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102(2013)년 제3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안 해 성
1
정금은 여느때와 달리 울렁이는 가슴을 달래이며 오빠를 기다렸다. 그럴만도 한 일이였다. 오늘 정금의 오빠인 정남이가 청년절경축행사대표로 추천되였다는것이다.
청년절경축행사대표, 그것도 중학생청년동맹원으로서는 리적으로 단 한명이라니 이 얼마나 가슴벅찬 영광인가.
물론 대표자선출문제가 나섰을 때 선생님들과 학생들, 지어는 마을사람들까지도 군적으로 학과실력이 우수하고 인민군대원호와 중요대상건설지원사업에서도 모범이며 동무들을 돕는 일에도 모범인 정남이가 적임자라고 하나같이 말했었다.
하지만 정작 오빠가 대표로 추천되니 정금에게는 꿈만같이 생각되였다.
(이제 경애하는 김정은원수님을 모시고 기념사진을 찍으면… 참, 오빠는 행운아야.)
생각만 해보아도 흥분으로 하여 심장이 금방 튀여나올것 같아 정금은 눈을 감고서 가슴에 손을 얹었다. 눈앞에서 붉고 푸르며 노랗고 희디흰 색채들이 아롱다롱 색무늬를 이루며 흘러갔다.
환영의 꽃다발인가, 축하의 꽃보라인가…
어느새 왔는지 정남이가 정금의 손을 잡았다.
《눈을 지그시 감고서 무슨 생각을 하니?》
정금은 생긋 눈웃음을 지으면서 오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훤칠한 키에 순진한듯 하면서도 지혜가 엿보이는 큰 눈, 처녀처럼 흰 살결에 덧이를 살짝 드러내면서 짓는 정겨운 미소…
여겨볼수록 의젓하고 름름하게 생각되는 모습이였다.
《나?… 오빠의 소식을 듣고서 기뻐하실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을 그려보았어. 정말 우리 가정의 영광이야.》
《네가 비행기를 태우는구나. 그래 내가 그런 영광을 지닐 자격이 있다고 생각되니?》
정남은 웃음을 거두며 심중한 눈빛으로 물었다.
(헛참, 어련할라구. 조직의 추천이고 대중의 의사인데…)
언뜻 정금의 머리에는 아버지가 자기들오누이에게 자주 하시던 말씀이 떠올랐다.
《사람에게는 그가 사회에 필요한가 필요하지 않는가에 따라 삶의 가치가 규정된단다.
사회의 버림을 받으면 살아있어도 죽은거나 다름없는 치욕속에서 생을 보내게 된단다.》
아버지의 말씀대로 한다면 오빠는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라고 말할수 있지 않겠는가.
정금은 할깃 눈을 흘기며 말했다.
《난 잘 모르겠어. 음… 아버지에게 물어봐요.》
정남은 머리를 끄덕이면서 저 멀리 우줄우줄 솟아오른 산발들을 바라보았다. 오빠의 눈길을 따라서던 정금의 가슴이 찌르르해왔다.
저수지공사에 필요한 장석보장을 위해 집을 떠나 깊은 산중에서 모든것을 바쳐가는 아버지가 저 산발 어디엔가에 계실것이다. 언제인가 정금은 아버지에게 이렇게 물은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무엇때문에 집을 떠나 깊은 산속에서 일을 하시나요?》
《정금이와 오빠를 위해서지.》
《피, 거짓말. 어머니는 아버지가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고 했어요.》
《나라를 위하는 일이자 가정을 위한 일이란다.
나라가 부강해야 너희들도 행복하게 살수 있거던.》
그후부터 그들오누이는 아버지가 그리워질 때이면 함께 손목을 잡고서 과수원언덕에 올라 운무에 휩싸인 산발을 오래도록 바라보군 했다.
그러면 이상하게도 가슴에 따스하고도 포근한 그 무엇이 안겨들군 했다. 애무의 손길같은 살뜰한 귀속말같은… 정녕 지심깊이 뿌리박고 태고연히 솟아있는 저 산발은 그들에게 잊지 못할 아버지의 모습처럼 느껴졌다.
언제인가 정금은 이런 일기글을 남긴적이 있었다.
…
우리 가정에 있어서 아버지는 항상 그리움의 존재였다.
한달치고 겨우 한두번 집에 들어와서는 고작 하루밤 묵어가는 아버지인지라 그럴만도 하였다.
어찌보면 가정생활의 하루하루 그자체가 그리움으로 이어지는듯 했다.
