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주체102(2013)년 제9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김일성종합대학창립 60돐에 즈음하여

리 정 수

(제 1 회)

1

 

적후의 깊은 밤, 군단지휘부가 자리잡은 골안에 눈보라가 사납게 휘몰아친다.

어둠속에서 맹수마냥 으르렁거리던 눈보라는 갑자기 새된 포효성을 지르며 창문가로 덮쳐들었다.

쉬임없이 울부짖으며 태질하는 눈보라, 눈보라…

성에가 두툼하게 내불린 창밖 어디에서 나무 얼어터지는 소리들이 쩡쩡- 메아리친다.

그렇지만 최현은 수류탄깍지로 만든 석유등을 작전지도에 비쳐가며 밖에서 울려오는 온갖 불안스런 소음을 감감 잊어버렸다. 그의 온 신경은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일성동지께서 최근 인민군부대들에 하달하신 평양해방작전방침을 연구하는데 집중되여있었다.

탁탁탁, 불꽃튀는 소리와 함께 난로에 올려놓은 군용밥통에서 김발이 푸푸거리며 뿜어나와 웃바람에 흩날리였다.

찬 기운을 막으려 휘장처럼 쳐놓은 나들문가의 모포가 들썩했다. 이어 부관이 들어서며 조심스러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

《군단장동지.》

최현은 이마밑의 수북한 장미를 한번 움씰거릴뿐 지도에서 눈길을 떼지 않고 묻는다.

《무슨 일이요?》

부관은 앞에 다가와 비로도로 정히 싼것을 헤치더니 작전탁우에 내놓았다.

《경계초소에서 늦게 후퇴한다는 사민들을 단속했는데 일행중에 이런 사진을 가진 사람이…》

무심결에 쪼프러졌던 최현의 눈이 별안간 크게 흡떠졌다.

(?!…)

조국개선직후 위대한 수령님께서 지식인체취가 느껴지는 사람과 여럿이 함께 서계시는 사진이였다. 배경으로는 눈익은 공산당청사(당시)의 뾰족지붕이 우렷이 솟아있었다.

《알아보니 남조선에 정치공작대로 나갔던 김일성종합대학 학부장이라고 합니다.》

순간 최현의 뇌리에서 섬광같은것이 펑끗하였다.

《빨리 사진의 임자를 데려오오. 어서!》

부관이 문밖으로 급히 사라지자 그는 흥분된 걸음으로 작전탁두리를 성급히 오락가락하였다. 고산진에서 헤여질 때 수령님께서 거듭 부탁하시던 말씀이 귀에 쟁쟁하다.

최현의 눈앞에는 최고사령부에서 있은 일들이 어제런듯 삼삼히 떠올랐다.

락동강계선에서 천만뜻밖에 받아안은 전략적인 일시적후퇴명령, 그때로부터 부대는 가렬처절한 격전을 벌리며 아군기본집단의 후퇴를 보장하기 위해 마감까지 버티다 맨 나중에야 북으로 발걸음을 내짚었었다.

계속되는 적과의 조우전에 이은 강행군, 굶주림에 겹쌓이는 피로 끝내 최현은 최고사령부가 있는 고산진에 가닿았다.

위대한 수령님께서 집무실로 쓰시는 ㄷ자형의 아담한 농가.

최현은 나는듯이 토방에 올라서서 문을 당겼다.

《장군님!》

집무실은 비여있었다. 자주색책상보와 전화기만이 눈에 확- 안겨들었다.

허전함이 일순 갈마들던 가슴노리가 후둑 높뛰기 시작했다. 대문밖에서 들려오는 귀익은 발자욱소리를 거의 본능으로 느꼈던것이다.

《아, 장군님!》

최현은 토방에서 다시 뛰여내려 뜨락을 가로지르다가 비칠하였으나 그냥 달려갔다.

《최현동무!》

수령님께서는 격정을 터뜨리는 그를 뜨겁게 포옹하셨다.

삽시에 마당가는 넘치는 정과 환희로 들끓었다.

