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100(2011)년 제12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계  승

(1)

김 룡 연

노을이 불타고있다.

금수산마루로 넘어가는 불덩이같이 이글거리는 태양주위에서 생겨 퍼지기 시작한 노을은 구름한점 없는 맑은 하늘을 선홍색으로 섬세하게 채색하면서 금수산의사당의 지붕이며 벽이며 창문들과 그 주위까지도 붉은색으로 물들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집무탁을 마주하고 앉아 문건들을 보시다가 방안에까지 비껴든 붉은 색조를 감수하시고 눈길을 드시였다.

밖은 온통 노을의 세계다.

조금전 책임서기가 방에 들어왔을 때까지만 해도 이렇지 않았다. 그저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한 태양이 다른 때보다 좀더 붉게 보일따름이였었다.

책임서기는 인민무력부에서 올라온 몇건의 문건과 《백두산》권총 견본품을 가지고왔었다. 문건들중 한건은 인민무력부에서 《백두산》권총 준비정형을 보고한것이였다.

《백두산》권총은 김정일동지의 지도밑에 세상에 내놓고 자랑할만 한 우리 식의 무기로 만들어졌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이 권총을 두고 이미전부터 생각이 많으시였다. 이 총을 보다 의의있게 쓰고싶으시였다. 그래서 얼마전에 인민무력부의 해당 부문 일군에게 올해 건군절을 맞으며 《백두산》권총을 여러정 준비할데 대한 과업을 주시였던것이다.

김일성동지께서는 함을 쓸어도 보시고 두드려도 보시였다.

《성의를 다했구만. 잘 만들었소.》

수령님께서 만족해하시자 책임서기는 성수가 나서 이번에는 뚜껑을 열어드렸다. 부드러운 모달리천을 둘러댄 함안에서 《백두산》권총이 번쩍거리고있었다.

《〈백두산〉권총을 오늘 다시 보니 정말 마음에 드오. 남자로 치면 미남이요. 책임서기동무도 잘생겼는데 동무 못지 않게 미끈한 멋쟁이란 말이요.》

그이께서는 《백두산》권총을 손에 드시고 책임서기를 돌아보시며 유쾌하게 웃으시였다. 정말 마음에 드시였다. 안경을 추슬러올리시고는 중량도 가늠해보시고 방아쇠며 조성, 조문까지 세세히 살펴보시였다.

《우리가 산에서 싸울 때 이런 총이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겠소.》

김일성동지께서는 이렇게 조용히 뇌이시며 한동안 권총을 드신채로 방안을 거니시였다. 가슴그득히 차오르는 감회에 잠겨계시던 그이께서는 문득 생각되는게 있어 책임서기를 돌아보시였다.

《참, 무력부 전대혁동무에 대해서 알아보았소?》

《예, 이 문건은 군의부문에서 전대혁장령의 건강상태를 료해한 자료입니다.》

책임서기는 한걸음 다가서며 다른 또 한건의 문건을 올리였다.

《그렇소?》

수령님께서 손에 드셨던 권총을 넘겨주고 문건을 받아드시였다.

《이젠 다 나았답니다. 본인이 요구하는대로 일을 해도 별일없겠답니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제때에 치료대책을 세워주시지 않았더라면 큰일날번 했습니다.》

문건을 한장한장 번져보시는 김일성동지의 눈가에 밝은 웃음이 피여올랐다.

《음― 오늘은 기쁜 소식만 찾아드는구만. 책임서기동무, 전대혁동무가 병원에서 퇴원하면 좀 데려오오. 건강해진 그를 보고싶구만.》

《알았습니다, 수령님.》

김일성동지께서는 책임서기가 방안에서 나간 후 백두산에서 싸우던 때가 떠올라 오래도록 사색에 잠겨계시였다.

노을은 그사이 온 하늘과 주위를 이렇게 붉게 물들여놓은것이다.

그이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로대로 나오시였다. 천지가 하나같이 붉은색이였다. 대동강과 합장강의 반듯한 수면도 붉은빛으로 번쩍거렸다. 그 우에 한가로이 떠서 노니는 물오리들도 금빛옷을 차려입은것 같았다.

