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99(2010)년 제11호에 실린 글
단편실화소설
자매들
3
박 련 희
세자매는 갱을 행해 발걸음을 옮겼다.
가로수마다에 피여있던 눈꽃이 따스한 해볕에 사르르 녹아내린다.
《언니, 이렇게 이동리발을 나서고보니 순화언니 생각이 나는군요. 사실 우리 집에서 이동리발의 발기자야 셋째언니가 아니예요.》
줄곧 순금에게 익살을 부리던 순필이 셋째언니 생각이 난듯 유정한 어조로 말했다.
《정말 그렇구나. 남편을 따라간 순화는 지금쯤 어떻게 하고있는지…》
순희는 동생에 대한 련민의 정을 금치 못하며 생각에 잠기여 걸음을 옮겼다.
《언니, 생각나요? 시집간 셋째언니가 리발견습을 받을 때의 일이… 호호, 난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순필이의 노죽스러운 웃음소리에 순희와 순금이도 따라웃었다.
순금은 중학교를 졸업하던 해에 셋째언니가 들려준 이야기가 생각나 웃음지었다.
《언니! 저 사람이 나를 찾으면 없다고 하세요.》
리발을 끝낸 순화가 거울을 들여다보다가 당황해하며 순희에게 말했다.
《왜 그래?》
리발을 하던 순희는 의아해하며 동생을 쳐다보았다.
순화는 손가락을 입가에 가져가며 창밖에 눈길을 주고나서 탈의실로 달려갔다. 마침 손님의 머리를 다 깎은 순필이 창문을 내다보다가 그만 참지 못하고 웃어댔다.
《언니, 어제 그 잠바옷이예요. 아마 신소하러 오지 않을가요? 호호, 셋째언닌 눈도 밝다. 배울 생각은 않구 감시할 생각만 하는 모양이지.》
순필은 언니가 들으라고 우정 탈의실쪽에 대고 이죽거렸다.
동생의 말을 들은 순화는 간이 콩알만 해졌다.
《정말 신소하러 오는게 아니야?》
순필은 둘째언니에게 눈을 끔쩍이며 또 큰소리로 말했다.
순화는 어제 언니가 없는 짬을 리용하여 용기를 내여 깎아주었던 잠바입은 손님과 그의 불쾌해하던 인상, 그 손님이 가자마자 순필이가 들어서며 참지 못하고 웃던 일이 떠오르며 울렁이는 가슴을 부여잡았다. 숨소리를 죽이며 그는 문소리가 울리지 않는가 해서 마음을 죽이며 귀를 강구었다.
출입문 열리는 소리가 울려왔다. 순화의 심장은 금시 튀여나올듯 방망이질했다.
탄광양복점의 재단사로 일하다가 이웃군의 탄광에 배치받은 제대군인청년에게 시집을 간 뒤 아버지의 권고도 있고 해서 리발사가 되려고 견습을 받기 시작한 그는 내가 괜한 일을 하려 하지 않는가 하는 우려가 갈마들었다. 언니나 동생 순필은 천성적으로 리발사를 타고난것만 같은것이 몹시 부러웠다. 자기들도 그런적이 있었다고 말을 해도 순화는 견습생을 안심시키려고 그러는듯싶어 마음은 개운치 못했다.
이제 무슨 일이 벌어질가 걱정하며 눈을 꼭 감고 담벽에 의지해서서 매시시해지는 몸을 간신히 유지하고있는데 자기를 찾는 순희언니의 목소리가 울려왔다.
(호, 정말 왔구나.)
나가서 사죄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탈의실문을 여는데 뜻밖에도 잠바손님이 아니라 웬 나이지숙한 사람이 서있었다.
《아, 저기 있습니다.》
나이지숙한 사람이 순화를 보자 웃음을 지으며 리발의자로 다가왔다.
《저… 우리 언니는 지금 견습을 받고있습니다. 여기 앉으십시오.》
순필은 상냥한 목소리로 자리를 권했다.
그는 서글서글한 웃음을 지으며 순필에게 량해를 구했다.
《미안합니다. 난 이 순화동무에게서 리발을 하려고 합니다.》
순화와 순필은 머리를 기웃거리며 의아한 시선으로 마주보았다. 그들의 표정을 일별한 그는 우선우선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달리 생각마십시오. 난 우리 탄부들을 위해주려고 애쓰는 순화동무의 소식을 듣고 찾아온 사람입니다. 이거 하는수없이 제 소개부터 해야겠군요. 제 순화동무 남편이 있는 탄광 당비서입니다. 이곳에 출장을 왔다가 들렸습니다.》
《어마나, 그럼 우리 아저씨가 있는…》
순필은 손벽을 마주치며 격정을 금치 못해하였다.
순화는 목구멍으로 뜨거운것이 치밀어오르는것을 느꼈다.
당비서는 리발의자에 앉으며 물었다.
《혹시 리발을 잘못해서 신소를 받을가봐 대피했던건 아닙니까. 허허… 마음놓으십시오. 제 신소는 하지 않을테니…》
순화는 당비서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마음의 안정이 깃드는것을 느꼈다.
