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99(2010)년 제8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위 훈
곽 금 철
료리전문학교를 졸업한 현남이가 《옥계각》의 료리사로 일해오는지도 이제는 삼년이 되였다.
그의 료리솜씨는 선배인 주방칸의 오랜 료리사들과도 당당히 어깨를 겨룰 정도로 이제는 수준이 훨씬 높아졌다. 그렇게 되니 《옥계각》을 찾는 사람들속에서 《1등료리사》라고 불리우게 되였고 여러 식당들의 초청도 자주 받게 되였다.
흔히 음식맛은 손맛이라는 말도 있지만 현남이가 오늘과 같은 위치에 올라서게 된것은 그의 강한 탐구심과 지칠줄 모르는 정열이 낳은 결과라고 해야 옳을것이다.
현남은 어느 식당에서 새로운 음식이 나왔다거나 그 누가 음식자랑을 할 때면 그 길이 아무리 멀다 해도 가서 배워오군 하였고 또 자기 식대로 다르게 가공하는 방법을 찾기도 하였다.
조선식기와로 웅건한 합각지붕을 얹고있는 《옥계각》을 둘러싼 버드나무들이 푸르름을 한껏 자랑하던 여름철의 어느날이였다.
퇴근시간이 되기 바쁘게 얼른 옷을 갈아입은 현남은 가방을 들고 정문을 나섰다.
전에는 다른 사람들의 등을 먼저 밀어보내고나서 마지막일처리까지 도맡아하던 그가 오늘따라 빨리 퇴근길에 오른것은 중학교 동창생의 련락을 받은것때문이였다.
군복을 입고 초소로 떠났던 학창시절동무인 철성이가 분대장이 되여 표창휴가를 왔다지 않는가.
반가운 일중에도 이보다 반가운 일이 또 있을가. 그는 달음박질하듯 하며 철성의 집앞에 다달았다.
문에 손기척을 하니 속내의바람의 철성이가 문을 열었다.
《야, 이거 얼마만인가.》
《정말 네가 보고싶었다.》
현남에게서 특징적인 숱진 눈섭이 쫑긋 우로 들리였다. 기쁜 일이라든가 언짢은 일이 있을 때면 그 숱진 눈섭에서 그의 감정변화가 표현되군 하였다.
현남은 철성의 손에 이끌려 방안으로 들어갔다.
먼저 와있던 도체육단에서 권투선수생활을 하는 광일이며 사범대학에서 공부하는 예향을 비롯한 학창시절의 낯익은 동무들이 현남을 반겨맞아주었다.
현남의 얼굴에 기쁨의 빛이 어렸다.
서로가 오랜만에 만나보는지라 반가움속에 나누는 회포는 끝이 없는상싶었다.
현남의 눈길은 은연중 옷걸이에 걸려있는 철성의 군복에서 멎었다. 저도 모르게 몸을 움쭉 일으킨 그는 군복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앞가슴에 달려있는 메달을 정히 쓸어보았다.
《군공메달이구나.》
현남은 생각깊은 어조로 혼자소리처럼 뇌이였다.
철성의 목소리가 울렸다.
《이번에 우리 부대가 오중흡7련대칭호를 쟁취하면서 모범을 보인 군인들에게 수여한거야.》
모두가 머리를 끄떡였다.
《참 광일아, 너의 경기모습을 텔레비죤으로 봤다. 공화국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했다지. 너의 그 특이한 왼손곧추치기가 대단하더구나.》
현남의 말에 얼굴이 길쑴한 형인 광일은 뒤머리를 긁었다.
《뭘… 사실 오늘이 지나면 동무들을 만나보기가 힘들어질것 같애.》
《아니 왜?》
모두의 시선이 광일에게로 쏠렸다.
《난 이번에 평양에 있는 체육단에 소환됐어.》
그러자 온 방안이 떠들썩해졌다.
《야, 참 잘됐구나.》
《축하해요. 광일동무.》
《앞으론 텔레비죤으로 세계무대에서 공화국기발을 날리는 동무를 보게 되겠구나.》
모두의 축하를 받던 광일은 예향에게로 몸을 돌렸다.
미술을 전공하기때문인지 아니면 온순하고 인내성있는 성격때문인지 예향은 한자세로 조용히 웃고만 있었다.