《어머니, 래일엔 아버지가 오시나요?》
《일이 바빠서 다음주 일요일에나 오실것 같다누나.》
다음주 일요일이란 말이지…
그 다음날부터는 마음속으로 셈을 시작한다.
세밤만 자면… 두밤만 자면…
드디여 아버지가 대문을 열며 《정금아, 정남아.》하고 찾는 그때이면 나와 오빠는 《아버지!》하고 부르며 한달음에 달려가 덥석 안긴다.
그런데 요즘에 와서 오빠는 헴든 행세를 하는지 나의 뒤전에서 아버지에게 인사를 하고는 시뭇이 웃기만 한다.
그러라지, 둘이 안기면 아버지가 힘들어서 나를 오래 안아주지 못하겠는걸…
나는 오빠가 보란듯이 아버지의 턱에 볼을 비벼댄다. 빽빽한 턱수염이 찔러대는 가려움, 뒤따르는 쾌감.
나는 저녁 잠잘 때까지 아버지곁에서 떨어질줄 모른다. 전에는 잠자리에서도 아버지의 팔을 베고서 한참 속살거리다 잠이 들군 했었는데 하루는 오빠가 이렇게 말하는것이였다.
《정금아, 네가 어리광을 부리며 항상 붙어있으니 어머니는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눌 짬도 없지 않니?》
《내가 있으면 뭐 이야기를 못하나?》
《이렇게도 철이 없다구야.》
오빠가 나의 코등을 꼭 눌렀다.
체, 겨우 한살우지만 오빠래서 존중하니까 항상 가르치려만 들어.
볼이 부어올랐지만 나는 대꾸를 못했다. 생각해보니 오빠의 말이 다 옳았기때문이였다.
우리 어머니.
생활의 마음속 고충을 혼자서 묵묵히 감수하고 이겨내면서도 아버지와 자식들에게는 기쁨과 즐거움만을 안겨주려고 노력하신다. 이런 남모르는 수고를 여겨볼 때면 나는 어머니에게 과연 가정생활의 즐거움이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옆집의 옥이네를 놓고보자. 그의 아버지는 어느 큰 기계공장에서 직장장을 하지만 교원생활에 늘 시간이 모자라 하는 옥이 어머니를 대신하여 때로는 앞치마를 두르고 식사준비도 하고 비가 오는 날 먼저 퇴근하면 우산을 들고 마중도 간다.
그런데 우리 아버지는…
물론 집에 왔을 때는 터밭김도 매고 울바자도 수리하고 숙제검열도 깐깐스레 해주며 때로는 오빠의 썰매도 맵시나게 만들어줄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날은 겨우 하루뿐 다음날이면 아버지는 우리에게 아쉬움을 남기고 떠나가서는 날마다 그리움을 뭉쳐놓는다.
《씨, 아버지는 집이 싫은가봐.》
내가 이렇게 토달거리면 어머니는 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이렇게 말하군 한다.
《그래서 아버지지, 가정보다 나라를 더 위하는…》
이처럼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절대적이고도 헌신적이였다. 하지만 헌신이 곧 행복은 아니다. 어느책에선가 보니 가정의 행복은 정에 있고 정은 무릎을 마주해야 두터워진다고 했었다. 그런데 우리 어머니의 론리는 이와 좀 다른데 그리움의 크기는 정의 무게라는것이다. 물론 그럼직한 론리이고 우리 오누이의 마음도 그와 다를바 없었지만 나는 때때로 아버지가 없는 설음을 당할 때마다 서운함을 누를길 없군 한다.
어느해 학교에서 진행된 체육경기때의 일이다.
사람찾아달리기에 나선 나는 우리 조에서 제일 먼저 달려가서 표를 뽑아쥐였다. 그런데 일이 안될라는지 표에는 《아버지를 찾아 함께 달리시오.》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한순간에 맥이 탁 풀려나서 나는 움직일념을 못했다. 뒤떨어졌던 동무들이 나의 옆을 휙휙 지나쳐서는 목이 터져라 자기와 함께 달릴 사람들을 불렀다. 허나 나에겐 불러본대야 달려와줄 아버지가 이 마당에 없었다.
불시에 설음이 울컥했다.
어머니가 달려왔다.
《왜 그러느냐. 누구를 찾아야 하게?》
《아버지…》
저절로 쏟아지는 이 말과 함께 야속함이 가슴에 솟구쳤다.