그는 마음을 가다듬으며 가위와 빗을 집어들었다. 사각사각 가위질소리가 귀맛좋게 울리였다.
순화는 거울에 비낀 당비서의 표정을 살피며 조심조심 가위를 놀렸다. 그는 세심히 머리를 다스려나갔다. 가위를 놓은 순화는 면도솔에 비누를 찍어 당비서의 수염 짙은 볼을 골고루 묻히였다. 면도칼을 가죽띠에 썩썩 문지르고 날이 선 세기를 가늠해본 순화는 주저주저하며 면도를 시작하였다. 면도칼을 쥔 손끝이 파르르 떨리였다.
순화의 이마에서는 송골송골 땀발이 내돋았다.
순화는 얼굴을 낮추고 면도를 해나갔다.
멀끔해진 당비서의 볼편을 내려다보며 그는 자기의 재간에 스스로 감탄하였다.
흐뭇한 마음으로 미흡한 구석이 없는가를 살펴보던 순화는 귀밑머리를 잘 다스리지 못한것을 발견했다. 다시 귀밑머리며 그 주위에 비누를 바른 그는 이제는 어는 정도 자신있게 면도날을 대였다. 싸륵싸륵 면도날이 귀밑머리와 얼굴가장자리를 돌았다. 아차ㅡ 손에 힘을 잘못 준탓에 면도날이 귀박죽밑으로 살짝 내리그어졌다.
순화는 질겁하여 당비서의 거동을 살폈다.
지그시 눈을 감고있는 당비서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안도의 숨이 나갔다.
자리에서 일어나 거울앞에 다가선 당비서는 머리무새를 바라보며 《저런, 순화동무가 이젠 고급리발사가 다됐는걸.》 하며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어마나! 저…》
당비서를 바라보던 순희가 귀밑머리에 내배이는 피를 발견하고 걸어왔다.
《아니, 괜찮습니다.》
그는 손수건을 꺼내서 닦으며 너그럽게 웃었다.
그리고는 세자매를 둘러보며 말했다.
《이렇게 자매리발사들을 보니 어린시절의 일이 생각납니다.
어느 봄날의 휴식일 수령님께서 글쎄 우리 학교리발사를 만나주시지 않았겠습니까.
그날 수령님과 리발사가 나눈 이야기가 바로 그 유명한 〈기쁨의 담시〉로 되여 세상에 전해졌지요.》
당비서는 못 잊을 추억을 더듬는듯 조용히 시를 읊었다.
…
《리발사, 학교의 리발사라…
ㅡ그이께서는 호수가를 거닐으신다ㅡ
좋은 일이요, 얼마나 기쁘겠소
매일같이 아이들의 머리를 만지며
볼을 쓸어주며 단장을 시켜주니!
나는 일이 바빠서 그러질 못하누만…
우리의 미래, 우리의 후손들
보화로 찬 세상을 물려받을 아이들
꽃보다 곱고 귀하오!
그렇잖소! 로인님은 장한 일 맡았소…》
…
조용히 시구절을 읊조리는 그를 격정에 넘쳐 바라보고있던 안순희가 따라읊었다.
…
작별의 인사를 나누신 그이
동산을 넘으시여 보이지 않건만
로인은
얼을 잃은듯 오래오래 서있어라
세상엔 오만가지 직업이 있어
사람마다 제 일을 자랑하지만
어림없이, 리발사가 상으뜸이지!
《허허, 둘째언니도 그 시를 좋아하는것 같구만.》
당비서가 순희를 바라보며 말했다.
《당비서동지, 리발사치고 이 시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순희는 어줍게 웃었다.
《그 말이 옳은것 같소. 나도 이 시에 반해서 학교를 졸업하면 리발사가 되려고 했던 사람이였으니까. 그런데 정세가 긴장해서 군복을 입었었지. 허허, 소년시절의 첫 소원이 그것이여서 그런지 난 리발사들을 대할 때면 존경이 가는것을 금할수 없고 지어 부럽기까지 생각되더군. 참, 인생이란…》
《저 당비서동지, 이렇게 물으면 실례인지 모르겠지만 혹시 부인이 리발사가 아닙니까?》
당비서의 무랍없는 이야기에 심취되여있던 순필이 조심히 물었다.
《왜, 그렇게 보이오?》
《예, 어쩐지 꼭 그럴듯만싶은 생각이 들어서…》
당비서가 고개를 끄덕이였다.
《동무 말이 옳소. 난 나의 소원을 안해가 꽃피워주길 은근히 바랐소. 아마도 소원을 성취 못한 인간에게 있어서 그런 정도로 기쁨을 맛보는것도 일종의 행복인가보오.》
당비서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순화는 많은것을 생각하였다.
아름다운 인간들이 사는 숭고한 세계에 대한 동감과 매혹이랄가. 그는 자기가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이 길을 가야 하는가를 새삼스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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