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주체102(2013)년 제8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문 상 봉
(제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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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의 김일성동지혁명사상연구실이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정일동지께서는 한상의 사진앞에서 오래도록 발길을 떼지 못하신다.
전화의 나날 어버이수령님께서 이곳 군인들과 함께 계시며 병사들의 생활을 친부모보다 더 다심하게 보살펴주신 잊지 못할 화폭이였다.
그때 최고사령부에 계시던 김정일동지께서도 수령님을 따라 이곳의 방어공사장에 몇번 다녀가시였었다. 이제는 수십년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그 나날에 있은 일들을 생생하게 기억하고계셨다.
작업장까지 들어가시여 몸소 일손을 잡으시였던 어버이수령님께서는 한 전투원이 부주의로 인하여 손에 가벼운 타박상을 입자 몹시도 가슴아파하셨다. 손수 병사의 손에 붕대를 감아주시고나서 그이께서는 전쟁도 사람의 생명을 지켜내기 위해서 하는것이라고 말씀하시며 안전대책을 철저히 세우도록 긴급조치들을 취해주시였던것이다.
《우리 병사들 한사람한사람은 그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나의 살붙이란 말이요.》
현장을 드렁드렁 울리며 메아리치던 그날의 그 뜨거운 말씀…
이윽하여 밖을 나서신 김정일동지께서는 다시 한정수네 구분대를 찾으시였다.
교양실에서는 한 군관이 정치상학을 집행하고있었다.
최고사령관동지께서 교양실에 들어서시자 그는 들먹이는 가슴을 겨우 다잡고 군사규정대로 보고를 올리였다. 이어 우렁찬 환호성이 터져올랐다.
《아, 됐소. 그만들 하시오.》
그이께서는 두팔을 가로저으며 거듭 이르신다.
동안이 지나 환호소리가 잦아들고 병사들은 자리를 정돈했다.
《그래, 무슨 내용의 학습을 합니까?》 하고 김정일동지께서는 강사에게 다정히 물으신다.
《옛, 일본군국주의자들의 해외팽창야망과 그 파렴치성에 대한것입니다.》
《음, 문제성이 있는 강의요. 어디 우리도 함께 들어봅시다.》
그이께서는 수행일군들을 돌아보시며 창문쪽에 있는 앞줄걸상에 허물없이 앉으시였다.
강사는 앞의 현실이 믿어지지 않는듯 눈을 껌벅거렸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께서 평범한 군사지휘관이 준비한 강의까지 들어주실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으리라.
강사의 목소리가 처음 몇대목은 떠듬거리더니 인차 조리있게 이어졌다. 어조에서 박력이 느껴지고 내용전개를 통속적으로 하고있었다.
장군님께서는 강의를 주의깊게 들어주시였다. 이윽하여 문밖을 나서신 그이께서 땀을 훔치며 마당가로 따라서는 강사에게 웃으며 말씀하신다.
《강의를 잘하는구만.… 수준이 알려.》
그러시고는 누구에게라없이 강조하시는것이였다.
《지금 일부 단위에서 정치학습을 하는것을 보면 우에서 내려보내준 학습제강을 그대로 베껴주는데 강의를 그렇게 하여서는 안됩니다.
강의는 학습제강을 자체실정과 결부하여 깊이 연구한데 기초해서 군인들의 수준과 준비정도에 맞게 하나하나 깨우쳐주는 방법으로 하여야 합니다. 강의를 이 동무처럼 제 말로 구수하게 하여야 들을 맛도 있고 귀에도 쏙쏙 들어가게 됩니다.》
짙어가는 가을의 산풍경은 놀라우리만치 아름답다.
벌방에서는 아직도 수목들이 푸르싱싱한데 여기는 벌써 최뚝의 살살이꽃들이 시들고 산봉우리마다 울긋불긋 단풍이 한창이다. 참나무와 소나무의 혼성림이 널려있는 산비탈과 운석을 다듬어세운듯 한 벼랑가에도 들국화가 한벌 깔렸다.
《저기 둔덕에 덩실하게 쌓아놓은것이 뭐요?》
김정일동지께서 한정수에게 물으셨다.
《콩단들입니다.》
《글쎄, 낟알더미같다고 짐작했소. 그 어려운 속에서두 자체로 콩농사를 많이 했구만.》
《한절반 벌써 털어서 부식물로 쓰고있습니다.》
《그래?!… 어떤것들을 만들어먹나?》
한정수는 손으로 가지수를 꼽으며 말씀드렸다.
