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101(2012)년 제9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김 하 수
《명훈이라구?!》
《왜 그렇게 놀라시우?… 알고있수?》
머리를 쳐들고 바투 다가오는 안사람 정녀를 보자 재덕은 자리에서 일어나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은채 주섬주섬 옷을 입었다.
《아니, 그래 좋다는거요, 싫다는거요?》
《허허, 콩밭에 서슬치겠군. 열매는 익어야 따는 맛도 있고 먹는 맛도 있는 법이야.》
재덕의 시답지 않은 말에서 김이 빠졌는지 정녀는 방걸레를 손에 쥔채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이마의 주름살을 잔뜩 올려붙이며 또 푸념질이다.
《언제 맛볼 새가 있수? 셈평이 좋수다레. 그 애 나이가 몇살인지 아시우?》
그제서야 재덕은 휑뎅그렁한 집안을 둘러보았다.
어제밤 풋잠속에 딸 금희가 들어오는것을 어렴풋이 본 생각이 났다.
《그런데 금흰 어델 갔소?》
《또 공장으로 나갔수다. 어떻게 할려우? 익었든 설었든 따야 할게 아니우.》
《명훈이야 내가 알아도 잘 알지, 이전까진 나무랄데 없는 청년이였는데…》
흥심이 없는 재덕의 말인데도 정녀의 얼굴이 대번에 환해졌다.
《그럼 됐수다. 서로 맞세워보고 다른게 없으면 얼른 잔치를 합시다레.》
이건 또 무슨 소린가.
남의 속내는 알지도 못하면서 제 궁냥부터 펼치는 안해의 결심이 참 걸작이였다.
재덕은 어처구니가 없어 허허 웃고말았다.
《됐소, 됐소. 하루아침에 그 애가 당신처럼 늙을가봐 몸살이요? 빨리 가방을 인주오.》
시기를 놓치면 안되는 동결방지제도입을 하루아침에 취소시킨 명훈의 행동에 이제껏 가져보지 못한 불만이 응어리로 맺힌 재덕이였다.
또 그것으로 하여 돌격대에서 같이 일하는 금희와 명훈의 관계가 어느 지경에 이르렀는지 집에 앉아있는 정녀가 알수 없다.
그렇다고 미주알고주알 다 말할수는 없어 본의아닌 짜증을 부렸으나 정녀는 막무가내였다.
《원, 로친두…》
재덕은 안해의 마음을 잘 안다.
군대에서 제대되여 대학을 졸업하고 늦장가를 간 재덕에게 있어서 그나마 자식이라곤 딸 하나가 집안의 전부였다.
안해의 걱정이 공연한것이 아니였다.
인생의 령마루에 올라서고보니 자부심을 안고 돌아보는 자기의 한생에 이 나이면 응당 불리울 할아버지소리를 아직도 듣지 못하는 생활의 공백도 있었구나 하는 때늦은 감정이 물우에 떨어진 물감마냥 서서히 퍼져나갔다.
자기가 다 그럴진대 열두자락에 고이 품안으며 애지중지 키워온 안해야 무슨 생각인들 안했겠는가.
(명훈이라…)
눈이 삐뚤어지지 않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욕심낼만 한 청년이였다.
억실억실한 눈과 구리빛얼굴, 단단한 두어깨…
그는 새 비료생산공정건설을 시작할무렵 제대배낭을 건설장에 풀어놓은 청년이다.
일본새 또한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재덕은 복덩이가 굴러왔다며 앞으로 자기뒤를 이을 건설일군감이라고 때없이 칭찬을 자주 했다.
그랬더니 돌격대의 시공참모가 이왕이면 뽕도 따고 님도 보게 사위로 삼을 생각이 없느냐고 진담 비슷한 말을 했다.
과연 그 말이 싫지 않아서 머리를 끄덕였더니 시공참모가 자주 집으로 오가면서 안해에게 무슨 말을 한것 같았다.
이렇게 시작된 일이였는데 미츨한 참대에도 마디가 있다더니 훌륭한 사위감이라고 생각했던 명훈에 대한 좋은 감정에 커다란 의혹이 생기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리해하지 못할 명훈의 행동에 재덕이자신도 찌프러진 눈살을 펴기 힘든데 딸인 금희라고 그를 곱게 볼리가 없다.
지금 그들사이에는 얼핏 마주치기만 해도 차겁고 랭랭한 기운이 꽉 차 돌아간다.
그들의 이러한 관계를 모르고 두벌자식을 빨리 안아보고싶어 헤덤벼치는 안해의 모습을 생각하니 저도 몰래 마음이 뒤숭숭해났다.
