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100(2011)년 제12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계  승

(2)

김 룡 연

오늘은 전대혁을 만나기로 하신 날이다.

김일성동지께서는 회고록을 쓰시면서도 은근히 그가 기다려져 탁상시계를 보시였다. 그를 만나기로 한 시간은 아직 15분이 있어야 했다.

수령님께서는 집필을 계속해나가시였다. 그러시는 그이의 눈앞에는 어느덧 전대혁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우로 그의 아버지 전석의 모습이 겹쳐진다. 전대혁을 생각할 때마다 먼저 떠오르는 전석의 모습이다.

둥실한 얼굴에 부리부리한 두눈, 그 큰 눈이 웃을 때는 순간에 실눈으로 돼버리군 하였다. 거기다가 시커멓게 돋은 구레나룻은 그를 퍽 순박하고 숙성해보이게 하였다.

전석은 생김새그대로 마음이 어질고 무척 고지식하였다. 그렇지만 혁명에 대한 열정만은 불같은 사람이였다.

그는 일찍부터 혁명조직의 영향을 받아오다가 안투에서 스무살인가 스물한살인가 되는 해에 추천을 받아 유격대에 찾아왔다. 그때 입심이 세고 롱질과 시큰둥한 소리를 곧잘하는 누군가가 유격대에는 자기처럼 새파란 총각들만 받지 꽃같은 색시가 있거나 아이아버지는 어림도 없다고 엄포를 놓았다. 생김새처럼 마음이 어질고 고지식한 그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그만 어깨가 축 처지고말았다. 그는 이미 장가든 몸이였던것이다. 기가 막혔다.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한번 뻗대보기로 하였다. 난생처음시치미를 따고 총각이라고 우겼다.

《내가 무슨 장가를 가요?》

《동무 그 구레나룻이 다 말해주는데두…》

《쳇, 구레나룻은 무슨 구레나룻… 여길 찾아오느라고 면도를 못해 그런데요.》

그날부터 전석은 코밑과 두볼을 수염 한대 돋을세라 빤빤하게 밀군 했다. 하면서도 그 말이 정말인줄 알고 가슴에 납덩이같이 무거운것을 안고 지냈다. 그러다가 어느날 자기를 시까스른 대원이 두 아이의 아버지라는것을 알게 되였다.

(흥, 내 어쩐지 미타하다 했더니 하마트면 깜빡 속아넘어갈번 했군. 마음고생한 봉창을 단단히 해야지.)

전석은 후― 길게 숨을 내긋고 그 큰 눈이 보이지 않게 실컷 웃고나서 이렇게 윽별렀다. 마침 둘이 작식당번을 서는 날에 역습을 들이댔다. 한데 그 역습이라는게 아이 둘씩이나 되는 아버지가 어떻게 유격대원이 됐는가고 묻는게 고작이였다.

《챠― 이 친구봐라. 어리숙하게 볼게 아닌데. 총각이라면서 내뒤는 언제 캐봤어, 응?》

《캐보긴 누가 캐봐요? 감자라고 캐고말고 하겠어요? 나도 다 아는 수가 있지요.》

《누가 그래? 소대장동지가 그래, 류동무가 그래?》

《나도 다 알아내는 방법이 있다는데두요.》

아궁이에 나무를 꺾어넣다말고 전석은 깨고소하다는듯 실눈이 되게 웃으며 제법 호기를 뽑았다.

《여, 전서방! 날 함부로 걸고들 생각일랑 말게. 이래뵈두 난 비준입대란 말이야, 비준입대…》

《비준입대요? 그건 또 어떻게 하는건데요?》

전석은 대번에 눈이 떼꾼해졌다.

《사령관동지께서 승인해주신 입대란 말이요. 말하자면 그이께서 비준해주신거나 같지. 그 비준을 받기가 그렇게 쉬운줄 알아? 총각이라면서 꽤나 걱정이 크구만.…》

그 말에 전석은 얼굴이 확 붉어져 엉뎅이를 하늘로 쳐들고 아궁의 불을 후후 부는척 하였다. 결국 혹을 떼려다 혹을 붙인 격이 되고말았다. 사라졌던 근심이 다시 그득해졌다.

(장군님께서 솔직한 사연을 들으시면 나의 입대도 비준해주실가?)

그리하여 장군님앞에 모든 사연을 다 터놓게 되였다. 손우로 있는 누이 두명이 끌려다니던 왜놈군대에서 도망치다가 칼을 맞고 무참히 죽은 일, 왜놈들이 내몬 군사대상물공사장에 나갔다가 아찔한 공중에서 떨어져 병신이 된 아버지가 3대독자인 아들이 장가라도 드는것을 보고야 눈을 감겠다고 해서 스무살잡히던 해에 조밥 두그릇을 놓고 성례를 치르던 일, 수줍음 잘 타는 안해며 곧 태여나게 될 새 생명에 대해서까지 말씀드렸다. 그리고 유격대를 찾아오던 날 남들이 보지 않는 뒤울안에서 소리없이 어깨를 떨던 안해의 작은 손을 꽉 움켜잡고 꼭 돌아오겠다고, 조국이 해방되는 날까지 강심먹고 견뎌달라고, 태여날 새 생명이 아들이면 대혁이, 딸이면 대옥이라고 부르라고 이름까지 지어주고 온 일까지 하나도 남김없이 눈물이 그렁해서 다 말씀드렸다. 그리고는 처분을 기다리듯 머리를 수굿이 하고 한참 있다가 간절한 목소리로 다시 말씀올렸다.