저 맞은켠 혁명렬사릉의 대리석기폭이 노을빛을 받아 더 붉어지고 더 기세차게 펄럭이는듯싶었다. 여기서는 혁명렬사릉이 지척처럼 바라보인다.

김정숙, 김책, 강건, 안길… 차광수, 김혁… 붉은 기폭앞에 나란히 서있는 항일혁명전사들…

그들은 마치 로대에 나오신 수령님을 뵙자 너무 반가와 키돋움하는듯싶다.

군복매무시를 다듬고 렬을 짓고 보폭을 맞추며 이쪽, 금수산의사당으로 행군해올듯싶다.

어깨우에서 총창이 번쩍이는것 같다.

《수령님!》하는 그들의 목메인 부름소리가 들리는듯…

그러나 자세히 보면 총도 총창도 없었다. 그들이 총을 멘것처럼, 어깨에서 총창이 번쩍이는것처럼 생각되신것은 방금전까지 항일전의 전사들을 두고, 총을 두고 사색의 세계에 잠겨계신때문인지도 모른다.

총!

추억은 아득히 먼 20년대, 푸쑹(무송)의 그 잊지 못할 집으로 거슬러오른다.

6월의 비통한 그날, 방안을 무겁게 울리던 그 음성… 림종을 앞둔 아버님께서 어머님의 손을 꼭잡고 말씀하신다.

《우리가 고향을 떠날 때는 독립을 이룩하고 함께 돌아가자고 하였는데 나는 못 갈것 같소.… 뜻을 이루지 못하고 가자니 시름이 안 놓이오.…

성주가 커서 투쟁의 길에 나설 때 이 권총을 넘겨주오.》

아버님은 눈물에 젖어 두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어린 자제분들에게 말씀하신다.

《나는 뜻을 이루지 못하고 간다. 그러나 너희들을 믿는다. 너희들은 언제든지 나라와 민족의 몸이라는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뼈가 부서지고 몸이 쪼개지는 한이 있더라도 나라를 반드시 찾아야 한다.》

망국을 통탄하기에 앞서 나라와 겨레의 운명을 구원할 큰뜻을 품으시고 억척같이 싸우셨고 기어이 그것을 실현할것을 바라시는 이 나라 혁명의 선각자, 탁월한 지도자의 분부이고 지상의 요구이시였다.

그날에 물려주신 두자루의 권총은 그 무엇으로써도 대신할수 없는 혁명의 유산이였다.

저녁노을이 불타던 화디엔(화전)의 강반, 제국주의와의 판가리싸움을 선언하며 추켜들던 《ㅌ.ㄷ》의 억센 주먹들도 선히 떠오른다.

조선혁명의 진로를 밝히고 무장투쟁로선을 제시한 카룬(카륜)과 밍위에거우(명월구)회의…

1932년 4월 25일 안투(안도)현 샤오사하(소사하)의 투치디엔거우(토기점골)…

열혈의 청년들로 반일인민유격대를 창건하던 일이 어제런듯 선하다.

그때로부터 돌기돌기 예순두돌기의 년륜을 아로새긴 우리 혁명무력의 창건절이 멀지 않았다. 앞으로도 총대는 조선혁명의 영원한 계주봉으로 더 억세게 이어져야 한다.

《김책동무! 정숙동무! 건군절이 하루하루 다가와서 그런지 총대로 개척되고 총대로 전진해온 우리 혁명의 력사가 감회깊이 돌이켜져 마음을 진정할수가 없구만.》

김일성동지께서는 마치 그들이 자신의 가까이에 있기라도 한듯 스스럼없이 심중의 대화를 나누시였다.

《수령님! 저희들도 그런 생각을 하던 참입니다.》

분명 김책의 목소리 같다. 아니, 차광수나 김혁의 목소리 같기도 하다.

