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101(2012)년 제11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리 정 옥

 

대한을 앞두고 터진 바람이 살림집들의 지붕이며 가로수들에 남아있던 눈가루들을 하늘로 말아올렸다. 학교로 가던 일여덟살난 아이들이 눈앞에서 반짝반짝 맴도는 눈가루를 잡아보려고 부질없이 토끼뜀을 한다.

차창밖으로 아이들을 바라보시는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의 안광에 따뜻한 미소가 어리였다. 그이께서는 책가방을 메고 깡충깡충 뜀박질을 하는 천진한 아이들의 모습이 자신을 해방직후에 있었던 유년시절에로 이끌어가는듯싶으시여 차등받이에 몸을 기대시고 눈을 지그시 감으시였다. 바로 이 아이들의 나이보다 어린 때 그이께서는 지금 가고계시는 제사공장을 처음으로 보시였다.

어른의 추켜올린 팔도 닿지 않게 어방없이 높았던 담장, 그우로 얼기설기 지나간 철조망, 어머님의 손을 꼭 잡고 놀라운 눈길로 바라보던 생각이 아직도 머리속에 생생하시였다.

 

시꺼먼 철문앞에 다달으자 어리신 장군님께서는 소리를 죽여 어머님께 물으시였다.

《여긴 어디나요?》

손의 감촉을 통하여 긴장된 아드님의 마음을 알아보신 김정숙어머님께서는 마음을 눙쳐주시려는듯 부드러운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공장이란다.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아내는 제사공장이지.》

어리신 장군님께서는 다시한번 주위를 둘러보시였다.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아내는 공장이라면서 담장은 왜 저렇게 높이 쌓았을가, 사나운 개이발처럼 삐죽삐죽 삐여져나온 철조망은 또 뭐고… 의문은 끝이 없으시였다.

좀 있으려니 철문이 삐거덕 소리를 내며 열렸다. 급하게 뛰여온듯 숨을 헐떡거리며 한 청년이 앞에 나타났다. 무엇을 하댔는지 그의 옷은 물기에 함뿍 젖어있고 몸에서는 어떻다 찍어 말할수 없는 독특한 냄새가 풍겼다.

《련락을… 받았습니다. 청소를 하느라고 그만…》

두손을 바지혼솔에 문대는 그의 어조에서 미안해하는 기색이 완연했다.

《공장장동무인가요?》

《예! 그렇…습니다.》

왜서인지 청년은 얼굴을 붉혔다.

《공장장이라기보다 그저…》

청년은 제김에 어색해진듯 묻지도 않았는데 하루밤사이에 《벼락책임자》가 되게 된 사연을 터놓았다.

해방이 되자 로동자들은 하나, 둘 공장을 떠나갔다. 원한과 설음이 배인 공장에 더는 있고싶지 않다는것이였다. 집도 없고 갈데도 없는 처녀들만이 길가에 조약돌마냥 댕그라니 남았다. 그러던차에 너도나도 떨쳐나서 부강조국건설에 힘을 합치자는 김일성장군님의 개선연설을 접하게 되였다. 로동자들은 일떠섰다. 앙양된 로동자들의 열의에 의해 공장이 돌아가고 일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여 벌써 적지 않은 생산성과를 냈다. 로동자들은 일제놈들이 쫓겨간 공장에 이제는 우리 사람들의 책임자가 있어야 한다면서 중학교물깨나 먹은것으로 알려져있는 청년을 본인의향은 묻지도 않고 제잡담 공장장으로 내세웠다.

청년의 이야기를 주의깊게 들으신 어머님께서는 웃으며 말씀하시였다.

《좋은 일이군요. 나라를 위해 힘껏 일해보세요.》

어머님께서는 그와 함께 걸으시며 공장의 로동조건은 어떤가, 원료는 어디서 구입하는가를 하나하나 물으시였다.

항일의 녀성영웅 김정숙동지께서 공장을 찾아주신것을 무상의 행복으로 여기고있던 청년은 성수가 나서 공장형편에 대해 말씀올렸다.

현장에 이르러 청년은 웬일인지 그답지 않게 주저하며 현장으로 들어가기를 꺼려했다.

《왜 그러세요?》

어머님께서는 그를 돌아보시였다.

《저… 현장이 어지러워서…》

어머님께서는 청년에게 이르시였다.

《현장이 어지러운게 뭐 대순가요? 로동자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러 왔는데 현장이 어지럽다고 그냥 가면 되겠어요? 어서 들어가자요.》

그런데도 청년은 한자리에 버티고섰다.

오히려 어머님을 따라서려는 아드님의 손을 얼른 붙잡았다.

《그러면… 아드님만은… 여기서 기다리게 하시면 안되겠습니까?》

딱해하는 청년의 표정에서 어머님께서는 모든것을 읽으시였다. 저으기 엄하신 어머님의 음성이 울렸다.

《공장을 보여주지 않을바에야 무엇때문에 데리고 왔겠어요. 이런 곳은 우정이라도 보여주어야 해요. 그러지 말고 어서 들어가자요.》

청년은 더 우기지 못했다.

