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100(2011)년 제12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계  승

(4)

김 룡 연

그날로부터 또 며칠이 지난 1994년 4월 25일 우리 혁명무력이 창건된지 62돐이 되는 뜻깊은 날이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공군부대를 찾으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 수령님을 모시고 함께 오시였다.

인민무력부장 겸 총정치국장인 오진우, 총참모장인 최광이 공군부대 지휘관들과 함께 수령님과 최고사령관동지를 맞이하였다. 리을설, 백학림을 비롯한 차수들도 서있었다.

명절이여서 모두 바지에 붉은 줄을 쭉 띠운 례복을 입고 량쪽가슴이 모자라게 훈장과 메달들을 달았다. 그들 한발자국뒤에 전대혁이 다른 장령들과 함께 서있었다.

수령님께서는 영접보고를 하려고 차렷구령을 내리고 정보로 다가오는 군부대 지휘관에게 김정일동지쪽을 자꾸 손으로 가리키시였다.

김정일최고사령관에게 보고해야 하오. 우린 최고사령관을 따라 동무들을 축하해주자고 함께 온거고…》

《아닙니다. 보고는 수령님께서 받으셔야 합니다.》

환히 웃으시는 얼굴로 수령님과 나란히 걷고계시던 김정일동지께서 한걸음 뒤에 떨어지시였다.

수령님을 모시고 받드는데서는 예나 지금이나 한치의 드팀도 모르시는 김정일동지의 고결한 충정의 세계, 후계자를 내세우시려는 수령님의 웅심깊은 열렬한 심정, 절세의 위인들사이에 오가는 이 숭고한 진정은 뜻깊은 날 만사람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하고 가슴을 끓어번지게 하였다.

《허허… 그렇다니 할수 없군.》

김일성동지께서는 근엄한 표정으로 한손을 드시여 정중하게 답례하시였다. 영접나온 지휘성원들의 인사도 차례로 받으시였다.

《오늘이 군대명절이 옳긴 옳구만. 여기 나와 반가운 동무들을 다 만나누만. 그래 건강은 어떻소?》

그이께서는 오진우며 최광이며 항일전의 로투사들과 인사를 나누시며 안부를 물으시였다.

《저희들은 김정일동지의 덕분으로 이렇게 건강한데 수령님께서 너무 무리하게 일하고계십니다.》

최광이 항일투사모두의 심정을 담아 말씀올렸다. 그러는 그의 두툼한 입술과 검실검실한 볼편근육이 약간 떨리는것 같았다. 도수높은 안경을 낀 눈시울이 불깃해졌다.

김정일동지와 함께 더 많은 일을 하자면 건강해야 하오.》

차수들의 인사를 받으신 수령님께서는 그들뒤에 서있는 전대혁을 띄여보자 몹시 반가와하시며 손짓으로 부르시였다. 전대혁이 황급히 앞으로 나왔다.

《대혁동무, 셋째아들이 공군부대에 있다고 했지. 그래, 아들을 만나보았소?》

《수령님, 언제 그런 사사일에까지…》

전대혁은 당황해하고 몸둘바를 몰라했다.

《그게 왜 사사일이겠소. 혁명의 대를 이을 후대들을 이끌어주는 일인데… 아무리 바빠도 이런날에야 미리나와 아들을 만나보고 명절을 축하해줘야지.… 저기 기념사진을 찍자고 촬영대우에 올라서는 군인들속에 있지 않는가?》

《아닙니다, 수령님.…》

김정일동지께서 두손을 앞으로 모아잡으신채 수령님곁으로 한발자국 가까이 다가서시며 말씀올리시였다.

《지금 대혁동무 아들은 저 하늘에 있습니다.》

《하늘에 있다니?》

《뜻깊은 건군절날 부대에 찾아오시는 수령님께 기쁨을 드리겠다며 비행훈련에 참가했습니다.》

《음― 그렇군.》

마침 편대를 지은 전투기들이 파란 하늘에 하얀 비행운을 내뿜으며 나타났다. 비행기들은 눈이 부신 태양을 향해 작은 점으로 보일 때까지 솟구쳐올랐다가 불시에 한대씩 아래로 내리꽂히였다. 그것들은 동체를 몇번씩 뒤집기도 하고 춤추듯 좌우로 흔들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다시 서로 꼬리를 물기도 하고 추격에서 리탈하기도 하면서 기기묘묘한 비행술들을 펼쳐놓았다.

