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99(2010)년 제8호에 실린 글
수 필
벼꽃향기
송 성 남
행복이 뭣이냐 그 누가 물으면 우리는 대답하리 행복은 우리라는 노래를 부르며 자라나 어느덧 졸업을 눈앞에 둔 중학교졸업학년 학생이라면 남달리 희망과 포부가 크다고 말할수 있다.
하긴 군복을 입으면 당장에 영웅도 될수 있고 결심만 하면 하늘의 별도 따내릴수 있다고 생각하는 열정에 불타는 시절임에야…
이제 몇달 있으면 배움의 꿈을 키우던 중학교교문을 나서게 되는 나역시 희망의 《비행기》를 타고 가보지 않은 곳이 없었다.
조국보위초소와 건설장들, 대학의 해빛밝은 교실과 탄광, 광산들…
그러던 어느날이였다.
그날 하루수업이 끝난 후 담임선생님은 우리들을 모여놓고 래일까지 자기들의 지망을 써내라고 하시였다. 그러되 부모님들과 잘 토론해보고 결심을 잘해가지고 말이다.
하루일과를 마치고 교문을 나서는 우리들의 마음은 하늘을 훨훨 날았다.
몇달만 있으면 형님, 누나라고 부르는 사람들과 함께 대학교문으로 같이 들어서고 아버지, 어머니와 같은 어른들과 함께 사회생활을 하게 된다는 생각이 우리들의 마음을 뜨게 했던것이다.
학교교문을 나선 나는 한 마을에 있는 영민이, 청일이와 함께 집으로 향했다.
학급에서 공부를 제일 잘하는 영민이는 벌써 대학생이 된듯 대학교정에 서있는 자기의 모습을 그려보며 걸음을 옮기고 청일이는 군관인 아버지의 뒤를 이어 자기도 군복을 입겠다며 학교의 다음번 영웅은 자기가 될것이라고 으쓱거린다.
하다면 나는? 나는 아직 앞으로의 일을 두고 확고한 결심을 내리지 못하고있다. 아버지라도 있으면 토론해보련만 농업과학원에 다니는 아버지는 최근 과학연구사업때문에 현지에 나가계신다.
문득 청일이가 길옆에서 코스모스 한송이를 꺾어들고 냄새를 맡아보다가 논판을 가리키며 영민에게 물었다.
《영민동무, 동문 벼꽃을 봤어?》
나의 눈길은 청일이가 가리킨 논판으로 향했다.
논판에서는 무성한 벼포기들이 이삭들을 한껏 뽑아올리고있었다.
영민은 도리머리를 했다.
《글쎄 아직 보진 못했어. 사람들이 말하기를 벼꽃은 깊은 밤에만 핀다누나.》
청일은 또다시 묻는다.
《그럼 벼꽃에도 향기가 있을가?》
《향기?》
영민은 머리를 기웃거린다.
그들이 주고받는 말을 들으며 나는 지난해 여름방학에 재령군에 나가 연구사업을 하고있는 아버지에게 갔을 때의 일을 생각했다.
내가 간 날에도 짬을 못내시던 아버지는 저녁식사를 끝내기 바쁘게 나에게 먼저 자라고 이르고는 또 벌로 나가셨다.
지금은 한창 벼꽃이 피는 시기여서 시험포전에서 잠시도 눈을 뗄수가 없다는것이였다.
오랜만에 만난 아버지와 이야기도 변변히 못해보고 빈방에 홀로 누워있을수 없어 나는 아버지를 찾아 합숙방을 나섰다.
휘영청 밝게 내리는 달빛을 받으며 낮에 보았던 시험포전에 이르니 하던 일을 끝내신듯 아버지는 까딱 않고 앉아계셨다.
인기척을 느낀 아버지가 나를 바라보았다.
《아버지, 지금 뭘하시나요?》
나는 아버지곁에 다가가 앉으며 물었다.
《네가 자지 않고 왜 나왔니?》하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시던 아버지가 말했다.
《난 지금 벼꽃향기를 맡고있다.》
《벼꽃향기요? 아니, 벼꽃도 향기가 있나요?》
아버지의 말이 잘 리해되지 않아 나는 이렇게 되물었다.
아버지는 얼굴에 느슨한 웃음을 지었다.
《물론 벼꽃은 장미꽃이나 해당화처럼 향기가 진하지는 않다. 또 잘 알리지도 않구…
벼꽃향기는 이 마음으로 느끼는거란다.》
점점 아리숭한 말만 하는 아버지를 나는 말없이 바라보았다.
나의 마음을 헤아려본듯 아버지는 손전지로 논을 비춰보이며 말했다.
《이 논을 보렴. 작황이 얼마나 좋은가. 이만하면 한해농사의 장훈을 부를수 있지. 이 논벼의 작황이 이렇게 좋아지기까지에는 농장원들의 남모르는 노력이 깃들어있단다. 겨울에는 거름을 장만하고 봄과 여름에는 제철에 씨뿌리고 가꾸고…
그러니 벼꽃향기는 단순히 꽃에서 풍기는 향기라고만 볼수 없지. 그것은 이 땅에 바쳐지는 농장원들의 땀이구 노력이구 그 땀과 노력이 열매로 맺는 풍요한 가을이라고 말할수 있지. 깊은 밤에만 피는 벼꽃처럼, 잘 알리지도 않는 벼꽃향기처럼 그 누가 알아주건말건 이 땅에 진정을 아낌없이 바쳐가는 농장원들이 있어 강성대국의 대문은 멀지 않은 앞날에 열려지게 될게다.》…
그날의 아버지의 말씀을 되새겨보며 나는 동무들에게 이야기했다. 잘 알리지 않는 벼꽃향기에 대하여 그리고 이 벼꽃향기처럼 묵묵히 이 땅우에 풍요한 가을을 마련해가는 농장원들의 진정에 대하여…
나의 말에 머리를 끄떡이는 동무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농학박사가 되여 더 많은 쌀로써 조국을 받들어갈 결심을 다지게 되였다.
(평양석박중학교 학생)

