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101(2012)년 제10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리 진 주

사람의 한생에는 수많은 상봉과 작별이 있다.

때문에 사람들은 가까운 벗들과 상봉하면 기쁨속에 지난날을 추억하고 그들과 작별할 때에는 상봉의 날을 그리며 못 잊어 하는것이다.

나도 바쁜 사업에 파묻히다가도 잠시나마 여가시간이 생기면 만났다가 헤여진 그리운 벗들에 대한 상념에 잠기군 한다.

그 추억속에는 오랜 세월의 인연을 가진 벗들도 있지만 단 한번의 상봉과 짧은 인연으로써도 기억속에 깊이 자리잡은 사람들도 있다.

광명성절이 하루하루 다가오는 요즈음 나의 추억속에는 바로 그런 인연으로 맺어진 내또래처녀 미영이의 모습이 때없이 떠오르군 한다. 웃을 때마다 옴폭 패여들어가는 인상적인 보조개며 짙은 눈섭아래 항상 이슬을 머금은 머루알처럼 반짝이는 검은 눈동자… 언제 봐야 환한 그의 얼굴이 눈앞에 삼삼하다.

지금도 나의 귀전에는 자그마하나 단단한 주먹을 꼭 특어쥐고 《진아동무, 래년도 김정일화축전때 다시 만나요. 그땐 내 꼭!…》라고 다짐하던 산새소리처럼 청아한 그의 목소리가 쟁쟁히 들려오는것만 같다.

불현듯 추억은 명주천처럼 부드러운 나래를 펴고 미영이와 처음 만나던 그날로 조용히 날아갔다.

 

1

 

풍치수려한 대동강반에 웅장하면서도 특색있는 제모습을 자랑하며 자리잡은 김일성김정일화전시관에서는 위대한 장군님의 탄생일을 맞으며 김정일화축전이 성대히 진행되고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축전조직국 부원으로 배치된지 얼마 안되였던 나는 그때 무척 바쁜 나날을 보내고있었다. 더우기 배치되자마자 전국적인 아니, 전세계적인 규모에서 진행되는 불멸의 꽃 축전준비위원회의 한 성원이 되였으니 왜 안 그렇겠는가. 해야 할 일은 많고많았지만 그보다 자랑과 긍지가 더 컸다.

인류의 태양을 따르는 흠모의 마음들이 피워낸 불멸의 꽃송이들을, 그 꽃처럼 불타는 심장들을 맞이하는 사업이여서 더욱 그럴것이다.

창밖에선 아직도 겨울추위가 기승을 부리고있었지만 여기 축전장에는 뜨거운 그리움이 깃든 불멸의 꽃들이 봄날마냥 아름답게 피여있었다.

축전장안의 그 어느 전시대를 보나 가장 깨끗하고 열렬한 흠모의 마음이 어려 활짝 피여난 불멸의 꽃들이 특색있게 전시되여있었다.

보면 볼수록 충정이 깃든 전시대들이였다.

전시장에 울리는 노래는 더욱 가슴을 울리게 하였다.

 

친근한 영상 뵈오면 마음은 정에 쏠리고

영명한 말씀 들으면 온넋은 뜻에 끌리네

장군님 한분만 믿고 그 품에 심장을 주는

이것이 매혹이런가 이것이 매혹이런가

 

가슴쩌릿한 그리움을 안고 노래에 심취되여 있는데 문득 등뒤에서 걸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아동무,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고있소?》

돌아보니 중키에 풍채좋은 국장이 너부죽한 얼굴에 가벼운 미소를 담고 서있었다.

나는 고개를 다소곳하며 대답했다.

《국장동지, 돌아보면 볼수록 가슴을 울리고 어버이장군님에 대한 그리움에 잠겨들게 하는… 정말이지 세상에서 으뜸가는 꽃축전이라는 생각뿐입니다.》

《세상에서 으뜸가는 꽃축전이라… 뜻깊은 말이요.

참, 진아동문 시를 쓴다고 했지? 암, 여기서야 시상이 저절로 떠오를테지.