현장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앞사람도 분간할수 없게 뽀얀 증기가 온몸을 휩싸안았다. 사방에서 물이 뚝뚝 떨어져내리고 고치삶는 냄새가 역하게 풍기였다. 순식간에 옷이 젖어들며 몸이 끈적해졌다. 청년은 그것이 제탓인듯 옹색해하며 될수록이면 기대와 떨어진 곳으로 어머님을 안내해드리려고 애썼다.

어머님께서는 청년의 성의를 못 느끼신듯 로동자들의 작업모습을 일일이 살펴보시며 김이 뽀얗게 서려오르는 증기가마가까이에서 일하는 한 처녀에게로 다가가시였다. 외태머리를 한 처녀였다. 그는 김이 문문 나는 고치에 머리를 수그리고 무엇을 찾느라고 골몰해있다나니 어머님이 다가오신것도 모르고있었다.

《어린 동무같은데 수고하누만요.》

다정하게 울리는 말씀에 처녀가 깜짝 놀라 옆을 돌아보았다.

곁에 다가온 청년의 얼굴을 번갈아보며 어쩔바를 몰라했다. 크게 뜬 눈에서는 지어 공포의 빛까지 떠올랐다.

청년이 처녀를 대신하여 말씀올렸다. 해방전에는 작업도중에 남들과 말을 주고받으면 채찍을 손에 든 십장의 눈에 걸려들어 매를 맞기가 일쑤였다. 그 습관이 몸에 배여있어 로동자들은 누가 말을 시키면 저렇게 당황해한다는것이였다.

어머님께서는 가슴이 아프시여 더 말씀을 않으시고 처녀의 차림새에 시선을 주시였다. 검스레한 치마는 낡아서 찢어진 기슭을 아무렇게나 호아맸는데 우그러든 자리가 마치 그 무슨 상처처럼 기운것이였다.

차림새는 허름해도 상큼한 코날이며 시원스럽게 크고 검은 눈이 무척 곱게 생긴 처녀였다. 그러나 그 큰 눈에는 가난과 노예로동에 시달린 수심과 설음이 짙게 서려있었다. 처녀는 자기를 여겨보신다는걸 느꼈는지 험한 손이라도 숨겨볼가 해서 치마폭을 애꿎게 허비적거렸다. 더운물을 헤집는 손가락은 팅팅 부풀었고 손등은 찬바람에 터갈라진듯이 거칠었다.

처녀는 여전히 청년의 눈치를 힐끔힐끔 보았다.

어머님께서는 한순간 처녀의 눈빛에서 두사람사이가 보통이 아님을 포착하시였다. 처녀는 자기도 모르게 모든것을 청년에게 의탁하는 믿음과 신뢰의 정을 보여준것이였다. 어머님께서는 당황함이 채 사라지지 않은 처녀를 안심시켜주시려는듯 그냥 떠내려가는 고치알을 손에 집어드시였다.

《물이 몹시 뜨겁군요.》

《예?… 아니…》

처녀는 기여들어가는 목소리로 동닿지 않게 말을 했다. 어머님께서는 일이 힘들지 않는가고 다시 물으시였다.

《뭐 별로…》

《왜 힘들지 않겠어요. 어디 그 손을 좀 볼가?》

처녀는 처음보다 더 당황하여 황급히 손을 뒤로 가져갔다. 어머님께서는 처녀의 손을 끄당기시였다. 시뻘겋게 부풀어오르고 물크러진 그의 손은 보기에도 험상스러웠다. 닥지닥지 들어앉은 상처자리는 아물새없이 또 터져올라 새로운 상처를 만들고있었다. 손을 쓸어보시는 어머님의 심정이 력력히 비껴있었다.

《손이… 이 지경이 되도록 일하자니 얼마나 아팠겠어요. 눈물인들 좀 많이 흘리고…》

처녀는 어머님의 말씀에 눈까풀을 떨며 뭐라고 말할듯 입을 벌렸으나 말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처녀의 눈동자는 물기에 젖어들었다.

어머님께서는 그의 손을 꼭 잡으시고 공장장에게 이르시였다.

《로동자들의 생활을 친혈육과 같이 잘 돌봐주어야 합니다. 이제는 나라의 주인이 되여 마음껏 웃으며 활개쳐야 할 동무들인데… 그들이 손때문에 울게 해서야 되겠어요. 하루속히 불비한 로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마디마디 사랑과 정에 넘치는 어머님의 말씀에 처녀가 더는 참지 못하고 오열을 터뜨리였다.

어머님께서는 세차게 어깨를 들먹이는 처녀를 품에 꼭 안고 말없이 등을 어루만져주시였다. 잠시후에 그에게 고향은 어디며 부모님은 살아계시는가, 언제 공장에 왔는가고 물으시였다. 처녀는 여전히 눈물을 거두지 못한채 더욱 흐느끼기만 하였다.

이번에도 공장장청년이 어머님앞에 대답을 올리지 못하고 민망스럽게 울고만 있는 처녀를 대신하여 말씀올렸다. 어려서 부모를 잃고 혼자 살길을 찾아 헤매이다가 뚜쟁이의 협잡으로 이 공장에 팔려와 고역을 치르었다는것과 아직도 그저 《부엌녀》라고 부른다고 말씀올렸다.