수령님께서는 손채양을 하시고 전투기들의 훈련모습을 올려다보시였다. 몹시 대견하시여 환히 웃으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도 전투기들의 훈련모습을 주의깊게 관찰하고계시였다. 눈길이 예리하고 존안은 무척 근엄하시였다.

《멋있소! 우리 비행사들이 하늘에서 못 부리는 재간이 없소.》

수령님께서 손채양을 풀지 않으신채 최고사령관동지를 돌아보시며 만족하여 말씀하시였다. 그때에야 김정일동지께서도 미소를 지으시며 수령님가까이로 한걸음 더 다가서시였다.

《우리 비행사들의 비행술이 간단치 않습니다. 그들은 그 어떤 적들과의 대결에서도 사상, 전술적우세로 언제나 이길 만만한 투지에 넘쳐있습니다.》

《장하오, 장해!》

《수령님, 사진촬영시간이 되였습니다.》

책임서기가 다가와 조용히 말씀올렸다.

《사진?… 사진을 찍어야지. 장병들을 축하해주고 그들과 기념사진을 찍어야지. 자, 모두들 갑시다.》

수령님과 김정일동지의 두리에 방금전까지 정중히 서있던 지휘성원들이 설레이기 시작하였다.

기뻐서 어쩔줄 몰라하는것이 알렸다. 촬영대쪽으로 서로 뒤질세라 발걸음을 옮겼다. 모두 장령별을 여러개씩 달았는데도 수령님과 최고사령관동지를 모시고 사진을 찍는다고 하자 흥분과 격정을 숨기지 못하였다. 그럴 때는 순진한 어린이가 되는듯싶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들을 자애로운 눈길로 바라보시며 환히 웃으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도 빙긋이 미소를 지으시며 누군가를 불러 무엇인가를 이르시였다.

수령님께서 활기있게 걸으시다가 문득 멈춰서시며 좌우를 살피시였다.

《가만, 공군사령관동무가 어데 있소?》

《옛, 여기 있습니다.》

좀 뒤에 떨어졌던 공군사령관이 급히 다가왔다.

큰 키에 칼칼하게 생긴 그의 온몸에서 정력이 넘쳐났다. 건군절에 수령님과 최고사령관동지를 모신 영광으로 여간 기분이 떠있지 않았다.

《어떻게 우리끼리만 사진을 찍겠소. 훌륭한 비행술을 보여준 비행사들과도 함께 찍어야지.》

《수령님, 방금 최고사령관동지께서 말씀이 계셔서 훈련을 끝내고 착륙시키라는 임무를 주었습니다.》

《벌써?!》

《우리 승용차들을 보내서 빨리 데려오도록 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 말씀올리시였다.

《거참 잘했소. 그들속에 전대혁동무의 셋째도 있다지?》

《그렇습니다. 이자 방금 훈련때 보신 주도기비행사가 대혁동무의 아들입니다.》

《음, 그렇군. 요전번 만났을 때 알아보니 대혁동무에겐 자그만치 아들만 여섯이나 있는데 모두 군복을 입었다더군.》

《그렇습니다. 륙군, 해군, 공군에다가 전문병들까지 뜨르르합니다.》

《허허… 김정일동지가 나보다 더 잘 알고있구만. 저 전대혁의 아버지가 전우들의 무릎에서 눈을 감으면서 자기 아들을 꼭 찾아 손에 총을 잡고 나를 받드는 충직한 전사로 키워달라고 했소. 그 유언대로 그의 후대들이 오늘은 무성하는 숲처럼 끌끌하게 자라 혁명의 대를 이어가고있소. 혁명렬사릉에 있는 전석이가 이 사실을 알면 얼마나 기뻐하겠소. 땅속에서도 마음을 놓을거요.》

김일성동지께서는 방금전에 지으셨던 만족한 미소대신 회억이 짙은 안색으로 저 멀리 어딘가를 바라보시며 나직이 말씀하시였다. 수령님뒤에서 두손을 앞으로 모아잡고 머리를 수굿이 한채 따라걷는 오진우와 알이 두툼한 도수높은 안경을 버릇처럼 이따금씩 추슬러올리며 걷는 최광의 얼굴에 이름할수 없는 감동의 빛이 어리였다.

