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102(2013)년 제1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김 대 성
바둑판모양으로 무연하게 펼쳐진 흰눈덮인 벌판을 꿰지르며 질풍같이 내달리는 특별렬차의 차창마다 금빛노을이 비꼈다.
라남의 봉화가 타오르고 그 어디서나 《강성부흥아리랑》의 흥겨운 노래가 울려퍼지고있는 이 땅우에 강성대국건설의 진격로가 열린 새 세기의 첫해가 바야흐로 장엄하게 저물어가고있었다.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장군님을 모신 이 렬차는 동해와 서해지구를 돌아 지금 평양으로 들어가는 길이였다.
년초부터 두줄기의 궤도를 따라 달리는 렬차와 야전차에서 온 한해를 지내보내신 장군님께서는 류다른 감회에 잠기시여 차창을 물들인 저녁노을을 바라보고계시였다.
그이에게도 떠나면 그리운 집이 있고 헤여지면 보고싶은 가족이 있었다. 그래서 달리는 렬차보다 마음은 더 앞서서 평양으로 달려가건만 렬차가 분기역을 가까이 할수록 그에 못지 않게 그리워지는 정든 고장과 정다운 사람들이 눈앞에 얼른거린다.
그것은 다름아닌 가장 어려운 시기에 정든 자강도였고 만날수록 정이 가는 자강도사람들이였다.
평양에서 강계까지는 높은 산과 령을 넘고넘어 거의 천리나 된다. 하지만 장군님의 마음속에 늘 정답게 안겨있는 그 고장은 지척인양 가깝게 여겨진다. 그래서 천리길도 마다하지 않고 자주 찾아가시였고 가시면 떠나고싶지 않으시였다.
하기에 장군님께서는 외국방문의 길에 오르실 때에도 자강도의 책임일군인 현철묵을 데리고다니시며 짬이 생길 때마다 무릎을 마주하시고 어떻게 하면 자강도를 더 잘 꾸리고 자강도사람들을 더 잘 살게 하겠는가를 의논해보군 하시였다.
오죽했으면 로씨야방문을 끝내고 작별을 앞두었을 때 장군님께 현철묵이가 이런 말씀을 올렸겠는가.
《장군님, 저는 이번에 외국방문을 한것이 아니라 경애하는 장군님을 우리 자강도에 모시고 현지지도를 받은것만 같습니다.》
장군님께서는 웃으시며 그랬으면 됐다고, 아무래도 올해에는 자강도에 가볼 시간을 낼것 같지 못하니 내가 자강도에 가본것으로 치자고 말씀하시였다.
현철묵은 큰일이나 난듯이 펄쩍 뛰였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뜻깊은 새 세기의 첫해에 자강도사람들이 장군님을 모시는 영광을 지니지 못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이길로 자강도에 가십시다. 새로 건설한 닭공장이랑 닭내포국집이랑 돌아보시면 외국방문의 길에서 쌓인 피로가 풀릴겁니다.》
이렇게 절절히 말씀드리던 현철묵의 모습을 장군님께서는 잊을수가 없으시였다.
차창에 어렸던 석양이 사라지고 어둠이 깃을 펼 무렵 렬차는 분기역에 들어섰다.
장군님께서는 서기에게 짤막하나 단호한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자강도에 들렸다 가기요.》
×
깊은 밤.
명문고개.
렬차가 고개를 오르는지 아니면 고개를 뚫고나가는지… 기다렸던듯 련이어 나타나는 차굴들. 차굴에 들어설 때마다 차바퀴소리가 북치듯이 높아졌다가는 차굴을 빠져나가면 낮아지고 차창밖엔 달빛이 어린 흰눈의 세계가 신비스럽게 펼쳐지군 한다.
장군님께서는 걸상에 비스듬히 앉으시여 깊은 추억에 잠겨계시였다.
추억은 바닥없이 깊어만 가는데 문득 어디선가 절절하면서도 비장한 노래의 선률이 울려오는것만 같으시였다.
얼마나 준엄한 날이 이 땅에 흘렀던가
…
잊을래야 잊을수 없는 추억을 불러주는 노래소리였다.
…
락원의 길을 여시려 강계를 찾아 몇천리
…
장군님께서는 마음속에서 되살아나는 그 가사에 귀를 기울이시며 무심중 혼자의 말씀을 하시였다.
《이번까지 몇번째던가…》
자강도를 처음으로 찾으신 그때로부터 강행군시기를 거쳐 락원의 길을 확고히 열어놓으신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 정든 고장을 몇번이나 찾으셨던 일들을 더듬어보시였다.
그중에서 제일 잊혀지지 않고 추억속에 생생히 되살아나는것이 첫번째였다.
그해의 겨울은 왜 그리도 추웠던지.… 예전에는 그처럼 아름답던 수도의 밤경치가 불빛없는 어둠속에 묻혀있었다. 어둠속에서 출발한 렬차는 어둠을 헤치며 북으로, 북으로 달리고있었다. 어디를 보나 한치앞도 가려보기 어려운 짙은 어둠뿐… 사나운 눈보라만이 휘몰아치는 이 땅에는 모든것이 얼어붙은것만 같았다.
렬차가 어느 분기역에 들어섰을 때였다.
렬차와 렬차가 쉴새없이 서로 엇갈려 통과하던 이 소문난 역도 괴괴한 정적에 잠겨있었다. 어둠속에 돌처럼 얼어붙은듯 멈춰서있는 렬차들의 검은 자태들… 어느 한 전기기관차의 운전칸에는 희미한 등잔불이 껌벅거리고있었다.
그 희미한 불빛이 얼음쪼각보다 더 차겁고 날카롭게 장군님의 심중을 찌르고 허비는것이였다.