《고향은 저… 바다기슭… 진주… 남해가 진주라는것밖에 모릅니다.》

《어려서부터 고생을 많이 했군요. 부모를 잃고 고향을 떠나서 집도 없이…》

어머님의 음성은 토막토막 끊기였다. 처녀의 손은 여전히 어머님의 손에 쥐여져있었다. 크지는 않으나 저력있는 어머님의 음성이 물방울이 촘촘히 매달린 천정에 공명되여 울렸다.

《이것이 어찌 처녀동무 혼자의 일이겠어요. 나라를 빼앗겼던 우리 조선녀성들의 운명이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녀성들을 천시하며 구박하고 짐승처럼 부려먹던 그런 세상은 다시 오지 않을거예요.》

처녀는 황홀한 눈길로 어머님을 우러렀다.

《집이 그리울텐데… 휴식일에는 우리 집을 제집처럼 생각하고 함께 놀러오세요.》

어머님께서는 부드럽고 따뜻한 안광으로 생기에 넘친 처녀를 바라보시였다.

어리신 장군님께서는 그의 손을 살그머니 잡으시였다.

《아지미, 집에 꼭 놀러오세요.》

처녀의 눈가에 또다시 눈물이 맺혔다.

공장장청년이 한발 나서며 말씀드린다.

《녀사님, 너무 걱정하지 말아주십시오. 이제부터는 로동자들의 건강과 생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힘껏 노력하겠습니다. 배풍설비도 새로 더 설치하고 공장주변에 나무도 심어 로동자들이 그늘에서 즐겁게 휴식하도록 하겠습니다.》

공장장청년은 머리를 숙이였다.

《꼭 그래야 합니다. 로동자들은 단순한 로동력이 아니라 새 조국건설의 기둥이고 보배들이예요.》

이날 어머님께서 하신 말씀이며 장군님의 어리신 마음속에 새겨지신 공장의 모습은 지을래야 지을수 없는 깊은 흔적을 남겼다.

그날 저녁 댁으로 돌아와서도 어머님께서는 한동안 일손을 잡지 못하시고 생각에 잠겨계셨다.

《아직도… 그 아지미를 생각하시나요?》

어머님께서는 자애에 넘치는 시선으로 아드님을 보시며 조용히 말씀하시였다.

《왜서인지 힘든 로동에 시달리면서도 나에게 웃음을 지어보이던 그 처녀얼굴이 사라지지 않는구나. 우리가… 산에서 총을 잡고 싸우며 강도 일제를 쳐부신것은 사람들에게 해방만을 안겨주자는것이 아니였다. 비참한 노예로동을 없애고 진정으로 새 삶의 기쁨과 나라의 주인된 행복을 안겨주자는것이였다. 그런데 아직…》

어머님께서는 말끝을 흐리시였다. 어리신 장군님께서는 어머님의 손을 꼭 잡으시였다.

《어머니, 너무 걱정마세요. 내가 커서… 그 일을 해낼래요.》

어머님의 시선은 오래도록 아드님에게 머물러있었다.

《참 어머니, 이름이 없는 아지미 말이예요, 이름을 지어주는게 어때요? 진주라고…》

《진주… 듣고보니 좋구나. 고향을 잊지 말라는 의미에서도 그렇고 고향사람들을 생각하며 일을 잘하라는 의미에서도 그렇고…》

어머님께서는 아드님을 바라보며 환히 웃으시였다.

그 이듬해의 어느날 어머님께서는 경위대원을 보내여 공장장청년과 처녀를 저택으로 부르시였다.

《동무들이 평생 남의 옷감실을 내면서도 자기들은 다 기운 옷을 입고 일하니 어디 됐어요? 그것이 가슴아파 동무들을 불렀어요. 그리고…》

어머님께서는 명랑하고 다정한 웃음을 지으며 속삭이시였다.

《그날 공장에서 보느라니 동무들이 서로 사랑하는 사이같은데 오늘 우리 집에 왔던김에 아예 잔치를 하는게 어때요?》

청년과 처녀는 놀랐다. 그들사이에 남몰래 오고간 정을 어떻게 아시고 친히 잔치상까지 마련하셨다니 그들은 너무 황송하여 무릎을 끓었다. 집도 없고 부모도 없는 그들은 어머님앞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김정숙녀사께서는 서리서리 엉킨 마음속 설음을 풀어주시는듯 그들의 어깨를 다독여주시며 부강조국건설도 그들의 행복과 광명한 미래를 위해서라고 뜨겁게 말씀하시였다. 그들은 난생처음으로 따뜻한 사랑을 받으며 어머님께서 해준 비단옷에 양복을 입고 결혼식상을 받았다.

그 영광과 행복을 안고 공장에 돌아와 해마다 생산계획을 넘쳐 수행하였다. 1949년 가을에는 년간계획을 앞당겨 수행한 자랑과 정성껏 마련한 옷감을 안고 녀사님을 뵈오려고 했다. 그런데 천만뜻밖에도 어머님께서 애석하게 서거하실줄이야.…

그들부부는 드리지 못한 비단옷감을 부여안고 가슴찢기는 눈물을 흘리고 또 흘리였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생각깊은 시선을 흘러가는 차창밖에 주시였다. 승용차는 강안도로를 따라 달리였다. 잠시후에 제사공장에 이를것이다.