수령님께서 자기 아버지와 자식들을 두고 과분한 말씀을 하시는것이 황송하여 전대혁은 몸둘바를 몰라했다. 김정일동지께서 그러는 그의 등을 떠밀어 수령님가까이로 내세워주시였다.

《건군절에 부대에 나와보고 기쁜건 지난날 백두산에서 싸우던 우리 혁명의 1세들처럼 그의 후대들인 아버지와 아들이 한대오에서 선렬들의 넋을 그대로 이어받아 총을 잡고 김정일최고사령관을 받들어나가고있는것이요. 참 감개무량하오. 혁명투쟁에서는 전통, 계승이라는게 있소. 이런것을 두고 말하는것이지!》

수령님의 말씀은 뒤따르는 인민군지휘성원들의 가슴을 이름할수 없는 격정으로 끓어번지게 하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잠시후에 도착한 전대혁의 아들을 품에 꼭 껴안아주시고 장하다고 어깨를 두드려주시였다. 부대장병들과 기념촬영을 할 때에는 전대혁의 부자를 김정일동지의 바로 뒤에 세워주시였다.

공군부대방문이 끝나자 김일성동지께서는 인민군지휘성원들을 둘러보시며 이르시였다.

《자, 나와 함께 모두들 또 가야 할데가 있소.인민무력부 책임일군들은 더 말할게 없고 군종, 병종사령관동무들도 다 따라서시오.》

전대혁은 지금까지 행복의 무아경속에 잠겨있다가 수령님께서 또 갈데가 있다고 하시는 말씀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꼭 자기 부자들때문에 그이의 귀중한 휴식시간마저 빼앗는것 같아 죄송스러웠다. 80고령의 년로하신 수령님이시다. 아침일찍부터 오랜 시간 밖에 계시였다. 훈련모습도 보아주시고 비행사들을 기다리셨다가 기념사진까지 찍어주시였다. 이것만으로도 천만장병들과 인민들은 크나큰 격정에 휩싸이고 용솟음치는 새힘을 받아안았다. 영광과 행복, 감사의 정은 한가슴에 가득찼다. 이젠 정말 잠시동안만이라도 그이께서 휴식하셔야 한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아직도 못다한 일이 있는듯 바삐 승용차에 오르시며 다들 따라서라고 이르신다.

책임서기며 수행원들이 자꾸 팔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그들도 수령님의 휴식을 두고 마음쓰고있는것이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 시각 수행원들과 주위사람들의 간절한 심정을 모르시는것은 아니였다. 그렇지만 미룰수 없으시였다. 그래서 오늘을 기다려오신 수령님이시였다.

달리는 승용차안에서 그이께서는 며칠전 혁명렬사릉의 전사들과 마음속 대화를 나누시던 그때처럼 또다시 생각이 깊어지시였다.

혁명적동지애와 총대로 개척된 우리 혁명의 력사에는 뜻깊은 계기마다에 대원들과 지휘성원들에게 총을 기념으로 수여한 일들이 많았지.

김정숙은 원동훈련기지에서 권총을 받았고 해방후엔 김책, 최용건, 강건… 또 누가 있었더라. 그렇지, 김일이도 있었지. 우리 나라에서 처음으로 만든 기관단총을 수여받았지. 그게 1949년도였으니까 벌써 마흔다섯해라는 세월이 흘렀다. 참, 세월이 빠르기도 하다. 무기를 수여받고 기뻐서 벙글벙글 웃던 그들과 함께 사진을 찍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오늘은 나와 함께 혁명을 오래 해온 항일의 전사들에게는 더 말할것도 없고 해방후 우리의 손길에서 자란 전대혁이와 같은 새 세대 지휘성원들에게 그때처럼 총을 수여하며 다시금 당부하고싶다.

내 아까도 말했지만 혁명에는 전통과 계승이 있어야 한다.

피어린 혁명투쟁과정에 이룩해놓은 사상과 정신, 업적, 기풍, 방법… 고귀한 모든것들을 순결하게, 줄기차게 련면히 이어나가야 한다.