장구한 인류력사에서 등잔불은 언제 생겨났고 전기기관차는 언제 생겨났는가? 어찌하여 60년대에 자기 손으로 전기기관차를 만들어낸 우리 인민이 오늘에 와서 거기에 등잔불을 켜놓지 않으면 안되게 되였는가? 왜 우리 인민은 텔레비죤과 랭동기를 비롯한 전기일용제품들을 갖추어놓고서도 등잔불을 켜놓고 저녁식사를 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였는가.
날로 악랄해지는 적들의 경제봉쇄와 고립압살책동, 해마다 덮쳐드는 엄혹한 자연재해. 그것을 뚫고나갈 방도는 그래 없단 말인가? 설사 하늘이 무너진대도 솟아날 구멍이 있는 법이다. 자기의 운명을 자기 손에 틀어쥔 인민이 동면을 하면서 저절로 봄이 오기를 기다리고있을수는 없었다.
경애하는 장군님께서는 불리한 자연지리적조건으로 인하여 고난의 행군을 남먼저 시작하지 않으면 안되였고 최악의 시련과 난관을 겪고있는 자강도를 먼저 추켜세워 진격의 돌파구를 열 결심을 하시고 이미 한해전에 현철묵에게 자체로 중소형발전소들을 많이 건설하여 전기문제부터 풀데 대한 과업을 주신것이였다.
자강도에 수력자원이 풍부하기때문만이 아니였다. 그곳에는 지난 조국해방전쟁의 가장 준엄했던 시련의 시기에 기계를 뜯어서 둘러메고 최고사령부를 찾아왔으며 갱도에서 총폭탄을 만들어 재진격의 포성을 울린 로동계급이 있었다. 군복을 입지 않은 병사들인 그들은 허리띠를 졸라매면서도 자기들의 전호인 기대앞을 떠나지 않고 식량보다도 일감을 달라고 웨치고있었다.
렬차가 명문고개를 넘어서니 차창밖에 하나, 둘 반짝이는 불빛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전천을 지나 성간을 거쳐 강계로 들어갈수록 그 불빛들은 더 많아졌고 더 밝아졌다. 마치도 맑게 개인 밤하늘에 은하수가 비낀것만 같았다.
그렇다!
여기서는 나라의 생명선을 지켜선 수력발전소들이 타빈을 힘차게 돌리며 붉은 번개를 일으키고있었다. 두껍게 얼어붙은 얼음장밑에서도 장자강은 세차게 흘러가고있었다. 얼음장을 헤치며 봄을 향해, 해빛밝은 락원을 향해 도도히 흘러가고있었다.
장군님께서는 승강구로 나가 문을 활짝 열어제끼시였다.
북방의 사나운 눈보라가 회오리치며 안겨들었다. 하지만 그이의 가슴은 불을 안은듯이 뜨거웠다.
정녕 여기는 대소한의 강추위에도 설설 끓는 고장이였다. 바로 여기서 굴할줄 모르는 억센 인간들이 살고있었다. 혁명적군인정신을 제일먼저 따라배운 로동계급이… 그들을 어서빨리 만나보고싶으시여 그이의 심장은 이토록 세차게 고동치는것이였다.
밤새워 천리 먼길을 달려온 특별렬차는 새벽녘에야 장자강기슭의 자그마한 역구내에 긴 꼬리를 끄을며 지친듯이 멈추어섰다.
장군님께서는 정신이 번쩍 들도록 차겁고 청신한 대기를 한껏 호흡하시며 차에서 내리시였다.
《경애하는 장군님!》
누군가 목메여 부르며 어푸러질듯 다가섰다. 홈에 나와 기다린지 오랜지 눈섭에까지 성에가 허옇게 불리워서 아예 눈사람이 되여버린 현철묵이였다.
《이렇게 추운 날씨에 찾아오실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숙소에 가셔서 푹 쉬시고…》
《아니, 난 지금 강행군을 하고있소. 당장 새로 건설한 중소형발전소들부터 돌아봅시다.》
장군님께서는 렬차행군의 피로를 순간에 날려보내시듯 한손을 저으시면서 수행일군들에게 이르시였다.
《동무들도 나를 따라다니겠으면 신들메부터 바싹 조이시오.》
이리하여 밤새워 천리를 달린 렬차행군은 승용차행군으로 넘어갔다.
현철묵은 도안의 주요대상을 다 돌아보시자면 보름이나 걸려야 한다고 말씀을 드렸지만 장군님께서는 이삼일어간에 다 보자고 하시였다.
긴장한 일정이였다.
역구내를 빠져나간 승용차들이 얼어붙은 장자강을 거슬러올라 강계시내의 중심인 인풍루의 절벽아래서 방향을 돌려 북천을 곁에 끼고 댕기오리처럼 풀려나간 강안도로를 달릴 때였다.
문득 가까이에서 쿵! 쏴! 쿵! 쏴! 하는 흥겹고 박력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장군님, 여기에 띄우개식발전소가 있습니다.》
현철묵이 차창밖을 가리키며 말씀드렸다.
장군님께서는 차에서 내리시여 도로옆으로 다가가시였다. 굽어보시니 이 엄동설한에는 놀라지 않을수 없는 장관이 펼쳐져있었다.
무더운 여름날 한줄기의 소나기가 시원하게 쏟아져내리는듯 푸른 강물이 사품치며 흘러내리는데 그우에 려객선들처럼 일정한 간격을 두고 떠있는 띄우개식발전소들은 승강내기로 신바람이 나서 수차를 돌리며 하얀 물보라를 창공높이 날리고있었다. 알알이 구슬같은 물보라를 맞고있는 강기슭의 버들에는 서리꽃이 만발했다.
