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101(2012)년 제5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뜨거운 광물
류재성
1
이곳 봄날의 서정은 자못 감회로왔다.
병풍처럼 둘러막힌 산들에 진달래가 방긋방긋 피였고 살구꽃들이 만발한 웃음을 터쳤다.
모든것이 소리없이 움트고 선명하게 키돋움을 하고있었다.
그러나 따뜻한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산천의 봄보다 더 아름다운것은 인간생활이다.
산기슭에 자리잡은 자그마한 소학교운동장에서는 지금 체육경기가 한창이였다. 사람들의 열렬한 응원속에 봉화탐사대의 ㅂ광물탐사조와 림산사업소간의 축구경기가 절정을 이루고있었다.
전반전이 끝났음을 알리는 심판원의 긴 호각소리에 ㅂ광물탐사조 조장 박남호는 그만 맥이 풀렸다.
탐사조가 두알씩이나 먹고 림산사업소에 지고있는것이다.
남호는 헐금씨금 우유바께쯔를 들고 운동장 한켠에 있는 선수들에게로 달려갔다.
《자, 우유를 마시고 후반전엔 좀 힘을 내기요.》
남호는 속이 부글거리는걸 애써 누르며 우유를 한고뿌씩 부어주었다.
조금만 젊었어도 운동장이 좁다하게 뛰여다니고 싶은 생각이 불같았다.
하지만 이젠 나이가 있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그저 마음뿐이다.
남호는 저도 모르게 긴숨을 내쉬였다.
탐사대원생활 30년에 무슨 일인들 없으랴만 요즘처럼 들볶이우면서 긴장하기는 처음이였다.
하루빨리 광맥줄기를 잡자고 탐사갱도에서 밤낮을 패는 그에게 새 의견을 제기했다.
《림산사업소에서 축구경기를 하자고 벌써 세번째 련락이 왔습니다. 조장동지, 좀 여유를 가지고 일합시다. 다양한 문화사업도 하구요. 어떻습니까. 저도 발이 근질거리는데 한번 림산사업소와 해보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되여 오늘 휴식날 진행하게 된 축구경기였다.
그런데 발이 근질거린다던 책임기사가 어제 초저녁에 도서관에 간다면서 합숙에서 나간 후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아마 총각이니 움트는 봄과 함께 그 무엇이 자라고있으리라. 남호의 생각은 너그러웠다.
문제는 어떻게 하나 경기에서 이기고봐야겠는데 지금은 너무 기울어졌다.
후반전을 시작하자고 심판원이 공을 가지고 중앙선으로 걸어나왔다. 남호는 그만 입만 다시였다. 이제는 어쩔수 없는 일이였다.
바로 그때 앙앙 하는 오토바이소리가 나더니 빨간 안전모가 해빛을 받아 번쩍이며 벼랑밑 길쪽에서 나타났다.
보나마나 동금철책임기사였다. 뒤에는 연청색옷을 입은 처녀가 탔는데 그건 분명 조카 선금이일것이다.
남호는 운동장으로 들어서는 금철이에게 부랴부랴 운동복을 갈아입혔다.
금철이가 새로 들어가자 형세가 달라졌다.
듣던바 그대로 금철이의 공다루는 솜씨는 능란했다.
날렵하게 몸빼기를 하면서 길고 짧은 련락으로 주고받으며 상대편 문전을 위협하였다.
상대편 방어도 만만치 않았다.
남호는 안절부절 못하였다.
《책임기사동무, 정면공격하오. 가운데로, 아, 저런…》
금철은 가운데가 아니라 재빨리 측면으로 공을 몰고갔다. 밀집방어가 헝클어진 곳이다.
방어가 다시 형성되기 전에 문전으로 돌입한 금철은 왼발로 강하게 차넣었다. 순간 환호소리가 운동장이 떠나갈듯 터져올랐다.
사기가 오른 탐사대사람들의 꽹과리와 북소리가 장단맞게 울렸다.
그제서야 남호의 얼굴에 미소가 피여올랐다.
하지만 아직 기뻐하기는 일렀다.
경기는 시간이 갈수록 더 치렬해졌다.
이렇게 지고마는가. 남호가 실망하여 시계를 들여다보는데 와― 하는 응원소리가 터졌다.
금철이가 우측공격수가 넘겨준 공을 받은것이다.
문대까지는 거리가 좀 멀었지만 금철은 자신만만한 자세로 강하게 깎아찼다.
공이 총알처럼 문대안으로 날아들어갔다. 문지기도 어쩔수 없는 차넣기였다.
와― 또다시 환호소리가 터져올랐다.
이윽고 경기를 마감하는 호각소리가 길게 울렸다.
《선금아, 영순아, 너희들 뭘하니? 빨리 꽃목걸이를 들고 나와야지.》
남호는 처녀들과 함께 꽃목걸이를 들고 운동장한복판으로 달려나갔다.
청년들이 선수들을 목마에 태워가지고 들어왔다.
요란한 박수가 터졌다. 남호는 기쁜 마음으로자기 선수들을 둘러보았다.
비록 비기긴 했어도 괜찮았다.