크고 단 참외가 없듯이 명훈이를 애써 리해하자고 해도 왜서인지 그렇게 되지 않았다.
갑자기 코등에 무엇이 날아와앉으며 차거운 감각을 준다.
머리를 드니 뽀얀 운무에 가리운 재빛하늘에서 눈이 날아내렸다.
(이크, 벌써…)
겨울이 눈앞에 박두했다는 당혹감이 머리속에서 감겨돌아가던 상념을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그럴수록 다가오는 겨울에도 건설을 계속 할 확고한 결심에 차단봉을 내린 명훈에 대한 불쾌감이 터친 뚝이 되여 사정없이 밀려나갔다.
×
건설직장의 현장기사 방신영이 연구한 동결방지제는 설비와 장치물의 기초, 건물의 골조를 령하30도에서 타입해도 세멘트혼합물이 얼지 않으면서 굳기시간을 촉진시키는 첨가제이다.
이것이야말로 기업소 건설과장으로 일해오는 재덕의 근심에 종지부를 찍는 변혁적인 일인것과 동시에 온 나라가 지켜보는 새 비료생산공정건설을 겨울에도 지체없이 와닥닥 내밀수 있게 한 환영할만 한 첨가제였다.
더우기 발밑에 감겨돌아가던 마가을의 락엽도 자취를 감춘 이때 동결방지제의 도입은 잠시도 미룰수 없는 일이였다.
재덕은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것처럼 너무 기뻐 그 도입을 적극 지지해나섰다.
하지만 동결방지제의 도입은 한번 해보지도 못한채 취소되고말았다.
한것은 그걸 연구한 당사자가 갑자기 그 도입을 반대해나섰고 뒤이어 시공참모에게 주었던 실험결과와 공정도를 모두 찾아갔다는것이였다.
(무슨 오유라도 있었단 말인가?)
재덕은 그 리유를 뜻하지 않은 곳에서 알게 되였다.
동지달이라 한낮은 너무도 짧았다.
해빛의 잔광이 미처 사라지기도 전에 때를 만난듯 어둠이 소리없이 찾아든 저녁이였다.
가슴 한구석이 펑 뚫린것 같은 실망감에 잠겨 기초타입현장을 터벅터벅 돌아보는데 혼합기옆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동문 너무해요.》
《내가?! 도대체 뭐가 너무하단 말이요?》
고요한 정적을 깨뜨리며 어둠을 타고 들려오는 억양이 높은 목소리는 해묵은 나무의 밑둥처럼 어딘가 모르게 거칠었다.
슬그머니 그쪽을 바라보니 명훈이와 마주서있는 딸 금희의 모습이 어둠속에서 어렴풋이 안겨왔다.
(저런… 총각앞에서 딱따구리처럼 부리를 곧추 세우다니. 그러니 나이가 다 차도록 따라다니는 그림자 하나 없지.)
이런 생각에 잠겨 설레설레 머리를 젓던 재덕은 다시 울리는 금희의 격한 목소리에 미심쩍은데가 있어 저도 모르게 가던 걸음을 멈추었다.
《그 좋은 동결방지제를 누구보다 환영해야 할 동무가 어쩌면 그럴수 있나 말이예요. 너무해요, 이건 너무하단 말이예요.》
《오해하지 마오. 그 동결방지제가 성공했을 때 동무가 말한것처럼 누구보다 기뻐했던 나요. 하지만 도입에 드는 많은 시간과 로력은 마음에 들지않는단 말이요. 지금이 어느때인지 동무도 잘 알지 않소.》
(그러니 명훈이가?…)
자석에 붙은듯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재덕의 관자노리에 지렁이같은 피줄이 꿈틀거렸다.
믿음이 가고 앞날에 대한 기대가 커서 그속에 자기 딸의 행복한 미래까지 은근히 비쳐보던 맑은 호수가에 때아닌 어두운 그림자가 비낀것이다.
아니, 생각지 않게 날아든 돌덩이로 하여 잔잔하고 투명해보이던 수면이 여지없이 흔들리면서 선명하게 안겨오던, 이제까지 흠없던 명훈의 모습이 순간에 이지러졌던것이다.
(그럴수가 있는가?)
문득 이틀전의 일이 떠올랐다.
그날 재덕은 돌격대중대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희색이 만면해서 동결방지제도입의 중요성과 의의를 언급한 다음 여기에 필요한 로력을 무조건 보장해야겠다고 말했다.
