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102(2013)년 제4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함 무 광
저녁시간은 현순의 하루일과에서 제일 즐거운 시간이다. 누가 들어와봐도 주부인 현순을 칭찬하지 않으면 안되게끔 깨끗하면서도 잘 꾸려진 아늑한 방들을 하나씩 차지한 남편과 아들이 책상앞에 마주앉아있는것을 보는것이 그에게는 제일 큰 기쁨이다.
안해로서, 어머니로서 이런 광경을 바라보면서 저녁을 짓기란 마치도 농사군이 풍작을 예고하는 넓은 들판을 바라보는것처럼 참으로 마음 흐뭇한것이다.
이럴 때면 그의 입에서는 저절로 노래가 흘러나온다.
흥겨운 노래소리가 칼도마에서도 장단을 울리게 한다.
어느덧 밥가마에서 뽀얀 김이 뿜어나오고 고소한 기름냄새를 풍기는 단 남비에 닭알을 까서 넣을 때면 현순은 본능적으로 아들이 공부하는 방을 건네다본다.
닭알부침은 아들이 제일 좋아하는 반찬이다.
아니나다를가 뿌지직뿌지직 소리를 내며 노랗게, 하얗게 닭알부침이 익어가며 고소한 냄새를 풍기자 그만에야 어린 아들은 더는 못 참겠다는듯 코를 벌름거리며 연필을 쥔채로 삑 돌아앉는다.
그찰나 자기를 바라보는 어머니의 눈길과 마주치자 아들은 눈을 반짝거리며 해쭉 웃는다.
이것은 말하자면 아버지보다 자기에 대한 통제를 더 강하게 하는 어머니를 녹여내기 위한 1차공정인셈이다.
그러는 아들의 모양이 더 귀여워 현순이도 마주 웃어준다.
어머니의 그 웃음에서 용기를 얻은 아들은 부엌으로 뛰여내려와 목에 칭칭 휘감기며 흥흥거린다.
《엄마, 나 하나만 좀… 흥.》
《안돼.》
얼굴엔 짐짓 엄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현순은 말과는 다르게 자기의 손바닥만 한 닭알부침 한잎을 또르르 말아 아들의 입에 넣어준다.
볼이 미여지게 물고 냠냠거리는 아들을 보며 현순은 묻는다.
《맛있니?》
《응.》
《뭐, 응?》
《아니, 예.》
어머니의 비위를 맞추느라 아들은 제꺽 자기의 대답을 시정한다.
《자, 이젠 올라가요. 이따가 아버지랑 다같이 먹자요.》
《예.》
큼직한 닭알부침 한잎을 요정냈는지라 어린 아들은 만족하여 벌쭉거리며 방으로 뛰여올라간다.
그러는 아들의 뒤모습을 바라보며 더욱 기분이 붕 뜬 현순이 입에서는 또다시 노래가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밥상을 차리면서도 현순은 춤추는듯 한 률동적인 걸음으로 부엌에서 방으로 나비처럼 오르내린다.
드디여 밥상을 다 차려놓은 현순은 남편과 아들을 향해 정을 담아 소리친다.
《자, 식사모엿.》
그런데 웬걸 웃방에서도 가운데방에서도 전혀 반응이 없다.
이번에는 약간 높아진 목소리가 웃방으로 날아간다.
《여보, 식사하자요.》
그래도 들은듯, 못 들은듯 여전히 반응이 없다.
현순은 남편이 사색의 세계에 푹 잠겨있다는것을 깨달았다.
남편은 련합기업소 공무분공장 기술과장이다. 공장의 크고작은 기술적문제들을 다 걷어안고 방아를 찧어야 하는 남편인지라 언제 봐야 몹시 바빴다.
과묵한편인 남편은 집에 들어와서도 책상앞이나 콤퓨터앞에 마주앉아있는 시간이 더 많다.
현순은 할수 없어 웃방으로 올라간다.
가만히 놔두면 남편은 그런 자세로 새벽까지도 있을것이다.
눈을 꾹 감고 팔짱을 끼고있는 남편의 모습을 보며 현순은 저으기 조심스럽게 어깨를 흔든다.
《여보.》
《엉, 왜?》
남편이 놀란듯 눈을 번쩍 뜬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남편은 어깨우에 놓인 현순의 손을 다정히 잡으며 말했다.
《주물직장 전기로개조때문에 그러오. 그 설계를 맡은 책임기사가 병원에 입원해있으니 정말 안타깝구만.》
《아무리 그래도 당신은 배고프지도 않으세요?》
현순은 눈을 곱게 빨며 웃는다.