수원들도 저마다 경탄을 금치 못했다.
장군님께서는 이미전에 현철묵에게서 받은 보고를 더듬으시며 수원들에게 친히 설명해주시였다.
《저 웃쪽에 대형수력발전소의 방수로가 있다고 하오.
그래서 추운 겨울에도 여기는 강이 얼지 않는다고 하오. 띄우개식발전소들은 이렇게 겨울에도 물이 얼지 않는 합리적인 수력지점에 배치해야 하오.
수령님께서는 이미 오래전에 이런 발전소들을 만들라고 과업을 주셨소.
그런데 일군들이 10년이 넘도록 무슨 설계를 한다, 모형실험을 한다 하고 세월을 보내고있는 사이에 자강도로동계급은 이처럼 실물을 만들어놓고 전기덕을 보고있단 말이요.》
장군님께서는 현철묵에게 이런 특색있는 발전소를 누가 설계했느냐고 물으시였다.
《저 동무입니다.》
현철묵은 띄우개식발전소의 수차옆에 서있는 나이가 지숙한 안경 쓴 사람을 가리켰다.
《박관식이라고 기계공장의 오랜 기술자인데 창의고안명수입니다. 장군님께서 자강도에 중소형발전소를 많이 건설하라고 하신 말씀을 전달받자 저 동무는 이런 발전소를 설계하고 제작까지 맡아서 해냈습니다. 철판이 보장되지 않아 수차날개는 도람통을 짜개서 만들고 발전기가 없어서 페기된 전동기를 개조해서 설치했기때문에 볼맛은 좀 없습니다.》
《그래 여기서 나오는 전기로 무엇을 하오?》
현철묵은 강 건너편에 우뚝 솟아있는 탑식아빠트를 가리켰다.
《저기까지 송전선을 늘이고 로동자들의 살림집들에 조명과 난방을 보장하고있습니다.》
《텔레비죤도 보겠구만.》
《예.》
《그렇다면 만점이요!》
장군님께서는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높이 드셨다.
《발전기에서 전기가 나오면 되는거지 마치자리가 좀 있으면 뭐라오. 이 엄동설한에도 수차들이 씽씽 돌아가니 보기에도 얼마나 좋소.》
장군님께서는 수차옆에서 허리를 굽혀 삼가 인사를 올리는 박관식에게 손을 들어 답례를 보내시고 차에 오르시였다.
《시간이 없어서 저 동무를 만나보지 못하고 가는게 아쉽구만.》
장군님께서는 현철묵에게 박관식의 나이는 몇살이며 고향은 어디며 식구들은 몇이나 되는가를 물어보시였다.
박관식의 고향은 함흥이였다. 조국해방전쟁때 나이가 어려서 군대에 나가지 못하고 아버지가 다니던 기계공장에서 선반을 배우던 그는 전략적인 일시적후퇴시기에 공장과 함께 자강도로 소개되였다. 적들의 맹폭격속에서도 굴간을 파고 기계를 차려놓고 수류탄과 박격포탄을 만들어 전선에 보내준 로동자들가운데 한사람이였던것이다. 그는 자기의 형제들과 자식들도 다 기대앞에 세웠다. 그들을 모두 합치면 30명이 넘는다고 했다.
《그러니 박관식동무의 가정은 자강도로동계급의 전형인셈이구만.》
《그렇습니다. 이번 설명절을 맞으며 로동자예술소조원들의 종합공연을 했는데 박관식동무네 가족이 소합창을 했습니다. 그때 한공장에서 일하는 형제들과 자식들 그리고 나어린 손자들까지 나오니 무대가 꽉 찼댔습니다.》
갑자기 승용차가 속도를 늦추었다.
현철묵이와 이야기를 나누시던 장군님께서는 웬일인가 하여 고개를 드시였다.
진거름을 가득 실은 뜨락또르들이 퉁탕거리고 거름덩이를 실은 썰매를 끌거나 거름배낭을 진 사람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도로를 꽉 메우고있었다.
《아, 이거 오늘이 금요로동일이다나니…》
현철묵은 당황하여 안절부절을 못하고 운전사는 경적을 울리려고 한다.
장군님께서는 운전사에게 경적을 울리지 말라고 이르시였다.
《우리도 인민들과 함께 강행군을 하면 됩니다.
새해농사차비에 모두 떨쳐나섰구만. 역시 자강도사람들의 정신상태가 아주 좋소. 이런 인민들과 함께라면 하늘땅 끝까지라도 갈수 있소.》
장군님께서는 그날 거름운반에 떨쳐나선 사람들때문에 도로상에서 시간이 지체되다나니 점심식사까지 건느시면서 북천에 일떠선 각이한 형태의 중소형발전소들을 빠짐없이 다 돌아보시였다.
《전기난방화된 살림집들도 사회주의맛이 나게 잘 지었소. 참, 박관식동무에게도 저런 집이 배정됐소?》
《예.》
《그럼 그 동무네 집구경을 하고 가기요.》
《장군님, 점심식사시간이 퍼그나 지났습니다.》
《동무네가 건설해놓은 발전소를 보니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구만. 점심을 겸해서 저녁식사를 푸짐하게 할셈치고 집구경까지 하고 가기요.》
현철묵은 하는수없이 장군님을 박관식기사의 집으로 안내해드렸다.
아래목이 따로 없이 골고루 따스한 방바닥을 손으로 짚어보시고 부엌에 내려가 전기로 밥을 짓는 모습까지 보신 장군님께서는 어쩐지 떠나고싶은 생각이 없으시여 다시 방안으로 들어가 이불장과 옷장까지 열어보시였다.