이윽고 수령님께서는 최현을 집무실로 손잡아 이끄셨다. 손수 의자를 권하시고 자신께서도 자리에 앉아 전사의 터갈라진 입술과 병색짙은 얼굴을 아픈 눈길로 살펴보시였다.

최현은 마치 10년만에 부모를 만난 자식마냥 흥분을 억제 못하며 부대의 후퇴정형을 보고드리기 시작했다. 이야기가 최고사령부의 련락군관을 만나던 대목에 이르렀을 때 전화종이 울렸다.

수령님께서 량해를 구하시고 송수화기를 들자 웬일인지 안색이 심중해지시였다. 인자하고 다심한 정이 봄빛처럼 어렸던 눈가에서 서늘한 번개불이 일었다.

《총참모장동무, 그곳에서 가까운 8사에 명령하여 적들을 즉시 포위섬멸케 하시오. 종합대학의 교원, 학자들을 머리칼 한오리라도 다치게 해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선생들의 당면한 교수준비를 각방으로 도와주어야겠소,》

그이께서는 꽉 틀어쥐셨던 송수화기를 천천히 내려놓고 눈길을 이쪽으로 돌리시였다.

《적들이 종합대학이 소개된 곳을 노리고 기여든다고 합니다.

이제 3계단작전이 끝나면 일시 중단되였던 대학들에서 지체없이 전시교육을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

최현의 벌거우리하게 피발이 선 눈동자가 급기야 화등잔만 해졌다. 수북한 장미오리들이 푸들 뒤채이였다.

그는 산전수전을 다 겪은 군사가이다. 때문에 조국앞에 부닥친 위기상태가 어느 정도인가를 누구보다 잘 알고있었다.

15개 추종국군대를 조선전쟁에 끌어들인 미제우두머리들은 락동강계선에서 거의 《포위섬멸》되고 살아난 공산군의 《잔여부대》는 적어도 감은절전으로 《괴멸》시키고 전쟁을 《승리적으로》결속할것이라며 세계에 대고 떠벌였다. 실제로 어마어마한 대병력이 압록강가에서의 전승축배를 기정사실화해놓고 총공격에 열을 올리고있다. 그런데

최현은 가쁜 몰숨을 톺아올렸다. 그 소리를 눌러버리듯 밖에서 문풍지가 윙윙 울었다.

문득 비상한 그 무엇이 번개처럼 그의 뇌리를 스치였다. 지금껏 수령님을 모시고 싸우면서 남달리 체험하였던 사실들이 불현듯 되새겨졌다.

우리 혁명이 가장 준엄한 난국들에 처했을 때마다 그이께서는 언제나 천품적인 락관을 지니시고 역경을 순경으로, 화를 복으로 전환시키셨다. 뿐만아니라 탁월한 선견지명과 령도로 당시에는 누구도 생각 못한 래일의 일을 바로 오늘에 설계하고 실천에 옮기시였다.

인류사를 거슬러보면 전쟁과 교육사업이 병행된적은 동서고금에 없었다. 나라의 모든것을 전쟁에 총동원하기때문이다. 여기서 교육자와 학생도 례외없이 그 모든것에 속하였었다. 고대의 트로이전쟁때부터 가깝게는 제2차 세계대전에 이르기까지

그런데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침략자들의 어지러운 군화소리가 거의 전역을 휩쓸고있는 이때 상상밖의 전시교육을 결심하신것이다. 범속히 받아안기에는 너무도 가슴벅찬 일이였다.

《아니, 왜 그러오?》

수령님께서는 연신 두눈을 슴벅거리는 최현에게 다심히 물으셨다.

《장군님, 제 그만 담배생각이 나서

최현은 급히 호주머니를 뒤졌다.

《참, 내가 애연가를 마주하고도 만난 기쁨속에 잊었습니다.》

수령님께서 책장에로 다가가 서랍을 여시였다.

《반공격에 나선 병사들에게 공급되는 담밴데 맛이 어떤가 해서 몇갑 건사했던거요. 어서 피우시오.》

최현의 총이 센 장미오리들이 또 한고패 꿈틀하였다. 벌써 반공격이 준비되였고 담배까지 병사들에게 공급되다니… 그렇다면 전시교육문제도 벌써 퍽 이전에 구상하고 결심하신것이 아닌가!

