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102(2013)년 제3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박 윤
대지는 차디찬 바람과 엄혹한 추위에 짓눌려 몸부림치고있었다.
사나운 정월의 눈보라가 협곡의 숲을 물어뜯으며 휘―휘 치솟아올라서는 어둠에 묻힌 캄캄한 밤하늘에 산산이 흩어져버린다.
숲도 산도 강도 때 기다려 찾아든 계절의 억센 손길에 몸을 맡긴채 괴롭게 신음하고있다.
아득한 하늘, 차거운 별무리가 고요히 흐르는 깊은 밤.
눈보라가 배회하는 광막한 대지를 누비며 위장망을 친 야전승용차가 조용히 달리고있었다. 늦은 저녁 전선동부에서 떠나 전선중부로 향하는 눈비에 젖은 진록색군용차였다.
최고사령부 작전지휘성원인 최진성장령은 지금 앞자리에 앉으신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정일동지를 생각깊은 눈길로 우러르며 마음을 진정하지 못하고있었다.
평양을 떠난 때로부터 벌써 여러날째 밤잠과 끼니를 번지시며 전사들속으로 끊임없는 전선시찰의 길을 이어오신 장군님께서 이제 또 전선중부의 련합부대를 찾아 먼 밤길을 달리고계시는것이였다.
최전연의 눈덮인 산발과 얼음깔린 전호가를 쉬임없이 걸으시며 언제한번 젖은 신발을 말릴새도 없이 때로는 줴기밥으로 끼니를 에우시고 때로는 쪽잠으로 겹쳐드는 피로를 이겨내시며 선군혁명령도의 길에서 불면불휴의 나날을 보내고계시는 장군님이시였다.
지금도 최진성은 장군님의 젖은 야전복자락을 아픈 마음으로 바라보면서 자주 손목시계에 눈길을 가져갔다.
군용차안에서 잠시라도 눈을 붙였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이 그의 가슴에 차올랐으나 장군님께서는 빛나는 눈길로 줄곧 최고사령부에서 작성한 중부지구 련합부대의 실태자료를 들여다보시는것이였다.
군용차가 흔들릴 때마다 그이께서는 가볍게 머리를 드시고 피곤에 몰린 눈으로 차창밖을 일별하군 하시였다.
전조등빛에 흩날리는 눈보라사이로 보초병처럼 서있는 리정표가 안겨들었다.
《가만 진성동무, ○○련합부대가 이 근방에 주둔하고있지요?》
장군님의 청청하신 음성에 최진성은 자세를 바로했다.
《그렇습니다, 최고사령관동지. 이제 산굽이를 돌아서면 련합부대지휘부로 들어가는 갈림길이 나집니다.》
장군님께서는 얼핏 시창앞을 내다보시였다.
《음… 부대들이 겨울철훈련에 몹시 바쁘겠구만!》
《예, ○○련합부대는 지금 아슬령을 극복하는 기동훈련을 준비하고있습니다.》
장군님께서는 가볍게 머리를 끄덕이시였다.
《아슬령… 아슬령은 몹시 험하지. 전쟁때 보병들도 넘기 힘들었었지.…》
김정일동지께서는 혼자소리로 조용히 뇌이시고나서 펼쳐드셨던 문건철을 덮으시였다.
그이께서는 눈바람이 울부짖는 차창밖의 얼어붙은 검은 산발들을 이윽토록 바라보시였다.
회백색눈보라는 사나운 태풍에 쫓기는 놀란 새무리마냥 길녘의 헐벗은 겨울숲에 내려앉았다가는 다시 힘차게 치솟아올라 검푸른 하늘가로 가뭇없이 사라져버린다.
《눈보라가 참 장쾌합니다. 례년에 보기 드문 강추위라는데 이런 혹한속에서도 훈련길에 오른 우리 군인들이 장합니다.
우리 장갑보병들이 수고가 많겠습니다.
진성동무, 이왕 가는 방향인데 우리 이 련합부대에 들렸다 가는게 어떻소?》
김정일동지께서는 최진성을 친근한 눈길로 바라보시였다.
최진성은 주춤하며 몸을 조금 일으켰다.
《최고사령관동지, 래일 첫 아침부터 일정이 긴장하게 물려있는것만큼 조금이라도 쉬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최진성의 절절한 음성에 장군님께서는 잠시 말씀이 없으시였다.