진아동무, 아무리 바빠도 시를 계속 쓰라구. 그가 어떤 일을 하든 시를 쓴다는건 참 좋은 일이지.… 그건 그렇구 진아동무, 전시단체들과 참관자들의 반영문을 구체적으로 알아보오. 제기되는 문제들도 놓치지 말구. 우리 축전조직국의 임무는 단지 꽃전시가 아니라 축전을 성과적으로 보장하여 불멸의 꽃을 통한 위대성선전을 잘하는것이요. 자, 이제 가보라구. 가만, 그 저고리고름이 좀 느슨하지 않은가?》

이런 때 보면 꼭 친아버지처럼 다심한 국장동지였다.

나는 옷매무시를 바로하고 전시대를 돌아보기 시작하였다.

그러느라니 다시금 그리움의 세계에 저도 모르게 잠기게 되였다.

어느 한 전시대앞을 지나던 나는 걸음을 멈추었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기때문이였다. 그것은 분명 흐느낌소리였다, 아니나다를가 내 쪽을 등지고 창가에 서있는 한 처녀가 손으로 눈굽을 훔치고있었다.

나는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급히 그에게 다가가 직방 물었다.

《무슨 일이 생겼는가요?》

처녀가 고개를 돌렸다. 첫눈에 나와 나이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슬며시 커지는 그의 두눈에는 《동문 누군가요?》라는 물음이 실려있었다.

《전 여기 축전조직국 부원이랍니다. 전시대들을 돌아보던중이였어요. 그런데 동문 무엇때문에…》 내가 말끝을 맺지 못하자 그가 얼른 뒤를 달았다.

《미안해요. 모두들 환희에 넘쳐있는 때… 이런 모습을 보여서…》

처녀는 울음을 털어버리기라도 하듯 머리를 가벼이 젓더니 문득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전 신정리에서 왔어요. 처음 축전에 참가했구요. 여기로 올 때는 얼마나 기쁘고 긍지스러웠던지… 그런데 정작 올라와보니 죄스러움과 부끄러움때문에 머리를 들수가 없습니다. 고향에서 내 손으로 처음 불멸의 꽃송이를 피웠을 땐 정말이지 자랑이 컸고 당당히 축전에 참가할수 있을것이라고 생각하며 올라왔어요. 그런데 와서보니 내가 키운 꽃이 어쩐지 좀 부족해보이는게 아니겠어요. 김정일화가 어떤 꽃인가요. 붉은 꽃잎을 바라볼수록 태양처럼 웃으시는 위대한 장군님의 그 영상이 어려오는 꽃이 아니나요. 그런데 이처럼 아름다운 꽃을 이렇게 키우구두 만족해있었으니…》

처녀는 말을 끊고 호- 긴숨을 내쉬였다.

류달리 검은 눈동자며 꼭 다문 입귀에 샘처럼 깨끗하고 진실한 내심이 감출수 없게 어려있었다. 마주볼수록, 이야기를 들을수록 호감이 가는 처녀였다.

나는 다정한 어조로 그를 위로해주었다.

《처음이니 그럴수도 있지요. 사실 김정일화재배는 높은 기술적지표를 요구한답니다. 하긴 다 아시겠지요?》

나는 더 말을 하지 않았다.

어쨌든 제힘으로 꽃을 피워내지 않았는가. 그러니 재배기술지표는 응당 알고있을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내 마음을 짐작한듯 처녀는 인상적인 보조개가 패이는 고운 웃음을 지으며 나의 손을 꼭 잡았다. 얼굴생김새와는 달리 단단한 손이였다.

《정말 고마워요. 저… 그런데 이름은 어떻게 부르시는가요? 제 이름은 유미영이예요.》

《난 리진아라고 해요. 올해 22살이예요.》

《어마나, 나도 22살인데…》

처녀의 검은 눈이 둥그래지더니 또 한번 귀엽게 보조개가 패인다.

나는 마주웃으며 말했다.