《이것 보오. 박관식동무가 정말 일을 많이 했소. 양복저고리에 훈장과 메달이 가득 달려있구만.》
장군님께서는 기뻐하시며 손수 텔레비죤스위치를 넣으시였다.
《이건 흑백색이구만. 이 좋은 살림집에 어울리지 않소. 전기난방이 된 살림집들에는 천연색텔레비죤을 보내줍시다. 가만, 이건 뭡니까?》
장군님께서는 침대보밑으로 엿보이는 무슨 나무뿌리 같은것을 가리키시였다.
안주인은 당황해서 어쩔바를 몰라했다.
《저… 칡뿌리입니다.》
즐거운 미소가 넘쳐흐르던 장군님의 안색이 흐려지시였다.
《장군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지금은 저런걸 먹지 않습니다. 하도 식량사정이 어려울 때 캐온것인데 버리자니 아까와 약으로라도 쓸데가 있지 않겠나 해서 건사해둔거랍니다.》
안주인은 거의나 울상이 되여서 변명을 하듯 이렇게 말씀드렸다.
장군님께서는 잠시 무거운 침묵에 잠기셨다가 조용히 물으시였다.
《요즘은 식량공급을 어떻게 받고있습니까?》
《저… 제대로 받습니다. 그저 우린 식솔이 많다나니…》
녀인이 갑자르며 중언부언하는데 처녀애들처럼 귀엽게 생긴 두 소년이 환성을 지르며 달려들어왔다.
《아버지장군님!》
애들은 그저 좋아서 인사도 미처 올리지 못한채 장군님의 량팔에 겨끔내기로 매달렸다.
장군님께서 번갈아보시니 쌍까풀이 진 눈매며 오똑한 코며 한쪽볼에 보조개가 박힌것이 신통히도 꼭같이 생겼다.
《이 애들이 쌍둥이가 아닙니까?》
녀인은 화제가 다른 곬으로 돌아간것을 다행스럽게 여기면서 얼른 대답을 올렸다.
《예, 쌍둥이입니다. 이번에도 둘 다 최우등을 했습니다.》
《대단하구나. 공부를 잘해서 할아버지처럼 재능있는 기술자가 되여야 한다. 알겠냐?》
《알았습니다!》
장군님께서는 쌍둥이의 어깨를 다정히 두드려주고 자리에서 일어나시였다.
그날 장자강상류에 건설해놓은 중소형발전소들까지 다 돌아보고나니 밤이 퍼그나 깊어서야 렬차집무실로 돌아오셨다. 장군님께서 현철묵이와 래일 현지지도할 대상들을 토의하시는데 서기가 죽 한공기와 김치가 한접시씩 놓여있는 쟁반을 량손에 들고 들어왔다.
그것을 보고 현철묵은 어리둥절해졌다.
그는 점심 겸 저녁식사를 푸짐히 하자는 장군님의 말씀이 계셨기에 그에 빙자하여 자강도특산물로 저녁식사를 잘 차리도록 미리 조직사업을 했던것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장군님께서 먼저 수저를 쥐시며 말씀하시였다.
《동무가 자강도특산물이라고 하면서 가져다놓은 깜장닭이니 뭐니 하는걸 다 돌려보냈소.》
《예?! 장군님, 저두 주인구실을 해야 할게 아닙니까.》
《그 심정은 알만 하오. 하지만 내가 자강도사람들에게 고기나 알을 가져다주지는 못할망정 그런 대접을 어떻게 받겠소.》
장군님께서는 박관식이네 집에서 본 칡뿌리가 자꾸 눈에 어려 죽 한숟갈도 제대로 넘길것 같지 않으시였다.
《내 자강도사람들이 다시는 식량걱정을 하지 않게 해주겠소. 흰쌀도 해마다 보내주고 앞으로 현대적인 닭공장과 메기공장도 제일먼저 지어주겠소. 자강도로동계급이 전기난방이 된 살림집에서 흰쌀밥에 닭고기와 닭알을 정상적으로 먹을수 있게 해주겠소.》
《장군님, 하지만…》
《그날이 오면 동무가 잡아주는 토종닭을 한마리 먹어봅시다. 그러나 오늘은 자강도사람들이 식량고생을 하고있으니 우리도 죽을 먹읍시다.》
현철묵은 고개를 떨군채 선뜻 수저를 들지 못했다.
《자, 어서 드시오. 그리고 잠간 눈을 붙이고나서 제강소로 나갑시다. 발전소들을 더 많이 건설하여 전기문제를 풀려면 무엇보다 강재와 세멘트가 넉넉히 나와야 하는거요.》
×
경애하는 장군님께서 겹쌓인 난관과 시련을 강행돌파하시기 위해 처음으로 자강도를 현지지도하신 로정은 장장 6천리였다.
그 길에서 위대한 강계정신이 창조되였다.
두꺼운 얼음장밑에서도 줄기차게 흘러내리는 장자강은 이르는 곳마다에서 수력타빈을 힘차게 돌려 온 나라에 밝은 희망을 주고 신심을 주었다. 유서깊은 장자강이 물결쳐흘러가는 곳마다 락원의 봉화, 성강의 봉화가 타올랐고 자강도로동계급처럼 어려운 때일수록 수령의 두리에 더욱 굳게 뭉친 온 나라 인민들은 자력갱생의 마치소리를 높이 울리며 강성대국건설의 활로를 힘차게 열어나갔다.
어디서나 경제가 눈에 뜨이게 활성화되고 거리와 마을이 아름답게 변모되고있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장군님께서는 강계정신이 창조된 자강도를 눈앞에 그려보군 하시였다.
그처럼 어렵던 나날에 정이 든 그 고장을, 정이 든 그 고장 사람들을…
그래서 무엇인가 하나라도 생기면 자강도사람들에게 먼저 보내주군 하시였다.