이때 명훈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 어쩐지 동결방지제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렇게 많은 시간과 로력을 허비할바에야… 여기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봅니다.》
술렁거리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명훈이한테로 쏠렸고 뒤이어 정말 그렇지 않느냐는 눈빛이 다시 재덕에게로 향해졌다.
재덕은 응당한 질문이라는듯 가볍게 웃음을 띠웠다.
그리고는 로숙한 건설일군답게 느슨한 목소리로 좌중을 둘러보며 말했다.
《물론 시간과 로력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아야 하오. 그러나 더 많은 시간과 로력을 빼앗는것은 바로 겨울이란 말이요.》
《저도 그걸 모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건설속도를 조금도 늦추지 않으면서도 시간과 로력을 적게 쓰는 그런 동결방지제연구를 심화시키자는겁니다. 또 그렇게 하는게…》
재덕의 이마에 주름이 밭고랑처럼 패워졌고 눈꼬리가 치켜올랐다. 그는 점점 더 흥분해서 자기의 주장을 고집하는 명훈의 말을 중도에서 끊어버렸다.
《동무, 무슨 소릴 하는거요, 겨울이 눈앞에 왔는데… 딴 생각 말고 지시대로 하오.》
재덕은 모임이 끝났다는것을 알리듯 책상우에 놓인 책을 소리나게 덮었다.
했으나 명훈은 자리에 앉을념을 안하고 그냥 그자리에 서있었다.
의문을 안은 무수한 눈빛들이 재덕이와 명훈을 향해 수없이 오고갔다.
이런 때 지휘관의 립장은 명백해야 한다.
재덕은 판결을 내린 재판관처럼 엄엄한 기상으로 방을 나섰다.
안타까운듯 한 명훈의 시선이 자기의 잔등을 찌르고있음을 그는 느끼였다.
재덕은 명훈의 일을 두고 젊은 사람들에게서 얼마든지 있을수 있는 일이라고 너그럽게 생각하였지만 그가 방기사한테까지 찾아가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하였다.
언제나 앞채를 메고 달리던 명훈이가 겨울이라는 난관을 앞에 놓고 어째서 자기와 어깨를 겯지 못하는지 리해가 되지 않았다.
재덕에게 있어서 또 한가지 리해가 되지 않는것은 정말로 방기사가 명훈이의 말을 듣고 자기의 연구성과를 그렇게 쉽게 포기했겠는가 하는것이였다.…
생각에서 깨여난 재덕은 저도 모르게 긴숨을 내쉬고는 무거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기였다.
×
재덕은 방신영기사를 찾아 떠났다.
가면서 언제인가 금희에게 하였다는 그의 말을 새삼스럽게 되새겨보았다.
금희: 《저 나무잎들이 다 떨어지면 또 겨울이 오겠지요?》
신영: 《그야 어길수 없는 자연의 법칙이 아니냐.》
금희: 《완공날자를 앞당기며 나가던 건설속도가 이제 지체된다고 생각하니…》
신영: 《?》
금희: 《우리 아버진 이 겨울때문에 머리가 더 희여진것 같아요. 기사동지, 겨울에도 혼합물이얼지 않게 하는 방법은 없을가요?》
신영: 《명훈중대장과 꼭같은 말을 하는구나.》
금희: 《명훈중대장이 왔댔어요?》
신영: 《그래, 벌써 몇번이나 찾아왔댔다.》
이렇게 되여 동결방지제연구에 나선 방신영기사였다.
그때 금희로부터 이 말을 들은 재덕은 정말로 그런것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가 하고 동심세계에 잠겨있었는데 그것이 얼마 안 있어 정말 현실로 되여 나타났던것이다.
그런 동결방지제가 오늘은… 이런 생각으로 더욱 무거워진 마음을 안고 재덕은 신영기사가 있는 방문을 두드렸다.
그가 방에 들어서자 여러가지 자료들을 들여다보고있던 신영기사가 천천히 머리를 들었다.
《아니, 과장동지가… 어서 들어오세요.》
어줍게 미소를 지으며 맞이하는 신영기사의 얼굴에는 송구해하는 기색이 짙게 어려있었다.
《정말 미안합니다. 제가 그만 실책을 범했는가 봅니다. 결점을 보지 않았단 말입니다. 아마 그래서 천리를 보는 눈도 제 눈섭을 보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가 봅니다.》
흰 머리카락이 다문다문 섞인 머리며 꺼멓게 탄듯 한 엷은 입술, 고심의 흔적인듯 검은 반점이 무수히 내돋은 얼굴… 늘씬한 몸매에 얼굴이 달덩이같던 젊었을 때의 모습은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세월이 이렇게 흘렀는가.