《나도 나와 나이가 같을거라고 짐작은 했댔어요. 그러니 우린 동갑이군요. 미영동무.》

그러면서 맞잡은 그의 손에 힘을 주며 다정히 그의 이름을 불렀다.

《진아동무.》

미영이도 자기의 손에 지그시 힘을 주었다.

그는 언제 울었던가싶이 어린애처럼 생글생글 웃고있었다.

미영이의 기분에 맞추어 나는 명랑한 어조로 물었다.

《축전장이 어때요?》

순간 미영이의 얼굴은 해빛을 받은듯 환해졌다.

《난 정말 꿈을 꾸는가 했어요.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꼭 궁전에… 그래요, 꽃궁전에 들어서는것 같지 않겠어요. 시가 막 저절로 떠오르는게…》

《시가요? 시를… 쓰는가요?》

반가움과 함께 더욱더 가까와지는 친밀감으로 하여 나의 목소리는 가볍게 떨리고있었다.

《자랑은 아니지만 전 어릴적부터 문학소조에 다녔답니다. 그래서 아동문학상을 두번 수여받고 그리고 청년문학상도 하나 있답니다.》

나는 놀라운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렇군요.… 나도… 시를 좀 써보군 하는데요.》

미영이의 얼굴에도 반가운 표정이 남실거렸다.

《그러고보니 우리는 통하는데가 있군요.》

그는 나의 손을 더 굳게 잡으며 말을 이었다.

《난 정말 부러워요. 이런 훌륭한 일을 하는 동무가 말이예요. 여기에서 일하는 긍지가 얼마나 커요.》

《그래요. 정말이지 여기서 일하는 긍지가 남다르답니다. 아침에 출근하여 어버이수령님과 위대한 장군님을 우러러 인사를 드리는것으로부터 나의 하루가 시작되군 해요.

난 늘 장군님을 만나뵙고싶은 꿈을 안고 산답니다. 그 꿈이 항상 나를 기쁘게 하고 일터를 떠나지 않게 해줘요. 난 동무가 꼭 다음번 축전때엔 흘륭한 김정일화를 피워 내놓으리라고 믿어요.》

우리는 서로 마주 바라보았다.

눈빛은 입으로 다 표현할수 없는 언어까지도 주고받는다고 했다. 우리는 서로의 눈빛에서 굳은 믿음을 읽었고 위대한 장군님을 더 잘 받들어모시고 조국의 부강을 위한 길에서 더 많을 일을 하자는 약속도 주고받았다.

축전이 끝나던 날 나를 찾아온 그는 내 손을 꼭 잡고 말했다.

《진아동무, 래년에 다시 만나요. 그때엔 혹시 위대한 장군님께서 축전장에 나오시지 않을가요? 난 어쩐지 꼭 장군님께서 축전장에 나오실것만 같아요.》

《미영동무, 우리 그날을 기다려 불멸의 꽃도 피우구 마음의 꽃도 활짝 피우자요.》

《알겠어요. 꼭 우리 다시 만나요.》

우리는 이렇게 헤여졌다.

 

2

 

나는 추억의 명상에서 깨여났다.

그러나 기쁘게, 즐겁게 만나리라 생각했던 우리들에게 커다란 상실의 아픔을 안은 날이 올줄이야…

천만군민의 피눈물이 흘러내려 바다를 이루었던 12월의 그날은 우리의 가슴속에 영원히 아물지 않는 날로 남아있다.

누가 감히 상상이나 할수 있었으랴. 1994년에 이어 2011년의 피눈물의 언덕을 다시 넘어야 할줄 꿈엔들 생각이나 해보았으랴.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져내리는것만 같던 12월의 그날.

하지만 우리는 가슴에 차넘치는 슬픔을 더 큰 힘과 용기로 바꾸어 분연히 일떠섰다.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천백배의 힘과 용기를 안고 억세게 일떠서게 하였던가!