끌날같은 제대군인들로 무어진 림산사업소 축구선수들은 지난해에도 도적인 축구경기에서 2등을 한 전적을 가지고있었다.
그렇게 놓고볼 때 이긴거나 같다고 볼수 있었다.
탐사도 축구경기처럼 이렇게 잘되였으면 얼마나
좋으랴. 남호는 이런 생각을 하며 머리를 저었다.
이 지역을 전면탐사할 임무를 받고온 봉화탐사대의 ㅂ광물탐사조 조장 박남호는 근간에 와서 실적을 내지 못하고있었다.
그는 원래 관리국적으로 한다하는 지질기사로서 여기 봉화지구를 손금보듯 꿰들고있었다.
봉화지구에서 기본은 갈매봉이였다.
온통 산마다 푸른 숲인데 제일 큰 산등성이를 차고 하늘로 솟구쳐오르는 갈매봉은 눈뿌리를 빼앗는 기묘한 절벽들로 이루어졌다.
이따금 갈매봉에서는 바위돌들이 굴러내리군 했는데 그때마다 시추공처녀들이 놀라군 하였다.
그 모양을 보고 탐사대의 분석공 선금이는 기지있게 갈매봉밑에 큰 광맥줄기가 있는데 그 광맥이 잠을 깨며 기지개를 켤 때마다 돌이 굴러내린다고 하였다. 남호는 선금이의 말이 전혀 틀린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오래전부터 남호는 굉장한 폭을 가진 ㅂ광물이 갈매봉밑에 웅크리고있다는걸 확신하고 지질학적으로 증명하기 위한 일을 내밀고있었다.
그리하여 지표조사단계에서 나타난 의심할바 없는 자료들을 가지고 관리국과의 합의를 거쳐 시험적인 갱도탐사를 시작하였던것이다.
그런데 얼마 못 가서 굴진이 한달나마 제자리걸음을 했다.
비지층구간과 맞다들린것이다.
착암도 발파도 할수 없고 오직 인력으로 한광차한광차 철떡철떡 달라붙는 버럭을 뽑아냈다.
1000메터시추기는 지적된 자리에 가지도 못하고 앉은방아만 찧고있었다.
박남호는 속에 재가 앉아 하루종일 막장에서 버럭과 씨름질을 하였다.
이렇게 모두가 지쳐있을 때 축구경기가 벌어져 탐사대원들은 오래간만에 즐겁게 휴식을 하게 되였던것이다.
그들은 강기슭의 넓은 잔디밭에서 식사준비를 서둘렀다.
《책임기사동무가 정말 수고했소. 듣던바 그대로요.》
남호는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금철의 잔등을 두드려주었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달렸기때문입니다.》
《그렇지, 바로 그거네. 난 오늘 가슴에 연추처럼 매달려있던 비지층버럭을 웃음으로 날려보냈네. 이젠 그까짓 비지층도 두렵지 않네.》
《조장동지두 참… 말로야 뭔들 못하겠습니까. 기본은 실천이라고 봅니다.》
남호는 신중해졌다.
금철이 웃으며 하는 말이였지만 혹시 비지층때문에 장기전을 벌리고있는 ㅂ광물탐사를 곁들어한것은 아닌지.
《떨어지는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고 이제 방도가 나서겠지. 하여튼 ㅂ광물을 꼭 찾아내야 하오. ㅂ광물이야말로 우리에게 기쁨을 주고 가슴을 후덥게 적셔줄 그런 뜨거운 광물이란 말이요.》
《…》
금철이도 경제적의의가 있는 ㅂ광물의 가치를 잘 알고있었다. 하지만 아직 남호의 말은 어딘가 모르게 공허하게 느껴졌다.
3년전 금철이 탐사대에 졸업실습을 나왔던 그때에도 남호는 이렇게 말했었다.
앞으로 3년후에 이 말을 또 듣지 않겠는지.…
땅속에서 잠자는 광물을 진짜 뜨거운 광물로 만들자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의 머리는 착잡해졌다.
2
즐거운 야외식사가 시작되였다. 갖가지 음식중에서 그중 인기가 있는것은 쑥떡이였다.
《선금아, 이런거야 좀 많이 만들어야지… 자, 책임기사동무도 맛좀 보오.》
남호는 쑥떡을 금철에게 주려다 그만 선금이가 슬그머니 금철이에게 반찬곽을 넘겨주는걸 보게 되였다. 그의 얼굴에서는 능청스러운 웃음이 흔들거렸다.
《에… 동무들, 요즈음 우리 탐사조에 어떤 처녀가 있는지 아오? 에… 식당근무에 나가서는 유독 한 총각에게만 밥을 작게 담아주는 그런 처녀가 있소. 그가 누군가 하니…》
남호가 말을 중둥무이하자 호기심어린 눈들이 그를 쳐다보았다.
《그가 바로 탐사조조장을 하는 박남호란 사람의 조카 박선금이란 처녀요. 어떻게 밥을 담는가 하면…》
어죽을 쓰던 선금이는 그 말에 눈이 화등잔만해져 남호의 잔등에 주먹질을 마구 해댔다.