두부, 기름, 콩나물, 된장, 간장, 콩국 등등 그리고 두부와 기름을 짜고난 부산물로는 짐승들과 양어장의 먹이감을 만들어쓰고있다는것까지…
《좋소. 병사들의 식탁이 풍성하겠는걸. 콩은 영양가에 있어서 고기와 거의 비슷합니다. 사람이 콩 75그람을 먹으면 고기 50그람을 먹는것과 같다고 볼수 있소.》
경애하는 장군님께서는 비지국도 자주 해먹는가고 물으시고는 콩을 갈아서 그대로 끓여먹는것보다 무우나 배추시래기를 섞어 끓이면 더 맛이 있고 여러가지 미량원소를 섭취하여 몸에 좋다고 차근차근 일깨워주신다.
《가만… 된장은 어떤 방법으로 만드나?》
《속성방법으로 만듭니다.》
《속성이라?… 아니, 그렇게 만들어먹으면 시큼털털하기때문에 좋지 않습니다.
속성된장은 고유한 의미에서 조선장이라고 말할수 없소. 된장이 제맛을 내게 하자면 발효기간을 정확히 지켜야 합니다.》
한정수의 손이 슬며시 뒤더수기에 올라갔다. 모든것이 부족한 이때 자체로 속성된장을 만든다는 말씀을 드리면 그이께서 매우 기뻐하실줄 알았는데 오히려 책망조의 말씀을 받은것이다.
윤명길을 비롯한 수행일군들의 충격은 더 컸다. 병사들이 먹는 된장에 이르기까지 깊이 관심하시는 장군님의 친어버이사랑은 체험할수록 감명깊은것이여서 하많은 생각들을 불러일으켰다.
어느덧 해는 정오를 가까이 하고있었다.
멀지 않은 곳에서 매매소리가 울리더니 염소들이 구름처럼 산등성이를 넘어선다.
가없이 맑고 푸른 하늘, 그아래 펼쳐진 염소떼의 흐름… 마치 한폭의 풍경화를 방불케 했다.
《저것도 동무네가 기르는 염소들입니까?》
두팔을 엇결으시고 취한듯 바라보시던 장군님께서 한정수에게 묻는 말씀이시다.
《그렇습니다.》
《몇마리요?》
《오늘 아침에 낳은것까지 합치면 175마리입니다. 인차 200마리 계선에 올라설수 있습니다.》
《좋구만! 저것만으로도 구분대의 고기문제와 우유문제를 해결하고 남겠소.》
이때 부대정치위원이 한정수를 대신하여 말씀올린다.
《이 동무들은 이미 여러차례 다른 구분대들에 종자염소를 보내주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무등 기쁘시여 젊은 구분대장의 잔등을 두드려주신다.
《살림살이를 잘할뿐아니라 인심 또 후한 친구로구만, 괜찮아!
동무들, 거 노래에도 있지 않습니까. 양떼가 흘러서 흰구름 피나, 우리 마음 수놓아 꽃구름 피네, 하하…》
그이의 호방하신 웃음소리에 일군들의 가슴은 쩌릿하니 젖어들었다. 고난과 시련속을 뚫고헤쳐가는 선군길마다 병사들에 대한 생각이 오죽 많았으면 이곳 구분대가 해놓은 자그마한 일을 두고서도 그토록 기뻐하실가!
어느새 염소떼는 골짜기아래로 사라졌다. 매매소리만 인상깊은 여운으로 울리여온다.
윤명길은 얼른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그는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께서 교양실을 돌아보신 후 이곳 구분대에서 자체로 창안제작하여 실전배비한 전투기재를 보여드리리라 작정했었다. 모든 군관들과 병사대중의 고심참담한 탐구와 노력으로 완성된 그 기재는 구분대의 싸움준비를 껑충 도약시킨 창조물이였다.
군사실무에 밝은 윤명길이 지난 봄 이곳에 와서 그 가치를 확인하고 전부대에 일반화시킨것이다.
그래서 장군님께 다음일정으로 기재를 보아주실것을 말씀드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의 마음을 이미 알고계신듯 고개를 끄덕이시더니 다정하게 말씀하신다.
《윤동무가 주관한것인데 어련하겠습니까. 부대의 전투력강화에서 큰 문제를 풀었다는 이야길 총정치국으로부터 전해들었습니다.》
그이께서는 잠시 동안을 두었다가 우선우선한 어조로 다시 말씀을 이으셨다.