《멀리 있는 아버지를 어떻게 찾겠니? 나와 함께 달리자.》
어망결에 몇걸음 어머니를 따르던 나는 다리를 벋치며 멈춰섰다.
《체, 어머니가 뭐 아버지나요? 망신스레…》
이럴 때 어떤 사람이 우리 있는데로 다가왔다.
《정금아, 왜 그러느냐? 어서 뛰여야지.》
누군가 하여 머리를 들던 나는 깜짝 놀랐다.
뜻밖에도 리당비서아저씨가 기대어린 눈빛을 하고 나를 내려다보고있지 않는가.
《저… 아버지를…》
나는 말끝을 흐리였다. 리당비서아저씨는 머리를 끄덕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 큰아버진 뭐 아버지가 아니라더냐? 자, 어서 달리자.》하며 리당비서아저씨는 어째볼새가 없이 나의 손목을 잡고 달리기 시작했다.…
그날 리당비서아저씨는 나에게 이런 말을 해주었다.
《정금아, 섭섭하게 생각지 말아. 너의 아버지는 자신보다도 나라를 위해 생을 바치는 사람이란다.
그래서 사람들이 모두다 너의 아버지를 존경하는것이고… 물론 나도 너의 아버지를 무척 존경한단다.》
그 한마디 말에 아버지에 대한 나의 고까움은 봄물에 눈송이 녹듯 사라져버렸다. 누구나 존경하는 나의 아버지… 바로 여기에 그 누구도 느껴볼수 없는 아버지에 대한 우리 가정의 긍지가 있는것이 아니랴.…
이처럼 처음에 정금이 오누이는 가정생활에 아주 무관심한 아버지에 대해 고까움도 있었고 원망도 했었다. 하지만 흐르는 세월은 그들에게 가정보다 앞서 나라를 위하는 아버지의 고상한 정신세계에 대한 리해를 주었고 공감을 안겨주었던것이다.
이윽토록 산발을 바라보던 정남이가 눈길을 돌리며 먼저 침묵을 깼다.
《아버지가 보고싶구나.》
《나도 아버지가 보고싶어 막 죽겠어. 참, 아버지에게 오빠의 이 기쁜 소식을 빨리 알려주자. 아마 기뻐서 춤을 덩실덩실 추실지도 몰라.》
그들오누이는 손목을 잡고서 집으로 향하였다.
2
기다리던 아버지가 집에 돌아왔다. 그런데 아버지의 안색이 밝지 못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가?)
정남이와 정금이는 긴장되는 마음을 안고 아버지를 주시했다. 정금의 아버지 강경민은 아무말없이 자기가 산을 내리면서 뜯은 만문한 젖풀을 오누이가 아글타글하며 기르는 수십마리의 토끼에게 골고루 나누어주고서는 한참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방안에 들어가서도 자식들이 받은 표창장들을 이윽토록 들여다보다가 자기앞에 오누이를 불러앉히였다.
《정남아, 내 오늘 산에서 내려오는 길로 너의 학교청년동맹조직과 군청년동맹위원회에 찾아갔댔다. 가서…》
경민은 말을 잇기가 힘든듯 갑잘랐다. 볼편이 깊숙이 패인 길쑴한 얼굴에 괴로움같은것이 비껴있었다.
《청년절경축행사 대표로 추천된 널 보류시켜달라고 제기했단다.》
너무도 뜻밖의 말에 정남이와 정금은 깜짝 놀랐다.
《그… 그건… 어째서 말입니까?》
한순간에 얼굴이 흑빛으로 변한 정남이가 떨리는 소리로 물었다.
《우리 가정은… 그런 값높은 영광을 받을 자격이 없어서이다.》
경민은 머리를 떨구면서 한숨을 길게 내쉬였다.
정금은 가슴이 저절로 격동되여옴을 느끼면서 아버지의 손을 잡았다.
어쩌면 아버지가 일생에서 두번다시 없을 아들의 영광을 막는단 말인가. 무엇때문에 아버지는 오빠가 행사에 참가할 자격이 없다고 하는것인가?
《아버지, 오빠는 중학생들중에서 군적으로 가장 모범적인 청년동맹원이예요. 이건 온군이 인정하는거란 말이예요. 그런 오빠가 행사에 참가하지 못한다면 대체 누가 갈수 있단 말이예요?》
경민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여물었다. 깊숙이 빨아 내부는 담배연기가 공간을 타고 느물느물 흘러갔다. 잠간새 담배 한대를 다 태워버린 경민은 꽁초를 재털이에 비벼끄고서야 오누이에게 눈길을 들었다. 피발진 눈가에 막이라도 씌운듯 뿌잇하게 흐려져있었다.