《아이… 내가 언제… 그랬어요?》
《아이구… 여러분, 조카의 주먹타격에 치명상을 입고 방금 한 말을 정정합니다.
밥을 작게 담아주는것이 아니라 꾹꾹 눌러담아 그렇게 된것입니다. 에… 그 총각은 누군가 하면… 이건 비밀이기때문에 말할수 없습니다.》
선금이는 죽어라 삼촌의 잔등을 두들겼다.
유쾌한 웃음소리가 강가에 피여났다.
박남호는 그속에서도 어색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동금철의 모습을 띠여보았다.
그의 머리속에서는 동금철이와 처음 만나던 때의 일이 봄날의 아지랑이마냥 피여올랐다.
어느해 여름이였다.
때없이 내리는 장마비속에서도 남호는 몇명의 측량공들과 함께 갈매봉일대를 측량하고있었다.
저녁쯤에 천막을 치고 비좁은대로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한밤중에 밖에서 누군가 찾는 소리가 났다.
현지에 실습을 나왔던 대학생들이 길을 잃고 헤매다가 천막을 발견한것이였다.
잠에 들었던 남호가 일어섰다.
《무슨 일이요?》
《미안하지만 봉화탐사대로 가는 길을 좀 대줄수 없겠습니까?》
소연한 비소리를 뚫고 묻는 미안한 어조가 실린 말이였다.
《개울을 따라 한 10리 가면 되오.》
《10리요?! 저… 안됐습니다만 환자 한사람이 있는데 하루밤 쉬울수 없을가요?》
《환자라니… 심하게 앓소?》
《아니, 그저 좀…》
《어서 들어오시오.》
그는 네명의 대학생들을 데리고 천막안으로 들어왔다.
잠자리에 들었던 탐사대원들이 일어서 자리를 내주었다.
《정말 미안합니다. 안됐습니다.》
《무슨 소릴… 우리 리해하고 하루밤 앉아 잡시다. 가만, 식사전이겠구만. 여기 간식이 좀 있소. 내 인차 밥을 하지.》
《아니, 괜찮습니다.》
《어려워말게. 제 땅에서 식사도 못하고 잠자리가 없어 왔다갔다 한다는게 말이 되나. 하물며 동업자들끼리… 자, 여기 해열제가 있네. 앓는 동무이름이 동금철이라고 했지?》
《예.》
《금철동무, 걱정마오. 약을 먹고 땀을 내기요.》
천막안은 비좁았지만 요람속에서도 느낄수 없는 따뜻한 온기가 감돌았다.
남호는 그후 대학졸업을 앞둔 금철이와 더 가까와지게 되였다.
동금철, 그 이름을 따져보면 진귀한 합금속이다.
그는 정말 동처럼 전도성이 빠르면서도 금처럼 변하지 않고 강철처럼 굳센 의지를 소유한 앞날이 촉망되는 쟁쟁한 젊은이였다.
그때부터 나이를 초월한 이들의 의리는 남달랐다. 그렇게 이어온 그들의 관계는 오늘도 변함없이 계속되고있었다.
생각에서 깨여난 남호는 기타를 타고있는 금철이곁으로 다가갔다.
《좋구만.》
《노래와 함께 넘쳐나는 우리 행복속에 탐사대원의 영예와 긍지도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막 부풀어오릅니다.》
《동문 이럴 땐 꼭 시인같기도 하구 음악가같기도 하구… 그렇지, 운동장에선 체육명수같구…》
남호는 미더운 눈길로 금철이를 바라보았다.
쭉 빠진 체격이다.
시원하게 벗어진 이마우에서 굽실굽실한 머리카락이 흔들거린다.
먹으로 찍어놓은듯 한 검은 눈섭과 큼직한 코, 사나이다운 두툼한 입술.
시원한 두눈에서는 그윽한 정기가 유순히 내비치고있었다.
어쩐지 호감이 가는 금철이옆에 조카 선금이를 나란히 세우고싶은 생각이 때때로 갈마들군 하였다.
《오늘 저녁은 일찍 쉬오, 래일 또 전투가 있겠는데… 밤을 패며 책을 보지 마오.》
금철은 이럴 땐 꼭 아버지처럼 느껴지는 남호의 얼굴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고맙습니다. 하지만 젊었을 때 많이 배워야지요.
조장동지, 제 견해는 이렇습니다. 사람이 지식을 산만큼 쌓으면 산우의 인간이 되고 그보다 적게 쌓으면 산밑의 인간이 된다는겁니다.》
《거 아주 명담이요. 우리 더 많은 지식과 기술로 빨리 ㅂ광물을 찾자구.》
남호는 더욱 믿음이 가는 금철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자, 이젠 가자구.》
그들은 큰길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조장동지, 우리 지금 하는 굴진작업방법을 좀 달리하지 않겠습니까?》
《달리하다니?!》
남호는 두눈을 슴벅거렸다.
《우린 지금 작업조건때문에 너무 피동에 몰리고있습니다.
우리앞에는 극복하기 힘든 비지층이 있습니다.
언제 끝날지도 모를 그곳에 자재와 로력이 너무 막대하게 듭니다.