그는 수령님께서 손수 터뜨려주신 담배갑속의 한대를 정히 뽑았다. 그리고는 품에서 호박물주리를 꺼내여 끼워들었다. 아득한 빨찌산시절에 수령님께서 첫 상봉의 기념으로 주신 사연깊은 물주리였다.

《제 그럼 담배를 피우겠습니다.》

이어 별스레 구수하게 느껴지는 담배연기를 페장에 들이켰다. 연거퍼 맛스럽게 담배를 빨던 최현은 감회어린 눈길을 들어 수령님을 우러렀다.

《장군님, 공부말이 났으니 거 백석탄에서 군정학습을 하던 나날이 생각납니다. 그때 쪽발이들이 우리 조선인민혁명군모두가 동태귀신이 됐다구 오죽이나 떠들었습니까. 하지만 우린 병실마다 군불을 뜨끈하게 때놓구 조국해방을 위한 공부를 하고나서는 대부대선회작전으루 놈들을 기절초풍케 했었지요.》

어느 사이 신심과 담이 커지여 부풀어오른 가슴을 슬슬 어루쓰는 그를 믿음어린 눈길로 바라보시던 수령님께서 호탕하게 웃으며 말씀하셨다.

《100만이나 되는 관동군의 포위속에서도 올방자를 틀고앉아 군정학습을 했는데 당과 군대가 있고 정권과 인민대중이 있으면서 전쟁이 어렵다고 교육사업을 미룰수가 있겠소?》

이때 인기척이 나며 강부관이 방에 들어섰다.

《장군님, 홍명희부수상이 뵙자고 왔습니다.》

수령님께서는 반색하며 몸을 일으키셨다.

《아, 내가 만나자 했소.》하시며 얼른 나들문을 여시고 서류가방을 낀 홍명희를 방으로 이끄시였다. 그리고서는 최현과 인사를 나누게 하셨다.

잠시후 홍명희가 그이께 말씀드렸다.

《장군님, 교육부문 일군협의회 참가자들이 도착하였습니다.》

《그렇습니까? 정말 수고들이 많았겠습니다.》

수령님께서는 책상우에 놓인 서류철에서 문건 하나를 뽑아 그에게 내미시였다.

《교육성과 대학들의 소개정형에 기초하여 내가 생각해본 전시교육내용들을 요약한겁니다. 오늘 협의회에서 참가자들의 의견을 참작하여 더 완성하도록 하십시오.》

홍명희는 한조항한조항씩 활달히 적어놓으신 문구들을 감동어린 눈길로 뜯어보더니 이어 몸가짐을 정중히 했다.

《장군님, 그럼 곧 협의회를 하겠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감격과 흥분으로 떨렸다.

《허헌총장선생의 말에 의하면 종합대학에서 정치공작대로 나갔던 박형석학부장네 조가 아직도 도착하지 못했다는데 무슨 소식이 없습니까?》

수령님의 각근한 물으심에 홍명희는 대답을 못드리고 그저 발방아만 찧었다. 그런 문제까지 깊이 알아보지 못하였던것이다.

못내 죄송스러워 몸가짐이 부자연스러워진 그에게 수령님께서는 다정히 말씀하셨다.

《그 문제는 내가 알아보겠으니 부수상선생은 곧 협의회를 일정그대로 내밀어주십시오.》

홍명희가 정중히 인사드리고 나간 후에도 그이께서는 창가에 서서 남쪽하늘가를 이윽토록 바라보시였다.

《지금쯤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있는지? 추운 날씨에 몸들이나 성해있는지 모르겠구만.》

혼자소리로 뇌이시는 수령님을 젖은 눈길로 우러르며 최현은 뜨거운것을 삼키였다.

그이께서는 아직 소개지에 당도하지 못한 박형석이네때문에 무척 근심하고계셨다.…

이튿날 수령님을 따라 소로길을 걷던 최현은 노래소리가 울려오는 골안에 눈정기를 모았다. 양지바른 기슭에 청석기와를 얹은 교사가 자리잡은것이 보였다. 흰눈이 조금 깔려있는 운동장에서는 소학생으로 짐작되는 대오가 씩씩하게 목청을 뽑고있었다.

