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주체103(2014)년 제3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리 유 철
《어디로 간다구?》
이것은 내가 신입병사훈련을 마치고 초소로 배치되여가던 날 자동차우에서 어느 한 군관이 물은 말이였다.
《옛, 새로 전개한 통신초소에 배치받았습니다.》
나의 목청이 지나치게 높았던지 아니면 처음 보는 낯선 군관에게 너무 구체적으로 보고한것때문인지 인솔군관(그가 바로 나의 소대장이였다.)이 나를 흘끔 쳐다보았으나 그 눈길은 인차 부드러워졌다.
《통신초소라… 그러니 잣골에 가는구만.》
그의 어조는 범상했지만 그 한마디가 스며들어간 나의 가슴속은 결코 범상할수 없었다.
잣골이라니? 결국 내가 가는 그곳엔 잣나무숲이 꽉 우거지고 커다란 잣송이들이 주렁주렁 달려있다는것이 아닌가.
삽시에 고소한 침이 입안을 채웠다.
어머니, 기뻐하세요. 군입질을 좋아하는 이 막냉이가 발이 맞아 잣골로 갑니다!
기분이 둥둥 뜨니 울둥불퉁한 산골길에 차가 몹시 들추는것도 들썩들썩 춤을 추는것처럼 느껴졌다.
범골이라면 범이 나고 노루골이라면 노루가 나는줄만 아는 책상물림의 병사에게 있어서 이러한 상상은 결코 무리가 아니였다.
그러나 웬걸… 내가 잣밥에 잣죽까지 쑤어먹을 랑만적인 공상을 안고 들어선 그곳엔 잣송이는커녕 잣나무 하나 보이지 않았다.
×
《여기를 왜 잣골이라고 부릅니까? 잣나무도 없는데…》
소대로 배치받아온지 한달쯤 지난 어느 가을날 새 병실을 짓는데 쓸 블로크를 찍느라고 초소뒤산에서 석비레를 파고있던 나는 소대장과 단둘이 마주앉게 된 기회를 타서 지금껏 입안에서 뱅뱅 돌던 이 말을 끝내 털어놓고야말았다.
《나무야 바위가 아니니까 있다가 없어질수도 있구 없다가 생길수두 있는거지. 그렇다구 매번 이름을 바꾸겠나?》
정말 놀라운 일이였다.
나에게는 한달동안이나 풀수 없던 어려운 수수께끼가 소대장에게는 너무도 단순한 문제였던것이다.
지명이란 태고적부터 내려오는것인데 그게 무슨 터밭이라고 무우를 심으면 무우밭, 감자를 심으면 감자밭 하는 식으로 이름을 바꾸어달겠는가.
우리 고향만 해도 옛날 세개의 큰 우물이 있었다고 하여 삼정리라고 불렀다는데 지금은 우물이 없어도 삼정리가 아닌가. 나는 상관의 앞이라는것도 잊어버리고 그만 크게 소리내여 웃고말았다.
《하지만…》 나는 어망결에 손에 잡힌 석비레덩어리를 툭툭 부스러뜨리며 소대장을 다시 쳐다보았다.
《이렇게 온통 석비레투성이인 돌박산에 잣나무가 있었다는게 믿어집니까?》
그렇다. 원래 석비레란 자연적인 풍화작용에 의해 화강암이 변화된것으로서 그 풍화과정은 수천년에 달한다.
그러니 이 산은 먼 옛날부터 바위산이였겠는데 잣골이라는 이름은 언제 생겼단 말인가.
나는 또다시 생겨난 수수께끼때문에 의아한 눈빛으로 소대장을 바라보았으나 이번만은 그에게도 단순하고 지당한 대답이 없는 모양이였다.
《허허…》
갑자기 소대장이 웃음을 터뜨렸다.
웃음으로 어색함이나 따분함을 메꾸어버리는 사람들도 있기는 하지만 청동으로 부어만든것처럼 륜곽이 뚜렷한 그의 얼굴에서 발산되여나오는 미소는 너무도 소탈하고 정스러웠다.
《아무렴 빈 바위산을 놓구 잣골이란 이름을 지어놨겠소?》
돌연 소대장의 솥뚜껑같은 손이 나의 어깨에 가벼이 얹히였다.
