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101(2012)년 제12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조 상 호

(제 2 회)

3

 

야전승용차들은 두번씩이나 차에서 내려 눈을 치고 어깨로 밀고 해서야 령마루에 올라설수 있었다. 령마루는 넘어섰지만 사실 위험한 구간은 이제부터였다. 내리막길에서는 아차 하는 순간에 차가 지쳐 굴러내릴수 있기때문이였다.

장군님께서는 긴장해서 차를 조심조심 몰고있는 운전사의 어깨에 가볍게 손을 얹으시였다.

《차를 세우시오. 나하고 자리를 바꿉시다.》

《장군님, 길이 몹시 험합니다.》

운전사의 당황한 목소리.

《그러게 자리를 바꾸자고 하지 않소. 어서 세우시오.》

운전사는 울상을 한채 차를 세웠다.

장군님께서는 운전대를 잡으시자마자 속도를 높이시였다. 야전승용차가 령을 날아내릴듯 눈보라속을 뚫으며 쏜살같이 달리기 시작하자 류정구가 당황해서 말씀올렸다.

《장군님,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위험합니다.》

장군님께서는 앞을 주시하시며 미소를 지으시였다.

《걱정마오. 난 그 일화의 주인공들처럼 그런 훈련은 못했으니까.…》

길이 험하다고 속도를 늦추고싶지는 않으시였다. 이번 오중흡7련대칭호를 받기 위한 판정에서 제일 우수한 성적을 쟁취하였다는 삼봉산중대의 미더운 전사들을 한시바삐 만나보고싶으시였다. 그리고 박태삼이가 해놓은 일들도…

박태삼의 두번째 편지… 그의 자랑이 담긴 편지가 오기를 은근히 기다리신 장군님이시였다.

그러나 기다리고만 계실수는 없었다. 그래서 류정구에게 박태삼이가 어떻게 군사복무를 하고있는지 구체적으로 알아보고 그가 하루빨리 과오를 씻도록 잘 도와주라고 직접 과업을 주시였던 장군님이시였다.

야전승용차는 또 한굽이를 에돌았다. 눈보라는 여전히 기승을 부린다. 뒤에 앉은 류정구는 아직도 안절부절을 못하고있지만… 장군님께서는 이런 길도 자신이 있으시였다.  철령이며 오성산이며… 그래 이런 눈덮인 령길을 한두번만 넘었던가.

그때마다 류정구네가 위험하다고 막아나섰던 일을 꼽자면 이 매운령굽이보다 더 많을것이다. 그러나 기어이 가야 했으니 그것은 그 위험하다고 하는 길이 잇닿은 곳에 바로 사랑하는 우리 병사들이 있고 인민이 있고 사회주의수호전의 승리가 있기때문이였다.

다만 이런 험한 길을 따라다니느라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면서도 이 령도자의 건강과 신변안전을 걱정하느라 한순간도 마음을 못 놓고있는 류정구네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드는것만은 어찌할수 없으시였다.

장군님께서는 앞거울에 비낀 류정구의 불안이 어린 얼굴을 보시며 속으로 뇌이시였다.

(류동무, 미안하오. 그러나 우리가 왜 이길을 가야 하는지 동무는 잘 알지 않소. 박태삼동무만 해도 그렇소. 나에게 아직까지도 편지를 쓰지 못하는 그 동무의 심정이 오죽하겠소. 우리가 가봅시다. 가보고 도와줄것이 있으면 도와도 주고 힘도 주고…)

문득 눈앞에는 류정구가 박태삼이네 중대에 내려갔다가 희색이 만면해서 올라왔던 일이 떠오르시였다.

《장군님, 이제는 더는 그에 대해 걱정하시지 마십시오. 그 동무는 군사복무를 잘하고있습니다. 제가 찾아가니 그 동문 얼굴이 온통 부어가지고도 어찌나 반가와하는지…》

《가만, 얼굴은 왜 부었단 말이요?》

장군님께서는 놀란 눈길로 싱글거리는 그를 건너다보시였다.

《예, 자기네 분대의 한 전사가 집에서부터 만성대장염을 앓고있었는데 그 병에는 말벌집을 태워먹는것이 좋다는 말을 누구에게선가 들은 모양입니다. 그래서 말벌집을 털다가 벌에게 쏘여서 그만…》

류정구는 훈련을 하다 말벌집을 본 박태삼이 너무 급한 김에 준비없이 무작정 덮쳤다가 말벌들이 달려들어 혼쌀나던 이야기며 말벌집을 안은채로 줄행랑을 놓다가 강물에 뛰여들어 몇번이나 자맥질을 해서야 말벌들의 추격에서 겨우 벗어났다는 이야기를 하며 즐겁게 웃었다.

《말벌에게 그렇게 쏘였는데 후과가 일없을가?》

장군님께서 걱정스러운 어조로 물으시자 류정구는 미소를 지은채 도리머리를 했다.