 

꽃동산 삼천리 새동이 튼다

새로운 아침에 광명이 왔다

 

저도 모르게 눈굽이 쿡 저려났다. 너무도 숨결처럼 몸에 배였던 정든 생활화폭들이 지그시 감은 눈앞으로 꿈결처럼 흘러가고있었다. 당창건, 토지개혁, 산업국유화, 정규무력의 창설, 민주주의인민공화국선포 그리고 입단하는 어린 학생에게 소년단넥타이를 매여주던 그날의 가슴짜릿한 기쁨…

퉁탕거리는 모터찌클소리가 가까이에서 올리자 최현은 펀뜻 현실로 돌아왔다. 보초소쪽에서는 만탄창을 한 모터찌클병들이 자기를 기다리고있었다.

그는 자기가 군단장으로, 제2전선련합부대의 지휘관으로 임명되여 최고사령부를 떠나고있음을 비로소 의식했다. 준엄한 결사전의 전구가 그를 부르고있는것이였다.

《최현동무, 한가지 긴한 부탁을 들어주오.》

작별에 앞서 수령님께서는 전사의 손을 감싸쥐고 힘들게 말씀을 꺼내셨다.

《이제 적후로 가면 여러가지 원인때문에 후퇴가 늦어지고있는 과학자, 기술자들 특히 정치공작대로 나갔던 종합대학의 박형석선생을 비롯한 교원, 학자들을 우선 찾아내여 최고사령부로 보내주었으면 합니다.》

그이께서는 잠시 동안을 두셨다가 믿음에 찬 눈길을 들어 말씀을 이으셨다.

《어려운 임무를 안고 떠나는 동무에게 정말 미안하오만 어찌겠소.

교육은 민족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사업이요. 우린 전쟁국면이 아무리 엄혹해도 나라의 역군들을 키우는 일을 잠시라도 늦춰선 안됩니다.

재삼 말하지만 전쟁을 이기는건 시간문제요. 그러나 교육사업을 늦추면 부강조국의 래일이 묘연해진단 말입니다.》

《장군님!…》

최현은 목이 꺽 메여 더 말을 잇지 못하였다.

 

2

 

박형석은 사진에서의 모색그대로 중년나이에 키가 훤칠하고 얼굴이 갱핏하게 생긴 사람이였다.

엉거주춤하고 방에 들어서는 그를 최현이 난로가까이로 이끄는데 칡줄기로 꽁꽁 동여맨 로동화와 불에 그슬려 숭숭 구멍들이 뚫리고 찢기여진 바지가랭이에서는 얼음버캐가 와삭거리였다.

최현은 난로앞에 그를 앉히고 군용밥통의 더운물을 뚜껑에 따라 내밀었다. 형겊으로 싸맨 두손에 군용밥통뚜껑을 받쳐들고 한모금한모금씩 힘들게 들이마시는 거동을 물끄러미 바라보고있던 최현의 가슴노리로 전류같은것이 지나가며 심장부위를 아프게 자극한다. 불현듯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의 근심어린 모습이 떠오른것이다. 전쟁의 모든 중하를 안으시고 하실 일이 오죽 많으랴만 미처 후퇴 못한 저네들까지 그토록 마음쓰시는 그이이시였다.

《으-음…》

괴로운 신음소리가 입밖으로 새여나갔다. 뚜껑을 다시 덮은 군용밥통에서는 물방울이 칙칙 떨어져 부걱거린다.

언몸이 다소 풀린 박형석은 그제야 눈총기를 모아 방안을 둘러보다가 군단장의 푸들거리는 볼편에 흠칫 시선을 멈추었다.

(?)

자기를 지릅떠보는 최현의 입가에서 당장 줄욕이 쏟아질것만 같다.

아닌게아니라 최현은 정찰병들이 적후로 종횡무진하며 그들을 찾았는데 어디서 헤매이다 이제야 나타났느냐고 다몰아세우려 했었다. 그렇지만 갖은 고생의 흔적들이 력연한 행색꼴에 눈길이 붙잡히자 쩝- 입맛을 다시였다.