실리에 맞지 않지요. 그래서 갱도굴진으로 어려운 비지층구간을 돌파하느라 하지 말고 현 위치에서 빗선으로 사갱 시추관을 박아보자는겁니다.》
《흥미있소. 빗선으로 지적된 위치까지 시추해보잔 말이지.》
《예, 그렇습니다.》
《그러면 계산상 빗선추관거리가 2 000메터나 거의 되는데 우리 1000메터시추기로는 불가능하오.》
《조장동지, 그건 걱정마십시오. 운천탐사대에 정비중에 있는 2000메터시추기가 있습니다. 제가 어제 선금동무와 함께 확인해보고 왔습니다.》
《뭐요?! 도서관에 간다더니 그럼 200리가 넘는 그곳에?》
남호는 설레설레 머리를 저었다.
그도 현재작업조건을 부인하진 않았다. 또 금철이의 의견도 부정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의 말대로 한다는건 너무나도 아름찬 일이였다.
대낮같이 엄연한 현실앞에서 그저 마음이 옥죄여들뿐이였다.
실망한듯 한 조장의 얼굴을 보며 금철이가 다시금 간절히 말하였다.
《조장동지, ㅂ광물이 하루빨리 진짜 뜨거운 광물로 돼야지 아직도 잠자는 광물, 차거운 광물로 되여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광석을 찾아야 한다고 매번 우국지사처럼 걱정만 하면 어떻게 합니까? 캐지 못한 광물이 땅속에 수천톤이면 뭘하고 수억톤이면 뭘하겠습니까? 한번 대담하게 해봅시다.》
남호는 금철의 심정이 리해되였다.
이 청년의 심장에 불처럼 뜨거운 이런것이 깃들어있다니…
남호는 그가 고마왔다.
하지만 젊은이들의 혈기에 넘어가 욕망과 감정을 앞세우고 덤벙덤벙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시추기추관처럼 마음속에 든든히 박혔다.
그렇다, 그 먼거리에서, 그것도 산골도로로 시추기를 운반한다는건 상상도 못할 일이였지만 설사 한다고 해도 싣는것으로부터 운반에 이르는 모든 면에서 많은 로력과 운수기재가 있어야 한다.
또 온다 해도 시추작업도 헐치 않다.
시추기추관이란 암석을 꺼내기 위하여 땅속에 박는 어마어마한 대형못과 같은 쇠관이다.
못이 나무의 옹이에 잘 들어가지 않고 삐여지는것처럼 추관도 굳은 암질은 잘 뚫지 못하고 대신 무른 층은 미끄러져 돌아간다.
땅우에서 방향각을 선정하고 시추기추관을 박지만 들어가는 과정에 땅속에서 그 방향각이 달라져 왕청같은 곳으로 가는 례도 있었다.
깊이 들어가는 추관일수록 이런 일이 더 심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는 1000메터시추기가 알맞춤하다고 보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되지 않았다.
《하여간 관리국과 토론해보기요.》
《그럼 2000메터시추기가 오기 전에 우리 시추기로 사갱시추를 시작해봅시다. 어떻습니까, 조장동지?》
《동문 정말 열정으로 사누만. 일이란 앞뒤를 밟아가며 차근차근 해야 하는거요. 천천히 가도 황소걸음이라지 않소.》
《인공지구위성이 하늘을 나는 때에 언제 황소걸음을 하겠습니까?》
《허허, 내가 낡았는가.》
어느덧 갈림길이 나졌다.
남호는 금철이의 팔을 잡아끌었다.
《집에 들려 부루와 쑥갓을 맛보오.》
《고맙습니다. 후에 들리겠습니다. 호실벽체미장을 좀 해야겠기에…》
《시추기가 이동하면 또 새 합숙을 지어야겠는데 뭘 분통처럼 꾸리며 살겠소.》
《하루밤을 자도 꾸릴거야 꾸려야지요.》
《그렇지, 그럼 잘 가오.》
남호는 섭섭했지만 그를 바래주었다.
여하튼 이 하루 남호는 기분이 좋았다.
3
관리국에 제기한 2000메터시추기는 예상외로 순조롭게 해결되였다. 자동차까지 도움받는건 너무 자립성이 없는것 같아 자체로 운반하기로 결심하였다.
남호는 전화로 어느 한 광산에서 부지배인사업을 하는 처남에게 대형자동차를 쓰기로 체결하였다.
그가 기분이 좋아 흥얼흥얼 코노래를 부르며 막장으로 가려는데 반대켠 언덕길에서 금철이가 배낭을 지고 내려오고있었다.
《어딜 갔댔소?》
《금산봉에서 시료를 채취했습니다.》
《금산봉이야 이미 우리가 찔러본 곳이 아니요?》
《예, 그런데 콤퓨터에 입력된 탐사과설계를 보니 금산봉 230호지점은 자기 깊이를 13메터나 채뚫지 못했더구만요.》
《13메터를 가지고 광물이 달라지겠소? 사실 그때 석수가 터져 철수했소.》
《그래도 혹시 알겠습니까. 한메터 아니, 몇센치를 두고 달라지는 때도 있지 않습니까.》
《그래 뭘 달라진게 있소?》
《아직은… 하지만 탐구해볼 여지는 있습니다.