먼곳에 떨어져있는 자식들, 누구보다 어렵게 살던 자식들을 늘 잊지 못하고 마음을 쓰시는 자애로운 어버이의 사랑이 담겨진 흰쌀과 현대적인 닭공장설비를 실은 수송렬차들이 편성되여 기적을 울리며 명문고개를 넘어갔다. 새 품종의 종자닭알들과 포도나무모를 실은 직승기들이 사랑의 노래를 창공높이 뿌리며 날아갔다. 새 품종의 풀먹는 집짐승들도, 새 품종의 남새종자와 누에종자도 먼저 자강도에로 갔다.
중국방문의 길에서도 장군님께서는 현철묵을 몸가까이 부르시여 닭공장건설이 어느 정도로 진척되였는가를 알아보시였다.
착공한지 몇달이 안되는 사이에 건설이 완공단계에 들어갔다는 보고를 받으신 그이께서는 조업을 하면 닭고기와 닭알이 폭포처럼 쏟아져나올텐데 그건 로동계급에게 공급하면 된다, 그런데 닭고기를 가공할 때 나오는 내포와 부산물은 어떻게 할셈이냐고 물으시였다.
너무도 뜻밖의 물으심이여서 현철묵은 얼굴을 붉혔다.
《그 생각은 미처…》
《그럴수 있지. 현동무, 앞으로 닭공장에서 나오는 내포와 부산물도 굉장한 량일게요. 그걸 가지고 식당을 하나 특색있게 운영하면 강계사람들이 좋아할거요. 대동강기슭에 있는 옥류관처럼 장자강기슭에도 닭내포국집을 멋지게 지으시오. 그러면 강계시의 경치는 또 얼마나 아름다와지겠소.》
현철묵은 새삼스러운 눈길로 사위를 둘러보았다. 여기는 분명 중국의 상해시였다. 그러나 자기는 마치도 조국의 강계시에서 장군님을 모시고 현지지도를 받는듯 한 심정이였다.
그후 로씨야방문때에도 경애하는 장군님께서는 종종 자강도의 실태를 듣군 하시였다. 그러던 어느날 장군님께서는 현철묵에게 강계닭공장의 생산정형을 물으시였다.
《병아리를 깨워 살지우기직장에 넣은지 넉달밖에 안되였지만 벌써 고기와 알이 생산되고있습니다.》
현철묵이 이렇게 말씀올리자 장군님께서는 못내 기뻐하시였다.
《거 대단히 좋은 일입니다.》
《장군님, 강계닭공장 종업원들이 창고에 고기와 알이 차넘쳐 다른 사무실을 림시창고로 쓰는 한이 있더라도 그걸 공급할수 없다고 합니다. 위대한 장군님께서 건설해주신 현대적인 닭공장이니만큼 장군님께서 공장을 돌아보시기 전에는 절대로 낼수 없다는것입니다.》
《그렇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 여기 로씨야에 와있으니 그렇게 하기는 곤난할것 같구만. 우리 대표단의 사업일정은 아직 여러날 더 걸리겠는데 어쩌면 좋겠습니까?》
그이께서는 만족한 웃음을 지으시며 현철묵에게 물으시였다.
《그들의 의향대로 하도록 해주셨으면 합니다.》
《…》
경애하는 장군님께서는 현철묵에게서 눈길을 떼지 않으신채 잠시 생각에 잠기시였다. 새 공장에서 생산한 고기와 알을 처음 공급하는 사업이니만치 의의있게 잘하도록 해야 한다. 이제 며칠 안있어 8. 15를 맞게 되는데 그날을 계기로 고기와 알을 공급해주는것이 의의가 크지 않겠는가. 그렇다. 우리가 푼전을 아껴가며 모은 돈으로 현대적인 닭공장을 건설해준것은 도안의 로동계급의 식생활을 향상시키기 위해서이다.
이제 닭고기와 닭알을 공급받으면 그들이 얼마나 좋아하겠는가. 닭공장종업원들의 심정에 리해는 가지만 공급사업을 지체시켜서는 안된다.
《책임비서동무, 닭고기와 알을 공급하도록 합시다. 8. 15를 계기로 로동자들에게 한사람도 빠짐없이 골고루 차례지게 말입니다.》
《…》
현철묵은 선뜻 대답을 올리지 못하였다. 강계닭공장 종업원들의 심정이자 자신의 심정인것이였다. 위대한 장군님을 도에 또다시 모시고싶고 창고에 차넘치는 닭고기와 알을 보며 기뻐하실 장군님의 모습을 닭공장종업원들은 물론 도내인민들이 뵙게 하고싶었다.
경애하는 장군님께서는 현철묵의 심중을 속속들이 헤아리시며 말씀을 이으시였다.
《꼭 그렇게 합시다. 그러자면 아무래도 책임비서동무가 조국에 갔다와야 하겠습니다. 싼크뜨-뻬쩨르부르그방문을 마치고 다시 모스크바로 오면 비행기를 타고 조국에 가서 강계닭공장에서 생산된 고기와 알이 모두 얼마나 되는지 구체적으로 따져보고 조직사업을 한 다음 다시 비행기를 타고 노보씨비리스크로 오도록 합시다. 도당책임비서동무가 가서 나의 뜻을 전하면 강계닭공장 동무들이 리해할것입니다. 타고갔다올 비행기조직은 내가 하겠습니다.》
《!》
현철묵은 눈굽이 뜨끈하고 온몸이 확 달아올라 이번에도 즉시 《예.》 하는 대답을 올리지 못하였다.
