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101(2012)년 제6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임 정 송
1
기대들은 윙―윙 소리치며 세차게 돌아간다.
그 소리는 마치 힘찬 교향곡처럼 들리기도 하고 어찌보면 검푸른 바다의 파도소리같기도 하다.
기대들마다에서 잽싸게 일손을 놀려가는 제사공들…
그들의 모습을 보려 하루에도 몇차례씩 사람들이 공장에 찾아오군 한다.
경애하는 장군님을 일터에 모셨던 그 영광을 안고 ㅅ제사공장에서는 요즘 매일같이 기적과 혁신이 일어나고있었다.
어찌 그렇지 않으랴. 장군님께서 공장을 다녀가신지 며칠만에 공장에 최신식설비들이 도착하였다. 공장이 아예 때벗이를 쭉 하였다. 마치 낡은 옷을 벗어던지고 비단옷을 입은것 같았다. 그래서 공장사람들은 누구나 다 긍지감을 가지고 노상 싱글벙글하고있었다.
생산은 날을 따라 쭉쭉 올라가고 신문과 방송에는 매일과 같이 ㅅ제사공장의 생산성과와 혁신자들의 소식이 실린다.
2직장이 그중에서 제일 앞장섰다.
오늘도 현장치료대로 2직장에 나와있던 공장진료소장 복숙은 방송선전차로 알리는 공장참모부의 소식에 귀를 기울였다. 제사공들의 기세에 보조를 맞추어 공장진료소의 의사들도 모두가 현장에 붙어서 살다싶이하며 그들의 건강을 돌보고있었다.
《오늘 현재 공장적인 실적을 알려드립니다.》
오늘은 기사장이 직접 마이크를 잡은것 같았다.
저쯤되면 벌써 기쁘고 자랑찬 생산소식임이 틀림없다. 석쉼한 기사장의 목소리지만 그 소리에는 기쁨이 출렁이고있는것이 알리였다.
복숙은 기사장이 기쁠적마다 하는 버릇대로 한손으로 아래턱을 슬슬 문다지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있을 모습이 눈에 선했다.
《오후 4시현재 공장적인 생산실적은 112%입니다. 이 기세로 나가면 저녁교대전까지 130%는 문제없을것입니다. 특히 2직장은 오늘계획을 130% 넘쳐수행했습니다. 2직장에서도 2작업반은 150%를 돌파했습니다. 제사공들의 혁신에 고무된 공장안의 모든 단위들에서도 전에는 볼수 없었던 기적들이 창조되고있습니다.
공무동력직장에서는…》
뒤이어 방송원의 맑고 명랑한 목소리가 울렸다.
《그럼 오늘은 제일먼저 2직장의 2작업반 전투원들을 축하해서 녀성3중창을 불러드리겠습니다. 작업반의 기수가 되여 앞장에서 달리고있는 김옥금, 차순애, 정명옥동무들을 위하여 우리 누구나 즐겨부르는 노래 〈준마처녀〉!》
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직장출입문쪽에서 와― 하는 환성과 함께 요란한 박수소리가 터져올랐다.
복숙이 놀라서 바라보니 직장입구 한쪽에 현실체험을 나온 대학생들이 직장의 전투원들을 향해 손을 저어주고있었다.
방송선전차에서 이 작업반이 오늘계획을 넘쳐수행했다는 소식이 울리는 순간에 때맞추어 작업장에 들어서던 사람들이 공장사람들보다 먼저 환호를 올리였다.
오늘처럼 계획을 넘쳐수행한 날은 찾아오는 손님들도, 맞이하는 사람들도 모두 명절처럼 흥성인다.
경쾌한 음악이 울렸다.
복숙은 즐거운 기분으로 찾아온 사람들을 살펴 보았다. 몇명의 대학생들이 작업장밖에서 그림을 그리고있었다. 그들은 순간을 놓칠세라 화판을 꺼내들고 연필을 달리기 시작했다. 손동작이 얼마나 날랜지 어떤 대학생들은 어느새 꽃목걸이와 꽃다발을 받아안은 혁신자들의 밝은 모습을 사진처럼 그려냈다.
현장에 치료봉사로 나왔던 복숙은 그것을 보며 가슴이 뿌듯함을 느꼈다.
녀성들이 일하는 일터, 하여 더욱 정이 드는 이곳에서 자신이 일한다는 긍지감도 있지만 꽃목걸이에 묻혀 꽃처럼 밝게 웃는 혁신자들이며 공장의 모든 사람들의 건강을 자신이 책임졌다는 자부심으로부터 오는 기쁨의 감정이였다.
대학생들의 뒤에 서서 그림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사람이 2작업반장 순영임을 알아본 복숙은 조용히 그에게로 다가갔다.
순영은 동음탓인지 아니면 그림에 집중해서인지 복숙이가 다가온것도 모르고 얼굴에 대견한 미소를 지은채 화판에 시선을 모으고있었다.