신영기사의 낯빛을 은근히 살피며 첫 말마디의 적중한 표현을 찾던 재덕은 황황히 손을 내흔들었다.
《실책이라니?… 그런 소린 하지 마오.》
얼굴에는 전에 없는 화색이 돌았다.
정말로 그때문이라면 큰 문제는 아니다.
《제가 하라면 못하면서도 남이 한 일은 평가하기가 쉽지요. 더우기 대책이 없는 빈말은 랭수 한그릇보다 못하지요. 아니, 한갖 시비질에 불과하단 말이요.
생각해보오. 동결방지제도입에 드는 품이 온 겨우내 여기저기 풍막을 가설하고 물을 끓이고 모래를 덥혀야 하는 그 로력과 시간에 비하겠소. 그런데도 사람들은…》
재덕은 쓰거운지 말을 채 맺지 못하고 입을 다셨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완공의 날을 앞당기려는 젊은이들의 요구는 확실히 우리와 다릅니다. 전 그들의 의견속에서 시대의 속도에 따라서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했으니까요.》
《원 이런, 기사동무두. 젊은이들의 한마디에 뭘 그렇게까지… 생각해보오. 쌀이라면 필요할 때 쓰자고 따로 남겨둘수도 있지만 시간은 객관적조건을 무시하고 지금 이 시각에도 흘러가고있단 말이요. 겨울이 눈앞에 왔는데 어쩌면 좋소?》
《그 심정은 리해됩니다. 하지만 그렇게는 못하겠습니다. 만약 그것을 그대로 도입했다가 오히려 건설을 더 지체시킨다면 그 시간은 무엇으로 보상하겠습니까. 모르고 흘려보낸 시간은 후회로 남지만 알면서 버린 시간은 량심의 가책과 함께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전 아직도 우리들의 량심에 빈 공간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일깨워주던 과장동지의 그 말을 잊지 않고있습니다.》
재덕은 날카로운 칼이 몸에 닿는듯 한감을 느꼈다.
활기를 띠였던 재덕은 덤덤히 앉아 방기사의 얼굴만 지켜보았다.
《믿고 기다려주십시오. 제 어떻게 하나 꼭…》
(그러니 신영기사도?…)
무조건 도입하려던 굴뚝같은 욕심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
명훈이의 말이 이다지도 컸는가.
결곡하게 말하는 신영기사를 보면 그런것 같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제스스로 정한 길인가.
뭔가 말하고싶은 생각이 마음속에서 고패쳤으나 재덕은 애써 입을 다물었다.
재덕은 한참이나 동안을 두었다가 《그럼 믿고 기다리겠소.》 이렇게 한마디 하고는 맥없이 방을 나섰다.
그것이 미안했던지 밖에까지 따라나온 신영기사가 거듭 걱정말라고 당부하였다.
(믿고 기다리란 말이지.…)
스적스적 걸음을 옮기던 재덕은 그 자리에 멈춰섰다.
오뉴월도 아닌데 내가 왜 믿고 기다린다는 막연한 약속을 하고 나왔을가.
산같은 후회가 따라섰다.
그렇다고 다시 돌아설 용단도 서지 않았다.
재덕의 울적한 심사는 사무실에 돌아와서도 계속되였다.
재덕은 명훈이를 불러다놓고 따지기 시작했다.
《동무 눈엔 겨울이 줌안에서 녹는 눈덩이처럼 보이오? 그래, 아무런 타산도 없이 동결방지제도입을 반대하면 어쩌자는거요? 좀 대답해보오.》
재덕의 절절한 물음에 명훈은 낮으나 무게있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무런 타산이 없는것은 아닙니다. 지금 그 방도를 찾고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저희들을 지지해주고 떠밀어주어야 할 과장동지가 이렇게 제동을 걸고있으니… 정말 안타깝습니다.》
《뭐, 뭐라구?… 제동?!》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재덕은 입을 벌린채 명훈을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말을 이었다.
《그 제동기역할은 다름아닌 동무가 하고있소.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일궈놓은 불집이 어떻게 번져가고있는지 알기나 하오?》
이때 그들사이에 놓여있던 전화기가 따르릉거리며 울렸다.
신경질적으로 송수화기를 들던 재덕은 급기야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겨울철건설과 관련한 협의회시간이 된것이였다.
사업일지를 들고나서던 재덕은 자기의 의사를 다시한번 강조하는것을 잊지 않았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동결방지제도입은 불가피한거요. 이걸 잊지 말고 이제 진행되는 회의에서 책임적인 발언을 하기 바라오.》
재덕은 더 들을 말이 없다는듯 랭랭한 표정으로 바람을 일구며 방을 나섰다. 그러나 회의를 끝내고 돌아올 때의 그의 얼굴은 더 컴컴하였다.