《장군님, 저의 입대도 비준해주십시오. 꼭 총을 잡고 싸우고싶습니다. 강도 왜놈들을 쳐없애고 해방된 고향마을에 돌아가겠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런 전석이의 어깨에 손을 얹으시고 말씀하시였다.

《나라를 해방하겠다고 사랑하는 부모처자와 헤여져 우리를 찾아온 그 마음이면 다지 거기에 무슨 비준이 필요하겠소. 전석동무! 우리 이제부터 뜻을 같이한 혁명동지, 총을 잡은 혁명동지가 되여 강도 일제를 쳐물리치고 기어이 빼앗긴 조국을 찾자구.》

그랬던 전석이가 조국해방의 날을 보지 못하고, 안해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베이다딩쯔(북대정자)에서 조국으로 진출하는 과정에 있은 전투에서 사령부를 보위하다가 희생되였다.

항일혁명의 준엄한 투쟁속에서 그는 얼마나 훌륭한 투사로 성장했던가. 그처럼 순박하고 어질던 그가 혁명의 원리를 터득하고 총대의 귀중함을 가슴에 깊이 새겼으며 원쑤와의 싸움에서는 맹수가 되였다. 나라가 해방된 다음에도 자기는 손에서 총을 놓지 않겠다고 했다. 이 세상에 제국주의가 남아있는 한 후대들도 대를 이어가며 손에서 총을 놓지 않게 하겠다고 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런 그를 잃은것이 너무도 애석하여 그의 자식을 기어이 찾아 념원을 실현시켜주려고 하시였다.

전석이가 희생된 후 그가 살았다는 고장과 있을만 한 곳에 사람들을 띄운것만 해도 다 꼽을수 없다. 그렇지만 그때마다 그들이 가지고온 소식은 반가운것보다 가슴아픈 사연뿐이였다. 남편이 유격대에 입대한 후 전석의 안해는 아들을 낳았다고 한다. 남편이 지어준 이름을 달아 대혁이라고 불렀다. 그는 나라가 해방되는 날 남편을 떳떳이 만나겠다고 애도 잘 키우고 혁명조직에 들어가 조직에서 주는 과업도 어김없이 수행했다.

그러던 어느날 불의에 달려든 일제놈들의 《토벌》에 그마저 무참히 희생되였다.

말도 번지지 못하는 아들이 요행 살아남기는 했으나 마을이 불바다, 피바다가 되고 간신히 목숨을 부지한 사람들조차 산지사방으로 흩어지여 행처가 묘연해졌다.

나라가 해방된 다음에도 또다시 사람들을 중국동북지방에 보내여 알아보게 하고 사방에 수소문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림춘추가 뜻밖의 소식을 전해왔다. 웬 로인이 운명직전에 열세살나는 손자를 불러앉히고 돈잎만 한 사진 한장을 꺼내놓더니 숨을 톺아가며 말하였다고 한다.

《이게 네 아버지다.… 사진뒤에 쓴 〈전석〉은 네 아버지 이름이고 〈전대…혁〉은 네 진짜이름이다. 나와 이웃에 살던 네 어머니가 너와 이 사진을 맡겨놓고… 너의 어머닌 네가 두살 잡히던 해 겨울에 왜놈들에게 목숨을 빼앗겼다. 험한 세상에서 너까지 화를 당할가봐 지금까지 네… 이름을 바꾸고… 살아왔다. 이젠… 나라도 해방되였으니 일제놈들과 싸운 네… 부모… 도 알고 네… 이름도 찾아 활개를 펴고 살아라.》

그 사진을 들고 나타난 소년이 바로 그렇게도 애타게 찾던 전석의 아들이였다.

그런 전대혁이여서 키우는것도 꽤나 왼심을 써가며 공을 들이였다. 만경대혁명학원에서 공부시키고 조국해방전쟁시기에는 친위중대 대원으로 몸가까이 데리고다니다가 대학에 보내주었다.

정전후에는 무장장비를 맡아보는 중요한 일을 맡기기도 했다.

아버지를 닮아 성실하고 진취적인 그는 무슨 일에서나 탐구심이 강하고 일단 마음먹은것은 어떻게 하든지 해냈다.

그가 어느 한 공장에 내려가 일하고있을 때였다.

김일성동지께서 어느날 이 공장을 찾으시였다.

전대혁을 만나시자 몹시 반가와하시며 그동안의 안부도 물어주시였다. 공장의 여러 생산공정과 생산품들을 돌아보실 때에는 자신의 곁에 세우고 내내 함께 다니시였다.