《정말 한심하구만.…》

그는 노기를 애써 누르며 말을 잇는다.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아직 소식이 없는 선생들때문에 얼마나 근심하고계시는지 알기나 하오?》

박형석은 와뜰 놀라며 몸을 일으켰다. 제 귀를 의심하듯 잠시 멍하니 돌부처마냥 굳어졌던 그는 마른 침을 삼키고나서 작전탁으로 바투 다가와 되묻는다.

《군단장동지, 이자 뭐랬습니까?… 장군님께서, 김일성장군님께서 저희들때문에 근심하신단 말입니까?》

최현으로부터 고산진의 집무실에서 있었던 일과 헤여질 때 자기네의 행처를 찾아 최고사령부로 보내달라고 거듭 신신당부하셨다는 이야기를 전해듣고난 형석은 그만 목메여 부르짖었다.

《장군님! 나라가 어려움을 겪을 때 저희같은것이 뭐길래 그다지도 마음을 쓰십니까?》

급기야 꺼칠해진 량볼로 락수같은 눈물이 흘러내려 작전지도에 덧무늬를 그려놓는다.

최현은 주섬주섬 장작가치를 집어 난로에 던져넣으며 학부장이 진정되기를 기다렸다. 아궁속에서는 불길이 세찬 열기를 내뿜는다.

이윽해서야 그는 사진을 비로도에 다시 정성스레 싸서 형석에게 내밀며 그 사연을 물었다.

…삼천리강산이 해방의 환희속에 들끓던 그해 11월 초순이였다.

그때 평양공설운동장에서는 광주학생사건 16돐을 계기로 청년학생들의 집회가 큰 규모로 준비되고있었다.

박형석이 가설무대형식으로 꾸리는 주석단을 책임지고 일군들과 함께 드바삐 돌아치는데 누군가 그를 찾았다. 돌아보니 군복을 단정하게 입은 청년이 거수경례를 하고 묻는것이였다.

《교육국에서 일하는 박형석동지가 옳습니까?》

《그렇소.》

그가 어정쩡해서 대답하자 청년이 속삭이듯 알려주었다.

김일성장군님께서 이곳에 나오시였습니다 》

순간 형석은 손에 들었던 망치를 떨어뜨리며 당황감을 감추지 못하였다. 주석단이 아직 꾸려지지않은 상태로 장군님을 어떻게 모시겠는가?

《장군님께서 동지를 부르십니다.》 라고 젊은이가 귀띔해서야 그는 옷매무시를 급히 바로잡으며 모두에게 일손을 다그치라고 소리쳤다. 그리고나서 청년을 따라 달려갔다.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실실한 아지들이 초겨울바람에 설레이는 큰 버드나무밑에서 수행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계셨다.

형석이 당도하여 인사를 올리자 그이께서 반가이 손을 잡아주시였다.

《마침 교육국의 부부장동무가 왔습니다.》

《저… 장군님, 아직 주석단을 미처…》

《그럼 기다리면서 그사이 교육문제를 토론합시다. 참 부부장동무, 교육국이 세우고있는 새 조선의 교육발전계획을 좀 들어봅시다.》

박형석은 대번에 몸이 굳어졌다. 볼우물을 짓고 자기를 바라보시는 수령님의 눈길에 속이 졸아드는듯싶었다.

명색이 교육국이라고 하지만 아직 누구 하나 똑똑한 일가견을 내놓지 못하였고 일제의 식민지노예교육의 후과를 가셔내기 위한 방도조차도 찾아내지 못한 형편이였다.

감히 말문을 열수 없어 바재이기만 하는 그에게 수령님께서는 너그러운 어조로 말씀을 이으셨다.

《한심한 현 교육실태를 모르는바가 아닙니다.

실례로 40만의 인구를 헤아린다는 평양에도 대학은 고사하고 기껏 중등학교와 전문학교 몇개가 고작입니다. 그런데 새 나라를 일떠세우자니 어디서나 요구되는것이 민족간부와 인재인데 이 문제를 어떻게 풀겠는가, 우리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어봅시다.》

그 말씀에 박형석은 용기를 내여 얼굴을 들었으나 기여들어가는 소리로 말씀올렸다.