《내 어릴적에 말이요. 우리 마을 뒤산을 불타산이라고 불렀지. 어떤 사람들은 옛날에 그 산속에 큰 절간이 있어서 그렇게 불렀을거라구들 했지만 밤주이, 도토리주이를 하며 아무리 오르내려봐야 절간이 있었던 흔적이라고는 깨진 기와 한장 볼수 없었소. 그러던 어느날 그게 아마 내가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쯤인데 글쎄 그 산에서 품질이 대단히 좋은 고열탄이 개발되였단 말이요. 듣자니 어느 광물학자가 불타산이라는 지명의 유래를 연구하다가 언제인가 그 산에 저절로 불이 난적이 있었다는 자료를 보구 탄맥을 찾았다는거요. 보라구. 결국 지명이라는건 이러나저러나 다 원인이 있는거요.》
나는 이번에도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글쎄 잡관목조차 어설프게 자란 이 돌박산에 한때는 아름드리 잣나무가 무성했었다는것을 소대장만이 아닌 나자신도 눈으로 본것처럼 믿게 되였기때문이다.
아무렴, 잣이 있었으니 잣골이라고 불렀겠지. 청룡산이라든가, 신선바위라든가 하는것은 전설과 환상이 지어낸 이름일테지만 설마하니 잣나무를 놓고야 이름을 꾸몄을텐가.
그래그래, 한때는 여기에도 잣나무가 무성했을것이다. 그런데 그 나무가 다 어디 갔을가?
그날 나는 얼마나 이런 생각에 옴했던지 꿈속에서까지 잣나무숲을 헤매였다.
×
《동지들, 나는 처음 여기 잣골로 올 때 매일저녁 뜨끈한 잣죽을 쑤어먹는 공상까지 했댔습니다.》
와- 하고 웃음판이 터졌다.
그도 그럴것이 우리 소대의 거의 모든 사관, 병사들이 다 나와 꼭같은 생각을 가지고 이 초소에 들어섰던것이다.
《웃을 일이 아니요.》
나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소대장이 삽그루를 땅에 박으며 움쭉 일어섰다.
《언제인가는 여기 모인 동무들가운데서 소대장도 나오고 부소대장도 나오겠는데 글쎄 생각들 해보오. 새로 병사들이 들어올 때마다 일일이 붙들고앉아서 〈옛날에는 여기에 잣나무가 많아 잣골이라고 불렀지만…〉 하고 옛이야기를 들려주겠소?》
웃음이 터질것 같았으나 모두들 잠잠하였다.
《그리구 만약…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께서 문득 우리 초소에 찾아오신다면… 그땐 어떻게 하겠소? 돌밖에 없는 이곳이 지도에 잣골이라고 표기되여있어 그렇게 부른다고 보고드리겠는가 말이요.》
나는 그때 보이지 않는 힘이라는것이 실지로 존재한다는것을 처음으로 느꼈다.
소대장의 나지막한 그 목소리에 소대전원이 지진이라도 일어난것처럼 움씰하고 진동하는것을 직감하였던것이다.
그날 우리 소대 전망도에는 푸르싱싱한 잣나무들이 뒤산을 꽉 채웠다.
×
일감은 많고 사람은 적었다.
새로 전개된 초소이다보니 병실로부터 훈련장, 근무장에 이르기까지 령으로부터 시작해야 하는데다 척박하기 이를데 없는 하나의 산을 통채로 수림화한다는것이 전망도에 그림을 그려넣는것처럼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였다.
게다가 식수란 농사와 같아 절기가 있는것이다.
오늘 하다가 못하면 래일 하고 바쁠 때는 묵였다가 한가할 때 몰아서 할수 있는 일이 아니였다.
나는 우리 초소에서 군산림경영소 양묘장까지 산길로 몇십리나 되며 그 조용하고 다정다감한 소대장이 그 길을 몇번이나 오고갔는지 다는 알수 없다.
언제인가 추운 겨울날 출장길에서 돌아온 그가 배낭을 멘채로 침대우에 쓰러지며 배낭아구리로 주르르 쏟아져나온 잣알들을 꽁꽁 언 손으로 음켜쥔채 《종자요.…》 하고 헛소리를 치던 일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이렇게 시작되였다.