복숙은 그의 감정을 깨뜨릴세라 화판을 내려다보았다. 쩍 벌어진 대학생의 어깨너머로 하얀 종이장이 보였다. 그속에선 꽃목걸이를 걸고 가슴가득 꽃다발을 안은채 얼굴이 동그스름한 처녀가 웃고있었다.
가느다란 눈섭, 날이 선 코마루가 무척 낯이 익었다. 좀더 자세히 보느라니 대학생은 복스럽게 생긴 량볼에 곱게 패인 볼우물이며 옥이박이를 강조하고있었다.
틀림없는 옥금이였다. 옥금이는 지금 저쪽 영예게시판앞에서 꽃다발, 꽃목걸이를 받아안고 직장장을 비롯한 처녀들속에 싸여 숫저운 웃음을 짓고있었다.
《호호호, 별로 대견하게 바라보고있다 했더니…》
복숙은 저도 모르게 입을 가리우고 웃고말았다.
《아니, 복숙선생이군요.》
그제야 그를 발견한 순영은 반가운 기색을 지었다.
《기쁘겠어요, 혁신자인 딸자식을 두어서…》
복숙의 말에 그림을 완성해가던 대학생이 힐끔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는 지나가는 말처럼 물었다.
《이 처녀의 이름이 무엇입니까?》
순영은 그저 시뭇이 웃기만 하는데 복숙이 그의 말을 얼른 받아주었다.
《처녀가 마음에 드는가보지요? 하긴 꽃이 고우면 나비가 날아들기마련인걸요.》
대학생은 씩― 하고 웃음소리를 내였다.
《옳습니다. 그렇다고 그 나비가 나쁘다고 할수 없지 않습니까.》
복숙은 입가에 웃음을 지었다.
《그렇지만 대학생동무, 일찌감치 그 생각을 그만두세요, 그림의 떡인걸요. 저 처년 내 며느리감이란 말이예요. 그렇지요, 사돈님?》
순영은 여전히 실눈을 짓고 두사람을 바라만 볼뿐 말이 없었다. 그럴 때 보니 그의 주름살간 눈귀가 두드러지게 안겨왔다.
순영의 딸 옥금이와 복숙의 아들은 한학교 한책상에서 함께 공부한 사이였다. 그래서인지 복숙과 순영은 이렇게 마주서면 서슴없이 롱말을 주고받군 했다. 더구나 옥금이가 성장하면서 보름달처럼 환해지는데다가 공장의 소문난 혁신자로 떠받들리게 되자 복숙은 은근히 조바심이 났다. 아무리 생각해도 옥금이만 한 상대를 눈앞에 두고 놓친다는것은 아들을 둔 어머니로서 그저 스쳐보낼수 없는 일이였다. 복숙은 옥금이를 자기의 며느리감으로 점찍어놓고 남다르게 대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어언 2년이 되였다. 그사이 복숙은 자기의 속생각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 무진 애를 썼다. 무슨 노죽인들 안 피워봤으랴. 그렇지만 옥금이는 그의 눈치를 아는지 모르는지 간격을 두고 그이상 끌려들려고 하지 않았다.
복숙이 이따금 만나는 기회마다 《아이구, 우리 며느리감이로구나.》 하고 반색을 해도 그저 생긋 웃고 지나치는것이 전부였고 《옥금아, 영명이한테서 편지가 왔는데 네 안부를 물었더구나.》 하고 없는 말을 섞어가며 낚시를 던져봐도 《소장어머닌 또 거짓말을… 누가 속을줄 알아요.》하고는 더 말을 붙이지 못하게 했다.
도대체 옥금이의 마음속에 무엇이 깃들어있는지 종잡을수 없었다. 좋다는것인지 싫다는것인지…
이젠 아들 영명이가 제대될 때가 됐으니 옥금이의 나이도 작지 않다. 저 나이에 이르면 한생의 반려생각을 하지 않을수 없는데…
일은 여무지게 잘하면서도 남한테 속을 훌훌 터놓지 않는 옥금이의 성미를 잘 알고있는 복숙은 정면돌파를 단념하고 배후를 노렸다. 그래서 옥금이보다 마음이 무르고 속 또한 감출줄 모르는 그의 어머니 순영에게 접근하는중이였다.
이미전부터 친분관계가 두터운지라 그를 보고 언젠가 사돈님이라고 불렀는데 얼굴빛이 달라지는것 같았다.
복숙은 생각했다. 나이찬 딸을 가진 부모로서 무슨 헛소문이라도 돌아 딸의 장래에 자그마한 그늘이라도 질가봐 걱정하는것이지 정 싫어하지는 않을것이다. 내 아들 영명이만 한 상대도 쉽지 않을텐데…
그 생각이 옳은것 같았다. 처음엔 좀 얼굴색을 달리하더니 이제는 귀에 익었는지 심상하게 여겼고 어떤 때는 제가 맞받아 사돈님이라고 부르는 정도였다.
복숙이 보건대 열번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고 순영의 가슴속에 자기 아들인 영명에 대한 남다른 정의 씨앗이 움트기 시작했고 그것이 소리없이 자라고있는것이 분명했다.