《며칠전 파견원동지가 새 조선의 교육문제를 연구해볼데 대한 장군님의 가르치심을 교육국에 포치한 후부터 어제 밤늦게까지 갑론을박을 하며 토론했습니다만… 아직 이렇다할 방도를 찾지 못하였습니다.》

죄스럽지만 솔직히 털어놓으니 긴숨이 나갔다. 좌중에는 잠시 무거운 침묵만이 흘렀다.

수령님께서는 팔을 엇결으시고 앞뒤로 거니시다가 혼자소리로 조용히 뇌이시였다.

《정녕 방도가 없겠는가?》

수행원들가운데 누구 하나도 속후련한 대답을 드리지 못하였다.

《장군님, 건국사업에서 가장 어려운것의 하나가 교육문제라고 합니다. 당장 달라붙는다구 해서 뚝딱거리며 만들어낼수도 없는 일이구… 정말이지 장구한 나날속에 해결되는것이 교육인것 같습니다.

 더구나 갓 해방된 지금형편에서…》

박형석은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수령님의 안광에서 번개와 같은 강렬한 빛을 보았던것이다.

그이께서는 모두의 가슴들을 무겁게 짓누르는 분위기를 순간에 걷어내시려는듯 준절한 어조로 말씀하셨다.

《오늘 새 나라를 일떠세우는데서 초미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는 교육사업입니다. 다시말하여 민족간부와 인재육성입니다.민족간부와 인재가 많아야 국가의 기틀이 든든하게 다져지고 정치, 경제, 문화도 성과적으로 발전시켜나가게 됩니다. 교육사업은 곧 나라와 민족의 운명문제입니다.

때문에 현단계에서 우리는 평양에다 자체로 각 부문의 민족간부와 인재를 육성해낼 종합대학부터 지체없이 내와야 한다고 봅니다.》

《?…》

거대한 뢰성을 들은듯 박형석은 순간에 귀가 멍멍해졌다. 그만이 아닌 수행원들모두가 천만뜻밖으로 울리신 수령님의 확신에 넘친 말씀을 꿈결처럼 받아안은듯 커다래진 눈에서 까만 동자들이 바르르 떨고있었다.

한참만에야 형석은 가쁜 숨소리를 내며 떠듬떠듬 입을 열었다.

《장군님, 저… 말그대로 빈터인 형편에서 어떻게 종합대학을 세… 세운단 말입니까?》

수령님께서 너그러이 웃으시면서 모두를 둘러보시다가 그에게 되물으셨다.

《왜, 불가능하다는겁니까?》

그때 한 일군이 한발 나서며 말씀올렸다.

《너무나도 상상을 초월하는 말씀이여서 또 아직은 세계적으로 그런 실례를 찾아볼수가 없는줄로 압니다.》

수령님께서는 심중하게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하시더니 오래전부터 사색하여오신듯 의논조로 말씀을 이으시였다.

《물론 인류사에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내가 왜 종합대학부터 내와야 한다고 보는가.

그것은 종합대학이 있어야 새 조선의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를 맡아안고 일해갈 역군들을 동시에 양성할수 있고 이것에 토대하여 빠른 기간에 여러 대학을 내올수 있기때문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종합대학은 새 조선 교육사업의 원종장으로 되며 민족간부와 인재육성의 중심기지로 될것입니다.》

형석의 눈앞에서 번개불꽃이 펑끗하였다. 눈이 부시도록 강렬한 그 빛발로 하여 아찔해졌다. 저도모르게 감았던 눈을 떠보니 창창하니 열린 만리대공이 망막에 확 안겨들었다.

《장군님! 어쩌면…어쩌면 그런…력사에 전무후무한 명안을 순식간에 내놓으십니까?!》

그는 목메여 부르짖으며 수령님을 경탄에 찬 눈길로 우러렀다.