위대한 수령님과 경애하는 장군님 그대로이신 또 한분의 민족의 태양 김정은동지가 계시여 우리는 그이를 우러르며 눈물을 씻고 일어섰다.

그 나날 우리 전시관안의 전체 종업원들은 자기들의 모든것을 다 바쳐 정히 피워낸 100여상의 김정일화를 비롯하여 많은 꽃들을 위대한 장군님께서 생전의 모습으로 계시는 금수산태양궁전에 안고갔으며 김정일화축전을 가장 성대히 보장하기 위한 사업에 한사람같이 떨쳐나섰다.

하여 이제 며칠후에는 여기 전시장에서 김정일화축전이 가장 뜻깊고 가장 성대히 진행되게 된다.

2층전시홀에서는 벌써부터 각 단위들에서 나와 한창 전시대를 설치하고있었다.

사무실에서 해당 문건정리에 여념이 없던 나는 국장이 들어오는 바람에 자리에서 일어섰다.

《진아동무, 나가보기요. 전시대설치를 봐주어야겠소.》

언제 보나 정열에 넘치는 모습이였다. 밤낮이 따로 없는 축전준비로 하여 그의 두눈은 충혈되여있었고 얼굴은 무척 수척해졌다.

문건을 정리해놓은 나는 그를 따라 급히 전시홀로 나갔다.

전시홀에서는 한창 작업이 진행되고있는중이였다. 일솜씨가 빠른 단위의 일군들은 벌써 전시대설치를 다 끝내고 흐뭇한 눈길로 자기들의 전시대를 가늠해보고있었다.

그들과 인사를 나누고 이야기를 주고받는 속에서도 나의 눈길은 줄곧 미영이를 찾고있었다.

(꼭 있을거야. 지금쯤 전시대를 설치하는중이겠지.)

나는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며 신정리전시대로 다가갔다.

처음보는 낯선 청년이 분주히 화분을 나르고있었다.

《저, 한가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그는 화분을 정히 안은채 급히 걸어가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건성 대답하였다.

《예, 물어보시오.》

《여기가 신정리전시대가 옳지요?》

《예, 그렇습니다.》

화분을 제자리에 놓은 청년은 허리를 펴며 그제야 나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미영동문 어디 갔는가요?》

《우리 미영동물 압니까?》

《참, 제가 소개를 안했군요. 전 여기 축전조직국 부원입니다. 작년에 우리는 약속했답니다, 올해에 다시 만나자고…》

《아- 그렇다면 혹시 리진아동무가 아닙니까?》

《예, 그래요. 제가 리진아입니다.》

《미영동문 김정일화를 키우는 나날에 늘 동무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미영동문 일이 제기되여 오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대신 왔습니다.》

그의 말에 한순간 서운함을 금할수 없었다.

미영이가 못 오다니. 그처럼 굳게 약속을 다짐한 미영이가 아닌가. 도대체 무슨 일이 생겼기에…

나의 속내를 짐작한듯 청년은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다르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미영동무가 동무에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그는 지금 우리 마을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군인들을 도와 남새재배를 돕고있습니다.

며칠전 부대군관들이 찾아와 미영동무의 방조를 청하기에… 축전이 눈앞에 있는데 가면 어쩌느냐고 내가 만류하였지만 그는 기꺼이 도와나섰습니다.》

《그랬댔군요.》

나는 청년이 주는 편지를 받아 펼쳐들었다.

《진아동무, 안녕하세요? 일이 생겨 좀 늦어질것 같애요. 하지만 약속은 꼭 지키겠어요. 우리의 상봉은 김정일화를 인연으로 하여 맺어진 의의깊은 상봉이 아니나요. 상봉의 그날을 기다려주세요. 미영.》

나는 잠시 말없이 서있었다.

미영의 말이 옳았다. 김정일화를 인연으로 하여 맺어진 나와 그였다.

그만큼 불멸의 꽃 김정일화에 대한 미영의 애착과 열정은 강렬한것이였다.

그런데 온실남새재배때문에 축전에 늦어진다니… 나로서는 리해가 잘 가지 않았다.