지금도 사돈님이라는 부름에 웃고있지 않는가.
대학생이 필통에서 다른 연필을 골라들며 다시 말을 했다.
《선생님은 생각을 잘못하였습니다. 전 꽃을 탐내 맴도는 나비가 아니라 내 작품의 주인공에게 이름까지 새겨서 주자는것입니다.》
《호호, 저도 롱담이였어요. 이자 방송으로 알려주는 소릴 못 들었어요? 혁신자들속에서도 맨앞장에 서있는 처녀, 이름은 리옥금이예요. 일 잘하는 혁신자인데다 인물, 마음씨 또한 이름같구요.》
복숙은 그앞에서 어린 처녀애마냥 자랑했다.
《복숙선생, 그럼 난 먼저 좀…》
자기앞에서 딸을 너무 추어주자 순영은 멋적은 생각이 들었는지 슬그머니 자리를 떴다.
그리운 자식을 다시한번 또 보고싶은듯 기대쪽으로 향한 순영의 걸음은 얼레를 가득 실은 밀차처럼 빨랐다.
복숙은 그의 뒤모습을 보며 혼자생각에 잠겼다.
꽃목걸이를 걸고 사람들의 박수속에 있는 딸자식을 보는 순영의 마음이 얼마나 흐뭇하랴. 이것이 바로 자식을 어엿이 키워 그 자식이 사회와 집단의 축복을 받을 때 느끼게 되는 어머니의 행복인것이다.
그들의 모습을 부럽게 바라보고있는데 진료소 간호원이 다가와 그에게 편지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소장선생님, 방금 진료소에 갔었는데 편지가 왔더군요.》
복숙은 겉봉에 씌여진 글에서 아들의 필체를 알아보았다. 오늘은 참으로 즐겁기만 한 날이다.
복숙은 서둘러 편지를 펼쳐들었다.
《…어머니, 이동훈련을 떠나기 앞서 이 편지를 씁니다. 아마도 이 편지가 군사복무시절의 마지막 편지로 될것 같습니다.
부대에서는 저를 대학에 추천해주었습니다.
총잡은 병사시절처럼 과학탐구에서도 결사관철의 투사가 되라고 중대정치지도원동지가 말하더군요.
표창휴가를 갔던 때가 엊그제같은데…
그때 제가 휴가를 바쳐 일하던 살림집건설이 끝나 새집들이하는 광경을 텔레비죤으로 보았습니다. 얼마나 반갑고 기쁘던지.
저도 훌륭한 살림집들을 일떠세우는 건축가가 되겠습니다.
참, 어머니, 우리 동창생들을 더러 만나보시겠지요. 새 소식이 있으면 알려주십시오. 그들도 몰라보게 변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철수, 명국이, 인성이…》
복숙은 혹시 옥금이의 이름이 어느 한구석에라도 있지 않을가 하여 부지런히 앞뒤장을 번져보았으나 기다리는 이름은 끝내 찾아볼수 없었다.
(원 자식두, 어머니의 마음을 그렇게 몰라주다니… 동창생들의 이름중에서 유독 옥금이만 빼놓다니…)
지나가는 소리라도 《어머니, 나와 한책상에 앉던 옥금이도 어머니와 같은 공장에 있다는데 일을 잘하고있겠지요.》 하는 일반적인 인사라도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면 자기가 얼마든지 거기에다 말을 받쳐 옥금이의 마음을 든장질해놓을수 있겠는데…
복숙이 유감스러워하며 도리머리를 젓는데 공교롭게도 순영이 곁에 다가왔다.
《소장선생, 저기 3호기대에 있는 순절이 말이예요.》
복숙은 생각에서 깨여나 흠칫 놀랐다.
《예?》
그는 무엇인가 못할짓을 하다 들킨 사람처럼 당황해지지 않을수 없었다.
《감기에 걸렸는지 목소리가 갈린것 같더라니…》
《예에―》
복숙은 저도 모르게 그의 손끝을 따라 눈길을 가져갔다.
《글쎄 내 보기엔 그 애의 목소리가 분명 갈렸는데 전 일없다며 그냥 웃고떠드는데 선생이 한번 봐줘야 할것 같군요.》
《난 또… 내 인차 가보겠어요.》
《그런데 선생은 왜 그리 당황해서 그래요. 꼭 나쁜 일하다 들킨 사람처럼… 호호.》
순영이의 롱말에 복숙은 달아오른 얼굴을 쓸어보며 멋적은 웃음을 짓지 않을수 없었다.
(나쁜 일을 하다 들킨 사람처럼… 하긴 그럴지도 몰라. 내가 바라지 못할 나무를 쳐다보는것처럼 남의 귀한 딸을 렴치없이 탐내는게 아닐가.)
그가 이런 생각을 마치기도 전에 순영이 그의 손에 들려있는 편지를 띄여보았다.
《아니, 이거 영명이 편지군요.》
복숙은 당황해났다.