겨울철에도 건설은 문제없다고 큰소리쳤던 재덕은 협의회에서 방기사까지 명훈이와 의견을 같이하는 바람에 꿀먹은 벙어리가 되였었다.
오히려 아무런 대책안도 내놓지 못한 무책임성에 대하여 말만 들었을뿐이다.
(어쩌면 명훈이가?…)
도대체 어떻게 되여 명훈이가 방기사의 마음을 돌려놓았고 이 건설을 좌우지할 정도의 인물로 되였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였다.
×
짙은 안개속에서 허우적거리듯 선명치 않은 머리를 정돈하느라 재덕은 끝내 일손을 잡지 못하였다.
원주필을 꺼꾸로 든채 몇번이고 책상우에 그루를 박던 그는 종시 자리에서 일어나고말았다.
사실 안해의 입에서 명훈이의 소리가 나온것은 결코 우연한것이 아니였다.
명훈이가 자기 집사람으로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실제에 있어서 안해보다 자기자신이 더 강렬하였다.
모든 일을 앞질러 조직하는 빈틈없는 조직력과 수완, 실리있는 타산과 기발한 착상, 건설에서 제노라고 하는 재덕이자신도 명훈이한테 탄복할 때가 많을 정도였다.
소대장을 거쳐 중대장이 되여 머리를 맞대고 일할 때는 더더욱 그랬다.
그것이 점차 욕심으로 번져갔다.
물은 한곬으로 흐른다더니 금희와 명훈의 관계도 꼭 찍어말할수는 없지만 바라던대로 여간 다정해보이지 않았다.
공장대학에 갓 입학한 명훈이가 손에 책을 들고 이미 졸업한 금희의 뒤를 졸졸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그 나날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한번은 금희가 약으로 쓴다면서 집에 있는 검정콩을 푹 퍼서 내갔다.
뭔가 짚이는데가 있어 시공참모에게 슬며시 물었더니 그것이 통채로 명훈이한테 넘어갔다는것이였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것은 기술혁신이요, 창의고안이요 하면서 붙어돌아다니던 그들이 날이 감에 따라 수닭처럼 서로 싸운다는것이였다.
물론 일하는 과정의 마찰이겠지만 리유를 불문하고 처녀의 음성이 커서 좋아할 사람은 없는것이다.
재덕은 조용한 기회에 금희에게 명훈이와 같은 총각들앞에서 감정을 앞세우지 말라, 넌 처녀다, 처녀는 처녀로서의 몸가짐이 있다… 등 여러가지로 진중하게 타일렀더니 머리를 숙이고 인차 접수하는것이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동결방지제도입을 놓고 서로 다른 견해로 하여 앵돌아졌다는것이였다.
명훈은 명훈이대로 금희에게 동결방지제의 결점에 대해 아버지에게 인식시키라고 했고 금희는 금희대로 아버지이기 전에 건설과장이니 중대장인 동무가 설명하라고 했다는것이였다.
사랑으로 일렁이던 그들의 감정은 동결방지제라는 사나운 파도에 밀리워 수습하기 어려운 정도로 서로 다른 기슭으로 멀어지고있었다.
삼거웃처럼 얽혀돌아가는 생각속에서 헤여나 창가로 다가가던 재덕은 두눈을 의심했다.
아침에 약간 날리던 눈이 어느결에 창문턱을 소복이 덮었다.
창밖을 내다보니 그새 커진 눈송이들이 하늘을 메우며 줄지어 내리고있었다. 동시에 당황함과 조급성이 가슴을 섬찍하게 하였다.
×
며칠이 지나갔다.
눈이 멎은 다음날부터 기온이 급작스레 내려가더니 날씨가 추워졌다.
전반적인 건설공정이 제자리걸음을 하고있었다.
커다란 기대를 안고있는 동결방지제소식은 분초를 쪼개며 초조와 긴장속에 애간장을 끓이더니 이젠 불안과 우려로 바뀌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쩌자는건가?)
재덕은 오늘의 이 건설에 남다른 의의를 부여하고있었다.
지난 기간 기업소적인 얼마나 많은 큰 공사를 해왔던가. 합성직장과 급수직장의 현대화, 새로운 반응탑들의 건설과 몇해전에 완공한 새로운 물전해공정… 큼직큼직하게 꼽아도 열손가락이 훨씬 넘을 이 모든것을 보며 자신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은근히 안고있는 그였다.