《아, 이 예향동문 또 어떻다구… 전국미술작품전시회에서 당선된 예향동무의 〈장수산 자라바위의 설경〉이 높이 평가되여 신문에도 소개됐는데…》
선망의 눈길들이 자기에게 와닿자 예향은 얼굴을 붉혔다.
《아이참, 그게 무슨 큰거라구…》
《다들 정말 큰일들을 해놓았구나. 그런데 난 아직 이렇다하게…》
현남은 고개를 숙이며 한손으로 이마를 문질러댔다.
눈치빠른 예향이가 대뜸 입을 열었다.
《아이참, 현남동무두… 동무의 료리솜씨가 온 시내에 소문이 나서 〈1등료리사〉로 부르면서 많은 사람들이 〈옥계각〉을 찾지 않나요.》
동무들도 곁달아 현남을 칭찬했다.
현남은 어줍은 웃음을 지었다.
동창생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네온등빛이 명멸하는 시내거리를 걷는 현남의 생각은 깊어졌다.
(동무들은 모두가 위훈을 세워가고있는데 나는…)
조국을 지키고 빛내이기 위해 청춘을 바쳐가고있는 동무들의 희열에 넘친 모습에서 현남은 어쩐지 자신이 그들속에서 도외시되는듯 한 마음속 위구심을 느끼였다.
(아니, 아니다. 나도 그들과 짝지지 않게 청춘시절에 위훈을 세워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료리사나 해가지구서야…)
순간 그의 눈에 건너편 도로옆에 세워져있는 대형선전화가 안겨왔다.
젊은 청년건설자가 세차게 휘날리는 백두산선군청년돌격대기발을 들고 부리부리한 눈과 용솟음치는 정열적인 모습으로 무엇인가 웨치는듯 한 그림이였다.
그의 눈이 번뜩이였다. 가슴이 부풀어오르고 심장이 쿵쿵 드센 방망이질을 해댔다.
(바로 저것이다. 시대가 청년들을 부르고있는 백두산으로 가자.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어제끼는 발전소건설장에서 내 기어이 위훈을 세우리라.)
현남은 팔을 힘차게 휘저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
《동무네 소대에 배치된 현남동무요.》
대대에 후방물자를 타러 왔다는 해주소대 소대장에게 현남을 인계하면서 대대참모가 하는 말이였다.
소대장의 동그스럼하고 코날이 선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하, 이거 푸짐한 후방물자에 인원까지… 이거 오늘은 정말 기쁜 날이구만요.》
소대장의 두볼에 볼우물이 피였다.
《자, 한번 일을 잘해보오.》
대대참모는 현남의 어깨를 쳐주고는 헤여졌다.
서른이 좀 넘을사 한 소대장은 얼굴에 흥그러운 웃음을 지으며 현남의 손을 이끌었다.
《그래, 이름이 현남이라고 했지?》
《예.》
대대참모는 현남에게 강억진이라는 유별난 이름을 가진 이 소대장이 일욕심이 강하고 손탁이 세서 려단에까지 소문이 났지만 성격은 매우 다정다감한 사람이라고 말했었다.
현남이가 대대참모의 말을 회상하며 소대장에 대한 첫인상을 자기나름대로 생각하고있는데 또다시 소대장의 목소리가 울렸다.
《그래 어데서 탄원했소?》
현남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저… 옥천기계공장에서… 나왔습니다.》
《아, 옥천기계공장! 거 이름난 〈옥계각〉앞에 있는 공장이구만.》
《옥계각》이라는 말이 나오자 현남의 두눈섭이 쫑긋했다.
자기의 돌발적인 돌격대탄원에 놀라와하던 부모님들이며 《옥계각》사람들, 동창들의 모습이 불현듯 떠올랐다.
《나는 청춘시절을 위훈으로 빛내이고싶습니다.》
현남의 이런 진정에 모두가 공감을 하고 지지해주었다. 그런데 《옥계각》료리사라면 어쩐지 사람들이 탐탐하게 여길것 같지 않아 현남은 얼굴을 붉히며 거짓말을 하지 않을수 없었다.
현남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소대장은 걸차게 말했다.
《자, 이젠 다 왔소. 저앞에 보이는것이 우리가 일떠세우는 발전소언제요.》
소대장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던 현남은 저도모르게 환성을 올렸다.
《야―아!》
덩지큰 언제가 지심깊이 뿌리박고 거연히 일떠서는 모습이 눈뿌리 아득하게 안겨왔던것이다.