《글쎄 그 애가 인차 제대될것 같다질 않아요. 대학엘 추천받았대요. 마지막훈련을 앞두고 쓴건데…》
《원, 영명이가 입대하던 때가 엊그제같은데 벌써 제대라니… 세월도 참… 대학까지 추천받아온다니 얼마나 기쁘겠어요.》
순영의 입에서 이런 소리가 흘러나오자 복숙은 차라리 이 기회가 마련된것이 잘된것 같았다. 이제는 영명이를 그 어디 내놓아도 훌륭한 총각으로 자랑할만 하다. 옥금이가 아무리 잘났어도 인물체격이 그쯘한 제대군인대학생을 또 어디가서 찾는단 말인가.
《그만하면 옥금이와 맞세울만 하지요. 그안에 사진도 한장 있던데 건사하세요.》
순영은 봉투안에서 사진을 꺼내들었다.
《그새 퍽 숙성해지고 의젓해졌군요.》
순영이도 영명이에 대한 관심이 영 무딘것은 아니였다.
《옥금이한테 그 사진을 슬쩍 보이세요. 혹시 알겠나요?》
《글쎄, 옥금이 마음이 어떨는지?…》
순영의 목소리에는 자신심이 없었다.
《어쨌든 사돈님만 믿어요.》
복숙은 웃음을 남기고 되돌아섰다.
2
작업총화를 마치고 퇴근하여 저녁밥을 다 해놓았는데도 옥금이는 돌아오질 않았다. 텅빈 집에서 사람을 기다리기란 참으로 고독한 일이다.
전에는 세대주가 있어 빨리 오던 집이였으나 남편이 병으로 먼저간 뒤로는 두 딸들을 이제나저제나 기다리는 순영이였다.
옥금이가 유치원에 다닐 때 제사공장의 건설직장에서 일하던 남편은 새로 확장하는 유치원건설때 건설자재를 가득 싣고온 자동차가 제동이 풀려 내려오는것을 한몸 내대여 사람들을 구원하고 그만 척추를 심하게 다쳐 로동능력을 상실하였다.
순영은 그때의 아뜩하던 일이 눈에 선했다. 남편이 자리에서 영영 일어나지 못한단 말인가.
병원에 찾아갔을 때 침대에 누워 가까스로 웃음을 짓고있는 남편을 보고 순영은 더 참지 못하고 그만 문을 열고 뛰여나오고말았었다. 그러나 나라에서는 남편을 일쿼세워주었다.
남편은 가벼운 산보까지 할 정도로 완쾌되였다.
옥금이가 소학교 1학년때였다.
그때 공장생산이 긴장하여 옥금이의 가을철운동회에 순영이 갈수 없는 정황이 생겼다. 아침에 음식들을 준비해놓고난 순영은 남편에게 말했다.
《여보, 암만해두 난 오늘 시간을…》
《알겠소. 나도 지금 공장생산이 얼마나 긴장하겠는지 짐작하고있소. 운동회엔 내가 가겠으니 걱정마오. 아마 옥금이도 이 아버지가 가는걸 더 좋아할거요. 그렇지, 옥금아?》
옥금이도 좋아하였다. 그런데 그 철부지가 글쎄…
공교롭게도 옥금이의 학급은 맨 마지막에 사람찾기경기를 하였다.
《운동회에 온 자기 부모님들과 함께 달리시오.》
옥금이가 뽑은 표는 이것이였다. 맨먼저 표를 집어든 옥금은 아버지앞에 쏜살같이 달려와 무작정 손을 잡아끌었다. 옥금이의 아버지도 딸에게 실망을 줄수 없어 이를 앙다물고 뛰였지만 종시 마지막으로 결승선에 들어섰다.
그날 저녁 순영이가 집에 들어서니 옥금이가 새파래서 눈물이 가랑가랑해가지고 맞이했다.
《아버진 뭐야, 나만큼도 못 뛰면서… 철옥이아버진 철옥이를 막 안고뛰면서도 1등만 했는데… 난 다신 아버지와 운동회에 가지 않겠어.》
그 순간 순영은 손이 나가는것을 겨우 참았다.
이제는 다 먼 추억이다. 옥금이가 이제는 공장의 혁신자가 되고 머지않아 시집갈 나이가 되였다.
순영의 추억을 깨뜨리며 출입문이 열렸다.
《왜 이리 늦었니?》
《래일작업준비를 미리 해놓고 오느라고요.》
딸의 마음은 노상 일터에 있었다.
《어서 밥을 먹자.》
저녁상을 물린 후 순영은 옥금을 조용히 불렀다.
《얘 옥금아, 얼마전에 영명이한테서 편지가 왔더구나.》
《그래요?!》
《그래, 그가 인차 제대되여 대학으로 온다누나. 이 사진을 좀 보렴, 얼마나 의젓해졌니?》
옥금은 사진을 받아쥐였다.
《알아요, 부소대장이 됐다는거랑…》
《그래 입당도 했구 사람이 인물있지 게다가 성실하지. 너두 언젠가 표창휴가를 받고왔던 영명이가 생각날테지?》
순영은 사진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때 영명은 표창휴가를 받고 집에 왔었다. 때는 공장의 현대화로 모두가 드바쁜 시간을 보내던 시기여서 온 공장이 죽가마끓듯 하였다.
