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99(2010)년 제11호에 실린 글

 

단편실화소설

자매들

1

박 련 희

 

밤사이에 내린 함박눈으로 하여 탄광마을은 신비로운 눈세계속에 묻혀있었다.

푸른 비단필을 펼쳐놓은듯 한 동녘하늘가에는 연한 감색노을이 펼쳐져있었다. 키높이 자란 백양나무우둠지우에 아슬하게 매달린 까치둥지에서는 한쌍의 까치가 긴 꼬리를 달싹이고있다.

맑고 포근한 정월의 아침이다.

새로운 혁명적대고조에로 부르는 방송원의 격동적인 목소리가 다람산절벽에 메아리친다.

거리로는 출근길에 오른 탄부들이 물결쳐흐른다.

천성청년탄광 리발사인 안순금은 출근하는 탄부들의 눈인사를 받으며 탄광리발소로 가고있었다. 외투주머니에 찌른 그의 손에는 한장의 쪽지편지가 쥐여져있었다.

오늘 리발소는 휴식일이다. 하지만 그는 이 쪽지편지때문에 리발소에 나간다. 그는 그 편지를 몇번이나 읽었는지 모른다. 생각할수록 맹랑한 일이지만 재미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어제 오후이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언니들보다 좀 이르게 출근한 순금이 손님맞을 준비를 서두르는데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섰다. 순금은 방그레 미소를 지으며 손님을 맞았다. 청년은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순금은 그 청년이 지난해 여름 탄광에 진출할 때 자기가 꽃다발을 주었던 제대군인임을 대뜸 알아보았다.

리발사직업은 다른 직업과는 달리 많은 사람들을 대상하는 일이여서 때없이 잊군 하는적도 있지만 그는 청년에 대해서 첫눈에 알아보았던것이다.

《리발을 하시려면 어서 앉으세요.》

그는 상냥하게 말하며 리발의자를 권했다.

이때 누군가가 창문을 두드렸다. 청년과 순금은 동시에 그리로 머리를 돌렸다.

밖에 서있던 청년이 어서 나오라고 손짓을 했다. 제대군인청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잠시 주밋거리다가 주머니에서 맞접은 종이 한장을 꺼내들었다.

《저… 이걸…

청년이 종이를 내밀었다.

《이건 뭔가요?》

순금은 의아하여 받을념을 않고 청년을 쳐다보았다.

청년은 《보면 알겁니다.》하고 멋적게 말하며 어줍은 미소를 지었다.

순금이 주춤거리며 종이를 받자 청년은 오던 걸음처럼 되돌아섰다. 무엇이 그리도 바쁜지 서둘러 뛰여가는 모습이 창유리로 보였다.

의아한 생각이 든 순금은 편지를 펼쳐보려고 하였다.

이때 두 언니가 리발소문을  열고 들어섰다.

무슨 종이를 들고있는 순금을 띄여본 넷째언니 순필이 눈을 껌벅거리며 둘째언니 순희의 팔굽을 쳤다.

언니들의 눈길을 받은 순금은 손에 들었던 쪽지편지를 얼른 가방에 집어넣었다.

《순금아, 언니들이 좀 보자꾸나. 그런 편지는 응당 혼자 보는것이지만 아마 언니들과 의논하는것도 나쁘진 않을거야.》

《어마나, 언니들도… 난 그 사람을 잘 몰라요. 정말이예요.》

순금은 당황하여 생각나는대로 말을 주어섬겼다. 두 언니는 순금이 노는양이 우스워 까르르 웃었다.

《그야 그렇지 않구. 처음 만나 인연이 맺어지고 다시 만나면 열매가 무르익는게 사랑이지 뭐. 그런데 아무리 봐도 너희들은 서툴더구나. 그렇게 대낮에 공공연히 련애편지통신을 하다니… 그건 바로 초면이 아니라는것을 확증해주는 물질적증거야. 그래, 똑똑히 실토할테냐 아니면 편지를 공개할테냐?》

순필은 시치미를 따는 순금에게서 무엇인가 알아내려고 달려들었다.

《야 정말, 언니들도… 난 정말 알지 못한다는데…》 순금은 난처하여 손을 내저었다.

《좋아, 그럼 한번 혼쌀나봐야 실토정하겠니?》

순필이 팔소매를 걷어올리며 간지러움을 피울 준비를 서둘렀다. 어린시절부터 넷째언니의 간지러움을 여러번 맛본 순금은 《언니, 그만둬요. 내 내놓을테니…》 하며 서둘러 가방에서 쪽지를 꺼냈다.

그러면서도 그는 순필언니의 간지러움에 못이겨 항복하는것이 분하여 입을 비죽이 내밀었다.