계승! 이것은 대를 이어 장기적으로 계속되는 혁명투쟁에서 필수불가결한것, 그래서 아버님도 지원의 사상을 신조로 삼으시고 나라를 해방하기 위한 큰뜻을 자기 대에 성취하지 못하면 아들대, 손자대에 가서라도 기어이 이룩해야 한다고 하셨지.

계승! 이것은 대끝에서 대가 나고 싸리끝에서 싸리가 나는것과 같은 유전학으로만 설명할수 없는 보다 심오하고 심중하며 혁명투쟁의 원리로 해명하고 해결해야 하는 중대한 문제다. 지나온 80평생, 혁명에 나선 10대로부터 오늘에 이르는 수수천만리의 혁명투쟁로정에서 내가 찾은 진리는 무엇이던가.

혁명가의 아들딸이라고 하여 저절로 혁명가가 되는것도 아니고 로동계급의 자식이라고 하여 저절로 로동계급이 되는것도 아니다.

혁명을 대를 이어 계속하자면 김정일동지가 밝힌것처럼 유전적혈통을 넘겨받을것이 아니라 사상적혈통, 신념의 피를 넘겨받아야 한다.

계승! 이것을 바로 해결하지 못하면 이룩해놓은 사상과 업적, 혁명의 전취물, 귀중한 모든것을 하루아침에 잃게 된다. 이 몇년째 행성의 여러곳에서 휘날리던 붉은기가 내리워지고 사회주의를 하던 나라들이 하나둘 물먹은 흙담벽처럼 무너지는것은 보다 많은 요인들이 있겠지만 기본은 이 계승문제를 바로 해결하지 못한때문이라고 해야 할것이다.

우리는 절대로 그렇게 되여서는 안된다. 아니, 그럴수 없다.

후대들은 우리의 사상과 신념, 혁명적동지애와 의리, 총대를 굳건히 이어받아 김정일최고사령관을 높이 받들어나가는 혁명의 계승자가 되여야 한다.

전석이, 기뻐하오. 동무의 아들뿐아니라 그 자식들까지 손에 총을 잡고 혁명대오에 섰소. 내 오늘 대혁이와 비행사를 하는 그의 셋째아들도 만났소.

김정일동지의 뒤에 부자가 나란히 서서 사진까지 찍었소.… 얼마나 좋소, 우리의 미래가.…

김일성동지께서는 부관이 차문을 조심히 여는때에야 모임장소에 당도한것을 아시고 사색에서 깨여나시였다.

밖에서 기다리고있던 일군이 준비가 다 되였다고 말씀올렸다.

《그럼 뒤따라오는 동무들이 도착하면 인차 시작합시다. 무슨 격식 같은것은 필요없고…》

옆에 다가온 책임서기가 조심히 말씀올렸다.

《수령님께서 좀 휴식하셨다가…》

《내 걱정은 말고 뒤따라오는 동무들이나 피곤해하지 않는지 알아보오.》

《수령님…》

책임서기는 다음말을 잇지 못하였다.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있었다.

…회의실에는 정숙이 깃들었다 . 방금전 수령님을 우러러 터쳐올린 열광적인 박수와 환호의 열기가 방안에 그대로 차고넘쳐 숭엄한 분위기를 더해주는듯싶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장내에 마주앉아있는 한사람, 한사람을 일별하시였다. 맨 앞줄 가운데에 오진우와 최광이 앉고 그 량옆으로 항일투사들이 앉았다. 백두산에서 싸운 군복입은 전우들이 이젠 정말 몇명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가슴을 아프게 하였다. 그러나 그 뒤줄들에 앉은 인민무력부 여러부문의 지휘성원들과 군종, 병종사령관들을 비롯한 젊고 씩씩하고 듬직해보이는 새 세대 지휘관들을 보자 새로운 힘과 신심이 북돋아오른다. 어깨에 단 금빛견장의 장령별들과 앞가슴에서 번쩍거리는 훈장, 메달들이 우리 혁명무력이 새겨온 충실성과 승리의 력사와 전통을 말해주는것 같았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우렁우렁하신 음성으로 힘있게 말씀하시였다.

《그럼 시작합시다.》

아까부터 연탁앞에 서있던 1부총참모장이 기다렸던듯 《알았습니다.》하고 답변올렸다. 그는 깊이 들이쉬였던 숨을 천천히 내불며 만장에다 흥분한 목소리로 알리였다.