열흘이 멀다 하게 부러져나가는 곡괭이자루, 삽자루들…
붕대를 처맨 손들…
구뎅이를 파고 부식토를 채우느라 초소뒤산에는 먼지가 가라앉을 날이 없었다.
그러나 자연은… 인간의 의사와 정에는 너무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렇듯 정을 기울여 심은 수많은 잣나무들이 가을에는 다른 잡관목들과 마찬가지로 누렇게 황이 들고 메말라버렸던것이다.
어느날인가 식당근무를 나가보니 말라죽은 잣나무포기들이 화구앞에 그득 쌓였는데 나는 차마 거기에 불을 달수가 없어 한참이나 바재였다.
나무나 풀도 생명체이며 거기에도 죽음이라는것이 있고 그것이 사람에게 아픔을 줄수 있다는것을 느낀것은 그때가 처음이였다.
나와 같은 병사들의 심정도 이러했을진대 소대장동지의 마음이야 어떠했으랴.…
×
《구뎅이를 파고 거기에 진흙을 깔아야겠소. 여기는 바람곬인데다 비물이 인차 스미니 나무가 살수 없지.》
소대장의 이 말은 우리모두를 아연하게 했다.
누구보다 락심하고 누구보다 후회가 막심했을줄 알았던 소대장이 누구보다 먼저 일어섰다는 그것때문만이 아니였다.
우리 초소에서 찰진흙이 나는 성산리까지는 시오리가 실히 되였던것이다.
이 산을 빼곡이 덮을만큼 구뎅이를 파고 구뎅이마다 진흙을 채우자면…
어림짐작만 해도 입이 딱 벌어졌다.
그러나 누구의 입이 벌어졌건말건 소대장의 결심은 돌덩이같았다.
《이제부터 성산리에 갔다가 돌아올 때는 배낭들에 거기 진흙을 채워가지고 오잔 말이요.》
개미역사라더니 배낭으로 지고오는 진흙도 날이 가고 달이 바뀌니 산을 덮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아뜩했으나 차츰 승산이 보이니 성수가 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개미역사가 누구에게나 다 성수가 날리는 만무하였다.
진흙이나 날라다 채운다고 정말 이 돌천지우에 잣나무가 뿌리를 내릴수 있겠는가고 우려하는 눈빛들이 가끔 느껴지군 했다.
그러나 그러한 눈빛들은 행군때마다 진흙배낭을 두개씩 덧지고 걷는 소대장의 땀배인 군복잔등에서 수그러들었고 부식토원천을 찾아다니느라 닳아빠진 그의 신발코숭이에서 녹아버리군 하였다.
한번은 갑산내기 신대원 하나가 자기는 여태 산골에서 자랐지만 이런 돌박산에 잣나무가 자란것은 본적이 없다느니, 소대장이 말하는 잣골의 유래라는것은 출처가 분명치 않은 엉터리일것이라느니 하고 생각나는대로 말해버렸다.
바로 그날 저녁 나는 그 갑산내기와 마주앉은 소대장을 보았다.
《내 어릴적에 말이요. 우리 마을 뒤산을 불타산이라고 불렀지.》
나는 끝까지 듣지 않아도 지명유래에서 실마리를 찾아 탄광을 개발했다는 그 이야기가 《여기는 잣이 많아 잣골이라고 불렀으니 지금이라고 잣나무가 안될 턱이 없다.》는 말로 끝날것이며 다음날 아침부터는 그 갑산내기도 다른 소대원들과 마찬가지로 성실하게 흙배낭을 메고 걷게 되리라는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수 있었다.
끝없이 반복되는 진흙운반…
일이 끝나고나면 영낙없이 군복잔등에 내배군 하던 땀과 흙의 누런 얼룩…
그것을 빨고 말리고 하는 사이에 또 한해가 지나갔다.
자연이 인간의 의사와 정앞에 너무도 랭담하다는 나의 견해는 그해 겨울 끝끝내 살아난 잣나무들앞에서 여지없이 깨지고말았다.
겨울… 우둘투둘한 돌박산을 미츨하게 덮어버린 흰눈우에 청신한 바늘잎을 펼쳐세우고 당돌하게 서있는 잣나무포기들을 바라볼 때 나에게는 살아있는 그 생명이 무엇인가 웨치는 소리가 들려올것만 같았다.