달리 생각지 마십시오. ㅂ광물의 기본매장지가 갈매봉에 있다는건 아직 가설이 아닙니까. 어디에 있는가 하는 증명이 필요하지요. 다시 추가로 금산봉일대를 뚫러보는것이 어떻습니까?》
《좋소, 그렇게 하기요. 하지만 아무리 뚫러봐도 ㅂ광물은 없을거요. 나는 나의 연구자료로 이걸 증명할수 있소. 이제 와서 ㅂ광물은 나자신이나 같으니까. 참, 갈매봉밑바닥을 찔러볼 2000메터시추기가 승인됐소.》
《그럼 됐습니다. 이제 시추를 해보면 정확히 알수 있으니까요.》
금철은 무엇인가 더 말할듯싶은 얼굴인데 입을 열지 않았다.
남호는 다소 아수한 마음을 애써 삭이였다.
《여하튼 빨리 ㅂ광물을 찾는게 급선무요.》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방법론을 찾겠습니다.》
《글쎄… 무슨 뾰족한 수가 있겠는지…》
《제 군사복무때 이야기 하나 하지요. 한번은 우리 중대가 인민군적인 훈련판정을 받게 되였습니다.
우리 분대는 강평원으로부터 조성된 정황에 맞게 가마 하나로 중대점심식사를 짧은 시간에 보장할데 대한 임무를 받게 되였습니다.》
《뭐?! 가마 하나로 그 많은 인원의 식사를 어떻게 보장한단 말인가?》
남호는 놀란 눈길로 금철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마치 그 임무가 자기에게 떨어진듯이.
《그러나 임무는 수행해야 했습니다. 나는 분대원들과 토론하고 우리 식으로 밥을 지을 결심을 하였습니다. 이를테면 속성방법이였지요. 그리하여 강평원들과 지휘관들, 온 중대가 지켜보는 속에서 우리 분대는 임무수행에 착수하였습니다.
먼저 쌀을 다 씻어 불구어놓고 한쪽에선 가마를 걸고 물을 끓였습니다.
가마안의 물이 펄펄 끓을 때 불구어놓았던 쌀을 안치고 밥이 되여 잦아들기 시작하면 불을 꺼내고 가마안의 밥을 한쪽으로 밀어놓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또 불구어놓았던 쌀을 안치고 그쪽으로 불을 모아줍니다.
새로 안친 쌀이 밥이 되여 잦기 시작하면 먼저 된 밥을 푸고 또 다른 쌀을 그 자리에 안칩니다.
이런 식으로 우린 짧은 시간에 많은 량의 밥을 짓게 되였습니다.
그날 저녁 중대장동지는 우리에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그 어떤 명령이든 받게 되면 명령앞에 맥없이 주저앉아 말이나 할것이 아니라 오늘처럼 실천으로 명령을 집행하는 병사의 투철한 자세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러자면 정확한 방도를 찾아야 하며 구체적인 타산밑에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어떤 정황속에서도 책임적으로 임무를 수행할수있다라고 말입니다.
그때부터 전 무슨 일에서나 시작에 앞서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타산밑에 될수 있다는 확고한 결심을 가지고 실천해나가는것을 하나의 원칙으로 삼고있습니다. 그날의 그 속성밥은 오늘도 나의 온몸에 힘이 솟게 하는 진짜밥이 되고있습니다.》
《듣고보니 정말 좋은 밥을 지었구만. 그 밥을 나도 좀 먹어봐야겠소.》
《그야 뭐 어렵겠습니까.》
빙긋이 웃는 두사람의 마음은 한결 훈훈해졌다.
《그러니 무슨 일이든 빈말이 아니라 과학적인 타산밑에 실천을 앞세워야 한단 말이지. 그러면 실적도 낼수 있고…》
남호는 무엇인가 깊이 생각하는듯 했다.
《그런데 지금은 실천가가 적습니다.
물론 많은 애로와 난관이 있는건 사실입니다.
그래서 당에서는 우리 일군들이… 제가 괜한 소릴…》
《아니, 아니요. 오늘 정말 좋은 말을 들었소.》
남호는 진심으로 이렇게 말하였다.
남호는 그날 금철이를 새롭게 보았다.
그는 정말 믿음이 가는 청년이였다.
그때부터 남호는 모든 일에서 과학적인 타산밑에 실천하는 실천가형의 일군이 되려고 노력하였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던 어느날 저녁 막장을 돌아보고 자기 방으로 돌아온 남호는 사업일지를 펼쳐들었다.
이전에는 간단간단히 정리되던 하루일총화가 최근에는 많이도 길어졌다.
하루일총화를 하고나면 온몸이 뻐근했다. 기껏소리쳐야 1년에 한두번 도일보에 소개되는것으로 만족하던 탐사조가 새 책임기사가 온 다음부터는 심호흡을 크게 하며 큰걸음을 내짚고있었다.