《벌써 저녁밥이 다됐소?》
남편은 할수 없는듯 현순의 손에 끌려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제는 그도 다년간의 생활체험으로 《좀 있다 먹으면 안되겠소?》하는 자기 사정이 안해앞에서 조금도 통하지 않는다는것을 잘 알고있다.
그러면 안해한테서는 어느 책에서 본 《안돼요. 창조적인 사색도 영양이 좋아야 잘된다고 했어요. 건강해야 더 많은 일을 하지요.》하는 판에 박은 대답이 튀여나올것이 뻔했기때문이다.
이런 안해를 남편은 이길수 없는것이다.
이렇게 남편을 밥상앞에 앉혀놓은 다음 현순은 아들을 부른다.
《유성이, 밥먹자요.》
아들은 아버지와는 다르다.
연필을 쥔채로 몸을 절반쯤 돌리고는 눈을 가득 쪼프리고 《엄마, 쪼꼼만 좀 기다려달라요. 이제 두문제만 풀면 돼요.》하고는 동의는 필요없다는듯 또 한번 벌쭉 웃어보이고는 다시 돌아앉는다.
이런 아들앞에서만은 현순이도 자기의 론리를 내려먹이지 못한다.
현순은 미안한듯 하면서도 행복한 미소를 담고 남편을 돌아본다. 어쩌면 좋겠느냐는 무언의 의사표시다.
남편은 그러는 아들을 대견하게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행복이 차넘치는 이런 순간이면 현순은 벽에 걸린 가족사진을 올려다보군 한다.
보면볼수록 그의 마음을 흐뭇하게 해주는 사진이다.
기쁨도 쌍으로 겹칠 때가 있는 법이다.
작년 가을 남편이 발명증서를 타가지고온 날 전국소학교 학생들의 알아맞추기경연에서 1등을 한 아들도 큼직한 상장을 안고 집으로 들어섰다.
두가지 경사를 집에서 맞이한 현순은 이 꿈같은 행복을 한가슴에 안기엔 너무도 아름차 아들의 상장과 남편의 발명증서를 손으로 쓸고 또 쓸어보며 눈물까지 흘렸다.
그날을 기념하여 현순은 가족사진을 찍었다.
자기가 받은 상장과 아버지의 발명증서를 가슴에 꼭 껴안은 아들을 남편과 자기의 한쪽무릎에 앉히고 찍은 사진이다.
후날 현순이 그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란바이지만 사진속에서 웃고있는 자기의 모습은 자기로서도 감탄할만치 매혹적이였다.
그 웃음은 바로 이 모든것에 자기의 땀과 노력도 당당히 깃들어있다는 안해로서, 어머니로서의 긍지와 자부심 그리고 가슴터질것 같은 행복감이 눈으로, 입으로, 온 얼굴로 뿜어져나오는 그런 웃음이였다.
현순은 그 사진을 바라볼 때마다 녀성으로서 자기가 올라선 행복의 높이에 대해 생각하군 한다.
현순에게 있어 남편과 아들은 자기의 기쁨과 희망, 행복의 전부이다.
남편의 사회적인 성공, 귀여운 아들의 남다른 성장.
바로 이것을 위해 현순은 자기를 깡그리 바치고있는것이다.
이런 현순이였기에 결혼생활 10여년간 단 한번도 목소리를 높인적도, 바가지를 긁어본 일도 없다.
현순은 자기앞에 저렇게 웃을 날이 자주 오게 되리라는것을 믿어의심치 않았다.
밤새 이렇게 축적되는 감정은 다음날 아침이면 출근길에 오르는 현순의 온몸에 생활에 대한 랑만과 희열을 안겨주군 한다.
경쾌하게 내짚는 그의 발걸음마다에선 탄력이 넘쳤고 사람들이 그토록 매력을 느끼는 밝은 웃음은 시종 얼굴에서 떠날줄 몰랐다.
판매원으로부터 시작하여 읍종합상점 책임자로 일하고있는 현순은 이제는 읍지구의 거의 모든 녀인들과는 그저 스쳐지나가지 못할 정도로 면이 넓었다.
그래서 그의 출근길이 간단치 않았다.
그를 만나는 녀인들마다 《아이, 책임자동무의 그 밝은 얼굴은 보기만 해도 우리 마음까지 다 상쾌해진다니까요.》 그러면서 이런 부탁, 저런 부탁을 하며 그의 걸음을 지체시키군 했다.
현순은 그런 시간을 타산하여 출근시간을 좀 당기군 했다.
그는 그들이 부탁하는 상품이 상점에 들어오면 잊지 않고 해결해주군 했다.
혹시 해결해주지 못하는 경우에도 상품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밝은 웃음을 지으며 량해를 구하군 했다.
현순이 상점에 들어서면 판매원들도 가만있지 않았다.
특히 처녀판매원들이 더했다.