또한 내가 그 무슨 말을 한다고 해도 그 잣나무들이 다 알아들을것 같았으며 아지를 흔들고 고개를 끄덕일것 같은 생각까지 들었다.
그렇다. 그것은 조용한 방에서 현미경이나 들여다보는 연구사들로서는 세포와 조직, 엽록소와 섬유질이라는 몇마디 말로밖에 표현할수 없는 보통 식물이 아니라 우리의 피였고 땀이였고 그 어떤 보이지 않는 힘의 결실이였다.
그것은 마치도 내가 근무에 나갔을 때나 깊은 잠에 들었을 때에도 나의 심장과 가느다란 피줄로 이어져있어서 내 심장의 박동이 쿵쿵 울릴 때마다 으쓱으쓱 키를 솟구는것 같은 그런 느낌을 주는 생명의 한부분이였다.
우리 초소 뒤산이 한때 유명한 잣골이였을것이라는것은 더 의심할 여지가 없어졌다.
잣나무들이 얼마나 빨리 자라고 무성해졌던지 그 갑산내기까지도 잣골이라는 지명의 신통력에 대해 혀를 찼던것이다.
손가락같던 나무줄기들이 실해질무렵 나는 소대장동지와 전우들의 뜨거운 기대와 믿음을 안고 군관학교로 떠났다.
×
그때로부터 몇해가 지난 뒤…
나는 별을 달고 꿈속에서조차 그립던 잣골로 돌아왔다.
나의 옛 소대장- 이제는 어느 한 구분대의 중대장으로 소한되여가는 그에게서 소대사업을 다 인계받고나서 나는 그와 함께 사연많은 잣골의 숲속으로 들어섰다.
서로 약속한것은 아니였지만 저도 모르게 마음이 이끌렸다고 할가.
《저, 소대장동지, 아, 미안합니다. 이제는 중대장이라고 불러야겠습니다.》
《제길, 뭘 그러우? 소대장이라는 부름이 더 좋은데…》
그는 껄껄 웃으며 까닭없이 심중해진 내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이 잣골 말입니다. 잣나무때문에 생긴 이름이 아니였습니다.》
나는 사람좋은 소대장의 너부죽한 얼굴에 알릴듯말듯 경련이 스쳐지나가는것을 느꼈다.
아니, 그저 그렇게 생각되였을뿐인지도 모른다.
그럴수밖에… 하고 나는 생각했다.
나는 지금 그가 오늘까지 그 어떤 신조처럼 간직해온것을 한순간에 뒤집으려 하고있는것이다.
사실 나는 그 언제까지도 이런 말을 그앞에서 하고싶지 않았다.
그러나 그와 헤여져야 하는 이 자리에서 저도 모르게 이 말을 꺼내게 된것은 결코 그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아주자거나 잣골의 진짜유래를 알려주자는것이 아니였다.
나는 이 돌투성이골짜기에 잣나무가 푸르러 설레이게 된것이 그의 생각처럼 잣골이라는 지명의 신통력때문이 아니라 바로 그자신의 의지, 그자신의 땀, 헤아릴수 없는 진흙배낭과 부식토삼태기들의 산이라는것을 인정시키고싶었을뿐이다. 나는 그가 자신의 노력의 결과에 대하여 응당한 긍지를 가져야 하며 그것을 느끼게 할 의무가 나에게 있다고 간주하였던것이다.
《그러니까… 자막대기처럼 곧은 골짜기여서 자골이라고 부르던것이 세월이 흐르면서 잣골로 어음변화가 되였다. 그 말이겠지?》
나는 뒤로 벌렁 넘어질번 하였다.
군관학교시절 호기심을 안고 펼쳐든 력사책에서 우리 잣골의 지명유래를 처음 읽어보았을 때도 이렇게까지 놀라지는 않았었다.
결국 그는 다 알고있지 않았는가.
《용수동무, 아니, 이젠 소대장이지.》
그의 정찬 시선이 나를 한번 일별하고는 잣나무숲을 향해 련련히 뻗어갔다.