그이께서는 이미 여러차례 어버이수령님을 모시고 공장에 오시였었다. 어버이수령님의 남다른 사랑과 믿음속에서 오늘에로 발전해온 공장이였다. 그런데 새 세기에 들어와 제사공장이 보다 더 훌륭하게 꾸려졌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이께서는 무척 기쁘시였다. 한시바삐 공장에 나가보고싶으시였다. 언제한번 마음속에서 떠나본적이 없는 공장이였다.

추억의 세계에서 현실로 돌아오신 그이의 시야에 드디여 제사공장 정문이 나타났다. 멋스럽고 틀진 모습을 한 정문이였다.

 

×

 

김동환은 언제부터인지 자기를 잊고 서있었다. 모든것이 꿈만 같았다. 경애하는 장군님께서 공장을 찾아주신다니 선뜻 믿어지지 않았다. 이런 순간이 왔으면 하고 항상 꿈꾸어왔던것이지만 정작 눈앞에 닥치고보니 미흡한 점이 너무도 많아보였다. 넓은 공장안을 몇번씩이나 돌아 정문앞에 섰는지 모른다.

김동환은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정문의 백양나무앞에 서군 했다. 그러면 마음이 다잡아지며 자기를 되찾게 되는것이다.

백양나무는 한여름철의 풍만했던 자태를 자랑하듯 잎떨어진 가지를 거느리고 한자리에 꿋꿋이 서있었다. 그의 인생항로는 바로 여기서 이 한그루의 백양나무아래에서 그어졌다.

오래전 그날…

하루공부가 끝나자 쏜살같이 학교정문을 빠져나오는 한 아이가 있었다. 동무들이 같이 가자고 웨쳐댔지만 그는 못 들은듯 내처 앞으로만 달렸다.

천리마휘장이 그려진 공장앞에 이르러 잠시 사방을 두리번거리고난 그는 거침없이 정문안으로 들어갔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군데군데 쌓여있던 감탕무지는 간데없이 사라지고 금시 세면이라도 한듯이 마당이 멀끔해졌다.

공장은 조용했다. 여기저기를 살펴보던 아이는 당장에 울상이 되여버렸다. 하루공부가 끝나자 선생님은 아버지원수님께서 오늘 공장을 찾아주셨다는 감격적인 소식을 전해주었다.

아버지원수님께서는 항일의 녀성영웅 김정숙어머님의 사랑속에서 결혼식을 하고 행복한 앞날을 축복받은 동환이 어머니를 잊지 않으시고 아이들은 몇이고 가정형편은 어떤가를 일일이 물어주셨다는것이다.

동환이는 눈이 커졌다. 태여나 처음으로 듣는 이야기였다. 어머니에게 그런 사연이 있었다는것도 그는 잘 모르고있었다. 동환이는 한달음에 공장을 향해 달음박질쳤다. 어머니를 만나지 않고서는 견딜수가 없었다. 어머니는 어데 있을가?…

불현듯 그의 눈이 반짝 생기를 뿜었다. 어머니는 멀지 않은 백양나무아래에 서있었다. 무성한 가지가 어머니를 가리웠던것이다.

《어머니-》

동환이는 달려가 어머니를 부여잡았다. 어머니는 천천히 아들에게 돌아섰다. 어머니의 그윽한 눈이 아들을 바라보다 이윽하여 백양나무에로 옮겨졌다, 동환은 어머니의 옷자락을 잡고 흔들었다.

《어머니, 그게 사실이나요? 선생님이 하던 이야기가…》

어머니는 머리를 끄덕였다.

《그래… 사실이다. 바로 이 자리에서 김정숙어머님께서는 로동자들을 극진히 아끼고 그들의 생활을 잘 돌봐줄데 대해서 말씀하셨다. 그날이… 잊혀지지 않는구나. 그런데 어버이수령님께서는 그때의 일을 잊지 않으시고 물어주셨구나. 난 어머님을 추억하여 나무를 심었다고, 전쟁통에도 용케 죽지 않고 이렇게 살아 가지를 뻗쳤다고 말씀올렸구나.》

어머니는 가슴속깊이 간직하고있던 소중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어머니의 흘러운 반생속에 깃든 김정숙어머님의 뜨거운 사랑과 우리 녀성들을 한품에 안으시고 행복하고 안정된 생활터전을 마련해주시기 위해 그처럼 마음쓰신 백두산3대장군의 어버이사랑이 그의 심장속에 뜨겁게 슴배여들었다.

《어머니는 한시도 남녘인민들을 잊지 말고 그들을 해방하는 심정으로 더 많은 비단실을 뽑으라고 하신 김정숙어머님의 뜻대로 이날이때껏 일해왔다. 너의 아버지도 어머님의 그 기대가 힘이 되여 전쟁시기 군대에 나가 용감히 싸우다가 전사했다.