《책임자동지의 웃는 모습은 정말 매력있어요. 어떻게 매일 그렇게 웃을수 있는지 그 비결을 우리한테도 좀 대주십시오.》
그래서 현순은 언젠가 처녀들의 오똑한 코를 하나씩 눌러주며 이렇게 대답해주었다.
《이제 너희들도 시집가보면 알게 돼. 처녀시절엔 가랑잎 굴러가는것만 봐도 웃음이 나온다고 하지만 그런 웃음은 깊이가 없는거야. 진짜웃음은 가정생활속에서 나오는거야. 생각해봐, 남편의 사회적인 성공으로 해서 오는 안해의 긍지 또 자식이 남다르게 성장하는것을 보는 어머니의 기쁨, 이런 감정으로 충만된 녀인의 웃음이 어떤것이겠는가를… 그런데 여기서 기본은 바로 이런것을 위해 우리 녀성들이 자기를 깡그리 바쳐야 한다는거야. 그래서 이런 말이 있지 않니, 훌륭한 사람의 뒤에는 그보다 더 훌륭한 어머니나 안해가 있다는. 그러면 어떤 답이 나오는지 생각해봐.》
현순은 자기의 강의에 열중해있는 처녀들에게 이런 말로 끝을 달았다.
처녀들은 얼떨떨해져서 서로 마주보기만 할뿐 대답을 찾지 못했다.
《노력과 보람이 정비례한다는건 내가 찾아낸 일종의 생활철학이야. 어때?》
현순은 이런 멋진 말을 자기를 황홀하게 쳐다보는 처녀들에게 던지고는 그들이 그토록 부러워하는 그 매혹적인 웃음을 함뿍 지어보이며 사무실로 들어갔다.
이렇게 하루일을 시작하는 현순의 밝은 웃음은 상점에 찾아오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인상을 주었다.
이것이 얼마전까지 흘러온 현순의 생활이였다.
그런데 지금은…
×
요즘 현순에게서는 웃음이 적어졌다.
말도 적어지고 생각에 잠겨있는 때가 더 많았다.
함께 일하는 판매원들도 고개를 기웃거렸고 마주서면 서로 수군수군했다.
《우리 책임자동무가 왜 저럴가?》
《혹시 수술후과가 나쁜게 아닐가?》
현순은 낮과 밤의 차이처럼 뚜렷한 자기의 이러한 변화가 무엇때문에 일어난것인지 잘 알고있었다.
병원에 입원하여 10여일.
그 10여일이 지레대마냥 지금껏 그토록 만족스럽게 생각해온 현순의 생활을 지금도 사정없이 든장질하고있는것이다.
급성충수염에 걸린 현순이 병원에 입원한것은 보름전이였다.
수술이 끝나 호실로 돌아온 현순은 침대에 눕자마자 눈을 꾹 감아버렸다.
마취가 풀리면서 수술자리가 띠끔띠끔 아파났기때문이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현순은 누군가가 자기를 지꿎게 바라보고있다는 느낌에 눈을 번쩍 떴다.
창문으로 쏟아져들어오는 눈부신 해빛에 그의 눈은 시그러워졌다.
그는 한손을 들어 해빛을 가리웠다.
그러자 옆침대에 창문을 등지고 비스듬히 앉은 한 녀인의 얼굴이 시야에 비껴들었다. 몹시 낯익은 얼굴이였다.
(누구던가?)
현순은 선뜻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 녀인을 바라보며 한동안 기억을 더듬었다.
어렴풋하던 기억이 드디여 초점을 맞추자 현순의 눈동자에서는 반가움이 등불처럼 확 피여났다.
녀인의 눈에서도 번쩍 하고 불이 켜졌다.
《아니, 너 현이 아니야?》
《응. 넌 현순이지?》
눈길과 눈길이 허공중에서 반갑게 부딪쳤다.
자리에서 일어나 현순의 침대로 다가온 현이는 머리를 들고 궁싯거리는 현순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정말 오랜만이로구나.》
《응. 우리가 헤여진것이 이젠 거의 20년이 돼온다.》
《뭐, 20년이나?!》
세월이란 참… 앞에 놓이면 까마득히 멀어보이는것이 세월이지만 돌아보면 한순간처럼 보이는것도 세월이다.
현순이가 현이와 헤여진것은 중학교 5학년때였다.
그의 아버지가 도급기관으로 조동되다나니 이사를 가게 된것이다.
그런 현이가 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오게 된 동기에 대해서도 현순은 잘 알고있었다.
탄원자들을 환영하는 모임에서 현이가 그런 내용으로 토론을 했기때문이다.
거기에 참가했던 동창생들이 현이를 만나고와서 그에게 이야기해주었던것이다.