최진성은 내친 걸음에 속생각을 죄다 터놓기로 결심하였다.
《장군님, 조금이라도 눈을 붙이십시오. 전사들이, 인민들이 저희들을 용서하지 않을것입니다.》
최진성의 간절한 목소리에 김정일동지께서는 겸허하신 표정을 지으시고 가볍게 미소하시였다.
《수고야 최고사령부 작전지휘성원들이 더하고있지.… 동무들의 성의를 모르는게 아닙니다. 하지만 진성동무, 동무야 전연군단에서 복무했는데 우리 마음을 잘 알지 않소. 우리 인민이 수령님의 유훈을 새기고 고난의 행군을 하고있는 때에 무슨 휴식이 따로 있겠소. 이 야전차가 나의 집무탁이고 집무실인셈입니다. 우리 전사들이 있는 곳이 곧 나의 집입니다. 나는 전사들속에 있을 때가 제일 마음이 편하고 피로도 다 풀립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허리를 펴시고 차창너머 먼 하늘가를 바라보시였다.
《우리의 용감한 타격집단 장갑보병들이 험한 령을 처음 넘는다는데 마음이 놓이지 않누만.…
위대한 수령님을 모시고 전후에 이 사단을 찾았던것이 어제같은데 벌써 많은 세월이 흘렀습니다, 많은 세월이…》
김정일동지의 회억에 잠기신 숭엄한 목소리가 최진성의 가슴을 흔들었다.
《?!…》
《하늘이 미여지게 진눈까비가 쏟아져내려 앞을 가려보기 힘들고 눈석임물에 발이 푹푹 빠지던게 기억됩니다. 작전지휘실에서 밤늦게까지 군건설문제를 토의하신 수령님께서는 작전대앞에서 쪽잠에 드셨다가 새벽녘에 밖으로 나오시였습니다.
수령님께서는 그날 창밖에 총대처럼 서있는 한 군인을 발견했습니다. 눈을 하얗게 뒤집어쓴 그 군인을 보자 수령님께서는 놀라시며 서둘러 다가가시였습니다.
우리가 알아보니 그 병사는 수령님의 신변이 걱정되여 밤새 스스로 교대없이 작전실 보초를 선 평범한 분대장이였습니다.
수령님께서는 그를 품에 꼭 껴안고 언손을 비벼주시며 갈리신 어조로 말씀하셨습니다.
〈이보우, 동무들! 그래도 우린 따뜻한 방에서 눈을 붙이고있었는데 이 동무는 최고사령관이 걱정되여 밖에서 밤을 새웠단 말이요.〉
수령님께서는 그 분대장의 솜옷에 덧쌓인 눈을 털어주고 솜신도 만져보시다가 군인들의 신발의 솜이 얇다고 걱정하시였소.…
그때 수령님께서 입으셨던 눈비에 푹 젖은 색날은 야전외투가 지금도 눈에 삼삼합니다. 최전연초소들을 돌아보시느라 언제 마를새 없었던 그 포연에 그슬린 야전외투가 말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문득 말씀을 끊으시고 사색에 잠기신 눈길을 다시 차창밖으로 가져가시였다.
차창밖에서는 사연많은 눈보라가 울고있었다.
최진성은 숭고한 세계에 잠겨 젖어오는 눈길을 그냥 들수 없었다.
김정일동지의 갈리신 음성이 마냥 그의 심중에 새겨들었다.
《수령님께서 그토록 아끼시던 우리 전사들입니다.
진성동무, 우리가 좀 힘들더라도 전사들속으로 갑시다. 사실… 그곳엔 내가 꼭 알아보아야 할 한 젊은 군인이 있소. 그 군인의 생활을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전에는 내가 발편잠을 잘수 없을것 같소. 천리길을 에돌더라도 가야 하오!》
《?!…》
(장군님의 뜻깊은 말씀… 꼭 알아보시려는 군인… 그는 누구인가?…)
격정에서 깨여난 최진성은 한순간 최고사령관동지를 몸가까이에서 보좌해드리는 자기 사업의 빈 구석을 찾아보게 되는것 같아 다소 마음이 무거워졌다.
야전승용차는 언 대지를 짓이기며 사나운 눈보라를 뚫고 살같이 달리고있었다.
×
눈보라의 세찬 흐름은 련합부대지휘부가 자리잡고있는 깊은 골짜기를 온통 뽀얀 은회색장막으로 덮어버렸다.