멀리 보이던 리상이 현실로 육박해오는듯 한 느낌이 들었다.
문득 전화기가 울었다.
송수화기를 드니 뜻밖에도 관리국장이다.
《뭐라구요? 우리 책임기사가 ㅂ광물연구자료와 봉화지구 총지질도를 의뢰했다구요. 예, 재심의때문에… 예, 무슨 마가목열매 말입니까?… 아니, 그건 제가 아니라… 예?! 고맙다구요. 예, 비행기와 오토바이의 같은 점이 무엇인가구요? 예, 책임기사한테서 찾으란 말입니까? 예, 알겠습니다.》
송수화기를 놓은 남호는 가슴노리가 뜨끔했다.
국장이 관리국에 기관지천식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있다면서 마가목을 개별적으로 부탁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 일에 볶이우다나니 그 부탁을 까맣게 잊고있었다. 그런걸 금철이가…
며칠전 관리국에 올라간다더니 그 기회에 마가목열매를 아마 자기 이름으로 전한 모양이였다.
그런데 그는 왜 ㅂ광물이 있다는걸 의심하는것일가. 생각할수록 섭섭했다.
얼마나 많은 로력이 깃들었던가.
대학을 갓 졸업한 책상물림에 불과한 그가 양양한 의기를 앞세우면서 땡볕에 익힌 자기의 학설을 의문시한다고 생각하니 반발심이 꿈틀거렸다.
그러나 랭철하게 생각해보면 과학의 견지에서 학설을 의심하는 그자체는 탓할수 없는것이였다.
문제는 실물로 증명하는것이다, 그러자면 2000메터시추기가 있어야 한다, 그건 시간문제다 하고 남호는 생각했지만 일은 맹랑하게 되여갔다.
다음날 아침 처남한테서 련락이 온것이다. 체결한 대형자동차가 긴급수송에 동원되여 갈수 없다는것이였다. 떡심이 풀렸다.
그는 발길이 닿는대로 걸음을 옮겼다. 이윽고 사무실에 들어서니 책상우에 금철이의 편지가 놓여있었다.
《조장동지, 관리국에 가는 선금동무와 함께 2000메터시추기를 가지러 운천탐사대로 떠납니다. 금철.》
남호는 딱히 찍어말할수 없는 생각에 빠졌다.
ㅂ광물에 대해 다시 심의를 요구한 금철이가 무엇때문에 시키지도 않은 2000메터시추기를 가지러갔는가.
그것도 운반로력도 없이… 정말 리해할수 없는 일이였다.
4
남호는 초조한 마음으로 금철을 기다렸다.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던 그의 걱정은 공연한것이였다.
금철이와 선금은 2000메터시추기를 싣고 다음날 저녁녘에 도착하였던것이다.
가슴속에서는 기쁨이 무둑히 넘쳐났지만 웬일인지 혀가 말려들면서 말은 한마디도 나가지 않았다. 격한 감정이 온몸을 휩쌌다.
그는 바줄을 푸는 금철이에게 수건을 내밀었다.
《수고했네. 땀을 좀 들이게. 동문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소. 그건 그렇구, 이 육중한 거물을 어떻게 실었소?》
금철이는 벌씬 웃었다.
《제 언젠가 이야기하지 않았습니까. 구체적인 타산과 과학적인 방도는 실천을 낳고 실천은 높은 실적을 낳는다고 말입니다.》
금철이 이러며 다시 일손을 잡자 함께 갔던 선금이 입을 열었다.
《먼저 자동차로 시추기를 견인하여 둔덕에 올려놓고 차바퀴가 들어갈수 있게 땅을 파고 적재함 높이로 수평을 맞춘 다음 다리를 놓고 굴대를 리용하여 헐하게 실었어요.》
《허, 알고보면 간단한걸 난 왜 힘들게 생각했을가.》
《그건 책임기사동무에게 물어보세요.》
《그래, 우리 책임기사가 제일이다.》
남호의 말에 모여선 사람들이 즐겁게 웃었다.
그날 저녁 남호가 막장에서 나오는데 저만큼에서 선금이가 마주오고있었다.
《좀 쉬지 않고 왜 또 나오느냐.》
《일없어요. 막 힘이 넘쳐나는데요 뭐.》
《정말 좋은 때로구나. 그래, 많은 일을 해야지.》
남호는 청신한 봄밤의 공기를 가슴뿌듯이 들이켰다.
서정적의미에서 봄은 처녀들의것이다. 이 시기 싱싱한 젊음에 고운 꿈을 실은 처녀들의 리상은 푸른 하늘을 날고있을 때이다.
그러나 선금은 깊은 산속에서 화려한 옷차림이 아니라 늘 작업복을 입고 자기의 리상을 하늘이 아니라 땅속에 펼치고있다. 생각할수록 조카가 돋보인다.
남호는 이런 생각에 잠겨 그 자리에 서서 작업장으로 들어서는 선금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날이 갈수록 남호는 매일 막장에서 시추작업을 지휘하였다.
작업은 마감단계에 들어서고있었다.
그날도 남호는 작업장에 있었다.