아, 우리 장군님! 그 언제 어디에서도 자강도로동계급과 인민들을 생각하시고 그토록 다심하고 뜨거운 은정을 베풀어주시는 우리 어버이! 이 세상 그 어느 나라 국가수반이 다른 나라 방문중에 로동자들에게 닭고기와 닭알을 먹이기 위하여 대표단의 한 성원을 비행기로 조국에 보내여 필요한 조직사업을 하게 한 례가 있었던가. 동서고금의 력사기록에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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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울 때 맺은 정이여서 이리도 뜨겁고 절절한것인가. 수만리 머나먼 외국방문의 길에서도 늘쌍 마음에 안으시고 그려보시던 자강도. 강행군을 하시며 찾으셨던 3년전 그날처럼 서리꽃이 만발한 이른아침에 렬차는 장자강기슭의 자그마한 외진 역에 들어섰다.
《장군님, 제가 아직 철이 없나봅니다.》
장군님께 삼가 인사를 올린 현철묵의 목메인 소리…
《제가 그때 장군님께 공연한 청을 드렸습니다.
장군님께서 평양으로 달리던 렬차를 돌려세웠다는 련락을 받고서 정말 죄송스러워서…》
장군님께서는 정겨운 미소를 지으시였다.
《동무의 말마따나 내가 아무리 바빠도 새 세기의 첫해에 자강도에 와보지 못하면 되겠소. 자, 어서 닭공장부터 가보기요.》
《우선 숙소에 들려서 식사를 하시고…》
《한가하게 그럴새가 없소. 자, 어서 떠납시다.》
장자강하류의 깊은 산골짜기안에 일떠선 닭공장, 그것은 닭공장이라기보다 현대적인 건축미와 산촌의 아름다움이 뗄수없이 서로 어울린 휴양소같았다. 알낳이직장에서는 연갈색을 띤 닭알들이 흐름식콘베아를 타고 련속 흘러나오고 고기가공직장에서는 내장과 털을 말끔히 뽑은 살진 닭들이 사슬콘베아를 타고 쉴새없이 흘러나온다. 그것은 닭알폭포, 고기폭포였다.
콤퓨터에 의하여 자동조종되고있는 닭공장을 다 돌아보신 장군님께서는 벅찬 흥분에 잠기시여 말씀하시였다.
《정말 볼만 합니다.
수령님께서는 방직이 예술이라고 하셨는데 나는 가금도 예술이라고 말하고싶습니다.》
인민들의 식생활향상을 위해 사색과 탐구를 거듭하시고 막대한 자금을 아낌없이 들여 가금업을 예술의 경지에로 끌어올리신 장군님.
그이께서는 눈앞에 펼쳐진 이 방대한 화폭의 예술작품을 창조한 자강도사람들이 무척 대견하시여 치하를 아끼지 않으시였다.
《닭공장을 휴양소처럼 잘 꾸렸소.
내가 최근에 건설한 현대적인 닭공장들을 다 돌아보았는데 자강도로동계급이 지어놓은 강계닭공장이 제일 멋쟁이입니다. 자체로 건설한 발전소에서 전기를 정상적으로 보내주니 닭알폭포, 닭고기폭포가 쏟아지고있습니다. 명절을 계기로 고기와 알을 공급받고 매우 좋아하였다니 내 마음도 기쁩니다.
참, 닭내포국집도 정상적으로 운영하고있소?》
《예, 하루에 1 000명이 넘는 손님들을 봉사하고있습니다. 대인기입니다.》
《어서 가봅시다.》
승용차들은 산골짜기를 빠져나가 장자강기슭을 따라 비단필처럼 펼쳐진 강안도로로 달리기 시작했다. 금강산이나 묘향산이 보았다면 제 살점이라고 우겨댈만 하게 기묘하게 생긴 벼랑들을 끼고 한굽이 또 한굽이 돌아서니 흥주청년발전소의 언제가 우람한 자태를 드러냈다.
언제우에는 드넓은 호수, 산중의 바다가 끝모르게 펼쳐졌다.
얼어붙은 장자강의 드넓은 얼음판우에는 스케트장이 여러군데나 생겨났는데 체육복을 울긋불긋하게 입은 빙상선수들이 제비처럼 씽씽 날아가고 호케이선수들이 눈보라를 일으키며 백병전을 벌린다. 스케트를 타는 아이들, 썰매를 타는 아이들, 왕성한 체력과 즐거움이 넘쳐나는 장자강이다. 얼음장을 헤치며 락원의 봄을 향해 물결쳐온 굴할줄 모르는 내 조국의 강이다.
장자강과 북천의 합수목에 관서팔경의 하나인 고색창연한 인풍루와 아름다움을 겨루며 새로 일떠선 닭내포국집의 모습이 주변경치와 어울려 또한 절경이다.
합각지붕을 인 고전적인 미와 늄창에 색유리를 넣은 현대적인 미의 결합으로 우아함을 뽐내는 닭내포국집앞에 있는 계선장에는 장군님께서 몸소 선박기술자들을 보내여 무어주신 려객선 《장자봉》호가 장자강에 바다의 풍치를 돋구어주며 떠있다.
장군님께서 차에서 내리시자 드넓은 장자강의 은반우에서는 폭풍같은 만세의 환호성이 터져올랐다. 장군님께서는 뜨거운 격정의 눈물을 쏟으며 목청껏 만세를 부르는 체육선수들과 아이들에게 손저어 답례를 보내주시고 닭내포국집에 들어서시였다.
《닭내포국집을 아주 멋있게 지었소. 창광거리에 있는 음식점들보다 낫소. 평양사람들이 여기에 왔다가는 울고가겠소.》
몸소 주방에까지 들어가시여 가마뚜껑도 열어보시고 내포국밥과 닭발튀기를 비롯한 음식들을 하나하나 보아주시던 장군님께서는 손님들에게 술도 한고뿌씩 주는가고 물으시였다.