나는 착잡해지는 심정으로 청년에게 물었다.

《저… 미영동무가 언제쯤 도착하게 될가요?》

《인차 오겠다고 했습니다. 아마 늦어도 광명성절까지는 도착할겁니다.》

나는 신정리전시대를 바라보았다. 미영이네가 키운 무척 크고 붉은 꽃송이들이 거기에 놓여있었다. 눈물을 흘리며 새롭게 마음속 결의를 다지던 미영이의 모습이 꽃송이들속에서 삼삼히 어려왔다.

나는 호- 긴숨을 내쉬였다.

약속한대로 미영은 정말 크고 붉은 김정일화를 피워냈다. 나는 그것을 믿고있었다. 또한 그가 이번 축전에는 제일먼저 달려올것이라고 믿어마지 않았었다.

그런데 꽃만 오고 미영이는 늦어진다고 한다.

나는 리해되지 않아 종시 청년에게 사연을 물었다.

그러자 광민(그 청년의 이름이였다.)은 잠시 깊은 생각에 잠겼다가 조용히 말하는것이였다.

《진아동무, 시간이 허락한다면 제 이야기를 들어주십시오.》

이렇게 되여 나는 광민동무로부터 미영이가 흘려보낸 지난날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였다.

 

3

 

미영이는 정확히 7월에 조직배양모를 냈다.

미영이는 어린 꽃모를 온실로 가져온 날부터 자기의 모든 정성을 다 바쳐나갔다. 그의 정성이 어려 김정일화는 하루가 다르게 잎이 푸르러지고 줄기가 실해졌다.

지난 봄 분조장으로 임명된 후로부터 더욱 바쁜 몸이 되였지만 미영은 농사일의 드바쁜속에서도 김정일화재배에 자기의 성의를 다 바쳤다.

그러던 12월의 어느날 청천벽력과도 같은 비보가 중대방송으로 전해졌다.

우리 조국과 인민의 운명이시며 삶의 태양이신 위대한 김정일장군님께서 현지지도의 길에서, 야전렬차에서 서거하시였다는 비보를 들은 순간 미영은 그만 정신을 잃고 그 자리에 쓰러졌다.

시간이 흘러 의식을 되찾았을 때 미영이의 눈에서는 눈물이 아니라 피가 쏟아져내리는것만 같았다.

《장군님! 거짓말입니다. 장군님께서 가셨다는 말을 믿을수가 없습니다. 며칠전까지도 그토록 정력적인 모습으로 우리 인민들의 행복을 위해 현지지도의 길에 계시지 않으셨습니까. 매일 매 시각 위대한 장군님의 모습을 텔레비죤화면에서 뵈왔는데 이 무슨 청천벽력같은 소식입니까. 아, 믿지 못하겠습니다.》

미영은 사람들과 함께 한송이한송이 흰 꽃을 만들었다.

끝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이 꽃송이들을 적시였다.

눈물에 젖은 흰 꽃을 장군님의 초상화앞에 드리고 조의의 인사를 올린 미영은 그길로 벌로 달려나갔다.

차디찬 바람, 하염없이 내리는 흰눈발사이로 묵묵히 누워있는 논벌들이 한눈에 안겨왔다.

미영은 가볍게 몸을 떨었다. 추워서가 아니였다. 칼날같이 예리한 자책의 아픔이 가슴언저리를 스치고 지나갔기때문이였다.

아, 과연 농사경험이 부족하고 조직사업을 잘하지 못해서일가. 아니, 아니야. 그렇다면 어제 분조계획에 있었던 거름뒤집기와 물주기작업은 왜 뒤고 미루었는가.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고 그래서 거름더미가 언데다가 강도 얼어붙었기때문에… 과연 이것이 구실로 될가.

그런데 바로 그 제일 추운 날 위대한 장군님께선 야전렬차를 타시고 북방의 멀고먼 현지지도의 길을 가시다가 순직하신것이 아니였던가.