《얘들아, 오늘은 내가 지금껏 너희들에게 숨기고있던 사연을 알려주어야 할것 같다.》
이때 지금까지 나들문옆에서 안절부절하던 어머니가 아버지의 말을 밀막으려 했다.
《여보…》
경민은 안해를 바라보며 머리를 설레설레 저었다.
《아니, 이제는 말을 해주어야 한다고 보오. 이애들도 아버지가 나라에 얼마나 큰 죄를 저질렀는가를 알아야 한단 말이요.》
정남이와 정금이는 어안이 벙벙해서 부모들의 얼굴을 번갈아 살피였다. 경민은 눈시울을 좁히고서 멍한 자세로 한동안 어디인가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쓰라린 과거를 거스르는 마음속 괴로움인가, 그의 눈가에 물기가 배여오르고 말소리는 토막토막 끊기면서 떨리여났다.
…거세게 솟구쳐오르는 불길, 물초롱을 들고서 정신없이 뛰여다니는 농장원들, 탈곡장안에 차고넘치는 낟알타는 냄새…
작업반장의 떡메같은 주먹이 후들후들 떨렸다.
《당신은 자신이 지은 죄로 하여 한생 수치를 느끼게 될거요. 후대들앞에, 조국앞에…》…
《이처럼 조국앞에 엄중한 죄를 지은 나는 법적제재를 받게 되였단다. 그때 나로 인해서 피해를 본 사람들이 적지 않지. 리당비서동지는 당책벌까지 받았고… 그 리당비서동지가 바로 지금의 우리 군당책임비서동지이다.》
너무나도 뜻밖의 사실앞에서 정금은 온몸을 떨었다.
나라를 위한 일에 그처럼 헌신적이고 희생적인 나의 아버지가… 나의 아버지도 그런 죄를 범할수가 있단 말인가?
그들은 믿을수가 없었다. 앞에는 아버지가 아닌 딴사람이 앉아있는듯 했다. 비록 멀리 떨어져있어도 심장으로 느껴보던 인자하고 웅심깊으며 정에 넘치던 그런 아버지가 아니였다. 가슴속에 허탈감이 찾아들었다.
얼굴이 해쓱해진 정남이가 허청거리며 나들문으로 다가갔다.
《정남아.》
어머니가 정남의 손을 부여잡았지만 그는 손을 뿌리치며 밖으로 나갔다.
《음―》하는 신음소리와 함께 아버지가 가슴을 부여잡았다.
《아버지.》
정금이가 어망결에 소리치는데 어머니가 약을 찾아쥐고 다가왔다.
《정금아, 아버지는… 내가 있으니 빨리 오빠를 따라가보거라.》
정금은 헐금씨금 길에 나섰다. 오빠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어둠이 깃들기 시작한 길에는 사람들 몇이 오갈뿐…
(오빠가 어디에 갔을가.)
방향없이 허둥거리던 그는 문뜩 걸음을 멈추며 과수원쪽을 바라보았다.
(혹시?…)
생각처럼 정남은 과수원에 있었다. 아버지가 그리워질 때마다 오르군 하던 나지막한 언덕. 정남은 거기서 저 멀리 륜곽적으로 어슴푸레 안겨오는 산발을 바라보고있었다. 정금의 가슴이 찌르르해왔다.
오빠가 지금 얼마나 괴롭겠는가.
정금은 오빠에게 다가갔다.
《오빠.》
오빠의 볼이 눈물로 하여 번들거렸다. 하지만 생각밖에 눈빛은 온화했다.
정남은 누이동생을 물끄러미 여겨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정금아, 여기에 오르니 내가 언제인가 지었던 작문구절이 떠오르는구나. 그때 난 이렇게 썼지.
우리 아버지는 영웅이다. 앞가슴에 금별메달을 번쩍이는 아버지를 대할 때이면 나는 자부를 느끼군 한다.…
내가 쓴 작문을 보고 동무들과 지어는 선생님까지 깜짝 놀랐단다.
너의 아버지가 정말 영웅인가고 물을 때 나는 아무 꺼리낌없이 옳다고 대답했지. 나를 보는 눈길들이 달라지더구나. 아마 그러길 바래서 엉뚱한 거짓말을 했는지도 모르지.
그날 저녁 어머니가 노했지. 어머니는 방비손잡이로 나의 엉치까지 치면서 누가 거짓말을 하라고 했는가, 이젠 얼굴이 뜨거워서 어떻게 사람들을 대하겠는가 하면서 야단을 했지. 나는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도 이렇게 말했지.