《지금부터 우리 당과 우리 인민의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조선인민군창건 예순두돐을 맞으며 인민군지휘성원들에게 〈백두산〉권총을 수여하시겠습니다.》

순간 장내에 폭풍같은 《만세!》의 환호성이 터져올랐다.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수령님을 우러러 열광적으로 박수를 쳤다. 눈언저리들이 불깃불깃해지고 잠시후에는 눈굽에서 물기가 번쩍거렸다. 전대혁의 두볼로는 뜨거운것이 흘러내렸다.

수령님께서는 그만하고 앉으라고 자꾸 손을 아래로 흔드시였다. 그렇지만 장내는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한명, 한명 수령님앞으로 나가 권총을 수여받는 동안에도 이 열광은 계속되였다. 격정의 파도는 더 거세지였다. 전대혁은 이 감격과 흥분의 무아경속에서 자기 차례가 되는것도 미처 몰랐다. 뒤줄에서 누가 등을 몇번 가볍게 쳤다. 그제서야 자기옆 성원이 나간것을 알았다. 황급히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고 군복매무시를 바로잡았다.

하지만 눈굽에서 솟구치는 뜨거운것만은 좀처럼 멈춰세울수 없었다. 그래서 몇번이나 주춤거렸다.

수령님께서 그런 대혁의 모습을 띠여보시였다.

머밋거리는것을 보시고는 어서 나오라고 일러주고싶었다. 아버지 전석의 생각이 또 나고 며칠전 집무실에 불렀을 때처럼 이야기를 나누시고싶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하실수 없었다. 그이께서는 부관이 들고있는 권총함을 다른 사람때보다도 빨리 넘겨받으시였다. 거기에 하고싶은 천만마디의 당부가 다 실려있다. 고난과 시련을 뚫고 전진해온 우리 혁명의 지나온 력사와 백전백승하며 전진할 앞날이 다 비껴있다. 그래서 이리도 묵중하게 느껴지는지 모른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몇발자국앞에서부터 정보로 걸어나와 절도있게 경례하는 전대혁의 얼굴을 다시한번 살펴보고는 지금까지 심중에서 고패치던 그 하많은 사연들을 다 묻어두신채 한마디 말씀만 하시였다.

《대혁이, 앞으로 최고사령관 김정일동지를 받들어 일을 더 잘하시오.》

《수령님! 명심하겠습니다. 자신뿐아니라 온 가정이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를 결사옹위하는 총폭탄이 되겠습니다!》

《그래야지, 고맙소.》

권총수여가 끝난 다음에도 장내는 좀처럼 진정할줄 몰랐다. 한동안이 지나서야 지휘성원들이 자리에 앉고 정숙이 깃들었다.

《그냥 앉아서 이야기합시다.》

수령님의 우렁우렁한 목소리가 울렸다.

《나는 오늘 인민군창건 62돐이 되는 뜻깊은 날에 인민군지휘성원들인 동무들에게 〈백두산〉권총을 수여하였습니다. 생각하고있은지는 오랜데 오늘에야 실천한셈이요. 이자 방금 공군부대 장병들을 만나보고 돌아오면서 승용차안에서도 추억했지만 우리가 조국을 해방하고 정규무력을 건설한 다음 우리 나라에서 처음으로 만든 기관단총을 백두산에서 함께 싸운 동지들과 인민군대 지휘간부들에게 수여한 일이 있었소. 오진우동무, 그게 1949년도지?》

《그렇습니다.》

오진우가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하게 대답올렸다.

《앉소. 그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마흔다섯해라는 세월이 흘렀소. 그럼 45년이 지난 오늘 왜 동무들에게 〈백두산〉권총을 수여하는가, 이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수령님께서는 책상우에 팔굽을 박으시고 깍지끼셨던 두손을 푸시며 장내를 둘러보시였다.

존안에 엄숙한 표정이 어리고 목소리는 더 근엄해지시였다.