동환아, 넌 앞으로 꼭 김정숙어머님의 한생의 념원과 소원이 깃든 이 공장을 잊지 말고 그분들의 뜻을 대를 이어 받들어야 한다.》

어머니의 당부는 절절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군사복무를 마친 김동환은 평양경공업대학(당시) 제사과(당시)를 지망하였다. 이왕이면 피복과를 공부하지 않겠느냐는 동무들의 의견도 있었고 허우대 큰 사내가 코끼리가 닭알다루듯 녀자들이 하는 그런 일을 하겠는가 하는 롱담을 듣기도 했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직 직심스럽게 공부하고 또 공부하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공장에 배치되여 수리공으로부터 작업반장, 직장장을 거쳐 지배인이 되기까지 그는 자기의 온갖 지혜와 정력을 깡그리 공장을 위해 바쳤다.

소원은 단 하나 공장을 기어이 훌륭하게 꾸려 위대한 장군님을 모시였으면 하는 그것이였다. 그 소원이 눈앞에 다가온 지금 김동환은 흥분과 함께 긴장감이 온몸을 엄습하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

 

《여기가 조사직장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김동환의 안내를 받으시며 조사직장현장에 들어서시였다.

시계의 초침소리같은 박동소리가 고르롭게 울리는 현대적인 자동조사기들, 높은 천정의 형광등에서 쏟아져내리는 불빛이 창밖에서 흘러드는 해빛과 한데 어울려 마치 무대에 선것과 같은감을 주는 작업장, 그런가 하면 추운 겨울인데도 한여름의 시원한 달린옷을 입고 오가는 조사공들, 얼굴이 비칠것 같은 알른알른한 대리석바닥에는 물기 한점 없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이 모든것은, 더우기 조사공들이 일하는 작업모습을 주의깊게 바라보시였다. 이윽하여 뱅글뱅글 돌아가며 고치실을 뽑아올리는 고치알을 흥미있게 보시며 물으시였다.

《이 실이 집서기를 거쳐 감지기를 통하여 얼레에 감기겠구만.》

《그렇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미소를 지으시였다.

《공장을 참 잘 꾸렸습니다, 조명도 좋고 습도도 알맞춤합니다. 옛날의 모습은 흔적도 찾아볼수 없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공장의 로동계급을 치하해주시였다. 그러시고는 드넓은 작업장을 감회깊은 시선으로 다시금 바라보시였다. 독특하면서도 구수한 고치냄새가 페부에 스며들었다. 노래의 선률과도 같은 흥겨운 조사기의 박동소리가 그 감미로움을 더해주었다.

그다음 재조직장, 포장실을 거쳐 《견방적직장》이라고 써붙인 현장앞에서 걸음을 멈추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의문어린 시선을 김동환에게 보내시였다.

《이 직장은 그전에는 없던 직장이 아닙니까?》

《예, 그렇습니다.》

김동환은 놀랐다. 그이께서 공장에 오셨던것은 퍼그나 오래전이였다. 그런데도 매 직장에 이르기까지 환히 꿰뚫고계시니 놀랄수밖에 없었다.

김동환은 장군님께 설명해드렸다.

《이 견방적직장은 불량고치와 찌끼솜을 100% 회수처리하기 위해서 몇년전에 새로 꾸린 공정입니다.》

복도를 가운데 두고 량쪽으로 작업모습이 한눈에 들여다보이게 꾸려진 넓은 견방적직장은 크고작은 기계들과 줄줄이 쏟아지는 솜들로 하여 그 규모가 대단하였다. 작업장입구에 높이 솟아있는 첫 공정인 원형소견기에서는 기대공들이 돌아가는 기대에 한창 솜을 먹이고있었다. 깨끗하게 빗질되여 떨어진 솜가락지가 작업대밑에 무드기 쌓여졌다.

《그러니… 이 직장이 생겨난 다음부터 풀솜이 거저 실려나가는 일이 없어졌겠구만.》

《그렇습니다, 장군님》

김정일동지께서는 수긍하시듯 다시금 작업장을 둘러보시였다.

《좋은 일입니다. 헌데… 지배인동무! 량쪽이 하는 일이 서로 다르게 보이누만.》

김동환은 오른쪽은 긴섬유견방적설비이고 왼쪽은 짧은섬유견방적설비인데 긴섬유견방적설비에서 먹지 못하는 찌끼솜을 짧은섬유견방적설비에서 마저 처리한다는데 대해 말씀드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유리창너머 로동자들의 작업모습을 유심히 보시였다. 긴섬유견방적설비들이 있는 오른쪽에서 몇몇 로동자들이 얼굴에 마스크를 끼고 일하고있었다.

자세히 보니 미세한 먼지가 작업장 여기저기에 떠돌고있었다. 곳곳에 배풍장치가 있기는 하나 완전히 빨아내지는 못하는것 같았다. 한줄기 어두운 그림자가 그이의 안광에 스쳐지나갔다. 그런데 반대로 짧은섬유견방적설비들이 있는 왼쪽에서는 원료투입으로부터 마감공정에 이르기까지 모든것이 현대화되여있었고 먼지도 없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김동환을 돌아보시였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사실은…》

김동환은 갑잘랐다. 사연을 설명하자니 말문이 막혔다. 할수 없는 일이였다. 긴장한 자금사정이 그로 하여금 긴섬유견장적설비까지 현대화할 엄두를 못 내게 하였다.