신호공의 기발에 따라 움직이는 기중기동음소리며 꼬리를 물고 물동량을 나르는 대형자동차들의 경적소리, 와―와― 함성을 지르는 돌격대원들의 웨침소리가 하나의 대교향곡처럼 들려온다. 신문과 텔레비죤으로만 보아오던것을 눈앞에서 직접 보게 되니 가슴이 높뛰고 흥분으로 온몸이 달아올랐다.
《그래, 어떻소?》
소대장은 현남을 넌지시 바라보며 물었다.
《참 멋있습니다. 정말 막 힘이 납니다.》
마음이 한껏 부풀어올라 억제할줄 모르는 현남을 보며 소대장은 힘을 주어 말했다.
《우리 함께 여기서 위훈을 세워보자구. 자, 어서 우리 소대로 가기요.》
《예.》
흔연히 대답을 하고난 현남은 소대장을 따라 언제옆의 백암령밑에 아담하게 꾸려진 소대병실에 들어섰다. 규모있게 정돈된 침구류들이며 질서정연한 비품들은 현남의 감탄을 자아내게 하였다.
《그래 어떻소, 소대병실이…》
소대장은 현남을 보며 물었다.
《군대맛이 나는게 정신이 번쩍 듭니다.》
이때 문이 벌컥 열리며 키가 큰 사람이 성큼 들어섰다.
《야, 소대장동지, 후방물자를 받았습니다. 정말 수고많았습니다.》
그의 말에 소대장은 느슨한 웃음을 지었다.
《수고야 뭘… 그건 대대에서 주는거요. 그런데 홍동무, 저녁밥은 다했겠지?》
취사원인게라고 생각을 하며 현남이가 그를 바라보자 그도 현남에게 호기심어린 눈빛을 두었다가 소대장에게 눈길을 돌렸다.
《예, 저녁밥은 다했는데 막 속이 달아오릅니다.》
《아니, 왜 말이요?》
《아, 절 취사원 시켜놓고 교대해준다는게 벌써 며칠째입니까?》
소대장은 락심한 어조로 말했다.
《동문 또 그 소리요? 참… 어찌겠소. 이제 교대제로 돌아가겠으니 사흘만 좀 서자구.》
소대장의 말에 그는 잠시 머리를 떨구었다가 다시 들었다.
《정말 약속했습니다. 이제부터 사흘동안입니다.》
그러고나서 그는 금시 무거운 짐을 벗어놓기라도 한듯 안도의 숨을 내쉬였다.
소대장은 홍동무의 어깨를 두드려주고나서 현남을 소개했다.
《홍동무, 우리 소대에 새로 배치된 현남동무요.》
홍동무와 현남이사이에 간단한 인사말이 오고간 다음 소대장이 현남에게 물었다.
《현남동무가 취사원일을 해보지 않겠소?》
현남은 불에 덴듯 흠칫했다. 하지만 이내 황황히 손을 내저었다.
《아, 아니, 전 밥을 지어보지 못했습니다.》
소대장은 활달한 어조로 말했다.
《이제 동문 돌격대생활속에서 밥짓는 법도 배우게 될거요.》
저녁이 되여 현남은 하루전투를 마치고 돌아온 소대원들과 첫인사를 나눌수가 있었다.
《우리 서로 도우면서 일을 잘해봅시다.》
《많이 배워주십시오.》
좀 있어 식사시간을 알리는 나팔소리가 울렸다.
현남은 소대원들과 함께 식당안에 들어섰다.
의자에 앉은 소대원들은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몇술 뜨기 바쁘게 여기저기서 웅성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홍동무, 이거 국이 지내 짜졌어.》
《이건 국이 아니라 소금물같애.》
현남은 어쩐지 그 목소리들이 꼭 자기를 보고 하는 소리처럼 들려와 목을 잔뜩 움츠리고 한술두술 힘들게 수저를 들었다.
이때 누군가 문득 청높은 소리로 말했다.
《홍동무, 혹시 식당근무에서 빨리 해방되려구 우정 그러는건 아니요?》
지금껏 침묵을 지키던 홍동무가 식당안으로 얼굴을 내밀고 큼직한 주먹을 흔들어보인다.
소대장의 걸걸한 목소리가 울렸다.
《박동무, 홍동무가 아무렴 우정 그러겠소. 하지만 우린 취사원일을 단순한 식당근무로만 생각하지 말고 책임성을 높여야 하겠소.》
조용해진 식당안에서는 수저소리만이 들렸다.