아, 미영은 두손으로 얼굴을 싸쥐고 차디찬 눈우에 주저앉았다.

위대한 장군님께서 생전에 가장 큰 심혈을 기울이신 문제가 바로 농사문제, 쌀문제가 아니였던가.

그런데 나는, 나는…

잠시후 분조의 거름더미옆에서는 커다란 우등불들이 활활 타올랐다. 얼어붙은 강가에서는 쩡쩡- 도끼질소리가 울렸다.

미영의 뒤를 따라 온 분조, 온 마을이 달려나왔다. 참으로 뜨거운 겨울밤이였다.

 

×

 

아직은 먼동이 트기 전… 미영은 온실에 들어섰다.

온실에 들어서자 김정일화의 꽃향기가 페부에 깊이 스며들었다. 순간 온몸에서 새힘이 솟구쳐올랐다.

미영은 팔소매를 걷어올리고 일손을 잡았다.

먼저 물조리개에 찰랑찰랑 물을 채운 미영은 꽃망울이 진 화분들에 물을 주기 시작했다. 그리고나서 한쪽구석에 무둑히 쌓여있는 질좋은 부식토를 화대가까이로 날라왔다. 그리고는 얼굴에 흐르는 땀도 씻을새없이 화분부식토갈이에 달라붙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가.…

문득 등뒤에서 들려오는 인기척에 미영은 고개를 돌렸다.

작업반 청년동맹초급단체위원장인 광민이가 서있었다.

《분조장동무, 힘들지 않소?》

진심이 어려있는 광민의 물음에 미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미영의 눈빛을 이윽토록 바라보던 광민이 천천히 팔소매를 걷어올렸다.

침묵속에 일하는 두사람의 소리만이 온실에 조용히 울렸다.

부식토갈이를 끝낸 화분들을 다시 화대우에 올려놓을 때 광민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미영동무! 이번 김정일화축전에 꼭 참가해야지?》

미영의 눈길이 광민이의 얼굴에 못박혔다.

처음에는 너무도 뻔한것을 묻는다는 눈빛이였으나 다음순간 광민의 마음을 헤아려본듯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분조일은 걱정말구 김정일화재배에 전심하오. 이 꽃이야 우리 분조 아니. 우리 신정리사람들의 진정이 담겨진 꽃이 아니요.》

마디마디 힘주어 말하는 광민을 이윽토록 바라보던 미영의 눈길이 방금 물을 뿌린 꽃화분에 가닿았다. 꽃망울이며 파란 잎새에 아직도 눈물같은 물방울들이 맺혀있었다.

그 물방울들을 바라보며 미영은 입을 열었다.

《광민동무, 며칠전까지만 해도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있었어요. 불멸의 꽃 김정일화를 남보다 크고 아름답게 더 많이 피워 축전장으로 안고가면 그것이 바로 우리 마음의 전부라고 말이예요. 하지만…》

미영의 눈에는 다시금 그렁그렁 물기가 고였다.

《우리가 왜 꽃을 피우는가요. 왜서 해마다 2월의 명절이 오면 김정일화를 안고 축전장으로 달려가나요. 위대한 장군님을 가장 높이 우러러모시고 받들고싶은 그 마음때문이 아닌가요. 전체 인민이, 온 세상 사람들이 바로 그런 마음으로 꽃을 피우고 그럼 마음을 안고 축전장을 찾아오는것이 아니겠어요.

그런데… 자기 맡은 일도 제대로 못하면서, 위대한 장군님께서 그토록 마음쓰신 농사문제 하나 풀어드리지 못한 우리가 과연 무슨 자격으로 축전장에 들어설수가 있겠는가 말이예요.》

미영의 두볼로는 뜨거운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리고있었다.

《미영동무!》

불같은 감동의 열기가 광민의 온몸을 사로잡았다.