영명이는 휴가기간을 살림집건설뿐만아니라 공장을 현대화하는 건설에도 바쳤다.
어려서부터 놀이를 해도 살림집을 짓는 놀이를 했고 학교때는 크면 건축가가 되겠다던 그였다.
그래서인지 구내식당안은 녀성들의 미감에 맞게 기둥에 거울을 붙여줄것을 착상하고 또 공장구내에는 정각을 만들것을 생각하였다.
사람들은 그의 착상을 놓고 역시 우리 군대가 다르다며 호평을 자주 하였다. 복숙을 만나면 훌륭한 아들을 두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때 옥금이는 별다른 생각이 없이 그를 그저 동창생으로 대해주었다.
《이제 영명이가 오면 반가와할게다.》
《아이참, 어머니두… 그 동무가 왜 날보고 반가와하겠어요?》
옥금이가 일어나려 하자 순영이가 붙잡았다.
《옥금아, 진료소장선생이 너를 남같지 않게 대하는걸 모르지 않겠지? 그래 네 생각에는 어떠냐?
이 영명이가 영 마음에 없니?》
옥금이의 귀뿌리가 빨개졌다.
《어머니, 그런 문제를 어떻게 순간에 결심해요? 물론 영명동무가 좋은 동무라는걸 알아요. 그렇다고 언제한번 약속도 하지 않은 사이에 제가 왜 그 동무를 기다려야 하나요. 그리고 전 아직 그런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순영은 딸을 나무랄수 없었다.
딸의 말이 옳았기때문이였다.
사랑은 강요해서 되는것이 아니지 않는가. 더구나 그들은 아무런 약속도 한 일이 없지 않는가.
그러니 아직은 더 많은 일을 하겠다는거지.
순영은 성장한 딸의 모습을 보며 새 세대에 대해 새삼스럽게 느꼈다.
《이런 참… 소장선생 보기가 난처해졌군.》
그는 혼자소리마냥 이렇게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음날 순영이 출근길에 올라 공장정문앞에 이르렀는데 머리우에서 두마리의 까치가 맴돌며 겨끔내기로 깍깍거렸다.
(오늘은 또 무슨 반가운 소식이 있으려나.)
마음이 한결 흥그러워진 순영이 정문을 막 통과하는데 어디선가 《순영반장!》 하는 부름소리가 들린다. 바라보니 복숙이 반색을 하며 달려오고있었다.
《자요, 감기약!》
순영은 얼결에 손을 내밀었다.
《어제 내가 반장의 말을 듣고 순절이의 몸상태를 보았는데 감기가 맞아요. 아직은 열이 나지 않는데 미리 이 약을 먹이세요. 한창나이때니 아픈것도 모를수 있으니까. 내 좀 있다가 현장에 나갈 때 가지고 가려다가 마침 반장을 만났기에 주는거예요. 가자마자 제꺽 먹이라구요.》
《고마워요, 소장선생.》
《고맙긴요, 사돈끼리…》
복숙은 순영의 속마음은 모르고 밝은 웃음을 뒤에 남기고 멀어져갔다.
3
며칠이 지나갔다. 순영의 작업반은 공화국창건기념일을 앞에 두고 드디여 년간생산계획을 넘쳐수행하였다.
그날은 온 공장 일군들이 다 순영이네 작업반으로 나왔다.
《수고했어요, 반장동무!》
당비서가 남먼저 순영을 축하해주었다.
《이건 정말 대단하오.》
석쉼한 기사장의 목소리에 지배인이 대꾸했다.
《아무럼요, 지금이야 새로운 대고조시기가 아닌가요.》
이때 당비서가 기사장과 지배인을 의미있게 바라보고나서 작업반원들에게로 돌아섰다.
《공장당위원회와 참모부에서는 년간생산계획을 먼저 수행한 2직장 2작업반 전투원전체를 묘향산에 보내기로 결정했습니다.》
순간 모든 작업반원들이 너무 기뻐 뛰였다.
순영은 그러는 자기 작업반원들을 대견한 미소를 짓고 바라보았다.
온 얼굴이 그대로 웃음덩이가 되여 꽃다발을 마구 흔드는 정애, 벌써부터 하비로봉에 오르는 장면을 생각하는지 두손을 모아잡고 눈을 꼭 감은 성옥이, 서로서로 손을 부여잡고 놓을줄 모르는 창실이며 순절이 그리고 명희…
그중에서도 옥금이가 제일 기뻐하는것 같았다.
다음날부터 순영의 작업반성원들은 휴양준비로 드바빴다. 그 준비를 착실히 해나가던 순영은 문득 복숙이의 생각에 미쳤다. 그도 함께 가야 한다. 온 한해 우리 직장에 붙어살다싶이하면서 얼마나 애를 썼는가. 우리 작업반이 이처럼 년간생산계획을 남먼저 수행한데는 그의 수고도 적지 않다. 그리고 휴양대오속에 의료일군도 한명 있어야 하지 않는가.