《그 동문 벌에 쏘인것이 오히려 건강에 좋다면서… 벌에는 우정 쏘이기도 한다고 합니다. 집에 있을 때 아버지가 그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벌에게 쏘이면 약이 된다고… 말벌집을 태운 약을 받아든 그 전사는 퉁퉁 부어오른 박태삼의 손을 자꾸 쓸어보면서 울었다구 합니다.》

《음…》

장군님께서는 그제야 마음이 좀 놓이시여 밝은 안색을 지으시며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류정구는 약간 흥분한듯 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태삼동무는 중대병사들과 지휘관들속에서 신망이 높습니다. 신입병사들이 모른는것은 알기 쉽게 차근차근 가르쳐주면서 이신작칙의 모범으로 이끌어주는데… 모두들 정치일군감이라고 칭찬하고있습니다.》

장군님께서는 류동무가 정말 기쁜 소식을 안고왔다고 하시며 즐거운 기분으로 집무실안을 거니시다가 창가로 다가가 문을 활짝 열어놓으시였다.

싸늘한 마가을바람이 불어들어왔다.

장군님께서는 량손을 허리에 얹으시고 먼 하늘을 내다보시였다. 물걸레질을 한듯 구름 한점없는 푸른 하늘에서 수리개 한마리가 훨훨 날고있다.

《얼마나 좋소. 난 그 동무의 편지를 보면서 벌써 오늘을 그려보았댓소. 자기 죄를 그렇게 심심히 뉘우치고 반성할줄 아는 사람은 반드시 훌륭한 사람이 될수 있는거요. 음… 정치일군감이라… 어떻소. 류동무, 그를 정치일군으로 키우는게…》

《예?》

놀라는 류정구를 돌아보시며 장군님께서는 환하게 웃으시였다.

《난 그가 흘륭한 정치일군이 되리라 믿소…》

그리하여 박태삼은 중대정치지도원이 되였다. 믿음에는 반드시 충정이 따르는 법이다.

그는 중대정치지도원이 되여서도 일을 잘하였다고 한다. 얼마전에는 구분대정치지도원으로 승급되여갔다. 이런 그에게 영웅이 된 동생소식까지 알려주면 얼마나 더 분발할것인가.

기쁜 소식을 안고 가시는 길… 힘을 주러 가시는 길… 한시바삐 그를 만나고싶으시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가 원래 있던 중대로 가시는 길이다. 그가 해놓은 일들을, 그의 충정과 열정이 스민 창조물들을 직접 보아야 무엇을 더 도와주면 좋겠는지도 알수 있고 더 큰 보람을 느끼게도 해주실수 있는것이다. 그래서 장군님께서는 이 길이 더디게만 느껴지시는것이다.

어느덧 저 멀리 산봉산중턱에 자리잡은 중대병실이 눈보라속에 가물가물 나타났다 사라졌다 한다.

장군님께서는 친자식을 만나러 가는 아버지의 심정인듯 마냥 즐겁고 기쁘시여 가속답판을 지그시 밟으시였다.

 

4

사상혁명 앞장선 우리의 중대는

한마음한뜻이라네

사격에서 모두다 백발백중하여

신문에도 크게 났다네

 

중대병사들이 랑만에 넘쳐 부른 이 노래는 별로 깊숙이 장군님의 마음속에 새겨진듯 하였다.

중대병실과 식당, 창고와 세목장들을 일일이 돌아보시고 병실에서 그들의 예술소조공연까지 보아주신 장군님께서는 새로 배치되여왔다는 애젊은 중대정치지도원과 마주앉으시였다. 부대적으로 소문난 중대에 배치되여왔는데 감상이 어떤가고 물으시였다. 그는 머뭇거리다가 나직이 입을 열었다.

《사실 저는 이곳 중대에 배치되여왔을 때 처음엔 좀 속이 언짢기도 하고 기분도 없었댔습니다.》

새 중대정치지도원의 솔직한 고백이였다.

《그건 왜?》

장군님께서 의아한 눈길로 그를 보시였다.

애젊은 정치지도원은 어줍게 웃으며 얼굴을 붉혔다.

《그건 중대병사들이 말끝마다 전 중대정치지도원에 대한 자랑을 하기때문이였습니다. 그들도 저의 기분을 눈치챘는지 뒤더수기를 긁으며 자기들도 새 사람앞에서 떠나간 사람에 대한 자랑을 하는것이 실례로 된다는걸 알고있지만… 어쩔수없이 그에 대한 말이 나오군 한다는것이였습니다.》

장군님께서는 기분이 없었댔다는 그의 그때 심정이 리해되시여 호탕하게 웃으시며 어깨를 두드려주시였다.

《허허허, 그 동무들이 새 정치지도원에게서 점수떼울 소리만 했구만. 응? 허허허.》

정치지도원은 미소를 지으며 손끝으로 이마를 긁었다.

《정말 시샘이 났습니다. 병사들의 마음속에 그토록 깊이 자리잡은 그 정치지도원이 부럽기두 하구… 그래서 속으로 단단히 결심했습니다. 나도 꼭 그 정치지도원처럼 병사들이 못 잊어 하는 사람이 되자 하고 말입니다.》

《옳소.》

장군님께서는 다시금 그의 어깨를 두드려주시였다. 마음에 드시는 똑똑한 정치지도원이였다.