그런데다가 말년에 온 나라의 관심속에 진행되는 거대한 건설에 또다시 큼직한 자욱을 남기게 됐으니 어찌 가슴뻐근함을 느끼지 않을수 있으랴.
일생에 이런 큰 건설을 맡아보기는 처음이였다.
재덕은 지금껏 쌓아온 실력과 경험을 최대한 발휘할수 있는, 그래서 자기의 한생을 멋들어지게 총화지을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여기에 모든 정력을 쏟아부었다.
이제까지는 결심하고 작전한 모든 건설일정들이 얼음판에 박밀듯 순조롭게 진행되였다.
이제는 가스청정계통의 마지막건설이 남아있다.
그런데 사나운 겨울이 앞을 막아나섰다.
겨울앞에서는 한다하는 재덕이자신도 용빼는 수가 없었다. 이러한 때 동결방지제가 출현하였다.
그런데…
(하자는건가, 말자는건가?)
이제는 밥맛도 없고 잠도 오지 않는다.
첫 추위가 터지던 그밤 너무도 억이 막혀 재덕은 명훈이에게 아무 말도 못했다.
낮에 쳐놓은 정제탑의 기초가 걱정되여 이른새벽 현장으로 나갔던 재덕은 덮어놓았던 가마니들이 바람에 여기저기 일어난것을 바로잡는 명훈이를 보았었다.
깨끗한 진심을 바쳐가는 사람들이 만날수 있는 이런 장소에서 긍정과 감동에 응당 가슴이 뭉클거려야 하겠으나 오히려 말 못할 울화가 울컥 치밀었다.
보라, 추위가 건설에 주는 영향이 어떤것인가를.
이 마당에서 누가 옳고 그름의 설명이 필요하단말인가.
그런데도 동결방지제도입을 반대하다니…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에 대한 동정의 마음이 없지 않았다.
문득 어제 시공참모가 걱정스레 한 말이 되새겨졌다.
《전혀 자기 몸을 돌보지 않거던. 명훈이 그 사람이 검정콩자루속에 발을 잠그고있길래 이상해서 보니 말이 아니더구만. 그런 발을 가지고 추운 한밤을 밖에서 지샜으니 도질수밖에…》
동상을 입은 명훈의 발이라…
그러니 금희는 이미 알고있었다는 소리가 아닌가.
그래, 금희를 만나야 한다.
그래야 새 동결방지제연구도, 명훈의 발상태도 알수 있다.
어떻게 한다?…
이 며칠째 집에 들어가지 않았더니 금희를 언제 봤던지 기억나지 않는다.
이러는데 밥곽그릇을 든 정녀가 사무실로 조용히 들어왔다.
《아니, 모두 때식을 건늬며 일을 하우? 이젠 금희까지도 당신을 닮아 집에 들어오지 않으니, 원…》
《아니, 금희도 안 들어온단 말이요?》
재덕의 말에 정녀는 혀를 찼다.
《나두 뭐가 뭔지 모르겠수다. 나이찬 애가 시집갈 생각은 하지 않구 돌아치니… 어제 아침에 씽하니 들어와서 꼭 필요하다며 검정콩을 또 가지고 나갔수다. 그 돌격대에선 검정콩만 먹고 사는 사람이 있는지, 원.》
재덕의 놀란 눈길이 정녀에게로 날아갔다.
이 무슨 가을뻐꾸기같은 소린가.
그들사이야 이미 동결방지제로 하여 벌어졌는데 또 검정콩이라니… 동정인가?
재덕의 이런 생각을 알리 없는 정녀는 밥보자기를 펴며 제 소리를 계속했다.
《방금 금희를 보고도 놓쳐버렸수다. 웬 총각하구 다툼질을 하다가 가버렸는데 어디 따라갈수가 있어야지.…》
《다투었다는건 또 뭐요?》
《아, 글쎄 기초를 친 작업장을 지나는데 금희의 목소리가 들리는게 아니겠수. 그래 그쪽으로 돌아서니 웬 젊은이와 함께 서있는 금희의 모습이 보입디다.
웬일인가 해서 한걸음 다가서는데 금희의 앵앵대는 목소리가 울립디다. 사람이 어쩌면 그럴수 있어요? 저한테 말하기가 그렇게 싫은가요? 됐어요, 이젠 그런 걱정은 마세요, 어머니한테서 다 들었어요 하는 품이 제법입디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마주선 청년은 무엇이 그리도 좋은지 싱글벙글합디다.》
《도대체 그게 누구요?》
《내가 그걸 어떻게 알겠소. 키가 크고 잘생겼는데… 혹시 명훈이라는 청년이 아닌지.》
정녀의 말을 곰곰히 되새기던 재덕은 그가 명훈이라고 생각했다.