지배인이 말을 갑자르는것을 보신 김정일동지께서는 대번에 그의 심중을 헤아려보시였다. 공장을 이처럼 훌륭하게 개변시켜놓은 그가 설비까지 갱신하자니 아마 힘들었을것이다, 이러저러한 사정이 발목을 잡았을것이고… 그러나 아쉬운감이 드는것을 어쩔수 없으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누구에게라없이 말씀하시였다.

《거 참 안됐구만. 동생은 미인인데 언니는 박색이여서… 일은 남보다 곱절이나 하면서도 대접은 못 받으니 말이요.》

그이의 유모아적인 말씀에 장내에 가벼운 웃음이 터졌다. 웃음소리는 긴장한 분위기를 삽시에 날려보냈다. 그러나 김동환은 뻘개진 얼굴을 어떻게 감출지 몰라 쩔쩔맸다.

그는 경애하는 장군님께서 긴섬유견방적설비와 짧은섬유견방적설비에 대해 물어주실 때부터 긴장되는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있었다.

견방적직장을 꾸릴 때부터 김동환은 이 문제를 두고 생각하지 않은것은 아니였다. 욕심같아서는 두가지 설비를 다 현대화하고싶었으나 자체로 하자니 시일이 한정없이 걸리고 국가에 손을 내밀자니 량심이 허락치 않았다. 공장이 언제까지 세살난 아이처럼 나라에 손을 내밀수는 없지 않은가. 앞으로 차차 하기로 하자.

그는 로동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것만 해도 공장이 옛날에 비하면 룡궁이라고 할 정도가 아니요? 먼지가 조금 나는것때문에 전반사업이 늦어져서야 되겠습니까?》

로동자들이 그의 말을 적극 지지했다. 지어 김동환을 공격하기까지 했다.

《지배인동문 그사이 귀족이 되여버린게 아니요? 공장은 일하는데요, 일하는 과정에 먼지가 있기마련이지, 이게 무슨 먼지요? 궁전도 이렇지는 못할거요.》

현대화가 끝났을 때는 누구나 만족스레 여겼다. 김동환을 비롯한 공장로동자들은 물론 내각이나 성에서 내려온 일군들도 만족해하였다.

그런데 오직 기쁨과 만족만을 드리고싶었던 경애하는 장군님께서 안색에 그늘을 지으실줄이야 어찌 알았으랴.

 

정적이 흘렀다. 어디선가 살얼음 깨지는 소리가 조심스럽게 울렸다. 명상에 잠긴듯 서있는 공장구내에 나무들조차 장군님의 깊은 사색을 깨뜨릴가 저어하는듯 까딱 움직이지 않았다.

그이께서는 오래전 그날 어머님과 함께 공장을 돌아보고 오시던 그 걸음을 회상하시였다. 무겁고 또 무겁던 어머님의 발걸음…

그이께서는 근심스러운 눈빛으로 어머님께 물으시였다.

《어머니, 왜 그러시나요?》

어머님께서는 시름겨우신 안색으로 말씀하시였다.

《공장아지미들의 일이 너무 가슴아파서 그런다. 해방은 되였어도 아직 그들에게 노예로동의 흔적을 가셔주지 못하고있구나. 지난날 녀자로 태여난탓에 그 누구보다도 천대와 멸시를 더 많이 받은 우리 녀성들이 가슴을 쭉 펴고 활짝 웃으며 일하는것을 보는것이 이 어머니의 소원이다.》

그날 저녁에도 어머님께서는 무거운 마음을 풀지 못하시였다. 장군님께서는 저녁늦게 들어오시는 아버님을 기다리셨다가 이렇게 말씀드리시였다.

《아버님, 제사공장 아지미들에게 손이 트지 않는 약을 보내주자요.》

수령님께서는 웬일인가싶어 어머님을 돌아보시였다.

《오늘 낮에 가본 제사공장처녀들의 손을 보고 그러는것 같습니다. 활짝 피여나야 할 어린 처녀들이 일에 시달려 고생하고있는것을 보니 저도 가슴이 아팠습니다.》

수령님께서는 한동안 아무 말씀이 없으시였다. 그로부터 닷새후 어버이수령님께서는 몸소 제사공장을 찾아주시였다. 제사공장 로동계급을 위하시는 어버이수령님의 사랑은 전후복구건설시기에도, 그후에도 연연히 계속되였다.

 

《지배인동무, 또 볼것이 없습니까? 내 오늘은 품놓고 동무가 자랑하고싶어하는것은 다 보아주겠습니다.》

경애하는 장군님의 따뜻한 음성이 귀전에서 울렸다. 죄송스러워 어쩔바를 모르는 그의 마음을 풀어주고 힘을 주시려는 다심함에 김동환은 목이 메여올랐다.

장군님께서는 기본생산건물뒤에 자리잡은 문화회관이며 그앞에 있는 아담한 잉어못, 휴식터까지 보아주시였다. 무게있으면서도 듬직한 감을 주는 문화회관과 못 한가운데 솟아있는 자그마한 정각은 주변경치에 어울리는 수종이 좋은 나무들로 하여 마치 공장이 아니라 휴양소에 온듯 한 기분을 자아냈다.

