퇴근시간이라는거야 다 나라에서 정한 법이나 같은건데 그걸 감히 어떻게 고친단 말이냐, 셈판을 모르거던.…》
만복은 입만 쩝쩝 다시였다.
정임은 아버지를 나무랐다.
《아버진 정말 너무해. 그래도 그 청년은 아버질 믿고 찾아왔겠는데…》
《또 또… 한다는 소리가.… 그런 애숭이말까지 다 듣다간 내 주름살이나 더 늘겠다.》
그 말에 정임은 시무룩해지며 눈길을 떨구었다.
그리고는 밥을 차려주다말고 이내 깊은 생각에 골똘해지는것이였다.
《너 갑자기 무슨 생각을 하니?》
순간 정임은 유순하게 굽어든 눈시울을 깜박이더니 만복에게 바싹 다가들었다.
《참, 아버지… 정류소들을 더 많이 만들면 어떨가요?》
만복은 밑도끝도 없이 던지는 딸의 말에 기가 차 머리를 외로 돌리고말았다.
《너두 아까 그 청년처럼 한심한 소리만 하는구나. 정류소가 많이 생긴다고 사람머리수가 줄어들겠니?》
정임은 그만 말문이 막혀버린듯 대답은 없이 손에 쥔 저가락만 만지작거렸다.
그런데 곧 뚱딴지같은 다른 말을 또 꺼내들었다.
《아버지, 우리 집하고 아버지네 하고 집을 좀 바꿀가?》
만복은 어안이 벙벙해져 퀭하니 두눈만 껌벅거렸다.
《아버진 사무실이 집 코앞이니 아무런 가책도 없지요? 지금 사람들이 교통때문에 얼마나 애를 먹는지 아세요? 아버지두 나처럼 집이 좀 멀어서 자극을 한번 받아야 해. 간부가 되면 다 그런가?》
만복은 그제서야 말뜻을 알아차렸다.
사실 만복의 집은 국에서 몇백메터가량 떨어진 유리한 곳에 위치하고있어 그는 아침마다 승용차도 없이 일부러 5분가량 산보를 하듯 슬슬 걸어서 출근하고있었던것이다.
만복은 침울해지는 기분을 어쩔수 없었다.
웬일인지 딸애를 꾸짖고싶지 않아졌던것이다.
그의 말이 옳을수도 있지. 하지만 낸들 어떻게 한단 말인가? 려객운수문제는 공장들에서 제품을 생산하는것과는 전혀 다르다.
한번 조직사업을 짜고들 때에는 잘 풀려 완완해지는것 같다가도 또 도루메기가 되군 하니까. 원인이 무엇일가? 전차, 뻐스의 대수도 그렇게 모자라는것 같지 않다. 그렇다면 평양시인구의 급속한 증가?…
만복은 저도 모르게 머리를 가로저었다.
이것저것 다 생각해보았으나 통 갈피를 잡을수 없었다.
그러나 한가지 명백한것은 이젠 자기도 손자애가 생긴 나이이고 또 발전하는 시대에 따라설만 한 능력도 모자란다는 사실이였다.
아마도 그래서 마음이 허전해지고 쓸쓸해지리라.…
만복은 소침해지는 마음을 다잡으며 딸에게 일렀다.
《정임아, 나도 별도리가 없구나.… 정 그렇다면 너만이라도 집과 가까운 그쪽의 아무 연구소에라도 옮겨가는것이 어떻겠니?》
정임은 단마디로 거절해나섰다.
《싫어요. 난 지금 내가 하는 일이 더 좋아요. 대형무궤도전차랑 마음껏 설계하고…》
만복은 더이상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나두 안타깝기만 해요. 빨리 이 문제가 풀려야겠는데… 언제인가는 전차를 놓쳐서 아침 첫시간에 제출해야 할 설계도면검토를 못할번 했댔는데 어느 고마운 간부승용차운전사의 덕분으로 평양역까지 타고왔지요 뭐.》
만복은 흠칫했다. 언제인가 부부장으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생각났던것이다.
《너 혹시 그때 답사간다는 녀학생과 함께…》
딸애는 두눈이 올롱해지였다.
《아버지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만복은 가슴이 섬찍해졌다. 죄책감이 온몸을 사로잡았다.
내가 무슨 죄를 졌는가? 아!…
소스라쳐놀라며 생각에만 옴해있는 아버지를 정임은 의혹에 잠겨 물끄러미 바라보고있었다.…
멈추어서는 전차의 진동에 만복은 생각에서 깨여났다.
정류소였다.
사람들이 서로서로 비집고 헤집으며 분주히 오르내리고있었다.
만복은 마치 바늘방석에 앉아있는것만 같은 생각이 들어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손잡이를 잡고 서서가기로 했다.