아직은 한길이 조금 넘을사 한 크지 않은 잣나무들…
그러나 제법 새소리까지 울리기 시작한 푸른 숲…
《동무말이 옳소. 이 잣골의 유래라는건 내가 지어낸 이야기였소. 그런데 참 이상하지 않소? 난 그저 이 잣골에 정말로 잣나무가 꽉 들어찼으면 얼마나 좋을가 하는 생각으로 시작한 이야긴데 모두들 그걸 믿었거던. 동무두 포함해서 말이요. 왜 그랬을가? 이 소대장이 이야기를 그럴듯하게 지어냈기때문에? 아니요. 그건 바로 나뿐아니라 병사들모두가 그것이 사실이기를 바랐기때문이요. 그래서 믿고싶어했고 믿고싶으니까 믿게 된거요. 안 그렇소?》
그는 이 한마디 말로써 이 푸른 숲에 스민 자신의 땀방울우에 소대원들전체의 땀방울을 무겁게 얹어놓았다.
나는 그때에야 비로소 산물계에는 그렇게 환하다는 갑산내기조차 경험과 상식의 한계를 뛰여넘어 소대장의 그 옛이야기를 쉽게 받아들였는지 리해되는듯싶었다.
뿐만아니라 나자신도 느끼지 못했던 숭엄한 감정이 정말로 우리 소대원들모두의 가슴에 자리잡고있지 않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한것은 그럴수록 내앞에 서있는 소대장이 멀리 아득히 높이 바라보이는것이였다.
《소대장동무, 내 오늘 지명에 대한 이야기 하나 할가?》
푸른 숲에서 눈길을 돌린 소대장이 나에게 불쑥 물었다.
《지명이야기라니? 또 불타산이야깁니까?》
그는 그럴리가 있느냐는듯 손을 저었다.
《아니, 이번엔 선녀봉이야기요.》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더니 우리 소대장의 판에 박은 옛이야기도 이제는 좀 새로와졌구나 하는 생각에 나는 속으로 씽긋 웃었다.
《언제인가 우리 위대한 장군님께서 어느 한 구분대를 찾으셨을 때 일이요. 그때 장군님께선 그곳 부대 뒤산을 가리키시며 산이름을 어떻게 부르는가고 물으셨다오. 부대지휘관들이 그 산은 옛날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을 하던 곳이 있었다고하여 선녀봉이라고 부른다고 사실대로 말씀드렸지. 그러자 장군님께서는 그런데 선녀봉에 왜 나무가 한대도 없는가, 이제 선녀들이 내려오면 어디에 숨어 목욕을 하겠는가구 호탕하게 웃으셨다오. 장군님께선 웃으셨지만 일군들은 모두 고개를 들지 못했다오.》
지금껏 보지 못했던 맑은 눈물이 소대장의 눈가에 맺혔다.
《소대장동무, 이제 만약 우리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초소에 오시면 말이요 이 잣골이라는 이름이 생기게 된 유래와 함께 우리 병사들이 깨끗한 애국심으로 새롭게 만든 유래도 말씀올려주오. 꼭… 기뻐하실거요.》
그는 울고있었다. 기뻐서 울고있었다.
꾸밈없이 말한다면 그때 나에게는 서른살을 넘긴지 몇해 안되는 그가 퍼그나 나이들어보였다.
그가 등지고선 푸른 잣나무들의 모습과 뚜렷한 대조를 이루었기때문일가?
생의 활력을 하늘로 뻗치며 기운차게 솟아오른 잣나무들, 그 푸른 아지들로 하여 눈에 띄우게 젊어진 잣골…
마치도 나의 옛 소대장은 자기가 살아온 나이와 이제 살아야 할 나이까지 다 모아 조국땅의 한 부분인 이 잣골에 푸르른 청춘으로 넘겨준것 같았다.
그래서 그렇게 나이들어보였을가?
아니, 그것은 아마도 그토록 뜨거운 소원과 굳센 의지, 크나큰 포부를 지닌 그를 30대의 젊은 군관이라고 믿기에는 너무도 아름찼던 내 마음의 환영이였을뿐이다.
나는 다시한번 그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자기 생이 다하는 순간까지 퍼내고퍼내도 마르지 않을 젊음이 끝없이 넘쳐나는 그렇듯 정열에 끓고 패기있는 소대장의 모습이 안겨왔다. 그렇다. 그는 아직 젊었다.
설사 세월이 흘러 그의 육체는 늙어간다고 해도 나날이 젊어질 이 잣골의 푸른 숲과 함께 조국의 기억속에 영원히 젊어있을 모습이였다.
(조선인민군 군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