금철은 땅속에서 올라온 추관을 관틀개로 힝힝 풀어제꼈다.
그의 목덜미는 땀으로 즐펀했다.
한참만에 마지막추관이 올라오자 모두의 눈길이 암심관에 쏠렸다. 희읍스름한 새 암석이였다.
사람들의 얼굴에 환희가 비꼈다.
《드디여 1 700메터계선에서 ㅂ광물의 꼬리를 붙잡은것 같소.》
남호의 가슴은 끓어오르는 기쁨으로 터질듯싶었다.
금시 무르익은 열매가 진한 향기를 풍기는것 같았다.
얼마나 많은 땀과 넋을 쏟아부은 광물인가.
금철은 남호가 이렇게 기뻐하는것을 처음 보았다.
그는 언제까지나 남호의 기쁨을 지켜주고싶었다.
《선금동무, 빨리 분석하오.》
시간이 흘러 선금이가 분석표를 가지고왔다.
《고품위 ㅂ광물이예요.》
얼마나 기대했던 광물인가.
모두가 남호를 둘러싸고 기쁨에 넘쳐있었다.
남호는 눈굽을 적시며 금철의 손을 뜨겁게 잡았다.
《책임기사동무, 이제 300메터를 마저 뚫러봅시다.》
《조장동지, 알았습니다.》
모두가 신심에 넘쳐 작업준비를 서둘렀다.
이렇게 긴장한 날과 날이 흘렀다.
드디여 2 000메터를 시추하는 날이 왔다.
아침부터 전체 탐사대원들은 흥분에 떠있었다.
남호는 긴장한 마음을 애써 누르며 올라오는 추관을 예리하게 주시하였다.
마지막 2 000메터추관이 올라왔다.
모두의 기대어린 눈길속에 금철이 암심을 뽑았다. 분석을 선금이가 하였다.
그런데 얼마후 분석표를 가지고 나오는 선금이의 얼굴이 밝지 못했다.
《무슨 일이냐?》
《품위가 퍽 낮아졌어요, ㅂ광석이라고 말하기에는…》
《뭐라구?!》
남호는 아연해졌다.
그는 믿고싶지 않았다.
어떻게 된 일인가? 망설이던 그는 금철에게로 다가갔다.
《책임기사동무, 잠간 중지하기요.》
《중지하다니요?! 그건 무슨 소리입니까?》
금철은 자못 심중해졌다.
《여기 갈매봉은 고품위광석이 있다고 과학적으로 증명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며칠전에는 현실적으로 고품위광석이 나오지 않았습니까?》
남호는 입을 다시며 중얼거렸다.
《혹시 1 700메터계선에 약간 묻혀있는걸 가지고…》
《예?! 그럼 자신의 연구자료를 믿지 않는다는 소리가 아닙니까.》
금철의 말에 남호는 버럭 짜증을 냈다.
《무슨 말을 그렇게 하오. 동무도 ㅂ광물이 내운명과 같다는걸 알지 않소. 그런데… 좀 섭섭하구만.》
남호는 자신이 지나쳤다고 생각했는지 퍽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ㅂ광물이 절실히 필요하다는걸 나도 아오. 그렇지만 지금조건에서 계속 자재와 로력을 땅속에 처넣을수야 없지 않소.
내가 동무의 마음을 몰라서 그러는건 아니지만 탐사대원은 과학적으로 품위높은 새 광물을 찾아낼줄도 알아야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 광물이 없다는것도 대범하게 고증할줄 알아야 하는거요. 이건 과학적인 문제이기 전에 조국의 재부를 대하는 공민의 자세와 립장문제라고 보오.》
너무도 심각한 남호의 말에 금철은 멍하니 그의 얼굴만 지켜보았다.
광석덩이같은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저… 시추방향을 바꾸어봅시다.》
《이제 어떻게 시추방향을 바꾸겠소. 그러다가 ㅂ광석이 나오지 않으면…》
《그럼 어떻게 하겠다는겁니까?》
《글쎄… 나도 잘 모르겠소. 관리국과 토론해보든지…》
금철은 심리적압박감을 느꼈으나 더 고집하지 않았다.
그날 밤 ㅂ광석탐사를 책임진 남호는 뜬눈으로 새웠다.
이렇게 주저앉고마는가.
다음날 남호는 사무실에 박혀 애꿎은 담배와만 해보았다.
점심시간이 좀 지나자 선금이가 들어왔다.
책상에 마주앉은 선금은 묵묵히 앉아 담배를 피우는 남호의 얼굴을 살그머니 훔쳐보았다. 그리고는 조심히 입을 열었다.
《삼촌한테 한마디 해도 일없을가요?》
《무슨 말인데…》
《우리 시대에서 나라를 위하는 마음은 실력과 실천에 의해 담보된다고 생각해요.》
남호는 피우던 담배를 비벼껐다.
실력과 실천이라…
선금의 말은 계속되였다.
《실력은 실천을 추동하고 실천은 자기의 사상을 검증한다고 봐요.