전차안을 빙 둘러보던 그의 눈길이 운전칸앞 가운데턱에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몸소 보아주시고 리용하신 첫 무궤도전차 612호 1961. 10. 10.》 이라고 쓴 빨간 표식판에 가멎었다.
612호…
전차의 번호를 마음속으로 불러보던 만복은 깊은 감회에 젖어들었다.
그렇다. 바로 이 전차가 우리 나라에서 처음으로 만들어낸 무궤도전차였다.
어느새 그의 생각은 십여년전 그날에로 거슬러올라갔다.
당 제4차대회를 몇달 앞둔 어느날 만복이 기사장으로 새로 임명받은 차수리공장에서는 무궤도전차를 만들어볼데 대한 수령님의 교시를 받아안았다.
처음 모두의 기세는 대단하였다.
이미전부터 수도의 무궤도전차화에 대하여 구상하고계시던 수령님께서는 1958년 어느 한 내각회의에서도 이에 대해 말씀하시였고 1960년 8월 옥류교개통식을 할 때에도 이 다리우로 무궤도전차를 달리게 하면 얼마나 좋겠는가고 거듭거듭 외우시였다고 한다.
수령님의 높으신 그 뜻이 공장로동계급의 가슴마다에 깊이 새겨져 충정의 불길을 지펴올렸다.
그러나 이 사업은 생각과는 달리 매우 어려운 조건속에서 진행되였다. 만들어본 경험도 없었고 다른 나라의 기술적방조없이 자체의 힘으로 한다는것이 헐한 일이 아니였던것이다.
게다가 일부 일군들속에서는 전차를 만드는것은 시기상조라고 하면서 다른 나라에서 사와야 한다고 동요를 일으키는가 하면 공장에 찾아왔던 어떤 외국대표들은 골조만 세워진 5대의 전차를 보며 무궤도전차를 조선에서는 자체로 만들지 못한다고 도리질까지 하였다.
만복을 비롯하여 공장의 기술자들과 로동자들은 하루하루 모대김의 나날을 보내고있었다.
바로 이러한 때 수령님께서는 앞으로 태여날 전차가 보고싶다고 하시며 만사를 밀어놓고 공장을 찾아주시였다.
《아, 만복동무로구만. 동무이야기를 들었댔소. 이름이 좋으니 머리에 쏙- 들어가더군. 만가지 복을 다 받아안으라고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지?》
수령님께서는 다정히 만복의 손을 잡아주시며 매우 반가와하시였다. 어느새 자기의 이름과 그 사연까지 다 알고 기억해두시였는지 그로서는 꿈만 같았다.
《기사장으로 임명되여 전차생산과업을 받고는 아직 사무실에도 별로 앉아있어보지 못했다면서?…》
그이께서는 만복의 잔등을 두드려주며 못내 미더워하시였다.
《좋소. 로동계급의 그 정신을 잊으면 안되는거지.》
이윽고 수령님께서는 아직 차체도 완성되지 못한 생산현장을 돌아보시였다.
어느새 로동자들이 달려와 그이를 에워쌌다.
《지금 일부 사람들이 신심이 없어한다면서?》
만복은 죄스럽고 송구스러운 마음이 온몸을 옥죄여 변변히 대답을 드리지 못하였다.
그는 제기되는 의견들을 사실그대로 보고드리지 않을수 없었다.
수령님께서는 누구에게라없이 우선우선한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일없소. 누가 뭐라고 하든 만들어보시오. 원래 우리 조선사람들은 머리가 천성적으로 좋아.… 지금 우리 로동계급은 전기기관차를 만들기 위한 투쟁에 불이 붙었소, 전기기관차 말이요. 대단하지, 대단해. 그 공장 로동계급과 여기 공장에서 경쟁을 해보기요. 자신있소?》
그러자 수령님주위에 모여섰던 로동자들모두가 《자신있습니다. 수령님!》 하고 일제히 큰소리로 대답올렸다.
수령님께서는 거듭 만복에게 힘을 안겨주시였다.
《대담하게 만들어보시오. 마음껏 설계하고 우리식으로 본때있게 말이요.》
《알았습니다, 수령님!》
만복은 새로운 힘과 용기를 얻고 힘차게 대답올렸다.
수령님께서는 시운전할 때에는 자신께서 직접나와 꼭 타보겠다고 약속을 하고 공장을 떠나가시였다.
그날 수령님께서 안겨주신 믿음에 고무된 만복과 로동자들은 과감한 전투를 줄기차게 벌려 마침내 5대의 전차를 기어이 100여일동안에 자체의 힘과 기술로 만들어냄으로써 당 제4차대회를 맞으며 수령님께 충정의 보고를 올리게 되였다.
뜻깊은 10월 10일, 드디여 시운전이 진행되게 되였다.