결국 현이가 고향을 뜨게 된것은 그와 고향을 멀게 만든것이 아니라 더 가깝게 만드는 계기로 되였다.
사람의 마음이란 참 이상한것이다.
고향의 물과 공기를 마시며 뛰여놀 때는 크게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 정작 고향을 뜨게 되자 그의 가슴속에서 더 소중하고 강렬한 그리움으로 불타기 시작한것이다.
그에게 있어 고향이란 때에 따라 쉽게 벗어버릴수 있는 옷과 같은것이 아니였다. 그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가슴속에 더 깊이 뿌리를 내리며 푸르싱싱하게 자라는 억센 나무와도 같은것이였다.
그 나무의 뿌리라고 할가. 현이가 고향을 그릴 때마다 제일먼저 떠오르는것은 무산광산은 우리 조국을 부강발전시키는데서 중요한 밑천이며 보배광산이라고 하신 어버이수령님의 말씀이였다.
소학교시절 처음으로 아버지의 손목을 잡고 철산봉에 오르던 날 현이는 수령님의 그 말씀을 아버지에게서 듣고 이렇게 물었다.
《아버지, 보배라는 말은 무슨 말이나요?》
《응, 보배라는건 가장 귀하고 소중한것을 두고 하는 말이란다. 한번 생각해보렴. 철이 있어야 나라를 튼튼하게 지키는 땅크랑, 대포랑, 비행기랑 만들지. 그리고 현이가 사는 집도 짓고 학교도 짓고 또 저렇게 (채굴장을 가리키며) 굴착기랑, 자동차랑 만들게 아니겠니. 그러니 철이 없으면 어떻게 되겠니. 바로 그래서 우리 수령님께서 아버지가 일하는 광산을 나라의 보배라고 불러주신거란다.》
아버지의 그 말에 현이는 《야.》 하고 환성을 올리며 손벽까지 쳤다.
그 말이 어린 그의 가슴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고향에 대한 자랑으로, 긍지로 새겨졌던것이다.
그때부터 현이는 시간이 있을 때마다 철산봉에 오르군 하였다.
철없던 시절에 철산봉은 그에게 있어 신비로운 세계였고 철이 들면서부터는 그의 꿈을 자래워주는 곳이였다.
바로 이런 현이였기에 중학교를 졸업하면서 광산에 돌아올 결심을 안고 대학을 지망하였던것이다.
그가 대학을 졸업하기 전해 위대한 장군님께서 또다시 철산봉을 찾아주시고 강성국가건설에 떨쳐나선 무산의 광부들에게 크나큰 사랑과 믿음을 안겨주시였다.
현이는 광부들에게 안겨주신 그날의 사랑과 믿음을 잊지 않고 자기가 나서자란 철산봉으로 탄원하였다.
그때 현순은 현이를 만나려고 몇번이나 합숙으로 찾아갔었다.
그러나 그를 만날수가 없었다.
현이는 환영모임이 끝난 다음날부터 철산봉으로 올라갔던것이였다.
학교를 다닐 때면 이름도 형제처럼 비슷하고 실력도 어슷비슷하여 학과경연무대에도 함께 오르군 하던 그들이였지만 서로 직업이 다른때문인지 종시 만날 기회를 얻지 못하였다.
그후 시집도 가고 아이도 낳고 가정생활에 파묻히다나니 현이에 대해 감감 잊고말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여기서 이렇게 만난것이다.…
《그런데 넌 어떻게 다리를 다쳤니?》
현순은 붕대를 감은 그의 오른다리를 근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응, 내 부주의로 그렇게 됐어.》
현이는 그저 이렇게 간단히 대답했다.
《참, 넌 지금도 철산봉에 올라가있니?》
《아니… 지금은 공무분공장 주물직장에서 일한단다.》
《뭐, 주물직장에서?!》
현순은 그 소리에 너무도 놀라 자기도 모르게 그의 말을 되받아외웠다.
(아니, 그러니 현이가 남편이 말하던 그 책임기사란 말인가?)
그러니 지금껏 가까이에 있는 친구를 알아보지 못한것이다.
《처음에 왔을 땐 채굴장에서 무슨 연구사업을 한다더니…》
《그랬어. 그런데 일하면서 보니 내가 있어야 할곳은 바로 주물직장이더구나.》
《응, 그랬구나.》
현순은 아무런 의미도 없이 그저 머리를 끄덕거렸다.
바로 그때 《똑똑똑.》 하고 호실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렸다. 이어 문을 열고 들어선것은 현순이와 함께 일하는 판매원들이였다.
《책임자동무, 그래 몸은 어때요?》
《수술자리가 아프지 않아요?》
《수술은 잘됐겠지요?》
병문안을 온 그들이 던지는 물음에 현순은 빙그레 웃는것으로 대답했다.