《저… 우리 닭내포국집은 뜻이 깊은 식당이여서 손님들이 식사를 정중히 하게 하려고 술은 내지 않습니다.》
녀성지배인의 대답에 장군님께서는 허- 하고 웃으시였다.
《무엇때문에 그러겠소. 식사야 만족하게 해야지.
이 고장에야 유명한 포도술이 있지 않소. 손님들에게 닭내포국과 함께 포도술을 한고뿌씩 받쳐주면 얼마나 좋아하겠소. 나는 그렇게 하려고 새 품종의 포도나무모를 보내주고 강계포도술공장의 능력을 확장하라고 한거요.》
닭내포국집을 나서면 새로 꾸린 청년공원이다.
두개의 커다란 인공호수와 궁륭식다리들과 정각들이 풍치를 돋구는데 동물사에서는 타조들이 흥에 겨워 너울너울 춤을 추고있었다.
청년공원을 지나면 현대적인 기술로 개건확장한 포도술공장이다.
특색있게 꾸린 지하저장고에는 집채같은 참나무술통들이 꽉 들어찼는데 무르익는 포도술의 달콤한 향기가 진동한다. 색갈고운 포도술을 넣은 술병들이 콘베아를 타고 흘러나온다. 구내에 새로 지은 콩우유직장에서는 콩우유가 폭포처럼 쏟아진다.
남천기슭에 있는 편직공장에서는 맵시있고 포근한 각종 뜨개옷들이, 장자강 건너편에 새로 지은 고려약공장에서는 장생불로에 특효인 고려약들이 쏟아져나온다.
장군님께서는 이르는 곳마다에서 거듭 만족을 표시하시였다.
《강계시는 무릉도원이요. 정말 천지개벽을 했소.
자강도사람들이 공장을 잘 꾸리고 경영도 잘합니다. 건설도 잘합니다. 이젠 기계공장들을 돌아봅시다.》
장군님께서 무리하시는것이 걱정스러워 현철묵은 이렇게 말씀드렸다.
《기계공장들은 래일 돌아보시지 않겠습니까?》
《강계시는 돌아보면 볼수록 힘이 생기고 기분이 상쾌해지오. 배고픈줄도 모르겠소. 이게 바로 락원의 행군이라는거요. 자, 어서 갑시다.》
위대한 장군님께서 몸소 열어주신 락원의 행군길에 기계군단이 우렁찬 동음을 울린다.
지난 조국해방전쟁의 가장 엄혹했던 시련의 시기에 맨주먹으로 반공격의 총폭탄을 만들어낸 자강도로동계급이 오늘도 그날처럼 자력갱생의 마치소리를 힘차게 울리고있다.
다투어 불꽃을 날리는 기대들사이로 지나가시던 장군님께서는 한창 작업에 열중한 로동자들속에서 낯익은 모습을 발견하자 걸음을 멈추시였다.
량볼이 붉은 애젊은 청년 두명이 한기대에서 작업하고있었는데 서로의 모습이 한판에 찍어낸 제품처럼 신기할 정도로 꼭같았다.
두 청년은 장군님을 뵙게 되자 제꺽 기대를 멈추고 격정으로 상기된 얼굴로 달려왔다.
《경애하는 장군님!》
동시에 웨치는 그 목소리도 귀에 익으시였다.
장군님께서는 그들이 바로 몇해전에 만났던 박관식기사네 쌍둥이손자임을 알아보시였다. 쌍둥이손자들은 그이께로 가까이 다가와 기계소리를 누르듯 큰소리로 말씀을 올리였다.
《장군님! 저희들은 장군님의 은덕으로 이젠 정상적으로 닭고기와 닭알을 먹고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고개를 깊이 숙여 감사의 인사를 올리는 쌍둥이에게 장군님께서는 손을 드시여 답례를 보내주시였다.
이 순간에 그이께서는 고난의 행군, 강행군을 하시며 덧쌓였던 피로가 일시에 풀리는것만 같으시였다.
×
깊어가는 밤.
장군님께서는 흥분과 격정을 도저히 가라앉힐수 없으시여 렬차집무실안을 천천히 거니시였다.
줄줄이 쏟아져내리는 닭알폭포, 고기폭포, 닭내포국집의 우아한 모습, 저장고에 꽉 들어찬 집채같은 포도주통마다에서 풍겨나던 달콤한 향기… 그 모든것이 눈앞에 얼른거리고 감촉되여서 자리에 누워도 잠이 올것 같지 않으시였다.
기계군단의 우렁찬 동음, 그것을 누르며 더 높이 울렸던 쌍둥이형제의 감사의 목소리도 잦아들지 않는 메아리로 자꾸만 귀전을 맴도는것이였다.
참, 그 애들은 자기들이 이젠 닭고기와 닭알을 정상적으로 먹는다고 하면서 정말 고맙다고 했지.
닭고기와 닭알이라… 하긴 칡뿌리를 먹던 그들이 현대적인 닭공장에서 생산한 고기와 알을 처음으로 먹어보았으니 그렇게 자랑할만도 하겠지. 아까 현철묵동무가 이번 설명절에도 닭고기와 닭알을 공급하겠다고 했었지.
장군님께서는 걸상에 비스듬히 앉으시여 설날에 쌍둥이네 가정에서 펼쳐지게 될 그 즐거운 광경을 그려보시였다.
축복의 꽃보라인양 함박눈이 내리는데 전기난방이 된 아담한 살림집에서는 천연색텔레비죤이 춤노래를 펼친다. 천리 떨어진 평양에서 진행되고있는 학생소년들의 설맞이공연을 보면서 온 가족이 푸짐한 밥상에 둘러앉는다.