멀리 도하장부근에서 터진 날카로운 바람이 언땅을 핥으며 마구 불어치자 한겨울의 메마른 숲은 아츠러운 비명을 지르며 불안스레 설레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련합부대지휘부 가까이에 있는 중대교양실과 식당을 돌아보시고나서 부대위병소쪽으로 향하시였다.
얼음이 깔려 번들거리던 도로에는 어느새 눈가루가 수북이 쌓여 몹시 미끄러웠다.
《최고사령관동지, 한참길인데 차를 타셔야겠습니다.》
건장한 체격에 진중한 눈매의 련합부대지휘관이 장군님의 앞을 막아나섰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를 가볍게 만류하시며 눈가에 따뜻한 미소를 지으시였다.
《일없습니다. 사단장동무, 혹한속에서 우리 군인들이 오늘 훈련에 지쳤겠는데 차소리가 나면 잠을 설칠수 있습니다.》
젊은 장령은 그이의 말씀에 충격을 받은듯 그 자리에 우뚝 굳어져 뒤따르는 최진성을 돌아보았다. 최진성은 말없이 그의 팔을 잡고 서둘러 김정일동지의 뒤를 따라섰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눈보라를 맞받아 깊은 눈길우로 성큼성큼 걸음을 내짚으시였다.
《전번에도 이야기했지만 중대교양실의 탁상교양자료가 인상깊습니다. 우리 전사들이 기특합니다. 이 탁상교양자료를 잘 만들어 인민군대의 각 중대마다 나누어주면 군인교양에 좋을것 같습니다.》
장군님께서는 수행한 총정치국 책임일군을 돌아보시였다.
《해당 부문에 임무를 주어 잘 편집하도록 하여야 하겠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련합부대지휘부청사 가까이에 이르자 숲기슭에 주런이 서있는 진록색장갑차들과 위장망을 친 자행포들을 일별하시였다.
장군님께서는 젊은 지휘관을 돌아보시였다.
《래일 아침 아슬령을 넘을 동무네 타격집단이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최고사령관동지, 어제 저녁에 출발위치를 다 차지하였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한걸음 내짚으시다가 다시 련합부대지휘성원들쪽으로 돌아서시였다.
《참, 이 부대에 리성철이라는 군인이 있지 않소?…
몇해전에 입대했는데 홀어머니가 자강도에서 지방산업공장 초급당비서를 합니다.》
김정일동지의 뜻밖의 물으심에 젊은 장령이 머뭇거리자 뒤에 서있던 정치위원이 정중한 자세로 나섰다.
《최고사령관동지, 우리 련합부대에 리성철군인이 있습니다. 공병중대에서 분대장으로 복무하고있습니다. 성실하고 속이 깊은 군인입니다.》
몸이 다부지고 눈이 어글어글한 중년의 정치위원은 장군님께서 물으시는 군인에 대한 평정까지 하고나서 어째서인지 얼굴이 다소 붉어졌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정치위원을 만족하신 눈길로 바라보시였다.
《정치위원이 아는 군인이고보면 군사복무를 잘하는것 같습니다. 지금 구분대병영에 있습니까?》
《리성철동무네는 중대와 함께 공병척후로 지금 아슬령에 나가있습니다.》
《아슬령… 이 눈보라와 추위속에서 우리 군인들이 수고하겠구만.…》
김정일동지께서는 한손을 허리에 얹으시고 눈을 들쓴 진록색장갑차들이 집결해있는 숲너머 먼 산발을 근심어린 시선으로 한동안 바라보시였다.
《사단장동무, 아슬령의 령길이 험하지요?》
《예, 이번에 길을 새로 낸데다 눈사태까지 겹쳐 기동조건이 대단히 불리합니다.》
눈바람때문인지 허우대가 큰 련합부대지휘관의 담담한 목소리가 가늘게 들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좀 높은 청청한 음성으로 되물으시였다.
《동무들이 이 령을 넘어봤습니까?》
《제가 임명되여서는 처음 맞다듭니다. 기계화부대가 넘게 된것도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 순간 키가 장대한 지휘관이 어쩐지 작아져보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한걸음 물러서시여 그의 아래우를 찬찬히 훑어보시였다.
《어떻습니까? 지휘관들이 자신없어합니까?》
장군님의 의미있는 물으심에 젊은 장령의 얼굴이 저으기 검붉어졌다.