다음날 아침 랑랑하게 울리는 기상나팔소리와 함께 현남의 돌격대생활이 시작되였다.
한껏 키를 솟구며 웅장하게 일떠서는 발전소언제며 기중기, 혼합기들의 동음소리, 활기에 넘쳐 전투를 벌려가는 돌격대원들의 모습은 현남의 가슴을 불태워주었다.
그의 소대는 대대와 함께 타입물보장전투를 벌리고있었다. 소대원들의 숙련된 번개같은 작업모습을 보며 현남은 삽을 잡았다. 젊은 혈기에 흥분되여 선뜻 삽을 잡았지만 시간이 좀 흐르자 허리가 아파나고 팔굽이 얼얼해왔다.
소대장이 그의 기색을 살펴보며 옆에 다가왔다.
《지내 무리하지는 마오. 이제 하나하나 배우면서 숙련시키면 일이 헐해질거요.》
현남은 신대원이라고 자기를 관심해주는 소대장이 고마왔다. 그럴수록 그에게는 다른 대원들에게 짝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굳어졌다.
(하나하나 잘 배워서 이들을 따라서야 한다. 다른 대원들도 다 해내는데 내가 못할게 무엇인가.)
현남은 이악하게 달라붙었다.
며칠째 삽질을 비롯한 여러가지 작업들의 묘리를 터득하고 익숙되기 위해 애쓰는 현남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적어졌고 입술이 가슬가슬해졌다.
《현남동무, 좀 웃소. 사람은 그 어떤 고난과 시련도 웃음으로 헤쳐나갈줄 알아야 해.》
《락천적인 생활이야말로 온갖 난관을 이겨내는 위력한 무기로 될수 있소.》
소대장은 현남에게 가끔씩 이렇게 말해주었다.
어느날 작업의 휴식시간에 소대장은 말했다.
《오늘 휴식시간에는 1분대와 2분대간의 무릎싸움을 하겠소.》
순간 《야!》하는 탄성소리가 울렸다.
이때 1분대장의 볼부은 소리가 울렸다.
《소대장동지, 우리 분대의 기둥선수가 두명이나 자재타러 가서 없는데 어떻게 경기를 합니까?》
《아, 그건 걱정마오. 나와 현남동무가 1분대팀에 속하겠소.》
소대장은 능청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현남은 의아해했다. 왜 소대장이 3분대에 소속된 자기의 이름을 찍었는지…
이어 경기가 시작되였다. 서로서로 맞붙어 빙글빙글 돌아가는 치렬한 싸움속에 하나둘 선수들이 물러섰다. 얼마 안있어 1분대팀에서는 현남이와 소대장이 남게 되고 상대팀은 네명씩이나 되였다.
상대팀에서는 얼른 전술을 짜고 소대장을 따로 몰아서 힘이 센 2분대장이 일 대 일로 붙게 하고 조약이 좋은 현남에게는 세명의 선수가 달라붙었다. 수적으로 우세한 상대팀과 힘겨운 싸움을 벌리고있는 현남을 보며 소대장이 소리쳤다.
《현남동무, 조금만 참소.》
그리고는 다른 사람들이 보이지 않게 돌아서 슬쩍 2분대장의 팔을 잡아당겨 넘어뜨리고 현남에게로 껑충껑충 다가가 등뒤에서 불의에 기습했다. 상대편선수들은 미처 어쩔새없이 넘어지고말았다.
《이겼다. 현남동무, 우리가 이겼소.》
어찌보면 꼭 어린애처럼 웃음을 터뜨리는 소대장을 보고 현남이도 저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하하하…》
2분대장은 너무도 억이 막히는지 항의를 들이댔다.
《이건 완전히 엉터리입니다. 반칙입니다, 반칙!》
소대장은 시치미를 뚝 뗐다. 그러느라니 그 인상적인 볼우물도 무척 신중해보였다.
《여보, 그런 소리 마오. 솔직히 내 이름이 왜 강억진인줄 아오? 강억지를 써서라도 무조건 이기라는거요.》
《와하하…》
모두가 배를 그러쥐고 돌아갔다. 현남이도 눈물이 찔금 나올 정도였다.
작업시작을 알리는 구령소리가 울려오자 소대장은 현남에게로 다가왔다.