《동무들, 혁명투쟁은 한 세대에 끝나는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위업입니다. 우리가 백두산에서 개척한 주체혁명위업은 대를 이어가며 계속되고있습니다. 내가 아버지로부터 유산으로 물려받은 두자루의 권총으로 시작한 우리 혁명은 조국해방위업을 이룩하고 미제의 무력침공을 물리쳤으며 이 땅우에 사회주의를 일떠세웠습니다. 이 과정에 열혈청년이였던 우리의 머리에도 흰서리가 내렸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혁명을 계속해야 합니다. 백두에서 시작된 주체혁명위업을 끝까지 이룩해야 합니다. 그러자면 여기 모인 인민군지휘성원들이 지금까지 나를 받들어 일을 잘해온것처럼 김정일동지를 받들어 일을 잘해나가야 합니다. 대를 이어 계승되는 충실성만이 참다운 충실성으로 될수 있습니다.

동무들이 다 잘 알고있는것처럼 김정일동지는 비범한 지략과 담력, 탁월한 령군술, 고매한 덕망을 지닌 훌륭한 최고사령관입니다.》

박수소리가 터져올랐다. 숨소리마저 죽여가며 수령님의 말씀을 새겨가던 지휘성원들이 가슴속에 차오르는 격동과 흥분, 불길같이 타오르는 충정의 맹세를 더는 묻어둘수 없어 우뢰와 같은 박수를 터치였다. 정숙하고 숭엄한 분위기가 흐르던 회의실에 격랑이 일고 격정의 파도가 출렁이는듯싶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시였다. 답례로 박수를 치셨다. 그러시다가 다시 손을 흔드시여 장내를 겨우 진정시키시였다. 그이께서는 서신채로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인민군대가 불패의 위력을 발휘하는데서 기본은 최고사령관을 중심으로 한 혼연일체의 단결을 강화하는것입니다. 전군이 김정일최고사령관의 두리에 한사람같이 굳게 단결하며 인민군대안에 최고사령관의 명령을 무조건 집행하는 혁명적군풍을 철저히 세워야 합니다. 우리의 총대는 자기 수령, 자기의 령도자, 자기의 최고사령관을 높이 받들어모시고 결사옹위하며 영원히 충정다해나가야 합니다. 혁명가들에게 있어서 변하지 않는것은 총입니다. 이것은 우리 혁명투쟁력사의 주되는 총화이기도 합니다.

동지들! 총대의 계승은 승리입니다.

김정일동지를 받드는 총대만 굳건하게 계승된다면 주체혁명위업의 승리도 문제없습니다.

나는 조선인민군창건 예순두돐이 되는 오늘 이것을 동무들에게 다시금 말해주고싶었습니다. 이것을 당부하자고 내 이름을 새긴 〈백두산〉권총을 동무들에게 수여하였습니다!》

또다시 박수가 터져오르고 만세의 환호성이 장내를 진감하였다.

(수령님! 명심하겠습니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정일동지께 대를 이어 일편단심 충정다하겠습니다. 우리의 총대는 어제도 오늘도 래일도 영원히 만경대의 혈통, 백두의 전통을 이은 천출위인들을 굳건히 받들고 충정다해 따를것입니다!)

전대혁은 눈굽에서 솟구쳐오르는 뜨거운것을 아랑곳 않고 수령님을 우러러 열광의 환호와 박수를 올리며 이렇게 맹세다졌다.

 

×

 

수령님께 가장 경건한 마음으로 인사를 드리고 금수산기념궁전마당으로 나오신 김정일동지께서는 팔을 가슴우에 엇결으시고 잠시 생각에 잠겨 걸으시다가 뒤에 서있는 전대혁을 돌아보시였다.

《대혁동무, 자동보총과 기관총이 어떻게 되였소?》

《최고사령관동지! 다 준비되였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 엇끼셨던 팔을 푸시며 결연히 선언하듯 말씀하시였다.

《동무들, 출발합시다. 수령님의 유훈을 받들어 내 나라, 내 조국을 부강하게 하기 위하여, 우리의 총대를 더욱 억세게 벼리기 위하여 떠납시다. 수령님께서 인민군지휘성원들에게 〈백두산〉권총을 안겨주신것처럼 우리도 병사들에게 자동보총과 기관총을 안겨줍시다. 총대만이 승리를 담보합니다. 우리 이 위대한 전통을 영원히 계승해나갑시다.》

김정일동지의 우렁우렁한 목소리가 건군절에 말씀하시던 수령님의 음성처럼 증폭되여 전대혁과 둘러선 지휘성원들의 가슴을 흔들었다.

김정일동지께서 전선으로 떠나시는 이 아침에도 노을이 짙었다.

붉고붉은 노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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