《처음엔 일부 참모부성원들이 주저하며 기동훈련을 며칠 뒤로 미룰것을 제기했지만 제가 일축해버렸습니다.》
《아주 잘했습니다. 길이 험하고 날씨가 궂다고 훈련계획을 뒤로 미룬다는것은 말이 안됩니다. 혁명적군인정신과 거리가 먼 행동입니다.
아슬령은 단순한 전략도로가 아닙니다. 련합부대 선견대로서의 동무네 임무는 대단히 중요합니다. 아슬령을 단숨에 넘어야 합니다. 그래야 놈들의 새 전쟁도발책동을 짓부시는 돌파구를 동무네 련합부대가 열게 됩니다.
기동훈련은 어김없이 래일 아침에 진행되여야 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근엄하신 어조로 찍어 말씀하시고 야전승용차쪽으로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시였다.
그이께서는 야전승용차문을 활짝 열어제끼고 지휘성원들쪽을 돌아보시였다.
《자, 동무들!
다들 차에 오르시오. 왔던김에 우리가 앞장서서 먼저 아슬령을 돌파합시다. 전사들을 찾아갑시다!》
련합부대지휘관과 정치위원이 황급히 달려와 장군님의 앞을 막아나섰다.
《최고사령관동지, 위험합니다. 저희들이 장군님의 말씀대로 무조건 훈련계획을 집행하겠습니다. 마음놓고 떠나주십시오.》
김정일동지께서는 지휘성원들을 쭉 둘러보시다가 따뜻한 미소를 지으시며 명쾌하신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동무들, 일없습니다. 우리 전사들이 가야 할 길인데 뭐랍니까! 전사들을 위한 길이라면 천리라도 만리라도 일없습니다. 전사들이 있고야 이 최고사령관도 있는것입니다.》
…야전승용차가 련합부대지휘부를 벗어나 한동안 눈보라길을 달리기 시작하자 김정일동지께서는 조용히 말씀을 이으시였다.
《나도 동무들의 심정을 리해합니다. 하지만 생각들 해보시오. 우리 수령님께서는 지난 전쟁시기 총포탄이 울부짖는 전선길을 쉼없이 이으시며 전사들을 찾으셨습니다. 다리가 끊어졌을 때는 야전차로 철교우를 달려 최전선의 수안보에 가신 우리 수령님이십니다.
나는 늘 우리가 가는 길이 아무리 험난하다 해도 수령님께서 병사들을 찾아 걸으신 그 전선 천리길을 생각하면 힘이 생기군 합니다.》
김정일동지의 절절하신 말씀에 최진성은 눈굽이 뜨거워났다.
그 진정이 넘치는 심원한 세계를 대하고보니 지나온 모든 격동의 나날들과 사변들이 새롭게 되새겨지는것이였다.
비뿌리는 전호가 전사들의 초소도 찾아주시고 파도치는 갑판에 오르시여 해병들의 손풍금소리도 들어주시고 때로는 폭풍치는 활주로에 서시여 위훈을 세우고 돌아오는 비행사들을 맞아주시는 우리 장군님! 다녀가신 병실마다엔 사랑의 자욱이 있고 전사들의 가슴속에는 령장의 믿음이 차넘치고있다!
정녕 장군님의 하루하루는 전사들을 찾으시고 전사들속에서 기쁨과 행복을 느끼시며 우리의 군인대중모두를 수령결사옹위정신이 꽉 들어찬 일당백의 무적강군으로 키워가시는 뜨거운 헌신의 나날 불멸의 혁명실록의 로정이였다.
최진성은 경건한 감정에 휩싸여 운전사곁에 앉으신 김정일동지를 우러러보았다.
아슬령길에 들어서자 야전승용차는 가끔 얼음길에 지치면서 속도를 죽이군 하였다.
최진성은 긴장된 눈길로 차창밖을 쏘아보았다.
길은 가파롭고 구배가 심하였다. 경험있는 운전사였지만 정신적중압감때문인지 조심성때문인지 차가 밀릴적마다 자주 제동을 걸며 굼뜨게 전진했다. 젊은 운전사는 얼굴이 온통 땀투성이가 되여버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너그러운 미소를 지으시고 운전사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시였다.
《차를 좀 세우라구. 먼길을 달려오느라 운전사동무가 지친것 같구만. 내가 한번 운전대를 잡아보기요.》
당황해하는 일군들을 둘러보신 장군님께서는 밝은 미소를 지으시고 운전사를 억지로 일으켜세우시였다.