경애하는 장군님께서는 문득 구내식당옆에 자리잡은 한 건물을 가리켜보이시였다.

《저 집은 무슨 집입니까?》

정양소라는 대답을 들으신 그이께서는 《설계를 독특하게 했구만. 로동자들의 심리에 맞게 섬세하면서도 아주 기발하게 했소. 누가 했습니까?》하고 물으시였다.

《…》

김동환은 두손을 앞에 모두어쥐고 송구한 자세로 서있었다. 그를 대신하여 한 일군이 지배인이 직접 착상하고 도면을 그렸다고 말씀올렸다.

《지배인동무가?… 지배인동무에게 그런 재간이 다 있었구만. 음… 어느 대학을 나왔소?》

김동환은 저도 모르게 갑잘랐다. 장군님께서 정양소건물의 설계에 대해서까지 관심을 돌려주실줄은 차마 생각지 못했던것이다. 잠시후에야 김동환은 한덕수평양경공업대학 제사과를 졸업했다고 대답올렸다.

《제사과라?…》

장군님께서는 푸른 하늘을 떠이고 선 정양소를 다시한번 바라보시였다. 좁은 부지에 구색에 맞게 들어앉은 정양소는 보면 볼수록 멋쟁이였다. 전공부문이 아닌 사람이 구상하고 설계했다는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건축학적조형미를 지니고있었다.

건축과 제사학… 거리가 멀다. 전혀 련관이 없다고도 볼수 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머리를 수그리고 서있는 김동환을 정찬 시선으로 바라보시였다.

《제사과를 졸업한 동무가 어떻게 건축설계까지 하게 됐소?》

김동환은 뿌옇게 흐려오는 안경을 추슬러올렸다. 끓어오르는 흥분을 걷잡을수 없었다. 흥분속에 말마디가 자주 끊기였다. 짬시간의 여가에 건축학을 공부하게 된것은 실로 공장에 돌려주신 백두산3대장군의 크나큰 사랑때문이 아니였던가. 그분들의 헌신과 업적이 깃든 공장을 더 잘 꾸려 대를 이어 그 은덕을 전해가야 한다고 하던 어머니의 절절한 당부를 지켜서였다.

그는 끝내 자기를 걷잡지 못하였다. 격정의 눈물이 솟구쳤다.

…점점이 떨어지는 눈물, 꺼칠한 나무줄기를 붙안고 서있던 어머니…

김동환은 이 순간 그때의 그날에로 되돌아간듯싶었다. 오열에 몸을 떠는 사람은 어머니가 아니라 자기자신인듯이 느껴졌다.

그날에 하신 수령님의 말씀…

《나는 이 공장에 올 때마다 김정숙동무가 생각납니다. 해방후에 이 공장에 왔던 김정숙동무는 로동자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고 너무 가슴아파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지지리 천대받고 고생하던 우리 녀성들이 깨끗하고 훌륭한 일터에서 활짝 웃으면서 일하는것을 보는것이 그의 소원이였습니다. 나는 이 공장 일군들이 그의 소원을 한시도 잊지 말고 생산을 보기 전에 먼저 로동자들의 건강을 첫자리에 놓고보며 그들의 생활을 잘 돌봐줄것을 부탁합니다.》

 

김동환은 깊이 머리를 숙였다.

《경애하는 장군님, 제가 일을 잘하지 못했습니다. 어떻게 하나 먼지가 나지 않도록 긴섬유견방적설비의 현대화를 꼭 실현하겠습니다.》

장군님께서는 곧게 자란 수삼나무의 줄기에 손을 얹으시였다. 쌀쌀한 바람이 이따금 그이가 손을 얹으신 수삼나무를 흔들어 눈가루를 뿌리였다. 그때마다 은빛으로 빛나는 눈가루는 허공중에서 천천히 떠돌다가 제가 앉을 자리를 미리 보아두기라도한듯 나무우에, 땅우에 서서히 내려앉았다.

《어쩐지… 그때 일이 생각나누만. 조국통일을 앞당기는 심정으로 일을 잘하라고 이름지어준 진주라는 녀성말이요, 이제는 나이가 많겠는데…》

나직하나 조용히 울리는 그이의 말씀을 수행원들은 미쳐 알아듣지 못하였다. 그러나 김동환은, 그만은… 똑똑히 알아들었다.

《지배인동무를 보니 그 녀인 생각이 더 납니다. 모색까지 비슷해보입니다.》

《헉-》

김동환은 끝내 참지 못하고 소리를 냈다.

《장군님!》

김동환은 목이 메여 거의 속삭임에 가까운 소리로 말씀드렸다.

《제가 바로… 그 녀인은 저의 어머니입니다.》

장군님의 안광에서 반가움이 섬광처럼 일었다.

《그렇습니까? 그러고보니… 하하하… 오늘 나는… 참으로 기쁩니다. 어머니가 섰던 초소에 아들이 서고 그 아들이 공장을 믿음직하게 지키고있는것을 보니 마음이 놓입니다. 그러나 지배인동무가 공장을 꾸려놓은데 만족하고 만세를 불렀다면 난… 섭섭했을겁니다.