영웅관리위원장인 큰아버지는 무엇을 하나 해도 나라부터 먼저 생각하고 나라를 위해서 모든것을 다 바치려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 애국자이고 영웅이라고 말했다, 어머니는 항상 말하지 않았는가, 아버지는 가정보다도 나라를 더 위하는 사람이라고, 그래서 나는 우리 아버지가 영웅이라고 생각했다. 그러자 어머니는 나를 붙어안고서 눈물을 흘리더구나. 그날 밤 아버지는 내가 쓴 작문을 보시며 혼자소리로 이렇게 말하더구나.
〈정남아, 이 아버지는 나라에 죄를 진 사람이란다. 하지만 영웅처럼 살기 위해서 모든것을 다하겠다.〉
나는 잠결에 아버지의 말을 들었지. 그다음부터 나는 보다 새로운 눈으로 아버지를 보게 되였단다.
정금아, 나는 아버지를 탓하지 않는단다. 오늘에 와서 진실을 명확히 알게 되니 아버지의 헌신과 량심이 더욱 가슴뜨겁게 안겨오는구나. 난 아버지의 마음을 리해하고 아버지의 의향을 따르겠다.》
이때 흐느낌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보니 아버지와 어머니가 뒤에 서있었다. 오누이에게로 스적스적 다가온 경민은 정남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정남아, 이 아버지를 리해해주니 고맙다. 나도 아들을 영광의 자리에 내세우고싶다. 하지만 청년절경축행사가 어떤 행사냐?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 몸소 발기하시고 친히 불러주신 우리 청년들의 가장 큰 영광의 자리가 아니냐. 이런 행사에 떳떳한 마음으로 아들을 내세울수 없는 이 아버지를 용서해다오.》
그리고나서 아버지는 집을 향하여 허청이는 걸음을 옮겼다.
정금이와 정남이는 저도 모르게 솟구치는 련민의 정을 안고 아버지의 뒤모습을 바라보았다.
3
아버지가 돌아간 다음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집으로 들어서던 오누이는 깜짝 놀랐다. 뜻밖에도 군당책임비서동지가 먼저 들어온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고있지 않는가.
《물론 깨끗한 마음으로 당을 받들려는 동무의 심정은 리해됩니다. 하지만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 동무가 이렇게 위축되여 생활한다는것을 아신다면 얼마나 가슴아파하시겠소.》
경민은 흠칫 몸을 떨었다.
《위축되다니요. 그건 무슨 소리입니까? 당에서는 죄많은 이놈을 하나 차별없이 대해주었습니다.
괴로울 때면 정을 주고 지쳐 쓰러질라면 힘과 용기를 주어서 일으켜주었습니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잘한 일이 있으면 크게 평가하여 내세워주었습니다. 난 내가 하고싶은 일을 다 하면서 산단 말입니다. 또 우리 애들도 남부럽지 않게 마음껏 배우면서 행복을 누리고있습니다.》
책임비서는 흥분한 경민을 잠시 여겨보다가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그렇다면 어째서 정남이가 청년절경축행사에 참가할 자격이 없다는거요? 정남이가 누구나 쉽게는 받을수 없는 영광을 지니는것이 그래 한두사람의 주관에 의해서 결정되는 문제요?… 말이 난김에 더 합시다. 동무는 어째서 입당청원을 하지 못합니까? 그것도 자격이 없다는 자체모순이겠지요?》
《저… 그건… 그것은…》
경민은 당황하여 어쩔줄을 몰랐다. 책임비서는 그러는 경민의 손을 꼭 잡았다.
《나도 알고있습니다, 경민동무가 오래전부터 입당청원서를 가슴에 품고 당을 받드는 길에 모든것을 다 바쳐가고있다는걸. 경민동무는 자기의 체험을 통하여 알것입니다, 어머니 우리 당은 자식의 허물 탓하지 않는다는것을.
내 시간이 가더라도 이 이야기는 해야겠습니다.
소년단창립절경축행사에 참가했던 한 소년단원의 이야깁니다. 그의 아버지는 나라에 엄중한 죄를 짓고 법적제재를 받고있는 사람이였습니다.