《이런 험한 길에서는 담이 있어야 해. 운전도 하나의 예술이지만 정신력이 문제거던!》
김정일동지께서는 운전대를 잡으시자 야전승용차를 뒤로 잠간 후진시켰다가 힘있게 앞으로 내모시였다.
야전승용차는 그이의 손탁안에서 갑자기 산 유기체로 변한듯 활력이 깃들면서 가볍게 달리기 시작했다.
달아오른 바퀴가 언 눈과 얼음을 짓이기는 경쾌한 소음이 주위에 가득찼다.
야전승용차는 가파로운 구배를 가볍게 벗어나 령길을 기운차게 달렸다.
최진성은 처음 야전승용차가 너무 고속으로 달리기때문에 불안을 느꼈으나 여유작작한 미소를 지으시고 운전대를 잡으신 장군님의 산악처럼 굳건한 모습을 우러르자 어쩐지 마음이 든든해지는것을 의식했다.
차창밖으로 검은 숲과 벼랑들이 휙휙 지나갔다.
장군님께서는 한동안 차를 몰아가시다가 몹시 긴장해진 차안의 분위기를 느끼셨는지 한손으로 운전대를 잡으신채 최진성이네쪽을 돌아보시였다.
《난… 가끔 이런 험한 길에서 운전대를 잡을 때면 생각이 많아집니다.…
어떻소? 동무들, 저 길이 우리 혁명의 앞길과 비슷하지 않습니까? 보시오, 저 눈보라와 얼음길, 험한 구배와 천길벼랑을 말이요! 지금 미제를 괴수로 하는 제국주의련합세력은 붉은기를 높이 들고 보란듯이 전진하는 우리 혁명을 고립압살하려고 최후발악을 하고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이 준엄한 혁명의 역풍을 헤쳐나가고있습니다. 이 엄혹한 고난의 강행군을 락원의 행군으로 이끄는 힘이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 수령님께서 총대로 개척하신 우리 혁명을 총대로 완성하는것입니다. 이 선군혁명사상을 틀어쥐고 나는 주체혁명위업을 끝까지 완성하려고 합니다.》
장군님의 뜻깊은 말씀이 최진성과 련합부대지휘관의 가슴을 세차게 흔들었다.
바람이 점차 강해지기 시작했다. 야전승용차는 고르로운 발동소리를 울리며 사나운 눈바람을 뚫고 전진해갔다.
차창앞 검은 산발들이 점점 낮아지는것이 눈에 알렸다.
《동무들! 어느새 령마루가 가까와온것 같소. 마지막구배요.》
멀리 눈보라가 배회하는 검회색산악우로 어두운 강철빛하늘이 내다보인다.
야전승용차가 모지름을 쓰며 험준한 구배를 한참 톺아오를 때 앞쪽에서 불빛이 비치고 영차, 영차 하는 기운찬 소음이 들렸다.
《전사들이 아니요?》
《그렇습니다. 전사들이 눈사태에 막힌 길을 쳐내고있습니다.》
최진성의 대답에 장군님께서는 차를 멈추시였다.
어느새 련합부대지휘관이 군용차밖으로 뛰여나갔다.
《우리 공병척후동무들입니다.》
정치위원이 장군님께 보고드리였다.
《그래? 우리 성철이네들이 련합부대의 앞길을 여느라 밤을 새우고있구만!》
김정일동지께서는 야전승용차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시였다.
사나운 눈바람이 장군님의 야전복자락을 세차게 흔들었다.
눈사태에 막힌 길을 쳐내고있던 여러명의 전사들이 격동에 젖어 달려왔다.
목이 성큼한 하사가 흥분하여 덤벼치며 규정대로 영접보고를 드리자 전사들은 만세를 부르며 경애하는 장군님을 우러렀다.
《수고합니다, 동무들!
그래 차가 지나갈수 있겠소?》
장군님의 친근한 물으심에 목이 성큼한 하사가 앞으로 나섰다.
《최고사령관동지, 령마루가 가까와서 바람이 세찹니다. 자주 눈사태가 내립니다. 저희들은 밤새 벌써 세번째로 눈사태를 쳐내고있습니다.
길이 미끄럽습니다, 장갑차라면 몰라도. 안됩니다!》
그러자 얼굴이 추위에 언 전사들이 한몸이 되여 장군님앞을 막아나섰다.