《그렇지만 우리 오늘은 병사들의 생활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 도와줄것이 없는가 생각해보고 배우기도 합시다.》
의미심장한 말씀이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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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따라 날씨는 유난히도 쾌청하였다. 해볕은 자글자글 풀판을 말리우고 원근의 모든것은 가을날 이 계절이 아니면 볼수 없는 그런 신비로운 수정빛을 띠고 반짝거린다.
길 량옆에는 아카시아나무가 우거졌는데 바람이 그닥 불지 않는데도 동전잎같은 이파리가 최고사령관동지의 넓은 어깨우에 살랑살랑 떨어졌다.
《어디 동무네 세간살이를 좀 구경해볼가?》
갱도식랭장고앞에 이르신 그이께서는 한정수를 앞세우고 안으로 들어서신다.
서늘한 기운이 뒤따르는 윤명길이네 얼굴에 마주치였다.
《이 갱도식랭장고는 우리 정치지도원동무가 발기하고 주동이 되여 건설한것입니다.》
한정수는 은근히 자기네의 정치일군자랑을 내비치였다. 지난 봄 부대의 발전소건설이 완공되자 일욕심을 부려 남먼저 전기선을 늘이고 공사전반을 주관했는데 불과 보름만에 와닥닥 해제꼈다는것이다. 그때 창안된 전투기재도입차로 이곳에 와있던 윤명길은 병사들의 앞장에 서서 암벽을 까고 기계부속도 자체로 해결하면서 팽이처럼 돌아치는 정치지도원의 일본새에 저도 모르게 반했었다. 관하중대의 병사들도 그를 우리 정치지도원이라고 부르며 무척 따른다고 한다.
장군님뒤로 두세걸음 동안을 두고 따르던 윤명길의 걸음이 무춤 멈추어졌다. 의례히 동행하여야 할 정치지도원이 보이지 않았던것이다.
《가만… 정치지도원동무가 왜 여기에 없소?》 하고 옆에서 걷던 한정수의 팔을 붙잡았다.
《이 사람이 제 자랑을 하는것 같아 슬그머니 자리를 피했는가?》
《저, 그런게 아니라 식당주방칸엘 좀…》
《응? 거긴 뭣하러…》
이때 극동실앞에 먼저 다달으신 장군님께서 그들을 찾으시였다. 한정수는 급히 뛰여가 문을 열어드렸다.
극동실에는 여러가지 고기류들이 눈이 부시도록 성에를 뒤집어쓰고 보관되여있었다. 돼지, 염소를 비롯한 집짐승들과 해산물, 민물고기도 여러종이 된다.
손으로 짚어가며 고기의 선도들을 가늠하시던 장군님께서 허리를 펴며 환하게 웃으신다.
《괜찮아! 정말 멋있소.》
오늘 세번째로 하시는 꼭같은 말씀이였다.
《갱도식랭장고가 아주 합리적입니다. 갱도안에서는 열손실이 적고 여름철에 정전이 되는 경우에도 이곳은 온도가 낮기때문에 랭동품이 잘 변질되지 않습니다.》
그이께서는 극동실을 나서며 다음말씀을 이으신다.
《갱도식랭장고는 유사시에도 리용할수 있습니다. 때문에 이런 갱도식을 군대뿐아니라 사회에도 널리 도입하는것이 좋겠습니다.》
한정수는 펄쩍 놀라서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높아지는 숨소리가 윤명길에게도 들려온다. 자체로 살림살이를 꾸리자고 해놓은 일이 군대는 물론 온 나라에 널리 소개되리라고 그가 꿈엔들 상상이나 했을가?
다음칸들은 부식물을 품종별로 신선하게 보관해두는 창고였다.
각종 남새류와 과일들, 바다나물과 산나물들… 김치도 여러가지이다. 배추통김치, 무우깍두기, 콩나물김치…
《부엉이고간이란 말이 왜 생겨났는지 아오?》
김정일동지께서 또 다음칸에 들어서며 한정수에게 하신 말씀이다.