《광민동무, 전 제일 크고 아름다운 김정일화를 꼭 피워내겠어요. 그리고 올해농사차비를 남보다 더 질적으로 빨리 끝내겠어요. 그래야만, 그래야만 전 축전장으로 갈 자격이 있을거예요. 꽃은 우리의 심장속에 피여야 해요.》

광민은 뜨거운것을 씹어삼키며 이윽토록 미영을 바라보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훌륭한 처녀가 지금 자기앞에 서있었다.…

 

광민의 이야기는 끝났으나 나의 눈앞에는 그날 밤의 미영이의 모습이 떠날줄 몰랐다.

(심장속에 피워야 하는 꽃, 심장속에 피여나는 꽃…)

지금껏 그렇게 알아왔고 또 그렇게 말해왔지만 오늘 새삼스럽게 가슴을 울려주는것은 무엇때문일가.

나도 잠시나마 망각한적은 없었던가.

사계절 가림없이 온 나라, 온 세계의 마음이 그토록 뜨겁게, 열렬하게 미영이처럼 심장의 더운피를 끓여왔던가.

《미영이…》

나는 입속으로 조용히 불러보았다.

 

×

 

미영이는 왔다.

농장적으로 제일먼저 새해농사차비를 다  끝내고 훌륭하게 키운 꽃송이를 안고 한시바삐 평양으로 달려오고싶었던 그였다.

하지만 경애하는 김정은장군님께서 그토록 마음쓰시는 인민군군인들의 식생활문제를 위한 온실남새재배도 밤낮이 따로없이 도와준 다음에야 신정리를 떠나온것이였다.

축전이 시작되는 첫날 이른새벽 산뜻한 치마저고리를 입은 미영이가 내앞에 나타났다.

《미영동무!》

나는 너무도 반가와 소리쳐부르며 그를 와락 그러안았다.

《진아동무.》

《보고싶었어요.》

《나두 보고싶었어요. 글쎄 새벽별을 이고 떠났는데 이제야… 내가 늦지는 않았지요? 약속을 지켰지요?》

빨갛게 달아오른 그의 얼굴을 보며 나는 말했다.

《그래요, 지켰어요. 심장으로 지키는 약속이 아니나요.》

《심장으로 지키는 약속?!》

미영은 고운 눈을 크게 뜨더니 나의 손을 꼭 잡아쥐였다.

《야, 역시 시인이 다르군요.》

《미영동무야 벌써 더 멋진 시를 쓰지 않았어요, 심장으로 말이예요.》

《어마나 또 심장이군요.》

우리는 가슴벅차게, 환희롭게 웃으며 한몸이 되였다.

나와 미영이는 서로 손을 꼭 잡고 전시대로 달려갔다.

하나같이 크고 붉은 미영이의 꽃송이들이 짙은 향기를 풍기고있었다.

어찌 미영이의 꽃뿐이랴.

온 나라 전체 인민의, 온 세계 혁명적인민들의 열렬한 흠모와 충정의 심장들이 피워낸 꽃송이들이 이 세상 가장 아름다운 향기를 끝없이 뿜어올리고있었다.

천만군민과 영원히 함께 계시는 위대한 장군님!

또 한분의 백두산천출위인이신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 계심으로 하여 어버이장군님의 불멸의 업적은 조국과 더불어 영원할것이며 그이의 모습은 태양의 모습으로 우리 천만군민의 심장속에 영생할것이다.

《위대한 장군님!》

나와 미영이는 한목소리로 부르며 깊이 고개숙여 인사를 올렸다.

위대한 장군님의 유훈을 높이 받들고 경애하는 김정은장군님을 천년만년 높이 받들어모실 천만군민의 심장의 맹세가 노래되여 축전장안에 울려퍼진다.

아, 얼마나 환희롭고 격동적인 우리의 미래인가.

대를 이어 영원한 수령복, 장군복, 태양복을 받아안은 뜨거운 심장들이 충정의 한길을 변함없이 걸어갈 우리 조국의 앞날은 또 얼마나 위대한것인가.

우리는 서로서로 팔을 끼고 어깨를 겯고 충정의 맹세를 굳게 다지였다.

(조선김일성김정일화위원회 로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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