순영은 이 문제를 당위원회에 제기하리라 마음먹었다.
그가 막 당비서의 방문을 두드리고나서 방에 들어섰을 때 당비서는 읽고있던 무슨 편지인가를 놓으며 끼고있던 안경을 벗었다.
《무슨 일이예요?》
《비서동지, 저…》
《가만, 좀 기다리세요. 내 이제 곧…》
무슨 사연이 담긴 편지인지 당비서는 순영이에게 자리를 권하고나서 다시금 집어들었다.
순영이도 다소 진중해지며 당비서가 편지를 다 읽기를 기다렸다. 한참만에야 고개를 든 당비서가
순영을 띠여보고 물었다.
《반장동무가 웬일이예요?》
《다름이 아니라 진료소장 복숙선생 말입니다.》
《복숙선생이요?》
당비서는 복숙이라는 말이 나오자 왜서인지 긴장해지면서 자리에서 일어서기까지 했다.
《그한테 무슨 일이 생겼어요?》
《아니, 그런게 아니라 우리 작업반이 휴양갈 때 복숙선생도 꼭 함께 갔으면 해서…》
순영은 사연을 설명했다.
《난 또…》
당비서는 자리에 다시 앉으며 무거운 한숨을 쉬였다.
《그런데 그는 가지 못할것 같아요.》
당비서는 말없이 방금전에 자기가 보던 편지를 내밀었다. 영명의 부대에서 공장당위원회앞으로 보낸 편지였다.
글줄을 내리읽던 순영은 눈앞이 아찔해졌다.
군사임무수행중 영명이가 동지들을 구원하고 병원에 입원했다는것이다.
현재 영명이는 한다리를 쓰지 못하는 상태라는것, 아들이 어머니에게 알리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으나 그럴수 없어 당위원회앞으로 글을 쓴다는것… 그다음은 눈앞이 흐려지면서 보이지 않았다.
더 읽을수가 없었다. 가슴이 답답해났다.
아들이 대학추천을 받고 온다고 그렇듯 기뻐하던 복숙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저절로 마음이 서글퍼졌다.
(이 일을 장차 어쩌면 좋단 말인가.)
작업장에 도착해서도 순영은 일손이 잡히지 않았다. 예전에 보이군 하던 흰 위생복은 보이지 않았다. 아마 아직 현장에 나오지 못한 모양이였다.
순영은 옥금의 기대쪽으로 향했다.
끊어진 실머리들을 이어주며 분주히 오가는 딸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기대를 살피며 그앞으로 다가갔다. 앞치마를 두른 옥금이가 물속에서 엉켜돌아가는 고치들을 바로잡고있었다.
물에 담근 그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더운 김이 아지랑이처럼 문문 피여났다.
《옥금아, 다른 일은 없니?》
《예, 없어요.》
딸의 입에서는 노래마냥 명랑한 소리가 튀여나왔다.
《그래?!》
순영은 끝내 영명이의 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돌아섰다. 만약 딸에게 영명이가 영예군인이 되였다는 소식을 전해주면 그가 어떻게 나올가. 물론 놀랄것이다. 그러나…
순영은 느닷없이 옥금이가 아이적에 항변하던 소리가 생각키웠다.
《난 다신 아버지와 운동회에 가지 않겠어.》
제 아버지마저 탓하던 딸이 어찌 영예군인을 인생의 반려자로 삼겠다는 결심을 내리랴. 어쩌면 딸의 입에서 《글쎄 어머니, 내가 뭐라고 했어요. 사람일이란 모르는거예요. 내 그래서 심사숙고하는거라니까요.》 라는 속되고 험한 소리가 튀여나올가봐 무서웠다.
납덩이같은 마음을 안고 발길이 닿는대로 걸음을 옮기던 순영은 문득 멈추어섰다.
이상한 눈길이 와닿는듯 한감이 든 그는 주변을 살폈다. 문쪽에서 흰 위생복을 입고 이곳을 바라보는 복숙의 모습이 보였다.
눈길이 마주치자 그는 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전같으면 우정이라도 찾아와 《사돈님.》 하며 웃음을 지었을 그였다.
순영은 그가 방금 당위원회에서 오는 길임을 알고도 남았다. 그는 황황히 그의 뒤를 따라갔다.
《소장선생!》
저만치 앞서 부지런히 걸음을 옮기던 복숙이 순영의 부름소리에 흠칫 하고 멈춰섰다.
그의 곁에 다가간 순영은 첫말을 어떻게 떼야 할지 몰라 갑자르기만 했다.
《소식을 들었어요.》
《…》
《며칠전까지만도 제대되여 대학에 온다고 그리도 기뻐하던 영명이가 글쎄 그렇게 될줄이야…》
순영은 이것이 그가 바라는 말이 아님을 잘 알고도 남았다.
아, 난 왜 이 녀인에게 꼭 바라는 소리, 듣고싶은 말을 해줄수 없는가. 순영은 자기자신이 역스럽기 그지없었다.