《부엉이가 아주 부지런한 새인것 같소. 삼라만상이 잠든 밤에도 먹이감을 구하러 쉴새없이 다닌다고 하오. 둥지엔 먹을것이 그득한데도 말입니다. 아마 그놈의 버릇이겠지…
그래서 옛사람들이 먹을것을 여러가지로 많이 저축해둔 창고를 두고 부엉이고간이라는 성구를 만들어냈다질 않소.》
윤명길은 가슴이 뭉클 젖어들고 코허리부위가 시큰하였다.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병사들의 식생활개선을 위해 아글타글 애써온 구분대지휘관들의 남모르는 수고와 고충을 속속들이 헤아리고계셨다. 부엉이고간이라는 성구풀이도 그들의 고심참담한 걸음걸음을 무엇보다 값높이 사주시는 의미로 하신것이 아닌가!
덕대우에 색갈고운 사기단지들이 여러개 놓여있다. 한바께쯔들이는 실히 될것들이다.
한정수가 그중 하나를 내리우고 뚜껑을 제낀 다음 노끈으로 동여 밀봉한 비닐포장을 벗기여냈다. 뒤이어 비릿하면서도 감미로운 냄새가 코틀 찌른다.
《이게 조개젓이 아니요?》
김정일동지께서는 허리를 굽히고 단지안을 들여다보신다. 알맞춤하니 삭은 조개살들이 여러가지 조미료들에 개여발려 밝은 전등아래 먹음직스럽게 자태를 드러내였다.
《해변가출신 병사들이 무척 좋아하겠구만.… 이젠 홍남철이가 조개젓소증을 만날 념려는 없겠소.》
흡족한 기색으로 몸을 일으킨 그이께서 젊은 구분대장에게 묻는 눈길을 보내신다.
《가공된것을 보면 젓갈품을 전문 손질하는 사람의 솜씨인데 어디서 이런 귀물들이 생겨나군 하오?》
한정수의 몸이 가볍게 흠칠하였다. 눈가에 핑그르르 물기까지 돈다.
(?…)
무슨 영문인가싶어 윤명길은 미간을 좁히였다.
《이 조개젓은 홍남철이네 고향사람들이 단지바닥이 날세라 보내주고있습니다.》
사연을 말씀드리는 한정수의 나직한 목소리가 현악기의 공명판처럼 굴간안을 크게 울린다.
이름없는 한 전사의 조개젓소증때문에 위대한 장군님께서 몹시 가슴아파하셨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그날 어촌마을에서는 부모들은 물론 집집마다 모두가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고 한다.
이튿날부터 수산협동조합이 총동원되여 조개잡이에 떨쳐나섰다.
모든것이 부족하고 어려운 때여서 하루동안에 몇마대를 채우는것도 헐치 않았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배를 타고나가 물속을 자맥질하면서까지 일정한 량을 확보하였다. 한편으로 알속을 발가내고 절임을 하는 등 초벌가공이 뒤따랐다.
그런데 운반문제가 걸리였다. 마을에서 부대까지는 수백리길이 넘는다. 조합의 화물자동차들은 휘발유가 없어 발목을 묶인 상태이다. 누구한테도 방조받을 형편은 못되였다.
어떻게 할것인가? 자식을 군대에로 보낸 부모들이 속수무책으로 우물거릴수는 없었다.
사람들은 의논끝에 등에다 조개배낭을 메고 행군을 시작했다. 길량식을 변변히 준비하지 못한 그들이 고생인들 오죽하였으랴.
그렇게 찾아온 어촌마을사람들을 보며 군인들이 뜨겁게 젖어오른 눈을 슴벅이자 나이지숙한 수산협동조합 관리위원장이 웃으며 말하였다.
《우리 장군님께서 동무들을 믿구 선군령도의 길을 이어가고계시오. 군대와 인민이 힘을 합쳐서 고난을 이겨내구 누구보다 고생이 많으신 우리 장군님을 더 잘 받들어모십시다.》
바로 그날은 구분대의 전체 군관, 병사들이 몇배로 힘과 의지를 가다듬는 계기로 되였다.…
한정수는 울먹울먹 제대로 이야기마무리를 못한채 손등으로 눈굽을 문대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한동안 그린듯이 서계시였다.
이윽하여 그이의 몹시 갈리신 음성이 수행일군들의 가슴벽을 두드린다.
《그때는 참말 힘겨웠었소. 우리 인민모두가 자주적인 삶을 빛내느냐 아니면 노예살이를 강요당하느냐 하는 운명의 갈림길이였으니까…》
어버이수령님을 너무나도 뜻밖에 잃고 엄청난 자연재해까지 연해연방 겹치여 역경속에 처했던 우리 혁명이였다.