《언니들은 너무해. 어쩌다 총각에게서 쪽지편지를 받았는데 혼자 읽어볼 기회조차 주지 않으니…》

동생이 그러건말건 순필은 생긋 웃으며 리발의자에 올라앉았다. 그리고는 회의토론문이나 읽듯 목청을 가다듬더니 틀스럽게 편지를 읽었다.

《리발견습받으러 가겠음. 영애?…》

의기가 양양해서 편지를 읽던 순필의 눈이 둥그래졌다. 동생들이 애들처럼 논다고 훈시하면서도 흥미를 가지고 귀를 기울이던 순희의 얼굴에도 아연함과 동시에 웃음이 피여오른다.

《엉터리, 정말 엉터리라니까. 순필아, 그게 어디 련애편지니? 맏언니가 온다는 전보지. 호호.》

그만에야 리발소안에 까르르ㅡ 웃음이 터졌다.

세자매는 너무 우스워 배를 그러쥐고 눈물이 찔끔 나오도록 웃었다.

언니들앞에서 창피를 뒤집어 쓸 말이 나올가봐 가슴 조이면서도 정당하다는듯 시틋한 인상을 짓고있던 순금이도 웃음을 터치고말았던것이다. 그 전보는 어제 우편통신원을 하는 동무가 전해준 맏언니가 친 전보였다.

순금은 그 전보를 까맣게 잊고있다가 순필언니에게 몰리워 전보와 그 종이가 바뀐것이 퍽 다행스러웠다.

《가만, 그러니 맏언니도 리발을 배우러 오겠다는 말이 아니예요, 언니?》

예상치 않았던 별치 않은 일로 웃음을 터치던 순필이 전보내용에 흥미를 가지며 탄성을 질렀다.

《정말 그렇구나!》

순희도 전보를 펼쳐보며 환성을 올렸다.

《아이, 맏언니까지 리발을 하면 우리 집은 정말 리발사집이 되겠구나.》

《그런데 언니가 어떻게 리발을 배울 생각을 했을가?》

세자매는 자못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순금은 맏언니가 온다는 기쁜 소식을 미처 알려주지 못한 죄의식이 들었으나 묘하게 바뀌여진 쪽지편지생각에 줄곧 터져나오는 웃음을 가까스로 참으며 언니들과 어울리였다. 맏언니의 소식으로 웃고 떠들던 순필이 순금에게 또 말을 걸어왔다.

《순금아, 그런데 이 전보를 어떻게 아까 그 총각이 가져왔니?》

《글쎄요.》

새물새물 웃는 순금의 입새로 애매몽롱한 말이 새여나왔다.

《아무래도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전보는 가져다 줄수 있지만 네가 왜 그리 별스럽게 굴었는지…》

순필은 아무래도 리해할수 없다는듯 머리를 기웃거리면서도 무슨 건덕지를 또 끄집어내려는듯 능글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순금의 오똑한 코를 살짝 눌렀다. 순필이 무슨 말인가 준비하여 공격을 시도하려는데 손님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순금은 다행스럽게 여기며 리발가위를 잡았다.

저녁에 집에 들어온 순금은 가슴을 조이며 편지를 펼쳤다. 그러는 그의 얼굴에 일종의 아연함이 비끼였다. 순금은 시원시원한 활자체로 쓴 편지를 다시 훑어보았다.

《래일 리발을 해주면 고맙겠습니다.》

순금은 머리를 깎으려면 리발소로 오면 되겠는데 이건 무슨 편지놀음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알수 없었다. 그는 놀리운듯 한 분함과 어처구니없는 감정이 교차되는 속에 떠오르는 청년의 모습을 다시한번 상기했다.

진회색옷을 입은 좀 체소한 몸, 까만 털모자밑에 드러난 훤한 얼굴은 리지적이면서도 고지식할듯싶었다. 그러면서도 처녀들처럼 가볍게 피여오르는 수집은 미소… 그 청년에 대한 표상이 새롭게 정립될수록 순금은 차츰 이 편지가 한 처녀에 대한 단순한 사랑의 감정의 표시만은 아닐것이라는 생각이 자리잡기 시작하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그럼 뭘가? 가만가만, 래일은 우리 리발소의 휴식일이지… 그러니 시간이 없었던 그 사람이 말로 하긴 미안해서…

금은 마치 자기가 굉장한 암호나 해득한듯 만족한 웃음을 짓다가 그만 어이없는 감정이 샘솟는것을 어쩔수가 없었다.

그 내용이 단순하고 명백하게 써있는데도 거기에 별의별 감정을 다 끌어들이며 복잡하게 생각한 자기가 한편으로 어처구니없기도 했던것이다.

순금은 한시간이나 그 청년을 기다렸다. 그러나 청년은 오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순금은 그가 이동리발을 부탁했을수도 있다는데 생각이 미쳤던것이다. 리발소를 나선 그는 이동리발을 조직하자고 제기하려고 리발소책임자인 둘째언니 순희네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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