이런 물음에 단마디로 대답을 줄수 있는 언어는 웃음밖에 없는것이다.
현순의 웃는 모습을 보며 그들은 마음이 놓이는지 들고온 꾸레미들을 놓으며 한호실의 환자들에게 인사를 하였다.
매일 코를 맞대고 함께 일하는 그들이건만 이렇게 병원에서 만나니 마치도 십년전에 헤여진 친우를 다시 만나는것처럼 얼마나 반가운지 현순은 그들의 손을 잡고 놓지 못했다.
아침에 출근하여 배를 그러쥐고 돌아가는 현순을 병원에 입원시킨것도 바로 이들이였다.
그들이 또 수술이 끝나자 이렇게 찾아온것이다.
그들은 현순을 위해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였다.
충수염수술은 인차 회복된다는둥, 책임자동무는 그때까지 다른 걱정은 하지 말고 병원침대에서 몸을 내라는둥 우스운 이야기로 한동안 시간을 보내던 그들은 오후일때문에 인차 일어섰다.
그들이 돌아갔어도 호실에 남긴 여운은 컸다.
우선 자기를 보는 호실사람들의 눈길이 좀 다르게 느껴졌다.
현순은 어깨가 으쓱해져서 그들이 들고온 꾸레미를 통채로 내놓았다.
호실사람들은 현순이 권하는것을 사양하지 않고 받았다.
현이도 현순이가 권하는 찰떡을 저가락에 푹 꿰여 입에 가져가며 우스개삼아 이런 말을 했다.
《입원생활에서는 이렇게 나누어먹는것이 별재미란다. 이제 퇴원하게 되면 집에서 먹는 밥이 한동안 맛이 없을거야. 여기서 이런것만 먹다나니… 호호호.》
그의 말이 그럴듯해서 모두가 웃었다.
《똑똑똑.》
또다시 문두드리는 소리가 울렸다.
저마끔 음식을 들던 손들이 허공중에서 굳어지고 호기심어린 눈길들이 나들문에 쏠렸다.
그 눈길들을 받으며 문을 열고 들어선것은 스물서너쯤 나보이는 아주 재미있게 생긴 총각이였다.
그의 뒤에는 예쁘게 생긴 두명의 처녀들까지 따라섰다.
그들이 들어서자 반가와하는것은 호실녀인들이였다.
《야, 영민이가 왔구나.》
《이게 며칠만이냐?》
그러나 현이만은 엄한 표정으로 말하였다.
《넌 여기에 올 시간이 있으면 공부나 더 할것이지 왜 또 왔니?》
《아… 그런게 아니예요. 난 오늘 직장장동지의 과업을 받고 왔어요. 말하자면 사업상용무나 같지요.》
현이는 제법 틀까지 차리며 말하는 그의 태도에 그만 웃고말았다.
《정말 요란하구나, 처녀들까지 척 데리구… 그래 용건이 뭐냐?》
《저 책임기사동지, 이 동무들은 이번에 직장에 새로 배치받은 신입공들입니다. 직장장동지가 데리고가서 인사를 시키라고 하기에 데리고왔습니다. 이 동문 옥순이고 저 동문 은실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말하고난 영민은 무엇이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하였다.
현이의 얼굴에 웃음이 비꼈다.
그는 두 처녀들을 자기곁에 불러앉히고는 집은 어디며 아버지, 어머니는 무얼 하는가, 식구는 몇인가를 묻고나서 무엇을 견습받는가고 물었다.
《천정기중기를 배웁니다.》
옥순이란 처녀가 재빠르게 대답했다.
《그래. 우리 주물직장에서는 천정기중기가 대단히 중요하단다.
쇠물남비도 천정기중기로 들어야 하고 부어낸 모든 제품들도 다 천정기중기로 움직여야 하거던. 작업현장길이가 다른데보다 좀 길지. 천정기중기가 이 작업현장구간을 움직이는데 보통 12분정도 걸린단다. 그리고…》
현이는 그들이 천정기중기를 타면서 반드시 알아야 할 점들과 주의할 점 그리고 작업을 하면서 시간단축을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알기 쉽게 하나하나 이야기해주었다.
현순은 현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감탄하지 않을수 없었다.
얼마나 구체적인지 주물직장에 대해 전혀 문외한인 자기에게도 그 직장의 실태가 손금보듯 환해지는것이였다.
어째서 직장장이 굳이 현이에게 신입공들을 보내서 인사시키는지 충분히 리해가 갔다.
현순은 현이가 정말 간단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이가 두 처녀들과 이야기를 끝내자 영민은 서둘러 그들을 돌려보냈다.
그리고는 현이앞에 마주앉았다.