원쑤들의 악랄한 책동으로 수만리 먼길을 빈배로 돌아와야 했던 무역짐배의 울분에 찬 배고동소리, 숨죽은 공장들과 재해를 입은 조국의 옥토, 달리다 멎은 전기기관차와 낟알을 찾아보기 힘든 집집의 죽가마들…
때를 만난듯이 미제와 그 추종세력은 기고만장하여 《북조선 조기붕괴설》을 떠들면서 《3, 3, 3설》이라는 류언비어까지 내돌리고있었다. 빠르면 3일이나 3개월, 늦어도 3년이면 우리 공화국이 붕괴될것이라는것이였다.
세계가 깊은 우려속에 동방의 사회주의나라를 지켜보았다. 조선이 과연 어떻게 역경속을 헤여나오겠는가?
윤명길은 그 엄혹하고 처절했던 나날이 심경에 되마치자 저도 모르게 가쁜 숨소리를 톺아올렸다.
만약 그때 위대한 장군님께서 분연히 더 높이 추켜드신 선군정치의 보검이 아니였더라면…
불현듯 그의 눈앞에 눈보라속의 사격장이 우렷이 떠오른다. 피눈물속에 한해를 마감짓던 섣달 그믐날이였다.
…기관총을 억세게 틀어잡으신 최고사령관동지께서 흉물스러운 과녁에 몰사격을 퍼붓고계셨다. 지구가 금시 박살나는듯 한 전대미문의 총성이였다. 순식간에 탄창이 또 바뀌여졌다.
총대의 무진장한 위력이 과시되고있던 그 시각 천출명장의 안광에는 번개가 번쩍이였고 딛고서신 땅에서는 세찬 지진이 일고있었다.
나에게서 그 어떤 변화를 바라지 말라, 나는 군인들과 함께 총대로 수령님의 유훈을 끝까지 관철할것이다.
조국과 민족의 운명을 다 맡아안으신 그이의 심중을 대변하는가 총구에서는 무자비한 불벼락이 쏟아져나왔다.
기관총을 더 버쩍 틀어잡으신 장군님의 모습에는 근엄하다거나 비장하다는 일반적인 말로써 다 표현할 길이 없는 신령스러운 기상이 서리서리 어리여있었다. 거대한 태양이 파도사나운 바다를 통채로 품어안았을 때나 천만산악이 층층 눈구름을 헤치고 하늘높이 솟구칠 때와 같은 그러한 감각이라 해야겠는지!…
잊지 못할 사격장에서 그 격정의 순간순간은 옹근 한생도 새겨줄수 없을 크나큰 자신심과 배짱을 윤명길의 심장에 새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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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큰 잔치를 차리는것 같은데 볼만 하오.》
점심식사준비가 한창인 주방칸을 둘러보시던 김정일동지께서는 웃으시며 정치지도원에게 말씀을 건네이신다.
《동무가 오늘 병사들의 식사보장을 책임졌다면서?… 수고합니다.》
그이의 사려깊은 눈길이 정치지도원의 손에 쥐여있는 작은 수첩에 가닿았다.
《비밀이 아니라면 나도 그것을 좀 봅시다.》
장군님께서는 흥미가 동하신듯 보풀이 인 수첩갈피를 번지며 읽어가신다.
《…김인호, 두부를 섞어 보글보글 끓인 된장찌개를 여느 식찬보다 더 좋아한다. 리경남, 매끼 국수만 먹었으면 한다. 상은철, 이런… 희성이군. 두발가진 짐승고기를 먹으면 사타구니에 두드러기가 돋는다, 하하…》
그이의 웃음소리가 주방칸을 들었다놓는다. 수행일군들도 따라 웃었다. 천정으로 턱을 제끼고 웃는 사람, 허리를 구부리고 웃는 사람, 윤명길이처럼 점잖게 소리없이 웃는 사람… 정치지도원만은 얼굴이 홍시처럼 활딱 붉어져서 앞치마자락을 꾸겼다폈다 하며 점직해 어쩔줄 모른다.
《언제인가 내가 이 구분대장에게도 말했었는데 어쩌면 동무네 두 지휘관이 쌍둥이처럼 속안에 어머니가 들어앉았소?!》
장군님께서 한정수와 정치지도원에게 애정을 담아 하시는 말씀이다.
《저희들이 친부모구실을 하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정치지도원은 구분대장과 눈길을 맞추었다.