《장군님, 위험합니다!》
《허허, 동무들! 일없습니다. 우리 군인들이 지켜선 길인데 뭐랍니까! 함께 진격로를 열어갑시다.》
야전승용차가 눈사태를 쳐낸 구배길에 들어서자 령바람이 터진듯 주위는 눈보라의 은회색장막에 잠겨버렸다.
야전승용차의 바퀴는 공회전을 하며 얼음길을 물어뜯었으나 경사가 급하여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이윽토록 그 모습을 지켜보시던 장군님께서는 전사들과 함께 몸소 차에 다가가시여 어깨를 들이대시였다.
일군들이 만류하였으나 장군님께서는 미소를 지으시고 전사들과 한덩어리가 되여 차를 미시였다.
《동무들, 어디 우리가 이기나 눈보라가 이기나 봅시다! 자, 힘들을 내시오!》
최고사령관과 전사들이 한몸이 되여 힘을 쓰자 묵중한 야전승용차는 가파로운 령길로 움씰움씰 오르기 시작했다.
장군님께서는 땀발이 선 얼굴을 드시고 곁에서 말없이 힘을 쓰고있는 련합부대지휘관을 돌아보시였다.
《부대장동무, 우리가 와보길 잘했습니다. 오늘 밤은 참 인상깊소. 여기가 그중 구배가 심하고 경사가 급한것 같은데 길을 갈 지자로 더 넓게 내는게 좋겠소. 장갑차들은 일없겠지만 후방차들은 고생할것 같소!》
《대책을 세우겠습니다, 최고사령관동지!》
자책감에 젖은 장령의 목소리였다.
령마루가 가까와오고있었다.
×
거세찬 광풍이 령마루에 눈가루를 사정없이 몰아왔지만 바위를 등져서인지 모닥불은 제법 기세좋게 타올랐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모닥불가에 전사들과 함께 앉으시여 미더운 눈길로 그들을 바라보시였다.
《다들 얼었구만! 부대의 진격로를 내느라 밤새 수고가 많았소. 동무들, 그러나 얼마나 보람이 있는가.
이런 새벽은 일생의 기억에 남는거요.
가만 진성동무, 차에 가서 뭘 좀 가져오우.
벌써 날이 밝으려는데 전사들과 함께 식사라도 한끼 나누고 갑시다. 다들 출출할거요!》
최진성은 정치위원과 함께 급히 야전승용차로 뛰여갔다.
장군님께서는 일군들이 날라온 야전식사함을 여시고 전사들을 가까이로 부르시였다.
《자 전사동무들, 속이 출출할 땐 이 줴기밥이 꿀맛이요. 항일투사들은 한홉의 미시가루를 나눠먹으면서 혁명의 붉은기를 지켰소. 수수한 야전식사이지만 함께 들자구.》
최진성은 장군님을 모시고다니는 전선시찰의 길에서 늘 익숙해왔지만 토장과 몇쪼각의 절인 오이가 들어있는 그 소박한 줴기밥을 보느라니 눈굽이 뜨거워났다.
그것이 천하를 뒤흔드는 천출명장의 례사로운 야전식사였다.
이제 장군님께서는 이 줌안에 드는 줴기밥으로 아침을 때시고 또 먼 최전연길로 떠나시는것이다.
최진성은 손에 든 줴기밥을 전혀 축내지 못한채 모닥불가에 다정히 모여앉아 야전식사를 나누는 최고사령관과 전사들의 모습을 눈물이 핑 도는 시선으로 바라보고있었다.
검소한 야전식사가 끝나자 얼굴이 감실감실한 빨간 령장의 병사가 더운 물이 든 군용물통을 들고 장군님앞으로 다가섰다.
장군님께 물을 부어드리려던 병사의 얼굴에 갑자기 당황한 표정이 떠올랐다.
《왜 그러나? 병사동무!》
《장군님, 방금 끓인 물인데 좀 식었습니다.…》
병사는 울상이 되여 곁에 선 부분대장을 쳐다보았다.
장군님께서는 그냥 군용물통을 받아드시였다.
《물맛이 좋구만! 동무들도 들어보우. 어떻소? 난 이렇게 가슴을 덥혀주는 뜨거운 물을 처음 마시는것 같소, 허허허!》
그것은 혹한에 식어버린 물이였다. 최진성도 그 뜨거운 물을 단숨에 마셔버렸다.