《책임기사동진 어제 밤도 꼬박 새웠지요?》
단도직입적으로 들이대는 영민의 말에 현이는 펄쩍 뛰는 시늉을 했다.
《아니, 넌 생뚱같이 그건 무슨 소리냐?》
《날 속일 생각 말아요. 눈에 온통 피발이 다 섰는데두요. 아마 저 침대보를 들면 침대밑에서 도면이랑 참고서적들이랑 나올거예요. 그래서 날 자주 오지 못하게 하는거지요?》
《아니야. 이건 눈에 티가 들어가서 그렇게 된거야. 정말이란다.》
영민은 현이의 말에 잠시 머뭇거리더니 젖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책임기사동진 정말 너무해요. 직장장동지랑 온 직장사람들이 얼마나 걱정하는지 알아요. 오늘두 직장장동지는 나를 보내면서 〈영민이, 책임기사동무가 꼭 치료에 전심하게 하라구. 알겠나.〉 이러더군요.》
《그래… 모두 정말 고맙구나.》
현이의 목소리도 푹 젖어있었다.
《래일 주강작업반이 올거예요. 련합기업소적으로 상반년도계획을 제일먼저 끝냈거던요. 직장장동지가 상반년도계획을 끝내지 못한 작업반은 책임기사동지한테 갈 자격이 없다고 선포했어요. 참, 굴착기운전공들이 인사를 전해달라고 했어요. 책임기사동지 덕분에 굴착기바가지이발수명이 두배이상으로 늘어났다나요.》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현순은 저으기 감동되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영민의 말대로 다음날 주강작업반 반장이 반원들을 데리고 현이에게로 왔다.
그들의 성의는 대단했다.
그러나 성의, 성의해도 영민이와 그의 어머니 성의에 대비할수는 없었다.
영민은 거의 매일이다싶이 현이를 찾아왔고 그가 왔다간 다음에는 그의 어머니가 현이의 구미에 맞게 음식을 해가지고 찾아왔다.
후날 현순이 알게 된것이지만 그들의 관계는 정말 한집안식구와도 같았다.
영민이 중학교를 졸업하고 주물직장에 배치받았을 때 자기 직업에 마음을 붙이지 못하고 들떠다니는것을 제때에 깨우쳐주고 바로잡아준것이 바로 현이였다.
그는 친누이보다 더 다심한 심정으로 영민의 마음을 안착시켰고 그가 앞으로 더 큰 일을 할수 있도록 공장대학에도 추천해주었고 공부에 힘들어할 때면 자기가 선생이 되여 함께 밤을 새며 가르쳐주기도 했다.
그러다나니 그의 어머니도 현이를 친딸보다 더 귀해했다.
그에게 면회를 오는 사람들은 직장사람들뿐이 아니였다.
공장당비서와 지배인도 그를 찾아왔다.
그들은 현이를 우리 보배라고 불렀다.
련합기업소의 책임비서와 지배인도 현이의 병문안을 했고 그가 사는 인민반사람들도 그를 찾아왔다.
현이와 한호실에서 지내는 기간 현순은 그가 자기와는 대비할수 없는 아주 큰 사람이 되였다는것을 깨달았다.
그는 사람들의 사랑과 존경속에서 살고있었다.
그런데 자기는…
×
《책임자동무, 왔어요.》
판매원이 현순을 찾아 이렇게 알려주었다.
현순은 명절공급을 세대별로 하면서 현이네 인민반을 담당한 판매원에게 그가 오면 알려달라고 부탁했던것이다.
《알겠어요.》
현순은 이렇게 대답하며 매대로 나갔다.
현이네 집 명절공급을 타러 온것은 인민반장이였다.
현순은 현이가 오지 않은데 대해 그리 놀라지 않았다.
지금껏 그가 상점에 한번도 와보지 못했을수도 있다고 생각하였다.
현순은 자기가 직접 현이네 공급물자를 꾸려들었다.
의아해하는 인민반장에게 현순은 자기와 현이는 잘 아는 사이라고 말해주었다.
《아, 그래요?!》
인민반장은 몹시 반가와했다.
《저와 함께 가자요. 오늘은 왜 그런지 현이동무네 집에 가보고싶어 그래요.》
현순은 인민반장과 함께 상점을 나섰다.
거리는 꽃향기에 잠겨있었다.
가로수로 심은 나무들에도, 공원과 마을의 집집에 심은 나무들에도 온통 꽃들이 피여 거리를 더 환하게 해주고있었다.
현순은 마음이 상쾌해졌다. 그는 한동안 거리에 펼쳐진 꽃풍경에 취해있었다.
거리를 지나는 아이들도 처녀총각들도 4월의 명절을 앞두고 피여난 온갖 꽃들을 보며 기쁨에 넘쳐있었다.