《됐소, 됐소. 이젠 들어가보오. 금흰 내가 찾아보겠소.》
보자기속에서 금희의 밥그릇을 갈라놓는 정녀의 등을 떠밀어보내고 막 일어서는데 시공참모가 희색이 만면해서 사무실로 들어왔다.
《속도가 여간 아니거던. 번개불에 콩을 닦을 사람들이야. 벌써 3호탕크기초타입을 끝냈단 말일세.》
《벌써?… 거 대단한 속도로군. 참, 현장에서 우리 금흴 못 봤나? 좀전에 명훈이하고 다투고 어델 갔다는데…》
시공참모가 재덕의 표정을 살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다투기야 무슨… 사랑싸움이겠지.》
시공참모는 뭐가 그리 좋은지 히물히물 웃으며 말을 이었다.
《명훈이 그 사람이 일군은 일군이야. 기초타입에 물웅뎅이가 지장을 주자 회수한 내화벽돌로 웅뎅이를 메우고 혼합물을 아예 직선으로 운반했더란 말일세. 그러니 빨리 끝낼수밖에.》
《뭐, 뭐라구?》
와뜰 놀란 재덕은 용수철 튕기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회수한 내화벽돌을 그렇게 쓰다니.》
재덕의 뜻밖의 행동에 시공참모의 얼굴이 일순 굳어졌다.
어안이 벙벙하여 서있던 그는 재덕의 눈치를 살피며 밖으로 나가버렸다.
동결방지제도입의 반대, 방기사와의 협동, 회수한 내화벽돌의 단독처리…
이거야말로 끝까지 해보자는 잡도리가 아닌가.
단호하게 내밀지 못한 후회가 머리를 쳤다.
이제 더는 물러서면 안된다.
재덕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
재덕은 지금 열정적으로 설명하는 방신영의 앞에 그린듯이 앉아있었다.
무척 긴장해있는듯 한 그의 얼굴은 깊은 리해와 감동에 잠겨있었다.
재덕은 한마디의 말도 하지 않았지만 몸가짐과 눈빛은 상대방에게 자기의 의사와 감정을 대변하는데는 너무나도 충분하였다.
그것은 신영이가 무리없이 이야기를 계속해나가도록 했다.
재덕은 지금 자기가 기쁨을 안고 여기까지 오게된 경위를 더듬어보고있었다.…
금희를 찾아 현장으로 나갔던 재덕은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다 써버렸으리라고 생각했던 회수한 내화벽돌은 그대로 다 있었다.
머리를 기웃거리며 기초타입현장에 가보니 모든것이 순간에 리해되였다.
명훈은 기초를 팔 때 하나, 둘 모아놓은 막돌과 회수한 파벽돌을 합리적으로 리용하였던것이다.
그런것도 모르고 재덕은 시공참모의 말만 듣고 오해하였던것이다.
재덕은 이것을 바늘끝처럼 예민해진 자기의 신경과민에서 오는 착오라고 생각하였다.
재덕이 금희를 찾아 여기저기 오가는데 그를 띄여본 명훈이 싱글벙글거리며 달려왔다.
명훈을 알아본 재덕은 흥그럽지 못한 마음으로그를 지켜보았다.
그런데 앞에 다가온 명훈은 무작정 재덕을 훌렁안고는 빙그르 돌았다.
《과장동지, 기뻐하십시오. 이젠 됐습니다, 됐단 말입니다.》
엉겁결에 유희장의 회전그네처럼 한바퀴 돌았을 때 재덕은 황급히 물었다.
《아니, 이건 도대체 뭐요? 무엇이 됐단 말이요?》
명훈은 그 소리를 들었는지 말았는지 그냥 한바퀴를 더 돌고야 재덕을 내려놓았다.
《이 겨울이 무섭지 않단 말입니다. 동결방지제가 완전무결한 성공입니다.》
《뭐라구?》
《동결방지제가 성공했단 말입니다.》
《그게 사실이요?》
《그렇습니다. 아주 실리적인 동결방지제란 말입니다.》
《?…》
애타게 기다린 소식이였지만 왜서인지 믿어지지 않았다.
《그렇단 말이지.》
《예. 아주 간단히 현장에 도입할수 있는 완전무결한것입니다.》
재덕의 눈에 반가움과 의혹이 한데 섞여 돌아갔다.