명절날도 마다하시고 이른새벽부터 수도시민들의 김장용남새문제해결을 위해 사동구역 리현리에 나가계시던 수령님께서는 시운전준비를 끝냈다는 보고를 받으시고는 승용차가 아니라 지름길인 남강나루터에서 쪽배로 강을 거너 시운전장인 승호리세멘트공장구내에 나오시였다.
오늘은 대단히 기분이 좋은 일들만 생긴다며 전차의 외부와 내부를 주의깊게 보아주시는 수령님의 존안에서는 환하신 미소가 한시도 떠날줄 몰랐다.
전차에 오르신 그이께서는 의자에 몸소 앉아도 보시며 푹신해서 좋겠다고 만족하여 정원수부터 물어주시였다.
《정원수는 35명입니다. 서서가는 사람들까지 하면 대략 오륙십명정도는 탈수 있습니다.》
만복은 자신있게 대답올렸다.
《60명이라…》
수령님께서는 무엇인가 잠시 생각하시더니 60명이면 적다고, 더 탈수 있게 좀더 크게 만들고 좌석수도 늘이라고 이르시였다.
그렇다고 이런 식으로 의자를 놓을것이 아니라 (원래 그 전차는 창문을 등지고 사람들이 서로 마주 향하여 앉을수 있게 나란히 의자배렬이 되여있었다.) 될수록이면 다 앉아서 갈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씀하시였다.
만복은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그는 60명정도이면 그것도 괜찮다고만 생각하면서 전차를 빨리 만드는데만 온 신경을 써왔었다.
수령님께서는 이어 속도, 제동거리 등 전차의 성능도 하나하나 알아보시고 이쪽저쪽 자리를 옮겨가며 앉아보시더니 《여기가좋구만. 〈애기어머니자리〉라고 곱게 써서 붙여놓읍시다.》라고 말씀하시였다.
만복은 가슴이 뭉클 젖어들었다.
애기어머니자리!
듣기도 처음인 말씀이였다.
인민을 위하시는 다심한 어버이사랑이 만복의 가슴속으로 흘러들었다.
수령님께서는 전차의 내부를 꾸리는것은 다 인민들에게 편리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하시면서 부족점들도 하나하나 찍어주시였다.
짐들을 올려놓을수 있게 만들어놓은 선반들을 보시고는 이 전차는 장거리용이 아니라 시민들의 출퇴근을 보장하는것이 기본이라고 일깨워주시였고 나들문의 발판이 높아 늙은이들에게 불편할수 있다는것 그리고 발판에 주름무늬도 만들어주어 눈이 오는 날 미끄러져 상하는 사람이 없게 해야 한다는것 등 만복으로서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문제들을 대번에 알아내시고 지적해주시였다.
시운전의 그날 수령님께서는 612호전차를 보아주시면서 이 무궤도전차는 우리의 로동계급이 당 제4차대회를 기념하여 만든것이니 그 날자를 그대로 따서 《천리마 9. 11》형으로 하는것이 좋겠다고 그 이름까지 달아주시였다.
그러시고는 무궤도전차를 먼저 련못동에서 평양역까지의 20여리구간에서 운행하도록 첫 로선까지도 정해주시였고 그다음에는 륜환선거리, 청년거리, 팔동교간선과 사동선, 나아가서는 송신까지 다니게 해야 한다고, 앞으로는 함흥, 청진을 비롯하여 지방도시들에도 다 놓고 원산에서 송도원까지도 놓자고 말씀하시였다.
이런 다심한 사랑속에 평양시의 무궤도전차화가 실현되기 시작하였다.…
《아버님, 종점입니다.》
만복의 생각은 여기서 끊어졌다. 차장이 알려주는 말이였던것이다.
만복은 손잡이를 놓고 천천히 나들문쪽으로 향했다.
맨 마지막으로 지팽이를 손에 쥔 늙은이 하나가 딸인듯 한 녀인의 부축을 받으며 조심히 전차의 계단을 내리고있었다.
만복도 뒤따라내렸다.
무심결에 머리를 들어보니 《종점》이라고 쓴 표말이 언뜻 안겨왔다.
(종점이라.…)
만복은 멀어져가는 그 늙은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제 몇년 더 있으면 자기도 저 늙은이처럼 될것이다.
이렇게 놓고보니 세월이 빠르다는것보다도 생이 짧긴 짧구나 하는, 하여 자기도 저 늙은이처럼 생의 종점에 다달을것이라는 생각이 가슴을 허전하게 만드는것이였다.
만복에겐 지금도 시운전장을 떠나시며 재삼 뜨겁게 당부하시던 그 말씀이 귀가에서 떠날줄 몰랐다.
《만복동무, 우리 인민에게 언제나 만가지 복만을 안겨주자구.》
그런데 맡은 일도 제대로 못해 어버이수령님께 계속 걱정만 끼쳐드리고있으니…
만복은 길게 한숨을 내쉬고나서 무겁게 발걸음을 옮겨나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