장군님께서는 전사들을 둘러보시였다.
《참 하사동무, 처음부터 묻고싶었는데 동무네 분대장이 왜 보이지 않소?》
《최고사령관동지, 리성철분대장은 아까 령길의 공병작업이 끝나자 도하장가설다리가 걱정된다면서 그리로 떠나갔습니다.》
《혼자 갔소?》
《몇명의 구대원들을 데리고 출발했습니다. 늘 전선시찰을 다니시는 장군님께서 불쑥 여기에도 오실수 있다면서… 분대장동지는 최고사령관동지를 모시는 사업에서는 천분의 일도 빈틈이 있어서는 안된다며 소대장동지에게 보고한 후 서둘러 달려갔습니다.》
《음… 정말 속이 깊은 군인이요.… 참, 내 동무들에게 한가지 좀 물어보기요. 동무네 분대장이 왜 홀로 계시는 고향의 어머니에게 편지 한장 안 쓰나? 벌써 몇해째 말이요.》
그러자 방금 장군님께 군용물통을 드렸던 애어린 병사가 얼굴을 붉히며 한걸음 나섰다.
《저 장군님, 그 비밀은 제가 알고있습니다. 분대장동지는 어머니에게 쓴 편지들을 차곡차곡 접어 배낭밑바닥에 건사하군 합니다.》
《아니, 그건 왜?》
장군님께서는 신기하신듯 병사의 얼굴을 내려다보시였다.
《분대장동지는 입대할 때 장군님께 기쁨을 드릴 큰 공훈을 세워 아버지처럼 영웅이 되기 전에는 집에 편지를 안하기로 결심했답니다.》
《영웅이라?… 허허허, 그 친구 걸작이요. 대단한 걸작이요!
참, 사람두! 그래도 홀어머니가 마음을 쓰게 하면 되나!》
장군님께서는 웃음을 거두시고 련합부대지휘성원들을 돌아보시였다.
《얼마전 자강도를 돌아볼 때 리성철동무의 어머니를 만났댔는데 어쩐지 눈가에 그늘이 져있더란 말이요. 알고보니 아들이 군대에 나간지 몇해가 되도록 편지 한장 없다질 않겠소. 그게 마음에 걸려 성철이의 군무생활을 알아보려 했었는데…
난 혹시나 군대에 나와 집단의 짐이 되지 않나 해서 은근히 걱정했댔소. 진성동무, 그가 바로 전후 눈내리는 작전실앞에서 수령님을 뵈왔던 이 부대 옛 병사의 아들이요. 어쨌든 됐소! 하지만 하사동무, 동무네 분대장에게 전하오. 참된 영웅은 어머니를 잊지 않는다고 말이요.》
《최고사령관동지, 꼭 편지를 쓰도록 하겠습니다.》
장군님께서는 자리에서 일어서시다가 길에서 머뭇거리는 얼굴이 감실감실한 어린 병사를 띄여보시였다.
《그래 병사동무, 또 말할게 있나?》
《그렇습니다, 최고사령관동지!》
장군님의 인자하신 안광에는 너그러운 미소가 실렸다.
《어서 이야기하시오, 병사동무!》
그러자 어린 병사의 눈가에 물기가 번뜩였다.
《장군님, 장군님의 신발이… 다 젖어서 얼었습니다. 모닥불에 말리도록 해주십시오!》
《?!…》
순간 장군님께서는 대답을 못하시고 그 자리에 굳어지시였다.
그이께서는 어린 병사를 한동안 바라보시다가 말없이 품에 꼭 껴안으시였다.
장군님의 젖은 신발!
최진성은 눈굽이 뜨거워졌다. 동시에 장군님을 잘 모시지 못한 죄책감으로 머리를 들수 없었다.
장군님께서는 갈리신 음성으로 천천히 말씀하시였다.
《고맙소. 병사동무, 난 동무가 부어준 물을 마시니 벌써 언속이 다 녹았소. 난 일없소. 천리길을 갈 사람이 언제 신발 말릴새가 있나, 허허허!
나는 전사들속에만 있으면 늘 추운줄을 모르오.
자, 동무들! 그럼 또 만납시다!》
야전승용차는 전사들의 열광에 찬 환송을 받으며 령길을 내려섰다.
새벽이 가까와오면서 눈보라는 점차 머리를 숙이고 날씨가 더 차지기 시작했다.