《동무가 직접 보았나, 아니면 어데서 얻어들은 소린가?》
《참, 과장동지두… 실은 금희동무보고 알려주라고 했는데 도대체 어딜 갔는지…》
명훈은 말끝을 얼버무리며 멋적게 뒤머리를 긁었다.
재덕은 앞에 서있는 명훈이가 동결방지제를 연구한 사람이나 되는듯이 그의 손을 꼭 잡고 마구 흔들었다.
《고맙네, 고마워.》
《이러지 마십시오. 이번에 금희동무가 수고많았습니다. 낮에는 현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그 실험을 앞당기느라…》
《우리 금희가?…》
재덕의 눈이 커졌다.
《예, 어서 방신영기사동지한테 가보십시오.》
이렇게 되여 방기사에게 오게 된 재덕이였다.…
생각에서 깨여난 재덕은 방신영기사의 말에 저도 모르게 끌려들었다.
《명훈동문 정말 보배덩이입니다. 실은 동결방지제를 연구하게 된것도 다 명훈동무때문이였습니다. 겨울에 건설이 지체될수 있다는 그의 안타까와하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그 순간 추운 겨울날 우리 기업소에 찾아오신 위대한 장군님께서 새 비료생산공정에 절실히 필요한 산소분리기를 위해 그밤으로 천여리도 넘는 락원으로 이어가신 강행군길이 가슴저리게 안겨왔습니다. 우리 인민들에게 더 좋은 래일을 앞당겨주시려 사나운 눈보라를 헤치며 먼길을 이어가신장군님의 그 헌신의 자욱이 가슴을 쳤습니다.
그런데 겨울이라고 해서 건설이 지체된다면…
그래서 동결방지제연구에 달라붙었는데 그만 저때문에 과장동지만 속썩였지요.
명훈동무가 과학원에까지 찾아가 방조도 받고 필요한 자료를 가져다주어서야 이렇게 새로운 동결방지제를 완성할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명훈동무의 도움이 정말 컸습니다.》
신영은 너무 좋아 입을 다물지 못하고있는 재덕에게 새 동결방지제도입의 우월성과 간단한 공정도를 설명하고는 이렇게 말했다.
《정말 훌륭한 청년입니다.
이번에 전 그에게서 많은것을 배웠답니다. 자신의 한생을 돌이켜보기도 하구요.》
재덕의 입에서 신음소리 비슷한것이 흘러나왔다.
뒤이어 회오의 감정이 회초리가 되여 사정없이 종아리를 쳤다.
이런 명훈이를 두고 자기는 참대의 마디라고 생각하지 않았는가. 그 련상자체가 잘못된것이였다.
참대의 마디는 결코 굴곡이 아니다. 곧음을 더 굳게 이어주는 마디로 하여 참대는 꺾이지 않는것이 아닌가.
재덕은 꼭 꿈을 꾸는것 같았다.
재덕은 신영기사와 헤여지면서 끝내 아무 말도 못하였다.
두손을 잡고 기껏 했다는것이 그저 고맙다는 말한마디뿐이였다.
한낮의 해빛에 잠시 물러섰던 추위가 다시 땅거미를 타고 맹렬히 쳐들어왔다.
그러나 재덕은 전혀 그것을 의식하지 못하였다.
마치 훈훈한 봄바람을 맞이하는 사람인양 목단추를 열어제낀채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명훈이와 금희가 앞에서 기다리고있었다.
재덕은 그들을 보며 혼자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래, 우리 당의 품속에서 자란 청년들이 어련할라구. 이를데없이 곧고 든든한 참대들이야.》
재덕은 그들뒤로 키솟구며 새롭게 일떠서는 건설물들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그의 마음속에서는 지나온 한생이 전과 다르게 새롭게 돌이켜지고있었다.
그속에 흘러가면 다시 오지 않을 귀중한 시간을 물처럼 흘러보낸적이 정녕 몇번이나 있었던가.
돌이켜보면 볼수록 자기의 한생에 그런 시간, 그런 공백이 너무나도 많았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재덕은 이제 남은 여생을 후회없이 채찍질하며 살고싶었다.
환희와 격동속에 맞이하게 될 래일을 위하여 빛나게 살고싶었다.
달아오른 가슴을 식히려는듯 찬바람을 페장깊이 들이마신 재덕은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갔다.
오늘의 귀중한 분분초초에 앞당겨질 래일이 있는것이다.
그 래일은 강성국가건설을 향해 질풍같이 내닫는 오늘의 벅찬 시대와 뜨겁게 호흡하며 마중오고있었다.
(흥남비료련합기업소 로동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