대표추천문제가 나서자 일군들은 머리를 흔들었지요. 나라에 죄를 지은 사람, 그것도 현재 법적제재를 받고있는 사람의 자식을 어떻게 영광의 자리에 내세울수 있겠는가. 그럴 때 이 문제를 보고받으신 경애하는 원수님께서는 아버지의 죄를 자식들이 질수는 없다, 아버지가 죄를 지었다고 해도 우리 혁명의 미래들에게는 절대로 그늘을 지어주지 말아야 한다시며 그 소년단원을 경축행사에 꼭 참가시켜야 한다는 크나큰 은정을 베풀어주시였습니다. 하여 그 소년단원은 경축행사에 참가하여 경애하는 원수님의 축복을 받는 최대의 영광을 받아안았습니다.》
경민은 두눈이 커진채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후두두 떨리는 손으로 책임비서의 손을 잡으며 갈린 목소리로 말했다.
《경애하는 원수님께서 한 소년단원의 운명까지…》
책임비서는 정남이와 정금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경민동무, 경애하는 원수님의 품속에서 우리의 미래는 이렇게 찬란한것입니다.
기쁜 소식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오늘 열린 회의에서는 모두의 찬성으로 강정남학생을 청년절경축행사 대표로 추천하였습니다.》
경민의 너부죽한 어깨가 세차게 물결쳤다.
《정말… 보내고싶었습니다. 꿈결에도 뵙고싶은 원수님을… 아들에게 저의 심정까지 합쳐서 보내고싶었습니다. 경애하는 김정은원수님 정말 고맙습니다.》
그는 아이처럼 흑흑 소리를 내여 울었다. 볼로는 눈물이 줄지어 흘렀다.
정금이나 정남이가 처음 보는 아버지의 눈물이였다. 정남이도 울고 어머니도 울었다.
정금이도 자꾸만 쏟아지는 눈물을 훔치며 이렇게 속삭였다.
《경애하는 김정은원수님의 품은 어머니 우리 당의 품.》
4
오빠가 평양으로 떠나던 날 정금이는 일기장에 이런 글을 남기였다.
청년절경축행사 대표들속에는 나의 오빠도 있다.
아, 볼수록 름름하고 의젓한 모습, 환희에 웃고 격정에 눈물짓는 나의 오빠.
온군이 떨쳐나서 대표들을 축하해준다.
영광스러운 이 나라 청년들, 복받은 청년대표들이여…
축하의 꽃다발과 꽃목걸이가 대표들에게 안겨지고 꽃보라가 머리우에 흩날렸다. 환영군중모두가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대표들을 껴안아주고 쓸어주며 하늘공중 목마도 태워준다. 그런데 환희에 들뜨고 환영에 목메인 대표들속에서 유독 오빠만이 길 저쪽으로 서운한 눈길을 자주 돌린다. 아버지가 아직 오지 않았던것이다.
《아버지가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오시겠다고 했는데…》
어머니도 속상하여 길쪽만을 살피신다. 이럴 때 그쪽에서 승용차 한대가 질풍같이 달려와서 우리앞에 멈춰섰다.
차에서 내린 책임비서동지가 우리에게로 곧장 다가왔다.
《정남아, 아버진 지금 폭우피해막이전투를 지휘하고있단다. 내가 내려가자고 했지만 현장을 뜨지 못하겠다누나. 너의 아버지는 바로 그런 사람이지. 섭섭하게 생각지 말아. 자, 이건 아버지가 보낸 편지란다.》
편지를 받아들면서 오빠는 머리를 저었다.
《책임비서동지, 전 섭섭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런 아버지가 있는것을 자랑으로 여깁니다.》
책임비서동지는 의미있는 미소를 지으면서 머리를 끄덕이였다.
오빠는 편지를 펼쳤다.
《정남아, 우리의 삶은 경애하는 김정은원수님의 품에 있고 그 품속에 영광이 있다는것을 나는 심장으로 절감했다. 우리의 삶을 위하여, 우리의 행복한 미래를 위하여 나는 숨이 지는 마지막순간까지 원수님을 받들어가련다.
정남아, 경애하는 원수님께 이 아버지의 몫까지 합쳐 큰절을 올려다오.
세상에서 가장 큰 영광을 받아안은 정남에게 아버지는 축하를 보낸다.》
편지는 짧았으나 글줄마다에서 안겨오는 감동은 너무나도 컸다.
아, 아버지, 자랑스러운 우리 아버지.
오빠와 나는 약속이나 한듯이 저 멀리의 산발을 더듬었다, 찬연한 해빛속에 자기의 자태를 과시하며 련련히 뻗어간 봉우리들을…
(평안남도 숙천군 광명중학교 학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