인민반장이 거듭 재촉해서야 현순은 발걸음을 옮겼다.
현이네 집은 인민반장네 집과 이웃하고있었다.
집에는 수련이라고 부르는 10살나보이는 처녀애와 수호라고 부르는 동생인 총각애가 있었다.
인민반장이 그들에게 현순이가 찾아온데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현순은 애들과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집은 수수했다.
부엌을 거쳐 아래방과 웃방으로 들어가게 된 집이였는데 아래방에는 텔레비죤과 콤퓨터가 놓여있었다.
현순은 웃방을 바라보았다.
뭔가 현이라는 존재를 느낄수 있는 그 무엇인가를 찾아보고싶었다.
열려진 문사이로 책상과 책장 한귀퉁이가 보인다.
현순은 웃방으로 들어갔다.
방에는 책상 두개가 놓여있고 그뒤로 큰 책장이 있었다.
책장에는 각종 기술서적들이 꽉 차있었다.
책장앞에는 많은 발명권들과 증서들이 놓여있었다.
현순은 그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따라들어와 뒤에 서있는 아이들을 돌아보며 물었다.
《저걸 좀 볼수 없니?》
아이들은 둘 다 대답이 없었다. 오히려 경계하는듯 한 눈초리로 현순을 쳐다본다.
현순은 아이들을 리해시키기 전에는 저 증서들을 볼수 없다는것을 깨달았다.
그런데 무슨 방법으로 아이들을 리해시킨단 말인가? 말로는 절대 안될것이다.
현순은 피뜩 한가지 수를 생각해냈다.
《얘들아, 어머니에게 사진첩이 있지?》
《예, 있어요.》
나이 어린 수호가 대답하였다.
《그걸 좀 가져오너라.》
그 애는 뽀르르 아래방으로 가더니 색이 바랜 두툼한 사진첩을 들고 올라왔다.
현순은 사진첩을 받아들었다.
어쩐지 속이 두근거리면서 긴장되는감을 느꼈다.
(내 사진이 여기 있을가?)
현순은 기대를 안고 사진첩을 한장한장 번지기 시작했다.
드디여 중학시절 현이와 함께 도학과경연에서 1등 하고 찍은 사진이 나왔다.
단둘이서 찍은 사진이라 현순은 환성이라도 지르는듯 한 목소리로 아이들을 찾았다.
《얘들아, 여기서 날 찾아봐라.》
오래 걸릴것도 없었다.
세월이 흘렀어도 모색은 남아있는것이다.
《야, 맞구나. 누나야, 맞지? 우리 엄마하구 같이 찍은거.》
8살난 수호가 사진과 현순을 번갈아 올려다보고 내려다보고 하더니 법석 떠들어댔다.
《이젠 날 알겠니?》
《예.》
아이들이 머리를 끄덕이며 대답하자 현순은 자리에서 책장문을 열고 밤빛색증서를 꺼내들었다.
맨우의것을 펼쳐드니 새 기술도입증서였다.
증서를 펼치자 현이의 사진과 이름이 현순의 눈을 찔렀다.
어쩐지 손이 떨리는감이 들었다.
하긴 그 매 증서들에 실린 무게를 생각하면 선뜻 가볍게 들수는 없다.
현순은 잘 알고있었다.
비록 그것이 크지 않다고 할지라도 뭔가 새로운것을 만들어낸다는것이 얼마나 힘든가 하는것을…
이 증서 하나를 받게 되기까지 현이가 흘린 땀방울은 얼마이며 지새운 밤은 또 얼마나 되는지…
현순은 남편을 생각하며 현이를 리해했다.
문득 느껴지는것이 있었다.
현이가 연구한 저 성과들은 일을 헐하게 하면서도 더 많은 생산물을 내고 질도 훨씬 높였을것이다. 그래서 그와 함께 일하는 로동자들은 더욱더 현이를 아끼고 사랑했을것이다.
가책되는것이 많았다.
상점에 왔다가 자기들이 요구하는 상품이 없어 서운한 얼굴로 돌아가던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래도 현순이 자기는 밝게 웃으면서 상품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말만 하였다. 만약 현이라면…
현순은 자기도 모르게 머리를 떨구었다.
《왜 그러나요. 어디 아프나요?》
애들이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현순은 황급히 《아니다, 아니야.》하며 애들을 와락 그러안았다.
《너희 어머닌 훌륭한 사람이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요?》
품에 안긴 수련이가 현순을 올려다보았다.
수호는 볼이 부어 말했다.
《그런데 우리 엄만 계속 집에 늦게 들어오군 해요.》
현순은 빙그레 웃으며 시계를 올려다보았다.
시간은 일곱시를 가까이 하고있었다.
