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100(2011)년 제12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밝은 웃음
(3)
김 철 남
철저한 준비를 갖춘 그들은 드디여 벌떼가 엉켜도는 참나무아래에 도착하였다.
인남은 빈 벌통을 내려놓기 바쁘게 주위를 돌아가며 부지런히 쑥을 가지채로 꺾어 비자루처럼 묶었다.
《인남이, 난 뭘 할가?》
《엿을 녹여주십시오.》
동철은 엿을 까서는 그릇에 넣고 물을 조금 부은 다음 불을 지폈다.
《이젠 시작해두 될가?》
《제 혼자 하겠으니 분대장동진 구경만 하십시오.》
《무슨 소릴 하는거요?》
《진짜 해보겠습니까?》
《함께 해보자는데…》
《그럼 이 비닐을 머리에 쓰십시오. 분대장동진 얼굴을 벌한테 쏘이면 안되겠는데…》
《물론이지, 동무도 쏘이면 안되고…》
그들은 이런 말을 나누며 비닐로 머리전체를 완전히 가리웠다.
벌받을 때의 주의사항을 설명하고난 인남은 빈 벌통뚜껑에 엿물을 바르기 시작했다. 벌통안벽에도 골고루 발랐다. 그다음 벌뭉치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동철도 그뒤를 따랐다.
한쪽무릎을 땅에 댄 인남이 쑥묶음으로 벌떼를 다치자 삽시에 벌들이 그것을 덮어버렸다.
동철은 인남이가 하라는대로 엿바른 뚜껑을 그 옆에다 갖다대였다. 인남이 조심스럽게 벌들이 덮어버린 쑥묶음을 뚜껑쪽으로 밀어가자 성이 난 벌들이 안절부절 못했다.
드디여 그속에서 왕벌을 찾은 인남은 침착하게 그놈을 유인하기 시작했다.
와글와글 돌아가는 벌들은 잠간사이에 그들의 장갑낀 두손을 덮어버리였다. 수백, 수천마리가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뚜껑을 쥔 동철의 손에도 벌들이 달라붙었다. 어떤 놈들은 팔소매안으로 기여들어왔고 웃옷과 목덜미에 달라붙어 짬만 있으면 새여들어가려고 몸부림쳤다.
비닐에 달라붙어 막 두드리는 놈이 있는가 하면 부딪쳐 떨어졌다가 다시 날아나며 맴도는 놈, 비닐속으로 들어가려고 모지름을 쓰며 웅웅대는 놈들도 있었다.
어떻게 새여들어갔는지 손목과 목부위가 따끔거렸다. 아니, 온몸이 다 따끔거리는것 같았다.
인남이도 몸에 벌이 들어갔는지 흠칫흠칫 몸을 떨었다.
동철은 처음 당해보는 일이라 몹시 고통스러웠지만 벌떼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참고 견디여야 했다. 잔등으로는 진땀이 곬을 지어 흘렀다.
동철이 참다못해 몸을 들썩거리자 인남이가 팔꿈치로 툭 쳤다. 움직이지 말라는 신호였다. 잘못하면 기미를 채고 벌들이 달아날수 있기때문이였다. 동철은 이를 악물고 아픔과 간지러움을 참으면서 꼼짝않고 받쳐주었다.
인남은 벌들의 단련을 인내성있게 견디면서 그것들을 계속 뚜껑에 붙이느라고 침착하게 손을 놀렸다. 가운데 들어가배겼던 왕벌을 찾아내여 유인하는 그의 목덜미와 잔등은 땀으로 화락하니 젖어들었다.
차츰 벌들도 단맛을 들였는지 고분고분 뚜껑쪽으로 몰켜갔다.
드디여 벌이 뚜껑에 다 붙자 인남이 손짓으로 벌통을 갖다달라고 동철에게 신호하며 벌통뚜껑을 받아들었다. 뚜껑에 데룽데룽 매달린 벌뭉치는 큰 수박만 하였다.
오금에 쥐가 일도록 움직이지 못하고있던 동철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길게 내쉬며 걸음을 옮겼다. 너무 긴장해있어 그런지 다리가 말을 잘 안들어 비칠거렸다.
《어이구, 간단치 않구나.》
동철이 입속으로 중얼거렸다.
인남은 벌뭉치가 붙은 뚜껑을 높이 들고 쑥묶음으로 벌들을 슬슬 다스려 동철이 가져온 벌통에 조심히 넣었다. 그리고는 곧 나들구멍을 막았다.
채 들어가지 못한 벌들이 붕붕거리며 날아다녔다.
그들은 마주보며 눈웃음을 지었다.
인남은 쑥묶음으로 동철의 군복에 붙은 벌들을 깨끗이 털어주었다. 그리고는 자기의 군복에 붙은 벌들도 털어버렸다.
드디여 그들은 머리에 썼던 비닐을 벗었다. 얼굴로 땀이 물처럼 흘러내렸다.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에서는 김이 물물 피여오르고 머리카락은 땀에 젖어 미역감은듯 하였다.
그들은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맑은 공기를 마음껏 들이켰다. 기쁨으로 충만된 가슴이 신선한 공기로 한껏 부풀었다.
《분대장동지!》
인남은 동철을 부르며 기쁨어린 두눈을 반짝이였다. 얼굴은 통통 부었어도 미소는 사라질줄 몰랐다.
《인남이!》
동철이도 밝게 웃으며 인남이를 부둥켜안았다.
《성공입니다!》
인남은 큰소리로 웨치며 농장마을이 한눈에 바라보이는 등성이로 달음쳐올라갔다.
《야, 얼마나 멋있습니까, 분대장동지!》
그들은 밝게 웃으며 사회주의선경으로 꾸려진 농장마을을 내려다보았다.
《정말 멋있어. 이게 바로 우리가 지켜선 조국, 우리를 키워준 조국이야!》
인남은 동철의 그 말에 긍지가 넘쳐 손나팔을 하고 아―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가 산울림이 되여 퍼져갔다.
그들은 래일이면 너무 기뻐 어쩔줄 몰라할 벌주인의 모습을 머리속에 그려보며 밝게 웃었다.
(강원도 원산시 중평리 22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