《동무들도? 하긴 우리야 사상과 뜻을 같이해온 혁명동지들이니 그럴수밖에… 내 그래서 이번 건군절에도 인민군부대들에 좀 나가볼가 하오.》

《수령님, 저희들도 수령님을 따라 인민군부대들에 나가보고싶습니다. 지금 우리 군대가 김정일동지의 령도로 얼마나 강해졌습니까. 정말 보고싶습니다.》

《그럴테지. 지금 김정일최고사령관이 있어 우리 군대가 더 강해지구 모든 일이 다 잘되고있소. 난 우리가 시작한 주체혁명위업과 조국의 미래에 대하여 락관하고있소.

세상사람들이 얼마나 부러워하고 적들이 얼마나 무서워서 벌벌 떠는지 아오? 우리 나라에 또 한사람의 천출명장, 백두산총대장군이 있어 무서운게 없구 두려운게 없소! 정말 우리 조선에 대통운이 텄소. 그게 다 동무들의 공로지.》

《저희들이야 무슨… 그렇지만 김정숙동무는 정말 공로가 큽니다.》

겸양과 진심이 담긴 김책의 대답.

《아닙니다, 수령님. 수령님께서 키우셨습니다. 만경대혈통과 백두산이 그를 천하제일명장으로 되게 했습니다.》

김책과 나란히 서있는 김정숙동무가 저고리고름을 만지작거리며 다소곳이 머리숙이고 아뢰는것 같다.

《허허허… 만경대혈통과 백두산이라. 정숙동무의 그 말도 옳긴 옳소! 하지만 김정일동지의 총대중시사상이나 비범한 사격술은 정숙동무가 물려주었다고 봐야지. 내가 아버님으로부터 두자루의 권총을 물려받은것처럼 정숙동무는 김정일동지에게 바로 총대를 유산으로 물려주었지.》

김일성동지께서는 반세기나 거의 되는 오랜 세월이 흘러갔지만 총과 더불어 있었던 사연들이 엊그제 있었던 일처럼 방불히 떠오르는것을 어쩔수 없으시였다.

49년도 9월의 그 비통하던 날, 김정숙동무와 영결하고 그의 체취가 아직도 그대로 슴배여있는 집에 들어섰을 때 어린 동생을 꼭 붙안고 서있는 김정일동지의 손에 들려있는것은 다름아닌 김정숙동무가 애용하던 그 권총이였지. 그 권총은 조국해방의 대사변을 앞두고 원동의 훈련기지에서 열렸던 사격경기대회때 만사람을 놀라게 하는 비범한 사격술을 과시하고 표창으로 받은것이였다.

총대의 사명감, 총대계승의 필연성을 누구보다 깊이 자각한 그였기에 아직은 장난감권총밖에 모를 어린 나이의 아들의 손에 자주 그 권총을 쥐여주었고 마지막길을 가면서도 그 권총을 유산으로 넘겨준것 아니던가.

나도 총을 혁명의 계주봉으로 넘겨주었지.

그밤은 적기들의 폭음도 멀리 사라져버리고 풀벌레소리가 얼마나 유정했던가.

그밤은 김형직아버님께서 탄생하신 쉰여덟돐이 되는 뜻깊은 밤이기도 하였다.

나는 어린 그를 최고사령부 작전실로 불렀다.

이제 겨우 11살 잡히는 나이이다. 너무 이르지 않을가. 아니, 조국해방전쟁이 일어난 후 전략적인 일시적후퇴시기에 헤여졌다가 2년가까운 세월이 지난 뒤 평안북도를 현지지도하는 로상에서 다시 만났을 때 그는 키도 크고 몸도 좋아졌다. 하지만 그 나이에 그보다 더 놀라웁게 성장한것은 세상리치와 사물현상에 대한 관찰과 분석이 남다른것이였고 정신적으로 퍽 조숙한것이였다.

너무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이 세상 고생이란 고생을 다한탓일가. 아니라고 할수는 없을것이다.

생각해보면 그의 생은 첫시작부터 남달랐다. 비범하고 특출하다고 할가, 그는 이 나라의 성산 백두산에서 빨찌산의 아들로 태여났다. 신령스러운 백두산의 정기가 그의 온몸에 뻗쳐있었다.