일군이라면 응당 그래야 합니다. 새롭게 발전하는 시대의 요구에 자기를 따라세울줄 알아야 합니다. 우리 로동자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깨끗하고 문명한 생활조건, 로동조건을 마련해주는것이 우리 당의 의도입니다. 그것을 알고 목표를 바로 정하면 할일이 더 명백해질것입니다.

나는 이 공장에서 나오는 비단실에 로동의 기쁨과 웃음만이 어리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우리 로동자들이 뽑아내는 비단실은 마땅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단실로 되여야 합니다.》

휘-익 한줄기 바람이 불었다. 눈가루가 대기중으로 자욱하게 떠올랐다. 눈가루는 해볕에 반짝거리며 마치 축포의 불꽃처럼 온 공장구내에 퍼져갔다.

 

×

 

깊은 밤, 자정이 넘었다, 시계의 초침소리만 간단없이 울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여전히 창문가에 서계시였다. 짙은 어둠속에서 그 무엇을 찾기라도 하시려는듯 시선을 떼지 않으시였다. 장군님께서는 저 멀리 어제와 오늘을 생각하고계시였다.

우리 혁명의 년대기들마다에서 자기의 지혜와 열정을 깡그리 바쳐 력사의 한쪽수레바퀴를 힘있게 떠밀어온 녀성들, 리신자, 길확실, 정춘실, 박옥희…

녀성의 아름다움과 슬기로움을 자랑하며 그들이 쌓아올린 위훈의 탑은 얼마나 높은것인가. 어머님께서 한생 사랑하시고 세상에 보란듯이 내세워주고싶어하신 우리 녀성들의 모습이였다. 그 모습을 오늘 공장에서 보신 그이께서는 가슴이 후더워오시였다, 전통은 이어지고있다. 오늘도 그러하지만 래일의 그들의 모습은 또 얼마나 자랑스럽고 훌륭할것인가.

문득 김동환의 얼굴이 떠오리시였다. 머리를 숙이고 죄송스러워하던 그, 그는 이밤 무엇을 하고있을가. 틀림없이 긴섬유견방적설비의 현대화를 두고 잠 못들고있을것이다.

이 나라 비단실의 참다운 력사… 그것은 수령님과 김정숙어머님의 숭고한 뜻에서부터 시작되였다고 할수 있다. 비단실은 아름다운것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아름다움은 가장 뜨거운 사랑에서 태여나는것이다. 그 력사를 우리는 더욱 빛내여나가야 한다.…

드디여 그이께서는 전화를 드시고 경공업성의 책임일군을 찾으시였다.

《오늘 제사공장에 갔던 느낌이 어떻습니까?》

《장군님, 성에서 공장을 잘 도와주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그만 하면 잘됐다고 하면서 만족하기만 했습니다. 성에서 당장 대책을 세우겠습니다. 설비현대화를 비롯하여 제기되는 문제들을 다 풀어주겠습니다.》

《그럴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왕 도와줄바에는 통이 크게 도와줍시다. 제사공장은 어버이수령님께서 공장을 다 지은 다음에 건설비를 계산하자고 하신 전설같은 이야기가 태여난 공장이 아닙니까. 또 우리 당의 고귀한 업적이 년년마다 새겨진 공장입니다. 로동계급의 건강과 그들의 문명한 생활조건을 위해 한평생을 바쳐오신 어버이수령님과 어머님을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습니다. 우리가 들고나가는 강성국가건설의 목표는 다른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인민들의 행복한 생활과 그들의 티없이 밝은 웃음입니다.

같은 값이면 제사공장의 긴섬유견방적설비를 최첨단수준에서 현대화되고 고속화된 최신식설비들로 꾸리도록 합시다. 자금걱정은 하지 말고 빠른 시일안에 생산도 하면서 견방적설비들을 새로 들여앉히기 위한 공사를 해야겠습니다. 그때에 가서… 제사공장로동계급의 예술소조공연도 보아주겠습니다.》

 

그로부터 얼마후 경애하는 장군님께서는 평양제사공장 로동계급이 올린 편지를 몸소 보아주시였다. 구절구절마다 감사와 격정의 눈물이 배여있는 편지였다. 그들은 한결같이 일생을 오로지 조국과 인민을 위해 깡그리 바쳐오신 김정숙어머님을 영원히 추억하며 어머님께서 간직하셨던 념원을 대를 이어 꽃피워드릴 일념으로 공장에 어머님의 존함을 모시게 해줄것을 절절히 청원하고있었다.

경애하는 장군님께서는 천천히 편지를 내리우시였다. 눈앞이 흐려오시여 더 읽을수가 없으시였다.

그이께서는 어머님께서 바쳐오신 한생의 업적이 자신의 혁명활동에 주추돌이 되고 디딤돌이 됨을 느끼시였다. 그것이 백배, 천배의 힘으로 자신을 떠밀어줌을 느끼시였다.

그이의 눈앞에 김정숙어머님의 모습이 우렷이 태양처럼 떠오르시였다. 엄숙하고도 자애로운 그 모습은 인민을 위하여 더 많은 일을 하라고 당부하시는것 같았다.

2009년 7월 8일.

평양제사공장을 《김정숙평양제사공장》으로 할데 대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이 발표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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