《현남동무, 우리 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며 가자라는 당의 구호를 삶과 투쟁의 좌우명으로 삼구 언제나 락천적으로 일해가자구.》
현남은 생각이 깊어졌다. 잠시나마 난관앞에서 의기소침했던 자신이 민망스러웠다. 그럴수록 락천적으로 생활을 해나가도록 신심을 주고 믿음을 준 소대장이 진정으로 고마왔다.
×
그것은 바라지 않았던 일이지만 종내는 현남에게도 차례졌다. 한주일씩 교대제로 하게 된 취사원일이 그에게 차례졌다.
(까짓것, 한주일이면 되겠는데… 이왕 차례진바엔 잘해보자.)
현남은 이런 생각을 하며 전교대 동무에게서 구체적인 인계를 받고는 취사장안을 살펴보았다.
깨끗하게 미장한 부뚜막우에 걸려있는 두개의 큰 쇠가마, 미끈하게 대패질하여 2단으로 만든 당반우에 놓여있는 그릇들과 접시들, 한쪽구석에 질서있게 놓여진 된장, 간장통들…
자기가 있던 《옥계각》과는 달리 불비한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였지만 현남은 신심을 가졌다.
별들이 총총한 새벽에 잠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병실곁에 있는 박우물에서 물을 길어다 가마에 쌀을 안쳤다. 그리고는 국거리를 썰어넣고 양념감과 함께 섞어 볶다가 국물을 부었다.
찬들도 불조절과 시간조절, 간조절을 적당히 해가며 하나하나 준비해놓았다.
아침식사시간에 식당안에 들어선 소대원들은 국이며 찬들을 한두술 입에 떠넣기가 바쁘게 벙글거렸다.
《야, 이거 참 별맛인데…》
《완전한 전문가의 솜씨로구만.》
또 누군가는 엄지손가락을 펴들고 흔들었다.
《현남동무가 이거야, 이거!》
소대장은 말없이 현남을 바라보며 미소를 띄웠다.
이제는 식사시간이면 전과 같은 불평을 부리거나 얼굴들을 흐리는 일도 없어졌다.
식사시간때면 소대원들은 현남에게 따뜻한 미소도 보내주고 칭찬도 자주 해주었지만 현남의 마음은 가볍지 않았다.
어제는 120프로요. 오늘은 180프로요 하며 작업실적을 가지고 매일 들썩이는 소대원들을 대할 때마다 현남의 마음은 바질바질 타들었던것이다.
(빨리 한주일이 지났으면… 이제 이틀이면 된다.)
손가락을 꼽아가며 교대날자를 기다리던 현남은 이틀후 저녁총화를 마치면서 소대장이 식당근무교대성원을 발표하지 않자 안절부절을 못했다.
마지막으로 소대장이 《제기할것이 있으면 하시오.》라고 했을 때 현남은 불쑥 일어섰다.
《저… 소대장동지, 한가지 제기하겠습니다. 이제는 제가 식당근무를 선지 한주일이 됐는데 래일부터는…》
현남은 그만 말끝을 맺지 못했다. 소대장의 실망어린 눈길이 자기를 지켜보고있었던것이다.
곁에 나란히 앉았던 소대원들이 저저마다 한마디씩 했다.
《현남동무, 제발 부탁인데 좀 서달라구.》
《아, 동무가 서니까 밥맛도 있구 모든게 구미에 맞는데 누가 동물 대신할수 있겠소?》
현남은 머리를 약간 수그린채 잠시 동안을 두었다가 입을 열었다.
《전 여기에 식당근무를 서려고 온건 아니란 말입니다.》
장내에 침묵이 흘렀다.
한동안 흐르던 침묵을 깨뜨리며 홍동무가 간절한 어조로 말하였다.
《현남동무, 생각 좀 해보오. 난 재간이 없어 그렇다치구 동무야 그래도 소대사람들의 식성을 맞출줄 알지 않소. 우리 소대가 세우는 위훈속엔 동무몫도 적지 않게 들어가있단 말이요.》
《현남동무, 그렇게 하자구.》
현남은 입술만 잘근잘근 깨물었다.
소대장의 진중한 목소리가 울렸다.
《동무들, 오늘은 이만합시다. 현남동문 날 좀 따로 만나시오.》
배부른 달이 하늘중천에 높이 걸려있는 그 저녁 현남은 소대장과 병실앞의 의자에 나란히 앉았다.