실력과 실천이 없는 사람들이 자그마한 난관앞에서도 주저앉아 말이 많고 목소리가 높으며 방법론이 없이 그저 인해전술에만 매달리지요.》
조카의 억양은 조용조용했으나 말마디들은 시퍼렇게 날이 선 칼날처럼 날아와 남호의 가슴에 박혔다.
남호는 자신을 돌이켜보았다.
비지층앞에서 겁을 먹고 주저앉았던 일이며 ㅂ광석의 품위가 떨어지자 써버린 자재와 로력의 책임한계만을 생각하면서 자신도 믿지 못하고 신념없이 겁을 먹고 주저앉아 애국자연하던 일들이… 결국 오늘의 우국지사가 되고만것이다.
《삼촌, 지금 책임기사동문 삼촌이 제출한 ㅂ광물연구자료를 다시 연구해보고 그에 기초하여 새롭게 탐사를 시작했어요. 그런데 삼촌은…》
《뭐라구?》
남호는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창너머로 멀리 보이는 탐사갱쪽을 바라보았다.
《동금철이…》
남호는 자기도 모르게 그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책임기사동무의 수첩엔 이렇게 씌여있어요.
〈자신을 실력과 실천으로 증명하라〉
얼마나 좋은 말이예요.》
《어떻게 금철이의 수첩까지 보았느냐?》
《작업복을 빨아주다가… 아이, 우연히 보았어요.》
《음, 난 어쩐지 그 사람이 남같이 생각되지 않누나.》
선금의 얼굴이 붉어졌다.
《어마나, 삼촌도… 별말씀을 다하시네.
우린 아직… 얼마나 아득한 높이에 있는 청년이예요. 솔직히 그를 알수록 범접하기 어려운 그 마음에 끌려 나도 모르게 존경을 표하게 될뿐이예요.》
《그래, 선금아, 바로 그런 사람을 사랑하거라.》
남호는 속으로 이렇게 부르짖으며 사무실을 나섰다.
옛말에 범을 그리자면 뼈를 그리기 어렵고 사람을 그리자면 마음을 그리기 어렵다고 과연 금철의 마음을 언제면 다 알겠는지.
그가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공격형이라면 자기는 언제나 소극적이고 피동적인 방어형이였다.
나도 공격대렬에 들어서야 한다.
남호는 이런 마음속 결심을 내리며 힘차게 발걸음을 내짚었다.
다음날 관리국장이 탐사현장으로 달려왔다.
갈매봉시추장과 금산봉을 돌아본 국장은 현지에서 협의회를 조직하였다.
여러 일군들이 구체적인 자료와 실태를 보고하였다.
사람들의 토론을 진지하게 들으며 이따금 사업일지에 무엇인가 써넣군 하던 국장이 일어섰다.
《박남호동무를 조장으로 하는 ㅂ광물탐사조가 많은 일을 하였습니다.
과학적인 근거밑에 제때에 시추장을 옮김으로써 드디여 깊숙이 숨어있던 ㅂ광물을 찾아내게 되였습니다.》
모든 탐사조원들이 밝은 얼굴로 열렬히 박수를 쳤다. 박수때문에 끊어졌던 국장의 발언은 계속되였다.
《무엇보다 기쁜것은 집단이 서로 위해주고 조국을 받들자는 하나의 마음으로 이어진것입니다.
그 마음은 수백톤의 광물보다 더 귀중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마음만 있으면 그 어떤 광물도 다 찾아낼수 있습니다.
나는 ㅂ광물보다 벅찬 조국의 위대한 현실에 위대한 실천으로 대답할줄 아는 젊은 일군을 찾아낸것이 무엇보다 더 기쁩니다.》
뜨겁고 열렬한 박수가 다시 터져나왔다.
남호는 그 누구보다 더 열정적으로 박수를 쳤다.
오늘의 애국은 높은 실력과 실천속에 있다는것을 보여준 청년.
진정 뜨거운것은 땅속에 있는 광물이 아니라 조국의 번영을 위해 자신을 바칠줄 아는 저 책임기사의 심장속에 있었다. 그야말로 열과 빛을 내는 뜨거운 광물이였다.
그날 오후 남호는 금철이를 오토바이뒤에 태우고 금산봉으로 가는 길에 들어섰다.
나지막한 언덕길에서 오토바이는 더 올라가지 못하였다.
오토바이에서 내린 남호는 달아오른 기관을 살펴보았다.
《사슬이 늘어져 동력전달이 안됩니다.》
동금철의 말에 남호는 공구를 찾으며 혼자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럴수밖에, 동력전달기구인 사슬이 늘어졌으니 설수밖에… 이 사슬처럼 살면 안되겠는데…》
《제꺽 고칩시다.》
《전에 국장동무가 비행기와 오토바이의 같은 점이 무엇인지 물은적이 있소. 난 그걸 오늘에야 알았소. 후진을 할줄 모른다는거요.
우리도 오직 전진만을 아는 실력가, 실천가형의 일군이 되기요.》
《예!》
다시 발동소리가 울렸다.
두사람을 태운 오토바이는 높은 산길로 날아올랐다.
뜨거운 태양이 그들을 따사로이 비쳐주고있었다.
(함경남도 단천시 만탑산지질탐사단 로동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