《음, 자만하지 않겠다는건데… 그건 좋습니다. 어디 동무의 료리솜씰 좀 보기요.》 하고 그이께서는 방금 가마에서 튀겨낸 꽈배기를 하나 집어드셨다.
《괜찮아, 합격이요. 꽈배기는 이렇게 노르끼레하게 되여야 보기에도 먹음직스럽고 제맛이 납니다.》
뜬김이 자오록하니 서린 속에서 여러가지 음식냄새가 코를 찌른다. 주방칸의 이런 공기가 장군님께 좋지 않을것 같아 윤명길은 은근히 속을 바재이였다. 하지만 그이께서는 자리뜰념을 안하신다.
《좋구만, 모든 음식들에 수준과 정성이 느껴지오. 청류관의 료리사들이 왔다가 울고 가겠소.》
자식의 자그마한 소행도 크게 칭찬해주고싶어하는 어버이심정 그대로이시였다.
그이께서는 조리대에 소담스럽게 무져있는 느타리버섯을 한송이 집어들며 정치지도원에게 물으신다.
《이것도 동무네들이 온실에서 자래웠겠소?》
《옛, 그렇습니다.》
《료리는 어떤 방법으로 해먹습니까?》
《끓는 물에 데쳐낸 다음 기름을 두고 볶아먹거나 무침을 해서…》
《그저 맹물에 데쳐내군 하오?》
《그렇습니다.》
《저런… 그렇게 하면 제맛을 못 냅니다.》
장군님께서는 가마안을 들여다보시고 몸소 팔소매를 걷어올리신다.
《마침 물이 끓습니다. 소금이 어디에 있소?》
정치지도원이 재빨리 구석쪽에 있는 비닐통에서 소금을 한식기정도 퍼내왔다.
《흠… 자연에서 얻어낸 그대로구만.》
소금식기를 받아드신 그이의 안광속에 일순 그늘이 스쳐지나갔다.
정치지도원은 눈이 덩둘해서 가마안의 끓는 물과 줌안에 드신 소금을 가늠해보시는 장군님을 우러렀다.
《버섯은 살살 끓는 물에 5프로정도의 소금을 풀어 데쳐내야 제맛이 납니다.》
《!…》
《국수꾸미에는 꿩고기가 제격인것처럼 깨끗한 소금이면 더 맛을 돋구겠는데…》
그이께서는 손수 데쳐놓으신 버섯들에 아쉬운 눈길을 멈춰세우고 손을 터시였다.
《윤동무, 우리 일군들이 병사들에게 깨끗한 소금을 해결해줄순 없겠소?》
물음보다 호소감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 말씀에 윤명길은 흠칠 고개를 쳐들었다. 식기안의 굵은 모래알같은 소금을 자책어린 눈길로 바라보던 그였다. 고난의 행군시기라고 하지만 우리 지휘성원들이 생각을 깊이하고 관심했더라면 이미전에 해결하고도 남았을것이 아닌가. 이것은 병사대중에·대한 태도와 관점문제였다.
그는 마음을 다잡으며 성큼 앞으로 나섰다.
《제가 책임지고 총참모부에서 빠른 시일에 정제소금공장을 건설하도록 작전하겠습니다.》
장군님께서는.환하게 웃으시며 발길을 옮기신다.
《역시 윤동문 씨원씨원해서 좋습니다. 총참모부에서 해결하겠다니 마음이 놓입니다. 우리 정제소금을 빨리 생산하여 전군에 공급해줍시다.》
한정수와 정치지도원은 불깃해진 눈들을 슴벅이며 그이를 경건한 걸음으로 따랐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식당안으로 들어서던 걸음을 멈추시고 벽에 걸려있는 도표판을 보고 또 보신다. 웃머리에 병사들을 위한 날이라고 씌여있는 도표판에는 날자에 따라 지휘부의 군관과 그 안해들의 이름이 직급순위로 올라있었다.
수행일군들도 처음 보게 되는 이 도표는 구분대지휘관들의 병사에 대한 사랑과 보살핌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것이였다.
《이 도표는 언제부터 사용했습니까?》
저으기 흥분하신 장군님께서 구분대의 두 지휘관에게 물으셨다.