《참, 내 알아보니 동문 〈옥계각〉의 료리사였더구만.》하고 말머리를 떼고나서 현남에게 해주던 이날의 소대장의 말이 현남의 일기장에 그대로 적혀있다.
《이땅에 태여난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시대앞에, 조국앞에 위훈을 세울 일념으로 심장을 불태우는 법이요. 동무라고 왜 그런 생각이 없겠소.
난 현남동무의 심정이 십분 리해되오. 그러나 꼭 결전장에서 피와 생명을 바치고 적의 화점을 막으며 진격로를 여는것만이 위훈으로 되겠소?
지난 조국해방전쟁시기에도 인민들이 후방도 전선이라고 하면서 전선에서 싸우는 용사들 못지 않게 얼마나 많은 일을 해놓았소.
난 생각하오.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건 조국과 인민, 동지들을 먼저 생각하고 헌신하는것, 자신이 집단속에서 없어서는 안될 필요한 인간임을 느끼고 순결한 량심을 바쳐가는것, 그것이 곧 위훈이라고 말이요. 동무가 맡은 그 일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요. 소대원들의 심정이자 내 심정이니 현남동무가 취사원일을 책임적으로 하리라 믿소.》
현남은 이 진정을 차마 뿌리칠수가 없었다. 동무들이 자기를 적극 내세워주고있지 않는가.
이렇게 되여 현남은 취사원이 되였다.
소대장과 만나 이야기를 나눈 그 저녁부터 평범하게만 보아지던 취사장안의 모든것이 현남의 눈에 새롭게 안겨들었다. 그러면서도 그의 머리속에선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위훈…)
×
현남은 집에서보다 훨씬 빨리 내리는 첫눈을 맞게 되였다.
흰눈을 머리우에 인 백암산의 풍경은 마치도 억센 사나이의 모습을 방불케 했다.
어느날 아침식사후 작업을 나가던 소대장이 취사장에서 분주히 돌아가는 현남에게 다가왔다.
《현남동무, 오늘 점심엔 운반식사를 해야 할것 같소. 오늘만이 아니라 1호발전소 조기조업을 위한 사회주의경쟁이 끝날 때까지는 자주 제기될거요.
그만큼 현남동무의 어깨가 무거워졌소.》
현남은 큰숨을 들이켰다.
《알았습니다.》
소대장이 간 후 현남은 잠시 망설이였다. 대답은 해놓았으나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인차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는 촉박감을 느끼며 일손을 잡았다.
쌀을 일어 가마에 안치고 미역을 다듬어 보기좋게 국가마에 썰어넣었다.
이때 홍동무가 거친숨을 몰아쉬며 취사장안에 들어섰다. 그의 손에는 큼직한 보퉁이가 들려있었다. 그는 들어서자마자 성급히 보를 풀었다.
무슨 일인가하여 퀭해서 바라보던 현남은 환성을 올리였다.
《야, 이거 참 보기드문거로구만요.》
바싹 말리운 고사리며 더덕 등 산나물들이 보자기안에 들어있었던것이다.
《현남동무, 이건 소대사람들의 마음이요. 그러니 한번 잘해보라구. 그럼 난…》
그리고는 들어올 때처럼 성급하게 나갔다.
현남은 코마루가 찡해왔다. 그것은 대원들이 작업의 짬짬에 찬가지수를 늘이지 못해 안타까와하는 자기를 위해 정성을 고여온것이였다.
현남은 신심있게 찬준비를 해나갔다. 많은 품을 들여 끝낸 운반식사를 준비해가지고 현남은 현장으로 걸음을 다그쳤다.
《히―야!》
작업장의 평퍼짐한 곳에 펴놓은 점심식사를 보고 소대동무들은 입을 다물줄 몰랐다.
《야, 이거 막 군침이 도는데… 갈데없는 〈1등료리사〉요.》
홍동무가 너스레를 떨었다.
소대원들의 감탄의 목소리를 듣고 이웃소대의 취사원처녀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음식솜씨가 대단하구만요.》
《한다하는 우리들도 다 찜쪄먹겠어요.》
《소대장동지, 지금껏 이런 재간둥이는 보지 못했는데 누구 솜씨예요?》
소대장은 좌중을 쭉 둘러보더니 현남의 등을 떠밀며 호기있게 소리쳤다.