때를 같이하여 공설운동장에서 와- 환성이 터져올랐다. 헤아릴수 없이 모여든 청춘남녀들모두가 다 꾸려진 주석단에 위대한 수령님의 초상화를 높이 모시자 손을 흔들며 연방 환호를 올리고있었다. 바로 얼마전 개선연설을 하시는 그이를 뵙고 감격에 울며 모란봉이 들썩하도록 만세소리를 터치던 그 광경을 방불케 했다. 그 젊은이들은 이 시각 자기들의 앞길이 어느분에 의해 창창히 열려지고있는지 아직은 모르고있다.

부지중 박형석의 뇌리에 엉뚱한 생각이 불쑥 떠올랐다.

(위대한 장군님께서 세상의 그 누구도 받아보지 못한 교육과정을 거치신게 아닐가? 그러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이께서만이 새 조선의 교육이 틀어쥐고나갈 그토록 과학적이고 현실적이며 가장 빠르고 옳은 진로를 명철하게 밝혀주실수 있단 말인가?!)

그는 핑- 젖어드는 눈을 슴벅이며 세차게 솟구치는 흠모감으로 가슴들먹였다.…

 

창밖의 어둠속에서 눈보라가 여전히 맹수처럽 울부짖고있었다. 군용밥통에서는 세찬 김발이 푸푸거리며 뿜어나왔다.

형석의 이야기에 심취된 최현군단장은 어깨에 걸치였던 외투가 벗겨진것도 모르고 앉아있다.

그의 눈앞으로는 해방된 이듬해의 가을날 김일성종합대학창립을 선포하실 때 수령님께서 환하게 웃으시던 모습이 거룩하게 떠올랐다.

《…그날 집회에서 청년들에게 격려사를 하시고난 장군님께서는 우리를 데리고 집무실로 가시여 장시간 교육사업과 종합대학창립준비를 위한 가르치심을 주시였습니다.

헤여질 때 정원까지 나오신 그이께서는 우리 오늘을 기념으로 사진을 한장 찍자시는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이런 영광을 받아안았습니다.》 하고 형석은 품속에다 사진을 정히 간수한다. 아마 그때부터 늘 가슴에 품고있었을것이다.

그는 종합대학의 창립과 함께 교육자로 되였고 서울시가 인민군대에 의해 해방되자 정치공작대를 이끌고 그곳에 새로 일떠설 대학들의 교수진영을 꾸리였었다.

전쟁통에 뿔뿔이 흩어져간 교원들을 찾아 광주까지 나갔던 형석이네 조가 서울에 돌아오니 적들이 다시 기여든 뒤끝이였다.

그는 동료들과 함께 남조선에서 따라나선 교원 여러명을 이끌고 뒤늦게야 후퇴의 길에 올랐다. 은밀히 시가지를 빠져 밤에만 산발을 타고 행군했으나 준비되지 못한 남조선출신의 교원들이 무척 힘들어하며 애를 먹였다. 좌절감과 불안, 굶주림과 동요, 추위와 병마… 얼마후에는 변절자가 생기여 적의 포위속에 들었다. 적수공권으로 포위속을 빠져나가자니 그 간난신고는 어떠했으며 사선의 고비들은 또 몇번이나 넘었겠는가. 한걸음한걸음이 그대로 결사적이였다. 하여 끝내는 아군 제2전선부대를 만났던것이다.

최현은 몸을 일으키며 형석의 두어깨를 꽉 그러잡았다가 놓았다.

《그 어려운 속에서두 남조선출신의 교원들까지 이끌고오자니 정말 수고했소. 장군님께서 무척 기뻐하실거요. 지금 교육자 한사람이 정말 귀한 때란 말이요.》

그는 부관을 불러 형석이네 일행을 더운 방에서 휴식시키라고 일렀다.

《가서 한두시간이라도 눈을 붙이시오. 날이 밝으면 출발하도록 합시다.》

박형석이 부관을 따라 나가자 최현은 곧 지휘관들을 불러 작전회의를 소집하였다.

새날이 밝자 제2전선련합부대는 평양해방을 위한 진출계선으로 출발준비를 서둘렀다. 최고사령부를 찾아가는 박형석이네 일행은 중무장한 소대의 호위속에 별도로 움직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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