매 사람앞에 기름진 통닭이 한마리씩 차례진다.
밥상 한가운데는 삶아서 껍질을 벗긴 하얀 닭알이 무둑히 쌓아져있다. 쌍둥이네 할아버지인 박관식기사가 띄우개식발전소를 설계한 그 재능있는 손에 잔을 들고 방금 맏아들이 부어준 강계포도술을 마시려는데 동생들이 가족을 이끌고 연줄연줄 들어선다. 저마다 손에는 통닭과 닭알꾸레미를 들었다.
박기사네는 형제들까지 다 합치면 공장에 나가는 사람이 30명이나 된다지. 그러니 설명절에 공급받을 닭고기가 60키로요, 닭알은 300알이다.
얼어드는 방안에 등잔불을 켜놓고 칡뿌리를 섞은걸 억지로 먹을 때 그들이 불과 몇해어간에 이렇게 따뜻한 방안에서 천연색텔레비죤을 켜놓고 닭고기잔치를 벌리게 될줄 상상이나 하였을가? 장자강기슭에 일떠선 닭내포국집으로 온 가족이 앞서거니뒤서거니하며 찾아가게 될줄을 꿈이나 꾸어보았을가?
장군님께서는 조용히 미소를 머금으시였다.
그렇다! 고생한 보람이 있다. 그래서 고난의 행군시기에는 상상조차 할수 없었고 꿈조차 꿀수 없었던 그런것이 현실로 펼쳐지게 된것이다.
닭고기와 닭알.
그것을 명절날에나 먹어보게 되는것으로 만족할수 없다. 시련의 나날에 결사관철의 정신으로 당을 받들어온 자강도로동계급의 밥상에는 고기와 알이 늘쌍 올라야 한다. 그러자면 현대적인 닭공장을 또 하나 건설해야 한다. 이왕이면 닭내포국집도 하나 더 지어야 한다. 강계정신이 창조된 이 고장의 모든 살림집들을 다 전기난방화하려면 발전소도 더 건설해야 한다.…
깜박 쪽잠에 드셨던 장군님께서는 천천히 일어나시였다.
인민의 행복을 위해 끝없이 바치고싶은 창조의 열정이 샘처럼 자꾸만 솟구쳐올라 더는 걸상에 앉아계실수가 없으시였다.
얼핏 손목시계를 보시니 벌써 날이 바뀌여 새벽 3시였다.
그이께서는 급히 서기를 부르시였다.
《빨리 출발준비를 갖추시오. 날이 밝기 전에 제강소에 나가야 하겠소. 그래야 오전중에 제강소를 돌아보고 오후에 평양으로 떠날수 있소.》
《알았습니다.》
《현철묵동무는 깨우지 마시오. 오늘 하루종일 나를 따라다니느라 몹시 피곤했을거요. 출발준비가 끝나면 기적을 울리지 말고 조용히 떠나도록 합시다.》
별안간 자기의 몸이 따뜻한 파도에 실려서 어디론가 둥둥 떠가는듯 한 감촉을 받고 현철묵은 눈을 떴다. 정신을 차리고보니 특별렬차는 높은 속도로 질풍같이 달리고있었다.
웬일일가? 어제 저녁 현지지도를 끝마치시고 렬차에 돌아오신 장군님께서는 몹시 만족해하시면서 오늘은 정말 기쁜 날이라고, 오늘은 발편잠을 잘수 있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러시면서 동무도 어서 침실로 가서 쉬라고 하시기에 마음을 푹 놓고 잠들었댔는데…
현철묵은 왜 특별렬차가 꼭두새벽에 출발했는지 종시 알수 없어서 얼른 차림새를 바로하고서 장군님의 집무실로 들어갔다.
장군님께서는 집무탁에 마주앉으시여 물 한고뿌를 놓고 건빵을 드시고계시였다.
3년전의 그날 자강도에 오셨을 때 죽 한공기로 끼니를 에우시며 현지지도를 하시던 장군님의 모습이 눈앞에 되살아나서 현철묵은 불시에 목이 꽉 잠겼다.
인기척을 느끼신 장군님께서는 고개를 돌리셨다.
《현동무구만. 왜 벌써 일어났소?》
현철묵은 가슴속으로부터 뜨거운 불덩이같은것이 자꾸만 솟구쳐서 고개를 들지 못한채 입술만 감쳐물었다.
《나는 자강도로동계급에게 현대적인 닭공장과 닭내포국집을 하나씩 더 지어주려고 결심했소.
그러자니 전기가 더 요구되거던. 흥주발전소와 꼭같은 능력의 중형발전소를 하나 더 건설합시다. 발전소를 건설하자니 세멘트와 강재가 필요하단 말이요. 그래서 제강소에 또 나가보자는거요.》
꾹 다물고있던 현철묵의 입술에서 더는 누를수 없는 격정의 흐느낌소리가 새여나왔다.
《왜 그러오? 아, 내가 건빵을 먹는다고 그러오? 제강소를 돌아보자면 아침식사를 할 사이가 없겠기에 미리 속을 고이자는거요. 동무도 와서 하나 드시오.》
《장군님!》
목메여부르는 현철묵의 얼굴에는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젠 자강도사람들이 고기와 알까지 먹으며 살고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장군님께서는 오늘도 고난의 행군, 강행군을 하십니다. 이해가 저무는 마지막까지 강행군을 하시는분은 장군님밖에 없습니다.》
현철묵은 가슴속에서 소용돌이치는 이 말씀을 종시 드리지 못한채 집무탁에 다가가 떨리는 손으로 건빵을 집어들었다.
불노을이 피여난 제강소를 향하여 렬차는 질풍같이 달리기 시작했다.
주체91(2002)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