《우리 소대의 재간둥이가 바로 이 현남동무요.》
현남은 그만 얼굴이 확 붉어졌다. 별로 크게 한 일도 없는 자기를 이렇게까지 내세워줄줄이야…
취사원처녀들은 현남을 부럽게 바라보며 앞으로 많이 배워달라면서 자기 소대에 초청하기도 했다.
현남은 가슴이 뜨거워났다. 이것이 어찌 자기만이 받아야 할 평가인가. 자기 노력만이 아닌 소대사람들의 진정속에 이런 칭찬을 받은것이 아닌가.
소대원들이 맛나게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보니 현남의 마음은 흥그러워졌다.
사회주의경쟁을 위한 전투가 벌어지면서 소대가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례는 드물었다.
현남의 일감이 많아지고 운반식사률이 점점 잦아졌다. 그는 전투를 벌리느라 수고하는 소대원들을 위해 온실에서 키운 부루며 쑥갓들도 식탁에 올리군 하였다. 하지만 그에게 안타까운 문제가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방금까지도 설설 끓여가지고간 국이 운반과정에 식어가는것이였다.
그러던 어느날 현남은 아래마을속에서 아이들이 숯덩이를 가지고 장난질하는것을 보고 무릎을 쳤다.
(그렇지, 숯덩이주머니를 만들어가지고다니면 그 어느때 어느 장소에서든지 소대원들에게 뜨끈한 국을 대접할수가 있지 않겠는가.)
그는 곧 자기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다.
다음날 그는 이동식사때 숯주머니를 차고 가서 숯으로 국을 덥혀 대원들에게 대접했다.
《아니 이거, 오늘도 국이 다 식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소대장은 뜻밖인듯 현남을 바라보았다.
현남은 대답없이 웃음만 지어보였다.
조금 있으려니 여기저기서 청높은 목소리들이 울려왔다.
《현남동무, 나 국 한사발 더…》
《현남동무, 나도…》
현남은 자기를 찾는 그 소리가 정답고 친근하게 느껴졌다. 어쩐지 그것이 자신에 대한 평가로, 사랑으로 생각되였다.
밑굽까지 다 기울여 대원들에게 국을 떠주고난 현남은 더운 국을 훌훌 불어가며 맛스럽게 식사를 하는 대원들의 모습에서 한없는 기쁨을 느끼게 되였다. 온몸에 실렸던 피곤이 한순간에 다 날아나는것 같았다. 이 순간 현남은 언제나 자식위해 궃은 일, 마른 일 가리지 않는 어머니가 어째서 힘들다는 소리 한마디 없었는지 어렴풋이 알게 되는것 같았다.
그것이 바로 바치는것에 대한 긍지이고 헌신끝에 느끼게 되는 행복감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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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대 폭풍!》
소대장의 구령소리에 번개치자 우뢰울듯 순간에 온 소대가 모여섰다. 좀 있으면 저녁식사시간이라 현남은 저으기 긴장되였다.
전엔 볼수 없었던 심중한 빛이 어린 소대장이 기백있는 어조로 말했다.
《동무들! 1호발전소의 발전기를 실은 자동차행렬이 지금 여기로 오고있습니다. 정해진 길로 오자면 많은 시간이 걸리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가 어떻게 단 한시라도 발전소조업을 지연시킬수 있겠소?》
그러자 소대원들이 격동된 심정을 토로하였다.
《그렇게는 절대로 안됩니다.》
《백두산과 숨결을 함께 하는 우리들이 있는 한 절대로 그렇게 할수 없습니다.》
소대장의 목소리가 다시 힘있게 울렸다.
《난 동무들이 그러리라고 믿었소. 그래서 려단에서는 우리들을 믿고 저 언제옆의 령중턱에 난 오솔길을 확장하기로 결심했소. 우리가 저 도로를 몇시간동안에 원만하게 만들어놓는가 못하는가에 따라 발전소조업날자가 결정되게 되오. 현남동무는 소대가 작업을 마치고 돌아오면 식사를 할수 있게 준비해놓으시오. 소대는 날 따라 작업장까지 급보롯!》
현남의 눈섭이 쫑긋 우로 들렸다.
텅빈 병실에 홀로 남게 된 현남은 서운한 감정이 서려듦을 어쩔수 없었다. 마치 생사를 판가리하는 결전장에서 자기만이 도외시된듯 한감이 들었다.
(아니, 그럴수 없다. 나도 식사준비를 해가지고 소대원들을 따라나가자.)