그가 호흡한 공기는 백두산의 맑은 공기였고 그가 마신 물도 백두산의 정가로운 물이였다.

어린시절의 자장가는 항일전장의 총포성이였고 활무대는 설레이는 밀림과 눈보라 울부짖는 백두의 광야였다.

어려서부터 대바르고 배짱이 센 성품은 만경대가문의 혈통을 선천적으로 그대로 물려받은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다른 한가지는 세상에서 가장 정의롭고 신념이 강한 어머니와 항일의 혈전만리를 함께 헤쳐온 투사들의 품에서 총대의 귀중함과 그것으로 개척되는 투쟁과 생활의 진리를 배우며 성장한때문일것이다.

만경대혈통과 항일의 녀장군, 백두산이 그의 예지와 지략, 신념과 의지, 담력과 배짱, 열정과 인덕, 남아다운 호방한 성품을 키워주었다.

이렇게 성장한 그를 어찌 아직 어리다고 할수 있겠는가.

나는 그날 그가 격조높이 읊는 《남산의 푸른 소나무》를 감동속에 들었다. 언제 그 시를 다 외워두었을가. 아니, 그것은 단순한 시랑송이 아니라 가슴속에 새겨두었던 결심과 의지의 분출이였다.

나는 기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였다. 이 뜻깊은 날에 그를 부른것이 얼마나 잘한 일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시에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지 알겠지?》

《예, 지원의 사상이 담겨져있습니다. 지원이란 뜻을 멀리 가져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것이 바로 너의 할아버지가 평생 신조로 삼으신 뜻이였다. 너의 할아버지는 그 뜻을 안으시고 자기 대에 나라의 독립을 이룩하지 못하면 아들대에 하고 아들대에도 못하면 손자대에 가서라도 기어이 일제를 쳐부시고 조국의 광복을 이룩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것을 다 바치시였다.

할아버지는 세상을 떠나실 때 나에게 지원의 뜻이 담겨져있는 권총 두자루를 유산으로 넘겨주시였다. 나는 그 권총 두자루를 밑천으로 삼아 첫 무장대오를 조직하고 항일전쟁을 선포했으며 조국의 해방을 이룩하였다. 그러나 우리 혁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해방후 남반부에 기여든 미제놈들이 공화국북반부까지 먹어보겠다고 전쟁을 일으켰구나. 우리는 이 땅에서 미제놈들을 쳐부시고 남반부를 기어이 해방해야 한다. 우리가 20년동안이나 산에서 고생하며 싸운것은 일제에게 빼앗긴 우리 조선을 되찾기 위한것이였지 북반부땅만 해방하기 위한것이 아니였다. 그러니 우리는 나라의 통일독립을 이룩할 때까지, 전세계에서 제국주의자들을 모조리 쓸어버릴 때까지 혁명을 계속해야 한다. 이 권총을 오늘 너에게 준다. 혁명의 계주봉으로 알고 받는것이 좋겠다.》

두팔을 곧게 펴고 정중한 몸가짐으로 섰던 그는 한발자국 앞으로 나섰다. 권총을 한참 바라보다가 두손으로 받아든 다음 온몸에 힘을 주며 대답했다.

《아버님말씀을 명심하고 한평생 이 총과 혁명을 같이하겠습니다.》

이렇게 이어져온 총대다.

오늘 총대는 김정일최고사령관에 의하여 주체혁명위업을 더 높은 단계에로 전진시켜나가고있다.

《김책동무, 정숙동무! 동무들… 내 그래서 오늘도 생각이 많고 깊었던거요. 동무들이 총대로 조선혁명을 승리적으로 전진시켜온것처럼 우리 후대들도 총대를 억세게 틀어잡고 우리가 백두산에서 개척한 주체혁명위업을 반드시 완성해야 하오!》

사위를 뒤덮었던 노을은 그동안 자취를 감추었다. 정원등에도 혁명렬사릉에도 불이 켜졌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때때로 이처럼 마음속 대화를 나누시군 하는 항일의 전사들을 한명 또 한명 일별하시고나서 로대를 뜨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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