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99(2010)년 제8호에 실린 글
천백배 복수하기 전에는…
김 이 준
내 얼굴의 상처자리를 두고
그전날 아들이 묻던 말
오늘은 유치원 다니는 손자아이
또 같은 말로 캐여묻는다
어째서 그런 흠집 생겼는가고
내 철부지 소학교시절
조선노래 부른탓에
일본 교관놈 칼에 맞은 상처의 흠집
늙은 얼굴의 깊은 주름도 가릴수 없는
우렷한 흠집, 지울수 없는 허물…
생각만 해도 피가 꺼꾸로 솟고
말에 앞서 치가 떨리나니
입으로는 못다할 말이 가슴을 두드리고
말로는 못다할 이야기 피를 끓인다
정녕 간악무도한 놈들이
때리고 찌르고 쏘아죽인 우리 인민
몇천 몇십만이던가
조선말과 글, 이름마저 없애고
이 땅의 모든것 여지없이 짓밟으며
미친듯이 발악한 백년숙적 일제
야수들의 그 죄행 어이 다 말하랴
삼천리강산을 참혹하게 유린하고
숱한 인간들의 생명을 앗아간
천추에 용서 못할 그놈들의 야만행위를
지울수 없는 내 얼굴의 흠집도 고발하거늘
잊지 말자
아들 손자 후대들아
오랑캐무리들을 그냥 놔둔다면
내 얼굴상처에 아니 비길
몇십 몇백배 참상이 너희들께 입혀진다는것을
내 조국강토가 다시금 유린당한다는것을
오, 잊지 말자 잊지를 말자
가슴에 끓어번지는 증오의 피
대를 이어가며 순간도 식히지 말아야함을
일본반동들을 천백배 복수하기 전에는
가슴 저미는 원한의 피값을
깡그리 받아내기 전에는…
(함경북도 길주군 길주읍 89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