이날 수령님께서는 공장에서 성과가 있지만 제품의 질이 썩 좋지 못한데 대하여 못내 서운해하시였다. 그러시면서 이 문제를 결정적으로 해결하자면 새로운 기계설비들을 만들어내야 할것 같다고 말씀하시였다. 전대혁은 수령님의 말씀을 받고 심한 량심상가책을 느꼈다. 자기가 한번 해내고픈 욕망과 결심이 솟구쳤다.

대혁은 불덩이같은것을 꿀꺽 삼키며 한발자국앞으로 나섰다.

《수령님, 제가 꼭 만들어내겠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를 돌아보시며 못내 만족해하시였다.

《전석이 아들이 오늘 나를 기쁘게 해주는구만. 옳소, 머리를 쓰고 노력하면 얼마든지 만들어낼수 있소. 동무 아버지랑은 맨주먹으로 연길폭탄을 꽝꽝 만들어 일제놈들을 족쳤는데 오늘에야 뭐가 신비한게 있겠나. 자기 머리, 자기 힘을 믿고 대담하게 한번 해보라구.》

수령님을 모시고 왔던 오백룡은 벙글서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그는 공장을 떠나기 전에 전대혁을 다시 찾아와 어깨를 두드려주며 이렇게 말했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더니 전석동무가 아들을 잘 두었어. 수령님앞에서 다진 맹세대로 꼭 성공을 하라구. 그래서 기쁨을 드려야 해!》

전대혁은 성수가 났다. 그날중으로 그는 설비와 자재를 해결받기 위해 어느 한 일군을 찾아갔다.

그 사람은 첫대면에 독을 뿜으며 명세가 적힌 종이장을 집어던졌다.

《정신나가지 않았소? 이 설비, 자재값이 얼마인줄 알아? 이런 되지도 않을 일에 숱한 돈을 들인단 말이요? 지금 인민생활이 어떤지 모르지 않겠지?》

정전직후여서 속검은자들이 없지 않았다.

《그래도 그 기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자신이 있습니다.》

《뭐라구? 그래 만들만 한 자신이 있으면 왜 진작 나한테는 말하지 않았어?… 좋아, 해보겠으면 해보라구. 그러나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져야 해.》

전대혁은 욱― 하고 치미는 분기를 가까스로 눌렀다.

그날부터 전대혁은 로동자, 기술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낮과 밤이 따로없이 전투를 벌렸다. 이를 사려물고 시련과 고난의 고비들을 헤쳐넘었다.

드디여 그는 몇달후 새 기계를 만들어내고야말았다.

그런데 뜻밖의 일이 생겼다. 계렬생산으로 넘어간 그 기계제품중에서 몇대가 오작으로 제기된것이였다.

전대혁은 가슴이 철렁하였다.

(이게 무슨 일인가. 어찌하여 이런 일이 생긴것인가!)

설계로부터 제작과정에 이르는 기술적문제는 더말할것도 없고 자신의 당적량심과 충정심에 대해서도 랭철하게 돌이켜보았다. 그 과정에 한대한대의 제품을 만들 때마다 서로 다른 제강소들에서 강재를 보내왔다는것과 그 질에 대하여 주의를 돌리지 못하였다는것을 알게 되였다.

(아, 내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가!)

사고를 심의하는 회의가 열리고 일은 점점 더 엄엄하게 번져갔다. 새 기계 연구를 시작하면서 필요한 설비와 자재를 해결받으러 갔을 때 그처럼 쓴외보듯 하던 그 일군이 사고심의때에는 무슨 범이라도 잡은 포수처럼 기세등등해서 돌아갔다. 전대혁이 설계로부터 제작의 전과정을 과학적으로 립증하고 강재질차이에 의한 사고원인을 명백하게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무슨 범죄자라도 잡은것처럼 눈알을 부라렸다. 《반동분자》라고 목청이 터져나가도록 고래고래 소리질렀고 전대혁의 당당한 주장앞에 몰리게 되자 《저자를 당장 묶으라.》며 직권으로 내리눌렀다.

오백룡이 이 사실을 알고 달려와 제때에 수습하지 않았더라면 그는 무슨 봉변을 당했을지 몰랐다. 후에 판명된데 의하면 그자는 군벌관료주의자이고 반혁명분자였다.

전대혁은 그후에도 굴하지 않고 기계를 더 훌륭히 완성하였다.

이런 우여곡절을 겪은 그여서 김일성동지께서는 전대혁에 대하여 더 마음을 쓰시였다.

전대혁은 그후 인민군대의 무장장비를 맡아보는 지휘성원으로 성장하였다.

그러던 그가 이번에는 조국해방전쟁때 입은 부상자리가 도져 군복을 벗지 않으면 안되게 되였던것이다. 항일의 전우들이 맡기고간 후대들이 중도에서 총을 놓게 되다니… 어떻게 찾아내고 키운 계승자들이라고 대오에서 떨어지게 한단 말인가.

김일성동지의 심중을 제일 깊이 헤아리신분은 김정일동지이시였다. 그이께서는 어떻게 해서든지 그를 소생시켜야 한다시며 필요한 대책을 다세워주시였다. 그리하여 그렇게도 마음써오던 전대혁이 건군절을 앞두고 완쾌되여 돌아왔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게 되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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