《저 순영반장, 이전에 내가 하던 말들을 다 롱으로 알고 잊어주세요. 그리구 옥금이한테는 이 사실을 알려주지 말고요. 공연히…》
《소장선생!》
순영의 목소리가 격해졌다. 그는 이 순간에 자기의 마음을 어떻게 하나 딸에게 납득시키리라는 결심이 섰다.
《말하겠어요, 꼭!》
《그러지 말라는데두요. 그 애들이 뭐 약속이라도 한 사이인가요.》
복숙은 끝내 흑― 하는 느낌소리를 내며 그의 곁을 바람처럼 떠나갔다.
(옥금아, 난 너를 믿는다. 만약 네가 영명일 나무란다면 넌 내 딸이 아니다.)
때마침 점심시간을 알리는 고동소리가 울려퍼졌다.
옥금이는 일터에 없었다. 곁의 처녀들에게 물으니 금방 청년동맹비서를 찾아갔다는것이였다.
순영은 공장청년동맹건물이 바라보이는 감나무들이 줄지어선 공장구내공원의 정각에 앉아 딸을 기다리기로 했다.
좀 있어 저만치 앞에서 옥금이가 나타났는데 몹시 심각한 표정이였다. 그는 어머니를 알아보고 말없이 다가왔다.
《무슨 일이 있어요?》
《잠간 앉아라.》
옥금은 어머니가 내여준 옆자리에 조용히 앉았다.
그는 어머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전과 같지 않게 흐려진 눈동자, 어딘가 모르게 근심이 실린듯 한 눈빛…
이제 딸의 작은 입에서 무슨 말이 흘러나올지 순영은 물결처럼 출렁이는 마음을 진정하지 못하고있었다.
《그래 넌 어쨌으면 좋겠니?》
《뭘 말이예요?》
《영명이 말이다. 인차 퇴원한다던데… 넌 어쩐지 모르겠다만 난 사위처럼 생각했더랬다.》
옥금은 그 말에 대답이 없었다. 무릎우에 차분히 올려놓은 그의 두손에는 푸른 앞치마가 꼭 쥐여져있었다.
《어머니, 저도 다 들었어요. 일이 그렇게 될줄은…》
옥금은 말끝을 흐리였다.
명주실같은 샘줄기가 정각밑의 못가로 철철 흘러들었다. 그속에는 팔뚝만 한 물고기들이 꼬리치며 오가고 그에 따라 잔물결이 찰랑거렸다.
저 물고기못도 영명이의 발기로 생겨났지. 마치도 저 물고기들이 자기 모녀의 말을 다 새겨두었다가 영명이가 오면 일러바칠것만 같아 죄스럽기 그지없었다.
《옥금아―》
서너명의 처녀들이 식당쪽에서 어서 오라고 너울너울 손을 젓고있었다.
《그런 일은 바란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잖아요.… 또 저같은게 어떻게 영명동무의 곁에 서겠어요.》
옥금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울긋불긋 색옷을 입은 물고기들이 철썩철썩 물결을 치며 깊숙이 들어가버렸다.
순영은 무엇인가 가슴속에서 쿵― 하고 떨어지는듯싶었다.
딸에게서 좋은 말이 나오리라 믿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행여나 하는 그의 기대는 물결우에 잠간 올랐다내려가는 저 잉어처럼 한순간에 사라지고말았다.
옥금이의 그 말을 복숙이가 옆에서 들었더라면 얼마나 섭섭해하겠는가. 가뜩이나 마음의 상처를 입은 그에게 옥금이의 말은 두번째 칼질로 될것이다. 자식들은 철이 들면 대개 부모의 의향을 따른다지만 순영은 옥금이가 아직 철부지로만 느껴졌다. 딸자식이란 어머니가 되여야 어머니의 심정을 알게 되고 비로소 철이 들게 되는것 같았다.
순영은 저런 딸자식을 욕심내던 복숙에게 미안하기 그지없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그는 식당으로 가는 길을 단념하고 현장으로 향했다. 식당에서 복숙을 만나면 어쩌랴 하는 생각이 그의 걸음을 돌려세운것이다.
4
많은 사람들이 손에손에 꽃다발을 들고 정문쪽으로 달려가고있었다. 순영은 사람들의 물결속에서 정화를 붙들어세웠다.
《무슨 일이냐?》
정화는 놀란 토끼눈이 되여 그를 바라보았다.
《아이 참, 귀한 손님들이 온대요.》
《귀한 손님?…》
순영은 어리둥절하여 사람들이 가는 정문쪽으로 향하였다. 정문 량쪽에는 꽃다발과 꽃목걸이를 쥔 사람들이 줄지어 늘어서있었다. 그가운데는 꽃테프들이 늘여져 바람결에 춤추고있었다.
그 꽃물결속에 복숙의 모습도 보였다.
순영은 그가 보기라도 할세라 얼른 사람들속으로 끼여들어갔다.
《빵빵―》 하는 경적소리가 울리더니 자그마한 뻐스가 미끄러지듯 달려왔다.
문이 열리자 환영곡이 울리였다.
