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99(2010)년 제10호에 실린 글
《조선로동당 만세!》
―전 신천군당방공호 벽에 씌여있는 글발앞에서―
리 광 근
침침한 방공호
연기에 그슬려 꺼매진 벽에
뚜렷이 씌여있는 력력한 글자
《조선로동당 만세!》
미국놈들의 손에 원통하게 붙잡히여
여기에 갇혔던 천명 당원들
죽음이 닥쳐오는 그 순간에
남기고싶은 말, 하고싶은 말
그 얼마나 많고많았으랴
한평생 밭에서 허리가 굽은
자기들을 키워준 머리흰 어머니들에게
아침저녁 한벅씩 안아주던
귀여운 아이들에게
그 아이들을 품에 안아 잠재우던
착한 안해들에게
누런 벼이삭들이 발목을 스치던
마지막으로 거닐은 고향의 들길이며
시내가 푸르른 버드나무
아침저녁 넘나들던 그 언덕에…
하지만 그들은 이 꺼먼 세멘트벽에
조그마한 돌덩이를 붓으로 삼아
백마디 천마디 사연대신
한마디 글발을 써놓았다
《조선로동당 만세!》
오, 가장 기쁠 때 제일먼저
어버이장군님을 우러러
힘차게 힘차게 부르던 이 구호를
그네들은 가장 엄혹한 때에
이 벽에 새기며 높이 불렀다
어머니와 아이들, 사랑하는 안해들에게
하고싶었던 말, 남기고싶었던 말
이 한마디 구호속에 담아
이 한마디속에서 읽어보라고
그네들이 마지막으로 남긴 글발을
마지막으로 부르며 떠나간
여기 방공호우의 련꽃봉엔
지금 살구꽃 활짝 피여있거니
아, 천명 당원들의
하나의 유서여
그들의 영원한 삶의 호소여
《조선로동당 만세!》
(주체51(1962)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