《최고사령관동지께서 홍남철전사를 두고 걱정하신 다음날 군관회의에서 토론하구 며칠후부터 시작하였습니다.》
한정수가 먼저 나서며 처음에는 몹시 힘들었다고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그랬을테지.…》
그이께서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신다. 한두명도 아닌 숱한 병사들의 식생활개선을 위해 몇사람의 군관들로써 병사들을 위한 날을 운영한다는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였다. 모든것이 부족하고 어려운 때여서 더욱 그랬다. 하지만 병사들에 대한 생각으로 잠못이루시는 장군님의 기대를 되새기면 순간도 지체할수 없어 부르튼 발을 덧싸매고 밤길을 걸었고 고열속에 헐떡이면서도 공지를 뚜지였었다. 도표를 이윽토록 들여다보시는 최고사령관동지의 심중속에 그 모든것이 감동의 파문으로 진하게 그려 진듯싶었다.
《병사들을 위한 날이라…》
김정일동지께서는 조용히 뇌이시였다. 그러시고는 수행일군들을 돌아보시며 격한 음성으로 말씀하신다.
《보시오. 동무들, 이곳 지휘관들은 이미전부터 안해와 함께 하루씩 병사들의 식생활을 맡아 돌보아주는것을 생활화하고있습니다.》
그리하여 병사들은 날마다 고향집어머니의 살뜰한 정을 느끼며 식탁으로 다가앉았고 군관들을 친혈육이상으로 존경하게 되였다. 서로 사랑하고 존경하는 이 기풍은 구분대의 면모를 일신시켰을뿐만아니라 전투력을 높은 경지에로 끌어올렸다.
그이께서는 두 지휘관을 량옆에 껴안으며 말씀을 계속하셨다.
《고맙소, 군관동무들! 이 어려운 때에 병사들을 위해 모든것을 다 바치고있는 지휘관들을 보게 되니 정말 기쁩니다. 나는 이곳에 와서 큰힘을 얻었소. 최고사령부와 전체 인민의 이름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
한정수와 정치지도원은 장군님의 가슴을 파고들며 어깨를 떨었다.
윤명길은 불시에 울대뼈가 아프게 오르내리고 눈굽이 축축하게 젖어드는것도 모르고 장군님의 자애론 모습을 우러렀다.
(아, 사랑의 화신!)
문득 그이께서 오늘 새벽에 하신 말씀의 뜻이 가슴벽을 쿵쿵 울리며 뇌리속에 되새겨진다.
《군대의 인원수와 무장장비에만 신경이 돌려지면 싸움을 옳게 조직진행할수 없게 됩니다.》
모든것이 명백해진다. 혁명군대의 전투력은 병사의 머리수나 무장장비의 우수성에 있는것이 결코 아니였다. 우리의 싸움준비는 사상의지와 정과 피로 얽혀진 관병일치에 기초하고있기때문에 장군님께서는 하나의 작은 도표를 통해서도 구분대의 전투력완성여부를 대뜸 가늠하신것이 아닌가!
병사들을 위한 날, 이것을 어찌 이곳의 한 구분대 지휘관들이 처음 내놓은것으로 볼수 있으랴.
위대한 김정일동지께서 전선길을 이어가시는 정력적인 선군령도의 그 헤아릴수 없는 나날에 심고 가꾼 숭고한 사랑의 날, 병사들을 위한 날이기에 그이를 닮은 우리 지휘관들의 하루하루도 병사들을 위한 사랑으로 꽃펴나고있는것이다.
《동무들!》
장군님의 우렁우렁한 목소리가 넓은 식당안을 쩌령쩌렁 울린다.
《우리 이곳에서 전군의 지휘관들을 위한 보여주기를 조직합시다.》
수행일군들을 둘러보시는 그이의 안광에서 예지의 섬광들이 번쩍이였다.
《우리 식 전투력완성을 위한 관병철학을 이 동무들의 경험에서 배우도록 하고 전군에 일반화시키잔 말입니다,》
수행일군들은 동시에 발뒤축을 모으며 힘차게 대답을 올린다.
《알았습니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의 위대한 구상으로 전군에 병사들에 대한 사랑의 화원이 마련되고있었다. 이 원자탄보다 더 위력한 일심단결의 화원에는 어떤 대적들도 감히 범접할념을 내지 못할것이다.
드디여 점심시간을 알리는 신호나팔소리가 랑랑하게 울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판정에서 높은 성적을 쟁취한 홍남철이네를 축하해주려 서둘러 밖을 나서시였다.
태양은 하늘에서 여전히 온 누리에 따사론 빛을 아낌없이 쏟아붓고있었다.
주체94(2005)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