그들에 대한 축하의 교향곡인듯 공장의 기대동음이 정겹게 들려왔다. 순영은 이 꽃물결속으로 올 주인공이 누구인가 하여 뻐스쪽에 시선을 보냈다.
연분홍색치마저고리를 입은 한 처녀가 내리였다. 그뒤로 처녀의 부축임을 받으며 한 청년이 내려섰다. 청년의 앞가슴에 영예군인메달이 번쩍이고있었다. 그들이 가까이 다가와서야 다름아닌 영명이와 옥금이임을 알아본 순영은 깜짝 놀랐다.
영예군인메달을 달고 나타난 영명이의 모습도 놀라왔지만 그옆에 꽃처럼 피여난 옥금의 모습은 그를 더욱 놀라게 했다. 그들에게 사람들이 달려가 꽃목걸이를 걸어주고 꽃다발을 안겨주었다.
(저 애가 어떻게…)
순영은 옥금이가 청년동맹조직을 찾아가 영명이에 대한 자기의 가슴속 진정을 터놓고 이 길에 나섰다는것을 전혀 모르고있었다.
언제 알아보았는지 복숙이 그에게 다가왔다.
《반장동무, 정말… 고마워요.》
《고맙긴요. 오히려 제가 미안한데…》
《사돈님, 이렇게 불러도 되겠지요?》
복숙은 온 얼굴에 만족한 웃음꽃을 피우고 순영의 손을 꼭 쥐였다.
순영은 기쁨에 넘친 복숙의 말에 빙그레 웃었다.
《어서 가보세요.》
순영은 복숙을 애들쪽으로 떠밀었다.
그러자 복숙은 순영의 손을 잡아끌었다.
《사돈님도 함께 가야지요.》
《아니, 난…》
순영은 복숙의 손에 잡힌 손을 뽑으려 애썼다.
그것을 본 사람들이 달려가 두사람에게 꽃다발을 안겨주며 축하해주었다.
두사람은 사람들의 손길에 떠밀리워 영명이와 옥금이곁으로 향했다.
영명이앞에 이른 순영은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알수 없었다. 영명이가 먼저 인사말을 하였다.
《어머니, 고맙습니다.》
《이런… 고맙다니… 자넨 훌륭한 청년이야.》
《어머니, 미안해요. 어머니에게 알리지도 않고…》
옆에 선 옥금이가 고개를 다소곳이 숙이였다.
《아니다. 넌 장한 일을 했다. 이 에미도 생각 못한 큰일을 했어.》
복숙이가 먼저 옥금이의 손을 부여잡고 눈물을 흘리고있었다. 혁신자의 영예안고 가슴가득 꽃다발을 받아안았던 그 모습 그대로인 그의 모습이 이처럼 대견스러워보이기는 처음이였다.
《옥금아!》
《어머니!》
순영은 옥금이를 부둥켜안았다.
《어머닌 저에게 자주 이르시였지요. 한생을 성실하게 살아오신 아버지처럼 이 땅에 생의 자욱을 남겨야 한다고 말이예요. 그래서 전 아버지처럼, 어머니처럼 살고싶었어요.》
《용타. 난 그런줄도 모르고…》
순영의 두눈가에서 맑은것이 두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어머니!》
《이 사람아!》
순영은 영명이의 두손을 꼭 잡았다.
《어머니, 저의 인사를 받아주십시오.》
영명이가 순영의 손에서 자기 손을 뽑아내더니 군사복무시절처럼 거수경례를 하였다.
순영은 황황히 그의 팔을 내려주었다.
《아니, 조국을 위해 청춘을 바친 자네에게 비기겠나.
나야 옥금이를 낳았을뿐이지 자네도 옥금이도 훌륭한 청년으로 키운 품은 우리 당의 품이네.》
《어머니!》
옥금은 순영의 품에 안겼다.
《옥금아!》
아들의 모습을 보는 복숙의 마음은 후더워났다.
《아무렴, 우리 청년들이 어떤 청년들이라구.》
그는 혼자말처럼 중얼거렸다.
꽃다발, 꽃테프, 꽃보라가 하나의 꽃바다를 이루었다.
공장구내에 새겨진 어버이수령님과 위대한 장군님의 거룩한 자욱을 숭엄히 더듬으며 걸음을 옮기는 한쌍의 청춘남녀의 모습은 그대로 아름다운 꽃송이였다. 당의 품속에서 자란 훌륭한 새 세대의 모습을 바라보는 순영의 마음은 흐뭇하기 그지없었다. 곱게만 피여 꽃이 아름답다고 하랴. 향기를 풍기며 더욱 붉게만 피여 꽃은 아름다운것이다.
어머니같이 다심한 손길로 이 나라 모든 아들딸들을 혁명의 꽃으로 피워주고 아름답게 가꿔주신 고마운 우리 당에 그들은 삼가 인사를 올리고 꽃다발을 드리는것이다.
복숙이도 순영이도 그들과 함께 삼가 꽃다발을 드리였다.
(평안북도 신의주화학섬유공장 로동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