《그래야 하오. 언제나 병사들의 마음속에 살아있는 그런 지휘관이 되여야 하오.》

장군님께서는 가슴이 후더워옴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눈굽이 쩌릿하시였다. 새 정치지도원이 기분나빠할 정도로 전사들이 소환되여간 박태삼을 잊지 못해하며 두고두고 말한다는 그 한마디가 그처럼 소중하고 눈물겹게 고마우신 장군님이시였다.

그 한마디면 다 알수 있으시였다.

아담하게 꾸린 중대교양실과 뜨뜻한 침실, 식당과 한증탕이 달린 세목장, 한턱을 깎아 번듯하게 닦아놓은 운동장과 집짐승우리들… 부식물이 그득그득한 일일창고… 이처럼 중대를 훌륭히 꾸리기 위해 박태삼이 어떻게 노력해왔는지 그 한마디속에 다 들어있는것이다.

그가 새 배치지로 갈 때 병사들모두가 울면서 손을 붙잡고 놓지 못했다고 하니 그가 얼마나 병사들을 사랑해왔는지 잘 알수 있지 않는가. 병사들의 추억에 남는 정치지도원, 얼마나 좋은 일인가. 그에 못지 않게 새 정치지도원 역시 일을 잘하리라는 믿음이 가시였다.

인민군대의 세포인 중대에 이런 믿음직한 지휘관들이 초석을 이루고있어 우리 혁명무력이 강력하고 우리의 사회주의가 굳건한것이 아니겠는가.

이 중대는 부대는 물론 전인민군적으로도 본보기가 될수 있다고 생각되시였다.

장군님께서는 병사들과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마당으로 나오시며 류정구에게 말씀을 건네시였다.

《태삼동무가 이렇게 많은 일을 해놓고도 나에게 편지를 쓰지 않았구만.》

류정구가 감심의 빛을 띠우며 말씀올렸다.

《그 동문 장군님의 크나큰 신임과 기대에 보답하자면 아직도 무엇인가 부족하다고 생각한것같습니다.》

《음…》

장군님께서는 후더운 눈길로 주위를 둘러보시였다.

아담하게 꾸린 중대건물들이 한눈에 안겨왔다. 그러니 박태삼은 종이우에가 아니라 이 초소에, 병사들의 마음속에 편지를 쓴것이라 생각되시였다.

박태삼이 마음속으로 썼을 편지의 구절구절들을 하나하나 헤아려보시던 장군님께서는 류정구네를 돌아보며 힘있는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이 중대를 본보기로 전인민군적인 보여주기사업을 조직해야 하겠소. 그리고 태삼동무에겐 영웅칭호를 줍시다. 그는 자격이 있소.》

장군님께서는 중대병사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으시고나서 차에 오르시였다. 헤여지기 아쉬워 울며 따라서는 병사들과 중대건물들을 다시금 돌아보시며 뜨겁게 말씀하시였다.

《볼수록 마음에 들거던… 그 태삼정치지도원을 원형으로 영화를 만들어야겠소. 나한테 편지를 안 쓴 그가 고향엔들 썼겠소. 아버지, 어머니가 마음고생을 많이 하였겠는데… 그 영화가 나가면 자기 아들이 해놓은 일을 보게 되니 얼마나 좋아하겠소. 그게 바로 부모님들과 고향사람들에게 보내는 편지라고도 할수 있지, 허허허…》

《장군님!》

류정구는 목메여 이렇게 부르고는 더 말을 잇지 못했다. 눈가에 물기가 번쩍이였다.

장군님께서는 류정구의 어깨를 가볍게 치시였다.

《어떻소. 동무들이 아무리 길이 험하오, 위험하오 하고 걱정하군 하지만 전선에 나오지 않으면 이런 맛을 보지 못해. 보오, 전사들을 찾아갈 맛이 있지 않는가. …

류동무, 이제 우리 영웅대회를 크게 조직합시다. 그러면 태삼동무도 동생과 나란히 대회에 참가하게 될것이고… 그때엔 우리 태삼동무도 동생한테 체면이 깎이지 않을거란 말이야, 허허허.》

아- 류정구는 무엇인가 크고도 뜨거운것이 가슴속에 쿵- 하고 들어앉는것을 느꼈다. 장군님의 속깊은 심정을 다시금 뜨겁게 받아안았던것이다.

예로부터 사람들은 못난 자식에게 더 정을 쏟고 더 많은 관심을 돌리는것이 바로 부모들의 심정이라 말해오고있다. 어떻게하나 도와주어 다른 자식들과 꼭같이 내세워주고싶어 한다. 그를 위해서라면 자기의 모든것을 다 바치는것이 부모들이다.

우리 장군님은 바로 이러한분이시다. 이 땅에 사는 천만자식모두를 한품에 안아 위훈의 상상봉에 나란히 세워주시는 위대한 인민의 어버이…

장군님의 전선길은 그래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가림이 없이 끝없이 이어지고있는것이다.

아- 나는 과연 언제면 장군님의 이 사랑의 세계에 가닿을수 있을가.

전선길… 야전승용차들은 쾌속으로 달리고있었다.

또다시 병사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동지들을 찾아서… 

주체92(20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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