아들 생각이 났다. 그 애는 지금 집에 혼자 있을것이다. 그래도 현순은 그냥 나올수 없어 부엌에 내려가 밥도 짓고 반찬도 몇가지 만들고나서야 현이의 집을 나섰다.
밖에 나서니 어둠이 비끼는 거리는 조용했다.
불쑥 외로운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보다도 현이와 자기자신에 대한 생각이 더 많이 가슴에 파고든다. 생각이 많은 저녁이였다.
현순은 전에 있어보지 못한 쓸쓸한 표정으로 집에 들어섰다.
나들문을 열고 들어서니 아들 유성이 튕기듯 뛰여나왔다.
《엄마, 왜 이제야 오나?》
현순은 아들을 품에 꼭 끌어안았다.
《유성아, 어머니가 늦어서 미안하구나.》
《아버지한테서 전화가 왔댔어. 래일 무슨 시험을 한대요. 그래서 오늘 집에 못 온대요.》
현순은 언젠가 남편이 주물직장의 전기로를 새롭게 현대적으로 개조한다고 하던 말이 생각났다.
그때문에 며칠전에도 현이와 함께 과학연구기관들을 다녀왔었다.
그러니 이젠 완성단계에 이른 모양이였다.
현순은 어쩐지 전기로를 개조한다는 주물직장에 가보고싶은 생각이 났다.
아마도 현이가 일하는 곳이여서 더 그런지…
×
다음날 아침 현순은 통근렬차에 올랐다.
그의 손에는 큼직한 꽃묶음이 들려있었다.
통근렬차가 공장이 있는 역에 도착하자 현순은 맨 먼저 렬차에서 내렸다.
잎이 더욱더 푸르러가는 뽀뿌라나무들사이로 푸른색지붕과 창유리들이 번쩍거리는 공장구내가 눈에 환하게 안겨왔다.
바로 저기서 남편이 일하고 현이도 일하고있다.
현순은 걸음발을 재촉했다.
공장정문으로 들어서던 현순의 발걸음이 대형속보판앞에서 멈추어졌다.
사진기와 꽃다발이 그림으로 그려지고 영예라고 쓴 속보판에 큼직한 사진들이 주런이 붙어있었는데 거기에는 현이의 사진도 있었다.
현순은 그 사진앞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아니, 자기도 모르게 이끌려갔던것이다.
목에 꽃목걸이를 걸고 약간 수집은듯 하면서도 밝게 웃고있는 사진이였다.
그랬다. 현이는 웃고있었다.
마치도 현순을 반기며 웃고있는듯싶다.
현순은 얼이 빠진듯 사진을 정신없이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문득 현이가 지금 자기를 보는것이 아니라 자기 너머로 공장을 바라보고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순은 저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았다. 문득 눈앞에는 집에 걸린 가족사진이 방불히 떠올랐다.
지금도 사진속의 현순은 누가 보는이 없는 텅 빈 방안에서 만족한듯 웃고있을것이다, 그것이 자기의 행복인듯.
그런데 현이는… 그는 밤이나 낮이나 자기의 땀과 넋이 깃든 공장을 바라보며 웃고있었다.
자기를 그토록 사랑해주고 내세워주고싶어하는 사람들과 언제나 마음속 이야기를 나누며 밝게 웃고있는것이다.
아마 방송선전차에서 로의 시험을 알리는 방송원의 목소리와 힘찬 취주악소리가 울리지 않았던들 현순은 그앞에 못박힌듯 서서 오래도록 자기를 자책하고있었을것이다.
현순은 주물직장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주물직장앞에 다가가니 현장안에서 《성공이다!》하는 사람들의 환성이 터져나왔다. 그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든 현순은 서둘러 현장으로 들어섰다.
온 공장 사람들이 다 모여든듯 현장안은 사람들로 꽉 들어차있었다.
성공의 기쁨에 들떠 저마끔 환성을 지르는 사람들사이를 헤집으며 현순은 앞으로 나갔다.
드디여 앞에 나와서니 불과 두서너메터앞에 현이와 남편 그리고 시험에 관계한 기술자들이 꽃송이와 꽃다발에 싸인채 사람들의 축하를 받고있었다.
현순은 자기도 모르게 꽃묶음을 들고 앞으로 나갔다.
남편의 눈이 둥그래졌다.
지배인도 당비서도 뜻밖이여서 그를 지켜보기만 했다.
현순은 남편에게로가 아니라 현이에게로 다가갔다.
손에 들고있던 꽃묶음을 그의 가슴에 안겨주며 나직이 속삭였다.
《축하해.》
현순은 현이의 두손을 꼭 잡았다.
《고마워.》
현이는 꽃속에서 밝게 웃었다.
(무산광산련합기업소 로동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