현남은 자리를 차고 일어섰다. 식사보장만이 아니라 별식을 만들어 전투원들을 고무하고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는 급히 부식물창고에서 필요한 부식물들을 꺼냈다. 그리고는 일손을 다그치기 시작했다. 잽싸게 손을 놀리는 현남의 얼굴에 비지땀이 흘렀다. 드디여 일을 끝낸 그는 떠날 준비를 했다. 이제는 너무도 몸에 익은 그의 이동식사차림이였다. 앞에는 숯주머니를 찼다.
걸음을 옮길수록 무거운 배낭이 어깨를 짓누르고 손맥이 점점 풀렸으나 마음만은 한결 가볍고 걸음은 더욱 빨라졌다. 령밑에 이르러서는 현남의 입가에서 단김이 뿜어져나왔다.
현남은 용기를 내여 한걸음한걸음 령을 톱아올랐다.
얼마쯤 오르자 두다리가 뻗뻗해온다.
현남은 속으로 노래를 불렀다. 그러자 알수 없었던 힘이 솟구치며 온몸에선 세찬 열기가 흘러나왔다.
《현남동무가 온다.》
홍동무가 뛰여오고 여러 사람들이 달려왔다.
그들에게 짐을 내여주고 작업장에 올라서는 순간 현남은 깜짝 놀랐다.
전에 있던 협소한 오솔길은 흔적도 없고 시원스레 뻗어간 새 도로가 본래의 도로와 련결되여있었다. 전투는 다짐작업으로 거의 끝나가고있었다. 곳곳에 홰불들이 타올라 대낮같이 밝은 전투장은 말그대로 불도가니처럼 들끓었다.
《동무의 료리솜씨가 기가 막히다면서…》
소대장과 함께 다짐봉으로 로반을 다지던 대대장이 현남을 반겨맞았다.
《동지들을 위하는 마음은 언제나 한곬으로 흐르는가 보오. 온 대대의 취사원들이 약속이나 한듯 자발적으로 별식을 준비해가지고 나왔단 말이요
그래, 현남동문 뭘 준비해가지고 나왔소?》
현남은 주저하며 가지고온것들을 펼쳐놓았다.
김이 문문 오르는 콩우유며 무둑히 쌓여진 꽈배기, 감자단튀기가 눈앞에 나타났다.
대대장의 얼굴이 밝아졌다.
《현남동무가 정말 수고했소. 이건 꼭 싸우는 고지에 탄약을 날라온것 같구만. 값높은 위훈의 원천이 어디에 있겠소? 그건 바로 그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든 조국에 대한 진실한 사랑과 뜨거운 동지애로 심장을 불태우는데 있지 않겠소?
그렇지 않소? 소대장동무?》
《예, 옳습니다.》
소대장이 대대장의 말에 긍정을 표시했다.
현남의 눈굽이 축축히 젖어왔다.
자기의 소박한 행동도 값높이 내세워주는 뜨거운 진정속에 받들려산다는 행복감이 가슴을 서서히 달아오르게 했던것이다.
대대장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하, 아니, 다들 이렇게 구경들만 하겠소. 난 벌써 구미가 막 동하는데 소대장동무, 이젠 도로도 다 닦았으니 다들 모이게 하고 현남동무의 지성이 어린 별식을 맛보게 하오.》
《알았습니다.》
뒤이어 소대원들이 둘러앉았다. 땀흘린 뒤끝에 맛보게 되니 꿀맛같다며 저저마다 음식을 들 때 누군가가 소리쳤다.
《차가 온다!》
모두가 새로 낸 길의 량쪽으로 갈라져 홰불을 높이 들고 어둠을 밝혔다.
이윽고 발전기설비를 실은 차들이 한대 또 한대 돌격대원들의 마음에 떠받들려 지나갔다.
격정으로 세차게 높뛰는 가슴을 애써 누르며 현남은 차앞에 써붙인 구호를 읽었다.
《조국이여! 청년들을 자랑하라!》
아, 조국이 자랑하는 우리 청년들! 조국앞에, 시대앞에 빛나는 위훈으로 떳떳이 대답하는 청년들의 대오속에 자기도 떳떳한 자리를 차지하고있다는 생각으로 현남의 심장은 불타올랐다.
현남은 홰불을 높이 추켜들었다.
(백두산선군청년돌격대 황해남도대대 대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