야전승용차의 옆창에는 성에가 허옇게 불리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뿌잇해진 전조등빛에 비쳐드는 미명의 하늘가를 유심히 바라보시며 사색에 잠기시였다.
험준한 산발들이 우줄우줄 형체를 드러내는것이였다. 겨울은 날을 밝히려고 마지막모지름을 쓰고있었다.
푸릿한 새벽안개속에 얼어붙은 강안이 나타났다.
야전승용차가 도하장부근 가설다리에 들어서서 얼마쯤 달렸을 때였다. 몹시 흔들리던 다리가 문득 굳은 땅처럼 느껴졌다.
최진성은 시창앞으로 몸을 일으켰다. 별안간 그의 눈이 커졌다.
여러명의 군인들이 방금 까낸 얼음우에 세운 가설다리버팀목을 어깨로 떠받들고있는것이 새벽빛과 전조등빛에 우렷이 드러났다.
《저 동무들이 누구요?》
장군님께서도 놀라신듯 몸을 일으키시여 차창으로 바투 가져가시였다.
《공병척후동무들입니다.
맨앞에 다리를 떠받들고있는 동무가 리성철분대장입니다.》
《?…》
사품치는 얼음물우에 김이 문문 나는 솜옷을 입은 눈이 어글어글하고 담차보이는 중사가 버티고서서 왼쪽어깨로 다리를 떠받든채 오른손으로 정중하게 거수경례를 붙이고있었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정일동지께서는 한손을 높이 드시여 엄숙하게 답례를 보내시였다.
야전승용차가 그곁을 지나는 순간 최고사령관과 중사의 눈길이 한점에서 부딪쳤다.
《?…》
《!…》
야전승용차가 도하장가설다리를 넘어서자 흥분한 련합부대장이 몸을 일으켰다.
《최고사령관동지, 차를 세우랍니까?》
장군님께서는 한동안 아무 말씀도 없으시였다.
최진성이 운전사에게 지시를 주려는 순간 장군님께서는 뒤좌석을 돌아보시였다.
《아니… 차를 세우지 마시오.》
《?…》
《나는 방금 리성철동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제는 내 마음이 푹 놓입니다. 고향의 어머니도 기뻐할거요. 이제 훈련이 끝난 다음 저 성철이를 만나줍시다!》
야전승용차안에는 숙연한 정적이 깃들었다.
그 숭엄한 침묵을 깨뜨리며 장군님의 청청하신 음성이 뜨겁게 다시 울렸다.
《우리 전사들! 나는 지금 수령님께서 우리는 전사복이 있다고 하신 유훈의 참뜻을 새겨봅니다.
나는 이런 전사들속에 있을 때가 제일 행복합니다!》
최진성은 머리를 짓수그리고 장군님의 뜨거운
말씀을 마디마디 심중에 새기고있었다.
거대한 대양을 마주한듯 가슴이 넓어지고 격동의 소용돌이가 세차게 일었다.
전사복! 어찌 그렇게 말씀하십니까! 장군님은 천만대군모두에게도, 개개의 평범한 전사에게도 령장이십니다. 해빛이시고 봄빛이십니다!
태양이 천고밀림을 비치일 때 수림의 한그루한그루 나무가 다 그 은정의 빛발을 받아안습니다!
경애하는 장군님, 우리 인민군장병들이야말로 천운으로 최고사령관복을 타고났습니다.
장군님, 장군님의 령군의 나날은 우리 전사들에 대한 헌신과 복무의 나날, 이 땅에 선군혁명령도의 위대한 혁명실록의 대서사시를 아로새기는 투쟁과 사랑의 력사입니다.
그 불멸의 자욱우에 혁명의 수뇌부를 결사옹위하는 무적필승의 철의 대오가 자라나 이 땅을 굽이칩니다. 우리의 강성대국을 총대로 떠받듭니다!…
최진성의 가슴은 뜨거운 화산분화구앞에 선것처럼 마냥 더 달아올랐다.
날이 밝아오고있었다.
눈을 뒤집어쓴 야전승용차는 전선중부련합부대를 향하여, 전사들을 찾아서 힘차게 달리고있었다.
차창밖 저 멀리 연보라빛하늘가에 눈부신 채광이 비꼈다.
선명하게 타오르는 그 겨울노을은 점차 광막한 창공을 붉게 물들이더니 이윽고 온 대지를 덮어버리는것이였다.
더운 겨울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